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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번영의 길 제2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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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4,448회 작성일 20-03-18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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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거울면처럼 반드러웠다. 이따금 미풍이 스치면 반드러운 거울면에 알릴듯말듯 잔주름이 잡히면서 눈부신 해빛이 천만쪼각으로 부서지였다. 가을이라고 하지만 여름날씨 못지 않게 정오의 해변가는 따가왔다.

최일만은 도래굽이의 너럭바위에 퍼더버리고앉아 눈을 쪼프리고 바다를 바라보고있었다.

바다가 모래불에 무한궤도사슬이 뭉청 끊어져나간 배때기에 흰 별을 그린 미국제땅크가 처박혀있고 파도에 밀려나온 외국상표가 붙은 깡통들이 해변에 지저분히 널려있지만 않다면 이 땅우에 얼마전까지만 하여도 전쟁의 불구름이 휘몰아쳤다는것을 상기시켜줄만 한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정오의 바다는 너무도 고요하고 평화로왔다.

《월로쟈.》

처녀의 챙챙한 목소리가 바다우에 녹아붙은것 같던 대기를 뒤흔들었다. 최일만은 도래굽이 저쪽 바다물속에 불쑥 솟구쳐오른 바다우에 한 처녀가 우뚝 서서 누구인가를 활달한 손짓으로 찾고있는것을 보았다. 그 처녀는 최일만이 즐겨《옥사나》라고 부르는 옥산이였다.

옥산은 지금 탐스럽게 흘러내린 머리칼을 빨간 수영모속에 밀어넣는 한편 물속에 뛰여들것인가 말것인가 망설이고있는 《쁘라우다》특파기자 울라지미르 꼴랴꼬브더러 자기한테 헤염쳐오라고 손짓하는것이였다. 마침내 결심을 내린 꼴랴꼬브가 바다에 뛰여들었다. 그리고는 두팔을 번갈아 앞으로 쭉쭉 내뽑으며 옥산이 서있는 바위로 헤염쳐갔다. 그는 잠간사이에 바위에 접근하여 옥산이를 잡으려고 팔을 뻗치였다. 그순간 옥산은 까르르 하고 바스러지게 웃더니 첨벙하고 물속에 뛰여들었다. 바다우에는 흰 물거품만이 떠돌고 처녀는 가뭇없이 종적을 감추고 말았다. 바위우에 올라선 꼴랴꼬브는 처녀의 행적을 찾으려고 두리번거리였다. 그런데 처녀는 물속에 영영 잠겨버린듯 솟구쳐오를줄 몰랐다.

최일만은 참지 못하고 바위를 차고 벌떡 일어섰다. 그순간 꼴랴꼬브가 두리번거리고있는 바위에서 멀지 않은 곳에 빨간 수영모가 불쑥 솟아올랐다.

《허허허.》

최일만은 제풀에 허거픈 웃음을 터뜨리며 다시 너럭바위에 주저앉았다.

류화철생산보장때문에 늘 골머리를 앓아온 그는 류산을 쓰지 않는 질안계통을 쏘련측이 건설해준다는 말을 듣고 이번에 흥남으로 내려왔다. 그의 기대는 어긋나지 않았다. 류산을 쓰는 류안비료계통은 참혹하게 파괴된데다가 그 원료원천마저 고갈되고있었다. 이런 형편에서 류안계통복구는 그만두고 질안계통을 신설하는것이 가장 현명한 방책이였다. 자기의 뜻대로 일이 되기를 바라는 그는 오늘 휴식을 계기로 쏘련측조사단성원들을 위해 마전앞바다에서 천렵을 조직할것을 우리측 해당일군에게 암시했다.

최일만은 조사단성원들도 성원이지만 중요하게는 이번에 흥남지구로 내려온 찌모힌이 중앙아시아의 모래바다에서 성장한 사람으로서 바다에 흥미를 가질것이라고 생각하였기때문이였다. 그러나 지금 《쁘라우다》특파기자와 그의 통역겸 취재차로 함흥에 내려왔다가 우연히 천렵에 참가하게 된 옥산이를 멀거니 바라보는 찌모힌은 해수욕에도 별로 흥미를 가지는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고 하여 조사단성원들과 비료공장지배인을 비롯한 몇몇 일군들이 도래굽이에서 섭죽을 끓이고 조개구이를 하느라고 법석 떠들고있는 거기에도 별로 관심을 돌리지 않았다. 심중한 표정을 하고 묵묵히 앉아있는 찌모힌은 지금 주위에서 벌어지고있는 흥미진진한것과는 전혀 다른 생각에 옴해있는것이 틀림없었다.

