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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50년 여름 제1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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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1건 조회 4,520회 작성일 20-02-1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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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jpg

 14 장

 

7월 5일 아침. 내각청사의 수상실은 물을 뿌린듯 조용하였다. 들어오는 사람마다 경건하고 엄숙한 자세로 의자소리마저 날세라 조심스럽게 앉았다. 간밤에 당중앙위원회 군사위원회에서 심중한 문제들이 결정되였으며 김일성동지께서와 김책이 이 방에서 꼬박 밝히신것을 잘 알고있는 그들이였기때문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깍지낀 손을 책상우에 얹고 들어오는 사람들의 인사에 가벼운 목례로 받으시였다. 그이의 앞의자에는 평양학원 원장시절에도 줄곧 사복만을 입던 김책부수상이 군복을 입고 앉아있었다. 누렇게 번쩍거리는 금장의 견장은 살같이 푸릿한 그의 얼굴을 더욱 엄엄하게 만들었다. 방금 면도질을 한듯 광택이 나는 턱에는 면도칼에 베인 자리가 나있었다.

《다 왔습니다.》

여느때없이 김책이 아니라 홍명희부수상이 나직이 말씀드리자 김일성동지께서는 부드러운 눈길로 좌중을 돌아보고 일어서시였다.

련일 밤을 패우다싶이한것으로 하여 피로의 흔적이 미간에 그늘을 지었으나 눈빛만은 때없이 빛났다. 그이께서는 약간 갈리신 음성으로 말씀을 떼시였다.

《오늘 동무들을 이렇게 급히 모이라고 한것은 우리가 당분간 김책부수상동무와 헤여지기때문입니다. 이미 아는 동무들도 있겠지만 어제밤 군사위원회에서는 조성된 군사정세의 요구에 맞게 인민군대의 작전지휘체계를 개편하여 최고사령부를 조직하고 그아래 전선사령부를 내오는 문제를 결정하였습니다.

김책동무는 오늘 전선사령관으로 전선에 나가게 됩니다. 참모장으로는 강건, 군사위원으로는 김일동무가 임명되였습니다.

잠정적으로 조직되였던 전방지휘소와 보조지휘소체제는 페지됩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자신께서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되신 내용은 피하고 전선사령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하여 간략하여 언급하시였다. 새 기구체계의 조직은 정세발전의 필연적요구였다. 미제국주의자들의 로골적인 무력간섭책동으로 전쟁은 어렵고도 장기 싸움으로 넘어갔다. 이 싸움에서 승리하자면 온 나라, 온 인민이 하나의 통일적인 지휘체계속에 강철같은 규률과 조직성으로 같이 뭉쳐있어야 했다. 이번의 조치는 이 통일성과 단결을 기구체계로 공고화하는것이며 특히 최고수뇌부와 전선지휘를 밀착시키며 그 유일적지휘체계를 강화하여 생기발랄한 하나의 유기체로 만드는것이였다. 종래의 전방지휘소와 보조지휘소체제는 불의적인 전쟁도발에 대처하여 남조선괴뢰군부대들과의 초기전투지는 응당하게도 은을 냈으나 미군이 개입되고 전선의 길이와 너비가 커지고 각종 군, 병종이 참여하는 립체적인 전쟁에서는 맞지 않는 체제였다.

횡적인 련계에서는 물론 종적인 명령지휘체계와 보고체계 한두 일군의 우유부단과 동요가 크나큰 후과를 산생시킬수 있었다.

온 나라가 요새로 되고 온 인민이 전투원이 되여야 하는 싸움이라고 볼 때 더욱 그런것이였다.

《이런데로부터 전선지휘의 일체 권한은 전선사령부에 집중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전선사령관은 곧 최고사령관의 1대리인으로 됩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신뢰어린 눈길들이 김책에게 쏠리는것을 잠시 여겨보시였다. 그런데 김책은 책상에 시선을 몰박은채 옴짝 않고있었다. 귀밑에 어린 한점의 홍조가 이 과묵하고도 날카로운 일군의 흥분을 암시할따름이였다.

《군사위원회에서 토론된 기타문제는 오늘저녁 구체적대책안을 가지고 따로 토론하려 합니다. 질문할것이 있거나 말씀할 동무들은 하시오.》

김일성동지께서 자리에 앉으시였다.

몇몇 부수상들이 전선사령부와 보위성, 내무성의 호상관계에 대하여 질문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주의깊이 질문을 들으시고 대답을 주시였다.

《호상복종관계는 없습니다. 그러나 보위성이나 내무성은 전선사령부의 요구에 응할 의무를 지니고있습니다. 우리 전선은 여러개가 아니라 하나이기때문입니다. 그리고 최용건동무는 보위상겸 최고사령부 부사령관직무를 가지고 사업하게 됩니다.》

그이께서는 이 순간 최용건이를 생각하셨다. 이 며칠 그이의 가슴언저리에 무겁게 그늘을 지우는 최용건이였다.

