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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빛나는 아침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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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1건 조회 8,832회 작성일 20-06-29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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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jpg

 

2

 

<> 장군님께서 안동권을 바래우고 돌아서시자 인차 《똑 똑》 문기척소리가 났다.

<> 《들어오시오!》

<> 뒤미처 가볍게 문이 열리더니 안경을 낀 최준걸이 나타났다. 그의 손에는 얄팍한 수첩이 하나 들려있었는데 아마 거기에 강병철에 대해서 료해한 자료가 적혀있을것이였다.

<> 정중히 인사차림을 한 최준걸은 김일성동지께서 권하시는대로 응접탁앞에 앉았다. 그이께서는 출장중에 고생이 있었을것이라고 하시면서 건강이 어떤가부터 물으시였다. 최준걸은 무릎에 손을 얹었던것을 내리우면서 일어서려고 하였다. 그러자 그이께서는 팔을 잡아눌러 앉으라고 하시였다. 이제는 한두번 만난사이도 아닌것이고 또 나이로 봐도 한둘 차이가 있거나말거나 한건데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하시였다. 또 그렇게 하게 되면 딴데 신경이 가서 솔직하고 친근한 담화가 이루어질수 없다고 하시였다. 그러나 최준걸은 근엄한 표정을 조금도 흐트리지 않고 끝내 일어나서 대답을 올리였다.

<> 김일성동지께서는 이미 그를 정직형으로 보고계시였다. 그이께서 최준걸의 인격을 잘 료해할수 있었던것은 경제문제를 토론하는 몇번의 모임에서와 특히 강선제강소에 같이 갔던 그때였다.

<> 그때 최준걸은 5년안으로 경제를 복구해야겠다는 이쪽의 욕망이 강하게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실태로 보아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명확하게 대답하였다. 거듭 물었지만 역시 같은 대답을 하였다.

<> 흔히 사람들은, 특히 그것이 나약한 인테리인 경우에는 자기의 대답을 항상 권위있는 상대자의 요구에 맞추기에 진력하는것이다. 그러나 최준걸은 그렇지 않았다.

<> 《흥남에서 합금로 1호가 폭발한 실태는 이렇게 되여있습니다.》 하고 그는 수첩을 펼치였다.

<> 그는 설명을 계속하였다. 처음에는 공장전모를, 다음에는 합금로를, 그다음에는 사고의 이러저러한 류형을 소개하고 나중에 강병철기사에 의해 야기된 사고를 분석하였다.

<> 최준걸의 보고에서는 과연 기술자답게 공뜬 소리 한마디도 없이 날자, 시간, 몇분몇초가 나오고 위치와 거리 그리고 질량에 의한 단위가 정연하게 계산되였다. 문제시할수 있는 기술적요소가 22가지라고 하면서 지나칠 정도로 세밀한 설명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일단 지나자 누구에게나 쉽게 리해될수 있는 통속적인 표현으로 간명하게 사고원인을 해명하고 그의 책임소재와 복구대책까지 제기하였다. 그의 결론에 의하면 로폭파는 어느 누군가의 고의적인 행동에 의해 생겨난 사건이다. 22개의 요소가운데서 21가지는 사고를 부정하고 한가지 요소만 사고요인으로 되고있는데 그 요소인즉 로에 전기가 투입되는 전도체가 불량했다는것이다. 전도체에는 허용수치보다 5배나 더 많은 수분이 함유되여있었는데 그 위치로 보나 기술상태로 보아 거기에는 물이 침습될만한 아무런 조건도 없었다. 어느 누가 고의적으로 물을 붓지 않고는 도저히 그런 결과가 생겨날수 없었다. 하다면 누가 그런 험한짓을 했겠는가? 그 하나는 일제가 도망치면서 그렇게 했을수 있고 다른 하나는 그 이후에 어느 암해분자가 그렇게 했을수 있다.

<> 《고의적인것이 틀림없습니까?》

<> 최준걸의 보고에 의해 거의나 확정적인 사실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이께서는 전혀 다른 의견이 나오기를 기다리고계시였다. 혹시 어떤 기술적부족 또는 과실이나 부주의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보고되기만 한다면 이 사건은 이 시기에 흔히 있을수 있고 리해될만한것으로 된다. 그러나 최준걸의 대답은 너무나 확신적이였다.

<> 《장군님, 틀림없습니다.》

<> 《동무와 다르게, 말하자면 정반대로 볼수 있는 경우를 념두에 두었습니까?》

<> 《물론 그것도 고려하지 않은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어차피 경제나 기술은 말보다 물질적근거들이 있기때문에 그것을 무시할수 없습니다. 이 자료들은 모두 현지에서 확인된것입니다.》

<> 《다른 경우에도 역시 그런 정도의 담보가 있지 않겠는가 하는것입니다.》

<> 《있을수 있습니다. 때문에 저는 저의 수준에서 이렇게 볼뿐이지 이것을 절대화하지 않습니다.》

<> 《절대화하지 않는다.》

<> 김일성동지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시여 옆방에 있는 좌현에게 오기섭을 부르라고 이르시고 최준걸이한테 돌아오시였다. 그이께서는 최준걸에게서 22가지 요소로 된 조사문건을 받아드시고 한장한장 펼치며 재차 설명을 요구하시였다. 설명을 듣고계시는 그이의 심정은 매우 복잡해지시였다. 그것은 한 인테리의 운명과 관련되여있기때문이였다. 더구나 그 인테리는 비록 짧은 시간이기는 하지만 몇달전에 한번 만난적이 있었으며 그때 그이께서 내린 판단이 그이후에 엄청난 차이를 이루고있기때문이였다. 솔직히 말하면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를 믿으시였다. 하긴 지금도 그때처럼 그렇게 믿고싶으시였다.

