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푸른산악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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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극비
2군단장 앞
9월 25일 아침 10시 현재 집계한 적정자료는 다음과 같다.
-서해연선으로부터 철원동북 남대천까지의 전선을 차지한 미1군단은 제1제대에 남조선군1보사, 영련방군1사, 미1기사, 미3보사를 배치하고 소극적공격을 꾀하는바 그 주공방향은 야월산에 지향되는것으로 예측되고있다.
-중부의 철원동북 남대천으로부터 북한강까지의 전선을 차지한 미9군단은 제1제대에 미25보사, 남조선군2보사, 미27보사, 남조선군6보사로 전반전선에서 정찰전투를 거듭해오고있다.
-동부의 북한강으로부터 사천리까지의 전선 45km를 차지한 미 10군단은 제1제대에 남조선군 8보사, 미2보사, 남조선군 5보사, 미1해사를 배치하고있는바 예비대인 남조선군 7보사가 귀군단정찰에서 확인한바 그대로 양구를 출발하여 1211고지방향으로 움직이고있다는것이 최사정찰에 의하여 다시 확인되였다.
지금 현재 미8군직속 예비포들도 귀군단에 대한 공격지점으로 예측되는 양구앞 전방으로 진출하고있다고 한다.
사천리부터 동해연선까지의 전선을 차지한 남조선군 1군단은 제1제대에 남조선군 11보사, 수도사단을 배치하고 예비대인 3보사는 속초쪽에서 1211고지를 가상한 고지공격훈련을 하고있다.
상기한 남조선군 1군단의 제1제대는 아군 3군단을 핍박하여 귀군단에 대한 지원을 불허하게 하려는것으로 예측되고있다.
총참모부
1951년 9월 25일
의자등받이에 기댄채 반쯤 조는 자세로 앉아있던 최현은 벽시계가 열두점을 치는 소리에 건듯 정신을 차리며 전화기를 들었다. 엉거주춤 일어나며 《여보시오》를 부르던 그는 맥없이 자리에 주저 앉았다. 좀전처럼 김재명이 나왔던것이다.
《아직두 끝나지 않았니?》
《네, 열두시전엔 끝날줄 알았는데… 급한 용건이라면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아, 아니다.》
최현은 실망을 감추지 못한 얼굴로 입술을 짓씹다가 계속했다.
《이제 장군님께서… 물으시면 우리 일이 다 잘되구있다구… 말씀올리거라.》
재명이와의 이런 전화는 벌써 세번째다.
그는 오늘도 1211고지에 나갔었다. 원래 계획으로는 그곳에서 밤을 밝힐 작정이였으나 장군님과의 전화련계때문에 되돌아왔다.
그런데 첫 전화를 걸었던 9시 30분경부터 그이께서는 당과 내각의 일부 일군들까지 참가한 군정간부회의를 지도하신다고 했다.
(무슨 일때문이실가?)
총참모부 통보서를 봐서는 특별한 정황이 없는것 같았다.
그런데 낮동안까지만 해도 기분상태가 좋으셨던 그이께서 저녁녘부터 몹시 격한 상태라고 하였다.
회의는 휴식도 없이 진행되는것 같았다. 휴식이 있었다면 김재명이 자기의 전화건도 말씀드렸을것이고 이런 경우의 전례로 보면 십중팔구 그이께서 전화를 걸어오셨을것이다.
(그저… 한뉘 지겨운 일만 안고 애쓰시니-)
서랍안의 흰종이 한장을 펼쳐놓고 잠시 생각을 달리다가 한글자한글자 품들여 썼다.
극비
김일성동지앞
오늘 20시현재로 63사 전방고지들에 배비하기로 된 직사포들을 전부 지정된 위치에 올렸음을 보고드립니다. 52사의 직사포이동도 래일안으로 완료하겠습니다.
