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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번영의 길 제4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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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1건 조회 5,413회 작성일 20-04-1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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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김일성동지께서는 평남도 농촌들을 현지지도하시고 저녁늦게 평양으로 돌아오시였다. 집무실 책상우에는 그동안 올라온 각종 문건들과 자료들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그이께서는 휴식하실 사이도 없이 책상앞에 마주앉으시였다.

밤은 서서히 깊어가고있었다. 내각사무국앞도로의 검정다리를 철거하는 공사장과 보통문거리확장공사장들에서 목도를 메고 렬을 지어 달리던 건설자들의 우렁찬 함성소리도 쉴참마다 보통강반이 들썩하게 부르던 대학생들과 군인건설자들의 노래소리도 꽹과리소리도 즘즛해진지 오래되였다.

그이께서는 온몸에 무겁게 실려오는 피로를 느끼시였다. 책상에서 몸을 일으킨 그이께서는 잠시 뒤짐을 지고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시였다. 방금 돌아보시고온 평남도 농촌마을들과 포전들이 눈앞에 떠오르시였다.

현재까지의 농사작황은 괜찮았다. 다소 아쉬운것은 일부 지대들에 비료를 넉넉히 주지 못하여 농작물의 성장에 지장을 준것이였다. 날이 갈수록 비료에 대한 요구성이 더욱더 절박하여지는 때에 흥남비료공장 류안비료생산시설을 복구하게 된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내각부수상인 김일을 흥남에 내려보내여 조업테프를 끊고 자신의 이름으로 된 축하문을 전달하도록 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수십개공정 거쳐온 백설 같은 류안비료가 옥상콘베아에서 폭포수같이 쏟아지는 모습이 금시 눈앞에 보이는듯 싶으시였다.

그이께서는 무겁던 몸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끼며 집무실에 붙은 침실로 가시였다. 침실이라고 해야 이부자리가 놓인 침대 하나가 겨우 들어앉은 골방이였다. 전쟁시기와 마찬가지로 전후복구건설시기에도 그이께서는 댁에 들어가지 못하고 집무실에서 며칠씩 침식을 하시는 때가 많았다. 그래서 부관들은 할수 없이 그이의 집무실에 잇대여 침실을 꾸리고 침대를 들여놓지 않을수 없었다.

그이께서는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시였다. 그러나 잠은 오지 않고 이번 흥남비료공장복구에서 큰 몫을 맡아 수행한 정준택, 백홍건, 로태진의 얼굴들이 번갈아 눈앞에 떠오르며 좀처럼 사라질줄 몰랐다.

(백홍건동무는 몸을 춰세우기 바쁘게 현장에 내려갔는데 무사한지? 왜 아직 소식이 오지 않는가.…)

그이께서는 이런 생각을 하며 점차 깊은 잠에 드시였다.

시간은 얼마나 흘렀는지?

그이께서 다시 잠을 깨시였을 때에는 아직도 창문이 차광막을 드리운듯 캄캄하였다. 그러니 겨우 한두시간 잠을 드시였을뿐이였다.

그이께서는 온몸에 땀이 흐르고 깔고 누운 담요도 땀에 축축히 젖어든것을 보시였다. 침실은 말할수 없이 무덥고 답답하였다.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라도 불어주었으면 좋으련만 창문이 없는 이 골방에는 바람이 들어올데도 없었다.

그이께서는 땀을 들이려고 집무실로 나가시였다. 그런데 집무실도 무덥고 답답하기는 침실과 마찬가지였다. 창문을 활짝 열고 몇번 심호흡을 하시였다. 그래도 더위는 가셔질줄 모르고 답답한 가슴도 시원하게 열려지지 않았다. 밤이 깊어갈수록 날씨는 더욱 참기 힘들게 찌물쿠는것 같았다. 이곳은 원래 바람이 잘 통하지 않았다.

