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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번영의 길 제2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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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1건 조회 3,858회 작성일 20-03-2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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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동지께서 흥남비료공장책임일군들을 만나 공장복구에서 나서는 원칙적문제들과 류안계통의 복구를 다그칠데 대하여 일일이 가르쳐주고나시였을 때에는 정오도 훨씬 지난 뒤였다.

《수령님, <쁘라우다>특파기자 꼴랴꼬브가 수령님을 뵈올것을 요청하였습니다.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후에 만나주시는것으로 하겠습니다.》

주인홍이 그이께 말씀올리였다.

《후에라고 시간이 있겠습니까? 그러지 않아도 그를 만나려고 하였댔습니다. 오늘 점심식사에 그를 초청하도록 하시오.》

그이께서는 여간 기뻐하지 않으시였다. 굽실굽실한 밤색머리칼이 이마전에 드리우고 주의깊은 푸른 두눈이 유난히 순박해보이는 꼴랴꼬브를 눈앞에 그려보시는 그이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여올랐다.

진실한 벗은 어려울 때 알아보게 된다는 말이 있다.

꼴랴꼬브는 적들이 우리의 후방을 잔혹하게 폭격하던 지난해 여름《쁘라우다》특파기자로 갓 결혼한 안해까지 데리고나와 평양에 주재하게 되였다. 그는 한몸의 위험을 무릅쓰고 가장 치렬한 공방전이 벌어지는 일선전호가에까지 나가 인민군전투원들의 영웅적위훈을 취재하여《쁘라우다》독자들에게 널리 소개하였었다.

전후복구건설이 시작되자 이번에는 하루가 다르게 재더미를 털고 일떠서는 도시와 농촌, 공장들을 찾군 하였다. 강선제강소에서 첫 쇠물이 쏟아져나왔을 때 그것을 맨먼저《쁘라우다》에 소개한것도 바로 그였다.

원조리용문제를 놓고 흐루쑈브와의 사이에 심각한 의견상이가 나타났을 때《쁘라우다》에 소개된 그 기사는 우리 대표단성원들에게 커다란 고무를 주었다.

김일동지께서는 그에게서 우리 인민에 대한 쏘련인민들의 가장 진실한 감정을 보시였다. 그이께서는 꼴랴꼬브의 사업과 생활에 깊은 관심을 돌려오시였고 기회만 있으면 그와 식사라도 함께 하려고 하시였는데 그 기회가 온것이였다.

그이께서는 그와 오찬을 함께 하시려고 식사시간마저 뒤로 미루며 그를 기다리시였다.

…꼴랴꼬브는 안내일군인 군관의 뒤를 따라 철뚝길을 걷고있었다. 그는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함흥시도 온통 페허로 되였지만 그래도 국가수반의 숙소로서는 손색이 없는 그런 초대소를 눈앞에 상상하였다. 함흥에 내려와있는 쏘련기술자들만 하여도 벽체에 파편자국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바다가의 휴앙각을 방불케 하는 넓고 시원한 로대가 달린 현대적인 3층 숙소에서 숙식하고있었다.

꼴랴꼬브는 군관의 뒤를 따라가며 모스크바의 레닌산 기슭에 있는 휴앙각 같은 그런 건물이 눈앞에 나타나리라는데 대해 조금도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그런 건물은 말라버린 쑥대만이 한산하게 흐느적이는 이 역구내의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수 없었다.

꼴랴꼬브는 자기와 나란히 걷고있은 옥산에게 자주 의혹에 찬 눈길을 던지며 어깨를 으쓱해보이군 하였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뜻이였다.

함흥시내 어디나 다 그러하지만 여기 함흥역구내도 혹심하게 파괴되여있었다. 불에 그슬린 벽체만 엉성하게 서있는 역사와 반나마 무너져내린것을 바삐 일으켜세운듯 한 급수탑, 불타버린채 녹쓸고있는 화차들과 기관차들, 무너진 로반들과 휘여든 철길… 전쟁의 상처는 눈길이 닿는 어디에서나 찾아볼수 있었다. 파편에 굵히고 기총탄자국이 남아있기는 하나 그래도 생생한채 서있는 역구내의 각종 신호장치들, 가을해빛을 받아 번쩍거리는 몇줄기의 철길, 철도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가설역사는 적들의 잔혹한 폭격속에서도 전시수송이 얼마나 간고하게 진행되였는가를 말해주고있다.

