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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번영의 길 제4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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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1건 조회 6,721회 작성일 20-04-08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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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 장

 

거목과 뿌리

 

1

 

상반년 인민경제계획수행정형을 총화짓는 중공업부문회의는 이틀째 계속되고있었다. 리웅천은 이번 회의가 마치도 강선제강소를 집중적으로 비판하는 회의처럼 생각되였다. 생산계획을 미달하여 궁지에 몰릴대로 몰린 이때 림형관이 흥남비료공장에 가서 엄청난 사고를 저질러 류안비료생산에 커다란 지장을 주고있다는 소식이 날아든것은 리웅천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하였다.

두번째날 오전회의는 처음부터 긴장한 분위기속에서 시작되였다.

《어제 회의에서 김책제철소를 비롯한 많은 공장, 기업소 지배인과 기사장들이 올해 상반년계획수행에서 나타난 우결함들을 진지하게 토론하고 국가계획위원회와 련관기업소에도 건설적인 의견들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몇달되지 않는 기간에 미진된 올해계획을 초과수행할 좋은 방도들도 제기하고 결의도 다졌습니다. 이제부터는 지금까지 발언할 기회를 얻지 못한 동지들에게 발언권을 주자고 합니다.》

내각에서 조직한 이번 회의에서 보고를 제기한 백홍건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긴장해진 회의분위기를 눅잦히려는듯 담담한 목소리로 서두를 뗐다.

백홍건은 건강을 회복하자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되였다. 새 직무에 착수하여 얼마되지 않은 어느날 위원회사업을 림시 책임지고있는 최일만은 백홍건이 중공업부문 계획사업을 맡아보게 된것만큼 그더러 올해 상반년 인민경제계획수행정형을 총화하는 중공업부문회의보고를 제기하라고 하였다. 내각에서 이 부문을 맡아보는 부수상이 최일만에게 이번 회의를 주간하라고 위임했던것이다.

《실정도 료해하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그런 보고를 제기하겠습니까?》

백홍건은 처음에 사양하려고 했으나 최일만은 보고는 이미 다 되였으니 읽기만 하면 된다고 말하였다.

백홍건은 접수할수밖에 없었다. 보고를 읽어본 그는 흥남비료공장과 강선제강소 계획미달문제가 지나치게 예리화되였다는것을 느끼긴 하였지만 사업에 착수하기 바쁘게 그런 문제를 가지고 앞으로 밤낮없이 얼굴을 맞대고 일할 사람과 마찰을 일으키고싶지는 않았다.

회의 전기간 정준택과 리웅천이 시종 침묵을 지키고있는것으로 보아 그들도 보고에 의견이 있어하는것이 틀림없었다. 그래서 그는 그들더러 의견이 있으면 서슴없이 제기하라는 뜻에서 지금껏 발언하지 않은 동지들에게 언권을 준다고 서두를 뗐던것이다.

한편 최일만은 김일성동지께서 매일매일 회의진행정형을 보고받으시는것만큼 이번 기회에 리웅천과 정준택을 연단에 끌어내여 비판을 시키려고 단단히 벼르고있었다. 그 두사람이 주동이 되여 자체로 복구하였거나 복구하고있는 강선제강소 분괴압연기와 흥남비료공장 류안계통이 은을 내기는 고사하고 나라의 복구건설에 엄중한 지장을 주고있다는것을 최일만은 그이께 기어코 증명해드리고싶었다. 그런데 그 두사람은 벙어리나 된것처럼 침묵만 지키고있었다.

최일만은 길다란 앞상을 가운데 두고 맞은편 오른쪽에 나앉은 정준택을 흘끔흘끔 곁눈질로 보았다. 삼복더위에 목단추까지 꼭 채우고서도 땀 한방울 흘리지 않는 정준택은 언제나와 같이 꼿꼿한 자세로 앉아서 자기앞에 펼쳐놓은 사업일지 같은것만 들여다보고있었다. 여유있는 태연한 자세가 최일만의 부아를 돋구었으나 그는 꾹 참았다. 그는 다시 눈을 들어 장내를 두릿두릿 살폈다. 리웅천은 어디에 앉았는지 눈에 뜨이지조차 않았다.

죄 진자는 뒤따르지 않아도 도망치려고 애쓰는 법이다. 최일만은 리웅천이 죄를 짓고 켕기니까 어디 뺑소니친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며 사납게 생긴 봉의눈을 희번득거리였다.

