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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번영의 길 제4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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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1건 조회 2,768회 작성일 20-04-07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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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그무렵 백홍건의 집에서는 뜻하지 않게 부부사이에 언쟁이 벌어졌다. 언쟁이라고 해야 목소리를 높인다든가 크게 신경을 건드리는것은 없었지만 아이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웃방에서 울려오는 부모들의 언쟁에 귀를 강구고있었다.

리옥순은 원래 남편이 료양을 떠날 때부터 려행용가방에 책들만 잔뜩 꿍져넣는것을 마음싸하지 않았었다.

《료양이 아니라 대학공부하러 떠나는 사람 같구려.》

안해는 어이가 없어 한마디 비치였다.

《하긴 의학공부도 해야겠소. 나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도 말이요.》

백홍건은 이러며 의학책 하나를 쳐들어보이였다. 마음이 무던하고 락천적인 남편은 안해앞에서도 롱담과 익살로 고집이 센 안해를 곧잘 얼려넘기군 하였다.

《의학책? 이것도 다 의학책인가요?》

리옥순은 가방에 채워넣으려고 쌓아놓은 책들을 가리켰다. 그것은 대부분이 벽돌, 세멘트생산과 관련된 잡지, 도서들이였다. 그 부문의 외국도서들도 적지 않았다.

《심심할 때 좀 보자는거지.…》

백홍건은 반죽좋게 싱긋 웃었다. 사실 백홍건은 화학건재공업상을 할 때부터 화학기술자로서 화학은 좀 알지만 건재공업부문을 잘 알지 못하는것이 가장 큰 애로였다.

강남요업공장을 건설할 때 그것을 절실히 체험한 그는 바쁜 속에서도 짬짬이 건재공업부문에 대한 독서에 열중하였다.

화학건재공업상 직책을 정준택에게 인계하고 전문 병치료를 하고있는 그는 지금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건재공업을 몰라가지고서는 전후복구건설의 방대한 과제를 성과적으로 수행할수 없었던것이다.

백홍건은 이번 료양기간이야말로 건재공업부문 전문지식을 습득하는데서는 다시 없는 절호의 기회라고 타산했었다. 그래서 향학열에 불타던 청춘시절처럼 가슴을 울렁거리며 안해를 얼려서는 책들을 준비해 가지고 료양소로 떠났던것이다.

처음에는 모든 일이 뜻대로 잘되는듯 싶었다. 그러나 료양소에서 며칠이 지나기 바쁘게 의료일군들이 그를 통제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백홍건이 신경이 예민하여 잠을 이루지 못하는 중요한 원인의 하나가 지나친 독서에 있다고 판단했던것이다.

할수 없이 백홍건은 오락과 학습을 배합하기로 하였다. 그 오락이라는것이 바로 바이올린을 타는것이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악기를 만드는것이였다. 의료일군들도 백홍건이 손재간이 좋고 악기에 상당한 조예를 가지고있다는것을 알고는 치료체육삼아 악기만드는것만은 허락하였다.

생활이 다양해지고 잠도 잘 자기 시작하자 의료일군들은 학습에 대한 통제도 좀 늦추었다. 그 기회를 타서 백홍건은 직심스럽게 공부하였다. 그 과정에 그의 머리속에서는 벽돌의 질을 한단계 높일수 있는 한가지 좋은 안이 떠올랐다. 전후복구건설과 함께 벽돌생산량은 비약적으로 늘어났지만 질이 그에 따라서지 못하는것이 큰 문제였다. 건설장들에서 마사지고 부서진 벽돌들이 쌓이는것은 그만큼 벽돌의 질이 높지 못하다는것을 말해주고있었다.

백홍건은 자기의 착상을 하루라도 빨리 실현시키고싶은 열망으로 가슴을 불태웠다. 잠도 오지 않았고 밥맛까지 잃고말았다. 날로 수척하여지는 료양생을 두고 모두들 걱정하였다.

