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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푸른산악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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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1건 조회 6,984회 작성일 20-04-2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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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릿지웨이는 《신의 가호》나 《우연》이라는것을 전혀 믿지 않았다. 착실한 그리스도교신자로서 《신의 가호》를 부정한다는것은 좀 불경스러운 일이였지만 두차례의 세계대전을 치러본 그에게서 《신의 가호》란 병사들에게 안겨주는 종군목사의 귀맛 좋은 피리소리에 불과한것이였지 전투행동에서는 한모금의 위스키보다도 못한것이였다.

《우연》이라는것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했다.

《우연히 날아든 총탄에 맞아…》, 《우연히 맞다든 적들에 의해…》 하는 식의 보고와 분석에 대해서는 분격할 정도의 혐오까지 느꼈다.

그러나 그는 이번만은 《신의 가호》와 《우연스러운 행운》을 믿지 않을수 없었다.

《펀치볼지대의 대우산에 대한 인민군 3개 군단 공격 확인, 구체적인 작전계획 입수… 함정은 준비되였음!…》

릿지웨이는 도꾜사령부에서 이 전문을 받은 즉시 비행기에 올랐다.

… 비행기는 알릴듯말듯 날개를 좌우로 저으며 점점 고도를 낮추었다.

포가에 쭈그리고 앉은채 껌을 씹으며 비행기를 향해 손을 휘젓기도 하고 상스러운 동작으로 두손가락에 끼운 엄지손가락을 곧추 들어보이던 병사들중 몇이 화닥닥 놀라 일어섰다.

자기들의 《전지전능한 하느님》 릿지웨이사령관의 비행기표식을 알아본것이다.

야전천막에서 뛰쳐나온 장교들이 비행기를 향해 거수경례를 붙였다.

그에 대한 답례인듯 비행기는 또 한번 날개를 저어보였다. 그 순간 비행기에서 흰 꾸레미가 던져졌다.

《선사품이다.!》

병사들은 먼 옛날 만나를 주으러 내닫던 모세의 혈족(이스라엘인)들마냥 그 꾸레미가 내려지는 곳을 향해 번개치듯 달려갔다.

가둑나무우에 얹혀진 보꾸레미를 세사람이 덮쳤다.

《놓으라, 내가 잡았다.》

《아니다, 내가 먼저다.》

짤막한 격투가 벌어졌다. 승리자는 카츄사병인 송우식이였다.

《황둥이가!》

피흘리는 코를 싸쥔 흑인병사가 잔약한 체구의 송우식에게 또다시 달려들 때 그의 날랜 발길이 흑인병사의 면상에 가닿았다.

《송, 그만해!》

거구의 몸집을 가진 보튼상사가 다가가자 송우식은 어설핀 웃음을 띄우며 그 꾸레미를 보튼에게 넘겼다. 보튼의 손에 꾸레미가 들리자 먹이를 노리는 들개처럼 달려들던 병사들이 주춤하고 물러섰다.

보튼은 흰 나이론천으로 포장한 꾸레미를 마구 찢어 헤쳤다. 너펄거리며 떨어지는 보자기천을 집어 든 한 병사가 환호성을 올렸다.

《매트 비 릿지웨이!》

보튼은 그 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눈같이 하얀 수갑을 헤집다가 《보튼상사!》하고 부르는 중대장의 웨침에 고개를 돌렸다.

《대위님, 수갑입니다.》

《가져오게.》

《녜.》

보튼은 례절밝은 대답과는 달리 먼저 제 주머니에 수갑 두컬레를 찔러넣고 나머지 수갑퉁구리를 중대장에게 바쳤다. 중대장은 그의 몰렴치한 태도에 분명 기분을 잡쳤겠으나 사람 좋게 웃었을뿐 묵인하는 태도였다.

2차세계대전때부터의 고참병인 보튼은 얼마전 릿지웨이가 이 부대를 방문하였을 때 개인적인연관계로 반시간 넘게 《담화》를 한것으로 하여 특별한 인물로 점찍혀진 하사관이였기때문이였다.

후각이 발달된 인사과장교들은 보튼의 아버지가 릿지웨이의 사관학교동창생으로서 지금은 현역에서 물러나있지만 군부내의 실권자들에게 영향력이 큰 4성장군이였음을 알아내였다.

보튼은 흑인병사의 반격을 예견하며 여전히 태권자세를 취하고있는 송우식을 보자 손짓으로 가까이 오라고 하고는 주머니에 찔러넣었던 수갑 한컬레를 그에게 넘겨주었다.

《다들 못 차례질걸세, 스물다섯컬레니까.》

《난 필요없습니다.》

《아니 가지게, 기념으로 보관하라구, 릿지웨이장군의 선사품은 자네와 가족들에게 영광으로 될거네.》

중대장을 둘러싼 몇몇 장교들이 수갑분배를 잘 하라고 저마끔 소리를 높이는것을 본 보튼은 또 한번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송우식의 어깨를 가볍에 두드렸다.