거칠것 없이 불어오는 가을바람이 철길주변의 락엽들과 지푸라기들, 재빛먼지와 탄가루를 허공중에 말아올리고있었다.

꼴랴꼬브는 아무리 둘러보아도 초대소같은 건물은 찾아낼수 없었다.

《주의하십시오.》

문득 앞에서 걷던 군관이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며 주의를 주었다.

꼴랴꼬브와 옥산은 자기들앞에 여라문메터가 잘되는 철다리가 있는것을 보았다. 철다리는 가운데 판자를 깔아 건느기가 그닥 불편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군관은 철다리복판에 비껴서서 꼴랴꼬브와 옥산이 마음놓고 다리를 건늘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었다.

《아래를 내려다보지 말고 앞만 보십시오.》

군관이 거듭 주의를 주었다. 다리밑으로는 흰 거품을 부글부글 끓어올리며 시내물이 급하게 흘러갔는데 옥산은 그것을 내려다보는 순간 갑자기 머리가 핑 도는것 같아 눈을 감았다. 마지막으로 철다리를 넘어선 꼴랴꼬브가 옥산을 바라보며 또다시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어디로 가는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는 뜻이였다. 오늘의 통역을 맡은 옥산은 꼴랴꼬브의 의혹을 풀어주는것이 자기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맨앞에서 걷고있는 군관에게 넌지시 물었다.

《아직도 많이 가야 합니까?》

《다 왔습니다.》

군관은 뒤를 돌아보며 짤막하게 대답했다.

(다 오다니?)

옥산은 자기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꼴랴꼬브도 걸음을 멈추었다. 군관의 말을 꼴랴꼬브도 들었고 그 말뜻도 정확히 리해하였던것이다. 그러나 옥산은 그가 동그란 안경알속에서 순박해보이는 푸른 두눈을 크게 뜬것을 보고 군관의 말을 정확히 알아는 들었지만 여전히 의혹은 가시지 못하고있다는것을 감촉하였다. 두사람이 주의깊이 살펴보는 구내에는 그들의 의혹을 풀어줄만한 그 어떤 건물도 사람들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구내한끝 대피선에 려객차량만이 보였을뿐이였다. 그것은 구내 여러곳에 널린 화차들이나 려객차량들과 별반 다른 점이 있어보이지 않았다.

앞서 걷던 군관은 걸음을 멈추고 뒤떨어진 두사람이 따라서기를 기다리고있었다. 꼴랴꼬브와 옥산은 의혹을 풀지 못한채 침목을 건너뛰며 군관을 따라갔다. 려객차량이 멈춰선 대피선은 전쟁기간 거의나 리용해본적이 없는듯 벌겋게 녹이 쓸었고 침목들사이로는 무릎을 치는 쑥대가 무성하게 자라고있었다.

《오, 우리 특파기자동무구만.》

불현듯 이런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들리기에 두사람은 약속이나 한것처럼 그자리에 우뚝 멈춰섰다. 처음에는 그 목소리가 어디에서 들려오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몇순간 지나서야 그들은 려객차량의 승강대로 내려오시는분을 보았다. 그분은 두사람을 마중하시며 환히 웃고계시였다. 감격과 흥분, 놀람과 의혹이 한꺼번에 폭풍처럼 두사람의 격동된 심정을 휘감았다.

김일성동지!》

꼴랴꼬브는 이렇게 웨치며 그이를 향해 뛰여갔다.

《그동안 잘 있었습니까?》

그이께서는 자애로운 눈길로 굽실굽실한 밤색머리칼이 이마전에 두리우고 주의깊은 파란 눈동자가 지혜롭게 반짝이는 꼴랴꼬브의 지성적인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며 친근한 어조로 물으시였다.

《저는 보시는것처럼 이렇게 건강합니다. 그런데 존경하는 김일성동지께서 현지지도의 나날을 그처럼 바삐 보내시고 더구나 이렇게 불편한 생활을 하시니...