최용건에게는 자기의 사색과 판단을 검토하고 정리할 휴식기가 필요한것이였다. 미군선견대의 출현에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김일성동지의 이 결심은 확정적인것으로 되였다. 최용건의 장점과 함께 기질적약점까지를 깊이 헤아려보시는 그이께서는 부단히 변화되는 전선정황의 중하속에 최용건이 지휘에서 확고한 신심이 없이 동요하고있음을 판단하셨으며 자칫하면 자신의 명령과 방침을 수동적으로 전달하는 사람으로 되여 앞으로 더 큰 실책을 범할수 있다고 보셨기때문이였다. 하여 그이께서는 전선사령관으로 그를 류임시키면 좋을것이라는 값싼 인정이 아니라 전쟁승리를 위하여 또 최용건자신을 위하여 소환해야겠다고 결심하셨다.

그러나 이 결심에는 괴로움이 따랐다. 파고드는 집념이 강하고 내성적인 최용건의 얼굴을 그려볼 때 그에게 기쁨을 주지 못한다는 괴로움이였다.

《전선으로 나가는 사람으로서 한마디 하려고 합니다.》

김책이 불쑥 일어섰다. 두눈이 타오르는 숯불처럼 황황히 빛났다. 좀해 보지 않던 모습이였다.

김책의 말소리는 낮았으나 뜨거운 쇠쪼박처럼 튕겨나왔다.

《동지들, 중임을 맡고 전선으로 떠나게 되는 저는 솔직한 심정으로 마음도 어깨도 무겁습니다. 과연 나의 힘과 능력과 지혜로 감당할수 있는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명령받은 전사로서 떠납니다. 저를 비롯하여 여기 모인 모든 부수상동무들은 오직 장군님앞에서 전사라는 이 자각 하나만을 명심합시다. 동지들이 다 아는것처럼 이 좌우명은 조선혁명의 피어린 력사가 가르쳐준 절대적원칙이며 현재의 엄혹한 정세의 요청입니다.

최고사령관과 전사 이밖에 없습니다. 부탁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창문가를 내다보시였다. 반쯤 열어놓은 창문에 부딪친 아침해빛이 금빛불빛으로 반짝이며 눈을 시글게 했다.

(그래, 김책은 지금 단결에 대해, 뭉쳐진 의지에 대해 말하고있다. 비장한 정황앞에서 비장한 유언을 하는 자세로구나. 그렇다. 비장한 정황이다. 온 나라가 결사전에 나서게 되는 판가리시각이 닥쳐오지 않았는가.)

스르륵-

태엽 감기는 소리와 함께 벽시계의 커다란 괘종이 청아한 소리로 땡땡- 아홉점을 쳤다. 순간 김일성동지의 시선과 김책의 눈길이 부딪쳤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 시선을 피하시였다. 온밤 작전문제토론으로 따뜻한 말 한마디 나누지 못했다는 생각이 이 순간 가슴아피 떠올랐다. 바로 이때 문가에 김종항서기가 나타났다.

《장군님, 항공입니다. 60여대의 적기가 날아든답니다.》

창광산쪽에서 싸이렌소리가 울려왔다.

《아침모임은 이만합시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펼쳐놓았던 문건을 접으시였다. 부수상들이 나가고 김일성동지께서 옷걸개에 가서 모자를 벗어쓰실 때 둔중한 폭음이 울려왔다. 고사기관총의 자지러진 총성이 화답하듯 울렸다.

《양각도쪽이로군.》

김일성동지께서는 잠시 귀기울여 들으시다가 복도로 나와 옥상으로 오르는 계단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장군님!》

김책이 그이의 행동을 저지시키려 말했다.

《잠간만 보고 내려옵시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걸음을 멈추지 않으시였다.

파란 통신선이 실뱀처럼 뻗어올라간 계단을 따라 옥상에 오르자 첫눈에 뜨이는것이 양각도와 평천리상공을 까맣게 뒤덮고있는 적기의 무리였다. 흡사 갈가마귀떼의 란무였다. 단층집들이 모여앉은곳에서 화광이 일며 불기둥이 일어섰다. 요란한 폭음이 일며 풀이끼가 돋은 콩크리트바닥이 떨었고 청사에 깃든 비둘기들이 구구구- 울며 떼지어 올랐다. 고사총수들은 거리가 너무 멀어 적기를 쏠념을 못하고 불안스런 눈길로 장군님의 거동만 주시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무수히 일떠선 검붉은 불기둥이 서서히 무너져내리며 매연과 재개비로 하늘을 덮는것을 까딱하지 않고 바라보시였다. 넉대씩 편대를 지은 적기들은 평천리상공을 선회하면서 마구잡이로 폭탄을 떨어뜨리였다. 평천리상공은 삽시간에 시꺼먼 매연속에 어두워지고말았다.

