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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빛나는 아침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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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2,597회 작성일 20-06-0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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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jpg

제 2 장
 

1

 

저녁때가 되자 본정에 자리잡은 2층 숙소는 전에없이 흥성거리기 시작하였다. 지방에 파견되였던 정치공작원들이 올라온것이다. 나들문이 쉴새없이 드르륵드르륵 울리였고 식당으로 쓰는 아래층 큰칸은 사람들의 호탕한 웃음소리와 말소리로 가득찼다. 작식을 맡은 안명숙은 팔소매를 걷어올리고 이마에 송글송글 땀까지 내돋힌채 부엌과 물뽐프장에서 팽이 돌듯하고있다.

국수를 누르는것이다. 조리대에서는 질컥질컥 소리가 나게 메밀가루반죽을 하고있고 한쪽에서는 신바람이 나게 칼도마를 울리며 양념을 다지고있다. 마늘내, 고추내, 설설 끓는 가마에서 풍기는 메밀내가 한데 엉켜 부엌과 방안을 꽉 채웠다. 청년들은 저마다 분틀에 올라가겠다고 야단이다. 밀영의 국수분틀도 좋지만 해방된 조국에서 분틀타기는 비행기를 타고 창공을 날으는 기분에 못지 않다는것이다. 안명숙은 허여멀쑥하고 통개가 실한 반죽떡을 국수분통에 밀어넣다가 고개를 들었다.

《너무 바빠서 인사도 받을새 없구만, 명숙동무!》

그것은 키가 껑충한 김일이였다.

《김일동지 오셨어요.》 안명숙은 밝게 웃으면서 반죽감이 잔뜩 묻은 손을 들어보인다. 《그럼 평남, 평북쪽에서는 다 오신 셈인가요.》

《웬걸, 남포에 간 김경석동무도 아직 보이지 않는데.》

《그래요. 등잔밑이 어둡다더니 청진의 안길동지는 오늘새벽 맨 선참 오셨는데요. 혜산에 갔던 류경수동지랑.》

《나두 이자 만났소. 그런데 이거 뭐 오래간만인데 들고올기 있더라구. 자 받소.》

자루에 든것을 가마목에 털썩 내려놓는다.

《밤이군요.》

안명숙은 손가락으로 찔러보고 말한다. 안명숙의 얼굴은 장미꽃처럼 붉었고 눈은 빛나고있다. 마냥 기쁘고 즐거웠다. 밀영에 있을 때부터 체험해 아는바이지만 이렇게 전우들이 많이 모이면 틀림없이 인차 좋은 일이 있게 되는것이다.

안명숙이 밖으로 물길러 나갔을 때 경위대원 좌현이가 나타났다.

《안동무! 이거 야단이요. 상점들에두 신통한게 없구만.》

안명숙에게 과일을 가득 넣은 구럭을 들어보인다.

《14살에 떠나셨다가 34살에 찾아가시는 고향인데, 20년이 어데요. 그런데 빈손이구만그래. 떡이라도 만들어보잖겠소? 사는것보다야 우리가 만드는게 더 뜻이 있지.》

《그래 장군님께서 만경대에 가신다는건 틀림없어요?》

《만경대쪽으로 나가보겠소 했으니까.》

《그러니까 딱히 만경대고향집으로 가신다는건 아니지 않나요.》

《그렇게야 어떻게 말씀하시겠소. 우리가 알아차려야지.》

《하긴 그렇군요.》

안명숙은 찰랑찰랑 물이 담긴 바께쯔를 들고 힝하니 부엌으로 들어간다.

건너방에서는 쉴새없이 웃음소리가 울린다. 거기에는 이전에 련대장이나 련대정치위원으로 공작하던 파견원들이 들어있었다. 뒤벽에 등을 기대고 앉은 몸이 다부지고 유독 머리가 커보이는 류경수가 목소리를 높이고있다.

