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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번영의 길 제3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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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4,048회 작성일 20-04-03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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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남비료공장의 류안계통복구를 다그치기 위하여 현지에 내려온 정준택은 한장의 미완성설계도가 자기에게 이처럼 커다란 정신적부담을 줄줄은 미처 몰랐다. 그는 이틀째 이 미완성설계도를 앞에 펼쳐놓고 검토하고있었다. 매사에 꼼꼼하고 찬찬한 그는 웃주머니에 넣고다니는 계산자를 꺼내가지고 그자신이 직접 계산을 하면서 도면의 우단점을 따져보고있었다. 확실히 기발한 착상이였다.

지금까지는 류안비료생산의 중간공정이라고 볼수 있는 암모니아합성공정에서 수소와 질소의 혼합가스속에 0.5%의 산소가 있다는 사실에 대하여 별로 주의를 돌리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설계자는 그 0.5%의 산소가 암모니아합성탑에 들어가는 촉매의 수명을 얼마나 떨구고 암모니아생산성도 어느정도 저하시키고있는가를 분석하면서 그 산소를 전부 제거할것을 제기하고있었다. 바로 그것이 정준택이 지금 검토하고있는 전처리탑설계도면이였다. 설계자는 이번에 류안계통을 복구하면서 대담하게 전처리탑을 새로 건설하여 암모니아생산에서 암과도 같은 존재인 산소를 말짱 제거할것을 노리고있었다. 이렇게 되면 류안비료생산도 훨씬 늘어날것이다. 물론 도면자체는 아직 미완성이였다. 그러나 그 도면의 과학성과 현실적가능성에 대하여 정준택은 의심하지 않았다.

(0.5%, 이 미미한 0.5%수자때문에 조업기일을 보장하는데 지장을 준다면?)

설계도를 검토하는 정준택의 머리속에서는 줄곧 이 생각이 떠날줄 몰랐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정준택을 만나실 때마다 흥남비료공장의 복구정형을 알아보시고 류안비료생산계통복구에서 걸리고있는 문제들이 있을세라 풀어주군 하시였다. 정준택이 이번 흥남에 내려올 때 그이께서는 새해농사차비정형을 알아보려고 평남도 농촌으로 나가시였다.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두고 그렇듯 마음쓰시는 그이께서 흥남비료공장에서 비료가 쏟아져나오기를 얼마나 절박하게 기다리고계시는가를 정준택은 누구보다 잘 알고있었다.

어떻게 할것인가?

0.5%의 산소를 제거하기 위해 이제 전처리탑설계를 완성하고 새로 건설에 착수한다면 그만큼 조업기일을 보장하는데 지장을 줄수 있었다.

정준택의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물론 그는 전처리탑도 건설하고 조업기일도 보장하라고 아래일군들에게 내리먹일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일종의 책임회피이고 요령주의였다. 정준택은 그러한 책임회피와 요령주의를 가장 증오하는 사람이였다. 그는 운명적인 이 선택에서 발을 뽑을수 없으며 또 그래서는 안된다는것을 의식하고있었다.

정준택은 도면우에 머리를 수그리고 다시 계산에 열중하였다. 0.5%라는 수자자체는 큰것이 아니였지만 그러나 하루이틀도 아니고 한해두해 생산을 계속하느라면 그 수자를 제거할 때 더 생산되는 류안비료량은 실로 막대한것이였다. 조업날자보장에 한두달 지장을 주는데는 비교할수도 없는 엄청난 리득이 차례지는것이였다.

(0.5%, 확실히 이 수자는 작으면서도 큰 수자다. 어떻게 할것인가?)

정준택이 다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기사장 로태진이 방으로 들어왔다.

《상동지, 이젠 그 도면을 그만 들여다보십시오. 소용이 없습니다. 그림의 떡이지요.》

로태진이 웃지도 않고 저으기 날카로운 어조로 말했다. 오랜 지식인으로서 광복전부터 서로 안면을 익히고있는 정준택과 로태진은 매우 친숙한 사이였지만 이런 식으로 로태진이 정준택에게 푸접없이 말을 붙여본적은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소?》

정준택이 로태진의 말투에서 이상한 기미를 느끼고 물었다.

