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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번영의 길 제3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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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3,000회 작성일 20-03-25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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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이 새파란 젊은이가 우리 나라 비단생산의 개척자로 되는가?)

정준택은 승용차의 자기 옆자리에 앉은 청년을 곁눈질로 살피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사이 견방직기술자의 부족으로 고충을 겪어온 그는 뜻밖에 알게 된 젊은 기술자에게 여간만 호기심이 가지 않았다. 그는 청년의 경력과 수령님께서 그를 아시게 된 경위를 꼬치꼬치 캐묻지 않을수 없었다.

청년은 외국류학을 가서 견방직기술을 배웠다는것과 평양방직공장 복구현장에 나갔다가 수령님을 뵙게 된 사연을 죄다 이야기했다. 정준택은 이제껏 누구도 보지 못한 견방직기술자 공선호의 재능과 열정, 전망을 오직 김일성동지께서 비로소 발견하시였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그는 나라의 기계제작공업을 창설하는 문제로부터 입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그 어느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같이 밀고나가며 끊임없이 사색하시고 탐구하시고 사업을 전개해나가시는 그이의 로고와 높으신 뜻에 머리가 수그러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어찌할수 없었다.

들이 탄 승용차가 다시 내각사무국청사로 왔을 때 수수한 보위색외투를 입으신 김일성동지께서는 현관밖으로 나오시였다.

《선호동무 왔나.》

그이께서는 차에서 내려 달려오는 공선호를 두팔 벌려 반갑게 맞아주시였다. 그리고는 솜동복을 입은 청년의 옷차림을 눈여겨보며 다정히 물으시였다.

《출장준비는 다해가지고 왔겠지?》

《예.》

《그럼 됐소. 선호동문 내 차를 타고 함께 가자구.》

정준택은 눈보라를 헤치며 앞서 달리는 수령님차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전쟁시기 희천공작기계공장을 찾아가던 그 눈보라길이 자꾸만 눈앞에서 어른거리였다. 울부짖는 눈보라, 그때나 지금에나 눈보라는 여전히 사납게 차창을 후려치고 새된 휘파람소리를 냈다.

청천강을 넘을 때 강펄을 치달아 내려오는 강바람은 여간 드세차지 않았다. 바퀴밑에서 얼음버캐가 부서져나가는 소리가 아츠럽게 들려오고 강바람이 차창을 스치는 소리가 발동기소리와 뒤섞여 귀를 멍멍하게 했다. 그러나 앞서가는 승용차는 눈보라속에 흰 배기가스를 뿜어올리며 여전히 한결 같은 속도로 완강하게 앞으로 질주하고있었다.

차가 녕변읍에 들어섰을 때 앞서 달리던 차가 멎고 공선호가 차에서 내렸다.

김일성동지께서도 차에서 내리시였다.

《이리 주오.》

그이께서는 주인홍의 손에서 공선호의 배낭을 받아드시였다. 그리고는 배낭끈이 알맞춤한가, 배낭이 너무 무겁지 않은가 가늠해보시듯 몇번 배낭을 추슬러보시더니 공선호의 등에 짊어주시였다.

《그래 우리 녀성들에게 비단옷을 언제 입히자나?》

그이께서 물으시였다.

《6개월만 참아주십시오.》

《6개월이라. 6개월만에 비단이 나와도 대단하지.》

그이께서 동의를 구하시듯 정준택을 바라보시였다.

《선호동무의 결심이 실현되도록 우리도 적극 도와주렵니다.》

정준택이 말씀드렸다.

《그렇게 하시오. 녕변견직공장이 채 복구도 되지 않았는데 6개월만에 첫 비단천을 짜서 내놓는다는것이 어디 쉽습니까. 하지만 선호동무, 용기를 내고 이악하게 달라붙으면 못해낼것도 없지.》

사방이 산으로 둘러막혀서인지 어느새 눈보라도 자취를 감추고 날씨는 퍼그나 잠풍해졌다.