《우리들 가운데 누가 빨리 한번 모이게 해달라고 제기했소. 혹시 저 신의주의 김일동무가 아닌가?》

《원 천만에…》 맞은켠에 앉았던 김일이 불이 달린 성냥가치를 휘젓는다. 담배에 불을 붙인후에 그는 느릿느릿 까닭을 설명하였다. 《난 그런걸 제기할만한 여유도 없었단말이요. 신의주에 도착하는 그 이튿날부터 일감이 사태 밀리듯하는데 어디 정신을 차릴새나 있더라구. 매일밤 잠자리를 옮기는데두 하루건너 수류탄이 날아들고…》

《그럼 이 청진의 안길이 틀림없구만.》

류경수는 옆에 앉아 무슨 책을 뒤지고있는 안길의 팔을 건드려놓는다. 언제나 침묵이고 사색형인 안길이 고개를 끄덕여보인다.

《그다음은 또 누구요. 4~5명된다는데.》

류경수는 끝까지 알아맞춰보겠다는 기세로 좌중을 둘러본다.

《내 알아맞춰보라우?》 눈섭이 시꺼먼 최현이 빙그레 웃으면서 나무뿌리처럼 거치른 손을 앞으로 내들었다가 자기 가슴을 툭툭 두드린다. 《기본장본인은 여기 있소. 여기.》

그렇게 되자 일제히 폭소를 터뜨렸다. 또 최현이다운 기지가 나타난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김책동무한테 우는소리 한것만은 사실이요. 내려가보니 너무 아름차서 어쩔바를 모르겠드란말이요.》

안길이가 책을 덮어놓으며 이렇게 실토정을 한다. 그렇게 되자 김일이도 조정철이도 전적으로 그에 동감이며 김책을 통해 한번 모여서 경험교환도 하고 사령관동지의 말씀도 다시 받아보고싶다는 의사를 비쳤다고 하였다.

부엌에서 안명숙이 방문을 열라고 소리쳤다.

《자, 받으세요.》

국수사발이 연방 올라왔다.

《곱배기는 안되겠어요. 한사람에게 한그릇씩입니다. 예상외로 식구가 불었어요.》

안동무는 불이 번쩍 나게 국수사리를 다루는데 그 솜씨가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나만은 사전에 신청이 있었으니까 문제가 다르지.》

그것은 좌현이였다. 국수라면 오금을 못쓴다는 그였다. 육수를 붓는참 한쪽으로는 련달아 들어올린다. 영업집모양으로 만든 길다란 국수상에서는 벌써 양념을 놓고 사리를 풀고 저가락질이 시작되였다.

《여! 저 미인 누구지?》

부엌에서 안동무를 돕고있는 처녀를 눈으로 가리키며 좌현이가 앞에 앉은 동무에게 묻는다.

《박원식동무의 애인이라누만.》

대답하는것은 좌현이와 같은 나이의 경위대원 양동무였다.

《아니 뭐 벌써 애인?》

《벌써라니, 여기 오자 며칠만에 제꺽 눈이 맞았다는데.》

《허허 대단한 속도요.》

국수를 먹으면서 힐끔힐끔 훔쳐본다. 희한할만큼 아름다운 처녀가 불과 몇m 앞에서 왔다갔다 하고있다. 얼굴은 달덩이처럼 환하고 브라우스를 가뜬하게 해입은 몸매는 평양처녀다운 세련미를 풍기고있었다. 머리는 이때 류행이던 외태인데 대목을 질근 동이고 밑은 부채살처럼 풀어헤쳐져 어깨의 부드러운 곡선우에서 자유롭게 헤염치고있다.

《박원식이 그 친구 짬수군인데. 그런데 도대체 무엇이 며칠새에 숲속의 억센 사나이를 그렇게 옴짝 못하게 만들었다나.》

《무엇에 반했는가구? 얼굴이 장미꽃같구 마음씨 또한 형편없이 아름답대. 박원식의 실토네.》

좌현은 시기심이 로골적으로 드러난 눈길로 처녀를 쳐다보면서 긴 한숨을 내쉰다. 유격대원들은 태반이 30이 다된 로총각들이여서 이성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컸다.

며칠전 철도로 떠나는 날 박원식이 양동무에게 실토한데 의하면 필남이라는 괴이한 이름을 가진 그 처녀는 해락관으로 들어가는 골목에 《동양양복점》이 있는데 그 집 딸이라고 한다. 옷을 맡기기 위해 몇번 드나들다가 어느새 눈이 맞아 언약을 맺는데까지 이르렀다는것이다.