《장군님, 강건참모장동지로부터 무선전화입니다.

905땅크 선견대가 미국놈들과 부딪쳤답니다.》

강부관이 달려올라와 김일성동지께 보고드렸다.

《미국놈들과?》

김일성동지의 눈에서 섬광같은것이 번쩍였다.

《오산앞 금암리계선에서 맞다들었답니다. 계획대로 되고있답니다.》

《전화는 끊었소?》

《혹 다른 명령이 계실가 해서 기다리고있습니다.》

《가서… 아니 내 가지.》

김일성동지께서는 다시금 평천리쪽을 일별하시였다. 근심스런 기색으로 쳐다보는 김책이를 띠여보고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놈들은 내가 가장 아파하는것을 때리고있소.》

그러시고는 결연히 돌아서시였다. 계단을 내리며 그이께서는 엊저녁 《스미스특공대》문제로 하여 정찰국장과 강건 두사람과 나눈 전화내용을 상기하시였다.

최용건보위상이 하달한 미군과의 조우를 예견하여 부대린접간의 균형을 보장하며 공격속도를 조절하라는 명령을 변경시킨 즉시 그이께서는 정찰국장을 전화로 호출하시였다.

《<스미스특공대>라는것이 도대체 어떤 물건이요?》

그이께서는 몹시 격하여 물으시였다.

《간단치 않습니다.》

정찰국장의 대답은 첫마디부터 불안이 느껴졌다.

《자료적으로 말하시오.》

《<스미스특공대>》라는 별칭으로 불리우는 미군선견대는 미24사 21련대 1대대와 52야포대대로 구성된 강력한 전투단으로서 추정병력은 약 l 000명입니다. 무장은 야포대대의 105포들외에 4인치 박격포, 75 무반동포, 최신형로케트포, 60 직사포들로 갖춰진 증강된 전투대대로서 화력은 아군의 한개 련대와 맞먹는다고 할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병사들이 2차대전에 참가한 고참병들입니다. 특공대장인 찰스 비 스미스중좌는 1939년 륙군사관학교 최우수졸업생으로서 1941년 12월 일본군의 바바즈공격시 방어전에 용맹을 떨친 지휘관입니다. 야포대대는 2차대전시 아프리카전선에서부터 우수한 지휘관으로 지목되여 아이젠하워의 특별감사를 받은바있는 페리중좌가 지휘하고있습니다.》

《대전에 도착한 미24사 34련대의 움직임은 알아보았소?》

《네. 그저께 대전에 기여든 띤사단장이 사령부를 설치함과 동시에 34련대는 평택방향으로 진출시켰습니다.》

《미군의 전개계선에서 괴뢰군의 배치정형은 어떻소?》

《죽미령과 오산을 지점으로 좌우에 괴뢰 7보사 2보사의  패잔병들과  수도사단 17련대의 패잔병들까지 하여 약 4 000명이 너비 4, 종심 16의 전선을 형성하고있습니다.》

《미군진출과 관련하여 도꾜나 워싱톤의 반향은 어떻소?》

《굉장히 떠듭니다. 도꾜나 워싱톤 시사방송에는 전부 <스미스특공대>에 대한 이야기뿐입니다. 맥아더수행기자의 토핑뉴스에 의하면 맥아더까지 이제 미군만 나타나면 전세가 달라지고 우리가 주춤거릴것이라고 장담했답니다. 뉴욕, 빠리, 런던의 방송들은 이젠 우리 공화국의 존립이 시간문제라고 주장하고있습니다.

종합된 자료에만도 일본의 5공군외에 마닐라의 15공군, 마리아나제도의 B-29폭격기부대, 하와이도의 미 7비행단이 전투태세에 들어가고 괌도와 마닐라의 미7함대 전부가 조선해협에 몰려왔습니다.

영국함대도 이미 남해에 접근하여 미해군과의 협동작전체계까지 짜놓고 북상하고있습니다. 이미 보고드렸지만 미24사주력이 부산을 향해 출발한데 뒤이어 오사까의 미25보사 요꼬하마의 미l기사가 출동준비를 완료하고 중장비기재들을 수송선에 싣고있습니다.》

《알겠소. 그런데 동문 다른 사람들에게 보고할 때도 그렇게 혀가 굳소?》

김일성동지께서는 심중하게 물으시였다. 정찰국장이 선뜻 대답을 못하자 그이께서는 재차 물으시였다.