《아무래도 전문과치료를 받아야 하겠습니다. 료양기일도 거의다 갔으니 앞당겨 퇴소시켜주십시오.》

백홍건은 거듭 요구하였다. 의료일군들도 더는 어쩌는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백홍건은 끝내 료양마감날자를 열흘 앞두고 퇴소하여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던것이다.

《전문과치료를 받겠다고 하니 그 사람들도 어쩌지 못하더군. 전문과치료라는것이 나에게서는 바로 일이라는것을 그들은 모르더란 말이요. 하하하.》

백홍건은 통쾌하게 웃었다.

언쟁이 일어난것은 바로 이때문이였다.

《휴양을 보내도 닷새를 채우지 못하고 입원을 해도 열흘을 넘기지 못하더니 이젠 료양을 갔다가도 도중에 돌아와요? 아이들 놀음인줄 아세요? 그러고도 무엇이 장해서 그렇게 웃어요?》

안해는 발끈해서 남편에게 들이댔다.

《여보. 제발 탈주자나 잡은것처럼 소리치지 마오. 한달만에 만난 남편앞에서 버릇없이…》

백홍건은 안해의 발그레 상기된 볼을 손가락으로 슬쩍 건드리며 능청을 부리였다.

애무가 섞인 그런 롱질이 언제나 안해를 진정시키는데 효과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것이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를 빚어냈다.

리옥순은 홱 돌아서더니 설음에 북받친 어조로 한탄하는것이였다.

《이젠 속이다 못해 의사들까지 속이고… 어쩌면 그럴수 있어요? 모두들 병을 고쳐주자고 그처럼 애쓰는데…》

《여보, 내가 의사들을 속이다니. 무슨 그런 끔찍한 소리를 하오?》

백홍건은 펄쩍 뛰는 시늉을 하였다.

《그럼 래일부터 전문과치료를 받으세요.》

《받겠소. 받겠단 말이요. 나에게선 전문과치료라는것이 다름아닌 일이라는것을 당신도 알지 않소. 래일부터 강남요업공장에 나가겠소. 나한테 벽돌의 질을 높이기 위한 좋은 안이 있단 말이요》

백홍건이 강남요업공장에 나가겠다고 한것은 큰 실언이였다.

약이 오를대로 오른 안해는 당장 수화기를 들고 병원에 모든것을 그대로 일러바칠 태세를 취하였다.

《제발 떠들지 마오. 조용히 의논해보기요. 이럴 땐 신통히 뿔난 망아지야. 허허허.》

백홍건이 바그르 끓어오르는 안해를 간신히 눅잦히고있을 때 바로 주인홍이 널대문을 열고 마당에 들어섰다. 주인홍은 밖을 내다보는 리옥순에게 수령님께서 오시였다는 놀라운 소식을 알려주었다.

《수령님!》

리옥순이 김일성동지를 마중하여 달려나갔다. 그와 동시에 방문들이 벌컥벌컥 열리며 식구들이 뛰쳐나왔다.

《모두들 잘 있습니까. 자, 빨리들 집안에 들어갑시다. 감기들겠습니다.》

그이께서는 백홍건의 인사를 받으시고는 그들의 자녀들인 두 어린것을 량팔에 껴안으시고 서둘러 방안으로 들어서시였다.

《바쁘신 수령님께서 이 밤에… 정말 죄송합니다.》

그이께서 리옥순이 권하는 방석도 밀어놓고 방 웃목에 그대로 앉으시자 백홍건이 머리를 수그리며 황송스레 말씀을 올리였다.

《오늘 만경대에 나가 할아버님병문안을 하다가 백동무생각이 나서 들렸습니다. 그래 병세는 어떻소? 아직도 병색을 다 벗지 못한것 같구만.…》

《수령님, 걱정마십시오. 이제는 아픈데도 없습니다. 나라를 복구하느라고 모두들 수고하는데…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백홍건이 거듭 자책의 말씀을 올리자 그이께서는 사람이 일하다가 앓을수도 있는데 뭘 그러느냐고 가볍게 나무람하시였다.

《그래 그사이 어떤 치료를 받았소?》

그이께서는 나라의 중책을 지닌 일군들의 치료정형에 대해서 정상적으로 보고를 받고있었지만 본인에게 다시 물으시였다.