《방금 국가계획위원회에서 올해 류안비료생산계획이 추가로 또 떨어졌습니다. 계획수자가 너무도 엄청나서 올리전화를 거니 공장조업을 그만큼 앞당기라는것입니다. 이런 형편에서 전처리탑 같은것을 생각이나 할수 있습니까?》

정준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굵직한 숱진 눈섭이 몇번 꿈틀하고 눈빛이 조금 날카로와졌을뿐이였다. 그는 최일만이 국가계획위원회에 온 다음부터 국가계획위원회가 해당 성과의 합의는 고사하고 충분한 토론도 없이 이런 식으로 아래단위에 추가계획을 곧잘 떨구군 한다는것을 알고있었다.

《나가봅시다.》

정준택이 설계도를 밀어놓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디로 말입니까?》

《현장에 나가봅시다. 전처리탑을 어디에 앉히겠는지…》

두사람은 기사장방에서 나와 복구현장으로 말없이 발걸음을 옮기였다.

변류기, 전해조, 질소분리기, 합성탑, 포화기… 10여공정을 헤아리는 류안비료생산공정들이 이제는 완전한 자태를 드러내고 거연히 일떠서고있었다. 유기체의 피줄기마냥 크고작은 관들이 공장구내를 가로세로 뻗어가고 탕크들이 여기저기 듬직하게 자리잡고있었다.

화학공장이 대개 그러하듯 류안비료라는 하나의 제품을 생산하는 10여개의 공정들도 고도의 정밀성과 복잡성을 가지고 유기체와도 같이 서로 뗄수 없이 련결되여있었다. 만약 그 련속공정에 하나의 빈틈이라도 생긴다면 전체 공정이 한순간에 숨을 죽이고 마는것이였다.

정준택은 전처리탑을 예견하고있다는 부지에 말없이 서서 생각에 잠기였다. 설계도 완성되지 않았으니 새탑을 일떠세울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으리라는것은 뻔했다.

그런데 전처리탑의 앞뒤공정은 이미 완공단계를 내다보고있었다.

어쩌면 좋은가? 조업날자 단축때문에 0.5%라는 작고도 큰 그 예비를 줴버리는것이 옳은가?

나라의 농업생산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이 운명적인 선택문제가 또다시 정준택을 괴롭혔다.

《그러니 기사장동무는 전처리공정을 그만두자는겁니까?》

정준택이 로태진을 돌아보며 웅글은 목소리로 물었다. 도수높은 검정테안경알속에서 쌍까풀진 커다란 눈이 로태진의 길쑴한 얼굴을 지켜보고있었다.

《어쩌겠습니까? 전망적으로는 조업기일을 앞당기는데 지장을 주더라도 전처리공정을 앉혔으면 좋겠는데…》

로태진이 한숨을 내쉬였다.

《그런데 무엇이 걱정됩니까?》

《아니 몰라서 묻습니까?》

이번에는 로태진이 조금 갈색이 도는 눈으로 정준택을 뻔히 지켜보았다. 《뭘 모른다는거요? 숨박곡질은 그만하고 걱정되는것이 있으면 말하오.》

정준택이 벗어진 높은 이마에 가는 주름을 지으며 저으기 못마땅한 어조로 말했다.

《국가계획위원회의 손탁이 드세기가 보통이 아니라는것은 다 알지 않습니까. 상동지가 앉아있을 때와는 딴판입니다.》

《나와 대비하지 마오.》

정준택이 전에없이 매정한 말투로 오랜 벗의 하소연을 잘라버렸다.

《고칩시다. 그러나 국가계획위원회에서 벌써부터 조업기일을 앞당기라고 호통을 치는것이 심상치 않습니다. 그 등쌀에 배겨낼상 싶습니까? 어림없지요.》

(조업기일을 앞당기라는것은 원칙적으로는 옳다. 그러나 순수 그 날자때문에 선진기술이 무시된다면?)

정준택의 생각은 복잡하였다. 그는 전처리탑을 앉힐것인가 말것인가 똑똑한 결심을 가지지 못한채 그곳을 떠났다. 복구현장을 돌아보던 정준택은 고압관용접장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저 천막은 무엇입니까?》

정준택이 작업현장에 천막을 친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로태진에게 물었다.