《이런 수갑을 가지고 가 경매에 붙이면 한달분 술값이 나올수 있어. 자, 보라구. 릿지웨이의 이름 첫자가 새겨 져 있지 않나. 난 자네를 여느 카츄사병들과는 달리 대하네.》

《고맙습니다.》

송우식은 수갑을 물끄러미 보다가 자기의 발타격에 코피가 터져있는 흑인병사에게 다가갔다.

《톰, 아까는 안됐어. 이걸 가지라구.》

서투른 영어와 몸짓으로 그의 호의를 알게 된 흑인병사는 두툼한 입술을 쩍 버그리며 웃다가 송우식을 와락 그러안았다.

《당신 좋은 사람!》

《됐소, 됐소.》

송우식은 그의 팔에서 몸을 빼냈다.

릿지웨이는 이 모든 광경을 비행기에서 내려다보고있었다. 보고만 있었을뿐아니라 수갑을 받았거나 그 행운을 지니지 못한 병사들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으리라는것도 알고 있었다.

개중에는 야유와 불평도 있을것이다. 그러나 그는 비록 스물다섯컬레밖에 안되는 수갑이라고 하지만 후날 그것이 자기의 영상에 어떤 후광을 비치리라는것을, 최전선까지 비행한 로장군의 일화와 《전설》에 어떤 명예의 색갈을 입히리라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각하, 연유가 얼마 안 남았습니다.》

비행기조종사의 말에 릿지웨이는 손을 가볍게 저어보였다.

이젠 돌아가도 되는것이다.

그는 비행기의 선회로 몸이 한쪽으로 쏠리는 순간 자기가 목표하고왔던 대우산과 그 앞의 산들을 날카롭게 훑어보았다.

산악들은 거칠고 계곡은 깊다.

《펀치볼(펀치라는 청량음료를 담는 그릇이라는 뜻)! 이름을 잘 달았지?》

그는 뒤좌석에 앉은 죠지어에게 눈길을 옮겼다.

2차세계대전시절부터 릿지웨이의 잠동무이자 호위관인 죠지어는 갈색눈을 쪼프리며 애교있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각하, 나는 오늘에야 각하께서 이 지대를 <펀치볼>로 부른 의미를 깨닫게 되였습니다.》

《그래, 오늘 다 마셔버리게 될가.》

《그건 밴플리트장군의 말처럼 사실로 되게 되였습니다. 실로 우리에게 <신의 가호>가 내린셈입니다.》

《그럴가.》

릿지웨이는 빙그레 웃으며 이제 만나게 될 밴플리트의 얼굴을 그려보았다.

부르도크 같은 얼굴모상으로 하여 군신마르스라는 별명까지 받은 밴플리트도 《신의 가호》에 대해서 말했다.

오늘 아침 밴플리트로부터 날아 온 인민군 3개 군단산하 부대들의 대우산공략작전계획과 그에 따른 함정을 준비하였다는 비상전문은 그로 하여금 《유엔군》사령관으로의 발탁명령을 받았을 때 보다 더한 흥분에 몸을 떨게 하였고 도꾜로부터 700mile되는 이곳에 날아 온 지금에도 조그마한 피곤조차 느낄수 없게 하였다. 대우산을 중심한 좌우량익과 종심지대에 전진배치된 막강한 포병화력기재들과 줄닿게 늘어선 보병서렬은 력사적인 쾌승을 약속하는 빛나는 서막처럼 보여 좀해 끓을줄 모르는 그의 피를 뜨겁게 가열시켰다.

(그래, 《반간계》가 아니라면 래일 새벽의 전투는 미군륙전사에 찬란한 금문자로 기록될것이다.)

릿지웨이는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천성의 조심성과 랭철성이 되살아난것이였다.

(정보출처는 의심할것이 없는것이고…)

그는 맥아더의 심복이였다는것으로 하여 늘 온곱지 않게 보아왔던 월로우비를 통해 그 《신의 가호》를 날라 온 조선인민군 전선사령관의 부관에 대해 속속들이 알아보았다. 월로우비는 규정상 《유엔군》사령관에게도 보일수 없다는 중요첩자들의 목록철에서 그 첩자의 사진과 경력을 보여주었다. 갱핏한 얼굴에 유순한 눈매를 가진 첩자는 교묘한 연극을 놀 위인은 아닌것처럼 보였다.

(혹시 그자의 내막을 안 인민군사령부가 미끼로 던져 주는 올가미가 아닐가.)

릿지웨이는 비행기가 려주의 산꼭대기에 내려앉을 때까지 여러가지 의문도 던져보고 부정도 해보았다. 그러나 비행기에서 내려섰을 때 그는 자기를 호위해온 여섯대의 세이버전투기를 향해 손을 젓는것을 잊지 않았다. 그 비행기들은 직승기와 경비행기만 내리게 된 이 비행장에 내릴수 없는것들이였다. 밴플리트와 참모장 도일 히키, 남조선군 륙본참모총장 리종찬이 그를 영접하였다.