그러나 리웅천은 뺑소니친것이 아니였다. 그는 지금 회의장 맨 구석 김책제철소 지배인의 우람한 체구뒤에 웅크린 자세로 묵묵히 앉아있었다. 그는 지금 자기가 이 회의에 참가하게 된 자체가 사전에 짜진 각본에 따른것이 아닌가고 의심하면서 부걱부걱 괴여오르는 울분을 삭이고있었다.

그는 원래 이번 회의참가대상도 아니였다. 이번 회의에는 지배인들만 참가하게 되여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차승룡이 몸이 아프다고 병원에 덜컥 입원해버리고 말았다. 성에서는 지배인대신 기사장을 회의에 참가시키라고 불같이 독촉하였다. 리웅천은 어쩌는수 없이 회의에 참가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지금까지 다달이 계획을 미달해온것만큼 회의에서 칭찬을 받으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비판을 받을것도 각오했다. 그런데 그 비판이란것이 도저히 참기힘들 정도로 가혹하고 일면적이였다. 계획을 미달한 원인과 후과의 엄중성을 분석한것을 보면 몸서리가 쳐질 정도였다. 그때에야 비로소 차승룡이 왜 갑자기 입원했는가 하는것이 명백해졌다. 그는 비판의 모든 화살이 기사장한테 집중될것을 타산한것이 분명하였다.

최일만은 회의가 진행되는 기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선제강소 계획미달의 장본인으로 리웅천을 점찍고 비판을 들이댔다.

리웅천은 한마디도 응수하지 않았다. 아니 응수할수도 없었다. 그것은 언젠가 차승룡이 추가계획문제를 가지고 자기를 《훈시》할 때처럼 이번에도 그들의 비판이 죄다 근거가 있었기때문이였다. 그러면서도 그 비판을 하나도 접수할수 없는것이 그의 말못할 고충이고 고민이였다. 차승룡이와 이야기할 때에는 자기앞에 함정이 있다고 어렴풋이 느끼는 정도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그 함정이 바로 자기앞에 아가리를 쩍 벌리고있다는것을 그는 똑똑히 알고있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처지에 몰린 리웅천은 차라리 입을 다물고있으리라 작정했다. 그래서 그는 회의 첫날부터 회의장 맨 구석에 머리를 틀어박고 죽은듯이 자리지킴이나 하고있었다.

백홍건이 저으기 동정어린 목소리로 지금까지 발언할 기회를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게 발언권을 준다고 특별히 강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장내에는 발언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회의장에는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만큼 긴장한 정적이 흐르고있었다.

다혈질인 최일만은 숨막히는 정적이 참기 힘든듯 자주 몸을 좌우로 비틀며 이 사람 저 사람과 눈길을 맞추려고 집요하게 쏘아보군하였다. 그러나 누구도 그의 눈길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다. 다시 그의 눈길이 맞은편 왼쪽에 앉은 반군복차림의 한사람에게 딱 멎었다. 최일만이 중공업성에서 부상을 할 때 국장을 한 사람이였다. 최일만은 자기와 잘 통하는 그에게 오늘 회의에서 중요한 발언을 하라고 이미 귀띔을 준바가 있었다. 그 사람은 최일만의 그 신의를 저버릴수 없었던지 마침내 침묵을 깨뜨리고 자리에서 무겁게 몸을 일으켰다.

《오늘 이 회의가 매우 적절한 시기에 열렸다고 생각합니다. 3개년계획수행에서 결정적의의를 가지는 올해 인민경제계획을 수행하는가 못하는가 하는것은 지난 기간의 사업에서 나타난 우결함을 어떻게 찾고 어떤 개선대책을 세우는가 하는데 달려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나라 전후복구건설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있는 강선제강소가 계획미달의 원인을 똑바로 찾는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볼이 능글맞게 축 처진 그 사람은 널직이 그물을 던지고 줄을 조심스럽게 슬슬 당기였다. 그것은 고기를 놀래우지 않고 잡아내는 투망군들이 흔히 쓰는 수법이기도 하였다. 그 사람은 투망군이 그물속에 든 고기를 노려보듯이 회의장구석에 머리를 틀어박고있는 리웅천을 넌지시 내려다보고는 마침내 본론에로 들어갔다.

《강선제강소 기사장동무는 성에까지 올라와서 계획이 높다느니 뭐니하면서 해보지도 않고 시비질을 하면서 돌아치였습니다. 그렇다면 강선제강소가 계획을 미달한것이 계획이 높기때문인가?