《동문 외나무다리에서 격투법을 알고있소?》

《네?-》

《정찰병들의 훈련있잖소. 일 대 일로 하는… 동문 언젠가 훈련장에서 그 요령에 대하여 나에게 설명까지 한적이 있는데-》

《네, 알겠습니다. 그 경우에는 아무리 적이 많아도 하나씩 덤벼들기때문에 부득불 일 대 일의 단독접전입니다. 기본요령은 지지점을 똑바로 짚고 적의 허수를 찾아 강타를 하는-》

《그전에 말할 때 동문 정신력을 집중해서 기압을 넣는것이 중요하다는 말도 했소.》

《네 네, 그렇습니다. 장군님.》

《그걸 명심하오. 동문 적들의 자료를 연구하던 나머지 그놈들의 선전의 미끼까지 받아물지 않았소.》

《장군님, 말씀의 의도를 알겠습니다. 그러나 전 떨지 않습니다.》

《나도 그렇게 믿소.》

정찰국장과의 전화를 끝낸 김일성동지의 마음은 더욱 무거우셨다. 세계 《최강》의 군대라고 떠드는 미군의 허세에 크나 적으나 당황해하고 주눅드는 기미를 감촉하셨기때문이였다. 그이께서는 그 길로 총참모부의 작전실로 가시여 지도사판앞에 오래도록 서계시였다.

수원-마산 가도를 따라 살피시던 그이께서는 오산지대를 적의 선견대가 발붙일수 있는 지점으로 보고 강건참모장을 전화로 찾으시였다. 강건참모장도 적의 병력전개지점을 오산으로 점찍고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자신의 판단과 일치되는것이 기쁘셨으나 내색하지 않고 물으시였다.

《왜 오산이라고 생각하오?》

《도로주변에 산을 낀곳은 그곳뿐입니다. 놈들은 시간적촉박으로 평지에 방어진지를 꾸릴 형편이 못되기때문에 도로 가까이 야산들이 펼쳐진 그곳을 합당한 지점으로 볼것입니다. 그곳에서는 특별한 참호굴설이 없이 병력을 전개할수 있고 도로만 차단하면 우리의 땅크를 쉽게 막을수 있다고 생각할것입니다.》

《옳소,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그런데 놈들이 그 지대를 취하는 리유의 다른 하나는 바빠난 경우 도망치기 좋다는것이요. 남의 땅에 와서 죽기는 싫을테니까.》

계속하여 김일성동지께서는 적과 맞다들 경우 취할 부대들의 행동에 대해 물으시고 자신의 결심을 단호한 어조로 말씀하시는였다.

《강건동무, 이 전투는 특별한 전투요.

미군에 대한 환상과 공포와 싸우는 전투이며 불청객에 대한 조선사람들의 인사법을 시위하는 싸움이기도 하오. 54사의 18련대와 905땅크사단을 스미스특공대의 섬멸전에 인입시키시오.

섬멸! 알겠소? 섬멸이요. 그를 위해 땅크 몇대는 적진을 뚫고나가 퇴로를 차단하시오. 보나마나 도로에는 지뢰는 묻지 않았을것이요. 묻을 시간도 없거니와 지뢰를 묻게 되면 저희들의 퇴로를 끊는것으로 되기때문에 절대 묻을수 없소. 그걸 리용해 도로로 뚫고나가게 하시오.》

그때 이러한 내용의 지시를 하달하신 김일성동지께서는 이제 와서 강건에게 따로 더 할 말씀은 없음을 잘 알고계시였다. 강건 역시 그렇게 생각할것이며 다만 그의 전화보고는 예견이 맞아떨어진데서 오는 기쁨을 나누기 위한것일것이였다. 무선실에 들어서신 김일성동지께서는 송수화기를 잡고 폭탄소리를 가늠하여 한동안 귀기울이시다가 우렁우렁한 음성으로 찾으시였다.

《강건동무요?》

《강건 전화받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전투진입을 명령했소?》

《퇴로차단을 위한 땅크선견대를 출발시켰습니다. 땅크들은 3분동안이면 적의 참호를 짓뭉갤 위치에 있습니다. 18련대는 진출과정에 괴뢰군 한개대대를 진압소멸하였습니다. 그들도 15분후이면 전반적으로 공격출발진지를 다 차지하게 됩니다.

장군님, 다른 말씀이 없으시다면 이만 전화를 놓겠습니다.》

《무슨 정황이 생겼소?》

《아닙니다.》

강건은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간절한 어조로 말했다.

《장군님, 공습이 있다는데 빨리 피해주십시오.》

《허… 빠른걸.》

그이께서는 긴장된 자세로 서있는 교환근무군관과 강부관을 돌아보고나서 나직이 한숨을 쉬셨다.

