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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빛나는 아침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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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1건 조회 11,486회 작성일 20-07-07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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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jpg

 

종       장

 

1

 

김일성동지께서는 북조선림시인민위원회 현관으로 나오시였다. 이미 현관밖에는 김책이며 교육국 책임일군인 김시석이며 그외 대여섯명의 일군들이 기다리고있었다. 그들은 아침부터 김일성종합대학개교식에 그이를 모시기 위해 은근히 속을 태우고있었다. 며칠전부터 하루 한번씩 말씀올릴적마다 《나가보겠습니다.》라고 하시였지만 정작 당일인 오늘에 어떤 급한 일이 제기되겠는지 알수 없었던것이다. 오늘아침때까지만 해도 서기에게 장군님의 일과에 대해서 김시석이 물었을 때 선자리에서 네댓가지 급한 용무를 내놓았던것이다. 남조선에서 찾아온 어느 정당책임자와의 면담, 쏘미공동위원회사업과 관련한 대외인사와의 상면, 합당직후 평남도당단체의 사업정형에 대한 료해사업 등등이였다. 그렇기때문에 장군님께서 차에 오르시면서 《그러면 늦지 않게 가봅시다.》라고 하시였을 때 동행자들의 기쁨이란 대단한것이였다. 그중에서도 대학기성회를 조직하는 그때부터 오늘까지 전적으로 그 일에 붙어있은 김시석의 기쁨이란 이루 형용키 어려울 정도였다.

차에 앉으신 김일성동지께서는 차창을 내다보고계시였다. 언뜩언뜩 지나가는 거리풍경을 보고계시노라니 별의별 생각이 다 떠오르시였다.

(그러니까 얼마만인가?)하고 그이께서는 추억을 더듬으시였다. 차창에 흐르던 거리풍경은 언뜻언뜻 장면이 바뀌였다. 해방된 거리에서 처음으로 평양곡산공장으로 찾아가시였을 때 페허처럼 스산한 마당에 서시여 먼저 생각하신것이 《이것을 복구할 일군이 있어야 할것이 아닌가.》하는것이였다. 그후 련이어 강선제강소, 평양철도공장, 평천병기공장, 신의주비행장, 흥남비료공장, 해주, 청진 등 어데를 가나 표면에 나타난 《해방》이라는 환희밑에 음울하게 깔려있는것은 《인재부족》이라는 난관이였다. 그런데도 과감성을 발휘해서 정권기관을 내오시고 토지개혁을 단행하시였는데 그 결과가 가져온것 역시 비탈을 구으는 눈덩이처럼 날이 갈수록 덩지가 커지는 인재문제였다.

일제히 인민학교를 개교하고 평양에 공업전문학교를 하나 내오고 북조선림시인민위원회 첫의제로 연필생산을 토의해야 했던 그때로부터 오늘 대학을 개교하는 이날까지 그 과정은 이전에 하나의 큰 전역을 치르는것만 못지 않은 용감성과 지구성을 길러야만 하시였다.

연원을 향해 거슬러오르면 마당거우밀영의 동기학습, 그에 앞서 왕청유격근거지에서의 아동단학교나 오가자와 고유수에서의 군정교육을 합친 학교를 창설하던 그때부터라고 할수 있었다.…

한편 종합대학 각 학부에서는 개교식을 맞기 위한 준비사업때문에 며칠전부터 들끓고있었다. 그중에서도 룡흥리에 있는 공학부 교실이 특별하였다. 20세 전후의 청년들이 교실에 꽉 차서 떠들고있었다. 탄광, 광산에서도 오고 제철소, 제강소들에서도 왔다. 대부분 로동자출신인데 간혹 중학을 다닌 학생들도 있었다. 송림제철소에서 왔다는 키가 껑충한 학생은 돌이 된 아들이 있다고 하였고 문천제련소에서 왔다는 몸이 다부진 학생은 자기네 문중 50여호중에서 대학생이 처음 생겼노라고 으시대였다. 청진에서 왔다는 얼굴이 곱살하게 생긴 선반공출신학생은 벌써부터 공부할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중에서도 볼만한것은 아침부터 꽃다발을 준비해놓고 기세등등해서 왔다갔다하는 신창탄광에서 왔다는 학생이였다. 그는 정성들여 만든 꽃다발을 세수대야에 불궈놓고 시들지 않게 돌보고있었다.