《외국기술자들의 천막입니다.》

《그런데 천막은 왜 쳤습니까?》

《비밀때문이지요.》

《비밀때문에?》

《그렇게 됐습니다. 저 관에는 굉장한 고압이 걸리는데 우리한테는 그것을 용접할만 한 특수용접봉도 없고 해서 할수 없이 다른 나라 기술자들에게 맡겼습니다. 원래는 장진강발전소복구를 도와주려고온 동무들인데 우리 공장 고압관용접이 걸려서 일시 그들의 손을 빌리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용접기, 용접봉 다 자기 나라에서 가져다쓰지요. 자기들끼리 일합니다. 비밀이 새나갈가봐 용접봉꽁다리도 모두 모아서 자기 나라에 도로 가져가지요.》

《허허허.》

정준택은 어이없이 웃고말았다.

《그런데 속도가 문제입니다. 질은 보장하는것 같은데 도무지 일자리가 나지 않습니다. 아무리 복구를 다그쳐도 저 고압관용접이 따라서지 못하면 조업기일을 앞당길수 없지 않습니까?》

《그야 그렇지.》

《강선에서 온 동무들이 이 사실을 어떻게 알고 특수용접을 자기들에게도 맡겨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래 어떻게 됐소?》

《맡겼지요. 강선동무들의 요구를 접수하지 않고 견딥니까.》

《결과가 나왔소?》

정준택이 조바심을 품고 물었다.

《가봅시다. 이제 강선동무들을 만나보면 알게 됩니다.》

로태진은 정준택을 이끌다싶이 앞서서 발자국을 크게 떼였다.

정준택이 보기에 로태진은 강선동무들이 한 특수용접의 결과에 대하여 이미 보고를 받은것 같았으나 그가 말을 하려고 하지 않으므로 더 묻지 않았다. 당사자들을 만나보면 모든것이 명백해질것이였다.

고압관용접현장에는 용접공들의 휴계실로 쓰는 납작한 건물이 있었다. 거기서는 떠들썩한 소리와 통쾌한 웃음소리가 뒤섞여 들려왔다. 로태진이 정준택을 데리고 휴계실에 들어서자 떠들썩하던 집안이 갑자기 잠잠해졌다.

그러나 정준택은 자기들을 쳐다보는 그 눈들과 얼굴표정들에 감출수 없는 웃음과 즐거운 기분들이 흘러넘치고있는것을 일별하고 모든 일이 잘되였다는것을 느끼였다.

《강선에서 온 동무들입니다.》

로태진이 소개를 하자 정준택은 이미 안면이 있는 림형관과 신철이와 인사를 하였다.

《수고들합니다.》

《우리들이야 뭐 수고랄게 있습니까. 주인들이 수고를 하지요.》

림형관이 방안에 있는 반백이 다 된 키큰 한 아바이를 쳐다보며 말하였다.

《우리 공장의 유명한 용접공 최순칠아바이입니다.》

로태진이 소개를 하자 정준택은 반백의 아바이와 인사를 나누었다.

《시험용접이 어떻게 됐습니까?》

로태진이 누구에게라 없이 이렇게 물었다. 누구도 선뜻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방구석에 앉아있던 고수머리청년이 경망스레 킥킥거리며 웃었다. 로태진이 못마땅해하는 눈길로 고수머리를 흘겨보자 청년은 자중할 대신 오히려 더 큰소리로 웃었다.

《기사장동지, 성공입니다. 성공! 별의별 검사를 다 해보았는데 모두 합격입니다.》

고수머리가 간신히 웃음을 거두고 소리쳤다.

《사실 용접검사를 하는 자리에는 여러 나라 기술자들이 와있었는데 외국의 특허용접봉을 가지고 용접한것보다 우리 용접봉을 가지고 용접한것이 훨씬 질이 좋았습니다.》

신철이 이렇게 설명하고 입을 다물자 고수머리청년이 또 끼여들더니 《깡송제, 깡송제》 하고 느닷없이 소리치며 우스워죽겠다는듯 배를 끌어안고 깔깔거리였다.