《강건동무, 사실은 그때문에 내가 전화를 받았소. 미국놈들이 지금 평천리를 재더미로 만들고있소. 무차별 폭격이요. 잘 싸우오.》

집무실에서 나오신 그이께서는 검은 유단으로 된 차광막을 제끼고 창문을 여시였다. 화약내를 떠실은 바람과 함께 폭탄튀는 소리가 밀려들어왔다. 그이께서는 묵묵히 그 소리를 들으시다가 김책을 향해 돌아서시였다.

《2제대 군부대들의 고사기관총들로 비행기를 떨궈봐야겠소. 주요 군사기지, 도로주변, 주민지들에 강력한 대공화력망을 조성하고 고사총이 적은 조건에서 중기관총도 리용할수 있다고 봅니다. 방법을 좀더 연구해봅시다.》

그이께서는 한걸음 내짚다가 옆에 와선 강부관을 띠여보고 짤막히 지시하시였다.

《리학비행부사단장을 두시까지 도착시키시오.》

공습해제싸이렌이 울리기도전에 석대의 차가 내각청사로부터 중성쪽으로 빠져달렸다. 아직은 보행자단속을 위해 나선 내무원들이 간혹 띄일뿐 거리는 텅 비다싶이 했다. 검은 재개비가 설핀 눈발처럼 떠돌았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무거운 상념에 잠겨 창밖을 바라보시였다.

초가삼간 지어놓고 부모 모셔 즐겁게 사는것을 최대의 꿈으로 삼던 소박한 인민들, 해방과 혁명의 열파속에 가난과 무지의 누데기를 벗어던지고 인간의 행복된 삶을 알게 된 인민들, 인간이 인간답게 살려는 그 지향과 념원에 대하여 현세기의 마왕으로 등장한 미국은 대포와 폭탄으로 짓밟아버리려 하고있다. 전쟁이 아니라 이것은 그대로 하나의 살륙이다.

그이께서는 평천리상공에 짙게 서린 어둠의 장막이 끝없는 무게로 육박해오는듯 한 감을 느끼시였다.

평천리는 자욱한 매연의 바다였다. 이곳저곳에서 룡트림하듯 불길이 치솟았다. 친척과 친지들의 생사를 알려 찾아가는 사람들로 평천다리가 꽉 메다싶이했다.

경적을 울리며 내닫는 선발차의 뒤를 이어 김일성동지께서 타신 일반군용찦차가 나무쪼각이며 흙덩이들로 한벌 깔린 평천다리를 건너가자 검은 연기가 파도처럼 밀리는속으로 들어섰다. 화끈화끈 달아오른 그 연기는 알싸한 내내와 류황냄새로 숨막히게 한다. 밑둥이 잘려 넘어져 너실너실 불타고있는 전주대가 길을 막는바람에 차는 더 나갈수 없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차에서 내려 사방을 살피시였다.

앙상한 벽체와 재더미, 움푹움푹 패인 검붉은 폭탄구뎅이들… 황량한 페허가 펼쳐져있었다. 그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몽롱한 연기속을 유령처럼 뛰여다니며 가족과 이웃들의 이름을 불렀다. 페부를 에이는 울음소리들이 그 처절한 웨침과 섞여 메아리쳤다. 무너진 집터에서 서성거리는 사람, 벽시계를 꼭 끼여안고 불무지를 넋없이 보는 녀인… 기둥만 네귀에 솟아있고 가운데는 훌 날아버린 집앞에서 두 장년사내가 두손을 맞잡고 소리쳤다.

《덕만이, 살았구나.》

《살잖구. 그 오라질놈들한테 죽간, 한데 세간이 다 날아났어.》

《세간쯤 대수요. 목숨이 살았음 되지.》

《말말게, 어떻게 모은건가. 5년간 공력이 싹 날아났어》

김일성동지께서는 어금이를 지그시 깨무셨다. 그 뼈저린 소리는 못처럼 그이의 기억속에 박혀 남아있을것이였다.

(그래 많은것을 잃고있다. 앞으로 더욱더 많은것을…)

