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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서 불멸의 력사 가운데 장편소설 푸른산악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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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1건 조회 7,299회 작성일 20-04-19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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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일성동지께서 최고사령부가 자리잡은 건지리에 도착하신것은 10시였다. 그 시각 최고사령부의 대기실에는 남일총참모장이 와 있었고 앞산기슭의 과일밭에서는 녀성군인들이 추리를 따고있었다.

보이느니 산이요 들리는것은 새소리라 옛날 은둔처사(숨어사는 선비)의 발길만이 닿았다는 이곳이 어마어마한 전쟁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뇌부의 성지로 된것은 올봄부터이다. 허나 달라진것은 별반없다. 산도 그 산이요, 숲도 그 숲이다.

차가 건지리 재등을 내릴 때부터 다쫓아오던 메새 한마리가 저만치 임자없는 수수밭에 내려앉자 그이께서는 다시금 눈을 감으셨다.

슬쩍슬쩍 불어치는 골바람에 이제까지의 더위며 먼지며 넘어진 전주대며 폭음이며 하는 모든것이 먼 지난날의 일처럼 되돌이켜진다.

장장 천여리, 그이께서는 멀리 내륙지대의 군수공장들을 돌아보시고 오는 길이였다.

《저기 오영동무가ㅡ》

부관이 그이를 돌아보다말고 입을 다물 때 그이께서도 알아보셨다. 이전 기술서기였던 오영은 올봄부터 중앙정치간부학교 학생이 되였다.

《세우오.》

추리를 따던 녀성군인들속에서 오영은 유표한 차림에 유표한 형색이였다.

파란 제낀 양복은 학생이니 그렇다쳐도(그 옷은 오영이 학교로 갈 때 그이께서 마련해주신 봄가을양복이였다.) 한껏 치떠진 눈과 반쯤 벌려진 입은 뭔가 크게 놀란듯 한 인상이였다.

《오늘은 어찌된 일이야. 혹시 락제를 맞고 온건 아니겠지.》

그이께서 차에서 내리시자 오영은 저으기 당황한 기색이였다.

《아, 아닙니다. 추리를 실으려 오는 차편이 있고 또 오늘은 일요일이여서ㅡ》

《하여튼 잘 왔다. 그래 오늘은 무슨 일때문에 왔니?》

지난 5. 1절에 왔을 때는 오영이 길동군정대학시절부터 그린 소묘철을 묶어가지고 왔었다. 거기에는 동북해방전쟁과 관련된 속사화들로부터 《온 나라가 배운다》는 전쟁전날의 《출세작》도 있었다.

《장군님!》 오영의 눈빛이 뜻밖일 정도로 심각해졌다. 그전 기술서기를 할 때 식사시간을 어긴다던가 밤을 패셨을 때보다 더 《엄격》한 표정이였다.

《왜 그러냐.》

한마디 자칫 잘못하면 울음이라도 터질듯 한 형세였다.

오영은 입술을 잘금잘금 깨물고있다가 떨리는 소리로 입을 열었다.

《장군님께선… 꼭… 폭격속을 다녀야 하십니까.》

《허허, 난 또 무슨 큰일이라구.》

뭔가 짚어지는것이 있었다.

《그래 집안에서는 다들 잘있다니?》

《네. 요 며칠전에 할아버님한테서도 편지를 받구 어머니한테서두 편지를 받았습니다.》

《나도 소식은 듣는다.》

오영의 할아버지인 오태희로인은 태천에 나와있고 오영의 어머니는 후방군수피복공장에서 유격구시절의 재봉사솜씨를 떨치고있다.

《좀 걷자.》

그이께서는 잔디밭을 곧추 질러오는 남일을 띠여보시며 오영에게 다시 물으시였다.

《비행학교에 간 동생한테서두 소식이 있니?》

오영의 입술이 단번에 뾰조름해졌다.

《그 앤 항공학교에 간다는 편질 한장 보내고는 종무소식입니다.》

《그건 안됐구나.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래년쯤에는 비행기를 타고 우리우를 날아다니며 본때를 보일게다.》

《그럼 래년까지도… 끝나지 않습니까?》

오영의 두눈이 올롱해졌다.

《그 문제는 나보다도 저기 오는 남일동지가 더 잘 알거다. 한데 너의 동무들은 어떻게 생각하니?》 

《사실 제가 온것도 그때문입니다. 요즘 정전담판을 한다는것을 알게 된 뒤부터는 다들 그 문제를 가지고 론의가 많습니다. 늦어도 올해안으로 항복을 받아낸다는 동무들도 있고 반대로 3∼4년은 더 걸려야 끝날것이라는 말들도 있었습니다.》 

《3∼4년이라고 하는 동무들은 뭘 보고 그런대?》 

《건… 미국은 지금까지의 전쟁에서 한번도 패한적이 없는데다가 그 침략적본성과 막강한 잠재력때문에 쉽게 손을 들지 않을것이라구…》 

《본성에 잠재력이라?!… 나두 그 비숫한 생각이다. 그래 오영인 어느편에 섰니?》 

《전 어느편에도 들지 않았습니다.》 

《허, 나와 함께 있었던 동무가 입을 다물고있었다면 망신인걸.》 

《아이, 말이야 했지요 뭐, 전 놈들의 사등뼈를 분질러놓기 전에는 안된다구 했습니다.》

《거 대답 잘했다.》

그이께서는 남일의 인사를 받으시며 다시 물으시였다.

《추리는 얼마쯤 될것 같니?》 

《한차 싣고도 남을것 같습니다.》 

《떠나긴 저녁에 떠나겠지.》

《네.》

《가는 길에 조심하거라.》

그이께서는 오영의 모습이 추리밭속에 잠겨들 때까지 그냥 한자세로 서계셨다. 오중성이 남겨놓고간것은 저 오영이와 비행학교로 간 그의 남동생뿐이다.