《여, 신창탄광!》하고 꽃을 만지고있는 박창술의 어깨를 건드렸다. 청진서 온 학생이다.

《난 이거 야단이야. 소학교를 겨우 나온 수준인데 대학공부를 해낼수 있을가?》

《허! 이거 정말 한심하군》 첫날부티 웃음꽃이 피여있고 매사에 자신만만한 박창술이 손을 저으며 대답한다. 《그러니까 장군님께서 예과를 내오도록 하셨다고 말하지 않았나.》

《그래두…》

《여! 걱정 말구 냅다밀고 들어가잔말이야. 우리가 무식해서 되는가.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우리 로동계급이 나라의 주인이라고 하시였는데.》

이렇게 서두를 떼놓고 벌써 며칠어간에 두번이나 펼친 금고열쇠 이야기를 또 꺼내였다. 그렇게 되자 학생들은 일제히 오늘 개교식에 장군님께서 나오실수 있겠는가 하는데 관심이 쏠리였다. 한 반은 정사가 바쁘셔서 나오시지 못할수도 있다고 하였고 다른 절반은 만사를 미루시고라도 나오실거라고 주장하였다.

그중에서도 박창술은 《꼭 나오시네. 꼭!》하고 단호하게 기정사실화해버리였다.

《그러면 장군님께서 박창술동무를 알아보시겠구만, 영광이야 대영광!》

그러나 박창술은 손을 내저었다.

《여! 친구들, 그렇게는 안되네. 절대루! 해방이 돼서 수천수만의 사람을 만나보신 장군님께서 잠간 만나뵈온 저같은 탄부를 어떻게 기억하신다고 그러나.》

그때 누군가가 개교식장으로 떠나기 위해 마당앞에 모이라고 알리였다.

학생들은 4렬종대를 지어 보무당당히 한길에 나섰다.

꽃다발을 안은 박창술이 맨앞에서 활기있게 걸음을 내짚고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 차에서 내리시자 마당에 서서 기다리고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올리였다.

김일성장군 만세!》

그이께서는 만면에 웃음을 담으시고 손을 흔들어 답례를 하시였다. 환호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종합대학창립준비위원회를 책임진 김시석이 안내를 하였다. 그이를 모신 일행이 마당한쪽에 세워놓은 대학창립을 설명하는 직관물쪽으로 걸음을 옮기려고 할 때 꽃다발을 든 남녀학생들이 나타났다. 장군님앞 몇걸음을 사이에 두고 키가 후리후리한 남학생 하나가 멎어섰다. 그는 학생모를 벗고 허리를 깊숙이 숙여 절을 올리더니 꽃다발을 두손으로 받들어올리고 장군님앞으로 다가갔다. 한걸음앞까지 나선 그는 고개를 들고 큰 소리를 내였다.

《장군님! 저희 김일성종합대학 첫 학생들은 장군님께서 세워주신 우리 나라의 첫 대학에서 행복하게 공부를 시작하게 되였습니다. 오늘의 이 영광을 충성으로 보답할것을 굳게 결의합니다. 장군님, 축하를 받아주십시오.》

앞으로 다가오는 꽃다발을 받아드시는 순간 그이께서 《이게 누구요, 신창탄광 박창술이 아니요?》하고 놀라시는것이였다.

《장군님! 박창술입니다. 석탄을 캐던 탄부가 오늘은 대학생이 되였습니다.》

《오! 그렇군. 그렇단말이지.》

순간 그이께서는 팔을 벌리시였고 박창술은 그이의 가슴에 덥석 안기였다. 두팔에 힘을 주어 와락 탄부를 그러안으신 그이께서는 갑자기 가슴을 떠밀고 솟구쳐오르는 흥분을 이기지 못하여 눈을 지그시 내리감으시였다. 다음은 잔등을 두드려주시며 눈물이 쏟아져내리는 탄부의 볼을 싸쥐였다가 다시 와락 당겨 볼에 대고 문대시는것이였다. 이윽해서 그이께서는 박창술이 입은 대학교복의 목깃이며 앞섶을 만져보시고 모자도 돌려가며 살펴보시는것이였다. 이때 그이의 얼굴에는 내가 이날이때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하는 심정이 력연히 나타나있었다.

그이께서 박창술의 허리를 가리키시였다.

《그래 금고열쇠를 가지고있소?》

《장군님! 튼튼히 보관하고있습니다.》

《그렇소. 하하하…》

군중들의 환호는 절정을 이루어 하늘땅을 흔들어놓았다.