로케트포탄에 맞은듯 룡마루가 무너져앉아 내굴과 불길이 늠실늠실 솟구쳐오르는 집쪽에서 흰그림자 하나가 얼씬거렸다. 울바자가 나가넘어진 화단우에는 고물상점의 진렬품처럼 한집살림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많은 이불이며 내의, 식기따위들이 퉁구리로 혹은 헤쳐진채 쌓여있었다. 그이께서 넘어진 울바자에 한발을 올려놓았을 때 그 흰그림자는 불붙는 집안으로 뛰여들어갔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너무나 뜻밖의 정황이여서 그대로 쌓아놓은 짐들을 뛰여넘으시였다. 먼저 달려간 부관이 마침 소랭이에 담아있는 물을 몸에 끼얹으며 그 불속으로 뛰여들려는 순간 오돌차게 생긴 녀인이 광주리를 안고 비칠거리며 나왔다. 발이 놋버치에 닿자 녀인은 누가 부축할새없이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머리에 동인 흰수건과 저고리에 불이 당겨 너슬너슬 탔다. 녀인은 그것도 모르고 가쁘게 숨을 톱았다. 부관이 수건을 잡아벗기고 물을 뿌려줘서야 녀인은 정신을 차린듯 주변을 살피다가 갑자기 물러앉으며 두손으로 얼굴을 싸쥐였다. 녀인의 가날픈 어깨가 잔물결쳤다. 녀인이 안고나온 광주리에는 푸른 비단으로 만든 세면주머니가 차곡이 담겨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맨우에 놓인 불티가 떨어져 구멍이 뚫린 세면주머니에 빨간 수실로 《승리》라는 두 글자가 곱게 새겨져있는것을 보시고 전선원호품임을 알아맞히시였다. 그러고보니 화단우에 쌓여있는 광목으로 지은 군대용내의들과 소포퉁구리들이 다 그러루한 전선원호품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쩌릿한 감동속에 불티가 떨어져 구멍이 뚫린 세면주머니 하나를 집어드시였다.

녀인은 자기에게 집중된 수많은 눈길들과 이상스런 정적에, 아니면 김일성동지의 움직이심에서 류다른 느낌을 받은듯 눈물이 그렁한 눈길을 쳐들고보다가 《에그머니》 하고 어릴 때의 습관으로 놀란 소리를 치고는 허리를 푹 꺾으며 김일성동지께 절을 올렸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재먼지로 매닥질이 되여 장난꾸러기 소녀처럼 보이는 녀인의 허둥이는 눈길을 응시하시다 부드럽게 물으시였다.

《이 집 주인이요?》

《아닙니다, 장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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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위에서 계속)

김일성동지께서는 불길속에서 이 숱한 물건을 꺼내온 《녀장부》가 매우 애어린 녀자임을 알아보시였다.

《이 집 주인들은 어데 있소?》

《이 집 아버지는 군의로 전선에 나갔습니다. 아주머니는… 아이와 함께 있었는데… 제가… 역전에 갔다가 오니… 잘못되였습니다.》

녀인은 터져나오는 통곡을 막으며 입을 싸쥐였다.

《이건 전선위문품이요?》

김일성동지께서는 가슴비트는 화제에서 벗어나려 광목내의를 가리키셨다.

《네.》

《그걸 동무가 다 구해냈구만.》

《… 이 집 아주머니는 죽으면서 세면주머니를…》

녀인은 말하다말고 눈물이 목에 걸려 고개를 떨구었다.

이 녀인은 리복심이였다.

송기덕이와 헤여진 복심은 전쟁이 터진 뒤숭숭한 분위기에 묻혀 며칠동안 둥- 떠 지냈다. 그런데 가두에서 전선원호사업이 벌어졌다. 주인집녀자가 조국보위후원회 대리책임자로 되면서 복심은 자연 그의 보좌관격으로 되여 위문품을 모으러 다녔고 밤이면 세면주머니랑을 만들었다. 그런데 어제 전선에서 온 련대재정관리장편에 군관가족들모두에게 남편들의 편지가 왔으나 복심에게는 없었다. 복심은 서운한 심정을 금할수 없었다. 밤새워 세면주머니에 수놓이를 끝낸 그는 주인집에서 붙잡는것도 마다하고 행장을 차리고 역전에 나갔다. 온성쪽으로 가는 기차가 밤에 왔다는것을 알고 되돌아섰을 때 적기편대가 밀려들었다.

간성동 하수도속에 몸을 피했던 그는 공습이 끝나기 바쁘게 주인집으로 달려왔다. 집은 절반이나 허물어진채 불타고있었다. 그는 자기로도 모를 용기로 집에 뛰여들어가 시체부터 안아내왔다. 죽은 아주머니의 손에 채 수놓지 못한 세면주머니가 쥐여져있는것을 본 그는 울음을 터뜨렸다. 울면서 불속에 뛰여들어 닥치는대로 물건들을 꺼내왔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녀인의 비통한 눈길이 이따금 무너진 허청간쪽을 허둥지둥 살피는것을 보시고 그리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이불아래 두사람이 누워있는것이 알렸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조심스레 이불귀퉁이를 쳐들었다. 30대의 녀성과 대여섯살 되나마나한 소년이 잠들어있었다. 아이어머니의 얼굴은 모상을 알수 없게 피투성이였다. 나란히 누운 사내애는 입을 앙 다물고있는데 유리알같은 두눈이 감기지 않은채 물끄러미 쳐다보고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짜릿한 아픔에 숨을 그으시고 아이의 얼굴을 조심히 쓸어만지며 두눈을 감기시였다. 연한 살결이 차겁게 감촉되였다.