문제를 이렇게 세운다면 강선제강소는 어느때 가서든지 결함을 고칠수 없습니다. 내가 보건대 강선제강소가 계획을 미달한 기본원인은 계획이 높은데 있는것이 아니라 매일같이 설비사고를 일으키는데 있습니다. 오늘 현재도 강선제강소 분괴압연기는 서있습니다. 설비사고를 일으켰기때문입니다. 강선제강소 기사장은 바로 이것을 책임져야 합니다.》

리웅천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있었다.

최일만은 리웅천이 속이 뜬뜬해서 침묵을 지킬수록 화가 치밀어올랐다. 그는 리웅천이 고집스러운 그 침묵으로 보란듯이 자기에게 도전하고있다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하기에 그는 그 침묵을 도저히 용서할수가 없었다.

최일만은 자기가 직접 나서기로 결심하였다.

《강선제강소의 계획미달원인을 설비사고에서 찾는것은 원칙적으로 틀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최일만은 수첩을 꺼내들었으나 그것을 볼대신 그것으로 정준택이 나앉은 앞상자리와 리웅천이 앉은 구석쪽에 로골적으로 삿대질을 하며 목청을 돋구었다. 《그러나 문제의 엄중성은 설비사고 그 자체에만 있는게 아니고 그 사고를 빚어내는 사람에게 있습니다. 설비사고는 고치면 되지만 그 사고를 빚어내는 인간이 건재해있는 이상 사고는 끊임없이 계속될것입니다. 그 생동한 실례가 흥남비료공장 폭발사고입니다. 여기 앉은 동무들은 얼마전에 흥남비료공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가 류안비료생산에 막대한 지장을 주었다는것을 보고를 통해 이미 알았을것입니다. 그러나 보고에는 폭발사고를 일으킨 장본인이 누구였는가 하는것은 밝히지 못했습니다. 그때까지도 그것이 밝혀지지 않았기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을 공개할수 있게 되였습니다. 리웅천기사장!》

불시에 최일만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벼락치듯 리웅천의 머리우에 떨어졌다. 리웅천은 머리를 더욱 깊숙이 떨구었을뿐 그이상 다른 동정은 보이지 않았다. 회의장 구석짬에 머리를 짓수그리고 앉은 리웅천을 찾아낸 최일만은 금시 잡아먹을것처럼 그를 노려보았다.

《인명사고까지 낼번한 흥남비료공장의 엄중한 사고는 리웅천기사장이 파견한 강선제강소 용접공들이 일으킨것이였습니다. 림형관, 신철이라는 자들인데 이자들은 이미 강선제강소 분괴압연직장 조립시에도 사고를 일으킨바 있었습니다. 다행히 그때의 사고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이번 비료공장사고는 그에 대비할수 없는 엄중한 사고였습니다. 림형관은 더는 빠질수 없게 되자 자기의 죄행을 인정하였습니다.

이번에 조사해본데 의하면 흥남사고는 정준택동무의 무책임성, 무경각성과도 관련되여있습니다.》

최일만의 련속되는 날카로운 지명공격에 모두들 깜짝 놀랐다. 사람들은 일시에 정준택이 앉은쪽을 바라보았다. 정준택은 부자연스럽게 굵은 검정테안경을 자꾸 밀어올리며 꼼짝 않고 앉아있었다.

회의분위기는 팽팽해졌다. 사람들은 돌발적인 사태에 당장 어떻게 대할지 몰라서 어리둥절해진것이였다. 회의흐름이 이렇게 번져질줄을 전혀 예상 못했던 백홍건의 경우 더욱 그러하였다.

《정준택동무는 비료공장복구때문에 현지에 나가있으면서 형제국가들에서 온 기술자들이 비료공장복구를 도와주는것을 고맙게 생각할 대신 크게 믿을것이 없다는식으로 은근히 비방하면서 돌아치였습니다. 외국기술자들이 자기 나라에서 특수용접봉을 가져다가 고압관 특수용접을 하는것도 달가와하지 않았습니다. 쩍하면 외국기술자들이 속도를 보장하지 못한다느니 열성이 없다느니 하면서 마치도 비료공장조업이 늦어지는것이 그들때문인듯이 여론을 돌리고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이 그런가?》