이윽해서 그이께서는 박창술을 옆에 세워두신채로 교직원들, 준비위원들, 래빈들이 드리는 꽃다발을 받으시였다. 그이께서는 박창술의 어깨에 다시 손을 얹으시고 물으시였다.

《그래 어떻게 돼서 대학생이 되였소?》

《장군님, 철장도 들어보고 정대도 만들어 재미나게 석탄을 캘만하니까 저 김책동지가 나를 불러 동무는 공부를 해야 되겠소, 그러지 않겠습니까. 그래 제가 공부는 차츰 하고 석탄을 캐야겠다고 하니까 장군님의 뜻이요, 잔말 말고 학교에 가오, 해서…》

《하하하 그렇게 됐군. 이제는 우리 로동자, 농민이 직접 과학과 기술을 틀어줴야 합니다. 공부를 잘해야 하오.》

《알겠습니다. 장군님!》

김시석의 안내로 직관물을 보시게 되였다. 첫 머리에 교사략도가 있고 다음에는 학제도표가 있었으며 그다음에 창립준비위원회사업을 물심으로 도운 명단이 게시되여있었다. 돈을 기부한 사람, 량곡과 물자를 보내온 사람, 교구비품과 실험기구들을 보내온 사람이 수백이나 되였다.

다음은 회의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량쪽으로 갈라서서 박수로 환영하고있는 교직원들앞으로 다가가시였다. 맨 첫머리에 양춘만이 섰다가 인사를 올리였다.

《아니, 강선의 양춘만이 여기 어떻게 나타났소?》

때가 오기를 기다렸다는듯이 양춘만이 선뜻 한걸음 나섰다.

《장군님! 저희들이 이번에 위촉장을 가지고 남조선에 갔다왔습니다. 서울에서 온 선생님들이 여기 있습니다.》

《아, 그렇소. 수고들 했습니다.》

《오늘까지 세차례에 걸려 도착한것이 60명이나 됩니다. 저는 뒤늦게나마 박원식동지에게 사죄하기 위해 박원식동지처럼 살기를 결심했습니다.》

《그렇소. 좋은 생각입니다. 그럼 어디 만나봅시다. 불원천리 사선을 넘어온 귀한 인재들인데…》

양춘만은 뒤에 모여선 선생들을 소개하였다. 처음에 력사학자 박문이, 그다음에는 생물학자 김원학, 그다음에는 물리학자 로창묵 등 60여명 전부가 인사를 올리게 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첫 사람부터 마지막사람에 이르기까지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시고나서 옆에 서있는 키가 자그마하고 나이지숙한 선생에게 말씀을 건늬시였다.

《우선 선생님들이 먼길에 오시기 수고했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듣자니까 길이 순탄하지 않아 륙로로도 오고 배를 타고 바다로도 오고 고생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성의뿐이지 넉넉한 생활조건이나 융숭한 대우를 해드릴수 없습니다. 나라형편이 아직 그렇게 할 처지에 있지 못합니다. 그러나 선생님들에게 여기 온것을 후회하지 않도록 해드리겠습니다.》

둘레를 지어 모여섰던 선생들이 모두 감탄을 하면서 경의를 표하기 위해 허리를 굽혀보이였다. 그중에도 박문의 대답이 인상적이였다.

《저희들은 여러가지 좋은것을 얻기 위해서 여기에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저희들이 가진 모든것을 다 잃더라도 오직 하나 장군님의 위업에 자그마한 괴임돌이 되는 긍지를 가지면 만족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이께서는 경의를 표하고 방금 력사학자라고 소개한 키가 큰 선생에게 말씀하시였다. 《선생님은 력사학자라니까 잘 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력사가는 언제나 과거에만 살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앞날에 살도록 해드릴수 있습니다. 다들 우리가 설계하고 우리가 창조하는 력사를 같이 체험할수 있을것입니다.》

다음은 생물학자 김원학이 한걸음 나서며 말씀올리였다.

《장군님! 저는 장군님께서 미흡한 저를 믿어주시고 여기에 불러주시였다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저는 이 긍지를 안고 후대육성에 한몸바치겠습니다.》

바로 그때 《장군님!》하고 큰소리로 웨치면서 사람들틈을 헤가르고 달려나오는 청년들이 있었다. 청년들은 무턱대고 장군님두리를 에워쌌다.