백홍건은 병원에서 치료받은 정형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였다.

《병원측의 요구가 보통이 아닙니다. 치료를 받아 병이 다 나았는데도 다시 료양까지 가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백홍건은 점점 활기를 띠였다. 언제나 호감을 주는 서글서글한 표정이 오랜 기간 치료를 받고난 이후의 지금에 와서는 이전보다 더 명랑해지고 씩씩해진듯 싶었다. 그의 인상적인 커다란 눈이 시종 생기를 띠고 열정적으로 번쩍이였다.

《료양을 갔댔소?》

그이께서 물으시였다.

《예.》

《며칠이나 료양을 했소?》

그이께서 파고들듯이 물으시였다.

백홍건은 갑자기 입을 다물고 우물쭈물하였다.

《계산은 해보지 않았는데… 한달이 좀…》

《허허… 한다하는 기술자가 그만한 계산도 하지 않고 보내다니…》

그이께서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눈으로 이번에는 백홍건의 등뒤에 머리를 다소곳이 수그리고 앉아있는 리옥순을 넘겨다보시였다.

그이께서는 남편이 활기를 띠면 띨수록 우울해지는 리옥순의 얼굴표정을 아까부터 놓치지 않으시였다.

《호-》

불현듯 가늘게 내뿜는 리옥순의 한숨소리가 그이의 가슴속에 아프게 맺혀들었다. 말 못할 시름이 있는것이 분명하였다.

《료양날자는 채웠소?》

그이께서 리옥순의 얼굴에서 눈길을 떼지 않고 다시 물으시였다.

리옥순이 고개를 반쯤 들었다. 무엇인가 간절히 말씀드리고싶어하는 눈빛이였고 표정이였다.

그이께서는 어서 말하라고 고무해주듯이 머리를 끄덕이였다.

《료양날자를 채우지 않았습니다. 중간에 돌아왔습니다.》

마침내 리옥순이 결심을 굳힌듯 사실을 까밝혔다.

《내 그러리라고 짐작했소.》

백홍건이 게면쩍은듯 어색한 웃음을 띠우고 안해를 뒤돌아보았다. 그러나 수령님앞이라 진실을 고백한 안해에 대해서는 어쩌지 못하고 료양생활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펼쳐놓기 시작하였다.

《들리느니 새소리, 물소리밖에 없는 료양지에서 한달을 보낸다는것은 사실 백날맞잡이였습니다. 마침 료양지에 오동나무가 많아서… 오동나무를 가지고 악기를 만들었습니다. 해금이라고 할지 바이올린이라고 할지. 하여간 음색이 독특합니다.》

《그렇소?》

그이께서 놀라와하시였다.

광복직후에 있은 일이다. 그이께서는 어느 해인가 김책에게 백홍건동무는 생김생김이 꼭 영화배우 같다고 말씀하시였다. 그러자 김책이 그 사람은 영화배우는 아니라도 영화배우 4촌쯤은 된다고 하면서 재간있는 바이올린명수라고 하였다.

그이께서는 나라의 경제를 책임지고있는 일군들속에 재간있는 음악가가 있는것을 매우 좋게 보시였다. 공화국이 창건되여 얼마간 지난 어느날 저녁 그이께서는 백홍건부부를 댁에 초청하여 저녁식사를 함께 하신적이 있었다. 식사가 끝났을 때 그이께서는 백홍건이더러 바이올린을 한 곡조 타라고 말씀하시였다.

《일제때 하숙방에서 타던 그 지정곡이 있지 않나. 홍란파가 곡을 붙인 <봉선화> 말이요. 그걸 타보오.》

백홍건은 전문가 못지 않은 솜씨로 《봉선화》를 탔다.

김정숙동지께서 리옥순이더러 바이올린에 맞추어 같이 노래부르자고 하시였다.