<> 잠시후 마루를 구르는 소리가 나더니 가죽장화를 신은 오기섭이 나타났다.

<> 김일성동지께서 흥남제련소 로폭파사건에 대해서 그간 료해한 내용을 들어보자고 하시자 그는 이미 그에 대해 충분히 준비하고있은듯 거침없이 자기 견해를 내놓기 시작하였다. 오기섭은 원래 감각이 예민하긴 하지만 침착한편이 못되며 더구나 용의주도하게 짜고드는 편도 아니였다. 그대신 그는 추리가 고도로 발전되여있어서 어느 한 론리의 한끝을 붙잡기만 하면 일사천리로 사색을 뻗치는데 그 결론은 가끔 큰 편차없이 과녁에 가닿군하였다. 오기섭은 한 단락씩 넘어갈 때마다 맞은켠에 앉은 최준걸을 쳐다보군하였다. 그것은 자기의 보고가 틀림없이 최준걸이 료해한것과 큰 차이가 있거나 아니면 정반대로 될수 있다는것을 예견하고 그에 대한 반응을 알아보는것 같았다.

<> 《결국 이렇게 해서 저는 합금로 폭파사건이 어떤 우발적인 자연재해이거나 뜻하지 않은 기술부족에 의한것이 아니라…》

<> 오기섭은 말을 중단하고 최준걸을 다시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는 최준걸의 얼굴에서 아무러한 특이한것을 찾아볼수 없었다.

<> 《결국 그곳에 들어간 기사 강병철의 소행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였습니다.》

<> 그는 자기 견해가 결코 허황한것이 아니고 확고한 담보가 있다는것을 납득시키기 위해 몇가지 더 설명을 보태였다.

<> 그런후에 오기섭은 약간 동안을 두었다가 다시 결론에로 되돌아가서 《때문에 이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수 없게 되였습니다!》 하고 일단 보고를 끝내였다.

<> 총이 세서 꽛꽛하게 일어선 머리는 이전이나 다름없이 언제 빗을 대보았는가싶게 헝클어져있었으며 그가 늘 애착을 가지고있는 가죽잠바는 유난히 번들거리였다.

<> 김일성동지께서는 수첩에 받아적고계시던 만년필을 덜컥 소리가 나게 떨구시였다. 이 한가닥 음향이 침묵에 잠기였던 방안공기를 모질게 자극하였다. 오기섭이와 최준걸의 시선이 일제히 그이께로 쏠리였다.

<> 《최준걸동무! 하나 물읍시다. 그렇다면 동무는 아까 제기한 그 두가지 요인가운데서 어느것이라고 짐작합니까? 8. 15당시입니까? 아니면 그 이후입니까?》

<> 《장군님! 그 이후라는것이 명백합니다. 왜냐하면 8. 15당시라면 벌써 3개월이 지났는데 자연건조만으로도 습도가 그렇게 높지 못할것입니다.》

<> 《그렇다?》

<> 그이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시며 이번에는 오기섭이쪽으로 상체를 기울이시였다.

<> 《오기섭동무, 동무의 조사자료에 대해서 당사자인 강병철기사는 어떻게 생각하고있습니까?》

<> 이때 최준걸이 고개를 번쩍 들었는데 안경알이 강한 반사광을 내뿜었다. 그것은 최준걸이 자기도 그것을 따지고싶었다는것을 열렬히 부르짖는듯싶었다.

<> 《너무 야박해서 저는 그것을 우정 뒤에 돌려놓았었는데 하는수 없이 말씀드리겠습니다. 본인 즉 강병철자신이 내앞에서 자기의 고의적행동이라는것을 인정하였습니다.》

<> 계속해서 오기섭은 그가 고의적일수도 있다는 충분한 근거를 대기 위해 그의 가정출신과 본인의 성분에 대해서 그리고 그 행위의 구체적동기 같은것에 대해서 장황하게 설명하였다. 그가 강병철의 결정적인 약점으로 보는것은 그의 가정출신이 부유하다는 점이였다. 즉 중산층이상에 이르는 기업가의 아들인 강병철이 어떤 리유에 의해서도 계급적으로 적대되는 프로레타리아를 위해 복무할리는 없을것이라고 력설하였다.

<> 《어떤 인간이든지 그의 현재를 리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이전이 어떠했는가를 보면 알게 되는데 강병철은 만주침략의 본거지이기도 한 려순에서 공부하였습니다. 때문에 조선과 중국을 침략하는 독아를 가지게 된 그는 인차 일본 야하다에 건너가 충실한 일제의 앞잡이로 되였습니다. 그 과정에 어떻게 했는가는 흥남에 있는 한 절름발이청년이 말하고있습니다. 이것이 하나의 원인으로 볼수 있을진대 오늘의 그 결과가 어떻겠는가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으며 따라서 현실이 일목료연하게 그것을 보여주고있습니다.》

<> 오기섭의 말투는 처음부터 자신만만하였다.

<> 《알만합니다. 동무들의 의견을 잘 들었습니다.》

 

3

 

두 보고자가 일제히 자리를 뜨려고 했을 때 좌현이가 나타나 흥남에서 전화가 걸려왔다고 하였다.

《흥남에서? 누구한테서요?》

그이께서 물으시자 좌현이는

《탄광에서 온 사람이라고 하는데 긴급한 일이 있다고 하면서 바꾸어달라고 합니다.》

《긴급한 일이면 이쪽으로 돌리시오.》

좌현이가 돌아나가는것과 함께 김일성동지께서는 송수화기를 집어드시였다. 두 보고자는 흥남이라는것에 한껏 호기심이 생겼지만 방을 비우기 위해 자리를 뜨려고 하였다. 그러자 그이께서 잠간 기다리라고 손짓을 하시고 전화를 받으시였다.