《장군님! 저희 서울법정학교 학생들은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공부하기 위해 도착했습니다.》

감격이 지나쳐서 말마디들을 잘 아물구지 못한다. 순식간에 오륙십명이 넘는 학생들이 그이앞에 정렬해섰다.

《그래 다 왔소? 일행이 다 도착했단말이지.》 김일성동지께서는 맨앞에 다가서서 보고하던 몸매가 날씬한 청년의 어깨를 그러안으시며 뒤를 이으시였다. 《먼저번에 대표로 왔던 그 학생은 왜 보이지 않소?》

《장군님, 그 학생은 서울서 경찰에 체포되였습니다.》

《체포되였다?!》

그이께서는 그이상 더 말씀하시지 않고 정렬해선 학생들을 자애에 넘친 시선으로 둘러보시였다.

학생대표들이 서있던곳에서 《남조선에서 온 학우들을 열렬히 환영한다!》라는 웨침소리가 터졌다. 전체 군중들이 박수로 환영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남조선에서 온 학생들의 손을 하나하나 잡아주시고나서 그들이 목청껏 웨치는 만세의 환호성에 떠받들리여 개교식장으로 들어가시였다.

9월 15일 오후 1시, 북조선과 남조선에서 모여온 학생들과 교원들, 준비위원회성원들, 수백명의 손님들이 참가한가운데 력사적인 김일성종합대학 개교식이 진행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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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위에서 계속)


2

 