《와있은지 오랬소?》 

그이께서는 남일의 얼굴을 찬찬히 여겨보시였다. 

《새벽녘에 도착했습니다. 한데 수상스러운 폭격을 당하셨다는데 어찌된 일입니까?》 

거머무트름한 얼굴과 대조되게 산뜻한 남일의 군복에서는 가벼운 향수내가 풍겼다. 

《당한것이 아니라 구경을 했소.》 

《방학세동무한테 알아보니 나쁜놈들 작간같다고 합니다.》 

《전쟁인데 무슨 일인들 없겠소.》 

남일이 말하는 수상스러운 폭격이란 최고사령부를 떠나셨던 첫날밤에 겪은 일을 두고 하는 소리였다. 평양시가를 벗어났을 때 그이께서는 출발시의 로정계획과는 달리 새로 닦은 군용도로가 아니라 리조말엽에 생겨난 구도로를 타시였는데 그로부터 십분도 안되여 수십대의 야간폭격기가 나타났고 그때부터 한시간 넘게 진행된 폭격은 그이께서 가기로 하셨던 새로 닦은 군용도로에 집중되였다. 만약 출발시 계획대로 그냥 달렸다면 무슨 참변이 생겼을지 모른다.

방금전의 오영의 이상스러운 태도도 바로 이 사실을 알게 된 때문일것이다. 

출입문가에서는 당직부관과 서기, 최고사령부전용무선대의 변신참모 황영숙이 그이를 맞이하였다. 그이께서는 갸름한 얼굴의 황영숙이 역시 방금전의 오영이와 같이 놀라난 얼굴인것을 보시고 속이 언짢으시였다.

《폭격소식은 저 동무한테서 들었소?》 

김일성동지께서는 무전실로 사라지는 그의 뒤모습을 일별하며 남일에게 물으시였다.

《네. 그 일을 말할 때 얼굴까지 파랗게 질려 떠는통에 저도 가슴이 덜컥했더랬습니다.》

《올봄에 저 동무 부모들의 유해를 찾았소. 놈들이 굴간에 몰아넣고 수류탄을 터쳤는데… 거기 가보고 온 다음부턴 웬만한 일에도 곧잘 놀라오.》  

김일성동지께서는 당직부관이 들고나온 양복솔로 옷의 먼지를 터시고 집무실로 들어서시였다. 

창가의 꽃병에는 최고사령부 뒤산에 피는 꽃들이 한가득 꽂혀있었다. 

그이께서는 적아의 부호표식들이 빼곡한 조선지도와 탁우의 무선전신지들을 훑어보고 남일과 마주앉으시였다. 

남일은 올해 6월 30일 정전담판을 할데 대한 릿지웨이의 제의를 받아들인 뒤부터 군사정전위원회 조선측 대표로 거의나 개성에 나가 살다싶이했다.

담판은 첫날부터 치렬한 싸움이였다. 전선에서의 참패를 담판장에서 회복하려는 적들은 《제공권》과 기술적우세를 떠들며 앞으로의 군사분계선을 원산이북까지 뻗치려고 갖은 광기를 다 부렸다. 딸레랑과 메떼르니흐의 외교술을 겸비했다는 《유엔군》측 수석대표 터너 죠이 미해군중장은 안하무인의 교기로 남일을 쥐고 놀려다가 처음부터 된탕을 먹었다. 《전쟁에서의 종합적실력은 전선에서 나타난다.》고 하신 김일성동지의 말씀이 남일에게는 결정적인 주패장으로 되여 적들을 수세에 빠져들게 하였던것이다. 하지만 터너 죠이는 굽어들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 있은 회담에서 터너 죠이가 급작스러운 태도변화를 보였다는것이다. 

ㅡ담판 같은것은 될대로 되라, 허나 우리 둘만은 친교를 잃지 말자.ㅡ 

이에 불안을 느낀 남일은 지난밤 박격포탄공장을 돌아보시는 김일성동지께 긴급무전으로 접견을 요청했던것이다.

《불안을 느꼈다. 그래 터너 죠이의 연기에서 무엇이 새로운것 같소?》

《그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이젠 지쳤다는것입니다. 자기로서는 군사분계선이 37°선이든 38°선이든 무관계하다는것이고… 그러면서도 자기측에서 볼 때 군사분계선문제만은 절대 양보하지 않을것이라는것입니다.

《거야 전과 같은 소리가 아니요.》

《네. 한데 그자는 군부나 국무성안에서 <정전담판무익설>이 우세해진다고 하면서 조만간 나와 헤여질것이라는것이였습니다.》

《헤여진다?!ㅡ》

《네. 그 말을 하면서 그자는 작별사진까지 미리 찍어두는것이 좋지 않겠는가고 히죽거리는것이였습니다.

억이 막힌 일이였지만 전 그때 항복서를 받을 때 한장 찍겠다고 했습니다.》

《흥미있는 일이요.》

김일성동지의 웃음어린 말씀에 남일은 의아히 마주보다말고 다시 입을 열었다.

《전… 그자의 수작이 우연인것 같지 않습니다. 일전에 장군님께서 예견하셨던대로 <공세>선포 같기도 하고… 한번 을러보는 위협 같기도 하고ㅡ》

《지금은 그 두가지 생각이 다 옳다고 보오.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나오는가에 따라 결정될 일이지만, 오늘도 담판을 계속하기로 했던가?》

《네, 오후 4시부터 하기로 약속되여있습니다.》

《그럼 떠나시오.》

 《네?!-》

남일은 깜짝 놀라는 기색이였다.