《장군님!》

김책이 먹장같은 얼굴로 다가왔다.

《전… 이제 출발하겠습니다.》

허리를 펴신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러한 김책이를 한참이나 여겨보시다가 돌아서시였다. 언제 왔는지 모를 평양시 내무서장을 발견하고 피해복구대책과 폭사자장례식을 조직적으로 할데 대하여 이르시였다.

김책은 부동의 자세로 김일성동지를 지켜보고있었다. 진한 고통이 흐르는 눈에는 《장군님, 장군님의 아픔을 덜어드리지 못하는것이 한스럽습니다.》하는 통탄과 함께 억센 결심의 빛이 번뜩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 시선을 느끼며 세면주머니를 내려다보시였다. 《승리》라는 글자가 불꽃처럼 안겨왔다. 전쟁승리의 래일을 그리며 한뜸한뜸 글자를 수놓았을 표상으로는 분명치 않으나 그 마음으로는 너무나 생생히 방불한 죽은 녀인을, 그 녀인의 넋을 이어 불길속에서 위문품을 건져낸 순진한 농촌녀인의 정신을 더듬어보시였다.

《장군님!》

김책이 한걸음 더 다가섰다. 거멓게 이글거리는 눈길에는 떠날것을 승인해달라는 강경한 요구와 함께 가슴아픈 집념에서 벗어 나올것을 간곡히 바라는 빛이 담겨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세면주머니가 담긴 반짇고리를 가리키시였다.

《저걸 가지고 가시오. 가서 후방의 녀인들에 대하여 말해주시오.》

그이께서는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복심이라는 녀인에게 웃음어린 시선을 주며 말씀하시였다.

《그리고 이 세면주머니 하나는 내가 가져가겠소. 반대없지.》

녀인은 가볍게 몸을 떨었다.

《장군님, 고맙습니다.…》

《고맙다는 인사는 내가 해야겠소.》

김일성동지께서는 진실로 이렇게 생각하시였다. 이 자그마한 애된 녀인, 평범하면서도 끝없이 순진한 녀인이 죽음의 선혈과 파괴의 화염이 휩쓰는 이 살풍경속에 쓰러지지 않고 시신을 꺼내오고 전선원호품을 구원해낸것은 그대로 이 나라 인민의 충성된 정신의 시위처럼 받아들여졌으며 내각청사의 옥상에 오르셨을 때부터 밀려드는 매연과 함께 짓누르던 중압과 고통을 한결 가셔주었다. 그만큼 내 인민, 내 겨레에 대한 애정이 뜨겁게 파도쳐올랐다.

그이께서는 울고있는 복심이의 어깨에 한손을 얹으시였다.

《동무 집은 어데요?》

《온성입니다.》

《온성? 그 먼데서 여긴 어떻게 왔소?》

《저… 우리게… 옆집사람을 만나려-》

《군대요?》

《네.》

《만났소?》

《예.》

고개를 떨구고 발부리만 내려다보는 녀인의 어깨가 한결 꺼져내렸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녀인의 짧은 대답속에 뭔가 심상치 않은것을 느끼시였다.

《지금 어데 있소?》

《전선에 나갔습니다.》

《소식을 받았소?》

《안… 못받았습니다.》

녀인은 머리를 더 깊이 수그렸다.

《그 사람과는 뭣이 되오?》

《…》

부옇게 재먼지가 오른 녀인의 버선발에 눈물방울이 똑똑 떨어져내렸다.

《허허… 말을 해야지.》

김일성동지께서는 애어린 녀인의 신상에 대하여 치받치는 각별한 관심과 동정을 금치 못하시였다. 녀인은 육친의 다심한 정이 배인 그 말씀에 어쩔바를 모르며 간신히 입술을 놀려 말씀올렸다.

《전에 결혼했는데… 갈라졌습니다.》

《갈라졌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호기심에 차보시였다. 여느때면 미간을 찡그리실 일이였으나 너무나 큰 재난과 슬픔의 살풍경속에서 녀인의 대답은 평화론 생활의 아릿한 향기마냥 받아들여졌다.

《왜?》

녀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눈물이 가랑한 눈길을 쳐들고 어린애가 어버이에게 하듯 말씀드렸다.

《제가 촌녀자기때문에… 전 락후합니다.》

얼른 고개를 숙이는 녀인은 어딘가 괜한 말씀을 드렸다는 부끄러움에 목언저리를 붉혔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녀인의 옹골찬 몸매며 맑은 눈, 재불에 덴듯 한 작으나 힘이 느껴지는 손을 다정히 보시다가 허리를 약간 굽히시였다.

《그 동문 여기 부대에 있었소?》

《네.》

《그래 직무는 무엇이라고 하였소?》

《소대장이랍니다.》

《이름은?》

《송기덕입니다.》

《송기덕?!》

김일성동지께서는 새삼스럽게 되뇌이시였다. 보안간부훈련소에서 만났던 그 청년이 아닌가?