미2보사소속 155㎜곡사포 한개 대대가 1211고지방향으로 전진배치된다고 합니다. 저희들은 이에 대하여 이미 그곳에 나가있는 군단정찰조와 한개 소대급의 습격조를 파견하여 그 포들을 까치우려고 합니다. 전진배치를 하자면 길닦이를 새로 하게 되고 괴뢰군들이 인입되니만치 접근투입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건투를 빌면서
2군단장 최현
틀린 글자가 없는가 하고 한번 되읽어보고 난 최현은 부관을 찾아 변신참모를 불러오라고 했다. 10분도 안되여 황영숙이 들어섰다.
최현은 《너는 무엇때문에》라는 말을 하려다가 장군님과의 무선교신암호가 달라졌고 그때문에 황영숙이 군단에 내려왔음을 상기하고 미지근한 웃음을 지었다.
그의 눈빛은 놀라울 정도로 엄숙했다. 오늘 아침 최현이 1211고지에 나갈 때 자기도 나가겠다고, 로병관을 만나서 따져보겠다고 하던 영숙이다.
《어째 그렇게 뚝-해있니?》
《오늘 낮에 오빠를 만났댔습니다.》
《무스것때메?》
《오빠도 심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안다.》
《한데 오빤… 저의 보증 같은것은 쓸데없을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전… 장군님께 편지를 썼습니다.》
《편지를?!… 그래 부쳤니?》
《전… 군단장동지한테 부탁하자고 합니다. 군사기통으로 보내게끔.》
《건 좀 생각해보자…》
최현은 얼굴살을 찌프렸다. 그제 아침 부국장이 떠나가면서 로병관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질테냐 하던 말로부터 불시에 걸려온 김웅의 전화까지 생각났다. 김웅은 혁명적원칙을 가지고 최현을 타매했다. 로병관과의 인간관계로 보면 최현보다 자기가 더 가까왔으니만치 그가 《간첩》이란데서 받은 타격은 자기에게 더 큰것이다, 그러나 친우는 물론 혈육관계라도 상대가 원쑤라면 칼을 뽑아들어야 하지 않는가, 하니만치 해당 법기관에서 그의 진가가 해명될 때까지 해당 일군들의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옳은 말이였다. 항일무장투쟁시기부터 오늘까지 최현은 독립운동자, 혁명가의 탈을 쓰고 기여들었던 밀정과 간첩들을 수다히 보았다. 그중에는 《아, 그가 어떻게?》 할 정도로 마음이 끌렸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로병관에 대해서만은 크게 마음이 끌린적 없으면서도 《두둔》하고있다. 무엇때문에? 이렇다 할 법적담보는 없다. 그렇다면… 최현이 장군님과의 전화를 그처럼 고대하는데는 바로 거기에 대답을 주지 못하면서도 그를 두둔하는것에 대한 결론을 받기 위한데도 있었다.
전날 저녁에 본 로병관의 모습이 우렷이 살아올랐다.
63사 사단장방에서였다. 63사에서는 이미 24일 낮에 세문의 직사포를 고지에 올렸다. 두문은 분해한 상태에서 메고 올라갔고 다른 한문은 통채로 끌어올려갔다.
그런데 급경사와 낭떠러지로 된 고지들로 올리는것이 문제로 되여 토론이 벌어졌다.
분해한 상태에서 메고 올라가는가, 바줄에 매여 끌고 밀며 오르는가, 메고 올라간다는것은 불가능했다. 빈몸으로도 오르기 어려운 험한 낭떠러지와 급경사면을 수백㎏이나 되는 중량물들을 목도로 메고 올라간다는것은 사람도 포도 죄다 골짜기에 굴러치우는것으로 되기때문이였다.
결국 바줄로 끄는 안에 의견들이 합치되였지만 그 역시 현실적인 가능성이 부족했다. 그때 《할수 있습니다!》 하고 나선 사람이 로병관이였다. 첫날부터 직사포운반에 나선 그는 어데서 얻어입었는지 모를 불에 타고 찢어진 하전사복차림이였다.