 

2

 

김일성동지께서는 책상 한켠에 놓았던 수첩을 앞으로 당겨놓고 회의참가자들을 쭉 둘러보시였다.

오른쪽에 김용범이 앉고 맞은쪽에는 김책이와 김일, 안길, 최현, 류경수, 조정철, 박영순 등등 순서로 지방에 나갔던 파견원들 10여명이 앉았다.

《그럼 이제부터는 동무들의 의견을 들어보기로 합시다.》하고 김일성동지께서는 연필을 집어드시였다. 《그간 사업정형은 앞에서 초보적으로 총화되였으니까 이번에는 격식을 갖추지 말고 각지 실태를 놓고 대책적인 문제들을 토론해봅시다. 누가 먼저 발언하겠습니까?》

그이께서는 나들문쪽에 앉은 해주에 파견된 리봉수, 남포에 파견된 김경석 등을 차례로 둘러보시였다. 그이의 시선이 방안쪽으로 거의 옮겨지게 되였을 때 군복차림인 최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화로도 간단히 말씀올렸지만 제가 가있는 강계로 말하면 조선에서도 맨 산골막바지인데다가 만주와 국경을 린접하고있어서 생각지 않던 정황이 자주 생깁니다. 첫째 제가 해결받고싶은것은 식량입니다. 여느때는 만주에서 콩과 고량이 넘어왔는데 올해는 흉년이 들어 그것이 불가능합니다. 다음에는 자위대를 조직할수 있게 무기를 몇백정 받아가야 하겠습니다. 지난번 모임에서도 이야기되였습니다만 우리가 유사시에 대처할수 있게 준비하기 위해서도 그렇고 그곳 실정을 보아도 이것은 절실한 문제입니다. 강계근방에는 수전회사에서 언제공사를 하던 화약창고가 흩어졌는데 반동들이 남포약으로 피해를 주고있습니다. 또 관동군패잔병이 산에 있으면서 마을에 내려와 식량이나 마소를 끌어간다고 합니다. 이전이나 지금이나 저의 입에서 총을 줍시사 하는 말이 나온다는것은 좀 어색한 일인줄 압니다. 그러나 이전처럼 왜놈군대를 제끼고 벗길데도 없잖습니까.》 그는 잠간 말을 중단하고 좌우를 둘러보다가 계속하였다. 《평양에도 총은 없을거란말입니다. 일본군 77련대거나 좀 있겠는지 안길동무.》 이번에는 맞은켠에 앉은 안길을 쳐다보며 말을 건네였다. 《거기선 라남19사단을 쳤으니까 좀 있을거 아니요.》

안길은 얼마간 있었는데 각군에 조직된 보안서에 나누어주고나니 여유가 없다고 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제기되는 문제들을 수첩에 또박또박 적으시면서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또 토론들 하시오.》

이번에는 안길이 일어났다. 그러나 인차 입을 열지 못하고 주저주저하다가 말을 떼였다.

《저도 역시 몇가지 애로되는것이 있어서 김책동무한테 이미 제기한적이 있습니다. 그때 김책동무는 평양이라고 해서 다른데보다 유리한 점이 하나도 없으니까 그런줄 알고 모두 자체해결하도록 하라고 했습니다. 그때 저는 얼마간 불만이 있었는데 정작 이번에 와보니 참말 손을 내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어서 말하시오. 해결여부는 후에 따지고 현재는 실정을 정확하게 료해해야 하겠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 재촉하시였다. 분위기가 이렇게 되자 얼굴이 검실검실하고 강인하게 생긴 안길은 수첩장을 번지면서 정확한 억양으로 말을 떼였다.