최일만도 차차 신중해지지 않을수 없었다. 바다에서는 헤염치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도래굽이에서는 섭죽을 끓이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여오르고있었다.

찌모힌은 헤염치는 사람들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부상동무도 짐작하고있겠지만 이번 쏘조 두 나라 정부사이의 회담에서는 심각한 의견상이가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니끼따 쎄르게예위치와의 의견상이 입니다.》

《흐루쑈브동지와 의견상이를 일으켰단 말입니까?》

최일만은 은근히 놀랐다. 그는 조쏘 두 나라사이에 여러급에서 진행된 회담들이 순조롭게 되지 않았다는것을 이미 알고있었다. 그것은 형제나라들사이에도 흔히 있을수 있는것이였다. 그는 정부간회담에서도 다소 의견상이가 있기는 있었지만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고있었다. 그런데 의견상이가 구체적으로 쏘련당 제1비서인 흐루쑈브와의 사이에서 일어났다고 하니 그 회담에 직접 참가하지 못한 최일만이로서는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흐루쑈브동지의 견해는 무엇입니까?》

최일만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는 최근에 쏘련당의 대내외정책에서 일련의 변화들이 일어나고있다는것을 재빨리 감촉하였다. 하지만 그로서는 아직도 쏘련당의 새 정책의 본질이 무엇인지 좀처럼 짐작할수 없었다.

《니끼따 쎄르게예위치는 조선당에서 내놓은 경제건설의 기본로선에 의견을 가지고있습니다. 그 의견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찌모힌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예?》

최일만은 펄쩍 놀랐다. 그의 치째진 봉의눈에서는 이상한 섬광과도 같은것이 번쩍하였다.

《그건 사실입니다.》

《그러니 로선상에서 의견상이이구만....

최일만은 혼자소리처럼 중얼거렸다. 그는 사태가 자기가 어렴풋이 짐작하고있었던것보다 훨씬 엄중하다는것을 제꺽 간파하였다. 지금까지 형제당들사이에서는 로선상문제를 두고 의견상이를 일으켜본적은 거의나 없었다. 쏘련에서 당지도부가 교체되자마자 우리 당과 의견상이를 일으킨것은 실로 의미심장한 일대 사변이라고 볼수 있었다.

최일만은 어쩐지 심장이 불안스럽게 후둑후둑 뛰고 숨쉬기조차 힘들어 가슴을 쭉 펴며 한번 길게 심호흡을 했다. 상쾌한 바다공기가 페장 깊숙이 흘러들었다. 그는 한동안 말없이 바다를 바라보았다.

넓은 바다는 주름하나 없이 반드러웠다. 그러나 그것은 겉보기에 그럴뿐이다. 이제라도 가까이 가서 유심히 들여다보면 무수한 잔물결이 쉼없이 일어번지고 더구나 바다밑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큰 멀기가 고패칠수도 있다. 지진이 있는 경우 특히 그러하다.

최일만은 국가나 당들사이의 관계도 그와 흡사하다고 생각했다. 외견상으로는 평온한것 같지만 실지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복잡하고 심각한 문제들이 이만저만 뒤엉켜있지 않는것이다. 정치가는 그것을 예리하게 투시해보고 솜씨있게 리용할줄 알아야 한다.

지금 최일만은 찌모힌의 말을 들으면서 쏘련당과 우리 당과의 의견상이는 없는것보다는 못하지만 일단 발생한 이상 그것을 잘만 리용한다면 자기의 정치적운명에서 결정적인 전환의 국면을 마련할수 있다고 타산했다. 이 순간 그의 침침한 넓은 이마와 불거진 관골, 밭은 목, 치째진 봉의눈에서는 심중깊이 묻어두고있는 야심과 권세욕, 완강성이 그 어느때보다 두드러지게 표면에 드러나는것 같기도 하였다.