그이께서는 다시 침실로 돌아오시였다. 침대에 누우시였으나 역시 무덥다는 생각만 들고 잠은 오지 않았다. 부채질을 하시였으나 더운 공기만 휘저어놓을뿐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러다가는 더이상 눈을 붙여보지도 못하고 새날을 맞을수 있었다. 그이께서는 침대에서 일어나 침구를 둘둘 마시였다. 그런 다음 침구를 옆구리에 끼고 집무실을 거쳐 복도에 나서시였다. 직일근무를 서던 주인홍이 달려왔다.

《수령님, 어디 가시렵니까?》

주인홍이 놀라서 물었다.

《옥상에 올라가보자고 하오. 옥상은 여기보다 훨씬 시원할테지.》

주인홍은 그제야 그이께서 옆구리에 침구를 끼고계시는것을 보았다.

《안됩니다.》

침구를 받아든 주인홍이 반대를 하였다.

《왜?》

《옥상에서 어떻게 주무신다고 그러십니까? 거기엔 잠자리가 없습니다.》

《허허… 침구가 있는데 무슨 걱정인가?》

《콩크리트우에서 어떻게 주무신다고 그러십니까?》

주인홍은 자기의 주장을 굽히려들지 않았다.

《산에서 싸울 때엔 맨 땅에 가랑잎을 깔고 잤소.》

《그때와 지금은 다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주인홍의 고집을 꺾기가 힘드리라는것을 간파하시였다. 그래서 그이께서는 침실이 너무 무더워 거기서는 도저히 잠을 잘수 없다고 주인홍이한테 거의나 사정을 하다싶이 말씀하시였다.

주인홍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침중한 기색을 하고 서있던 그는 갑자기 몸을 홱 돌리시였다.

《어디 가려고 그래?》

어번에는 그이께서 주인홍에게 물으시였다.

《침대를 가지고나오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뭐 침대를?》

《예. 조립식이여서 해체하면 혼자서도 들고나올수 있을것 같습니다.》

《그만두라구.》 그이께서 벌써 집무실문턱을 넘어서는 주인홍의 팔소매를 다급히 잡으시였다.

《이 밤중에 무슨 소동인가? 이러다간 사무국경비성원들까지 무슨 일인가 하여 달려오겠소. 그러지 말고 마분지 같은것이나 있으면 가지고나오라구.》

주인홍은 더는 우기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그가 마분지를 구해다가 옥상우에 깔고 담요를 펴드리였을 때에는 자정도 훨씬 지난 뒤였다. 하지만 주인홍은 수령님께 잠자리가 다 되였다는 말씀을 차마 드릴수가 없었다. 사실 그것은 잠자리라고 말할 형편도 되지 못하였다.

그이께서는 어느사이 주인홍의 심정을 들여다보신듯 더는 걱정말고 돌아가라고 이루시였다.

그렇지만 주인홍은 발걸음을 뗄수가 없었다.

《어서.》

그이께서 머리를 떨구고 서있는 주인홍을 재촉하시였다.

《어서, 나도 잠을 자야지.》

그이께서 다시 재촉하시여서야 주인홍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난듯 아래로 달려내려갔다. 그는 침실의 조립식침대를 해체해서 옥상으로 올려가자고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그것도 혼자서는 불가능하다는것이 안차 명백해졌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을 더 불러들일수도 없었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할수 없게 된 주인홍은 한동안 락심해서 우두커니 서있다가 다시 발볌 옥상으로 올라갔다. 구름에 가리워 달빛은 보이지 않았으나 가로등과 외등이 멀리에서나마 옥상을 희미하게 비치고있었다.

주인홍은 그이께 조금이라도 방해가 될세라 조심스럽게 발자국을 옮겨놓았다. 그런데 웬일인가?

주무시는줄만 알았던 수령님께서 콩크리트바닥에 펴놓은 담요우에 앉아계시는것이였다.

(잠자리가 불편해서 주무시지 못하는구나.)

주인홍은 괴롭고 안타까와 어찌할바를 몰랐다.

그때 수령님께서 어느사이 주인홍이 옥상에 올라온줄 아시고 그를 찾으시였다. 주인홍은 그이께 다가가 아무래도 잠자리를 옮기셔야 하겠다고 말씀드리였다.