<> 개교식이 끝난 다음 각 학부들에서는 첫 기념강의들이 진행되였다. 한껏 흥분된 안동권은 개교식장에서 나와 서구 룡흥리에 있는 물리수학부교사로 가고있었다. 첫 강의를 담당했던것이다. 전차로 칠성문고개를 넘고 거기서부터는 걸었다. 귀에서는 아직 식장에서 터져 오르던 환호성의 여운이 울리고 시선을 보내는 곳마다에는 인상적인 장면들이 언뜩언뜩 나타났다. 그런데 문득 오늘아침에 있었던 불길한 사건이 뇌리를 치고 살아났다.
<> …아침일찍 가죽가방을 옆에 끼고 출근길에 나선 안동권은 젊은 사람모양으로 걸썽걸썽 걸음을 내떼였다. 아침부터 거리에는 사람래왕이 많았다. 해방이 돼서부터는 아침에 한두시간 일찌기, 저녁에는 한두시간 더 늦게까지 사람이 끓었다. 그는 김책을 만나기 위해 여느때보다 한시간 앞서 집을 나섰는데 사람이 붐비여 빨리 가낼수 없었다. 밤을 새워가며 첫 강의원고를 썼는데도 피곤한줄 몰랐다. 가방에는 한시간반분량의 강의안이 들어있을뿐인데도 연덩이라도 안은것처럼 묵직하게 느껴졌다. 룡흥리 지경에 들어서는데 갑자기 뒤에서 《안선생! 안녕하십니까?》하는 소리가 들리였다. 뒤를 돌아다보니 검은 안경을 낀 사나이가 급히 따라오고있었다.
<> 《안선생님! 원기가 대단하십니다. 따라설수가 없군요. 며칠동안 계속 댁에 찾아갔는데 계시지 않는다면서 문을 열어주지 않더군요.》
<> 그것은 민기환이였다. 왜 그런지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 《걸읍시다. 서서 그러면 남보기에 수상하니까.》
<> 짐작컨데 민기환은 길목을 지켰거나 집에서부터 따라온듯 하였다.
<> 《안선생이 북조선림시인민위원회 청사에 출입하는 정도를 보니까 가히 립장을 알만합니다. 그러나 아직 때가 늦지 않다고 보기때문에 찾아왔습니다.》
<> 온화한 말씨였지만 역시 온몸에 소름이 돋게 한다. 김책을 만난 일을 아는것 같다. 그러나 안동권은 일부러 태연한 기색을 띠고 옆에 바싹 붙어선 민기환에게 날카롭게 내쏘았다.
<> 《당신은 무엇때문에 안동권이가 당신의 의사에 맞게 행동하기를 바라는가요?》
<> 《선생님! 어째서 이렇게 노하기부터 하십니까. 제 말을 좀 들어보십시오.》 민기환은 안동권의 팔목을 붙잡으며 골목으로 들이끌었다. 《여기서 조용히 얘기합시다.》 사람래왕이 거의 없는 선술집모퉁이에 비켜서서 민기환은 애원하는투로 말을 계속하였다. 《안선생은 지금 인생의 기로에 서있습니다. 이제 한발 어떻게 내디디는가에 따라서 행복할수도 있고 크게 후회를 하게 될수도 있습니다. 권고합니다. 아니 강요합니다. 선생의 앞길을 위해서 그렇게 해야겠습니다. 선생이 당초에 계획한대로 서울로 갑시다. 그러면 명예와 권위가 담보됩니다. 여기서 도대체 무엇을 한다고 그럽니까. 교원이요? 극상해야 공산주의자들은 그 정도뿐입니다. 그러다가도 이제 기회가 있으면 청산합니다. 보시오. 선생님, 강병철군이 지금 어떻게 됐는지 아십니까. 그가 합금로를 복구해놓으니 벌써 감금해버렸습니다. 이제 어마어마한 죄를 씌워서 총살할것입니다. 그것을 보고 교또대학 공과출신인 원시범이란 사람은 몸서리를 치고 행처를 감추고말았습니다. 강선제강소에 있는 양춘만이도 이제 기회를 봐가다가 로를 폭파해버리고 달아날 작정입니다. 우리는 선생도 강박에 못이겨 교원으로 나가기는 하지만 조만간에 자기 지조를 지켜 서울대학으로 올것으로 믿고있습니다. 생각해보시오. 제국대학 교수를 한갖 평교원으로 떨구는 공산당이 얼마나 무지막지한가 말입니다. 이것이 지성에 대한 모독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우리는 그것을 보고 가만있을수 없어 이렇게 따라다니며 권고하는것입니다. 선생님! 마음을 돌리시오. 우리와 같이 갑시다.》
<> 흥분되고 초조한 민기환은 등을 돌려대고있는 안동권의 어깨를 잡아 돌려놓고 《어쩔테냐 똑똑히 말하라!》하는 눈길로 쳐다보고있다.
<> 《그래 말을 다 했소?》
<> 《아닙니다. 며칠을 두고 해도 못다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 《그래요. 그럼 우리 집에 오시오. 나는 지금 출근시간을 지켜야 하니까.》
<> 안동권은 별로 흥분되는 기색도 없이 가죽가방을 다른쪽에 옮겨끼더니 걸음을 내떼였다.
<> 《잠간만 안선생!》
<> 민기환은 음울한 눈을 번뜩이면서 앞을 막아선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겠습니다. 정 그렇다면 선생은 첫 교단에 서는 오늘이 생을 끝맺는 날로 될것입니다.》