《네! 제가 김일성입니다. 네! 신창탄광의 누구?… 박…》

전화상태는 매우 좋지 않았다.

《바가지라는 박, 알겠소. 창끝이라는 창, 다음엔 음! 술술 넘어간다는 술, 박창술 하하하 알겠소, 박창술, 가만.》

그이께서는 최준걸에게 박창술이 누군가 기억이 나는가고 물으시였다. 최준걸은 신창탄광자치회책임자가 박창술이라고 말씀올리였다.

《그래 용무를 말하시오. 음! 음! 석탄을 캐야겠는데 정대가 없다. 그래서, 그래서 와보니 정대를 만들수 있는 기사는 붙잡아놓고 일을 안시킨다. 가만 좀 있소. 동무가 열쇠를 가지고 나한테 찾아왔던 동무가 아니요? 금고열쇠말이요, 그렇다. 옳소. 알만하오, 알만해. 하하하, 그렇구만, 어서 말하시오. 그때 려관에 있다던 그 강철기사, 옳소, 그때 나도 만나보았소. 그 사람이 반동이라고 한다? 반동이든 뭐든지간에 강철을 뽑아 정대를 만들어야겠다. 승인해달라. 알겠소. 곧 대책을 세우겠소. 알만하오. 미안할것이 뭐가 있소. 우리는 그때 약속하지 않았소. 애로가 있으면 아무때나 전화를 해도 좋고 찾아와도 좋다고 알겠소, 알겠소.》

그것으로 전화는 일단 끝났다. 그러나 김일성동지께서는 앞서보다 완전히 기분을 달리하시였다.

《또 다른 의견이 하나 제기되였습니다. 신창탄광 로동자는 반동이든 뭐든 그것은 후에 재판할셈치고 지금 당장은 특수강을 만들수 있는 사람은 강병철기사 한사람뿐이니 우선 그것을 만들고 보자고 합니다.》

그이께서 최준걸에게 시선을 보내시였을 때 그는 《그렇게도 할수 있을것입니다.》하고 송구스러운 낯을 지으며 대답하였다. 그러나 오기섭은 그와 정반대였다.

《그런 실패와 모험은 한번이면 충분한것이지 그것을 다시 반복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우리 나라에 그런 로가 다섯손가락안에 드는데 그것을 아이들 놀이감 다루듯할수야 없지 않겠습니까.》

역시 오기섭의 표정과 몸가짐도 최준걸이 못지 않게 근엄하였고 또 그것으로써 자기 견해에 대한 확신성을 충분히 나타내고있었다.

《좋습니다. 돌아들 가시오.》

김일성동지께서는 하나의 현상을 놓고 립장이 두 극단으로 달아나고있어서 불쾌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그런 기색은 전혀 나타내지 않으시고 두 보고자를 자연스럽게 돌려보내시였다.

이때는 벌써 그이의 심중에 확고한 결심이 지어져있었다. 직접 가서 알아보자. 언제나 최상의 방법은 누구의 말을 따르는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알아보고 결심하는것이다. 그것은 오랜 시일에 걸쳐 그이께 형성된 하나의 공고한 방식이였다. 이전에 군사행동을 위주로 할 때도 그러하였고 얼마전에 철도공장사건때도 또한 그런것을 느끼시였다. 그때도 김책을 대신 내보내서 사태를 수습하게 할수 있었는데 직접 나가보니 결국 누구를 대신하게 하지 않은것이 천만번 옳았다는 생각이 드시였던것이다. 방금 박창술이가 요구해온것만해도 그렇다. 누가 옳고그른가는 차후에 판가름한다치고 당장 혁명의 요구를 외면해서는 안된다는것이다. 이것은 로동계급의 사심없는 정당한 목소리이며 요구이다.

밤은 벌써 깊었다. 좌현이는 벌써 두번이나 찾아들어와 식당의 안명숙이 아직 기다리고있다고 알리였다. 그러나 한 인간, 한 인테리의 운명이 어떻게 될것인가 하는것을 저울질하는 이 마당에서 쉽게 물러서실수가 없었다. 한 인테리에 대한 운명이자 곧 우리 혁명에서 지식계층에 대한 태도로 될것이였다.

그이께서는 창가에 다가서서 거리를 내다보시였다. 들끓던 거리도 벌써 정적이 깃든지 오랜데 희미한 외등만이 그물그물 졸면서 텅빈 길바닥을 지키고있다. 사람이 생겨나서 수수만년 살아오는동안 그들은 이른바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애를 써왔던가, 하여 철학이라는 학문을 생각해내서 진리라는 기준을 발견했으며 또한 법률과 륜리를 동원해서 생활의 착오를 막고 균형을 유지하고있다. 자연을 향해서는 수많은 측정계기들과 도량형기들을 만들어 편향과 오차를 없애고있다. 그런데 어찌하여 인간은 아직도 시작한 그때와 별로 다름없이 공정성을 기하기가 그토록 어려운것인가. 그것은 사람에게 특유한 감정이라는것이 있어서 그것을 항상 어느 한쪽에 올려놓게 되기때문이 아닐가, 그렇다면 강병철에 대해서 나는 어느쪽에 더 치우치게 되는것일가. 처음 강병철을 만났을 때 그는 주저함이 없이 내 나라의 강철을 위해서 한몸바치고싶다고 하였다. 이때 그의 눈은 긍지에 넘쳐 빛나고있었으며 온몸은 걷잡을수 없이 흥분되여있었다. 그때 그의 눈에는 그 무엇인가 의욕에 차있었으며 선량하고 정직한것이 비껴있었다. 또한 그의 표정에는 가식이 아니라 진정이 그리고 그 어떤 리기적인것이 아니라 정의로운것에 대한 희생의 각오가 력력히 어려있었다.