《이 잠자리가 어째서? 아무 일도 없소. 모기가 좀 날쳐서 그렇지…》

사실 모기의 성화가 여간 아니였다. 움직일 때는 몰랐는데 그이의 앞에 가만히 서있노라니 어느사이 모기떼가 달라붙어 얼굴과 손등을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수령님!》

주인홍은 너무도 안타깝고 가슴이 저려들어 발을 동동 굴렀다.

《걱정말라구.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장백의 밀림속에서는 이보다 더한 깔따구들이 달라붙군 하였지. 모기쯤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수령님께서 부채로 모기를 날리며 헌헌하게 말씀하시였다.

《안됩니다. 수령님.》

《허허, 일없다니까. 이렇게 부채질을 하면 선선하고 모기도 달라붙지 못해.》

《수령님, 용서하십시오. 전… 전 이 옥상에 이렇게 모기가 많을줄은 몰랐습니다. 어떻게 하나 제가 모기장을 얻어보겠습니다.》

《이 밤중에 어디서 모기장을 얻겠다고 그래. 그만두라구.》

주인홍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울먹울먹하였다.

《수령님,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김정숙어머님께서 계시기만 했어도 어찌… 어찌 이런 일이 있을수나 있겠습니까. 수령님…》

《그러지 말라구. 인홍이, 오늘 따라 날씨가 몹시도 찌물쿠니 그렇게 됐지. 이제 소낙비가 쏟아질거요. 강냉이이삭에 한창 알이 들면서 수분이 많이 요구될 때 비가 내리는것이 얼마나 좋소. 우리는 날씨가 무더워 잠들지 못하지만 농사에는 아주 좋단 말이요.》

김일성동지께서는 죄책감에 휩싸여 고개도 들지 못하는 주인홍의 마음을 풀어주시려는듯이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웃으시였다.

《자. 이젠 날도 밝겠는데 우리 이야기나 하자구.》

그이께서는 주인홍의 손을 잡고 옥상끝으로 가시였다. 여기서는 방금 복구가 끝난 보통문이며 보통교일대가 지척에 바라보였다. 멀리로는 벽돌축조가 마감단계에 돌입한 평양역사와 김책공업대학 제2호교사, 평양의학대학교사 건설장들의 불빛이 수도의 밤하늘을 붉게 태우고있었다.

《우리 수도는 몇해안으로 몰라보리만큼 현대적으로 웅장하고도 아름답게 변모될거요. 보통강너머 저 논벌에다가는 5, 6층의 아빠트들을 세우자고 하오. 그리고…》

김일성동지께서는 격정어린 목소리로 수도건설의 웅대한 구상을 펼쳐주시였다.

《복구건설이 끝나고 사회주의기초건설이 시작되면 우리 나라에는 그 어느때보다 민족간부가 많이 필요하오. 가만, 인홍이 나이가 이제는 23살이지?》

《예.》

《우리한테 언제 왔더라?》

그이께서 주인홍을 찬찬히 바라보며 다시 물으시였다.

《49년도 10월달입니다.》

《그렇지, 나이를 한살 속여가지고 군대에 입대했지, 생각나오.》

그이께서는 옥상우를 천천히 거니시였다. 모기떼가 앵앵거리며 귀찮게 달라붙었다.

주인홍은 수령님께 빨리 집무실에 내려가달라고 말씀드리고싶었지만 그이께서 무엇인가 깊은 생각을 하시는것 같아 그 말을 꺼낼수가 없었다.

《내가 인홍이를 너무 오래 붙잡고있는것 같아. 좀 늦긴 했지만 이제부터라도 공부를 해야겠어.》

그이께서 걸음을 멈추고 주인홍을 바라보시였다. 주인홍은 고개를 쳐들었으나 너무도 갑자기 닥친 일이라 어떻게 대답을 드렸으면 좋을지 몰랐다. 더구나 수령님의 신중해진 안색을 보고 그이께서 자기 문제때문에 그사이 여러가지로 생각을 깊이 하여오시였다는것을 알게 되자 더구나 말문을 열수 없었다.