<> 《위협인가요?》
<> 조소를 띤 안동권의 눈이 어딘지 모르게 공포에 질려있는 민기환을 야멸차게 굽어본다.
<> 《위협이 아니지요. 선생이 잘못 생각하시는걸 깨우쳐주는것이올시다.》
<> 《감사하오!》
<> 안동권은 고개를 약간 숙여보이며 걸음을 떼였다.
<> 《며칠후 서울신문에 기사가 날것입니다. 공산주의자의 압력에 못이겨 서울대학 교수 안동권선생 자결, 이렇게말입니다.》
<> 말을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안동권은 피뜩 뒤를 돌아다보더니 내친 걸음으로 꼿꼿이 골목을 빠져나갔다. 이윽해서 그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다보았다. 민기환이 뒤따르는것 같은 느낌이였다. 골목에는 사람그림자 하나 얼씬하지 않았다. 그는 어깨를 떨며 진저리를 쳤다. 압력이요 자결이요 하는 말을 듣는 순간에는 반발과 혐오가 끓어올라 별일없이 지나칠수 있었지만 결코 홀가분하다고 볼수 없는 민기환의 협박이고 보면 필연코 무슨 일이 있을것만은 사실이다. 걸음을 멈추고 넋없이 서있는 그의 손이 후두두 떨리면서 가죽가방이 미끄러져 땅에 툭 떨어졌다. 그 소리에 그는 소스라쳐 놀랐다. 가방을 집어드는 그의 얼굴에는 구슬땀이 한벌 내돋았다. (어떻게 할것인가?)하고 그는 자문하였다. 이제라도 돌따서서 민기환을 붙잡고 대결을 할것인가 아니면 운명의 흐름에 내맡긴채 두고볼것인가. 그러나 그는 가방에 발린 흙먼지를 툭툭 털고나서 가던쪽으로 걸음을 내떼였다.
<> 《될대로 되여라. 이제 내가 무엇을 주저할것인가. 운명의 수레는 가속을 얻었은즉 돌부리가 있다 해서 멈춰서지는 못한다.》
<> …
<> 침울한 기분에 잠긴채 그는 어느새 대학정문에 들어섰다.
<> 교무실에 이른 안동권은 가방을 열고 강의안을 꺼내놓더니 팔목시계를 보았다. 아직 5분이 남았다. 그는 세면장으로 들어가 랭수로 얼굴을 식히고 수건으로 꼼꼼히 훔치면서 거울앞에 다가섰다. 몇오리 남지 않은 머리카락에 조심히 빗을 댄후 넥타이를 바로잡고 돌아섰다.
<> 김책이 교장과 함께 랑하에서 기다리고있었다. 김책은 장군님께서 보내주신 축하의 말씀을 전달한 다음 첫 강의를 듣기 위해 중요공장, 기업소에서 일하는 기술자들이 여러명 참가하게 되였다는것을 알리였다. 그러나 안동권은 별로 감탄을 하거나 놀라는 기색도 없이 정색해서 인사를 차리고 교실쪽으로 걸음을 옮기였다.
<> 안동권이 넓다란 종합강의실 교단에 올라서자 학생들은 일제히 일어나 경의를 표하였다. 그가 답례를 하면서 손을 들었다 내리우자 모두 자리에 앉았다. 뭇시선이 일제히 긴장된 안동권의 얼굴에 쏠리였다. 300여명 학생들과 함께 한 20명 정도로 짐작되는 손님들이 뒤에 앉았다. 그가운데는 김책이와 이곳 교원들도 여러명 끼여있었다.
<> 안동권은 얇은 수첩을 하나 들고 교단에 나서더니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수십년동안 하루에도 몇번씩 거듭한 동작인것이다. 그는 물결무늬넥타이가 달린 헐럭한 목깃을 만져보더니 근시경을 교탁우에 벗어놓고 염낭에서 돋보기를 꺼내 낀후에 나직이 말을 떼였다.
<> 《강의본론에 들어가기전에 교단에 선 안동권의 소개부터 간단히 하겠습니다.》
<> 장내는 고요하였다. 교정 한끝에 서있는 미루나무가지에서 새들의 우짖음소리마저 들려왔다. 안동권은 주름이 가고 푹 꺼져들어간 눈으로 장내를 한번 둘러보았다.
<> 《학생들! 저는 올해 환갑을 맞은 물리학교원입니다. 평양태생으로서 걸음마를 뗄 때부터 중학을 나올 때까지 대동강물을 마시며 살아왔습니다. 그후 서울로 도꾜로 다음에는 미국 쌘프란시스코를 돌아서 다시 서울로 전전하였고 경성제국대학에서 청년기, 중년기를 보내고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어째서 물리강의에 앞서서 이런 구구한 개인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겠습니까. 그것은 물질의 속성과 그 구조, 그것의 운동과 변화의 법칙을 연구하는 학문이 종당에 나로 하여금 오늘 이 신성한 교단에서 자기를 돌이켜보게 하였기때문입니다.》