《장군님!》

녀인은 약간 당황하면서도 겁먹은 눈길을 쳐들고 김일성동지를 우러러보다가 잦아드는 소리로 말했다.

《그 사람은 나쁜 사람 아닙니다. 욕하진 말어주십시오.》

김일성동지께서는 가슴이 뭉클해지셨다. 그이께서는 뜨거운 눈길로 녀인을 보며 말씀하시였다.

《그렇지, 옳아. 우리 군대엔 나쁜 사람이야 없지.》

그이께서는 녀인의 어깨를 쓰다듬어주시며 북받치는 감격을 터치시듯 밝은 음성으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걱정 마오. 동무같은 녀인을 누가 사랑하지 않겠소.

그 동무는 꼭 동무를 다시 찾아올것이요. 동무가 좋아하는 사람이니 좋은 사람일테지. 그러니 내가 말하지 않아도 물러가라고 쫓아도 올것이요. 편지도 할것이고… 나는 동무들의 사랑이 굳게 이루어지리라는걸 믿소.》

김일성동지께서는 많은 말씀을 하고싶으시였다.

전쟁과 인간에 대하여, 우리 인민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비바람 몰아치는속에서도 인간의 아름다움과 슬기는 무질러지는것이 아니라 더 활짝 꽃필것이며 반목과 질시, 무미건조대신 사랑과 화목, 넘치는 정열이 지배하게 될것이라는것도 말씀하고싶으셨다.

김일성동지께 복심이라는 녀성은 이 땅의 넋의 체현으로, 승리의 계시로 안겨들었다.

《잘 있소!》

김일성동지께서 녀인의 손을 꼭 잡아주시자 녀인은 얼굴이 빨개지며 황급히 인사말을 올렸다.

《장군님, 부디 옥체만강하시고…》

《됐소, 됐소.》

김일성동지께서는 녀인이 최대의 정중성을 담노라 나이 많은이들의 인사법을 따라외우는것이 더욱 기특하여 어깨를 또 한번 다독여주시고 자리를 뜨시였다.

자욱하게 감돌던 연기가 한결 설펴졌다. 푸른 하늘이 열리고 정오의 태양이 담담한 빛을 뿌렸다. 도처에서 복구대가 달라붙었다. 벌써 길을 내여 소방차와 자동차가 달리였다. 《팥죽집》간판을 써붙인 벽 한쪽이 뭉청 떨어져나간 집앞에서는 커다란 가마를 내걸고 불을 때고있었다. 밥잦히는 냄새가 풍겨왔다.

《영남아, 영남아.》

《와 그러우.》

사내의 거센 부르짖음에 알찬 소년의 목소리가 대답한다.

《늬 게서 뭘하니?》

《총알깝지 줏지 뭐.》

《에끼, 쌍, 손모가지 부러뜨릴라, 그 더러운 미국놈걸 집어?》

《그저께 분단총회에서 파철줏기를 결정했어. 미국놈 잡는 포탄을 만들려구.》

김일성동지께서는 차에 오르시다가 뒤에 선 김책을 돌아보시며 한결 밝은 기색으로 말씀하시였다.

《미국놈들이 이걸 알면 기절초풍할것입니다.》

그이께서는 김책의 만류를 물리치고 중화에까지 나가셨다. 이미 와 대기하고있는 위장망을 두른 군용찦차들이 보이는 거리에서 차를 세우신 김일성동지께서는 김책의 팔을 끼시고 그 차들이 있는데까지 걸어가시였다. 아무 말씀도 안하셨다. 단 한번 길가의 논머리에 세워둔 제초기를 보시고 혼자소리처럼 말씀하셨다.

《남조선농민들에게 땅은 준다 해도 전시니… 농기구와 역축보장은 걸리겠군.》

전쟁은 잊은듯싶은 기색이시였다. 펼쳐진 논판들과 산언덕들을 부감하시다가 팔을 빼며 김책이와 마주서시였다.

《부탁은 하나요. 건강하시오.》

《장군님, 마음 상하실 일에 너무 집념하지 말아주십시오. 전 그것이 걱정됩니다.》

《명심하겠소.》

김책은 만고풍상을 겪은 장령으로보다 애된 전사와 같은 태도로 경건히 거수경례를 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김책이를 와락 그러안으시였다. 김책은 얼굴을 그이의 어깨에 대고 한동안 까딱않고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 내각청사에 돌아오셨을 때는 한시 조금 지나서였다. 그이께서는 강건참모부 무선대와 결속하게 하시고 오산전투진행에 대한 보고를 받으시였다. 무전보고문은 짧았다.

《…계획대로 됨, 전투는 계속되고있음, 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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