최일만이 목청을 돋굴수록 비판을 받는 정준택보다 회의를 주관하는 립장에 선 백홍건이 오히려 더 바빠하는것 같았다. 그는 고개를 떨구고 안절부절 못했다. 그는 마치도 자기때문에 정준택이 부당한 비판을 받는것만 같았다. 전후복구건설에서 어느 부문보다 가장 중요하고 첨예한 화학건재공업부문을 정준택에게 인계한 다음부터 백홍건은 그를 보기가 늘 미안하였다. 그런 백홍건이로서는 정준택이 비판받는것을 보니 차라리 그 매를 자기가 맞고싶은 심정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 현지에 나가서 료해할데 대한 과업을 주시였기때문에 제가 직접 흥남에 내려가서 알아보았는데 류안비료생산이 지연된 원인은 딴데 있지 않습니다.》

최일만은 기가 돋아서 력설하였다. 《그 무슨 비료의 생산성을 높인다면서 0.5%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전처리탑이란것을 새로 만들어붙였는데 보잘것없는 그 설비조차 도저히 믿음성이 가지 않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백홍건동무가 이미 제기한 보고에 구체적으로 언급되였기때문에 더 말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번 폭발사고역시 정준택동무의 외국기술자들에 대한 불신과 남반부에서 들어온 사람들의 허튼 소리를 똑바로 가려듣지 못하는 비계급성, 무경각성에 그 원인이 있다는것을 특별히 첨부할뿐입니다.

정준택, 리웅천, 림형관, 신철의 죄행은 백일하에 드러났습니다. 리웅천, 정준택은 충청도와 경기도출신들로서 우선 경력이 애매합니다.…》

그때 장내가 웅성거리였다.

최일만은 자기가 지나치게 내달았다는것을 의식하고 조금 누그러져서 흥남비료공장과 강선제강소가 계획을 미달한 책임이 정준택과 리웅천에게 있다는것을 몇가지 객관적인 자료를 들어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저는 흥남비료공장사고와 관련하여 림형관과 신철이와 같은 암해분자들이 관계한 강선제강소 분괴압연직장 설계와 설비들도 검토하고 이자들과 이자들을 조종한 리웅천, 정준택을 엄중히 처벌할것을 제기합니다. 리웅천에게는 그밖에도 건설을 망탕 하여 귀중한 자금과 자재를 랑비한 엄중한 죄과도 있습니다.…》

백홍건은 최일만이 자기의 이름까지 꺼들면서 리웅천과 정준택을 닦아세울 때마다 마치도 쇠꼬치로 단근질을 당하는 심정이였다. 그는 누구보다도 리웅천과 정준택을 잘 알고있었다. 하기에 그 두사람이 그 어떤 암해책동의 배후조종자처럼 몰리는것을 도저히 인정할수 없었다. 그는 어찌하여 파악도 없는 최일만이와 한편에 서서 리웅천이나 정준택을 궁지에 몰아넣는 하수인이 되였는지 도무지 리해할수 없었다.

그는 활활 달아오르는 얼굴을 간신히 쳐들고 구석쪽에 앉은 리웅천을 바라보았다.

리웅천은 치밀어오르는 격분과 그것을 혼자서 묵새기려는 안깐힘으로 하여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지고있었다. 지금 그의 내심에서는 복잡한 생각들이 엇갈리고있는것이 틀림없었다.

(참아야 한다.)

사실 리웅천은 혀를 깨물며 몇번이나 속으로 이렇게 자신을 다잡고있었다. 자기자신을 다잡지 못하면 김일성동지께서 깊이 관심하시는 이번 회의의 분위기가 흐려지리라는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었다. 그리하여 그는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느라고 정신적고통과 함께 거의나 육체적고통까지 느꼈다.

《의견들이 있으면 더 제기하시오.》

집행부에서 누구인가 말하였다.

리웅천은 더는 그대로 앉아있을수 없었다. 앞에 놓인 의자의 등받이를 두손으로 꽉 틀어잡은 그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장내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였다.