그는 《등산선수》들이 낭떠러지에 오를 때 바줄을 몸에 건다는것으로부터 이야기를 펼쳤다.
최현은 실큰둥해 들었다. 도꾜에 있으면서 어느 잡지나 책에서 본 등산놀음을 포운반에 비교하는것이 맞갖지 않았던것이다. 다들 그 비슷한 심정인듯 최현에게만 시선을 줄 때 로병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건 내 생각이라기보다 전사들의 의견입니다. 전사들속에는 연공출신도 있고 기중기를 다루던 동무들도 있는데 그들은… 최고사령관동지께서 말씀하신건데 그까짓 포운반쯤이야 뭔가고 하고있습니다. 포들마다에 바줄을, 그 바줄은 이미 준비되였습니다. 칡으로 꼰 바줄도 써보니 괜찮습니다.… 그 바줄을 포에 걸고 동시에 그 바줄을 어깨에 휘감은 동무들이 열댓명 서고 그앞에 역시 같은 수의 〈등산선수〉들이 있게 됩니다. 이 〈등산선수〉들은 바위부리나 나무그루터기에 바줄을 매고 포를 끄는 동무들에게 그 바줄을 넘깁니다. 그렇게 되면 그뒤의 동무들은 그 바줄을 잡고 포를 끌게 됩니다. 이건 중량물을 진 상태에서의 바줄오르기라고 할수 있습니다.》
《그럴듯 하오. 한데 맨앞의 사람들이 나무그루터기나 바위부리에 바줄을 제대로 동이지 못하든가 포뒤에서 밀던 사람들이 발을 헛짚어…밀려날 때엔 어떻게 하오?》
최현의 말에 로병관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것 역시 계산되였습니다. 포의 뒤에서 너덧명이 따르게 되는데 그들이 제동기로 될것입니다. 제동기라고 한 말은 전사들속에서 나온건데 어깨와 몸으로 바퀴밑을 고인다는 뜻입니다.》
《깔린 사람들이 꽤 견뎌내겠습니까. 지스트리(76㎜직사포)야 한t 훨씬 넘지 않습니까.》
누군가의 말에 로병관은 엄숙해졌다.
《그렇소. 포의 중량으로 말하면 정확히 한t 150이요. 그러나 바퀴는 고무고 그 순간에 받게 될 단면적중량은… 다 부서뜨릴 정도는 아니요. 그것이 일없다는것은 내가 직접 보여주겠소.》
다른 때라면 로병관의 말이 희떱게 들렸을것이다. 그러나 그의 엄숙한 얼굴과 말에서는 꾸밈없는 열정과 각오의 빛이 풍겼고 생사를 무시하는 드센 의지와 비상한 힘이 느껴졌다.
로병관의 넝마같은 하전사복도 그런 각오와 투지의 반증처럼 보였다.
포는 그의 의견대로 올리기로 하였다. 첫 포를 고지정점까지 올리는데 7시간이 걸렸다.
최현으로는 하루품을 예견했던것이였다. 급경사면이여서 걷는것이 아니라 네발걸음으로 한치두치 톺아오르는 길이였기때문이였다.
《군단장동지, 무슨 일때문에 부르셨습니까?》
영숙이의 말에 최현은 《응》소리를 내고는 그에게 맡기려 했던 무전문에 몇줄 더 써넣었다.
-금번 직사포위치선택과 이동전투지휘에는 전선사령부 로병관동무를 인입시켰습니다.
별도의 지시가 없으면 로병관동무를 계속 이 사업에 망라시키려고 합니다-
최현으로서 로병관을 위해 할수 있는 일은 이뿐이였다. 그것은 영숙을 위한 일이기도 했다.
이때 전화종소리가 요란히 울렸다. 최고사령관동지의 집무실과 련결된 전화기에서 빨간 신호등이 깜박였다.
최현은 황급히 송수화기를 들며 영숙이더러 나가라고 손짓을 하였다.