《니끼따 쎄르게예위치는 조선당에서 중공업 특히 기계제작공업을 새롭게 창설하고 발전시키는것을 반대하고있습니다. 지금의 조선형편에서야 기계보다 천이나 신발, 식료품, 식량이 더 필요한것이 아니겠습니까.》

《기계에서 밥이 나올수야 없지요.》

최일만은 대뜸 맞장구를 쳤다.

《그런데도 당신네들은 집요하다 할 정도로 기계설비들만 납입해줄것을 요구한단 말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기계제작 같은 분야는 그 토대가 빈약한 조선에서 새로 창설하는것보다 우리 쏘련이나 체코 같은데서 설비를 사다쓰는 편이 훨씬 낫지 않겠습니까. 이것은 회담에서 싸부로브동지가 말한 그대로입니다.》

최일만은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그는 지금 자기나름대로의 생각에 골몰하고있었다. 그는 쏘련을 방문한 우리 정부대표단성원들을 한사람한사람 저울질해보았다. 정부대표단성원들가운데서 특히 정준택의 동향이 매우 불손하다는것이 일부 사람들속에서 제기되고있었다. 정준택은 쏘련방문에서 돌아오자마자 쏘련의 원조를 지지찬양하는 강연제강에 의견이 있다고 내놓고 떠들었고 간곳마다에서 쏘련의 원조에 지나친 환상을 가지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소심한 오랜 지식인의 입에서 그런 반쏘적인 발언이 탕탕 튀여나왔다는것은 쏘련방문시 우리 당 수뇌진에서 쏘련당의 새로운 정책을 두고 숱한 론의들이 있었다는것을 말해주었다.

최일만은 생각을 거듭할수록 사태가 매우 엄중하며 쌍방이 호상 자기 의견들을 양보하지 않는 조건에서 앞으로 사태가 어느 정도로까지 발전하리라는것을 가히 짐작할만 하였다.

《물론 의견상이가 있기는 했지만 우리 쏘련은 조선동지들에게 사심없는 원조를 줄것입니다. 이것을 의심해서는 안됩니다.》

찌모힌은 그 어떤 선언문을 읽는듯 한 어조로 말했다.

《그야 그렇지요. 질안계통신설문제만 보아도 얼마나 고마운 일 입니까. 누구나 다 이에 대해서는 감사히 생각합니다. 일부 사람들의 동향에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이번에 쏘련을 방문했던 강선제강소의 리웅천이나 우리 고스쁠란의 정준택의 동향이 바로 그렇다고 볼수 있습니다. 이제 좀 두고봐야 하겠지만...

두사람사이에 이런 이야기가 밀담처럼 오고가는데 갑자기 등뒤에서 《부상동지!》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사람은 무슨 음모를 꾸미다가 들킨 사람들처럼 화닥닥 놀라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방금까지 바다에서 목욕을 하던 옥산이와 꼴랴꼬브가 아직도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모양그대로 두사람앞에 서있었다.

《부상동지, 바다에 나왔으면 해수욕을 해야지요. 건강에 좋답니다.》

옥산은 쾌활한 목소리로 말했다. 탄력있는 몸매와 싱싱한 얼굴에서는 청춘의 열기가 한껏 뿜어나오고있었다.

《허허, 옥사나는 우리가 20대의 청춘들인줄 아나? 우린 다같이 40대 마흔고개를 넘었다니...

최일만은 함경도억양으로 느릿느릿 말하였다.

《호호.》

옥산은 백옥같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깔깔 웃었다.

《40대가 뭐 로년기나 되는가요. 40대도 우리 나라에서는 청춘기, 월료쟈동무, 그렇지 않아요?》

옥산은 여전히 미소가 넘실거리는 정열적인 까만눈으로 꼴랴꼬브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렇지요. 40대는 청춘의 뭐랄가. 그래 청춘의 로년기.》

꼴랴꼬브는 말을 더듬기는 했으나 그래도 끝까지 조선말을 했다.

그러자 어린 학생의 신통한 대답에 어른이 박수를 쳐주듯이 옥산은 깔깔 웃으며 박수를 쳤다.