《각하가 펀치볼지대를 직행하는통에 우리는 몹시 가슴을 조였습니다.》

밴플리트는 여느때없이 상냥한 태도의 상냥한 인사말을 했고 맥아더의 눈에 났다가 릿지웨이의 덕분에 정식 참모장으로 임명된 도일 히키는 《은인》을 만나는 감격과 기쁨을 말로 표현할수 없다는듯 한 황송한 웃음으로 인사를 했다. 리종찬은 릿지웨이와 두사람의 인사수작이 다 끝날 때까지 참대토막처럼 꼿꼿이 굳어져있다가 허심한 미소를 던지는 릿지웨이의 손을 두손으로 잡은채 분명 밴플리트에게서 얻어들은 말을 각색한듯한 《각하, 저흰 이번 행운이 각하에 대한 신의 은총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말로 인사를 했다.

《제군들의 건강한 모습을 보게 되니 기쁘오.》

릿지웨이는 모두걸이로 대답겸 인사를 대치하고 밴플리트의 안내를 기다림이 없이 곧추 자기 방으로 찾아들어갔다. 기자들의 촬영을 예견하여 수수한 접이침대와 접이의자, 철갑모와 카빙총을 걸어놓은 간소한 방이였다. 지난해 워커의 후임으로 8군사령관으로 임명되였을 때 릿지웨이는 이 건물의 설계로부터 방의 구조까지 직접 자기가 감독했고 밴플리트에게 8군사령관직을 넘길 때도 자기 방을 그대로 둬둘것을 부탁했다. 새로운 《유엔군》사령관이 도꾜에만 아니라 8군사령부의 전선사령부에까지 자기 방을 가지고있다고 하면 맥아더와 또 다른 자기를 발견하고 좋은 평가를 내릴것이기때문이였다.

릿지웨이가 접이의자에 앉기 바쁘게 헐리우드의 녀배우들을 찜쪄먹을듯 한 두 녀성군인이 차와 과일고뿌를 든 쟁반을 받쳐 들고 들어서고 1대 5만의 지도말이를 안고 들어온 도일 히키가 분부를 기다리는 개처럼 릿지웨이를 쳐다보았다.

《식사부터 하고 봅시다.》

릿지웨이는 도일 히키에게 아량있는 웃음을 지어 보이고 레몬수를 조금 마셨다.

《식사를 여기서 하시겠습니까?》

밴플리트는 중대한 사변을 앞둔 사령관이 식사소리를 먼저 하는것이 놀랍다는듯 숯덩이같은 눈섭을 찌프리며 웅글은 소리로 물었다. 릿지웨이는 그에게 역시 아량어린 웃음을 지어보이며 서글서글한 태도로 말했다.

《밴, 본격적인 싸움을 하게 되는 상태니 식사도 본격적으로 합시다.》

릿지웨이는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본채의 맨끝에 있는 손님용식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 식당 역시 릿지웨이의 구상대로 설계되고 장식된것이였다.

고급아마직으로 된 식탁보들과 독립전쟁 당시를 반영한 그림들과 동양의 산수화들로 벽을 장식한 방이였다. 릿지웨이는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의 요인들이 올 때를 예견하여 미국과 동양을 다같이 느끼게 할수 있다는데서 그런 그림들을 선택하였고 그릇들은 일본제, 숟가락과 포크, 나이프따위는 미국제로 갖추게 하였었다.

《꼬냐크를 하겠습니까, 위스키를 하겠습니까?》

상차림을 살펴보던 도일 히키가 술병이 없다는것을 눈치 채고 재빨리 물었다.

《다 가져오시오. 저녁에는 한방울도 들지 않기로 하고… 나는 지금 몹시 배가 고프오.》

밴플리트의 뚝한 얼굴때문에 하는 말이였으나 배가 고픈것도 사실이였다. 그는 이날 아침 우유 반고뿌와 비프스테키 한쪼각으로 때를 넘겼다. 지나친 흥분과 신경활동이 위액분비를 억제한때문이였다.

《자, 듭시다.》

릿지웨이는 접대원이 술을 붓기 바쁘게 밑굽을 다 내고 고뿌에 띄워놓았던 얼음쪼각까지 버적버적 씹었다.

뉴욕이나 워싱톤의 신사숙녀들이 보면 무슨 야만인인가 하고 놀랠 그의 음주법에 두명의 《헐리우드》는 못내 감탄하는 미소를 보내였고 리종찬과 도일 히키도 그의 본을 따라 단숨에 잔을 비워버렸다. 그러나 밴플리트만은 어지간히 못마땅한 기색으로 그들을 둘러보며 입가에 잔을 대였다가 내려놓았다.

얼음을 깨무는통에 아파 난 이발을 햄쪼각으로 《애무》하던 릿지웨이는 밴플리트의 속을 엿보며 고소를 머금었다.

(그래 내가 너무 지나치다.)

릿지웨이는 기름묻은 입을 물수건으로 닦고 정색한 눈길로 밴플리트를 보았다.

《장군, 나는 모든 준비가 완전무결한것을 확인했습니다. 오늘과 래일은 밴플리트장군의 날로 기록될것입니다.》

《고맙습니다.》

밴플리트는 얼결에 술잔을 다시 집으며 쵸크를 기대하듯 쳐들어보였다.

방금까지 음울하던 눈에 기쁨이 물결쳤다. 릿지웨이는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그의 손을 가볍게 다쳤다.

