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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번영의 길 제3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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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2,835회 작성일 20-04-0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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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웅천은 제강소정문에 들어설 때마다 속보판부터 눈여겨보는것이 이즈음 하나의 습관처럼 되였다. 속보판에 나붙은 속보들만 보아도 년말상금을 받아안은 온 제강소가 1955년 새해를 맞으며 얼마나 들끓고있는가 하는것을 넉넉히 짐작할수 있었다.

리웅천은 지금도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보려고 갖가지 재간을 다 부린 속보의 큼직큼직한 제목들을 눈으로 피끗피끗 스쳐보며 속보판앞을 지나고있었다. 그는 림형관으로부터 김일성장군님께서 특수용접봉을 창안제작할 때 실패가 많았다는것을 아시고 몹시 심려하시였다는 말을 전해듣고 커다란 충격을 받았었다.

그후 그이께서는 분괴압연직장복구에 유능한 기술자들을 보내주시였고 리웅천에게 친히 전화를 거시여 기사장이라고 하여 순수 기술행정사업에만 파묻혀있지 말고 로동자, 기술자들의 창조적지혜를 합치고 발동하기 위한 정치사업에 신중한 주의를 돌려야 한다고 따뜻이 일깨워주시였다.

리웅천은 자기 사업을 심각히 돌이켜보고 로동자, 기술자들속에 깊이 들어가 그들과 호흡을 같이 하면서 생산과 복구에서 새로운 혁신을 이룩하기 위하여 모든 지혜와 정력을 다 바쳤다. 하기에 그는 《장하다 140%! 김철형교대 강괴뽑기 50대 돌파!》라고 특별히 크게 써붙인 특보앞에서도 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눈길을 떼지 못하였다.

분괴압연직장의 종업원은 대부분이 입직년한이 1년도 채 안되는 신입공들이였다. 김철형교대장도 그런 신입공의 한사람이였다. 분괴압연직장에 들어오기전에는 이송로루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지금은 입직년한이 오랜 사람들도 힘들어하는 압연기운전도 비교적 능숙하게 하여 한교대에 강괴 30대 뽑기도 힘들어하던것을 이제는 50대 뽑기 수준으로 끌어올린것이였다.

리웅천은 만족한 기분으로 특보앞을 지났다. 그때였다.

《엉?》

리웅천은 눈을 흡떴다.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직관원이 방금 내다붙인 바로 그 특보를 떼내는것이였다. 리웅천은 왜 특보를 떼내는가, 무엇이 잘못되였는가고 따져물었다.

《지배인동지 지신데 특보의 %수가 잘못되였다고 합니다.》

직관원의 대답이였다.

《잘못되였다고? 뭐가 잘못되였대?》 리웅천의 목소리에는 벌써부터 노기가 서려있었다.

《140은 과장된 수자랍니다.》

《뭐? 과장된 수자?》

리웅천은 비로소 짐작이 갔다. 며칠전에 성에서 새로운 추가계획이 떨어졌는데 강편생산계획만 보아도 현재계획의 2배도 나마 되였다. 리웅천은 도저히 실현불가능한 계획이므로 다시 검토해줄것을 요구했다. 차승룡은 성에 알아보겠노라고 하였다. 그런데 이제보니 성과 종시 합의를 보지 못한 모양이였다.

리웅천은 지배인실을 향해 빠른 걸음을 옮겨놓았다. 성미가 급한 그는 속에서 부걱부걱 괴여오르는 격한 감정을 좀처럼 묵새겨낼수 없었다. 그러지 않아도 그는 분괴압연직장복구공사때 차승룡이 자기와 신철을 남의 나라에서 극비도면을 훔쳐다 적들에게 넘겨준 《간첩》으로까지 모해하는데 한몫 했다는것을 안 다음부터 그를 곱게 보지 않았다.

그는 지배인실에 와서 문기척을 해도 응답이 없자 그대로 문을 홱 열고 들어갔다.

차승룡은 안락의자에 엇비듬히 앉아서 누구인가와 전화를 하고있었다.

리웅천은 차승룡이 권하거나 말거나 자기가 늘 앉군 하는 앞상의 두번째 자리의 의자를 끌어당겨놓고 털썩 주저앉았다.