뭔가 새로운 방안과 가르치심을 기대하고 달려온 그였던것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남일의 심중을 엿보시고 부드럽게 말씀하시였다.

《나로서 새롭게 해줄 말은 없소. 그 연극으로 말하면 그자의 말대로 불원간 <힘의 시위>가 있으리라는것을 다시금 확인시킨셈이요. 놈들은 아직도 자기를 강자로 여기니만치 그런 <비밀>도 사실 그대로 알려준셈이지. 물론 그 위협에 우리가 수그러들걸 바란것이기도 하지만… 필요할 땐 찾겠소.》

 남일을 떠나보내고 뒤이어 들어온 작전국장과 정찰국장으로부터 제반정황보고를 받으신 그이께서는 오래도록 작전지도앞에 서계시다가 방안을 천천히 거니셨다. 

고착상태의 전선, 위력정찰과 같은 소규모적인 공격… 달라진 정황은 별반 없었다. 

전투라고 하면 6월 중순부터 개시된 릿지웨이의 《도나츠작전》이 계속됨에 따라 김화, 철원계선에서의 공방전이 의연히 치렬할따름이였고 전반적인 전선에서는 이른바 《잠식》(누에가 뽕잎을 먹어간다는 식)전법이라고 하는 《시탐적공격》을 물리치는 방어전투들이 계속될뿐이였다. 주목할만 한것이 있다면 이달 중순부터 일본 혹가이도의 와다루근해에서 미 16군단관하 비행대와 함선들이 모의상륙작전훈련을 한다는것이였다. 

두툼한 창가림을 한 방안은 물을 뿌린듯 한 고요속에 있었다. 전화기들도 침묵속에 있고 붉은 주단을 밟으시는 그이의 걸음소리도 정적을 더해줄따름이다. 

(릿지웨이는 무엇을 꿈꾸고 어디를 노리는가?)

그이께서는 릿지웨이의 모상을 그려보시였다. 이자의 사진을 처음으로 보시였을 때 허장성세하는 기사도적인물로 생각하시였다. 구겨진 전투모, 구겨진 전투복, 가슴팍에 매여단 두개의 수류탄때문에 웃음까지 자아내게 되였다. 허나 릿지웨이는 고무풍선도 어리광대도 아니였다. 맥아더까지 눈아래로 굽어본다는 야심가, 랭혹함과 교활성에서는 누구도 견줄바가 없다고 한다. 바로 그런것으로 하여 륙군성의 일개 참모차장에 불과하였던 그가 8군사령관으로 되였고 오늘엔 《유엔군》사령관이라는 16개국군대의 우두머리로 되였다. 그는 지금까지의 전투실패책임을 맥아더에게 떠밀면서 조선전쟁을 자기가 결속짓는다고 선언하였다.

그의 연기술은 다양하다. 때로는 《끝없는 수렁판》의 전쟁이라고 우는 소리를 하는가 하면 희떠운 만용속에 전면적인 공세에 의한 조속한 결판을 웨쳐대기도 한다. 그 말들은 각이하지만 그가 파려는 곬은 오직 하나- 미국과 동맹국의 모든 군사적힘을 조선전선에 집중하게 하려는데 있다. 

그런 그가 어떻게 되여 《정전》을 고창하게 되였는가. 그는 6월 23일에 있은 유엔주재 이전 쏘련대사 말리크의 평화호소연설이 있기 바쁘게 《정전》담판각서를 보내왔던것이다. 

진심인가 아닌가, 론의는 분분했었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의 대량소모와 거듭되는 패전에 기겁한 적들이 드디여 정신을 차린것이라는 락관론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정전담판의 막뒤에서 우리가 긴장을 늦추게 한 다음 새로운 대규모적인 공격작전을 펼칠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두가지 견해를 다같이 긍정하시였다. 

미국본토에는 지금 1개 사단의 예비밖에 없고 물가가 끝없이 상승되는 속에서 《조선에서 손을 떼라!》는 반전기운이 전국을 휩쓸고있다. 군부내의 매파들속에서까지 조선전쟁의 무익설을 들고나오며 신속한 철퇴론을 주장하고있다. 

그에 따라 미합동참모본부에서는 미군과 괴뢰정부를 일본이나 괌도에 철수시키는 작전안까지 만들었고 트루맨도 여기에 동의를 주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만약시의 경우》라는 조건부가 붙어있었다. 그 《만약시》란 쏘련군의 참전을 념두에 둔것이였다. 그러나 그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였다. 

지난해 말 그이께서는 주은래로부터 개인적친분관계로 보내온 사신을 받으시였었다. 아직까지 세계가 알지 못하고있는 쓰딸린과의 비공식면담내용을 알려온것이였다.

주은래가 쓰딸린을 만나게 된것은 본질상 새로운 세계대전과 같은 현 상황에서 쏘련군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생각했기때문이였다. 

《우리가 참전한다면 새로운 세계대전으로 되는것이고 3차대전은 핵전쟁으로 될것입니다. 우리 쏘련사람들은 핵전쟁이건 뭣이건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핵전쟁을 막기 위한 노력을, 인내성이라고 해야 할 노력을 발휘하지 않을수 없는것입니다. 

만약 김일성동지가 참전을 요구하고 적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 그때는 나갈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는걸 믿습니다. 김일성동지에 대해서는 내가 잘 압니다.》 쓰딸린으로부터 이 말을 듣고난 주은래는 중국인민지원군의 참전과 빈약한 무장장비에 대한 보충적지원만을 말하게 되였다고 했다. 

(16 : 1) 

그이께서는 외국출판물들에 자주 실리는 이 대비수자를 상기하며 주먹을 부르쥐시였다. 