《장군, 장군의 몸에는 더이상 하면 과합니다.》

《고맙습니다.》

밴플리트는 같은 말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며 얌전한 소년처럼 술잔을 내려놓았다.

식사가 끝나자 릿지웨이는 한시간가량 쉬자고 하고는 쵸지어를 시켜 도일 히키를 자기 방에 불러들였다.

접이식침대에 반쯤 누운 그는 밴플리트의 무전문에 채 반영되지 못한 구체적인 작전행동계획을 따져물었다. 접이식의자를 침대가까이 끌어다놓고 앉은 도일은 연신 소다수를 마셔가며 850문의 포와 150대의 비행기로 전선동부의 인민군주력전체를 소멸하게 될 작전의 휘황한 전모를 그려보였다.

릿지웨이는 잠자코 듣기만 하다가 눈을 감았다.

도일 히키는 자기의 설명이 충분한 성공을 달성하였다고 생각하며 조용히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의 발걸음소리가 사라지자 릿지웨이는 재빨리 일어나 도일 히키가 가지고왔던 지도를 펼쳐놓고 확대경을 집어들었다.

(《신의 가호》라고 했지. 옳다. 현재의 정보가 사실이라면 밴플리트의 작전은 력사적인것으로 될것이다. 력사적인! 력사적인것이라고 할 때 이 작전은 나의것으로 되여야 한다.

그렇다면 차후작전은?…)

대우산에 머물렀던 확대경은 린제를 지나 1211고지, 직동령, 말휘리를 거쳐 금강산쪽에 오래 머물렀다가 원산, 양덕, 평양에까지 가닿았다.

《음.》

그는 확대경을 쥔 손을 부르르 떨다가 목운동을 하였다. 바로 그때 문기척도 없이 밴플리트가 들어섰다.

릿지웨이는 자기의 건강섭생법이 들장난것이 몹시 불쾌하여 밴플리트를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밴플리트는 그에는 아랑곳않고 약간 근심낀 어조로 입을 열었다.

《방금 극동공군사령부와 전화교신이 있었습니다. 준비는 다 되였다고 합니다.》

《그런건 한시간후에 말하기로 하지 않았소. 하긴 이젠 10분후구만.》

릿지웨이가 손목시계를 내려다 볼 때 밴플리트는 약간 분개한 어투로 말을 이었다.

《그때문에만이 아닙니다. 공군사령관 스트라이트 메이어장군이 심장발작을 일으켰답니다.》

《심장?… 그래 생명은 어떻다고 합니까?》

《입원치료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치료로 해결될 정도면 큰 문제가 아니구만.》

《여하튼 좋지 않은 징조입니다.》

《좋지 않을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숱한 비행기에 비행사를 잃었으니 심장발작이 생길만도 하지 않소.?》

《각하, 그건 유감스러운 말입니다.》

《감정을 개입시키지 마시오. 나 역시 그를 생각하면 걱정이 되오. 하지만 이 땅에서 피흘리며 죽어간 수많은 미국인들을 생각할 때 그 하나의 심장발작이 무슨 문제란 말이요. 이제부터 작전토론을 합시다.》

《이 방에서 하겠습니까?》

《그렇소. 메이어장군의 심장발작은 밴장군에게 또 하나의 무거운 짐을 얹혀준셈이요. 내 말뜻을 알겠소.》

릿지웨이는 엄한 눈길로 밴플리트를 직시했다.

밴플리트는 말이 없었다.

(이자는 입이 무겁지.)

그의 반감을 사지 않기 위해 또 하나의 못을 박았다.

《극동공군사령관의 부재시 작전승리는 전적으로 당신의 영광으로 될것입니다.》

그러나 밴플리트는 별반 감동을 보이지 않은채 밖으로 나갔다.

릿지웨이는 후- 하고 한숨을 내쉬고 《쎄빌리아의 리발사》의 가극 하나를 코소리로 흥얼거렸다.

그는 맥아더에 못지 않게 스트라이트 메이어를 싫어했다.

스트라이트 메이어는 조선전쟁에서의 《성공》은 늘 《제공권》에 있다고 떠듦으로써 보병제일론자인 릿지웨이를 곤경에 몰아넣던자였기때문이였다.

작전토론은 두시간나마 걸렸다.

밴플리트와 도일 히키, 리종찬 외에 밴플리트의 《한국군》 보좌관인 송우인준장이 참가한 모임이였다.

송우인은 밴플리트의 보좌관자격으로보다 영어에 밝지 못한 리종찬의 통역으로 참가하였다.

릿지웨이는 도일 히키한테서 들은 작전계획을 밴플리트의 뜨적뜨적한 말을 통해 다시 한번 지루하게 듣고 세가지 문제점을 꼬집어 질문을 들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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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위에서 계속)

릿지웨이;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손자와 오자의 전법, 그중에서 36계를 다양하게 활용하고있다.

밴장군, 당신은 36개중의 《포전옥계》를 아는가? 3개 사단 투입설이 우리의 력량을 대우산에 집중하게 하고 다른 전선에서의 공격을 단행하기 위한 수법으로 될수 있지 않는가?