그 당시 나는 그를 믿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기전에 감정은 벌써 그를 끝없이 믿고있었으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던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인테리를 대하였지만 언제나 그러하였으며 그 립장은 오늘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 물론 개중에는 리종락이와 같은 배신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극히 보잘것 없는 부분적인 현상이고 그것으로 해서 사람들을 이단시해야 한다는 근거를 이끌어낼수는 없다. 성공을 해도 사람을 믿다가 성공을 하고 설혹 실패를 한다 해도 사람을 믿다가 실패하면 여한이 없을것 같다. 그렇다면 강병철은 어째서 믿을수 없으며 믿었다 한들 무엇이 잘못으로 될수 있는가. 그런데 최준걸이나 오기섭이 제기한 그대로 《본인이 고의적》으로 한것이 틀림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김일성동지께서는 얼마 넓지 않은 방안을 몇번이나 거듭 오가시였다.

 


 

4

 

박창술은 전화통에서 물러나 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훔치였다. 텅빈 공장자치회사무실 나무걸상에 앉은 그는 련달아 마라초를 3대나 피웠다. 어벌이 쑥 빠진 가슴은 텅 빈것 같고 후련하였다. 한데 아직도 귀전에는 웅글은 장군님의 목소리가 들려오는것만 같았다.

《열쇠를 가지고 나한테 찾아왔던 동무가 아니요?… 미안할것이 뭐가 있소… 애로가 있으면 아무때나 전화를 해도 좋고 찾아와도 좋다고 하지 않았소.》

왜 그런지 가슴이 부그그 끓더니 뜨거운것이 목구멍으로 올라오면서 눈굽이 달아났다. 그는 눈물을 떨구고있었던것이다. 물론 기쁘고 감격해서 그렇겠는데 그는 기쁜줄도 자기가 흥분해있는줄도 의식하지 못하였다. 다만 이때 그의 온몸에 굽이쳐흐르는 감정은 그토록 바쁘신 장군님께 하찮은 일로 큰 심려를 끼쳐드렸구나 하는 생각뿐이였다. 그렇게 될수록 떡떡거리고 요지부동인 공장장 리연수와 보안서장 박인국에 대한 불만이 불길처럼 솟아올랐다. 박창술은 꼬박 1주일동안 공장장 리연수를 찾아다니며 사정을 했었다. 특수강이 나와야 석탄을 캘수 있고 석탄이 나와야 공장이 돌아가고 도시주민들의 온돌을 덥힐것이 아닌가. 강병철이 나쁜짓을 하지 않았다는것을 내가 담보한다. 나는 그 사람을 보증할수 있다. 만약 또 사고가 나면 그때는 내가 대신 법적책임을 지겠다. 이밖에도 박창술은 별의별 수를 다 써보았지만 리연수는 처음이나 나중이나 꼭같은 대답 《반동에게 합금로를 다시 맡기자는것은 반동과 같다. 또 내게는 석방할 권리도 없다.》 이것이였다.

박창술은 팔을 걷어붙이고 달라붙었다.

《뭐 반동? 누가 반동이야. 특수강을 내자는것이 반동이냐 그것을 못내게 하는것이 반동이냐?》

그는 공장장의 책상을 두드리며 들이대였다. 리연수 말처럼 박창술은 덮어놓고 벽을 문이라는 식의 억지가 있었다. 오직 그는 내가 본 강병철은 그럴 사람이 아니요, 그가 특수강을 만들수 있다고 했을 때 그의 눈에는 거짓이 비껴있지 않았소라고 할뿐이다. 그러나 리연수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난 평양에서 온 오. 케. 에스한테서 절대 내놓아서는 안된다는 지시를 받았다.》

《뭐요, 평양에서 온 오가? 그게 도대체 누구인데?》

《누군가구? 공산당본부의 큰 인물을 몰라?》

《좋다. 그럼 난 김일성장군님께 보고해서 해결받겠다.》

《아니 뭐, 하하하. 김일성장군님께 당신이 보고해? 저 사람 온기 있어? 이거 좀 돌지 않았어?》

리연수는 집게손가락으로 자기 머리를 가리키면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시늉을 해보이였다. 박창술은 화가 꼭두까지 치밀어 펄펄 뛰였다. 그러다가 그는 허리춤에서 금고쇠대를 꺼내 리연수가 앉은 책상우에 땅 하고 소리가 나게 메치였다.

《그래 내가 돌았다구. 이걸 보오. 이게 뭔지 아는가?》

《여보, 그게 뭐가 그리 대단한거요. 그거야 금고쇠대 아니요. 저사람이 돌아도 이만저만 돌지 않았거든.》

《이건 장군님께서 나한테 주신 신임장이란말이요.》

박창술은 얼굴이 시퍼렇게 돼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럴수록 리연수는 한껏 더 야비한 웃음을 웃었다.

《그래 내가 보고하지 못할줄 알구.》

이렇게 승벽을 겨루다가 박창술은 벽걸이전화통에 매달려 평양을 부르라고 교환수에게 큰소리를 쳤던것이다. 전화를 거는것을 목격한 리연수는 눈이 퀭해지면서 얼굴이 하얗게 질리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박창술은 그에게 된방을 안길 생각도 못한채 공장구내길을 빠져서 보안서로 달려갔다.

박인국은 기세가 등등한 박창술을 보고 놀라서 일어났다.