방안의 사람들은 청년의 호들갑스러운 행동을 나무랄대신 오히려 그를 따라 통쾌하게 웃었다.

《뭐 깡송제?》

정준택과 로태진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두눈만 더부럭거리였다.

《다른게 아닙니다.》 신철이 설명하였다. 《외국기술자들이 입을 딱 벌리고 놀라면서 우리 용접봉을 보자고 하였습니다. 그들은 표면이 어슬터슬한 용접봉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어느 나라 제품인가고 물었지요.

<강선제>, 제가 대답했습니다.

<깡송제>

<깡송제 아니라 강선제>

제가 외국기술자들의 착오를 시정시켜주었으나 그들이 강선이 어데 있는지 알게 뭡니까.

<깡송제, 깡송제, 프랑스회산가? 미국회산가?> 외국기술자들은 입을 모아 떠들어댔습니다.》

《하하, <깡송제>, <깡송제>.》

이번에는 정준택과 로태진이 웃음보를 터뜨렸다.

《정말 통쾌하오. 그럴것 없이 우리 강선용접봉에 정식 이름을 붙입시다. <강선1호> 라고 말이요. 이보다 더 좋은것이 나오면 <강선2호>, 어떻습니까?》

정준택이 제기하자 모두 좋다고 하였다.

《내각에 제기하여 강선제강소에 용접봉작업반도 내옵시다. 이 좋은 용접봉을 동무들만 쓸수야 없지. 강선동무들이 수고가 많았습니다.》

정준택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보다 여기 주인들이 더 수고합니다. 이번에 우리가 특수용접에서 성공한것도 최순칠아바이의 공로입니다.》

림형관이 수고를 말없이 빙그레 웃고있는 최순칠에게 돌리였다. 정준택이 영문을 알수 없어하자 신철이 이번에도 그 의문을 풀어주었다.

《지금 우리 나라에는 철, 동, 늄과 같은 여러가지 용접을 거침없이 할수 있는 최고급용접공이 불과 열손가락 안팎입니다. 우리 림형관아바이도 그 열손가락안에 꼽힙니다. 그런데 우리 림형관아바이가 용접기술을 누구한테서 배웠는지 아십니까? 최순칠아바이한테서 배웠습니다. 여기 흥남에는 고급용접공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이번에 우리를 도와주었기때문에 어려운 고압관용접에서도 성공할수 있었습니다.》

《그렇구만.》

정준택은 저으기 놀랐다.

《저는 림형관아바이의 제자입니다.》

고수머리청년이 또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는 긍지에 넘쳐있었다.

《그러니 이 방에는 용접공 3대가 있는셈이구만. 정말 장하오, 대견하오.》

용접공들의 휴계실을 나선 정준택은 마냥 즐겁기만 하였다. 한장의 미완성설계도를 앞에 놓고 검토할 때, 전처리탑을 예견하고있다는 그 빈 공지에 서있을 때 그를 무겁게 짓누르던 울적한 기분은 가뭇없이 사라지고 온몸에서는 새로운 용기와 힘이 솟구쳐올랐다.

정준택이 말없이 걷다가 생각깊은 어조로 입을 열었다.

《어떻소? 우리 로동계급이…》

《정말 놀랍습니다.》

로태진이 감심한 어조로 대답했다.

《정말 놀랍소. 로동계급의 그 지혜, 그 대담성, 그 의지… 바로 그것이 3단복식가열로라는 최신기술을 낳았소. 그런데 여기 흥남에서 그런 앞선기술을 도입하지 못할 리유가 뭐요? 내 비로소 결심을 채택했소. 전처리탑을 세웁시다. 0.5%라는 그 작고도 큰 예비를 놓칠수 없지 않습니까? 우리자신의 힘으로 진행하는 복구일수록 만년대계의 복구로 되여야 합니다. 그러니 후대들에게 맡기지 말고 우리 대에 전처리탑을 세웁시다.》

정준택은 전에없이 흥분어린 목소리로 말하였다.

《알았습니다. 나도 신심이 생깁니다.》

로태진도 활기에 넘쳐 대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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