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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번영의 길 제4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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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2,062회 작성일 20-04-0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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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춘뒤에 3대한이 있다는 말도 있지만 올해의 봄절기는 자꾸 늦어지기만 하다가 간밤에는 때아닌 함박눈까지 퍼부었다. 소담스러운 봄눈은 수도의 거리와 광장에, 일떠서는 건물들과 새로 심은 애어린 가로수들에 무드기 내려쌓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가벼운 봄철외투를 걸치고 눈덮인 정원을 산책하시였다. 정원에는 소나무, 전나무, 잣나무를 비롯하여 갖가지 나무들이 자라고있었다. 그이께서는 저택이 복구되여 옮겨오실 때 전쟁시기 불타버리였거나 파편에 상한 나무들대신 우리 인민생활에 절실히 필요하고 유익한 나무들을 빼놓지 말고 다 찾아내여 정원에 심도록 하시였다. 그리하여 그이께서는 매일아침 정원을 산책하시면서 그러한 나무들의 성장을 관찰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정원길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기시였다. 그이의 뒤에 조금 떨어져서 주인홍이 허리가 늘씬하고 다리가 길며 삼각형모양의 커다란 귀를 축 늘어뜨린 진황색의 사냥개를 데리고 따르고있었다. 털은 말할것도 없고 눈알까지 새노란 사냥개를 주인홍은 《황둥이번개》라고 이름지었다.

그이께서 문득 한그루의 애어린 나무앞에서 걸음을 멈추시였다. 그리고는 허리를 낮추 구부리고 나무를 한동안 세밀히 관찰하시였다.

《순이요! 햇순이요!》

돌연히 그이께서 웨치는 소리가 정적이 깃든 정원의 대기를 뒤흔들었다.

주인홍이 달려왔다.

《야, 죽지 않고 살았습니다.》

《죽지 않고 살았소. 엄동설한을 이겨냈단 말이요. 하하하.》

김일성동지께서는 허리를 쭉 펴며 소리높이 웃으시였다. 그것은 수삼나무였다. 조국해방전쟁시기 우리 나라를 방분한 중국문공단이 그이께 두그루의 수삼나무를 선물로 올리였다. 한때 지구상에 많이 퍼져 살던 수삼나무는 자연환경의 변화때문이였는지 거의 멸종되다싶이 하여 우리 나라에는 한그루도 자라는것이 없었다.

그이께서는 진귀한 그 나무를 화분에 심으시였다. 건지리에서 이사할 때 그 화분도 가지고오시였다. 부관들은 화분에서 퍼그나 자란 그 나무를 이제는 온실을 짓고 거기서 키우자고 하였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반대하시였다. 천과 종이원료로도 리용할수 있고 연필과 악기재료로도 널리 쓸수 있는 귀한 나무를 온실에서만 키워서야 무슨 의의가 있는가고 하시였다. 두대가운데 한대는 대담하게 밖에 내다 심자고 하시였다. 그때 어떤 사람들은 수삼나무는 열대식물이기때문에 우리 나라의 겨울추위에는 견디지 못하고 얼어죽을수 있다고 걱정하였다. 하지만 그이께서는 그 나무를 밖에 내다 심도록 하시였다. 그런 사연깊은 수삼나무가 혹독한 겨울추위를 이겨내고 마침내 눈속에서 새움을 틔운것이다.

《수삼나무는 유용가치가 크고 빨리 자라는 나무요. 이제 몇해만 지나면 이 한그루의 수삼나무가 새끼를 쳐서 전국에 퍼질거요.》

그이께서는 환한 미소를 지으시고 아직은 어리고 연약한 수삼나무를 소중히 어루만지시였다.

《수령님, 저도 수령님께 한가지 보여드릴것이 있습니다.》

주인홍이 싱긋싱긋 웃으며 말씀드렸다.

《뭔데?》

《이 <번개>가 얼마나 영민한지 모릅니다. 한번 보시겠습니까?》

《그래, 어디 보자구.》

그이께서 쾌히 승낙하시자 주인홍은 대뜸 사냥군의 긴장한 자세를 취하며 사냥개를 돌아보았다.