꼴랴꼬브는 뒤말을 채 있지 못하였다. 그것은 조선말이 아직도 서툴어서가 아니라 그이의 건강을 념려하는데로부터 목이 꽉 잠기여 말끝을 마무리할수 없었기때문이였다.

《조금도 불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렬차에서 침식을 하니 현실속으로 깊이 들어가는데도 유리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그이께서는 웃음섞인 어조로 즐겁게 말씀하시였다. 그때 그이의 눈길이 꼴랴꼬브의 뒤에 선 옥산에게 스치였다. 그때까지도 옥산은 타는듯 한 검은 눈을 한번도 깜빡이지 않고 그이의 얼굴을 지켜보며 서있었다. 그이께서 자기에게 주의를 돌려주실 때를 참을성있게 기다리는것이였다. 그리하여 그이의 자애에 넘친 눈길이 그의 얼굴에 언듯 스치자 그는 기다렸다는듯이 창창한 목소리로 그이께 자기의 직무와 이름을 보고드리였다. 그것은 례사롭지 않은 엄숙한 분위기에도 전혀 구속을 받지 않는 담찬 목소리였다. 그런 면에서는 초청을 받은 쏘련손님보다 녀통역원쪽이 오히려 더 대담하고 의젓하였다.

《자, 렬차에 오릅시다.》

그이께서 쏘련손님더러 먼저 렬차승강대에 오르라고 권하시였다.

그러나 꼴랴꼬브는 선뜻 승강대에 오르지 못하고 엉거주춤하였다.

수령님께서는 주저하는 그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듯이 해빛같은 너그러운 웃음을 지으며 그의 팔을 끼고 승강대에 오르시였다.

차창벽을 따라 량쪽으로 쏘파들이 주런이 놓이고 출입문쪽에 나지막한 책상이 놓인 차칸은 밖에서 볼 때보다는 훨씬 아늑하였다.

수령님께서는 꼴랴꼬브와 옥산이를 쏘파에 앉으라고 권하시고 자신께서는 그 맞은편에 자리를 잡으시였다.

《존경하는 김일성동지, 쏘련방문에서 커다란 성과를 거두고 돌아오신데 대하여 열렬한 축하를 드립니다.》

꼴랴꼬브가 류창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알아들을수 있는 조선말로 그이께 인사를 드리였다.

《감사합니다. 우리는 이번에 쏘련을 방문하면서 형제적쏘련인민들의 우리 인민에 대한 뜨거운 친선의 감정에서 커다란 감명을 받았습니다. 꼴랴꼬브동무가 우리 나라의 강선제강소에서 첫 쇠물을 뽑은 소식을 <쁘라우다>에 소개한것은 쏘련독자들뿐아니라 우리에게도 큰 고무로 되였습니다.》

그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며 자신께서는 젊어서 지하투쟁을 할 때와 항일무장투쟁을 할 때 동지들과 벗들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하시였다. 그러한 동지들과 벗들가운데는 중국사람인 장울화도 있었다고 하시며 지난날 중국동북지방에서 혁명활동을 할 때 그의 방조를 많이 받았다고 하시였다. 그는 불의에 경찰에 체포되였는데 모진 고문에도 굴하지 않았고 끝내는 비밀을 지켜내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회고하시였다.

《그는 나를 위해 자기의 생명을 바쳤습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그이의 눈가에는 물기가 어려있었다.

그이께서는 꼴랴꼬브동무도 전쟁의 준엄한 시련의 시기에 우리와 인연을 맺은 전우였고 오늘은 또 이처럼 온 나라가 재더미가 된 준엄한 환경속에서도 지방에까지 내려와 온갖 불편을 무릅쓰고 우리의 전후복구건설에 대한 글을 쓰고있는데 대단히 고맙다고 말씀하시였다.

《우리는 우리 혁명의 가장 어려운 시기 우리를 도와준 벗들을 잊을수 없습니다. 꼴랴꼬브동무는 어려울 때 우리와 생사고락을 같이하고있는 전우입니다.》

그이께서는 거듭 뜨겁게 말씀하시였다.