《난 인홍이가 대학공부를 하는것이 제일 적합하다고 생각했어. 아까도 말했지만 앞으로 우리 나라에는 잘 준비된 민족간부가 많이 필요하거든. 그러니 인홍인 대학에 가야 하오.》

《…》

《왜 말이 없나? 류학을 가겠나 아니면 우리 대학에서 공부하겠나? 요구대로 다 해주겠소.》

그이께서 주인홍의 가까이에 다가와서 다시 물으시였다. 그런데도 주인홍은 대답할 생각은 하지 않고 고개를 떨구고 서있었다.

《대답해보라구. 응? 실은 내가 오래전부터 묻자던것이였소.》

그이께서 재촉하시였다. 주인홍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싫습니다.》

《싫다니?》

《아무데도 안가겠습니다!》

주인홍이 갑자기 고개를 비틀며 흐느끼는 목소리로 웨쳤다.

그이께서는 다소 뜻밖인듯 아무 말씀도 하지 않고 주인홍을 건너다보시였다. 주인홍의 어깨가 가볍게 오르내리였다.

그이께서는 그 어깨에 한손을 얹고 나직한 목소리로 말씀을 시작하시였다.

《나도 인홍이와 떨어지는것이 섭섭해. 그러나 어찌겠나. 계속 내곁에 있을수 없지 않나. 공부도 하고 다른 중책도 걸머져야지. 그렇지 않나?》

《…》

《그럼 이렇게 하자구. 복구건설이 끝날 때까지는 나와 함께 있고 그다음에는 대학에 가자구. 종합대학에, 반대 없지?》

그이께서 절충안을 내놓으시였다.

《예.》

주인홍이 더는 어찌할수 없는듯 대답을 드렸다.

《그럼 됐소. 모기때문에 잠은 설쳤지만 오늘 중요한 합의를 보았으니 기쁘구만. 허허허.》

그이께서 주인홍의 어깨를 사랑스럽게 두드려주며 즐겁게 웃으시였다.

 

어느덧 날이 밝기 시작하였다. 거리에 자동차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건설장들의 소음이 점차 높아졌다. 대렬을 지어 일터로 행군해가는 복구대원들의 우렁찬 노래소리가 보통문네거리에 가득 찼다.

문득 철거중인 검정다리를 에돌아 한대의 승용차가 빠른 속도로 이쪽 언덕길을 올라오는것이 보였다.

《김일부수상동지 차 같습니다.》

주인홍이 발돋움을 하며 아래를 내려다보더니 소리쳤다.

《옳소. 김일동무 차요.》

김일성동지께서는 빠른 걸음으로 옥상을 내려가시였다. 그이께서 3층 계단을 내려가시였을 때 김일은 벌써 2층 계단을 올라오고있었다.

《수령님, 늦었습니다.》

김일이 숨도 돌릴사이 없이 그이께 자책어린 말씀을 올리였다.

《늦을수 있지. 흥남까지는 하루길이 잘되는데…》

김일성동지께서 김일과 함께 집무실에 들어서시였을 때 주인홍이 옥상에 펴놓았던 침구를 말아안고 뒤따라 들어왔다. 김일이 의아한 눈길로 주인홍을 쳐다보았다. 원래 과묵한 김일은 말이 적었다. 지금도 그는 말보다 신중한 빛을 띤 그 눈길로 주인홍이한테 이른 새벽에 무슨 침구를 그러안고있는가고 묻고있었다.

《부수동지, 이런 일이 어디 있습니까. 수령님께서는 지난 밤 한잠도 주무시지 못하셨습니다. 침실은 너무 더워 숨이 막히지, 침구를 걷어안고 옥상에 올라가니 모기성화지…》

《인홍이!》

김일성동지께서 주인홍의 말을 막으시였다. 주인홍은 어쩔수 없이 입을 다물기는 하였으나 그 자리를 뜨려고는 하지 않았다. 그는 침구를 안고 서서 김일의 심각해진 얼굴을 지켜보다가 아무래도 할 말은 해야 하겠다는듯이 격한 어조로 다시 말을 꺼냈다.

《어떤 부수상들방에는 선풍기라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방에는 선풍기가 있습니까, 랭풍기가 있습니까.…》

《인홍이!》

이번에는 수령님의 음성이 몹시 엄하게 울리였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하나. 먼길을 온 부수상동지한테, 버릇없이…》

주인홍은 그제야 침실로 들어갔다.