일반적인 계산으로 볼 때 16 : 1의 대답은 명백한것이다. 부르죠아군사가들은 철과 화약과 돈의 잠재력으로 전쟁의 승부를 계산한다. 그렇게 보면 이 싸움에서의 승리자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로 되여야 했을것이다. 그러나 이 땅에서의 싸움은 그러한 계산법이 허구임을 보여주고있다. 

《야, 너는 얼씬도 말아.》 

창밖에서 울리는 큰소리에 그이께서는 사색에서 깨여나셨다. 

창가림을 제끼시자 최현의 웃음띤 얼굴이 보였다.

최현은 영숙의 손에서 추리소랭이를 받아들고있었다. 그가 무슨 소리를 또 했던지 영숙은 그의 뒤잔등을 마구 때리다가 보초병의 기침소리에 쫓기듯 사라져버렸다.

《오긴 오는구만.》

김일성동지께서 문을 여시자 그이와 마주칠번 한 최현은 풀썩 물러앉을듯 하며 추리소랭이를 놓고 거수경례를 붙였다. 

《최고사령관동지! 제2군단장 최현은-》 

《왜 이제야 옵니까.》 

그이께서는 최현의 어깨를 그러안으시였다. 

최현은 입이 떡 벌어진채 더 말을 못하고 김일성동지의 손에 이끌려 집무실로 들어섰다.

 《그새 앓지 않으셨음 둥?》 

진한 함북말투로 건강을 묻는 최현의 눈굽에는 물기가 그렁하니 고여있었다. 

《나야 무슨 일로 앓겠습니까. 고산에서 폭격을 겪었다지요?》 

김일성동지께서는 최현에게 의자를 권하시고 마주앉으시였다. 최현은 눈이 둥실해졌다가 또다시 우는듯 한 웃음을 지었다. 

《원, 그것까지… 다행히 제가 그리루 왔을 때는 폭격이 끝난 때였습니다. 그런데 그놈들이 고원쪽을 때리는것 같습니다. <Bㅡ29>까지 섞인것 같은데 소리로 봐 50여대 남짓 되는것 같았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적후투쟁때보다 더 상한듯 한 최현의 얼굴에 시선을 주며 물으시였다.

《직무인계는 했습니까?》 

《예.》 

최현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고 눈가의 주름살들이 두드러지게 드러났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최현의 심중을 헤아려보시며 웃음을 머금으시였다. 

《최현동무는 오늘안으로 집에 가봐야 하겠습니다.》 

《예?!-》 

《달리 생각지 마시오. 한주일동안 휴가를 주기로 결정한것입니다.》

《아니 무슨 말씀을, 이 전쟁판에.》

《가야 합니다. 집안사람들도 만나고… 몸을 푹 내고 와야겠습니다.》 

《이런 변이라구사.》 

최현은 어마지두 내뱉고 벌떡 일어섰다. 

《장군님! 어느 녀석이 제가 앓는다고 한게 아닙니까? 그렇지 않으문사 이렇게 처벌을 내릴수가 있겠습니까. 제 보기엔 지금 놈들이 단단히 잡도리를 하고 덤벼들것 같은데-》 

김일성동지께서는 측은하게 그를 보시였다. 최현은 락동강전투때부터 항일무장투쟁시기에 입은 뇌타박증이 재발하여 자주 까무라치군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를 한번도 쉬우지 못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솔직한 심정을 그대로 터놓으시였다. 

《최현동무, 동무말대로 조만간 큰 싸움이 붙을것 같습니다. 나는 지금 가장 어려울수 있는 그때를 생각하여 동무의 휴가를 결심한것입니다. 그 시각 그 장소가 어딘지는 아직 단정할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때에는 동무가 쉬려고 해도 쉬게 하지 않겠습니다. 이래도 내 말이 리해되지 않습니까?》 

《장군님!》 

최현의 입술이 꽉 맞붙고 둥그렇게 새겨진 입가의 주름살들이 떨렸다. 하지만 그는 웃음을, 애된 웃음을 지으며 젖어든 소리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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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위에서 계속)

《가야지요. 제사 언제 장군님의 지시를 어긴적이 있습니까.》

《그럼 됐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환한 웃음을 띄우시며 전선형편을 물으시였다. 최현이 자리를 고쳐앉으며 전선정황과 군단사업인계정형으로부터 시작하여 몇가지 의견을 말씀드릴 때 전화종소리가 요란히 울렸다.

급히 송수화기를 드시고 전화를 받으시던 김일성동지께서는 흠칫 놀라시였다.

《뭣이, 크게 말하시오.… 음…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오.》

김일성동지께서는 전화를 마치고도 몇초동안 전화기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시였다.

《저…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최현은 엉거주춤 일어날 자세를 취하며 물었다.

《아니, 별다른 일이 아닙니다. 그래 휴가군인들에게 어떻게 해야 한다고 했던가요?》

김일성동지께서는 본래의 화제로 되돌아가시였다.

최현은 머밋거리다가 말씀드렸다.

《총을 줘보내서는 안되겠다는것을-》

《그건 무엇때문입니까?》

《우리 군단에서 제기된 일인데 한 군인이 휴갈 갔다가 제 부모를 학살하는데 가담한 <치안대>원 셋을  쏴갈겼답니다. 자수한 녀석들이기에 용서했는데… 그렇게 되였으니 애꿎은 군인 한명을 잃게 된셈이 아닙니까.》

《알겠습니다. 그런 일은 동무네 군단에서만 있은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총정치국에서 내려보낸 지도서를 받지 못했습니까? 전사들에게 우리 당의 관대정책을 해설할데 대한…》

《전 금방 처음 듣는 말씀입니다.》

《그렇습니까?》

김일성동지의 안색이 다시금 흐려드시였다. 최현은 서둘러 말씀드렸다.