그이의 표정에서 순간도 눈길을 떼지 않고있는 옥산은 아직은 통역을 하지 않고있었다. 꼴랴꼬브의 조선어실력을 잘 알고있는 그는 쏘련손님이 그이의 말씀을 충분히 리해하고있다고 보았기때문이였다. 그러지 않아도 그이께서는 꼴랴꼬브가 통역 없이도 대화의 내용을 충분히 리해할수 있도록 천천히 그리고 될수록 쉬운 말로 말씀하고계신다는것을 옥산은 이미 포착하고있었다.

《존경하는 김일성동지의 그 높으신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힘껏 노력하겠습니다. 사실 조선인민이 거두고있는 성과에 비해보면 저의 노력이 아직도 부족합니다. 앞으로 조선인민의 전후복구건설소식을 더 많이 소개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존경하는 김일성동지, 오늘 마련해주신 이 뜻깊은 자리에서 질문을 해도 일없습니까?》

꼴랴꼬브가 자세를 바로하며 정중히 말씀을 올리였다.

《어서 그렇게 하시오. 우리들사이에는 아무런 간격도 없으니 조금도 서슴치 말고 물으시오.》

그이께서 꼴랴꼬브의 긴장해진 표정을 풀어주려는듯이 너그럽게 웃으시였다.

《지금 조선인민은 전후 3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인민경제 모든 부문에서 전쟁의 피해를 가시고 전쟁전 수준을 회복할데 대한 대담한 목표를 내세우고 투쟁하고있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이 목표를 달성할수 있는 조건과 가능성을 어떻게 보십니까?》

꼴랴꼬브가 무릎우에 수첩을 펼쳐놓으며 말씀을 올리였다.

《꼴랴꼬브동무도 체험하여 잘 알고있겠지만 우리 나라는 미제의 야만적인 폭격으로 하여 말그대로 재더미가 되였습니다. 여기 함흥에 내려와 보고서도 그것을 깊이 느꼈을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인민은 난관앞에서 결코 동요하거나 주저앉지 않습니다.

우리 당이 제시한 전후복구건설의 휘황한 설계도에서 커다란 고무를 받고 용감히 일떠선 우리 인민은 반드시 3년이라는 짧은 력사적기간에 복구기의 방대한 과업을 수행할것입니다. 그 가능성은 풍부합니다.》

이때 역구내에서 차갈이를 하는듯 구내기관차의 짧은 기적소리가 몇번 울리였다. 그이께서는 기적소리가 멎기를 기다리고있다가 다시 말씀을 이으시였다.

옥산은 탄력에 넘친 웃몸을 약간 앞으로 내밀고 그이께서 하시는 말씀을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까만 눈을 거의나 깜박이지 않고 주의력을 집중하고있었다. 그러다가 그이께서 말씀을 멈추시면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꼴랴꼬브에게 통역해주군 하였다.

《우리 나라는 예로부터 삼천리 금수강산이라 일러왔습니다.》

그이의 활기에 찬 목소리가 역구내에서 부산히 움직이는 기관차의 소음을 누르며 차안에 높이 울리였다. 그런데 옥산이 그이의 말씀을 미처 통역하지 못하고 떠듬거리였다. 꼴랴꼬브도 그이의 말씀을 리해하지 못하여 무릎우의 수첩에서 눈길을 들고 옥산을 쳐다보았다. 옥산은 더구나 당황하여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였다.

그이께서는 어느사이 옥산이《금수강산》이란 말을 번역하기 힘들어한다는것을 아시고 빙그레 웃으시며 《비단에 수를 놓은것처럼 아름다운 나라란 뜻입니다.》라고 풀이를 하여주시였다.

옥산이 제꺽 번역하자 꼴랴꼬브는 거의나 환성에 가까운 소리를 쳤다.

《알만합니다. 리해됩니다. 금수강산삼천리, 얼마나 훌륭한 표현입니까.》

그이께서 소리높이 웃으시였다. 분위기는 더없이 흥그러워졌다.

《우리 나라는 이렇게 아름답고 자원도 풍부했지만 오랜 세기를 두고 인민들은 봉건통치배들과 일제식민지통치자들에 의하여 헐벗고 굶주리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잘살게 됩니다. 나라는 비록 페허가 되였지만 아름답고 풍요한 강토가 있습니다. 용감하고 지혜로운 인민이 있습니다. 온갖 시련과 풍파속에서 단련되고 세련된 로동계급의 당과 주권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리상은 틀림없이 현실로 꽃펴날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옥산동무.》

그이께서는 자애에 넘친 미소를 짓고 옥산을 바라보시였다.