<> 그는 고개를 들고 장내를 다시한번 둘러보았는데 이때 김책이와 시선이 마주치자 침착하게 그러면서 의미있게 고개를 약간 숙여보이였다. 다음순간 그는 완연히 알아볼수 있을 정도로 몸을 흠칫 솟구었다. 맨뒤 참관석에서 이쪽을 정시하고있는 강병철을 발견한것이다. 테가 굵은 안경에 머리가 유독 커보이는것이 집에 몇번 찾아왔던 강병철이 틀림없었다. 《강병철》하는 소리가 무의식중에 입새를 터치고 나올번하였다. 까딱 움직이지 않고있는 강병철을 보노라니 방금 민기환이 하던 말이 떠올랐다. 그리하여 안동권은 미소를 머금고 《서울신문에서 안동권 자결 운운》도 상기하게 되였다. 교탁을 짚은 팔이 흔들렸던지 물을 떠다놓은 유리잔이 달각달각 소리를 내였다. 그는 찰랑찰랑한 물잔을 조심스럽게 한쪽옆으로 옮겨놓고 강의를 계속하였다.
<> 《세상만물은 모두 제나름으로 자기 존재의 가치를 가지고있고 또 자기의 변화발전에 대한 드틸수 없는 법칙을 가지고있습니다. 만약 이것이 무시되거나 그것을 인정하지 않게 된다면 그 사물에 대한 가치와 의의를 파악할수 없을뿐더러 엄연히 존재하는 사물을 잃게 될것입니다. 례를 들면 고대 미개인들에게 있어서는 황금덩이가 막돌의 가치와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을 던져 로획물을 타격하거나 자기를 방어하는데 있어서는 두 사물의 의의가 동일하였기때문입니다. 그 두 사물의 오늘과 같은 차이는 인류가 장구한 기간 아마도 수만년에 걸친 물질적 정신적축적과 지능을 발달시킨 결과에 점차 이루어질수 있었을것입니다. 어쨌든 인간은 자기를 둘러싼 사물에 대한 관점이 진지하였는바 물리학이라는 학문을 생각해내고 그로부터 물질의 공통성과 차이점, 그의 변화발전의 리치를 연구하면서 점차 자기 시야를 넓혔습니다. 그리하여 인간은 자기세계에서 멀리 벗어나 미지세계에로 시야를 확대해나가면서 세계는 100개에 가까운 원소들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그 원소의 다양한 결합이 우주의 천태만상을 빚어내고 있다는것을 알게 되였습니다. 그런데 신비하게도 만물의 령장이라고까지 일컫게 된 인간 그자체의 가치와 의의에 대한 파악에서는 그 무엇보다도 불명확하게 더디게 미미하게밖에 진보하지 못하였다는 사실입니다. 학자들은 인류의 진화를 설명하기 위해 두개골의 용적과 하악골의 길이 또는 손과 발의 차이 등을 세밀히 고찰하여 매우 놀랄만치 변화되였다고 소리높이 웨치고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비교관찰이 빠른 사람이 다른 과학에 비해 인간 그자체에 대한 인식은 <별로 달라진것이 없다.>고 단마디로 결론해버린다면 그 론단을 뒤집어엎을만한 충분한 론거가 없는것만도 사실입니다. 인간의 기원문제를 놓고보더라도 인간은 원숭이로부터 진화되고 원숭이는 바다에서 생긴 생물에서 진화되였다는데까지는 밟히였으나 생의 기원은 아직 설명을 끝내지 못하고있습니다. 대기를 가진 우리 행성자체에서 생겨났다고도 하고 그 요소가 외부에서 흘러들어왔다고도 하면서 생명의 자생설과 외입설의 론쟁은 아직 끝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신이 흙으로 빚어서 만들었다는 도깨비같은 설도 정도이상 오래가는 모양입니다. 인간의 기원문제만이 아니라 본성에 대한 문제도 누구하나 정통을 찌르는 명철한 대답을 주지 못하고있습니다. 인간은 악의 화신이라고도 하고 또 인간은 하나의 물질존재방식에 지나지 않는다고도 합니다. 별로 오래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게르만족은 자기들의 부모를 한때 기아를 면하기 위한 식품으로 대신한 일이 있고 구라파와 미주의 농장주들속에서는 부림소에 비해 사람이 훨씬 더 비능률적인 생산수단으로 인정되였었습니다. 또한 어느 한 통치자의 일시적분노를 삭이기 위해 또는 그들의 사치와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해 수천수만의 인명이 전장에서 썩었다는데 대해서는 례를 들지 않겠습니다. 현대에 와서 물리라는 과학은 연구되면 될수록 인간에게 보답하기를 한손에는 밥을 쥐여주고 다른 한손에는 인간자체를 살륙하는 칼을 쥐여주게 되였습니다. 이것으로 해서 미국의 <맨하탄계획>에 말려들었던 물리학자들이 히로시마와 나가사끼의 참상을 보고 자결하기도 하고 정신착란을 일으켰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요는 무엇인가. 인간은 인간자체를 인식하며 통제하는 기능을 못가졌다는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조종수가 없는 수레가 비탈을 굴러내려가는것과 같은 현상입니다. 교단에서 지금 강의를 하고있는 소인도 얼마전까지 다른 학자들과 꼭 마찬가지로 인류의 재난을 보태는데 한몫 끼우게 되였습니다. 경성제국대학을 나온 과학자, 기술자들은 조선총독통치에 가담하였으며 거기서 연구된 공학에 의하여 성능높은 강철수레와 발동기가 만들어지고 폭발물이 생산되였습니다. 바로 이것들이 조선민족을 향해 육박해왔습니다. 이것을 비탄한 소인은 여기서 물리학에도 얼이 있어야 한다는 실로 얼빠진 소리를 하게 되였던것입니다.》