잔병을 자주 앓는 차승룡은 앞가슴이 우그러든 허약한 몸을 의자등받이에 싣고 기사장에게는 별다른 주의를 돌리지 않은채 통화에 여념이 없었다. 하긴 그 두사람은 하루에도 몇번씩 만나군 하는 사이이니 만날 때마다 인사치레를 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지만 리웅천에게는 의자에 옷몸을 제끼고 앉아서 그리 중요치도 않은 문제를 두고 한가하게 웃음절반 롱절반 섞어가며 전화를 하는 지배인의 모습이 전에없이 역겨웠다.

(한가하군. 지배인이란 사람이 전화통에만 매달려서 시간을 보내니…)

리웅천은 속으로 이렇게 화를 내며 상대방의 전화가 끝나기를 초조히 기다렸다. 그러나 전화는 좀처럼 끝날줄 몰랐다. 이야기가 끝나는가싶다가도 또 다른 이야기가 가지를 치군 하였다. 리웅천은 자존심이 센 훈도가 고분고분 굽어들지 않는 제자를 자기앞에 무릎 꿇리고 깨고소해하는것처럼 지배인이 여간해서 휘여들지 않는 자기를 앉혀놓고 속을 태우게 하는데서 그 어떤 쾌감을 맛보지 않는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전화가 계속되는대로 리웅천의 속은 점점 뒤틀려졌다. 차승룡은 통화가 끝나자 의연히 웃몸을 제낀채 눈을 조금 찌프리고 가사장을 내려다보았다.

《지배인동무가 직관원한테 50대 강괴를 뽑아낸 특보의 %수가 과장되였다고 말했습니까?》

리웅천은 흥분을 앞세우지 않으려고 극력 자중하면서 물었다.

《아, 그것말입니까? 내가 말했지요. 사람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주어서야 안되지 않습니까?》

차승룡은 담담한 어조로 다소 거친듯 한 리웅천의 말을 침착하게 받았다.

《무엇이 잘못된 인식을 주어서는 안된다는것입니까? 신입공 김철형이 한교대에 50대의 강괴를 뽑아냈는데 그래 그것이 장하지 않단 말입니까? 지배인동무는 추가계획을 념두에 두고 말하는것 같은데 그거야 실현 불가능하니 우와 다시 토론하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토론했지요. 그러나 일단 떨어진 계획을 달리 어쩔수 없다는거요.》

차승룡의 이 말은 사실이였다. 그는 엄청나게 불어난 추가계획을 바로잡아보려고 성에 올라갔었으나 성에서는 국가계획위원회에 밀었다. 최일만이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온후 국가계획위원회가 아래단위들을 어찌나 손탁이 드세게 거머쥐고 닥달질을 하는지 성, 관리국들은 《국계》(국가계획위원회)의 등쌀에 숨도 크게 쉬지 못하겠다고 하소연했다. 소식통을 많이 가지고있는 차승룡은 일부 중앙기관 일군들이 국가계획위원회를 《제2내각》이라고 자주 입에 올린다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차승룡은 성에서 자기 책임을 국가계획위원회에 미는것이 십분 리해되므로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한윤호를 찾아갔다.

《난들 어쩌겠소. 거기서 하는 일이니…》

한윤호는 이렇게 말하며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 하나를 곧추 펴들더니 웃천정을 가리켰다. 차승룡은 그 손가락이 바로 그 웃층에 틀고앉은 최일만을 가리킨다는것을 대뜸 알아차렸다.

《용기가 있으면 한번 만나보지. 손해는 없을거요.》

한윤호는 얄팍한 입술을 비쭉거리며 권고했다. 그러나 약삭바른 차승룡이조차 한윤호가 진심으로 그런 권고를 하는지 아니면 떠보느라고 그런 말을 비쳐보는지 종잡지 못하였다.

《국장동지가 전화를 걸어주시면…》

차승룡이 가늠하기 어려운 문제를 슬쩍 한윤호에게 도로 떠넘겼다. 한윤호는 다시한번 능청스레 얇은 입술을 비쭉했다. 그리고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느릿느릿 송수화기를 집어들고 번호판에 가느다란 손가락끝을 걸고 삑삑 돌렸다. 전화는 단번에 걸렸다. 한윤호는 최일만에게 강선제강소 지배인이 추가계획을 조절받으려고 왔다고 하면서 만나겠는가고 물었다.