 

울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길고 긴 날 여름철에 아름답게 꽃필적에

 

그때 바이올린에 맞추어 그윽하게 울리던 녀성2중창의 곡조가 지금도 못 잊을 그날의 추억을 일으키며 그이의 가슴속에 젖어들었다. 학력으로 보나 직책으로 보나 외모로 보나 남편보다 3살이나 우인 리옥순은 남편과 너무도 짝이 기울었다. 이것이 늘 김정숙동지의 가슴에 걸리군 한것 같았다. 그래서 백홍건을 댁에 초청해도 꼭 부부를 같이 초청했고 연회가 있어도 부부가 함께 참가하도록 왼심을 썼다.

《사랑에서 나이차이가 무슨 큰 의의가 있소? 맑스는 자기보다 나이가 4살이나 우인 녀성과 가정을 이루고도 일생을 화목하게 살았소.》

그이께서 짝이 기운 백홍건의 부부를 두고 걱정하시는 김정숙동지를 오히려 위안하지 않으면 안되시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김정숙동지께서도 마침내 마음을 놓고 웃으시였다. 아마도 그 누구보다 예술에 조예가 깊고 한때 배우까지 희망했던 우리 나라 초대화학건재공업상이 자기보다 나이가 3살이나 우이고 광복후 겨우 국문이나 해득한 안해와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평생 화목하게 살았다면 누구나 놀랄것이다.

그이께서는 지금 이 모든것을 회상하며 깊은 감회에 잠겨 앞에 앉은 백홍건부부에게 눈길을 떼지 못하시였다.

《제가 만든 악기를 보시겠습니까?》

백홍건이 스스럼없이 청을 드리였다.

《어디 봅시다.》

백홍건이 웃방으로 올라가자 리옥순이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듯이 다급히 그이께로 다가앉으며 소곤거리였다.

《수령님, 애아버지는 의사들의 권고도 가족들의 말도 도무지 들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누구 말도 듣지 않습니다. 좀 엄하게 꾸중해주십시오.》

《그러지 않아도 내 그때문에 우정 집에 들렸소.》

그이께서 리옥순의 말을 기꺼이 받아들이시였다.

백홍건은 안해가 그이께 어떤 청탁을 드리였는지도 모르고 얼굴이 환해서 자기가 만든 악기를 들고 내려왔다.

그이께서는 악기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유심히 보시였다.

《잘 만들었소. 어떤 나라 사람들은 악기 하나를 여러해씩 걸려서 만든다는데 한달동안에 이만큼 만들었으면 대단하오.》

《아직 세공작업을 할것이 많습니다.》

《아직도 많다고?》

《예.》

《허허… 료양을 한번 더 보내야겠군. 이 악기도 마저 완성하게 말이요.》

그이께서는 웃으며 롱섞인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백홍건이 펄쩍 놀랐다.

《수령님, 휴식에 진절머리가 났습니다. 제가 상의 직무를 내놓은지도 한해가 가까와옵니다. 새 일감을 주십시오. 모두들 허리띠를 졸라매고 뛰는걸 보면 가만 앉아있을수 없습니다. 건설장에 나가 벽돌짐이라도 실컷 지게 해주십시오. 벽돌의 질을 높이기 위한 안도 생각해둔것이 있습니다.》

《새 직무를 달라. 가만 앉아있을수 없다.… 그래 식사랑 제대로 합니까?》

그이께서 리옥순을 보며 다시 물으시였다.

《잘합니다.》

백홍건이 제꺽 앞질렀다.

《모르겠소.》

그이께서 의심스러운듯 이렇게 말씀을 받으시였다.

《식사를 잘하지 못합니다. 그전에는 토장국에 김치라도 밥 한사발을 다 들었는데 지금은 절반도 들지 못합니다.》

리옥순이 이번에도 사실그대로 말씀드렸다.

《그것 보오. 식사도 제대로 못하면서 무슨 일을 하겠다고? 안되겠소. 무슨 결정적인 대책이 있어야겠소.》

그이께서 저으기 신중한 표정을 짓고 다소 엄하게 말씀하시였다.