《서장동무, 내 할말이 있는데 강병철의 방의 쇠대를 열어주오.》

《그래 당신이 정말 평양에 전화를 걸었단말이요?》

《그건 왜 묻소, 남이야 전화를 했든 말았든 당신이 관계할바가 아니란말이요.》

《여보! 동갑이친구. 그렇게 뻑뻑하니 그럴거 뭐 있소. 서로 의논해서 좋도록 하잔말이요.》

리연수에게서 평양에 전화건 소식을 들은 박인국은 태도를 홀연 바꾸어버렸다. 그가 동갑이친구라고 한것은 서로 징병1기에 걸려 만주 목단강에까지 끌려갔다가 줄 개고생을 하면서 돌아왔다는것을 안후부터 통하는 별호였다. 아직도 하이칼라가 채 자라지 않아 수팜송이처럼 빳빳한 머리를 흔들면서 박창술이 또 다궂는다.

《그래 쇠대를 열겠소, 못열겠소?》

박인국은 하는수 없이 강병철이 들어있는 지하실로 내려가 문을 쩍 열어주었다. 사실은 쇠대를 채운것도 아니였다.

강병철은 널마루에 앉아서 종이에 무엇을 쓰고있다가 흠칫 놀라며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강선생! 일어나오. 오늘부터 내가 대신 여기 갇혀있을테니까 빨리 나가 강을 뽑을 대책이나 세우시오.》

너무나 도고하고 기세가 등등한데 놀란 강병철은 순간 얼떠름해졌다.

《내가 대신 여기 갇혀있겠다?》

그는 문밖에 서서 역시 같은 본새로 놀라고있는 박인국을 쳐다보는데 박인국이자신도 무슨 영문인가고 묻고있는것 같았다.

박창술은 다짜고짜로 강병철의 등을 떠밀어 문밖으로 내보내더니 문을 절컥 닫고 널바닥에 올방자를 틀고 앉았다.

《서장동무! 당신은 이렇게 하면 아무 손해가 없잖소.》

《여! 이러면 안돼, 동갑이.》

박인국은 당황해나서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그러나 안에서 박창술이 마주 당기고있기때문에 문이 열리지 않았다. 서로 힘내기를 하다가 끝내 이기지 못하게 되자 박인국은 우로 올라가 2명의 대원을 데리고 내려왔다. 이렇게 되여 박창술을 끌어내기 위한 소동이 벌어졌다. 현장에 없었던 사람들은 처음에 로를 폭파시킨자가 도망친것으로 알고 왁작 떠들었는데 그런것이 아니고 신창탄광에서 왔다는 괴짜청년을 끌어내야 한다고 한다. 체격이 좋고 힘내기를 해서는 두셋을 능히 당할수 있던 박창술은 결사적으로 자기결심을 관철하려고 뻗대였다. 성격이 직통배기였던 그는 바로 이렇게 해서라도 특수강을 뽑아 정머리를 만들어갈 작정이였다.

알고보면 그가 이토록 비정상적이라고 할수 있는 행동을 하게까지 된데는 그럴만한 딱한 사정이 있었다. 8. 15해방! 이 력사적인 소식은 온 나라땅을 뒤흔들어놓으면서 끝없이 번져나가다가 랑림산줄기의 남쪽끝에 위치하여 외계와 격리되다싶이한 신창땅에도 세차게 밀려들었다. 궁벽하기 이를데 없는 이곳 신창에 이른 세기적파동은 맨마지막 기슭에 이르러 마치 기슭을 차고 일어나는 파도처럼 키를 솟구며 뿜어올랐다. 며칠후에는 또 그만 못지 않은 또하나의 소식이 날아들었는데 김일성장군님께서 평양에 개선하시였다는 놀라운 소문이였다. 산으로 둘러막힌 협착한 골짜기에 갇혀 살던 이곳 사람들은 옥문을 마스고 뛰쳐나오는 수인들처럼 구정역을 빠져 신성천으로 밀려나왔다. 그속에 패기만만한 한패거리의 청년들이 끼여있었는데 그가운데 21살난 징병출신 박창술이도 있었다. 그의 허리춤에는 한근이나 될만치 무게가 나가는 탄광 금고열쇠가 달려있었으며 바로 그옆에서는 줴기밥을 꾸린 보자기가 데룽거리였다. 일행가운데서도 박창술의 기세는 단연 뛰여나는 축이였는데 그는 언제나 총구멍을 빠져나갈 탄알모양으로 오직 돌진하는것밖에 몰랐다. 때문에 평양으로 가자고 결심이 내리자 도보로 사흘에 와닿았고 온바에는 장군님을 만나뵈옵자고 하는 의욕이 북받치자 체면이나 후과 같은것을 가릴새없이 장애를 밀어제끼고 뚫고들어갔던것이다. 이렇게 되여 역전려관에서 묵다가 끝내는 장군님을 만나뵙게 되였으며 열쇠에 대한 일화도 남기게 되였다. 바로 그때 앞으로 강철을 뽑아 정대를 만들어주겠다던 강병철과도 인연이 맺어지게 되였다. 평양에서 며칠 더 묵고있다가 장군님의 개선연설을 들을 때 그는 며칠전에 만나뵈운분이 바로 김일성장군님이시였다는것을 더욱 똑똑히 알게 되였다. 외관상으로 볼 때는 이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것이 없어보이였지만 그의 정신적변화는 참으로 놀랄만 하였다. 그는 도착하는 날 밤으로 탄광주민 1 000여명을 한마당에 모이게 하고 일장연설을 하였다.