《올라가보오.》

송수화기를 놓은 한윤호는 웃층을 턱으로 가리키며 차승룡에게 말했다.

차승룡은 가슴이 후두두 떨렸다. 일이 너무도 급작스레 그리고 예상밖에도 너무 수월하게 진척되는데 아연해졌다.

(호박을 쓰고 돼지굴로 들어가는것이 아닌가?)

차승룡은 주단을 깐 3층계단을 오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주는 대로 받아물면 아무 일도 없을것을 공연히 불집을 일으킨것이 아닌가 하고 후회하기도 했으나 내친 걸음이라 멈춰설수도 없었다.

본시 참새를 굴레씌울 정도로 약아빠진 그는 웃사람의 비위를 거슬리는 일은 절대로 하는 성미가 아닌데 오늘은 무슨 조화가 들어서 이런 용단을 내렸는지 그 자신도 알수 없었다.

《강선지배인동무요?》

최일만은 중공업성에 있을 때부터 차승룡을 잘 알고있었으나 처음 보는것처럼 시치미를 떼고 마깝지 않게 물었다.

《제가 강선제강소지배인 차승룡입니다.》

최일만의 도고한 기세에 벌써부터 주눅이 든 차승룡이 전혀 필요없는 자기 소개를 하였다.

《지배인동무가 국가계획을 가지고 시야비야하면 됩니까?》

《아-아닙니다.》

《그럼 뭐요?》

《다름이 아니라 계획이 좀 과한것 같기에…》

《과하다고? 뭐가 과하단거요?》 최일만은 차승룡의 말을 거치른 목소리로 눌러버리며 방안이 들썩하게 고아댔다. 《흥남비료 류안직장은 아직 조업도 하지 않았는데 류안비료 2만t 증산과제를 받아물었단 말이요. 그런데 과하다고? 3개년계획을 한해 앞당겨 완수하는것이 그래 떡 먹듯이 쉬운줄 알았는가?》

《…》

《동무네 3단이라고 소리친 그 가열로능력이 얼마요?》

《계산상으로는 6만t이라고 하는데 실지상…》

《보란 말이요.》 최일만이 또다시 차승룡의 말을 꺾으며 소리쳤다. 《6만t 능력인데 3만t이 무엇이 높다는거요? 동문 지배인이란 말이요. 그런데 지배인이라는 사람이 아래사람들의 돼먹지 않은 불평소리를 들고다니는가? 엉?》

한창 울러대던 최일만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자리에서 움쭉 일어섰다. 그리고는 책상을 빙 돌아 차승룡에게 짧은 다리를 스적스적 놀리며 걸어왔다.

《이보오, 차동무.》 최일만은 차승룡의 어깨를 한손으로 툭 치며 소리없이 씩 웃었다. 《설사 계획을 못했다 해도 지배인인 당신한테사 무슨 책임이 있겠소? 1단이 아니고 단꺼번에 3단으로 한다고 큰소리친 사람들이 있지 않소. 가열로능력을 6만t으로 올린다고 흰소리친 그 허풍쟁이들말이요. 그들이나 책임지라지, 그렇지 않소?》

《하긴 그렇기도 합니다.》

《그러면 됐소. 돌아가보우.》

최일만의 마지막말은 저으기 친절하게 울리였다. 복도에 나선 차승룡은 《후유-》 하고 모두숨을 내쉬며 손수건으로 이마와 뒤덜미에 줄벅하게 내밴 땀을 씻었다.…

차승룡은 눈을 가늘게 뜨고 앞에 앉은 기사장을 내려다보며 국가계획위원회가 시달한 그 추가계획이 무엇을 노리고있는가를 다시한번 똑똑히 의식하였다. 강선이 추가계획을 완수하면 좋은것이고 완수하지 못하면 아직도 운영에서 고초를 겪고있는 그 3단복식가열로주창자들이 마땅히 책임지게 될것이다. 그러니 차승룡에게는 이것도 저것도 다 구미가 당기는것이니 바빠할것도 흥분할것도 전혀 없었다.

리웅천도 추가계획문제와 관련해서는 우와 다 토론이 되였다고 하는 차승룡의 말에서 그 어떤 암시를 받았던지 더는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고 앞상의 한점에 눈길을 모은채 앉아있었다.