《<번개>! 이리 왓!》

주인이 명령하자 사냥개는 늘어진 길다란 귀를 너풀거리며 한달음에 달려왔다. 그리고는 노란 눈알을 빤히 올리뜨고 꼬리를 저으며 주인의 눈치를 살피는것이였다.

《앉앗!》

사냥개가 엉치를 땅에 붙이고 앞발을 들고 앉자 주인홍이 한뽐만 한 목봉을 멀리 던졌다.

《가져왓!》

주인이 명령하자 사냥개는 기다렸다는듯이 번개처럼 달려가 목봉을 입에 물고왔다. 그런 다음 주인홍이 손을 내밀자 《황둥이번개》는 목봉을 손바닥우에 놓고 다시 주인의 명령을 긴장한 눈빛으로 기다리는것이였다.

《허허허, 령리하구만. 훈련을 잘 주었는데…》

《수령님, 오늘은 일요일인데 만경대에 나가 할아버님병문안도 하시고 사냥도 하십시다.》

그이의 평가를 받고 사기가 오른 주인홍이 그이께 서슴없이 청을 드렸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다시한번 호탕하게 웃으시고 예상밖에도 할아버님병문안을 하고 시간이 있으면 사냥도 하자고 수월하게 응낙하시였다.

《로장윤동무한테 알리라구. 만경대에 같이 나가자고…》

그이의 말씀이 떨어지기 바쁘게 주인홍은 《황둥이번개》를 데리고 춤추듯이 달려갔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주인홍이 사라진후에도 한동안 즐거운 기분에 잠겨 정원길을 산책하시였다. 한줄기 찬바람이 일자 나무가지의 눈이 푸실푸실 떨어졌다. 찬바람이기는 하나 벌써 독이 빠지고 부드러운 봄기운이 느껴지시였다. 그이께서는 키높이 솟은 아름드리 뽀뿌라나무를 쳐다보시였다. 흰 고깔을 쓴것처럼 눈을 뒤집어쓰고있었다.

《봄눈은 비료맞잡이라는데…》

그이께서는 슴슴한 눈냄새를 한가득 페부깊이 들이쉬며 혼자소리로 말씀하시였다. 어쩐지 올해에는 틀림없이 대풍이 들것 같은 예감이 드시였다.

(비료만 많으면… 그러면 걱정이 없겠는데…)

이렇게 속으로 되뇌인 그이께서는 며칠전 최일만이와 나눈 심상치 않은 대화를 돌이켜보시였다.

《지금 3개년인민경제계획을 반년 내지 1년 앞당겨 끝내기 위한 투쟁이 힘차게 벌어지고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나간다면 1년은 몰라도 반년은 넉근히 앞당길것 같습니다.》

그때 그이를 찾아뵈온 최일만은 평소의 그 류창한 언변으로 찾아온 용건을 말씀드리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처음에는 그 용건이 무엇인가 똑똑치 않았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다소 흥분한듯 한 최일만의 우둥퉁하게 생긴 얼굴에 눈길을 주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시였다.

《그런데 화학공업이 문제입니다. 특히 화학비료생산이 걸렸습니다. 봄철이 다 됐는데 농촌에 계획된 화학비료를 공급하지 못하고있을뿐아니라 그 전망도 명백치 못합니다.》

최일만은 몇가지 수자를 들었다. 그 수자는 농촌에 대한 화학비료공급정형이 매우 엄중한 상태에 있다는것을 보여주고있었다.

《화학비료공급을 개선하자면 결정적으로 흥남에서 류안비료가 빨리 쏟아져나와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흥남비료공장 조업식을 5.1절전으로 하여야 한다고 정준택동무에게 수차 요구하였습니다. 그러나 정준택동무는 5.1절전으로 조업하는것은 고사하고 5.1절 당일에 조업하는것도 못하겠다고 뻗칩니다. 지어 두달이상 지연시키겠다고 합니다.》

최일만은 얼굴이 상혈이 되여 목청을 돋구었다.

《두달이나?》

그이께서는 놀라시였다.

《예. 두달이상입니다.》

그이께서는 심중한 표정으로 최일만을 건너다보시였다.