김일성장군님을 내가 만나뵈웠습니다. 내가 이 눈으로 보았지요.》 그는 주먹으로 자기 가슴을 툭툭 치기도 하고 인지로 눈섭이 시꺼먼 자기 눈을 가리키기도 하면서 말하였다. 《우리가 이 탄광의 주인이라고 했수다. 나도 주인이고 석원아바이도 주인이구요. 우리모두가 주인이야요.》

그는 또 자기와 자기앞에 앉아있는 중로배와 그다음에는 두손을 쩍 벌리고 광장에 가득 모인 군중전체를 향해 주인이라고 력설하였다. 처음시작은 그때 흔히 있었던 연설투로 꼭지를 떼였는데 중간쯤부터는 묻고 대답하고 웃고 떠들고 하는통에 매우 무질서한 상태를 빚어내였다. 어쨌거나 격식없이 진행된 이 모임에서는 박창술의 평양행차에 대해서 보고 들은 모든 세부까지 동이 나게 다 받아내였으며 나중에는 《김일성장군 만세!》가 요란하게 터져서 신창골안이 떠나갈듯 하였다.

김일성장군님을 맨처음으로 만나뵈온 영광이 컸던것만큼 그다음날부터 그는 매우 난처한 립장에 처하게 되였다. 사람들이 꼬리를 물고 찾아와 별의별것을 다 물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염낭에서 수첩을 꺼내서 해답을 찾군 하였다. 그 수첩에는 장군님께서 하신 가르치심이 하나도 빠짐없이 적혀있었다.

맨처음에 《도대체 쌀은 언제 줄수 있는가.》하고 물어왔다. 그는 제꺽 《인차 주게 된다》고 제말로 대답할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수첩갈피를 번져놓고 《자! 들으시오. 장군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수다.》하고는 수첩에 적은 한구절을 읽었다.《어떤 일이 있어도 탄광에 쌀을 보내주자고 합니다.》 이렇게 해놓고는 《자! 알아들었습니까? 알았다면 돌아가 일이나 잘하시오.》하고 돌려보내였다.

그다음에는 《조선이 언제 독립된다나, 그리구 공산주의가 되나 자본주의가 되나?》하면 또 수첩을 펼치고 벌컥벌컥 뒤지다가 《자, 이렇게 적혀있수다. <우리는 민주주의자주독립국가를 건설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 하나같이 단결해서 건국사업에 떨쳐나서야 합니다. 언제 독립이 되는가 하는것은 우리가 건국사업을 어떻게 하는가에 달려있습니다. 우리가 건국사업을 잘하면 한두해전에 될수 있고 단결되지 못하고 옥신각신하면 늦어질수 있습니다.> 알만합니까? 아바이, 나라를 세우는것도 남의 일이 아니라 제일이란말입니다. 누가 독립을 선사하려니 하고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여보게, 건국사업 건국사업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하는건지 통 알수 없단말이야.》

석원아바이는 듣다가도 모르겠다는투로 불평을 하였다.

《그래요. 그것도 여기 있습니다.》하고 그는 수첩을 또 번지였다. 《여기 이렇게 적혀있수다. 물음 박창술 <장군님! 다른것은 다 할수 있는데 저는 건국사업은 못하겠습니다. 건국사업을 하자면 연설을 잘해야 하는데 그것은 못하겠습니다. 저희들에게 알맞춤한 일을 시켜주실수 없겠습니까?> 대답 김일성장군님, 한참 웃으시고나서 대답하시였다. <남들은 연설을 다 잘하는데 동무는 왜 연설을 배우지 못했소?>하고 또 웃으시더니 <탄부들은 석탄을 많이 캐는것이 곧 건국사업입니다. 석탄이 있어야 공장과 발전소가 돌아갑니다. 공장이 돌아가야 먹을것 입을것을 만들어내고 기차도 달릴수 있습니다. 이것이 곧 우리 인민을 잘살게 하는것이기때문에 건국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자 아바이, 알만하지요?》

이런 식으로 찾아오는 사람마다 대답을 주고 해야 할 일에 대한 조언을 주었다. 그러나 어떤것은 전혀 대답이 불가능한것도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참말 립장이 딱해졌다.

어떤 녀인은 《저 태평양쪽에 징병으로 끌려간 사람은 언제쯤 돌아올수 있답니까? 살아있기나 한지 그건 모릅니까?》 또 어떤 청년은 《조선군대모집은 안하는가. 우리도 나라를 세우자면 군대가 있어야 할거 아니요.》 또 어떤 할머니는 《빚값에 딸을 빼앗겼는데 당장 가서 찾아와도 법에 걸리지 않소다?》하고 묻는다. 별의별 질문이 다 제기된다. 지어는 아이를 낳지 못해 후실을 삼았는데 그냥 있으라나, 돌려보내라나 하고 묻기도 하였다. 이런것들은 그의 머리로써는 도저히 대답을 만들어낼수 없어서 후에 다시 평양에 가서 알아올터이니 일이나 잘하라고 하여 돌려보내군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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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위에서 계속)

어쨌든 박창술은 대단한 인물로 되였다. 탄광운영에 대한 책임이 저절로 그한테 쏠리더니 《탄광장》이란 이름까지 붙었다. 박창술은 무섭게 일을 하였다. 여기저기 잘 보이는데다가 평양에서 하는것처럼 우선 구호들을 써붙였다. 먼저 《김일성장군님 만세!》를 대문짝만큼씩 크게 사무실과 네거리와 갱구와 영화관에 써붙였다. 그다음에는 《탄부들이여! 석탄을 많이 캐서 건국사업에 이바지하자》 하는것을 작업장마다에 써붙였다.

박창술이 평양 갔다온지 꼭 보름이 되는날에 평양서 어느 한 일군이 내려와서 순천으로 장군님께서 보내주시는 쌀을 가지러 가자고 하였다.