그가 미처 입을 열기 전에 그이의 우렁우렁한 음성이 울려왔다.
《최현동무요?》
《네, 접니다, 최현이-》
《나를 여러번 찾았다지요?》
《네.》
최현은 숨을 딱 멈추었다. 뭔가 그이의 음성에서 노여움을 느끼게 되였던것이다. 김재명한테서 들은 《격하셨다》던 말이 뇌리를 스쳤다.
《지금 뭘 하고있습니까?》
《특별하게 하는것이 없습니다. 여기 일은… 다 잘되고있습니다.》
《잘된단 말입니까?》
부정이셨다. 최현은 땀줄이 뻗쳤다.
(무엇때문이실가?)
그의 생각은 더 이어질수 없었다.
《최현동무, 내 오늘 동무한테 좀 나무람을 하자고 합니다.》
《저… 무슨 말씀인지?》
《몰라서 묻습니까. 그래 동문 로병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최현은 가슴이 덜커덩하였다.
그때문이였구나.
그는 허둥이는 마음을 다잡으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장군님, 제가 월권한데 대해선 죄책을 받겠습니다. 그렇지만 그에 대해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보게끔 조처해주시기를… 청원합니다.》
《그에 대해 뭘 더 알아본다는것입니까.
동문 그를 믿는다 어쩐다 해놓고는… 전선사령관동무한테는 사업정지는 물론 전선사령부에 데려가는데 동의하였다는데… 사실입니까?》
최현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김웅이가… 과연 그럴수 있는가?)
김웅의 모습이 번개같이 스쳐지났다.
전번전화때 로병관의 문제를 놓고 최현에게 한바탕 《훈시》를 하고난 김웅은 그에 대한 접촉은 뒤로 미룬다 해도 전방지대에는 둘수 없으니만치 전선사령부로 긴급소환하겠다고 하였다. 그에 대해 최현은 《마음대로 하시지.》라고 했다. 그런데 이 《마음대로 하시지》가 와전되였고 이런것으로 하여 장군님께서 분격하신것이다.
《장군님, 거 개뿔같은 소립니다만 여하튼 잘못했습니다.》
《잘못했다? 허심해서 좋긴 좋습니다.》
《그럼 로병관동무는 별문제가 없다는것이겠지요.…》
《허허, 거야 동무네가 보증하지 않았습니까. 영숙인 그를 사랑한다고까지 했다는데… 아마 로병관에 대해선 우리보다 영숙동무가 더 잘 알것입니다. 한생을 두고 연구와 관찰을 하고있지 않습니까.》
《네, 제 스나가 될수 있나 없나 하구 연구한걸 저두 압니다.》
《난 사람을 좋게 보는 사람들을 믿지 나쁘다고 뒤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별로 믿지 않습니다.》
《장군님, 그래도 이번에 제기된 건은 간단치 않은건데… 잘 알아보시고 조처해주십시오.》
《허 이건 또 이랬다저랬다구만. 걱정마오. 내 이름에 루가 미칠가봐 그런것같은데 후날 그를 잘못 봤다면 동무랑 영숙이랑 함께 책임지게 되니… 크게 문제될것이 없지 않겠소.》
《장군님!》
최현은 가슴이 뭉클해졌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한동안 침묵을 지키고계시다가 온 저녁 안고돈 괴로움을 터치듯 허물없이 말씀하시였다.
《최현동무, 난 사실 오늘 저녁 그러루한 문제때문에 열을 좀 올렸소. 그래서 이제야 동무를 찾게 되고… 목소리도 좀 높였소.》
최현은 퍽 후날에야 력사에 알려지지 않은 이날 회의의 일단을 알게 되였다.