밴플리트; 아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있는 내용과 인민군전선사령관 부관의 말을 종합해 볼 때 의심할 여지조차 없는 사실이다. 인민군전선사령관인 김웅은 모택동전법인 《운동전》에 심취되여있으며 조중련합군측 인민군대표인 박일우 역시 《운동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있다. 실패한 몇차례의 전투로 하여 그 두사람은 궁지에 빠져있다. 이렇게 볼 때 김웅의 이번 작전은 최고사령관에게서 잃은 신임을 회복하기 위한것이기도 하다. 최고사령관이 그에게 보낸 친서에는 한치의 땅도 잃어서는 안된다는것이 강조되여 있다고 한다.

이로부터 김웅은 박일우의 동의를 얻어 이 작전을 단행하려고 한것이다.

릿지웨이; 당신은 가장 중요한 한가지를 잊고있다. 북조선군의 모든 작전과 전투조직은, 지어 련대와 대대전투들까지 김일성최고사령관이 직접 조직지휘한다고 당신도 일찌기 나에게 말한적이 있지 않았는가.

밴플리트; 나도 그것을 생각해 보지 않은바가 아니다. 하지만 이틀전에 벌린 그들의 대우산탈환전투도 김웅의 단독결심에 의해 진행된것이라고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번 작전 역시 김일성최고사령관에게서 잃은 신임을 회복하기 위한 창발성으로 나는 생각한다.

릿지웨이; 리총장,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리종찬; 나는 밴플리트장군의 견해에 공감한다. 대우산을 되찾는 문제는 인민군전선사령부만이 아니라 최고수뇌부의 결심인것으로 봐야 할것이다.

대우산함락직후에 쓴 김일성장군의 친서에 한치의 땅도 내주지 말데 대한 사상이 적혀있다지 않는가. 그것은 곧 명령일것이다.

릿지웨이; 김일성장군이 그토록 허수가 많은 작전을 쉽게 인준할수 있다고 보는가.

같은 방식의 반복은 죽음이다.

리종찬; 동감이다. 그러나 허수로 보게 되는 같은 방식의 반복에 위험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누가 실패한 전투방식을 계속 되풀이하려 하겠는가. 김웅은 이것을 내다보았을것이다. 때문에 그의 부관이 가져온 작전안을 알게 되였을 때 우리모두가 반신반의하게 되였다. 만약 그 반신반의가 계속되여 지금과 같은 대응조치가 없다고 생각해 보자.

그 경우 대우산은 어김없이 적의 수중에 떨어지게 되고말것이다.

밴플리트, 도일 히키; 바로 그것이다.

릿지웨이는 리종찬을 새로운 눈으로 보았다. 조선인이 유태인처럼 머리가 좋다고 하는 일부 인종학자들의 말이 그럴듯 하다고 생각되였다. 그는 대견스러운 웃음을 보이며 리종찬에게 재차 질문하였다.

《리종찬, 당신의 분석은 대체로 옳다. 그런데 당신은 작전과 전투를 동양적인 간계와 모험의 술수로만 보지 과학적통찰의 안목은 잃고있다.

이번 작전은 방식은 같다 하지만 대규모의 병력투입에 의한 원거리기동이다. 그래 수십mile의 전선에서 또 그만한 연장길이를 가진 세개 사단의 무력이 우리쪽으로 기동해 오는 경우 매 릉선과 산마루마다에 포진되여있는 감시경계병들은 소경이 되여있겠는가.》

《각하, 말씀의 뜻을 알겠습니다. 경계감시가 조밀하고 야간정찰기까지 순회하는 상태에서 적의 기동은 방어전연에 이르기전에 포착될것입니다.

그 경우 비행대의 지원은 가능하지만 현재와 같은 막강한 포화력과 병력지원은 시간상 늦습니다.》

《그 시간이면 우리 비행대가 불바다를 펼쳐놓을것이요.》

그때까지 점잖게 앉아있던 도일 히키가 리종찬의 끈질김에 기가 상한듯 한마디 내붙였다. 리종찬은 그를 향해 가볍게 머리를 끄덕여 보이고는 계속했다.

《지당한 말씀입니다. 하지만 야음을 타 골짜기와 야산을 타고 들어오는 적이니만큼 폭격의 효률은 높지 못할것입니다. 설사 불바다를 펼쳐놓는다 해도 과반수가 전멸이 되지 않는 이상 그냥 밀고 들어올것입니다.》

《그럼 지금과 같은 상태에선 어떨것 같소?》

릿지웨이는 무익한 공담인줄 알면서도 가슴속에서 치받치는 은연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순간 리종찬의 얼굴이 활짝 밝아졌다.

《오늘 밤 12시를 기해 적의 세개 사단은 완전분쇄, 괴멸될것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우려되는것은-》

리종찬은 릿지웨이보다 밴플리트에 대해 더 신경을 쓰며 눈치를 보다가 말을 이었다.