아!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아무것이나 곤난한것이 있으면 말해보라고 하길래 스스럼없이 외람되게 말씀올렸던것인데 그것이 이렇게 장군님의 큰 은덕으로 되여 나타나리라고는 정말 생각지 못했다.

그는 한달음으로 순천으로 갔다. 거기에는 장군님께서 계시는곳에서 일을 보는 박원식이라는 혁명군출신이 와있었다. 바로 그 박원식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아 끝내 2층집 그 숙소로 찾아갈수 있었던것이다. 박창술은 이미 낯을 익히였던 박원식을 얼싸안고 어쩔바를 몰라하였다. 순천역에는 6방통의 쌀이 준비되여있었다. 근방농민들이 건국사업에 바친 성출미라고 하였다. 이튿날 쌀방통은 신창탄광구내에 들어섰다.

탄광안의 전체 군중이 철도역에 모인가운데 박창술은 쌀가마니꼭대기에서 불을 토하는것 같은 연설을 하였다.

《여러분! 김일성장군님께서 우리 신창탄광로동자들에게 쌀을 보내주시였습니다.》

그는 입이 얼어서 말을 하지 못하면서 쌀가마니를 부둥켜안고 우들우들 몸을 떨었다. 모였던 그 많은 사람들이 다 눈물을 흘렸다. 돈도 없고 쌀도 없던 그들이였다. 돈이 있대도 쌀을 구할수 없는 벽지였다. 박창술이 갔다온 말을 듣고 행여나 하고 막연하게 기대를 걸고있던 그들의 소망이 이렇게 실현되였다. 사람들이 쌀가마니를 들어옮기며 감격에 눈물을 흘리였고 쌀자루를 채워가지고 일어서는 사람마다 《김일성장군 만세!》를 불렀다.

《아! 이제는 우리도 살수 있다. 우리에게는 우리를 보살펴 우리를 이끌어주는 장군님이 계신다.》

사람들의 입에서는 이런 말이 흘러나왔다. 온 탄광거리에 기쁨이 넘치였다. 진정 또 한번의 해방이 온것 같았다.

《여러분! 그러니 장군님께 우리가 보답을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석탄을 캐서 보냅시다.》

앞자락을 활짝 열어제끼고 사택마을을 누비고 다니면서 박창술은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이렇게 해설을 하였다.

전체 탄광이 생산을 위해 끓어번지였다.

그는 청년들을 휘몰아가지고 물이 찬 갱도에 들어가 물을 퍼올리였다. 뽐프가 있는데서는 뽐프를 돌리고 그런것이 없는데서는 초롱으로 드레질을 했다. 1달 실히 걸려 마구리들을 다 열게 되니 이제는 착암기와 정대가 필요하였고 화약이 있어야 하였다. 착암기를 수리하고 정대를 수집하였다. 그중에서도 정대가 제일 큰 문제였다. 왜놈들이 망할녘에 정대가 없어서 고생을 했는데 꽁다리까지 주어모아도 얼마 안되였다. 다른 탄광, 광산에 사람들을 띄웠지만 어데나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지어 부뚜막을 쌓을 때 북거리로 썼던것까지 뽑아왔지만 수요를 채울수가 없었다. 이렇게 되자 박창술은 평양역전려관에서 만났던 강병철을 찾아가기로 했다. 그는 로자를 든든히 마련해가지고 길을 떠났다.

기차로 양덕고개를 넘어 고원, 함흥을 거쳐 집떠난지 1주일만에 흥남에 가닿았다. 먹으며 굶으며 타며 걸으며 녹초가 된 그는 그래도 이제 강철이 나오면 1방통 싣고가서 큰소리를 치리라 생각했던것인데 그만 탕개가 툭하고 끊어지고말았다. 로가 폭파되고 강병철은 보안서에 갇혀있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 박창술은 문짬에 끼운 때처럼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나 그런 정도로 맥을 놓고 주저앉을 그가 아니였다. 오히려 그 어떤 장애에 부닥치게 되면 더 완강한 반발이 일어나고 그것을 끝까지 타고앉고싶어하는 박창술이였다. 그는 곧장 공장장 리연수를 찾아갔다. 기다란 정방형 방에 붉은천으로 책상보를 씌운 탁자앞에 키가 크고 얼굴이 부석부석한 40에 가까운 사나이가 틀지게 앉아있었다.

《당신이 여기 공장장이요?》

첫마디부터 전혀 세련이 없는 무드러진 말투였다. 리연수는 뻬끄라이드갱내안전모를 쓰고 온통 석탄먼지투성인 박창술을 보고 눈이 둥그래졌다.

《그렇소. 내 여기 공장장이요. 그런데 동무는 도대체 누구요?》

《공장장이 옳다? 나는 신창탄광 로동자요. 그런데 왜 정머리에 쓸 특수강을 만들지 않소. 공장장이 있으면서.》

《허허 공장장이 있으면서 왜 강을 만들지 않는가. 그것 참 좋은 질문을 했소. 보아하니 당신이 탄광장같은데 오기섭동지가 지도한 평양협의회에선 당신을 본 기억이 없는데.》

《그러니까 나는 로동자라고 하잖소. 그건 그렇고 여기에서 강을 만들지 못하면야 쥐를 못잡는 고양이나 같지 않소. 도대체.》

《시비는 그만하고 어서 용무나 말하오.》

《용무는 특수강을 뽑아서 정머리를 만들어가는데 여기는 무인지경이란말이요. 당신이 지시해서 강병철기사를 보안서에 붙잡아넣었다는데 그게 사실이요?》

《그렇소.》

《당장 내놓소. 그 사람은 반동이 아니요. 특수강을 만들겠다는 사람이 반동일수는 없소. 그 사람이 특수강을 만들겠다고 한것은 순 나때문이요. 평양에서도 부탁했었구 또 먼저번 왔을 때 비료생산때문에 바쁘다는걸 내가 탄광에 또 물이 차면 되겠는가고 떼를 써서 정머리를 만들 특수강을 만들어보겠다고 했던거요.》

《허허 이거 뭐 담벽을 향해 할 소리가 있어야지. 여보, 강병철은 로를 폭파시켰단말이요.》

《그럼 공장장은 뭘하는 사람이요? 로에 불을 때지 않으면야 강병철이나 공장장이나 뭐가 다르오? 다같이 반동이지.》

그는 문을 후려닫고 보안서장을 찾아갔다.