《예, 저도 그렇게 확신합니다.》

《더 물을것이 없겠습니까?》

《…》

꼴랴꼬브는 무슨 질문을 할듯이 그이를 쳐다보았으나 정작 말은 꺼내지 못하였다.

《그럼 식사를 하면서 계속 이야기를 합시다. 어떻습니까?》

《그렇게 하겠습니다.》

《우리 나라 속담에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경치가 아름다와도 배가 불러야 제대로 감상할수 있다는 말입니다. 허허허.》

그이께서는 호탕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서시였다.

꼴랴꼬브는 어느사이 긴장했던 몸가짐을 풀고 활기에 넘쳐서 그이를 따라 일어섰다. 꼴랴꼬브와 옥산은 차칸 출입문앞에 흰 위생복을 입은 접대원이 그이께서 자리에서 일어서실 때를 기다리며 지금까지 서있었다는것을 알았다.

그이께서는 두사람을 데리고 옆차량으로 가시였다. 몇개 안되는 식탁이 놓인 검소한 식당차였다.

그이께서 식당차에 들어서시자 이번 현지지도의 수행원들인듯 한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이께서는 그들더러 앉으라고 손짓하시고는 접대원이 대기하고있는 앞탁으로 가면서 꼴랴꼬브에게 자리를 권하시였다.

《여기 함흥에는 <함흥똥똥이>란 사랑스러운 별명을 가진 30안팎의 한 녀인이 있습니다. 그 녀인은 농마국수를 잘 말기로 소문이 났는데 함흥에 한번 왔다간 사람들은 누구나 다 그 녀인이 만 국수를 먹는것을 큰 행운으로 생각합니다. 그 녀인이 우리가 함흥에 내려왔다는것을 알고 오늘 점심에 이름난 함흥농마국수를 말아오겠다고 우리 동무들에게 간절히 청원했다고 합니다. 꼴랴꼬브동무는 우리 나라 국수를 들어본 일이 있습니까?》

그이께서 물으시였다.

《없습니다. 그러나 조선국수가 별맛이라는 말은 들었습니다.》

《옥산동무는?》

《평양랭면이 유명하다기에 동무들과 함께 종로거리에 있는 국수집에 가서 먹어본 일이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는 지방에 따라 여러가지 국수가 있는데 평안도를 비롯한 우리 나라 서쪽지방에만 하여도 랭면, 쟁반국수, 칼제비국수 등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옥산은 《쟁반》이란 말을 어떻게 번역할지 몰라 자기로서도 알지 못할 손시늉을 하면서 말을 더듬었다.

그이께서는 웃으시며 쟁반이란것은 놋으로 만든 그릇이라고 하면서 그 형태를 손으로 그려보이기까지 하시였다.

《그 많은 종류의 국수가운데서 가장 이름높은 국수는 옥산동무가 먹어보았다는 그 평양국수입니다. 평양국수가 유명한것은 국수감이 좋고 국수를 마는 국수물맛이 특별하기때문입니다. 그리고 국수에 놓는 고명도 국수를 마는 방법도 독특합니다.

이러한 평양국수는 예로부터 우리 나라의 민족음식들중의 하나로 되고있습니다.》

그이께서 재미나게 말씀하시는 동안 접대원은 식탁에다 국수그릇과 양념장을 가져다놓았다.

《평양국수를 먹을 때에는 간장, 식초, 고추가루만 있으면 됩니다. 그런데 여기 들여온 함흥농마국수에는 양념장을 치는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양념장을 들여온것 같은데 이것은 우리 나라 북쪽지방의 풍습이기도 합니다. 자, 국수를 드시오. 오래 두면 국수오리가 풀어집니다.》

꼴랴꼬브는 저가락을 들고 옥산이 하는대로 국수를 휘저었다.

그런데 저가락질이 서툰데다가 국수오리가 길어서 국수가 잘 말아지지 않았다.