그이께서는 공선호를 고무해주시듯 그의 잔등을 가볍게 두드려주시였다. 그리고는 그의 등을 가볍게 떠밀어주시였다. 그러나 공선호는 먼저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

《허허, 우리가 아무래도 먼저 떠나야 할가 보군. 자, 정동무, 내 차에 앉소. 이미 몇번 와본 사람이니 구성길은 정동무가 길잡이를 해야지.》

그이께서는 호탕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씀하시고는 차에 오르시였다. 정준택은 청년의 두눈에 눈물이 핑 도는것을 보았다. 그도 웬일인지 눈굽이 뜨거워옴을 느꼈다.

승용차는 수북이 쌓인 눈길을 헤치며 다시 북쪽으로 달리였다. 승용차가 구성공작기계공장부지로 내정된 벌판에 도착하였을 때 현지의 일군들이 눈가래를 들고 나와있었다.

《벌판에 쌓인 눈을 무엇때문에 치겠습니까? 그만두시오.》

승용차에서 내리신 그이께서는 현지일군들이 눈을 치는것을 극력 만류하시였다.

눈이 두텁게 덮인 벌판에 한줄기 눈보라가 일면서 싸락눈이 꾸덕꾸덕해진 눈판을 핥으며 굴러갔다. 눈판우로 삐여져나온 쑥대와 마른 이파리가 달라붙은 길다란 잡관목 웃초리가 몸부림쳤다.

오래동안 버림받아온 쑥대와 잡관목만 무성한 흔들레판이라는것이 알렸다. 가까이로는 창고 같은 건물이 있고 그뒤로 20여채의 농가가 보였다. 마을어구에 한그루의 잣나무가 푸르싱싱하게 자라고있는것이 이채를 띠였다.

《공장부지는 어느쪽입니까?》

김일성동지께서는 정준택에게 물으시였다.

《저기 보이는 저 건물이 량곡창고인데 그앞으로 부지를 잡으려고 합니다.》

그이께서는 정준택이 가리킨 곳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그때 눈가래를 든 일군들이 달려왔다. 그이께서 가시는 길에 쌓인 눈을 치려는것이였다.

《그만두시오. 이만한 눈이 뭐라고 눈을 치겠다고 그럽니까.》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들을 만류하시고 계속 앞으로 걸으시였다. 눈은 무릎을 넘었다. 어떤곳에서는 눈이 덧쌓여 도저히 걸음을 옮겨놓을수 없었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조금도 난감한 기색을 보이지 않으시고 눈속으로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기시였다. 일매지게 반듯한 눈판우에는 드문드문 두둑하게 솟아오른것이 보였다. 그것은 돌무지였다. 그이께서 생눈길을 헤치고 돌무지우에 올라서시자 정준택이 그이앞에 구성군의 지도를 펼쳐드리고 공장부지로 내정하고있는 이곳의 토양조성과 그밖의 자연지리적조건을 말씀드렸다.

《주민부락을 피하여 이 앞쪽으로 공장을 전개하는것이 좋겠습니다.》 그이께서 창고앞의 무연한 벌을 손으로 가리키시였다. 《공장부지가 마음에 듭니다. 지난날 이 벌에서 곡식이 얼마 났습니까?》

《얼마 나지 못했습니다.》 눈가래를 든 군당책임일군이 말씀드렸다. 《대부분이 흔들레판인데다 수령님께서 방금 부지로 잡아주신 곳은 거의나 자갈밭입니다.》

《기름진 땅은 될수록 공장부지로 잡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적들의 폭격으로 농토에 피해가 많이 갔습니다.》 그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부지변두리를 따라 흐르는 백석천쪽을 바라보며 경치좋은 저기에는 아빠트를 앉히자고 하시였다. 《여기에 큰 공작기계공장이 일떠서면 구성방직공장 처녀들이 다른데 시집을 가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앞으로 신혼부부들이 많이 생겨나겠는데 아빠트를 현대적으로 잘 지어야 하겠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밖에도 공장건설에서 나서는 크고작은 문제들을 세세히 가르쳐주고 귀로에 오르시였다.

얼마간 고개를 숙이였던 눈보라가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였다. 천지간은 온통 광란하는 눈보라로 꽉 찬듯 싶었다.

승용차는 눈보라속을 뚫고 간신히 전진해갔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한동안 말씀을 하지 않으시고 눈보라가 울부짖는 차창밖만 바라보시였다.

(수령님께서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계실가?)