《강선제강소가 국가계획위원회가 시달한 계획을 현재까지 계속 미달하고있는데 대하여 저는 깊은 책임을 느낍니다. 그리고 강선제강소가 이러저러한 설비사고로 하여 생산정상화에 지장을 받고있다는것도 인정합니다. 강선제강소가 우리 당 경제건설의 기본로선을 관철하는데서 중요한 위치를 담당하고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를 튼튼히 지켜내지 못하고있는데 대하여 저는 매우 가슴아프게 생각합니다.》 리웅천의 목소리는 첫 마디부터 높았고 흥분으로 하여 떨리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저는 이 자리에서 반드시 명백히 하여야 할 몇가지 점들에 대하여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그 하나는 우리 강선제강소가 국가계획위원회가 추가시달한 압연강재생산계획은 비록 미달하고있지만 인민경제 모든 부문에서 전쟁전 수준을 회복할데 대한 3개년계획의 높은 목표에는 이미 도달하였을뿐아니라 그 높은 목표를 훨씬 초과하여 수행하고있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수자가 잘 말해주고있습니다. 우리 분괴압연직장에서는 올해에 들어와 현재까지 1만 8,000t이상의 강편을 생산하였습니다. 년말까지는 2만t이상을 생산하게 될것입니다.

이것은 전쟁전 한해 생산량인 1만 6,000t의 1.2배이상입니다.》

장내에 가벼운 흥분의 파도가 스쳐지나갔다.

《우리는 이미 전쟁전 수준을 돌파하였을뿐아니라 1.2배이상으로 그 목표를 뒤에 떨궈놓고 앞으로 내달리고있습니다. 다른 하나.》

리웅천은 갈증에 시달린 사람처럼 침으로 타는듯 한 목을 추기며 잠시 숨을 돌리였다가 계속하였다.

《다른 하나, 우리 강선제강소 특히 분괴압연직장에서 조업개시직후 자주 발생한 설비사고에 대하여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건설대상을 조업하면 생산공정을 짜고 시제품을 생산하며 기대에 익숙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간을 준다는것은 초보적인 상식입니다. 아이들이 팽이치는것도 먼저 몇번 련습해보아야 하는데 하물며 강괴를 달쿠고 압연기를 돌리는것과 같은 복잡하고 높은 기술이 요구되는 일을 시운전을 해볼 시간도 주지 않고 조업개시 이튿날부터 생산과제를 주고 당장 생산하라고 하니 어찌합니까. 설비가동이 정상화되기도 전에, 운전공들이 기대에 낯을 익히기도 전에 생산과제를 받아안고 만부하를 걸려고 하니 설비에 무리가 가고 사고가 날수밖에 없습니다.》

《사고책임을 우에다 넘겨 씌우자는거요? 뉘기한테 험테기를 씌우자는건가?》

흥분한 최일만은 표준어로만 말하리라 주의하고있던것도 잊어버리고 일상생활의 습벽대로 사투리를 마구 섞어가며 씨벌였다.

그러나 리웅천은 숙어들지 않았다. 그는 일단 내친 걸음에 평소에 자기가 생각하고있던것도 기탄없이 털어놓기로 결심하였다.

《최일만동무는 외국의 원조에 대한 환상에서 아직도 깨나지 못하고있습니다. 저는 강선제강소 분괴압연직장조업식날 현장에 나와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외국사람들과 밀려다니면서 로어로 말하고 우리 로동자들이 대다수인 연회에서 로어로 축배사를 한 최일만동무에 대하여 강선의 로동계급이 대단히 분개해하였다는것을 말씀드립니다. 저는 우리 강선로동계급의 이름으로 최일만동무의 사대주의근성을 규탄합니다!》

《뭐… 뭐…》

최일만은 갑자기 숨구멍이 막혀버린듯 외마디소리만 질렀다. 땀에 떠서 번들거리는 그의 너부죽한 볼편이 푸들푸들 떨리고 짙은 눈섭이 경련을 일으켰다. 그는 분격은 참지 못해 씨근거리며 외마디소리를 련발하다가 소리쳤다.

《동무, 그따위 강새(생억지)를 쓰면 단가? 여기가 어ㅡ 어디라고…》

그러거나 말거나 리웅천은 태연한 표정으로 하던 말을 계속하였다.

《최일만동무는 흥남비료공장 류안계통복구를 파탄시킨 굉장한 범죄조직이나 들춰낸것처럼 력설하는데 저는 인정할수 없습니다. 우리 림형관동무나 신철동무는 수령님께서도 잘 아시는 우리 강선제강소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공이고 기술자입니다.

수령님께서는 그들의 혁신적발기와 애국적소행에 대하여 이미 강선제강소 분괴압연직장복구당시에 보증하시였습니다.》

《그 보증을 배신하였다는데 문제의 엄중성이 있단 말이요.》

최일만이 리웅천의 열변을 중단시키며 웨쳤다.