《일을 하지 않으니 밥맛도 없어집니다. 저에게 일감을 주시면 밥맛도 나고 있던 병도 다 달아납니다.》

《음.》

그이께서 잠시 생각에 잠기시였다. 일감을 요구하는 그의 청을 무작정 막을수만 없다고 생각하시였다. 그때 리옥순이 다시 입을 열었다.

《잠도 잘 자지 못합니다. 어떤 때는 침대에서 뒤치락거리며 거의나 한잠도 자지 못합니다. 신경이 예민해진것 같습니다.》

백홍건이 안해를 흘겨보았다. 수령님앞에서 무슨 그런 당치 않은 소리를 하는가 하는것이였다.

하지만 리옥순은 그에 대해서는 아닌보살하고 남편이 얼마나 신경이 예민한가 하는것만 이야기하였다.

《잠들지 못해 온밤 모대기는것을 보면 정말 안타깝습니다.》

리옥순은 눈물을 지으며 그이께 하소연하였다.

《의사들이 뭐라고 합니까?》

그이께서 몹시 심중한 안색으로 백홍건에게 물으시였다.

《신경이 좀 약해졌다고 합니다.》

백홍건은 실토정을 하지 않을수 없었다.

《신경쇠약이요. 틀림없소. 그런데도 벽돌짐을 지겠다고?》

그이의 목소리는 준절하게 울리였다. 이제 와서는 새 직무를 달라는 백홍건의 요구가 전혀 실현불가능하다는것이 누구에게나 명백해졌다.

방안에는 저으기 무거운 침묵이 깃들었다.

《새 일감을 달라고?》 그이께서 백홍건의 청을 다시 외우시였다. 《그것은 전적으로 백동무자신에게 달린거요. 어째서 자신의 건강에 그리도 무관심하오? 그래 백동무의 건강이 개인의 건강이요? 그건 무엇보다 나라의 귀중한 재산이고 힘이요. 알만하오?》

백홍건은 머리를 떨구고 아무 말도 못했다.

간신히 참는듯한 리옥순의 흐느낌소리가 더구나 그이의 가슴을 저리게 하였다. 멀리 남해바다가 섬마을에 고향을 둔 그들부부였다. 이 북반부땅에 한사람의 친지라도 있다면 그이의 가슴이 이다지도 아프지는 않을것 같으시였다.

(나를 믿고 북에 떨어진 사람들인데… 강선제강소 리웅천의 부부도 그렇지. 남편때문에 분임은 또 얼마나 마음고생을 하였는가.…)

《너무 걱정마십시오. 이제부터 저는 병치료도 혁명사업으로 보고 건강회복전투를 벌리겠습니다.》

백홍건의 목소리가 절절하게 울리였다.

《그래야 하오. 건강이 회복되면 백동무가 요구하지 않아도 새 일감을 주겠소. 나라의 중책을 맡기겠소. 그러나 당면해서는 휴식이요. 적극적인 휴식, 치료휴식이란 말이요. 벽돌의 질을 높일수 있는 안을 가지고있다니 그건 그 부문 전문가들에게 알려주면 되고…》

그이께서는 이렇게 힘주어 말씀하시고는 아래방을 내려다보며 주인홍을 찾으시였다.

《<번개>가 어디 있소?》

그이께서 주인홍에게 물으시였다.

《차에 있습니다.》

《부엌에 불러들이오.》

백홍건내외는 무슨 영문이지 몰라 서로 얼굴만 쳐다보았다.

주인홍이 아래방토방에 나서서 소리쳤다.

《<번개>! <번개>!》

어둠이 짙게 깔린 뜨락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모두 호기심을 품고 밖을 내다보았다.

《<번개>! 잠들었나? 이리 와!》

이때 열려진 대문으로 거무스레한 형체가 들어서더니 이쪽으로 달려왔다.

《군견이 아닙니까?》

백홍건이 놀라는 목소리로 물었다.

《비슷한 소리요. 사냥개요.》

《야, 사냥개!》

어린것들이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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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위에서 계속)

《야, 사냥개!》

어린것들이 손벽을 치며 좋아서 어쩔줄 몰라했다.

한편 사냥개는 주인한데 달려와서 반갑다고 한길씩이나 껑충껑충 뛰여올랐다.