옥산이 참지 못하고 웃기 시작하자 꼴랴꼬브 역시 웃으며 국수오리가 굉장히 긴것 같은데 몇메터나 되는가고 물었다.

《우리 나라 풍습에 음력으로 정월 4일날 점심이면 <명길이 국수>라 하여 잊지 않고 꼭 국수를 먹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꼴랴꼬브동무도 물었지만 국수오리가 긴것만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 길고긴 국수오리처럼 오래오래 살기를 바라며 <명길이 국수>라 이름짓고 달게 들었습니다. 허허허.》

수령님께서는 국수오리를 들어보이며 즐겁게 웃으시였다.

《<명길이 국수>, 정말 희한합니다.》

《월료쟈동무도 <명길이 국수>를 들고 오래오래 사세요.》

수령님의 재미나는 말씀에 꼴랴꼬브와 옥산은 웃음 절반, 롱 절반 섞어가며 국수를 맛나게 들기 시작하였다.

《조선국수는 정말 별맛입니다. 더구나 국수물맛이 인상 깊습니다. 뭐라고 할가, 시원하고 향기롭고…》

꼴랴꼬브는 적중한 표현을 찾지 못하여 옥산을 돌아보았다.

《감칠맛!》

옥산이 이렇게 웨치고 지지를 받으려는듯 그이를 쳐다보았다.

《감칠맛! 비슷한 소리요. 허허허.》

그이께서 소리높이 웃으시자 수행원들속에서도 웃음소리가 울렸다.

《우리 나라에도 국수와 비슷한 음식이 있습니다.》

꼴랴꼬브가 다시 말을 꺼냈다.

《국수오리속에 구멍을 낸 마까로니음식일것입니다. 나도 쏘련을 방문하였을 때 먹어보았습니다. 마까로니는 원래 이딸리아에서 퍼지기 시작하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유럽 어디에서나 마까로니음식을 즐겨드는것 같습니다.》

꼴랴꼬브와 옥산은 수령님께서 어쩌면 식생활에 이르기까지 그처럼 자세히 아실가 하고 경탄을 금치 못하였다.

접대원은 꼴랴꼬브와 옥산이 국수를 달게 드는것을 보고 보시기에다 육수물을 담아가지고 왔다.

기관차의 기적소리가 다시 들려온것이 이때였다. 지축이 흔들리고 차창이 지릉지릉 울리였다. 보시기에 담아놓은 육수물에 가벼운 파문이 일더니 잠시후에는 보시기가 통채로 진동하여 금시 육수물이 쏟아질것 같았다.

모두들 차창밖을 내다보았다. 려객차량과 화물차량을 함께 단 혼합렬차가 질풍같은 속도로 역구내를 지나고있었다. 려객차량도 화물차량도 사람들로 초만원을 이루고있었다. 대부분이 전선에서 돌아오는 제대병사들이였다. 그들은 무엇이 그리 기쁜지 웃고 떠들며 소리높이 노래부르고있었다.

꼴랴꼬브는 끊임없이 담소가 흐르던 좌석의 분위기를 한순간에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버린 렬차의 기적소리며 구내를 들썩하게 하는 그 소음이며 지어 제대병사들의 웃음소리와 노래소리조차 오찬의 즐거운 시간을 흐려놓는것 같아 민망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런데도 그이께서는 그런 내색을 전혀 하지 않으시였다. 오히려 그이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차창을 열어놓기까지 하시였다. 협착한 렬차칸은 질풍같은 속도로 내닫는 렬차의 소음으로 꽉 찼다.

《얼마나 장합니까. 어제는 미제를 때려부신 저 병사들이 오늘은 페허속에서 나라를 일떠세우려고 새로운 전투장으로 달려가고있습니다. 우리는 기어코 이 땅에 자기의 힘, 자기의 지혜로 그전보다 몇배나 더 훌륭하고 아름다운 생활을 창조하여놓을것입니다.》