《제가 군사일만 보다나니 미처 알아보지 못한탓인것 같습니다.》

부관이 들어와 점심식사시간이 되였음을 알려드렸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기다리셨던듯 우쩍 일어서시였다.

《갑시다. 최현동무가 왔으니 잘 차렸을테지요.》

그이의 안색에 깃들었던 그늘이 사라지는가싶었다.

식당은 조선식장판에 네모배기밥상을 놓은 조그마한 방이였다.

《하, 여긴 이전과 조금도 달라진게 없습니다?》

최현은 방안의 유일한 기물이라고 할 수놓이방석마저 마뜩지 않게 보았다. 이쯤하면 부관중의 하나가 최현의 걸죽한 욕설을 듣게 될것이다.

《최현동문 이런 구들방에서 먹는 밥맛을 죄다 잊었겠지요.》

《원 그걸 잊다니요. 그런데 올방자를 틀고 앉으면 오금이 쑤십니다.》

《그럴테지요. 언제 한번 신발을 벗어볼 사이나 있었습니까. 이 방의 약점은 자칫하면 안일해질수가 있다는것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상에 놓인 찬그릇뚜껑들을 하나하나 열어보시고 머리를 저으시였다.

《이거 최현동무의 입에 맞을것은 하나도 없구만.》

조밥에 백하젓, 이채롭다면 싱싱한 부루와 닭알부침뿐이였다.

최현은 군단사령부의 장령식사보다도 못한것을 보고 얼굴빛을 흐렸다.

《장군님께서는 이전처럼 주방통제를 하시는게 아닙니까?》

《하지요. 한데 오늘은 잘못됐으니 량해해 주시오.》

김일성동지께서는 물수건으로 손을 닦고 부루잎을 드시다가 재차 물으시였다.

《그곳 남새형편은 어떻습니까?》

최현은 수저를 들다말고 풀기없이 대답올렸다.

《시원치 못합니다. 햇곡씨앗도 심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이사짐을 싸두고있습니까?》

《글쎄… 다들 전선이 어떻게 움직이는가 지켜보는 눈치이지요.》

《그것 역시 문제군요. 자, 어서 듭시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조밥을 눌러다져 부루우에 한술 얹으시였다.

식사가 끝나자 최현은 곧장 떠나겠다고 하였다.

《낮엔 폭격이 심할텐데 저녁에 가는것이 어떻겠습니까?》

김일성동지의 만류에 최현은 싱글싱글 웃었다.

《장군님! 장군님께서 몸을 푹 내라고 분부하셨는데 빨리 가서 몸을 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 걱정은 하지 말아주십시오. 이제는 백리밖에서 울리는 비행기소리도 알아듣게 되였으니 일없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최현의 성미에 한겻을 참는다는것이 어려우리라는것을 아셨다.

《여하튼 조심하여야 합니다.》

그이께서는 최현을 바래주려 차있는데까지 나오시였다. 최현은 거듭 그만 들어가시라고 하다가 그이의 부관이 차의 뒤좌석에 커다란 궤짝을 싣는것을 보고 으르듯 소리쳤다.

《그건 무스거야?》

《저…》

부관이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리자 김일성동지께서는 최현의 어깨우에 손을 얹으시였다.

《집에 가도 몸낼것은 별로 없을것입니다. 이곳 동무들이 뭔가 마련한것 같은데… 보탬하시오.》

최현의 입술이 다시금 꽉 맞붙고 눈섭이 푸들거렸다. 문손잡이를 잡던 그는 뿌리칠수 없는 힘에 끌린듯 김일성동지를 돌아보았다.

《장군님, 전선에 무슨 일이 생기면 인차 기별해주십시오.》

《그야 더 여부가 있습니까. 하지만 게 가서는 아예 모든것을 잊으시오. 그리고 또 한가지 부탁이 있는데 이번 길에 무정동무를 만나줬으면 합니다.》

《예-?!》

최현의 눈섭이 치켜올라갔다. 무정은 전략적인 일시적후퇴시기 엄중한 실책을 범하여 철직해임당한 전 2군집단사령관이였다.

《꼭 만나줬으면 합니다. 지금 그 동무의 병이 심상치 않습니다. 의사들은 손을 놓았다고 하는데… 그 동문 지금 우리 생각을 많이 할것입니다. 그러니 동무가 나를 대신하는셈으로 만나주시오.》

《제 가서 만나문 무슨 말을 해줘야 합니까. 앓는다니… 아픈 소리는 못하겠고 그렇다구 위안도 해줄수 없으니-》

《그 동문 한생을 혁명과 조국을 위해 산 사람입니다.

난 그한테 과오보다 공로가 더 크다는것을 꼭 알려줬으면 합니다.》

그이께서는 최현의 얼굴빛이 흐려지는것을 보시며 화제를 돌려 물으시였다.

《최근에 황영학동무를 만난적이 있습니까?》

《예, 열흘전인가 대우산 배비변경때 그를 따로 만났습니다. 혹시 그한테 무슨 일이 생긴게 아닙니까?》

《아니, 그저 생각나서 묻는것입니다.》

한시간반전, 김일성동지께서 받으신 전화는 대우산이 함락되였다는 보고였다.

대우산은 그이께서 전선동부의 주요관문으로 점찍어두셨던 전략적고지였다.

 

대우산전투의 구체적상보라고 할수 있는 전선사령부의 첫 공식보고가 올라왔을 때 성천의 조중련합사령부에 갔던 최용건이 도착했다. 최용건은 원래 이날 오전안으로 최고사령부에 돌아오게 되였으나 대우산건으로 지체되였던것이다.