《배신하였다구요?》 리웅천은 꺼리껌없이 최일만을 쏘아보았다. 《나는 인정할수 없습니다. 깊이 알아보지도 않고 사람들에게 정치적감투를 씌우고 모해하는것은 당의 통일단결을 엄중히 저해하는 행위입니다. 이러한 행위는 절대로 용서할수 없습니다.》

《본인이 죄과를 자백했는데 동무가 뭐기에 인정할수 없다고 강새를 부리는가?》

최일만이 다시 끼여들었으나 리웅천은 우정 듣지 못하는듯이 딴전을 부리며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뒤이어 황해제철소 기사장과 정준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황해제철소 기사장은 자기 기업소의 조괴장 설비능력을 비롯하여 중요설비들의 능력은 따져보지도 않고 8만t이란 엄청난 강괴생산계획을 실정에 맞지 않게 준데 대하여 국가계획위원회를 비판하였다.

정준택은 흥남비료공장에서 발생한 엄중한 폭발사고는 전적으로 자기한테 책임이 있다고 하면서 자기가 범한 과오를 남에게 넘겨씌울수는 없다고 하였다. 그는 흥남비료공장의 사고를 강선제강소와 련결시키는것은 인식론적으로나 실천론적으로나 부당하고 또 유해로우며 더우기 자기네 사고를 의식적인 해독행위로 보는것은 좀 더 심사숙고해야 할 문제라고 하면서 최일만의 주장을 조용하나 맵짠 어조로 론박했다.

《강선제강소 기사장동무가 최일만동무의 사대주의에 대하여 신랄히 비판하였는데 저역시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자기의 힘, 자기 인민의 힘을 믿을 대신 외국의 원조와 기술만 쳐다보면서 거기에만 의존하려는 사상은 매우 위험하며 복구건설사업에 큰 지장을 주고있다는것을 알아야 합니다. 흥남비료공장에 온 외국기술자들속에 과연 과학기술에 대한 신비주의를 은근히 퍼뜨리는 현상이 없는가, 빨리 달려나가려는 우리 로동계급의 열정에 호흡을 맞추지 못하여 실질적으로 복구건설에 지장을 주는 현상이 없는가, 물론 우리는 그들이 우리의 복구건설을 성심성의 도와주는데서 큰 고무를 받고있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그에만 의존하고 강선로동계급과 같이 자기 힘으로 난관을 극복해나가겠다는데 대하여 언제나 색안경을 끼고 보면 절대로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백해무익합니다.》 정준택은 잠시 숨을 돌리였다가 안경을 한번 밀어올리고는 차분한 어조로 계속하였다. 《최일만동무는 흥남비료공장에 새로 설치한 전처리탑을 보고 보잘것이 없다느니, 믿음성이 없다느니 하고 비난했는데 매우 옳지 않습니다. 물론 사고를 일으켜 비료생산에 지장을 준데 대해서는 제가 전적으로 책임집니다. 저는 어떤 처벌도 달게 받겠습니다.》

《그거면 다지 구차스레 무슨 변명인가?》

최일만이 사납게 뇌까렸다. 정준택은 잠시동안 서늘한 눈길로 최일만을 보다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이것은 변명이 아니라 원칙적문제입니다. 0.5%의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한 설비를 어떻게 보는가 하는것은 우리 당 경제건설의 기본로선을 어떤 관점을 가지고 관철하려는가, 우리 자체의 힘과 지혜로 가장 현대적인 최신기술을 도입할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원칙적문제이며 사상문제입니다.

오늘의 비료 몇천t을 위해 래일의 수천수만t의 비료가 더 쏟아져나올 설비를 보잘것 없는것으로 보아서는 안됩니다. 어떻게 목전의 리익만 보면서 후대들에게 불순물이 스며나올 그런 설비들을 넘겨준단 말입니까? 절대로 그럴수 없습니다.…》

정준택의 목소리는 날카롭게 울리였다.

최일만이 그의 말에 간간이 끼여들었으나 이제는 벌써 김이 빠진 자기 변호의 궤변에 지나지 않았다. 회의분위기가 리웅천이와 정준택에게 유리하게 번져가고있다는것이 이제는 누구에게나 뻔했다.