정준택은 이제 평양으로 돌아가 구성공작기계공장건설문제를 토의하면 대국주의자들에게 편승하여 《기계에서 밥이 나오는가?》고 뒤공론질을 한다는 그 시비군들이 어떻게 나올것인지 자못 궁금스러웠다.

승용차가 나지막한 고개에 접어들자 폭포에 떠밀리운 눈뭉치가 구불거리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고개마루로 치달아올랐다.

《정동무, 무슨 생각을 하고있소?》

생각에 잠겨 시창밖을 묵묵히 바라보시던 수령님께서 문득 물으시였다.

《저...

정준택은 수령님의 의외의 물으심에 선뜻 대답을 올리지 못하였다.

《내 정동무에게 한가지 옛 이야기를 해줄가?》

그이의 입가에 알릴듯말듯 미소가 떠올랐다.

《예.》

《옛날 어느 고을에 세상물정을 잘 안다는 한 선비령감이 살고있었소.》

옛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였다.

...선비령감네는 아들 3형제가 있었는데 그들을 세간 내보낸후 마누라가 덜컥 세상을 떠났다. 졸지에 혼자 남게 된 선비령감은 생각하기를 늘그막에 큰 살림을 안고 호젓하게 지낼것 없이 재산을 모두 세 아들에게 나눠주고 맏아들집에서 한 3년, 둘째네 집에서 한 3년, 그렇게 빙빙 돌면서 살아가면 편안하고 재미날것 같았다. 며칠후 세 아들을 불러앉힌 선비령감은 자기 뜻을 알려주고 재산을 골고루 나누어주었다. 처음은 맏이네 집에서 살기로 하고 맏아들집으로 갔다. 효성이 지극한 맏이는 아버지를 기쁘게 해주려고 매일같이 진수성찬을 차리고 동네어른들을 불러다 술놀이까지 벌렸다.

아버지는 맏아들이 맏아들이지 하고 생각하며 흐뭇해하였다. 그런데 이렇게 풍청거리다나니 맏아들네 살림은 한해도 못가서 거덜이 났다.

선비령감은 할수 없이 둘째네 집으로 갔다.

둘째는 원래 난봉군이였는데 재산을 물려받자 술놀이와 투전으로 세월을 보냈다. 아버지가 찾아갔을 때는 이미 재산이 다 거덜나고 숱한 빚까지 걸머지고있었다.

선비령감은 마지막으로 셋째네 집을 찾아갔다. 셋째네 집 대문에 들어서보니 아들녀석이 제 처와 아이들에게 돼지물에 섞여나간 밥알 몇알때문에 된 꾸지람을 하고있는중이였다. 선비령감은 제 집 돼지물에 섞인 몇알의 밥알을 두고 저러는 녀석이 제 애비인들 달가와 하겠는가 하고 걱정하였다. 그런데 아들은 매우 반가와하며 아버지를 집안으로 모셔들였다. 얼마후 밥상이 올라왔는데 생각과는 달리 잘 차린 상이였다. 진수성찬은 못되지만 음식 한가기한가지에 성의가 깃들어 깨끗하고 먹음직스러웠다. 하루가 지나고 한달이 지나고 한해가 지나도 아들의 성의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아버지는 느껴지는바가 있어 어느날 아들에게 두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자기가 처음에 품었던 생각을 털어놓았다.

셋째는 공손히 꿇어앉아서 자기는 그저 아버님께서 재산을 나누어줄 때 아껴쓰라고 한 당부를 명심하였을뿐이라고 하였다.

선비령감은 머리를 끄덕이며 과시 네가 형들보다 나은것은 물론 이 애비보다 훨씬 낫다고 칭찬해마지 않았다....

《어떻소?》

그이께서 물으시였다.

《교훈적입니다. 특히 우리 계획일군들이 명심해야 할 이야기입니다.》

《옳소. 항간에는 발등이 두터우면 오래 살고 손등이 두터우면 돈을 헤프게 쓴다는 말이 있는데 나라살림살이를 맡은 일군들인 경우 발등이 두터운것은 좋겠지만 손등이 두터어서는 안되지. 허허허.》

그이께서 통속적으로 하시는 말씀 한마디한마디는 정준택의 뇌리에 깊이 새겨졌다.