《정준택동무는 두달째 흥남에 내려가있으면서 복구공사를 힘있게 내밀대신 오히려 보수주의자들과 태공분자들의 말만 듣고 춤을 추고있습니다. 정준택은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당의 의도에 로골적으로 도전해나서고있습니다. 단단히 문제를 세워야 한다고 봅니다.》

그이께서는 심각한 안색을 지으시고 최일만의 말에 귀를 기울이시였다. 최일만은 그 밉살스러운 낡은 인테리를 결정적으로 거꾸러뜨릴 때가 되였다고 생각되였던지 정준택의 《죄과》를 단죄하는데 부쩍 열을 올리였다.

《정준택동무가 화학건재공업부문을 맡아보기 시작한 다음부터 그 부문에서 엄중한 결함들이 계속 나타나고있습니다. 최근에 료해한데 의하면 고무산세멘트공장에서는 <시간외로임>이요, 무슨 연회비요, 경축회비요 하면서 30여만원의 국가자금을 탐오랑비했습니다. 30만원입니다. 이런 현상은 크고작건 화학건재공업성산하 다른 공장, 기업소들에서도 나타나고있습니다.》

《현지에 내려가보았습니까?》

김일성동지께서는 문득 최일만의 말을 중동무이시키며 물으시였다.

《내려가보지 못했습니다.》

기가 돋아서 력설하던 최일만이 저으기 풀이 죽은 어조로 대답을 올리였다.

《흥남에도 내려가보지 못했습니까?》

《이태전에 한번 내려가보긴 했는데…》

최일만은 자신없이 더듬거리였다.

《잘못했습니다. 직접 내려가 료해할걸 그랬습니다. 정준택동무가 비료생산을 늦잡는데는 필시 무슨 곡절이 있을것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최일만이더러 로동계급속에 깊이 들어가 제기된 문제를 료해해보는것이 좋겠다고 일깨워주시였다.

사실 최일만은 아래실정을 너무나 모르고있었다. 그가 보고 듣고 배운것이란 큰 나라의것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이께서는 기회있을 때마다 그에게 계획일군은 그 누구보다 현실속에 깊이 들어가야 한다고 일깨워주군 하시였던것이다.

《그럼 제가 직접 현장에 내려가 료해하겠습니다.》

최일만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의 흡뜬 봉의눈에서 이상한 섬광이 순간적으로 번뜩이였다.

《혼자 내려가지 말고 현장경험이 있는 몇사람을 데리고 내려가시오.》

그이께서 최일만이 독단을 부리지 않도록 주의를 주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지금도 최일만이 제기한 문제와 그 문제를 돌발적으로 제기하는 저의에 대하여 마음을 쓰지 않을수 없으시였다.

세계최초의 사회주의국가에서 공부를 하고 경제기관에서 활동한 경험까지 가지고있는 최일만은 요구성도 높고 전개력도 있는 반면에 사람들을 잘 믿지 않고 더구나 지난날 일제에 복무한 우리의 오랜 지식인들에 대한 감정이 매우 좋지 못하였다. 그는 식민지지식인들 역시 일제놈들에게서 갖은 민족적멸시와 천대를 받았으며 더우기 그들이 전쟁전 민주건설시기와 전쟁시기 적들과의 싸움에서 검열되고 혁명적으로 단련되였다는데 대해서는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이께서는 최일만이 가지고있는 그 약점들을 충분히 류의하시면서도 정준택이 비료가 절박하게 요구되는 지금과 같은 때에 흥남비료공장조업을 앞당기지 못하는것이 아무리 해도 리해되지 않으시였다.

그이께서는 문득 백홍건을 상기하시였다. 화학건재공업상을 할 때 흥남에 내려가 살면서 비료공장복구를 내밀었는데 그러다가 너무 과로하여 현장에서 쓰러졌다. 그때부터 백홍건은 종시 몸을 추세우지 못하고있다. 며칠전에 병원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정말 몸이 완쾌되여나왔는지는 알수 없다. 도무지 휴식이란 모르는 사람이다. 백홍건의 건강이 몹시 걱정되시였다. 가까이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물론 해당 병원에도 그를 잘 돌봐주라고 자주 일깨워주지만 건강관리에서는 어디까지나 당자가 기본이다.

그런데도 그자신이 자기 건강에 무관심하다보니 원래부터 가지고있는 고질병이 악화되기만 하는것이였다. 그가 만사를 잊고 푹 휴식하면서 건강을 회복하게 할 다른 어떤 방법은 없을가?