《만약시를 위한 대비책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것입니다. 김일성장군의 전법은 왕청같은데가 많아서… 허를 보이는 식으로 이 작전을 펼치다가 순간에 어떤 변화를 보일지 모릅니다.》

《당신은 관동군출신들이 하는 말을 외우고있구만. 그를 신으로 보지 마시오.》

《녜, 그리고 랭정하게 고찰해 볼 때 적의 정찰들에 의해 우리의 움직임이 알려졌을 경우 전선서부와 중부로 불시 공격을 가해올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사관학교 생도의 대답이요.》

릿지웨이는 미군장성들앞에서 《한국》인장성의 입을 너무 오래 열게 했다고 생각하며 딱 잘라 부정하였다. 리종찬은 약간 무참한 얼굴빛이면서도 눈에는 공손한 미소를 담고있었고 밴플리트는 쓰거운 기색으로 리종찬을 지릅떠 보고있었다.

릿지웨이는 그 눈길에 자기에 대한 반감도 있음을 알았다.

그는 인천상륙작전안을 근기있게 납득시키던 맥아더의 모습을 그려보며 입가에 느슨한 웃음을 그렸다.

《만약 김일성최고사령관이 우리가 알고있는 그대로의 군사적천재라면 서부와 중부에 대한 공격은 시도하지 못할것이요. 모름지기 그들에게 땅크사단과 비행기사단이 한두개만 더 있어도 리총장의 판단은 백점 스트라이크요. 하지만 지금 그에게는 보병총과 수류탄밖에 없소. 이로부터 그는 공격이 아니라 방어로 넘어간것이고 결정적기회만을 노릴따름이요.

본문제에 대한 나의 견해를 말하겠습니다.》

릿지웨이는 엄숙한 기색으로 일어섰다. 그리고 서기격으로 앉아있는 죠지어에게 눈짓하였다. 이제부터 하는 말을 기록해 두라는 뜻이였다.

《나는 이번 작전과 관련된 밴플리트장군의 신속과감한 작전수립과 용병술에 대하여 <유엔군>사령관으로서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물론 현재의 작전은 제관들도 인정하는바 그대로 반간계와 포전옥계의 허수를 가지고 있는것만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설사 적들의 간계와 기만에 속히운것이라 하더라도 문제될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동양성구에는 밑져도 본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이번 작전이 그 비슷하다고 할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적들의 간계에 속히운 경우를 념두에 두는것입니다.

나는 밴플리트장군이 일단 결심하고 조직한 이 작전에 대해서 이의를 표시하지 않으려 합니다.》

릿지웨이는 왼손을 약간 쳐들어 보이는것으로써 자기 말도 모임도 끝났다는것을 표시했다. 그러자 다들 얼떨떨한 눈길로 저마끔 상대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도일 히키가 밴플리트의 눈짓을 받고 일어섰다.

《사령관각하, 그러니 이번 작전은 성공과 실패를 다 안고있는것으로 된다는것입니까?》

《도일, 나는 실패라고 하지 않았소. 밑져도 본전이라고 했지. 상대가 상대니만큼 만약의 경우를 생각지 않을수 없기때문이요.》

《저… 그렇다면 전선중부가 문제입니다. 오늘 아침 그곳 1제대의 중곡사포련대 두개를 대우산쪽으로 기동시켜왔습니다.》

《내가 여기 온것은 바로 그런 문제때문이요. 거기에 대해서는 차후 나의 결심을 말하겠소. 지금은 밴플리트장군의 결심과 계획대로 신심과 용기를 가지고 싸우는 길밖에 없소.

제관들, 각자는 자기 위치를 차지합시다.》

릿지웨이는 수류탄을 매단 어깨띠를 바로잡고 밴플리트에게 손을 내밀었다. 뜻밖의 그의 행동에 화닥닥 일어 선 밴플리트는 정중하게 머리를 끄덕이고 그의 손을 꽉 잡았다. 릿지웨이는 도일 히키로부터 송우인에게까지 악수를 하고 자기는 구경이나 할테니 특별한 일이 제기되지 않는 한 찾지 말라고 하였다.

모임이 끝난 뒤 밴플리트와 리종찬은 대우산작전을 지휘하기 위해 꾸려놓은 야전지휘소로 떠나갔고 도일 히키는 그들과 교신하기 위한 무전통신처에 자리를 잡았다.

릿지웨이는 저녁때까지 이 방, 저 방 다니다가 식사때에는 자기 방에서 병사용《레이숀》(야전식료품)을 들었다. 그리고는 한시간가량 침대에 누워 있다가 밖에 나섰다.

기복진 언덕우에 자리잡은 지휘처라 주변일대가 눈아래 환히 펼쳐 진 곳이였다. 거름내가 싫어 주변 50mile밖의 농가들을 모조리 철수하게 한것으로 해서 개 짖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검푸른 하늘에는 청보석같은 별들이 쫙 깔리고 어느 방에선가 울려나오는 당고곡이 이상스러운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바로 이런 밤이였지.)

조국을 떠나기전 안해와 함께 마지막으로 걷던 밤이 떠올랐다.