박헌영, 리승엽까지 참가한 이 회의에서 김일성동지께서는 처음으로 그자들의 이른바 《남로당》정보선에 대한 의문을 표시하면서 당과 국가 기밀루설과 관련된 의혹까지 공개하셨다. 이 회의야말로 후날 박헌영, 리승엽간첩도당을 적발분쇄하게 된 시작점으로 되였고 동시에 이자들로서는 건지리최고사령부에 대한 폭격까지 벌리게 한 동기로 되였다.
《그래, 지금 그곳 일은 어찌됩니까?》
《장군님, 모든 일이 일사천리구 만만장쾌입니다.》
《허허. 만만장쾌라, 우리 말 사전에 올리고싶은 말이구만.》
《장군님, 일문제는 기재로 말씀드리기루 하구… 그 저… 금강교에서 보셨던 녀성고사총분대장 있잖습니까.》
《기억됩니다.》
《그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그 동문 원래 금강산휴양소 직원이였는데 장군님께서 정숙동무와 영숙이랑들을 데리고 그곳으로 가셨을 때 정숙동무한테서 사격술까지 배운 동무였습니다.》
《영숙이가 그를 알아봤습니까?》
《네. 그 동문 원래 영웅후보감인데 일인즉 참으로 맹랑하게 되였습니다. 글쎄 이 마정옥이는 바로 그 장천일이라는 운전사동무의 처와 같은 동무입니다.》
《처와 같은?… 아니 그건 무슨 알쑹달쑹한 소립니까?》
《네, 그럴만 한 사연이 있습니다.》
최현은 성수가 나 《장천일의 바람질》로부터 아이까지 낳고도 안해가 되기를 거부한거며 《아이애비》를 배척하면서도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우겨대는 《변덕》에 대해서까지 죄다 말씀드렸다.
《장천일동무를 만나봤습니까?》
《아직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석왕사쪽에서 소운반작업을 하고있기에… 정치부동무들이 알아본데 의하면 그 동무가 갑은 못돼도 을정도는 된다고 합니다. 》
《갑이 못되는것은 후퇴때의 그 일때문입니까?》
《네, 그것도 그렇지만… 사람들속에 섞이기를 기인답니다.》
《기인다?!… 그 역시 후퇴때 일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네, 그때문인것 같습니다.》
《한데 마정옥이라는 동무는 그를 믿는다거지요?》
《네, 그 동문… 남편을 남편으로 인정하는덴 도리질을 하면서도 좋은 사람인데 대해서는… 확고하답니다.》
《최현동무, 그렇다면 다 풀리는것으로 되지 않겠습니까. 나는 그 운전사동무의 편지를 볼 때부터 어떻게 하면 그의 마음속그늘을 지울수 있을가 했는데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그런 가능성이 생길것 같습니다. 우리가 이제 장천일동무에게 당증까지 메게 한다면… 그의 마음속그늘도 없어지고… 마정옥이라는 동무의 괴벽도 풀릴것이 아니겠습니까.》
《장군님, 제가 정치부장동무들과 토론해서 당장 방도를 찾겠습니다. 그런 문서장엔 제가 밝지 못하다나니-》
《허허, 문서장이란 말이지요. 이제 내가 강원도당에 전화를 걸어보고… 입당인가 복당인가 하는 문제를 결정짓게 할테니 그 장천일동무를 래일안으로 도당에 보내시오.
그 동무에겐 지금 하루한시가 천날 맞잡이일것입니다.》
《장군님, 알겠습니다. 그리구 전번에도 말씀드렸지만 도당에서 입당인지 복당인지 할 때 새 보증인이 필요하면 제 이름을 넣어주었으면 합니다.》
《허 마음쓰임이 대단한데요?!》
《장군님, 전 장군님의 인정을 닮고싶습니다.》
《인정?!… 이것은 인정이라기보다 우리가 지켜야 할 초보적인 의무이지요.