《지방에 파견된 정치공작원들의 중요임무는 우리 인민들에게 우선 조선이 나아가야 할 혁명로선을 정확히 인식시키는것이였습니다. 다음은 당, 정권기관을 꾸리고 파괴된 산업을 복구해서 인민생활을 하루빨리 안정시켜야 한다는것을 잊지 않고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함북도의 경우를 보면 군당이나 군인민위원회를 꾸릴 간부도 없습니다. 이전에 로조나 농조에 가담했던 사람들은 평양이요 서울이요 하면서 떠나갔고 나머지 사람들은 제 나라 글도 똑똑히 읽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공장과 기업소 형편은 더 한심합니다. 청진제철소, 제강소, 화학공장, 유선탄광, 무산광산들을 보면 눈이 딱 감깁니다. 그곳 사람들이 말하는것처럼 공장설비들을 벼락맞은 소고기 뜯어가듯하고있습니다. 때문에 현재로서는 자치위원회를 조직해서 공장을 지키는데 급급하고있습니다. 이제부터는 하나하나 복구도 하고 기계를 돌려서 제품을 내야 하겠는데 기술자가 없습니다. 청진제철소 례를 하나 들면 기사 4명에 준기사 11명이 있었는데 지금은 기사는 한명도 없고 준기사 2명이 있을뿐입니다. 때문에 용광로, 해탄로, 압연기들이 무용지물로 되였습니다. 우리 청진은 전쟁마당이였기때문에 이런 형편이 무리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나 함남도 사정은 좀 다르다고 하는데 일부 기술자들을 좀 양보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안길동무!》 처음부터 꼿꼿한 자세로 앉아있던 김책이 끼여들었다. 《며칠전에도 말했지만 함남사정도 거기와 꼭같소. 내가 가보았는데 흥남 5대공장이 그렇고 함흥제사공장, 검덕, 만덕, 리원 광산이 다 그렇단말입니다. 거기에서는 오히려 함북에서 기술자들을 좀 받아왔으면 하는 형편이요.》

뒤이어 김일이 일어났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래두 다른데는 평북보다는 사정이 나은것 같습니다. 현재 신의주에는 하루에도 1 000여명의 사람들이 밀려들고있습니다. 만주쪽에 갔던 동포들이 줄을 지어 압록강다리를 건너옵니다. 온 거리에 사람이 차넘치고있습니다. 그러니 식량이나 다른 사정은 더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현재 우리가 제일 애를 먹고있는것은 선천을 중심으로 하는 기독교세력입니다. 두덮어놓고 공산당의 시책을 반대하고있습니다. 하느님이 가르치기를 조선민족이 나갈 길은 미국식 자유의 길이라고 했다는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적은 인원이고 그 계급적토대는 모두 지주이거나 거리의 간상배들입니다. 이들이 요언을 돌리는바람에 당이나 인민위원회사업에 큰 지장이 있습니다. 다음은 일제때 기술자를 어떻게 하겠는가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신의주에 왕자제지공장이 있는데 거기에 왜정때 기술자가 2명 있습니다. 그들을 인입하면 공장을 돌릴수 있고 제품도 곧 나올수 있습니다. 그래 우리는 그들을 쓰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런데 며칠후에 공장장이 평양에 올라왔다 가서 그들을 떼버렸습니다. 문제는 그 인테리가 우리를 따라오겠다고 하는가 아니면 우리와 딴 길을 가겠다고 하는가 하는데 있다고 봅니다. 때문에 저는 제지공장기술자가 우리와 함께 일하겠다고 하는 이상 그를 써볼 생각입니다. 다음은 기독교계통의 나쁜 영향을 받는 학생층의 동향이 좋지 않습니다. 이들에게 해설선전을 적극적으로 들이대야겠는데 그럴만한 사람이 없습니다. 주대상이 중학생들인것만큼 그들을 설복하자면 지식도 어느 정도 있고 군중공작에 경험이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한 50명 선전원으로 쓸 사람을 한두달 파견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입니다.》

김일은 자리에 앉았다. 잠간사이기는 하지만 정책적으로 신중한 문제들을 언급하게 되였기때문에 이마전에 땀이 홍건히 내배였다.

다음에 일어선것은 혜산에 파견된 류경수였고 그다음에는 남포에 나간 김경석이였다. 그들도 여러 문제를 제기하였지만 본질에 있어서는 앞서 제기한것과 내용이 어슷비슷하였다. 그러나 김일성동지께서는 파견원들 전원의 토론을 하나하나 다 들으신후에야 연필을 놓으시고 잠간 휴식하자고 하시였다.