《계획이야 법이 아닙니까. 작은 성과를 가지고 크게 떠들것이 아니라 높은 목표를 내세우고 한번 본때있게 투쟁해봅시다.》

차승룡이 훈시조로 리웅천을 타일렀다. 리웅천은 이번에도 말 한마디 하지 못했다.

지배인이 한 말은 다 원칙이고 또 백번 정당한 말이였기때문이였다. 그런데도 그 말은 리웅천에게 전혀 접수되지 않았다. 그로서의 말못할 고민과 격분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는 누구인가 깊숙이 파놓은 함정에 한걸음 두걸음 빠져들어가는듯 한 예감에서 좀처럼 벗어날수 없었다. 그 함정은 이미 분괴압연직장을 복구할 때부터 마련되여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 그때는 함정이 너무나 잘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높은 목표를 내세우고 투쟁하라는 좌경적인 언사속에 그 함정이 교묘하게 음페되여있는지도 모른다.

《림형관아바이가 어떻게 왔습니까?》

차승룡이 불쑥 던지는 말에 리웅천은 머리속에 집요하게 파고드는 불길한 예감을 털어버리며 고개를 들었다. 림형관이 지배인실로 들어서고있었던것이다.

《흥남비료공장복구에 용접공들이 동원된다는 말을 들었는데 왜 내 이름은 빠졌습니까?》

림형관은 리해할수 없다는 어조로 차승룡에게 물었다.

《빠진것이 아니라 뺐습니다. 아바이 같은 고급용접공이 제강소를 떠나면 여기에서 제기되는 일은 누가 처리합니까?》

차승룡이 이렇게 말하고는 두손으로 가슴을 움켜잡으며 기침을 깇었다. 사람들의 동정을 자아내게 하는 몹시 지친듯 한 기침이였다.

《여기서 제기되는 용접은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흥남은 그렇지 않지요. 나도 광복전에 흥남비료공장에서 용접을 배운 사람이지만 그곳 관이나 탕크용접이라는것이 다 높은 기능을 요구하는 까다로운 용접들입니다. 나를 보내주시오.

지배인동무, 나처럼 용접공으로 일생을 늙어오는 사람들이 거기에는 절실히 필요합니다.》

림형관은 자기의 요구를 끝까지 실행하려고 하였다.

《하하… 이거 난사로구만. 방금도 기사장동무와 같이 우리 제강소의 높아진 계획을 놓고 론의를 했는데… 흥남비료공장복구도 중요하지만 우리 제강소생산계획도 생각해야지요. 아마 내가 승인해도 여기 앉은 기사장동무가 반대할겁니다.》

차승룡은 자기가 결론하여야 할 책임을 슬그머니 리웅천에게 떠넘겨버렸다. 책임을 지는것 같으면서도 결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대목에서는 교묘하게 빠져나가는것이 지배인으로서의 차승룡의 상투적인 수법이라는것을 이에 신물이 날만큼 체험한 리웅천은 그의 말에 약이 오르지 않을수 없었다. 그러나 림형관은 그러한 속내는 전혀 모르고 리웅천이더러 자기를 흥남에 보내주겠는가고 묻는것이였다.

《나도 모르겠수다.》

리웅천은 화를 벌컥 내고 자리에서 화닥닥 일어섰다.

제 방으로 돌아온 그는 생각이 복잡했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무언가 내가 잘못 생각하는것이 있지 않는가? 과연 나한테 당적, 국가적립장이 있는가?)

리웅천은 추가계획문제나 림형관아바이문제를 처리하는데서 자기 직장이나 기업소의 협애한 리속만 앞세우는것 같아 죄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로부터 사흘후 리웅천은 강선역에까지 나가서 림형관과 신철이 흥남비료공장복구에 떠나는것을 바래워주었다. 림형관의 용접기능에 신철의 기술이 꼭 안받침되여야 하겠기에 그 두사람을 추천한것이였다. 그들은 제강소에 몇대 되지 않는 용접기도 그중 좋은것을 가지고 떠났다.

그날저녁 분괴압연직장에서는 종전계획의 거의 배로 늘어난 추가계획의 높은 목표를 점령하기 위한 종업원궐기모임이 있었다. 리웅천은 새로운 목표가 엄청나게 높긴 하지만 기어이 그 목표를 돌파하자고 종업원들에게 강렬하게 호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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