적극적진지방어전방침이후 최대의 손실이라고 할수 있는 대우산상실이 로장의 마지막인내성과 자제력마저 죄다 잃게 만들었다.

《김웅의 목을 쳐야겠습니다.》

그이의 집무실에 들어서기 바쁘게 이 말부터 한 최용건은 전선사령관 김웅과의 전화교신내용을 말하며 그가 《요술》을 부리고있다고 통탄하였다.

그는 대우산방어를 책임진 사단장까지 전화로 만나 구체적전말을 알아보았다고 하지만 전투과정에 대한 설명보다 김웅에 대한 분노로 하여 필요한 설명은 제대로 못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에게 고혈압증세가 있다는것을 생각하시고 화제를 돌리시였다.

《팽덕회동무를 만나보았습니까?》

최용건은 그때야 자신을 다잡으며 진중한 자세로 돌아갔다.

《예, 장시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의 기분상태는 어떻습니까?》

《그는 장군님께 걱정될 일이 없게끔 해야겠다고 하며… 한데 기분상태를 말한다면 한마디로 암중모색중이라고 해야 할것 같습니다.》

팽덕회는 중국의 10대장군들중의 한사람으로서 항일전쟁과 장개석군과의 싸움에서 커다란 공로를 쌓은 건국공신이다. 전략적인 일시적후퇴시기 맥아더의 중국공략야심을 간파한 중국당에서 지원군을 파견할 때 그 사령원으로 지목된 첫 사람은 림표였으나 그는 병을 구실로 물러섰다. 그에 대해서는 전쟁의 난황에 주저했다는 설도 있다. 하여 팽덕회에게 그 중임이 맡겨졌는데 팽덕회는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그 임무를 접수하고 재진공작전승리에 커다란 기여를 하였다.

그의 장기는 폭 넓은 기동과 분산유인작전속에 불의의 역습과 재빠른 포위로 적을 함정에 몰아넣고 들이족치는 《운동전》을 능숙히 구사하는데 있었다. 모택동전법으로 알려진 이 《운동전》은 시산혈해의 교훈속에서 생겨났다. 1930년대초 국제공산당에서 파견된 군사고문들은 중국의 구체적실정에는 전혀 맞지 않는 《거점보위》 전략을 들고나옴으로써 홍군의 력량을 진멸의 위기에 몰아갔다. 이 모순점을 제일 먼저 깨달은 사람중의 하나도 팽덕회였고 《거점보위》전략에 대처한 모택동의 《운동전》을 제일 먼저 받아들이고 활용한 사람도 팽덕회였다.

중국에서의 국내전쟁과 항일전쟁의 승리는 이 《운동전》의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운동전》은 중국의 광활한 대륙에서는 더없이 훌륭한 전법으로 되였지만 산악이 많고 면적이 넓지 못한 조선땅에서는 잘 맞지 않았다. 주권이 있고 인민이 사는 땅을 종횡무진으로 오갈수 없다는데서도 그랬다. 더구나 현대화된 장비를 갖춘 미군은 발달된 통신, 감시수단과 위력한 비행대, 막강한 포병력량으로 대부대의 기동을 순간에 포착하고 집중적인 폭격과 포격으로 기동을 차단하는것은 물론 막대한 유생력량과 지역적손실까지 가져오게 하였던것이다.

팽덕회의 암중모색이란 중국땅에서 활용하던 그 전법이 크게 은을 내지 못하는데서 오는 고민이라고 할수 있었다. 그의 이러한 고민은 최근 김일성동지께서 새롭게 제시하신 적극적인 진지방어전방침을 접수한 뒤에도 풀리지 못했다. 아니, 더 가증된셈이였다. 비록 현재까지의 《운동전》에서 손실과 좌절을 맛보았지만 그 전법은 20여년전의 전쟁과정에서 가장 옳은것으로 익혀진것이고 적극적인 진지방어전은 예전의 《거점보위》전략과 대동소이한것으로 느껴졌기때문이였다. 만약 그가 김일성동지께서가 아닌 다른 그 누구가 이러한 방침을 제기했다면 받아들이기는 커녕 연구조차 하지 않았을것이다.

이번에 최용건이 팽덕회가 있는 련합사령부로 갔다 오게 된것은 팽덕회자신의 요구이기도 하였다.

천부의 군사가들이 거의나 그러듯이 예민한 감각을 가진 팽덕회는 정전담판을 요구한 릿지웨이의 속심을 헤아려보며 초긴장상태에 있었다.

최근에 있은 적들의 공격이 팽덕회네가 담당한 구간에 집중되고있다는데서 더욱 그랬다. 그전의 팽덕회라면 이러한 공격에 퇴각과 우회기동, 역포위전술로 나갔겠지만 차지한 지역을 절대로 내주지 말데 대한 김일성동지의 요구에 따라 진지방어전을 계속하지 않을수 없었다. 이러한 방어전을 《만만디전》으로 묘사하는 팽덕회는 김일성동지께 계속 이 상태로 싸운다면 주도권을 잃고 《수세》에 빠져드는것이 아닐가 하는 우려를 표시했다.

이렇게 되여 최용건을 그리로 보내시게 된것이였다.

《그러니 팽덕회동무의 우려는 상동무의 설명으로도 해소되지 못했다 그것입니까?》

《팽동무는 장군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우리 인민들의 희생이 더이상 없게 하기 위해서라도 지역을 내놓지 말아야 한다는 사상에는 충분히 공감했지만 진지방어전의 결과가 어떻게 될것인가에 대해서는 그닥 자신이 없어 했습니다. 그는 오늘 대우산을 잃은 김웅이 전술적필요에 따른 퇴각이라고 한데 대해서도 일정하게 공감하는 자세였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전선사령관 김웅의 명의로 올라온 무전보고문을 최용건에게 건네주시였다.