꼴랴꼬브는 놀라움에 잠겨 그이의 말씀을 듣고있었다. 흥분어린 옥산은 통역하는것조차 잊었다. 하긴 통역할 필요조차 없었다. 꼴랴꼬브는 그이께서 하시는 말씀이 가지는 깊은 뜻과 거대한 의의에 대하여 너무나도 잘 리해하고있었다. 그는 수령님께서 페허가 된 나라를 복구할수 있는 그 가능성을 념두에 두고 꼽으신 항목에 쏘련을 비롯한 형제국가들의 원조라는 한 조목을 꼭 첨부하고싶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는 그에 대하여 그이께 말씀을 올리지 않은것이 오히려 잘 되였다고 생각하였다. 그이께서 외국의 원조도 귀중하지만 자체의 힘으로 나라를 복구건설하겠다는 각오와 투지를 가다듬는것이 몇배나 더 중요하다는것을 거듭 강조하시였던것이다. 그이께서는 꼴랴꼬브가 질문한 문제밖에도 그가 알고싶어하리라고 생각되는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하여 기탄없이 말씀하여주시였다. 그이의 말씀은 역을 통과하는 기차의 소음으로 자주 중단되군 하였다. 차창에 휙휙 불어치고 차바퀴짬을 맹렬히 빠져나가는 새된 바람소리도 여간 높지 않았다. 옥산은 문득 그이께서 이처럼 협착하고 무덥고 소란한 렬차에서 하루밤도 아니고 현지지도를 하시는 전기간 어떻게 밤잠을 주무실가 하고 안타깝게 생각하였다. 온통 쇠붙이로 된 숙소여서 대낮에는 지금처럼 화독같이 화끈 달아오르고 서리내리는 밤에는 몹시도 얼어들것이였다.

김일성동지, 저는 오늘의 이 렬차회견을 평생토록 잊지 못할것입니다. 오늘은 비록 어렵지만 저는 김일성동지의 훌륭한 리상이 반드시 현실로 꽃필 날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꼴랴꼬브가 감격어린 목소리로 말씀드렸다.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우리 그날 다시 만나 오늘의 이 렬차상봉에 대하여 옛말처럼 이야기합시다.》

그이께서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뜨거운 정을 담아 말씀하시였다.

꼴랴꼬브와 옥산은 그이께 인사를 올리고 숙소를 떠났다. 그들은 역구내의 한쪽구석, 대피선의 녹쓴 철길우에 호젓하게 서있는 검소하기 이를데 없는 렬차숙소를 자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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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위에서 계속)

자꾸만 돌아보았다. 그때 가설역이 있는 앞쪽에서 증기기관차 한대가 증기를 세차게 내뿜으며 대피선으로 굴러들어오고있었다. 기관차는 차갈이공의 신호에 따라 그이께서 숙식을 하시는 차량으로 점점 바투 접근하고있었다. 잡풀이 무성한 대피선 한끝 바람받이에 호젓하게 서있는 차량들을 끌고 또 어디론가 떠나려는것이였다.

꼴랴꼬브와 옥산은 변변한 숙소도 없이 이동차량에서 숙식을 하시며 끊임없는 현지지도의 길을 이어가시는 그이의 로고가 가슴에 젖어들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적들은 페허가 된 이 나라가 100년이 걸려도 다시 일어서지 못할것이라고 떠벌이고있지만 인민들속으로 들어가 함께 고락을 나누며 진두에서 난국을 헤쳐나가시는 그이께서 계시기에 그이의 빛나는 리상은 멀지 않은 장래에 반드시 현실로 꽃피리라는것을 그들은 굳게 믿었다.

 

그로부터 며칠후 김일성동지께서는 함흥지구에 이어 함경남도의 다른 지역들에 대한 현지지도까지 다 마치시고 이곳 책임일군들을 모두 함경남도당위원회 회의실로 부르시였다. 그이께서는 여기에서 그동안 도안의 공장, 기업소들의 파괴정형을 료해하고 복구대책을 구체적으로 토의하였다고 말씀하시였다.

《이제는 파괴된 공장, 기업소들을 복구건설할 명백한 안이 섰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일하는가 하는데 달려있습니다.》

그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며 우리는 그 누구를 쳐다볼것도 그 누구에게 기대할것도 없이 모든 애로와 난관을 자체로 극복하고 자체의 힘으로 전후복구건설사업을 수행해나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시였다.

《모든것을 자체의 힘으로!》

그이의 이 말씀은 함경남도 사람들뿐아니라 전후복구건설에 일떠선 모든 사람들의 심장을 격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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