《죄없는 사람이니 당장 내놓으라. 만약 내 말을 안듣고 석탄생산에 지장이 있게 하면 당신 모가지에 올가미를 걸겠소.》라고 을러메였다.

그러나 그런 정도로 홀가분하게 넘어갈 박인국이 아니였다. 힘내기를 하건 수놀음을 하건 결코 누구에게 짝지지 않는 징병출신인 그였기때문에 보안서장을 자진해서 맡아나섰는지도 모른다.

박인국이 그렇게도 도고해진것은 그의 개성적틀에만 있는것이 아니라 얼마전에 여기 왔다간 북조선에서 손에 꼽히는 공산당의 《큰인물》 오기섭의 담보가 이만저만이 아니였던것이다. 박인국의 해석에 의하면 강철이 중요해서 그런지 아니면 강병철이 중요해서 그런지 명백히는 알수 없는데 로폭파사건을 둘러싸고 평양에까지 큰 파문이 미쳐간것만은 사실이다. 련이어 사람이 내려오고 전화도 온다. 찾아오는 사람들은 모두 굵직굵직하다. 함흥에서만도 공산당 도당, 도인민위원회에서 책임자급이 왔었고 그후에는 평양서 최준걸이라는 실력자가 왔다. 최준걸은 기술자이기때문에 그런지 조용조용히 기술적으로 감정을 하고 관계자들과 만나 전후사연을 캐고 어떤것은 직접 기계를 움직여도 보고 로안에 들어가보기도 한후에 아무런 파문이나 여운을 남기지 않고 조용히 올라갔다. 그러나 오기섭은 전자와 완전히 방법이 달랐다. 그의 움직임이 요란하였으며 판을 크게 벌리군 하였다. 관계자들을 하루이틀 만나더니 강철직장에 전체 종업원을 다 모이게 하고 연설을 하였다.

합금로란간우에 번쩍 올라선 그는 가죽잠바앞자락을 쩍 가르고 오른쪽팔을 군중앞에 쭉 내뻗치였다. 2시간여에 걸친 오기섭의 연설이 거의 끝나갈무렵에 이곳 합금로의 폭파사건이 언급되게 되였다. 그는 이에 대하여 확정적으로 말하였는데 부유한 가정출신의 인테리인 강병철이라는 사람이 해방이라는것으로 해서 자기 처지가 달라지는데 겁을 먹고 고의적으로 해독행위를 하였다고 규정하였다. 그것은 야하다제철소에서 불구자가 되여 돌아온 최성우라는 청년의 말을 들어보면 잘 알수 있을것이라고 하고 범죄자는 앞으로 인민앞에 공개적으로 심판을 받게 될것이라고 하면서 이렇듯 계급투쟁은 더욱더 치렬해진다고 경고하였다. 그다음 그는 인터나쇼날노래가사를 류창하게 3절까지 외우더니 《우리는 이 싸움에서 얻을것은 전세계요 잃을것은 철쇄뿐이다. 비겁한자야 갈라면 가라. 우리들은 붉은기를 지키리라. 전세계 프로레타리아는 단결하라!》하고 끝을 맺었다.

류창하기 이를데 없는 연설을 끝마치면서 그는 이렇게 격동적으로 그러면서도 결코 화려하게만 보이지 않도록 당성을 부여하고나서 결구를 맺었다. 그날밤 작은 범위로 소연회가 있었는데 그때 오기섭은 리연수와 박인국을 불러서 자기 승인이 없이는 강병철을 어데 옮기거나 석방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주의를 주었다.

이렇게 된 박인국이기때문에 박창술이 아무리 드세게 들이댄다 해도 추호의 동요도 일으킬수 없었다.

《박창술동무! 나오시오. 이렇게 하면 치안유지에 지장이 있소. 정 이러면 우리는 법으로 처리하겠소.》

가죽장화를 신은 발을 쩍 벌려디디고 박인국은 구류장뒤벽에 제빠듬히 누워있는 버티기군에게 엄명을 내리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박창술은 강병철을 석방하기전에는 나갈수 없다고 뻗치고있다.

《당신이 너무 큰 대상과 맞다들었단말이요. 당신은 지금 귀뚜라미가 바위돌을 굴리겠다는거나 같은 소리를 하고있소.》

《뭣이? 귀뚜라미?》

박창술은 벌떡 일어나며 되묻는다.

《그렇소. 우린 지금 오기섭동지의 지시를 받고 그렇게 한것이기때문에 거기서 다른 지시가 없는 이상 어떻게 할수 없단말이요.》

《오기섭이가 누구야! 난 그런거 몰라. 난 김일성장군밖에 모른다.》

《공산당에서 큰사람이라는데 그것도 모르면 당신은 형편없는 송사리가 분명한데 입만 살아서 큰소리야.》

《뭣이 어째?》

그는 벽력같이 고함을 지르며 지하족을 벗어서 서장의 면상을 향해 집어던지였다. 박인국이 훌쩍 피하는바람에 신짝은 뒤벽에 날아가 부딪치며 요란한 소리를 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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