그이께서는 주인홍이 사라진쪽을 한동안 바라보시다가 《허허…》 하고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리시였다.

그러나 김일은 전에없이 심각한 얼굴표정을 하고 그이의 앞에 서있었다.

《자, 저기 가서 앉읍시다. 먼길에 피곤하지 않습니까?》

그이께서 김일을 쏘파에로 이끌며 걱정어린 표정으로 물으시였다.

《저는 일없습니다.》

김일은 이렇게 대답을 올리고 여전히 말없이 앞에 놓인 키낮은 앞탁의 한점만 바라보며 앉아있었다.

《왜 그럽니까? 주인홍이 생각없이 한 말을 가지고 그러지 않습니까?》

《수령님, 그 동무는 그래도 혁명을 오래 했다는 우리보다 생각이 깊습니다. 수령님을 잘 받들어모셔야 한다고 늘 입으로 외우며 다니는 우리 로혁명가들이 수령님께서 방이 무덥고 모기가 많아 방에서 옥상으로, 옥상에서 방으로 침구를 안고 오르내리시게 하였으니… 정말 큰 죄를 졌습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김일의 두드러진 관골에 경련 같은것이 지나가고 두툼한 입술이 실룩거리였다. 북받치는 오열을 간신히 참고있는것이였다.

《그런 말을 마시오. 이 무더위에 선풍기를 놓은들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아닙니다. 이 방에는 랭온풍기를 설치해야 합니다. 벌써 그렇게 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너무 그러지 마오. 그러지 않아도 정전직후 정준택동무가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을 할 때 기둥 몇개밖에 남지 않은 이 건물을 복구하면서 구조를 일부 변경시키겠다고 설계까지 해가지고다니는것을 내가 그러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그 동무들은 여기에다 접견실이니, 회담실이니 하는것을 두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는것을 내가 접견실이나 회담실이 없어서 일을 못하겠는가, 아직은 참을만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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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위에서 계속)

그러는것을 내가 접견실이나 회담실이 없어서 일을 못하겠는가, 아직은 참을만 하니 인민들이 토굴에서나 다 나온 다음에 보자고 밀막았습니다. 그러니 이 방에 랭온풍기니 무엇이니 하는것을 설치할 생각은 하지도 마시오. 그런 호강을 할 때가 아닙니다. 랭온풍기를 생산할바에는 랭동기를 많이 생산해서 인민들에게 지금 같은 삼복철에도 신선한 물고기를 많이 공급할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렇게만 된다면 나는 더워서 자지 못해도 오히려 기분이 좋을것 같습니다.…》

《수령님…》

김일은 목이 메여 더 말을 잇지 못했다.

김일성동지께서도 어쩐지 가슴이 뭉클해지여 짧게 깎은 머리칼이 어느덧 반백이 다 된 오랜 전우의 모습을 한동안 말없이 지켜보시였다. 전우들의 그 간절한 소망이 그이의 심금을 뜨겁게 울려주었으나 그것을 받아들일수 없는 그이이시였다. 그이께서는 자신의 심정을 김일에게 남김없이 더 털어놓고싶으시였다. 하지만 그렇게 하시지는 않았다. 자신의 심정을 너무나 잘 알아주고 리해해주는 김일임을 그이께서는 잘 알고계셨던것이다.

《그럼 흥남에 갔던 이야기나 하오.》

이윽고 그이께서 하시는 말씀이 숙연한 정적이 깃들었던 방에 조용히 울리였다.

《예.》

김일은 나직이 대답을 올리고 들고온 가방에서 편지 한통과 손수건에 싼 무엇인가를 앞탁우에 올려놓았다. 그때의 그의 얼굴은 매우 엄숙하였고 이제까지 볼수 없었던 침통한 빛이 떠오르기까지 하였다.

그이께서는 김일이 평양에 예정보다 늦게 도착한데는 매우 상서롭지 못한 뜻밖의 일이 있었기때문이라는것을 감촉하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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