3

 

회의가 다시 계속되자 김일성동지께서는 파견원들에게 더 보충적으로 제기할 문제가 있으면 제기하라고 하시였다. 모두 다른 의견이 없다고 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시였다. 사전에 발언요지라도 준비하시였던 모양인지 수첩장을 펼치시고 옆에 있는 잉크단지를 집어다 한옆을 지질러놓으시더니 고개를 드시였다.

《오늘 우리는 당면하게 제기된 중요한 문제들을 가장 적절한 시기에 토론하고있습니다. 이자리에서 우리는 몇가지 문제에서 반드시 일치한 의견에 도달해야 하겠습니다. 동무들도 언급했지만 우리는 지금 뜻하지 않은 일에 자주 부닥치게 됩니다. 례를 들면 우리가 지난 봄에 조국광복의 대사변을 맞기 위한 준비를 한창 다그칠 때 우리 조국이 38°선으로 갈라지리라고 생각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정세로 하여 우리는 오늘 일제를 치고 조국을 해방하는데 못지 않은 난관에 부닥치고있습니다. 38°선이북에는 쏘련군대가 진주해서 민주주의적발전을 돕고있는 반면에 남조선에는 미국군대가 점령함으로써 벌써 한달어간에 앞으로 우리가 겪게 될 난관의 성질과 그 정도를 능히 가늠할수 있게 하고있습니다. 남조선에서는 인민의 의사는 말살되고 전패국에서만 볼수 있는 가혹한 군정이 실시되고있습니다. 이것이 앞으로 우리 민족을 큰 비운의 언덕으로 떠밀고가리라는것은 명백한 사실로 되였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오늘 어떤 문제를 론의하든지간에 우선 먼저 이것을 념두에 두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지금 어떤 문제에 직면하고있는가? 그것은 지난 8월 20일 군정간부회의에서 전부 언급되였습니다. 당을 창건하고 국가정권을 세우며 우리의 전취물을 능히 보위해낼수 있는 인민무력을 창설하며 령락된 인민생활을 하루빨리 안정시켜야 하는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전략을 수행하는 첫걸음에서부터 큰 난관에 직면하고있습니다. 그 실태는 지금까지 동무들이 말한 그대로입니다. 그러면 천가지 만가지로 얽히고 형태와 양상이 각기 다른 그 난관의 밑바닥에는 과연 무엇이 도사리고있겠습니까. 이것을 우리는 이자리에서 해부해보아야 합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발언을 일단 중단하시고 고개를 드시였다. 연설내용은 자못 신중하였으며 지어 처절한 느낌마저 자아내였지만 그이의 얼굴에는 신심이 어려있었고 어글어글한 눈에는 금방 미소를 피워올릴것 같은 맑은 정기가 넘쳐흐르고있었다. 그이께서는 방안을 한번 둘러보신후 수첩장을 번지시더니 다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당을 창건하자고 해도 그 력사적위업을 감당할만한 인재가 있어야 합니다. 정권을 세우자고 해도 그 임무를 수행할만한 인재가 있어야 합니다. 인민무력을 창건하자고 해도 군사를 거느릴 지휘관이 있어야 합니다. 파괴된 경제를 복구해서 인민생활을 안정시키려고 해도 그것을 맡아나설 과학자, 기술자, 경영자들이 있어야 합니다. 교육도 문화도 보건도 사정은 다 마찬가지입니다. 그런즉 한마디로 말하면 우리는 지금 당장 분출을 일으키려고 하는 인재부족이라는 지진파우에 올라앉아있는 셈입니다. 인재! 인재가 모든것을 결정합니다. 이미 여러번 말해왔지만 우리는 이제부터 총포성이 울리지 않는 또하나의 큰 전역을 치르지 않으면 안됩니다. 기아와 역병, 혼란과 무질서를 극복하고 이 땅에 자주적인 나라를 세워야 합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어느덧 흥분되시여 음성이 한결 더 높아지였다.