 행동이 얼마나 천진하고 랑만과 활기에 넘쳤던지 찌모힌도 덩달아 박수를 쳤다.

《찌모힌동지, 전 월료쟈동무를 우리 고향에 초청했답니다. 우리 고향도 이곳처럼 경치좋은 동해바다가지요. 다만 한가지 조건하에서 말입니다. 성진제강소복구를 끝내고 조업테프를 끊는것, 성진제강소복구는 쏘련에서 도와줘서 하게 되였더군요....

《그렇지요.》

찌모힌도 조선말로 말했다.

《성진제강소복구를 끝내고 그날 저는 월료쟈동무에게 우리 고향을 방문하도록 했답니다. 우리 고향은 바로 성진제강소가 자리잡은 앞바다가라나요. 월료자동무, 나의 청을 쾌히 접수했지요?》

《접수했습니다.》

꼴랴꼬브는 유쾌하게 대답했다.

《찌모힌동지, 저는 찌모힌동지도 초청합니다. 그리고 부상동지도.》

《옥사나동무가 초청하니 기꺼이 접수해야지요.》

찌모힌 역시 최일만을 돌아보며 유쾌한 어조로 찬동했다.

《감사합니다.》

옥산은 깍듯이 머리숙여 인사를 하고는 꼴랴꼬브와 함께 매끈매끈한 바위돌들을 껑충껑충 건너짚으며 섭죽을 끓이는 해변가로 뛰여내려갔다.

최일만의 눈앞에서는 옥산의 잘룩한 허리와 앞가슴의 곡선미, 바위돌들을 건너짚을 때마다 탄력있게 움직이는 팔과 다리의 춤추는듯 한 경쾌한 률동이 한동안 사라질줄 몰랐다.

《옥사나는 참 쾌할한 처녀입니다.》

최일만은 저으기 감탄어린 어조로 말했다.

《보기드문 미인입니다. 로씨야적인 미와 조선적인 미의 뿔류스.》

찌모힌이 대꾸하였다.

최일만은 자기와 가까운 사이인 한윤호의 녀동생 옥산이 미인이고 쾌활한 처녀라는것을 이미전부터 잘 알고있었다. 그러나 자기 앞에서 옥산은 언제나 자기의 아름다움과 쾌활한 성미를 극력 자제하고 감추려고 애쓰는것 같았다. 그것은 직책과 나이차이로부터 오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최일만은 어디까지나 좋게 보고있었다.

그런데 흥남에 내려와있는 이번 기간에 옥산은 전혀 딴 사람처럼 행동하였다. 그는 자기앞에서도 본래의 그 쾌활하고 발랄한 성미를 전혀 감추려 하지 않았다. 그가 있는 곳이라면 조선사람들이 있는 곳이건 쏘련사람들이 있는 곳이건 관계없이 명절같은 환희의 기분에 휩싸여있군 했다. 그는 조선사람들과 쏘련사람들사이를 오가면서 오직 기쁨과 즐거움만을 날라가고 날라오는 천사 같았다.

최일만은 처음에 그것이 리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간 지나는사이에 옥산의 그런 기분이 쏘련의 원조와 그 원조를 실현하기 위해 조사단까지 파견되여온데서부터 받아안은 환희의 감정이라는것을 알아차렸다. 성진제강소복구가 끝나는 그날 쏘련손님들을 자기 고향에 초청하겠다고 하는 그의 말은 처녀의 단순한 어리광이나 애교의 발로로만 돌려버릴수는 없었다.

(참, 순진하고 랑만적인 처녀거든...

최일만은 옥산에게 호감이 갈수록 자기와 먼 친척벌이 되는 모스크바대사관의 박순일과 빨리 혼사가 이루어지게 해야 하겠다고 속치부를 했다.

《고스쁠란책임자가 흥남에 내려왔다는 말을 들었는데...

찌모힌이 혼자소리처럼 중얼중얼했으나 최일만은 대번에 흠칫 놀랐다. 어느사이에 그런 정보까지 받아쥐였는지 놀랍기만 했다.

《그 사람은 원래 친일분자인데다가 반쏘색채까지 있는 인물입니다.》

최일만이 눈알을 음험하게 굴리며 뇌까렸다.