《셋째는 아껴쓴 밑천으로 밭도 사고 물방아도 놓고 하여 굉장한 부자가 되였을거요.》

그이께서는 웃음어린 목소리로 옛이기를 마치시였다.

《셋째와 같은 살림군이 되겠습니다.》

정준택이 조용히 말씀드렸다.

《그래야지. 살림살이를 깐지게 해서 나라를 부강하게 해야 하오. 돈 한푼이라도 생기면 망탕 쓰지 말고 공장을 짓고 집을 일떠세우는데 써야지. 오늘 터전을 잡은 구성공작기계공장만해도 건설이 시작되면 숱한 세멘트와 벽돌을 필요로 할것입니다.》

《현지에 있는 골재를 리용한다고 해도 세멘트와 벽돌이 많이 들어야 할것 같습니다.》

정준택은 공장건설에 들 세멘트와 벽돌의 대체적인 량을 타산한것을 보고드렸다.

《도처에서 요구하는것이 세멘트, 벽돌을 비롯한 건재입니다. 날이 갈수록 건재공업부문이 할 일은 많아지기만 하는데...

그이의 안색에는 시름이 무겁게 실리였다. 정준택은 그이께서 어느 하루도 마음 편히 지내지 못하신다고 생각하자 가슴이 저려들었다.

《화학건재공업상에게 일감을 자꾸 맡겨주는것이 그에게 너무 부담으로 되는것 같소. 확실히 백홍건동무는 자기 몸을 너무 혹사하거든. 얼마전에 입원치료를 받고 건강이 좋아져서 퇴원했는데 난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소. 우산장휴양소에 가서 휴양까지 하고 일에 착수하라고 했는데 그 동무는 이틀도 견디지 못하고 돌아왔소. 그가 제일 어려운 화학건재공업부문을 맡아가지고 몸을 혹사하는게 늘 마음에 걸리거든....

《병에 대해선 저도 좀 아는데 중독성간염이란 호전되였다가도 도지기 쉽고 더구나 완치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백홍건동무는 당분간 휴식하면서 건강회복에 주력하라고 화학건재공업부문을 다른 사람에게 맡길가 하는데 정동무 생각은 어떻소?》

그이께서 의논조로 물으시였지만 정준택은 그이께 아무 말씀도 드리지 못하였다. 화학건재공업부문이 우리 당 경제건설의 기본로선을 관철하는데서 가장 중요한 전선이라는것은 더 의심할 여지도 없었다. 그러한 전선은 당정책관철에서 가장 투철하며 실무능력이 갖추어지고 혈기왕성한 일군에게 맡기는것이 적임일것이다. 그런데 그런 준비되고 검열된 일군이 누구겠는가?

《정동무.》

문득 그이께서 나직이 정준택을 부르시였다. 정준택은 머리를 들었다. 일찌기 보지 못한 그런 자애깊고 신중한 눈길이 자기를 지켜보고있었다. 정준택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울렁거리고 호흡이 가빠짐을 느꼈다. 청천강을 넘어 열두삼천리벌을 누비며 달리는 승용차의 발동소리도 이 순간에는 거의나 들리지 않았다.

《나는 화학건재공업부문을 정동무에게 맡겼으면 하오. 물론 화학건재공업상이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보다 직책상 더 높다고 볼수는 없소. 그렇지만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하고 그만큼 중요한 부문으로 되고있는것은 화학건재공업부문이요....

...

《할 말이 없소?》

《수령님, 저에게 무슨 의견이 있겠습니까? 수령님 의향이 그러시다면 제 비록 능력은 딸리지만 새 직무를 맡아서 힘자라는껏 해보겠습니다.》

정준택은 그이를 향해 돌아앉으며 낮으나 결연한 어조로 말씀드렸다.

《고맙소. 정동무에게 늘 힘든 일감만 맡겨 안됐소. 그러면 오늘 당상무위원회에서 건설문제를 보는것만큼 정동무도 그 회의에 참가해야겠소.》

...그로부터 한달이 좀 지난 어느날 화학건재공업상으로 임명된 정준택은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사업을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조동되여 사업하고있던 최일만에게 인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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