다른 제기된 일은 없습니까?》
《없습니다. 방금도 말씀드렸지만 자랑거리와 칭찬받을 일은 기재로 보고드리겠습니다. 장군님, 정말 이젠 속이 말짱 풀렸습니다.》
《나도 그렇습니다. 좀전까진 밤잠을 통 못 잘것 같았는데 이젠 잘것 같습니다. 그럼 기재앞에서 만납시다.》
《알겠습니다.》
송수화기를 놓기 바쁘게 무선문용지를 집어든 최현은 나간줄로만 알았던 황영숙이 문가의 옷걸이옆에 오도카니 서있는것을 보았다.
《다 들었겠구나. 가자.》
최현은 눈물을 쏟고있는 그의 어깨를 탁 치며 무전실로 갔다.
김일성동지와 최현과의 무선교신은 거의 30분 넘게 걸렸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최현으로서 너무나 뜻밖인 새로운 결심을 알려주셨다.
최현군단장의 방어전선을 현재보다 절반 넘게 좁히려 하신다는것과 3군단과 5군단이 2군단방어지역을 더 맡게 된 조건에서 일련의 련합부대들에 배비변경을 시키게 하신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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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위에서 계속)
김일성동지께서는 무전문에서 이렇게 밝히시였다.
《…적들의 움직임과 작전적기도로 볼 때 전선동부에 대한 공격은 2군단의 1211고지와 1052고지가 주공목표로 될것인바 군단장은 이에 따른 다제대밀집방어에 모든 력량을 집중시킬것이다.
2군단 방어전선을 좁힘에 있어서 3군단에는 ××지역까지, 5군단에는 ××지역까지의 지대를 인계할것이다.…
적들은 2군단방향에 대한 주타격과 함께 5군단지역의 백석산을 그에 따른 보조타격대상으로 삼을것이 예견된다. 이로부터 5군단의 방어력량을 백석산에 집중시키는것과 함께 2군단에 대한 지원은 5군단의 전반방어전선을 지도좌표 X… Y… 지점까지 이동시킨다. 동시에 3군단도 2군단지역을 더 맡게 된 상태에서 동해안방어의 7군단의 일부 부대들을 남하기동시킨다.
그 부대들의 기동으로 생긴 공간지대는 새로 형성된 부대들과 2군단에 완전배속되지 않은 6군단의 나머지 련합부대들을 동해안지대로 북상기동시킨다.
이것은 2군단방어의 중요성과 함께 적들로 하여금 우리의 희망과 결심에 따라 움직이게 하기 위한 대책적방도이다.…》
최현은 이날 새벽 김일성동지로부터 또다시 전화를 받게 되였다.
류경수와 5군단장과 전선문제를 전화로 확정하고났을 때였다.
《그곳 날씨가 어떻습니까?》
최현은 버쩍 정신을 도사렸으나 날씨라는 물음의 뜻을 선뜻 해석할수 없었다. 날씨라는것은 전화통화시 전투정황과 적정에 대한 암호질문으로 되였기때문이였다. 그가 군단들의 배비변경때문에 진짜 날씨를 묻는다고 생각하여 대답올리려 할 때 그이께서 같은 말씀을 되풀이하시였다.
《난 진짜 날씨를 묻는것입니다. 그곳에도 지금 선기가 나겠지요?》
《네, 아침저녁이면 몸이 으스스해집니다.》
《여기도 그렇습니다. 이렇게 선기가 날 땐 감기를 주의해야 됩니다.》
《저에 대해선 념려마십시오. 전 감기라군 아예…》
《알고있습니다. 난 전사들을 놓고 하는 말입니다. 이제 며칠안으로 콩이 가겠는데 그걸로 콩나물을 키워보십시오. 그렇게 해서 전사들에게 콩나물국을 끓여주면 좋아할것입니다. 된장을 진하게 풀어서 펄펄 끓는 콩나물국을 먹으면 감기도 그렇고 기운도 날겁니다. 지금 형편에서 뭘 더 주자 해도 극상 생각했다는것이 콩나물국입니다.》
최현은 목이 꽉 막혔다. 책상우에 놓인 그이의 무전문이 흐릿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