그이께서 눈덮인 정원길을 거닐며 생각을 이어가시는데 주인홍이 다가왔다.

《로장윤동무가 왔습니다.》

그이께서는 주인홍의 뒤에 로장윤이 서있는것을 보시였다.

《오늘 나와 함께 만경대에 나갑시다. 그런데 그전에 로동무와 몇가지 의논할 일이 있소.》

그이께서는 로장윤을 데리고 정원길을 걸으시며 내각성원들의 건강상태와 치료대책, 부식물공급정형을 알아보고 구체적인 대책을 협의하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 만경대로 나가실 시간은 계속 지체되고있었다. 게다가 날씨까지 나빠지기 시작하였다.

그이께서는 주인홍에게 우리 나라 각지의 날씨에 대하여 알아보라고 하시였다. 잠시후 주인홍이 그이께 우리 나라의 전반적지역에서 기온이 급격히 떨어질것이 예견된다고 하는 기상통보를 알려드리였다.

《기온이 령하로 내려가는건 좋지 않은데.…》

그이께서 걱정스레 말씀하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날오후 마침내 로장윤을 데리고 만경대로 떠나시였다. 주인홍은 선두차에 올라 앞서달렸다. 그의 발앞에는 《황둥이번개》가 모재비로 얌전하게 누워서 졸리는듯 한 게슴츠레한 눈으로 노상 싱긍벙글하는 주인과 주인의 옆에 세워져있는 번들거리는 쌍대배기 사냥총을 살피군 하였다.

지금 주인홍의 머리속에서는 멋들어진 계획이 성숙되여가고있었다. 그 계획이란 간밤에 눈이 내린 절호의 기회에 《황둥이번개》를 데리고 꿩사냥을 조직해보자는것이였다. 그는 사냥개에게 시간이 있는대로 훈련을 주었다. 훈련성과가 눈에 뜨일수록 그에게는 황둥이를 데리고 꿩사냥을 해보고싶은 욕망이 참기 힘들정도로 솟구쳐올랐다. 그이께서는 주인홍의 그 욕망을 어느사이 헤아려보시고 기회가 있으면 사냥을 해보자고 말씀하시였다.

주인홍이 오늘 아침 그이께 만경대할아버님께 병문안을 가시는 기회에 사냥을 해보자고 말씀드린데는 바로 이런 사연이 있었다. 지금 그는 《황둥이번개》를 데리고 어떻게 꿩사냥을 벌릴것인가 여러가지로 계획을 세우며 벙글거리였다.

한편 그이께서는 승용차가 교외를 벗어날 때까지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시였다. 변덕스러운 봄날씨가 그이께 예상치 않았던 근심과 걱정을 덧씌워주고있었다.

차겁게 번들거리는 까만색 승용차는 웅글은 동음을 울리며 평양-남포간 도로를 달리고있었다. 세찬 눈보라가 눈을 말짱 날려버렸는지 도로는 반반하였다. 만경대갈림길로 꺾어든 승용차는 나지막한 봉우리들이 옹기종기 자리잡고 부드러운 구릉들이 물결쳐간 사이로 달리였다. 승용차가 혁명학원정문앞을 지나게 되였을 때였다.

김일성동지께서 차를 세우라고 이르시였다. 차가 멎자 앞서달리던 승용차가 멎고 거기서 주인홍이 뛰여내렸다.

《날씨가 갑자기 차지니 원아들이 걱정되오. 교실이랑 침실이랑 춥지나 않는지 들려봐야겠소.》

그이께서는 로장윤과 무슨 일인가 하여 달려온 주인홍에게 이렇게 말씀하시고 눈보라속에 희미하게 드러나보이는 만경봉쪽에 잠시 눈길을 주시였다.

《내가 학원에 들렸다가 가느라면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릴것 같으니 주동무가 차를 타고 할머님한테 먼저 가봐야 하겠소. 할아버님과 할머님이 너무 기다리지 않으시도록…》

《알았습니다. 제가 먼저가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주인홍은 선두차로 뛰여갔다. 뒤이어 승용차는 아무런 예고도 없이 조용히 학원정문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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