《동무들! 우리는 현시기 우리 혁명의 성격을 정확하게 리해하면서 동시에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력량편성도 정확히 해야 합니다. 우리 혁명은 일제잔재를 숙청하는 반제적과업에 사회발전의 결정적질곡으로 되고있는 봉건을 청산해야 할 과제가 겹쳐있습니다. 이 기초우에서 우리는 민주주의자주독립국가를 건설하여야 하는것입니다. 이 위업을 실행하는데 있어서 력량편성은 로동자, 농민을 주력으로 하고 거기에 지식을 가진 인테리들 돈을 가진 진보적자본가, 량심적인 종교인들을 포함시키기로 하였습니다. 이것은 조국광복회강령에서 다시 강조되였고 지난 8월 20일회의에서는 이에 대하여 변화가 없다는데 대해서 재삼 언급되였습니다. 계급적력량편성에서 우리가 지금 류의해야 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 론의되고있는것을 하나의 초점에 집약하면 결국 인테리문제에 귀착됩니다. 일제의 식민지였던 조선의 인테리는 일반 인테리와 사정이 다릅니다. 그들은 대부분 부유한 계급의 출신이기는 하지만 일제에 의한 민족적차별과 멸시를 당하였기때문에 혁명성이 강한것입니다. 이로부터 출발해서 우리는 벌써 오래전에 조선의 인테리를 혁명의 한 성원으로 보아야 한다고 제기했던것입니다.

우리 조선혁명의 실태가 이것을 요구하고있는데야 무엇때문에 그것을 고의적으로 회피하겠습니까. 우리가 사색하고 우리가 창조성을 가지는것은 누구도 침해할수 없는 우리의 신성한 권리입니다. 조선혁명은 조선공산주의자들이 책임집니다. 여기서 론의의 폭을 한껏 좁혀서 인재문제전반이 아니라 과학자, 기술자의 경우를 살펴보기로 합시다. 안길동무가 말한것처럼 청진제철소 제강소가 서있습니다. 김일동무는 신의주제지공장도 서있다고 했습니다. 김책동무의 보고에 의하면 흥남지구공장들이 다 섰습니다. 겸이포제철도 서고 문평, 남포 제련소도 조업을 못합니다. 기차가 다니지 못합니다. 우리가 평양철도에 나가본데 의하면 기술자가 없어서 고장난 기관차를 수리하지 못하며 가동할수 있는 기관차는 기관사가 없어서 뛰지 못합니다. 실태는 이렇습니다. 현재까지 료해한데 의하면 일제는 패주하면서 조선산업의 85%를 파괴했습니다. 이런 형편에서 우리는 그 어느때보다도 인테리를 포섭해야 합니다. 이런 문제는 이미 항일무장투쟁시기에 충분히 체험하였습니다. 우리 혁명의 려명기에 빛나는 공적을 쌓은 차광수, 김혁 동무들을 비롯한 수많은 인테리들을 우리는 기억하고있습니다. 이로부터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수 있습니다. 인테리를 적극적으로 혁명에 인입해야 하며, 과거인테리들을 아량있게 포섭해야 한다, 동시에 우리는 새 인테리를 육성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 이 길만이 우리를 승리의 언덕에 올라설수 있게 할것입니다. 때문에 우리의 견해에 의하면 앞으로 당의 구성성분을 짜는데 있어서도 마치와 낫만이 아니라 당당히 펜도 인입하도록 고려돼야 한다는것입니다. 특히 우리가 과거인테리를 대하는데 있어서 우리를 스스로 따라오는 대상과만 손을 잡아서는 안됩니다. 우리를 외면하거나 지난날 일제에 복무한 죄책때문에 동요하는 층도 적극적으로 끌어당겨야 합니다. 우리가 방임하거나 밀쳐버리면 그들은 꼿꼿이 적의 편으로 넘어갑니다. 미제국주의자들은 우리 인테리들을 저들의 손에 넣으려고 갖은 음모를 다할것입니다. 적들도 결코 졸고있지는 않을것입니다. 때문에 인테리문제는 날카로운 계급투쟁선상에 놓여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지금 우리앞에는 당, 국가, 무력 건설과 함께 아득히 뒤떨어진 경제와 문화를 하루빨리 선진국가수준에까지 따라세워야 할 과업이 제기되여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문맹퇴치운동을 대대적으로 벌려 인구의 80%에 달하는 문맹자의 눈을 띄워주어야 합니다. 전반적인 의무교육을 실시하며 고등교육을 새로 실시해야 합니다. 현재 하나도 없는 대학도 내와야 합니다. 종합대학도 내오고 단과대학도 앞으로 도처에 내와야 합니다. 민족문학예술도 보건사업도 대대적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이 모든것이 다 인테리들의 역할을 떠나서는 상상도 할수 없는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또 한가지 문제에서 의견일치를 보아야 하겠습니다. 며칠전에 일부 사람들은 우리에게 인재문제가 긴장한것은 사실인데 그것을 푸는 방도의 하나로서 형제당에 방조를 청해보는것이 어떤가고 하였습니다. 물론 그것도 나쁘지 않으며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인재문제는 좋으나 궂으나 제사람 아니고서는 풀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오직 자기 사람과 자기 힘을 믿고 자기자신이 해결하는외 다른 길이 없습니다.》