《그만해!》

주인홍은 사냥개를 부엌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재간을 보여주라구.》

그이께서 웃으며 주인홍에게 말씀하시였다.

《방금 들어서 알겠지만 이 사냥개의 이름은 <번개>입니다. <황둥이번개>! 그럼 지금부터 몇가지 재간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주인홍이 천연스레 동물교예사와 같은 흉내를 내자 모두가 박장대소를 하였다.

어느사이 장기환자를 두고있는 집안의 침침한 공기는 흔적없이 사라지고 즐겁고도 명랑한 분위기가 방안을 가득채웠다.

《<번개>, 인사!》

황둥이는 누런 털이 부시시하게 덮인 머리를 익살맞게 조아리고 앞발을 내밀었다. 악수를 청하는것이다.

《용타!》

주인홍은 개의 앞발을 한손으로 꼭 쥐여주고는 늘씬한 허리를 정담아 쓰다듬어주었다.

그런 다음 그는 사냥개에게 연방 명령을 떨구었다.

사냥개는 기라면 기고 짖으라면 짖고 굴라면 굴었다.

《정말 재간둥이입니다.》

《영민합니다.》

백홍건의 식구들은 모두 감탄했다.

《주인홍동무가 오늘 이 사냥개를 데리고 단번에 꿩을 두마리나 잡았소. 사냥개로서는 나무랄데가 없지.》

그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주인홍이더러 차에 있는 사냥총도 가지고 오라고 하시였다.

《오늘 동무들의 집을 찾아왔던 걸음에 사냥총과 사냥개를 주고가자고 합니다. 긴장한 신경을 풀고 몸을 추세우는데는 사냥이 아주 좋습니다. 한달가량 휴식을 더 하면서 자주 사냥을 해보시오. 사냥만큼 적극적인 휴식이 없소. 밥맛도 돌아설수 있소. 백동무가 요구하는 새로운 직무는 건강을 완전히 회복한 다음에 주겠소. 어떻소? 그렇게 하지?》

그이께서 다심한 어조로 동의를 구하듯 거듭 물으시였다.

《수령님!》

백홍건은 울먹울먹하였다.

《수령님께서 애용하시는 사냥총과 공들여 훈련시킨 사냥개를 제가 어떻게…》

《내 걱정은 마오. 백동무가 하루빨리 몸을 추세우면 난 한시름 놓겠소. 빨리 건강을 회복하시오. 우리에게 할일이 얼마나 많소? 지금도 비료생산이 잘 되지 않아 걱정이요. 치료전투를 벌려 빨리 복구건설전선에 서야 하지 않겠소.》

김일성동지께서는 백홍건과 그 안해의 뜨거운 눈물속에 작별하고 차에 오르시였다.

《인홍이 황둥이를 두고온것이 섭섭한가?》

승용차가 창전동 네거리를 지날 때 그이께서 주인홍에게 넌지시 물으시였다.

《아닙니다. 수령님께서 하시는 일에 제가 어찌 섭섭한 마음을 가질수 있겠습니까. 다만 수령님께서 사냥을 하시지 못한것이…》

주인홍이 갑자기 울먹이며 뒤말을 잇지 못했다.

《인홍이, 내 인홍의 마음을 모르지 않아. 이제 백홍건동무랑 건강이 좋아지면 모두 함께 본때있는 사냥을 해보자구. 어때?》

《좋습니다.》

주인홍의 목소리가 밝아지였다. 그제야 그이께서는 마음이 놓이는듯 더 말씀을 하지 않고 사색에 잠기시였다. 어느덧 수도의 창문마다에서 흘러나오던 불빛들도 꺼지고 건설장의 야외등과 투광등의 불빛들도 하나둘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온 나라 인민의 운명을 지켜주고 빛내여주는 만수대기슭의 그 집무실창가에서 흘러나오는 불빛만은 밤깊도록 꺼질줄 몰랐다.

하늘의 총총한 뭇별들이 깊은 밤의 절절한 사연을 속삭이며 유정하게 반짝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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