《이번 모스크바회담에서 우리 쏘련측의 의견에 계속 맞서나온 장본인도 그입니다.》

《십분 그럴수 있는 자입니다.》

《강선제강소의 리웅천 그 사람 아- 아주 경향이 좋지 못합니다.》

찌모힌이 갑자기 조선말로 말했다.

《리웅천?》

《그 사람이 쏘련의 원조가 필요없다고 했습니다. 강선제강소는 제힘으로 복구하겠다고 도전적으로 나왔습니다.》

최일만은 그제야 언제인가 한윤호가 김일성동지께서 강선제강소에 나가시여 제강소복구비를 물으시였을 때 그는 약 3천만원이면 되겠다고 하고 강선제강소 기사장이란 사람은 그 절반 액수면 넉넉하다고 말씀드려 수령님앞에서 창피를 당했다고 볼이 부어 말하던것이 어렴풋이 머리에 떠올랐다.

어쨌든 강선제강소가 쏘련의 원조가 없이 자체로 복구를 하겠다고 결의해나섰으니 그 제강소의 기사장이란 사람이 어떤 인물이겠는가 하는것은 뻔하였다.

이때 해변가에서 섭죽이 다 되였다는 웨침소리가 들려왔다. 찌모힌이 앞서고 최일만이 뒤따라 바다가로 내려갔다.

따스한 해빛, 맑은 공기, 아름다운 경치...

조사단성원들은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며 떠들썩하였다.

《섭죽.》

옥산이 쏘련청년을 붙잡고 발음시켰다.

《쑤프(국)》

《쑤프가 아니라 섭죽ㅡ》

《쏩죽.》

쏘련청년이 간신히 발음하자 일시에 웃음보가 터졌다.

조사단성원들은 섭죽을 몇숟가락 떠먹어보더니 희한하다고 모두들 엄지손가락을 펴들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인기를 끈것은 조개구이였다. 오랜세월 파도에 씻겨 하얗게 반드러워진 너럭바위우에 알콜을 뿌려 노랗게 구운 조개들이 한벌 깔려있었다. 조가비껍질을 벌리자 노르끄레하게 익은 살과 물이 군침을 돋구었다.

《히야!》

너도나도 탄성을 올렸다.

《워드까.》

누구인가 소리쳤다. 술잔이 이 사람 저 사람 손으로 넘어갔다.

도래굽이에서 파도는 쉴새없이 철썩거리고 갈매기들이 난데없는 침입자들을 경계하며 머리우를 빙빙 돌았다.

《월료쟈, 어때요? 조개구이맛이?》

옥산이 꼴랴꼬브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제일이요. 제일!》

《우리 고향 앞바다에도 조개가 많아요. 월료쟈동무를 초청하게 되면 조개구이를 대접해드리지요. 어때요?》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하하...

《지배인동무.》

문득 취기가 올라 얼굴이 벌거우리해진 일만이 저만치 앉은 뚱뚱한 사람을 찾았다.

《예.》

지배인은 자세를 고쳐앉으며 대답했다.

《정준택동무가 왔습니까?》

《오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독한 술을 쭉 들이키고난 최일만이 마뜩지 않은 눈으로 지배인을 쏘아보며 물었다.

《산곡으로 간것 같습니다.》

《산곡? 산곡이 어딥니까?》찌모힌이 대화에 끼여들었다.

《산곡광산이라고 류화철을 생산하는 광산입니다.》

《거긴 왜 갔습니까?》

찌모힌은 무슨 영문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있었다.

《류화철때문에 갔습니다. 류안계통을 복구하자면 류화철의 전망문제를 정확히 아는것이 중요하다면서...

《류안? 쏘련이 질안을 해주는데 무슨 류안이 필요합니까? 앗 뜨거...

부아가 치밀어오른 찌모힌은 방금 구워진 조개를 집었다가 비명소리를 질렀다. 모두들 웃음보를 터뜨렸다.

《김일이란 사람이 만덕, 산곡으로 갔는데 정준택까지 뒤따라간것이 더구나 큰 문제입니다.》

최일만이 사납게 뇌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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