이어 그이께서는 기본문제는 다 이야기되였다고 하시면서 제기된 문제에 대한 실무적조치를 취하는데로 넘어가자고 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책상우에 놓인 수첩을 다시 들여다보시면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파견원동무들은 모두 이미 맡은 기본과업들을 수행하는 한편 이제부터 특히 인재문제와 관련한 사업에 깊은 주목을 돌려야 하겠습니다.

김책동무도 여기 있는 기간 한몫 해야겠는데 어떻습니까?》

그이께서는 근엄하게 앉아있는 김책이쪽으로 믿음과 기대에 찬 시선을 보내시였다.

김책은 자리에서 일어나 대답하였다.

《인재육성과 관련한 사업을 맡으면 어떻겠습니까? 정치학교들도 더 내오고 과학자, 기술자를 양성하는데 힘을 써보고싶습니다. 저번날 장군님께서 말씀하신바와 같이 지금 당장 공업전문학교를 하나 평양에 내오고 계속해서 대학을 내오도록 준비하려고 합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구체적인 분공은 따로 토론합시다.》

그이께서는 대단히 만족해하시며 방안을 둘러보시였다.

《최현동무가 제기한 무기는 주겠습니다. 전리품으로 넣어둔것이 좀 있습니다.》

최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알았습니다.》하고 대답하였다.

《다음 안길동무가 제기한 기술자문제는 차츰 해결합시다. 우선 함북도안에 있는 대상을 다 장악하시오. 어제 김책동무는 종로거리에 경성제국대학 교수가 와있다는것을 알아냈고 평양역전 려관에서는 대구에서 왔다는 전기기사를 하나 찾아내였습니다. 일본 야하다제철소에서 일했다고 합니다. 김책동무.》 김책이와 시선이 마주치자 그이께서는 《대구에서 왔다는 기술자를 언제한번 만나봅시다.》라고 하시였다.

다음에는 창문을 등지고 앉아 두릿두릿 좌우를 살피고있는 김일에게 물으시였다.

《김일동무도 기술자를 요구했지.》

《그렇습니다. 이제는 자체로 해결해보겠습니다.》

김일은 자신있게 대답하였다. 장내는 모두 흐뭇한 기분에 잠기였다. 그이께서 명확하게 제시하신 길을 따라 가면 못해낼 일이 없을것 같았다. 얼굴이 모두 환하게 밝아졌고 신심에 넘치였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또 합의를 보아야 할것이 있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마지막 문제는 간단하기때문에 휴식없이 끝내자고 량해를 구하신 다음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이미 예비회의에서 합의된것이기는 하지만 다시한번 확인하자는것입니다. 당창립대회를 10월 10일에 열자는데 대해서 다른 의견이 없겠습니까?》

전원이 찬성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그이께서는 문제가 신중한것이기때문에 매 사람의 의견을 개별적으로 또 물으시였다. 그러나 역시 다른 의견이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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