회의가 목적했던것과는 달리 왕청같은 곳으로 기울어지자 누구보다 당황하고 초조해진것은 한윤호였다. 그는 리웅천이 회의 첫날부터 뒤구석을 차지하고 노상 입을 다물고있는것이 께름하다고 짐작은 했으나 그가 회의를 이처럼 예상밖의 방향으로 비틀어놓을줄은 몰랐다. 그는 마음 같아서는 리웅천을 호되게 답새겨주고싶었으나 그럴만한 용기도 나지 않았고 그렇게 할수 있는 신통한 근거도 잡아낼수 없었다.

최일만의 옆에 앉은 백홍건은 리웅천이나 정준택의 발언에 전적으로 공감이 갔으나 회의보고를 제기한 립장에서 그들을 옹호할수도 없었다. 다만 그들이 제기하는 신랄한 비판을 모두 자기에 대한 비판으로 접수하는것으로 그칠수밖에 없었다.

백홍건은 깊은 파악도 없이 최일만이 내주는 보고를 제기하고 그들과 동조한것을 가슴저리게 후회했으나 수습하기에는 이미 때가 늦었다는것을 깨달았다. 그는 그닥 덥지도 않은 방안에서 비지땀을 철철 흘리며 자책과 괴로움속에 모대기였다.

그는 리웅천이나 정준택에게 자기의 실책을 사죄하고싶었다.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온몸은 전혀 움직여지지를 않았다.

 

김일성동지께서 오후회의에 참석하시였다.

오후회의에서도 국가계획위원회 책임일군들에 대한 비판이 많이 제기되였다.

《백홍건동무, 무슨 할 말이 없소?》

회의가 끝나갈무렵 그이께서 물으시는 말씀이 장내에 조용히 울리였다. 백홍건은 달아오른 얼굴을 쳐들었다. 그이께서 저으기 심려어린 눈길로 지켜보고계시였다. 백홍건은 갑자기 눈물이 핑그르르 도는것을 간신히 참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장내의 모든 눈길이 자기를 쳐다보고있다는것을 의식하였다.

《수령님, 제가 보고를 잘못 제기한것 같습니다. 흥남비료공장 전처리탑설치문제를 시비한것은 옳지 않습니다. 저는 잘 알지도 못하고…》

《앉소. 다른 동무들은 의견이 없습니까?》

그이께서 백홍건의 자기비판을 가볍게 막고 장내를 둘러보시였다. 장내에 다른 의견이 없다는것을 확신한 그이께서는 자리에서 일어서시였다.

그이께서는 인민경제 부문별회의가 끝난후 다시 전부 모여서 부문별사이에 호상 련관된 문제를 토의하자고 하시면서 그때 제기된 모든 문제들에 대하여 결론을 주겠다고 하시였다. 그런 다음 오늘 회의에서는 제기된 몇가지 문제에 대해서만 언급하겠다고 전제하시고 우선 올해 인민경제계획을 세우는데서 나타난 결함들과 그 원인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분석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오늘 많은 기업소들에서 생산계획을 하지 못하는 주되는 원인은 기업소 일군들이 무책임하게 일하는데 있는것이 아니라 중앙에서 계획을 잘못 세워놓고 그것을 아래에 관료주의적으로 내리먹이는데 있다고 지적하시면서 구체적인 실례들을 드시였다. 그이께서는 계획사업에서 나타난 결함의 중요한 원인은 국가계획위원회나 성, 관리국들의 관료주의적사업작풍과 성, 국들의 기관본위주의에 있다고 말씀하시였다.

그이께서는 계속하여 성, 국들과 공장, 기업소들에서 올해 계획을 완수하는데서 반드시 틀어쥐고나가야 할 문제들에 대하여서도 일일이 가르쳐주시면서 마지막으로 강선제강소와 흥남비료공장문제가 중요하게 제기된데 대하여 언급하시였다.

《오늘 강선제강소문제가 많이 론의되였는데 그것은 강선제강소에 나가서 그곳 로동계급들과 담화도 해보고 현장실정도 구체적으로 료해한 다음 결론하려고 합니다. 흥남비료공장의 사고가 강선제강소와 련관된것인가, 강선사람들의 의식적인 해독행위인가 하는것도 그때에 가서 봅시다.