  

극비 친전

최고사령관동지앞 

…대우산에 대한 오늘의 적의 공격은 《불바다》전술에 따른것으로 관측됨, 살인적인 포폭격속에서 련대들을 구원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퇴각을 하였음. 고지탈환은 시간문제로서 전선사령부는 로병관 장령을 파견하였음….

 

무전문을 다 읽고난 최용건은 입이 쓴지 아무 말도 못했다.

《상동무가 료해한 전투과정을 들어봅시다.》

김일성동지의 말씀에 최용건은 움씰하며 자리를 고쳐 잡았다.

오늘 아침 한개 련대가 방어하는 그 고지로는 비행대의 엄호를 받은 두개 사단의 적들이 파도식공격을 해왔다.

사단참모장은 적의 공격력이 배가된것으로 하여 김웅에게 포병대의 지원을 요청했다. 보병만의 방어로써는 견지하기 어렵다는 그 보고에 김웅은 한니발의 《반달형작전》을 생각했다고 한다. 하여 그는 고지뒤에 있던 두개 련대를 고지를 좌우로 에워싸게 한 뒤 52사의 황영학련대로 불의적인 반돌격을 하게 하였다.

그러나 반달형의 포위진이 고지에 접근하였을 때는 적의 포사격과 항공대의 폭격으로 물샐틈 없는 탄막이 형성되였을 때였다.

창가로 비쳐들던 해볕이 사라졌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무겁게 처진 창가림을 열어제끼고 자리에 와 앉으시였다.

최용건은 손수건을 꺼내여 목언저리로 흘러내리는 땀을 닦았다.

《김웅동무가 다시 탈환하겠다고 장담했다는데 상동무는 그에 대해 어떤 의견을 주었습니까?》

《저는 먼저 그 무식하기 짝이 없는 <한니발작전>부터 론하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그건 이도저도 아닌 엉터리<기동전>이라고…》

《기동전》이란 《운동전》이 비판된 뒤부터 박일우와 김웅이 새롭게 이름붙인것이다.

《접수하던가요?》

《접수 안할수가 있습니까. 고지를 내놓고 다시 포위한다는 놀음 역시 <기동전>이 아니겠습니까…

전 그에게 고지를 되찾지 못하면 내 손으로 쏴제끼겠다고 했습니다.

제 생각을 솔직히 말씀드린다면 김웅에겐 그 자리가 어울리지 않습니다.

목을 떼던가 어디 후방에 끌어다 놓던가 해야 할것 같습니다.》

《목을 떼는거야 간단하지요.》

최용건이 이렇게까지 나오지 않을수 없는 제반사실이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감정으로는 그이께서도 최용건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러저러하게 실책을 범했다 하여 목을 친다면 리될것은 적들밖에 없을것이 아닌가.

《지금은 그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그이께서는 자신의 생각을 곰곰히 되새겨보셨다.

(릿지웨이는 오늘 기가 나 우쭐거릴것이다. 이렇게 볼 때 오늘은 우리가 한수 진셈이다.)

사색은 다시 전선으로, 김웅에게로 돌아갔다.

한개 전투에서의 승패는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실패가 반복되면 그 전쟁은 지는것으로 끝난다.

《상동무!》

그이께서는 자신의 사색에 종지부를 찍으며 말씀을 떼시였다.

《내 생각으로 말하면 지금 우리한테는 크게 두개의 넘기 어려운 전선이 있다고 봅니다.

하나는 릿지웨이와 승부를 겨루는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식 전법으로 철저히 무장하게 하는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나로서 한가지 잘 리해되지 않는것은 상동무는 오래동안 다른 나라 사람들과 있으면서도 사대주의, 교조주의가 없는데 일부 사람들은 어떻게 되여 그런 병에 걸려 제 정신을 살리지 못하는가 하는것입니다.》

《장군님, 그것은 세습으로 물려주는 족보책과 같은것이라고 봅니다.》

《허허, 족보책이란 말이지요. 그럴듯 합니다.》

그이께서는 최용건의 어두운 얼굴까지 밝게 하며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이날 저녁 김일성동지께서는 국장이상급 작전지휘성원들과 병종사령관들을 부르시여 방어계선설정과 적들의 새로운 작전에 대처하기 위한 대책안에 대하여 말씀하시였다.

그 말씀속에는 일체 포들을 방어전연에 배치하며 탄약과 무기, 식량과 남새를 제때에 공급할데 대한 방도문제까지 포함되여 있었다.

그뒤 김일성동지께서는 전선사령관에게 보내는 친서를 작성하시였다. 《지역이 문제》가 아니라는 《기동전》의 낡은 개념을 버릴것과 유생력량보존에 최선을 다하며 한치의 땅도 내여줘서는 안된다는것을 엄하게 강조하신 친서였다.

그 일을 마치셨을 때는 밤 한시였다.

이틀밤을 길에서 새우다싶이 하신 그이께서는 이날 밤만은 꼭 일찍 쉬고싶으셨으나 그렇게 할수 없었다. 그동안 밀려 쌓인 문건들과 통신자료들을 보셔야 했던것이다.

부류별로 갈라 쌓아놓은 문건과 자료철에서 이채로운것은 미영군포로수용소에서 올라온 편지였다. 그런데 그 편지는 서한철이 아니라 외신자료철속에 있었다. 그것도 프랑스를 비롯한 여러 나라 신문들에 실린 국제녀맹조사단보고서의 발취문과 함께 놓여 있었다. 매사에 꼼꼼한 서기가 이런 실수를 한것은 전례없는 일이였다. 그이께서는 편지를 드셨다가 먼저 국제녀맹조사단보고서부터 훑어보시였다.