크리스마스 전전날 저녁, 친구의 집에서 저녁만찬을 마치고 하이블(위스키에 탄산수를 섞은 음료)을 마실 때 참모총장 콜린즈대장으로부터 그를 찾는 전화가 왔다. 콜린즈는 워커의 사망과 그의 후임으로 릿지웨이가 임명되였음을 알려주며 대통령의 인가를 받은것이라고 했다. 전화를 마치고난 뒤에 릿지웨이의 표정이 어떠했던지 안해는 물론 주인집 내외까지 두눈이 휘둥그래졌다.

릿지웨이는 부풀어오르는 자기의 감격을 드러낼가보아 급한 일이 제기되였다는 말로 주인집 부부와 작별인사를 하고 밖을 나섰다. 그의 팔을 꼭 껴안고 따라나선 안해가 무슨 일인가고 물을 때도 릿지웨이는 사실에 대한 대답을 피했다.

뭔가 온 세상을 떠안는듯 한 몽환속에서 헤여날수 없었던것이다. 륙군참모본부의 일개 차장으로부터 십수만 대군을 쥐고 흔드는 8군사령관으로 되였다는것은 출세의 사다리를 두세개 뛰여넘는것으로 되는것이기때문이였다.

그리고 그는 트루맨이 다름아닌 자기를 8군사령관으로 임명했다는데서 보다 휘황한 앞길을 내다보게 되였다.

군인치고 류다르게 예민한 정치감각을 가진 그는 트루맨과 맥아더의 풀길 없는 모순을 잘 알고있었다. 트루맨과 맥아더는 조선전쟁 시초에는 쌍둥이격이였지만 련속되는 실패를 당하게 되고 비난과 공격을 받게 되자 책임을 서로 전가하며 두마리의 사자처럼 으르렁거리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싸움에서 맥아더의 군사적명성과 오랜 관록에 현혹된 사람들은 맥아더를 떠받들었으나 릿지웨이만은 시종 트루맨의 편에 서있었다. 하여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맥아더의 허점과 오유를 찾아 독화살을 쏘았고 전쟁실패의 모든 원인을 맥아더의 그릇된 판단과 독단에 있다고 분석하였다.

지어 맥아더에게 눈부신 영광을 가져다 준 인천상륙작전마저 적합치 못한 지역에 대한 공격이였다고 비난하였고 8군과 10군단을 분리시켜 북진하게 한것 역시 도요도미 히데요시의 조선공략작전의 재판이라고 하면서 그러한 분리공격으로 하여 결정적인 승리의 기회를 놓쳐버렸다고 비평하였다.

이로하여 그는 백악관은 물론 군부내의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뛰여난 현안과 어떤 권위와 도의심앞에서도 군인의 량심을 잃지 않는 결백하고 투철한 인간으로 주목을 받게 되였다.

그와 맥아더를 대비하면 거인과 난쟁이라고 할수 있다. 5성원수와 중장, 뛰여넘을수 없는 그 차이와 함께 그는 맥아더가 사관학교 교장을 할 때 일개 체육교관에 불과하였다. 럭비와 축구를 즐기는 두사람의 공통된 취미때문이였는지 릿지웨이의 출세에는 맥아더의 숨은 후원도 없지 않았다. 이것이야말로 릿지웨이에게는 하나의 갚기 어려운 빚이였다. 모든 미국국민들이 그랬듯이 그도 역시 맥아더를 뛰여난 인물로 숭상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릿지웨이는 맥아더를 좋아하지 않았다.

맥아더의 명성이 높아갈수록 그러한 반감은 더욱 짙어졌고 그 거상을 누를수 없는것으로 랭가슴을 앓았다. 문벌로 보나 경력과 공로로 보나 그와 겨룰수도 없고 따를수도 없다는 절대치때문이였다. 맥아더의 조상은 아더왕의 원탁기사였으나 릿지웨이는 조상이 누군지도 모르는 카우보이의 출신이였고 맥아더가 일본을 타고 앉을 때 릿지웨이는 겨우 발지지대의 한 지역을 점령한 군단장이였을따름이였다.

그러나 맥아더와 다름없이 자기의 군사적천재와 두뇌를 남들우에 올려놓고 생각하는 릿지웨이는 어느 땐가는 그와 대등하거나 더 높이 오를 야심만은 굽히지 않았다. 바로 그러한 야심이 그의 가슴앓이를 더욱 크게 했고 맥아더비판에 광신적인 정열을 쏟아붓게 했다.

그는 8군사령관의 직함을 받은 다음날로 미국을 떠나게 되였다. 크리스마스를 쇠지 않고 떠나려는 그를 안해와 친지들은 물론 콜린즈와 브랫들리(합동참모본부 의장)까지 만류했으나 그의 걸음을 멈춰세울수 없었다. 대통령의 개인고문이며 대통령특사로 되는 해리맨과의 담화가 그의 걸음길을 더욱 재촉하게 하였다. 해리맨은 맥아더에 대한 대통령의 신뢰가 떨어져 가고있다는것을 여러번 암시한 끝에 트루맨과 그 보좌관들이 릿지웨이에게 커다란 기대를 걸고있다는것을 숨김없이 말했다.