다만 이 자리에서 명백히 해야 할것은 내가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문제이지만 나라의 복구건설에서 주인은 어디까지나 우리 자신이라는것입니다. 물론 형제국가들이 우리의 복구건설을 도와주는데 대하여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하여 원조에만 기대를 걸면서 주인이 제구실을 똑바로 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런 의미에서 강선제강소동무들이 순전히 제힘으로, 그것도 가장 현대적인 분괴압연기 가열로를 일떠세웠고 흥남비료공장 복구에도 참가하여 외국기술자들만 할수 있다는 특수용접을 스스로 맡아한데 대하여 높이 평가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 엄중한 사고를 저질렀다고 하니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그것이 의식적인 해독행위인가 아니면 다른 어떤 사정에 의하여 빚어진것인가 하는데 대하여 론의가 많았는데 그것은 더 두고보아야 합니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것은 아무리 혁신적인 발기라 하여도 그것을 실현하는 과정에는 실패도 있을수 있다는것입니다. 첫술에 배부를수야 없지 않습니까.

이와 관련하여 특별히 강조하고싶은것은 책임일군일수록 사람문제취급에서 신중해야 한다는것입니다. 몸의 상처는 아물면 되지만 마음속의 상처는 오래동안 흔적을 남기면서 사람을 괴롭힙니다. 이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이께서는 말씀을 멈추고 다시 장내를 둘러보시였다. 장내에 깃든 정적과 사람들의 얼굴마다에 비낀 신중한 표정은 그들모두가 수령님의 말씀 한마디한마디를 얼마나 깊이 새겨듣고있는가 하는것을 잘 보여주고있었다.

《나라의 복구건설을 다그쳐나가는데서 우리가 항상 명심하여야 할것은 오늘의 복구건설이 단순히 원상회복의 복구가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원대한 복구로 되여야 한다는것입니다. 오늘은 비록 간고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이 땅에 나라와 민족이 영원히 번영할 터전을 튼튼히 다져놓아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흥남비료공장을 복구하면서 대담하게 전처리탑을 새로 설치한것을 적극 지지합니다. 다른 의견이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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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위에서 계속)

그이께서 웃으며 다시 장내에 물으시였다. 모두 의견이 없다고 말씀드렸다. 최일만도 어쩔수 없이 그 흐름에 합류하지 않을수 없었다.

회의가 끝나자 사람들은 모두 그이께 인사를 올리고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회의장을 나섰다.

그런데 정준택만은 회의장을 뜨지 못하고 머뭇거리였다. 그의 얼굴에는 자책과 번민, 고뇌의 빛이 짙게 어려있었다.

그이께서는 오전회의에서 최일만이 목에 피대줄을 돋궈가며 정준택을 불순분자라고 공격하였다는것을 이미 료해하고계시였다.

《수령님, 제가 일을 쓰게 하지 못하는것 같습니다.》

정준택은 고개를 떨구고 침통한 어조로 말씀드렸다.

《일부 사람들이 정동무에 대하여 이러쿵저러쿵 한다는데 너무 신경을 쓸것이 없소.…》

그이께서는 정준택에게로 몇걸음 다가가며 핀잔을 주듯 말씀하시였다. 하지만 그 어조에는 어쩔수 없이 수모받는 자식을 두고 가슴쓰려 하는 어버이의 심정이 그대로 스며있었다. 그이께서는 정준택의 두눈에 눈물이 어리는것을 보시였다.

정준택은 더는 자신을 다잡지 못하고 오열을 터뜨리였다. 언제나 말이 없고 고정하던 사람이 설음을 터뜨리자 그이께서는 갑절이나 가슴이 아프시였다.

《정동무.…》

그이께서는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불러놓았으나 억이 막혀 말이 나가지 않으시였다.

정준택은 간신히 자신을 억제하며 얼굴을 들었다.

《수령님.》

정준택의 목소리는 떨리고있었다. 그는 수령님앞으로 한걸음 다가서더니 두손을 바지혼솔에 딱 붙이고 부동의 자세로 꼿꼿이 섰다. 그 표정과 자세는 말할수 없이 엄숙하였고 비장하기도 하였다.

《수령님, 저는 그 언제나 오직 수령님 한분만을 믿고 일하겠습니다. 더는 아무 생각도 없습니다.… 저는 한평생 수령님께 충실하다가 죽겠습니다.》

그이께서는 정준택을 처음 보기나 하는것처럼 한동안 눈물어린 그 얼굴을 바라보시였다. 그러다가 바지혼솔에 딱 붙인 정준택의 손을 앞으로 끌어당기며 꼭 쥐여주시였다.

《정동무, 당은 동무를 믿소. 당이 있는 한 그 누구도 동무를 다치지 못하오. 그러니 마음을 놓고 일을 잘하시오.》

그이의 목소리도 격정에 북받쳐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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