대체적으로 알고 계시는 내용들이였다. 얼마전에 조선에 다녀간 국제녀맹조사단은 평양으로부터 황해도와 강원도지대를 편답하며 미군을 비롯한 이른바 《유엔군》의 죄상자료를 수집했던것이다.

 



△ 조사단 단원

노라. 케. 로스(카나다), 예바 트리 에스트르(오스트리아), 질레르 지글레트(프랑스), 파츠메 벤 슐리만(뜌니지), 아비씨아 포밀(알제리), 이다 바크만(단마르크), 모니카 펠톤(영국)들이 황해도 안악군과 신천군을 방문하였다.

조사단은 황해도에서 강점군에 의하여 폭격으로 희생된 사람외에 12만명이 학살되였다는것을 규명하였다.

안악군에서는 미국군대와 리승만군대에 의하여 10 092명이 희생되였다.

…한 증인녀자가 말하기를 그를 고문하러 데리고 갈 때에 로인과 부녀들을 우물속에 산채로 쓸어 넣는것을 보았다고 하였다. 그 우물에 가보니 은빛단추를 단 소년의 시체가 떠있었고 그 밑에는 수다한 시체들이 장작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사진리 292번지에 사는 13살의 변승수소년은 13명의 가족중에서 그와 어머니만이 남아있고 다른 식구들은 미국놈들이 때려죽인다음 방공호에 넣고 불태워 버렸다고 하였다.



금계리에서 사는 64살되는 김영희라는 녀자는 말하기를 《미국군인들은 나의 딸을 열성농민이라고 하여 마구 때린 끝에 딸과 그가 업고있던 두살짜리 손자애를 총창으로 찔러죽였다. 딸이 죽을 때 <김일성장군 만세! 공화국 만세!>를 웨치자 옆에 있던 놈들이 딸의 혀를 베여버리고 길옆 도랑창에 파묻었다.》고 하면서 《나는 그리스도교를 믿으며 미국인들을 문명한 인간으로 알았다. 그러나 세상에 제일가는 야만은 미국놈들이다. 나는 죽어서 지옥에 가겠다. 지옥에 가서 미국놈들이란것을 모조리 씹어 없애버리겠다.》라고 하며 울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더 읽을수 없으시였다.

재진격의 길에서 보셨던 주검들이 떠오르는가 하면 낮에 지나쳤던 불탄 숲이 우렷이 살아올랐다.

미영군포로수용소에서 올라온 편지는 감사 절반, 청원 절반의 내용이였다.

《…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일성귀하. 

우리는 귀하의 자비로운 은총과 인덕으로 아무런 불편없이 지내고있는데 대하여 깊은 사의와 고마움의 인사를 드리는바입니다. … 

우리는 귀하의 관대성과 아량에 감사를 표시하는 기회를 빌어 한가지 불미스러운 일을 조처해주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물론 저희들은 평화로운 남의 땅을 침략한 죄로 응당한 징벌을 받는것이 마땅하지만 국제법에 따른 인도주의적관점에서 볼 때 비극적이라고밖에 볼수 없는 횡포를 당하는 경우가 있음을 아뢰이지 않을수 없고 그러한 처지에서 저희들을 보호해줄것을 간곡히 청원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거듭 상기시켜드리는바이지만 이곳 수용소에서의 대우는 흠잡을데 없고 관리인들의 태도도 선량합니다. 그런데 수용소로 오는 로정에서 우리 포로들은 거의나가 민간인들의 돌팔매와 몽둥이찜질을 당하군 합니다. 우리들속에서는 2차세계대전시기 도이췰란드포로수용소에 가본 사람들도 적지 않지만 민간인들속에서 이와 같은 횡포를 당하기는 처음이라고 합니다. 일찌기 마르코 폴로는 조선민족을 가리켜 온순한 사람들이라고 하였는데 어떻게 되여 이처럼 거칠고 무자비한 인간들로 되였는지 아니면 마르코 폴로가 잘못 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민간인들의 그런 폭행은 우리 군인들속에서 신의 의사를 따르지 않는 비도덕한자들이 무고한 주민들을 마구 학살유린한데서부터 나온 적개심이라는것은 알고있습니다. 그렇지만 하느님에게 맹세컨대 우리들속에서 그런자들이 극히 소수임을 아뢰이면서 이에 대한 가급적인 해결책을 고대하여 마지 않습니다. 우리들이 알건대 이 나라 사람들은 오직 귀하의 뜻에만 순응한다고 하는데 귀하께서 부디 너그러운 자비를 베풀어 뭇매질과 모욕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마지 않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연필을 드셨다가 도로 놓으시였다. 무서운 분노와 쓰라린 아픔이 엄습해 왔다.

(거칠다고?!) 

아리랑민족, 선하디선한 이 나라 사람들의 상처입은 가슴을 들여다보라. 이 땅의 고아들과 녀인들의 눈물을 무엇으로 계산하고 무엇으로 갚음한단 말인가. 피눈물도 이제는 말라 버렸다. 사람의 가슴마다에는 차디찬 증오와 복수의 열망만이 자리잡고있다.

총을 쥔 전사들은 꿈속에서도 《복수》의 부탁을 듣고있다. 세월이 흘러 곳곳의 봉분우에 햇풀이 돋고 피자국마다 비물이 씻어가도 가슴속에 사무친 원한과 분노의 상처는 아물수 없을것이다.

그이의 눈에 섬광같은것이 지나갔다.

(대우산은 마지막상실로 될것이다!)

그이께서는 창가에 다가가 문을 활짝 열어제끼시였다. 얼레구름이 널린 하늘가에 파란 별들이 반짝였다. 그 별들은 사랑하는 전사들과 인민들의 정다운 눈빛처럼 비쳐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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