《대통령께서는 맥원수가 자신을 총사령관으로가 아니라 일개 사무원취급을 하고있다고 하면서 몹시 불쾌해하였습니다. 우리는 당신이 맥원수의 그런 자만기를 억제하는 힘으로 될뿐아니라 기울어져가는 전쟁의 운명을 바로 잡을것이라고 믿고있습니다.》

릿지웨이는 그의 말에 사심없는 노력과 충의를 기울일것을 굳게 언약하였다. 그러나 그는 어느 하나의 언약도 지키지 못하였다.

그는 조선전선에 날아와 며칠 안되는 기간에 전쟁승리란 허황한 꿈에 불과한것임을 알았고 국내의 반전파들과 패전론자들의 주장대로 미군을 신속히 철수시키는 길만이 미국과 국민을 위한 길임을 절감했다. 하여 그는 백악관과 합동참모본부에 이미 전세는 기울어졌고 그 어떤 힘으로도 되돌려세울수 없다는것을 과장된 사실과 수자로 루차 보고하였고 (그에 대한 책임은 자기와는 무관계하였기에 더욱 그러했다.) 맥아더에 대해서는 그의 자만기를 누를 대신 더 부채질을 하였다. 국가의 리익을 앞세워 생각해야 할 군인의 명분으로는 심히 온당치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고장난 차는 빨리 페물로 만들어 새차로 바꾸게끔 하는것이 합리적이라는 실용철학에 따른 책략이였다. 하여 맥아더는 파멸의 비운을 당했고 그 자리에 그가 올라서게 되였던것이다.

릿지웨이는 이것을 놓고 개인적인 면에서는 성공이라고 보면서도 대통령과 국민앞에서는 가책을 누를수 없었다. 더구나 《유엔군》사령관의 후임에는 능력으로나 관록으로나 자기보다 훨씬 우의 사람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자기를 천거한 신임을 생각하면 뼈가 저릴 지경이였다.

하여 그는 분골쇄신의 비장한 각오를 안고 조선전쟁의 암담한 전도에 대해서는 그냥 떠들면서도 (군비증강과 무력보충때문이였다.) 미군철수설은 철궤에 집어넣었고 대역전의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던 끝에 《영예로운 정전》안을 발상하였던것이다. 물론 《정전》문제는 그보다 백악관과 합동참모본부에서 먼저 들고 나온것이였으나 릿지웨이는 무승부의 정전이 아니라 승리자로서의 《정전》을 결심하였다. 그에 대하여 대통령은 열렬한 지지와 감사를 보내여왔다.

트루맨은 편지에 이렇게 썼다.

《나는 귀관과 같은 특출한 군사가, 참된 애국군인을 가진것을 더없는 행복으로 생각합니다.

오늘 현재 미합중국의 명예와 권익의 수호신이 누군가고 물으면 나는 서슴없이 <매트 비 릿지웨이장군>이라고 말할것입니다.…》

릿지웨이는 그 편지에 크게 감동되지는 않았으나 자기 어깨에 실린 무거운 사명감만은 충분히 감득하였다.

트루맨의 《수호신》운운은 단순히 미국의 명예나 권익만이 아니라는것을 깊이 생각지 않을수 없었다.

래년도에는 대통령선거가 있다. 만약 올해안으로 영예로운 《정전》이던가 전세를 뒤엎는 혁혁한 전과가 없다면 대통령은 재선의 꿈도 꿀수 없을것이며 그것은 곧 릿지웨이의 운명에도 영향을 미쳐올것이다.

릿지웨이는 서글픈 당고곡이 요란스러운 쟈즈로 바뀌는것을 들으며 되돌아섰다.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죠지어는 쟈즈곡이 흘러나오는 창문을 넋없이 바라보고있었다. 도꾜에 있을 때도 외출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죠지어였다.

(계집생각이 나는게지. 저녀석도 제대될 때가 되였는데-)

릿지웨이가 그에게로 걸음을 옮기는데 다급한 발자국소리와 함께 도일 히키가 나타났다.

《각하!》

그의 목소리는 기쁨에 떨리였다.

《한국군의 감시정찰보고에 의하면 불암산 뒤계선에서 한개 사단가량의 적들이 기동을 개시했다고 합니다.》

《축복이 찾아오는구만.》

릿지웨이는 껄껄 웃으며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야광시계의 시침은 10시를 가리키고있었다.

(그러니 제1진이겠다. 불암산을 공격출발진지로 삼을것이고… 그러니 이제 30분쯤 더있으면 좌우량익을 포위한다는 두개 사단의 척후대가 나타날테지.)

릿지웨이는 땅두더지처럼 가랑잎속에 파고들어가 무선기를 붙안고있을 《한국》군 정찰병들을 그려보았다. 그들은 대우산정면과 전방좌우량익의 수㎞밖에 나가 인민군부대들의 진출을 보고하게 되여있었다.

(불쌍한 녀석들이야.)

릿지웨이는 전투만 개시되면 불바다로 될 그 지대에서 땅두더지가 된 그 정찰병들은 영원히 살아돌아오지 못할것이라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각하! 더 다른 지시를 줄것이 없습니까?》

《전장에서 사령관은 하나요. 밴플리트장군과 련계를 잘 맺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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