<> 강의를 중단하고 안동권은 기침을 깇기 시작하였다. 천식기가 심한 그는 수건을 입에 대고 겨우 숨을 돌리고나서 다시 자세를 바로잡았다.
<> 《얼결에 줴친 한마디 말때문에 서울종로경찰서에 끌려간 나는 뻘겋게 단 인두로 목덜미를 지지우게 되였습니다. <당신이 주장하는 얼이란 무엇인가, 말하라.>하고 심문하는데 나는 한마디도 대답할수 없었습니다. 그 어떤 절개나 리념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실상 나는 무엇을 말해야 할지 알지 못했던것입니다. 나는 끝내 대답을 못했으며 사죄문에 지장을 찍고 <명치천황>이 내렸다는 <교육칙어>를 진심으로 받들것을 맹세한후 교단으로 다시 돌아왔었습니다.
<> 물리학은 명실공히 무기물을 대상하는 학문인데 어째서 첫 강의에서 인생학의 범주를 건드리는가 하겠지만 나는 기필코 모든 우리 학문의 출발점이 어디에 기초해야 하겠는가를 말하기 위해 이 점에 류의해두는것입니다. 령토는 있으되 나라가 없고 민족은 있으되 얼이 없고 재능은 있으되 그것을 담을 그릇이 없는 이 땅이 다름아닌 얼마전의 조선이였습니다. 때문에 앞서 말한것처럼 우리 겨레는 일본제국주의자들의 배를 불리게 하는 간접식품으로 되였으며 마소와 같은 생산수단으로 되였으며 침략전쟁의 소모품으로 되였던것입니다. 조선사람의 지능 즉 기술이나 숙련은 이 처참한 살륙전에서 능률을 가하는 에네르기의 역할을 하였던것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조선민족의 개개의 생명은 자신을 위해서는 한푼의 가치도 의의도 없는 존재로 저락되였습니다. 이 암담한 땅에 태양이 솟았습니다. 우리의 민족적영웅이신 김일성장군님께서는 개선연설에서는 물론 그밖의 여러 기회에 피력하신 연설들과 담화를 들어보면 인간을 존중히 해야 한다는 숭고한 사상이 맥맥히 굽이치고있는것입니다. 나라를 세우되 우리 민족이 번영할수 있는 나라를, 제도를 세우되 우리 개개 인간의 권리와 인격이 존중시되는 체제를, 경제를 부흥하되 우리 인민이 대대로 복락할수 있도록, 문화를 건설하되 우리 민족의 슬기를 한껏 꽃피울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가르치고계십니다. 과학과 기술도 우리들의것으로 만들며 우리자체를 문명하도록 발전시켜야 한다는것입니다. 그러기 위하여 그이께서는 모든 사업에 앞서 맨먼저 인재를 양성하는데 착수하시였습니다. 인재육성을 선결문제로 보신 이 견해에는 무엇보다도 인간을 기본으로 해야 하며 인간의 지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사상이 표현되있는것입니다. 장군님의 이 가르치심이 바로 내가 모대기며 찾던 조선의 얼이라고 생각합니다. 장군님께서는 모든것을 우리 인민을 위하여 제기하시고 그것을 우리 인민의 힘에 의하여 해결해나가시는 철리를 가지고계십니다. 즉 사람은 자기 힘을 믿고 자기스스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자기 길을 개척해나가는것입니다. 이것은 신의 숭상이나 물질위주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인간을 가장 귀중히 여기는 사상입니다. 이것은 에덴동산의 질서를 침해한것으로 해서 인간은 생겨난 그자체부터 죄악의 산물이며 따라서 그 죄악은 한생 씻어도 다 씻어낼수 없는 무한대한것이여서 저세상으로 가서까지 회계해야 한다는 기존철학과 인생관에 대한 무자비한 반박으로 됩니다.
<> 그이께서 인간을 얼마나 사랑했는가 하는데 대한 실례는 얼마든지 들수 있습니다. 그이께서는 14살 때 압록강을 건너시였는데 인간에 대한 억압과 착취와 무권리를 참을수 없어 인간해방위업에 나섰다고 하시였습니다. 또 다른 례는 먼데서 찾을것 없이 내가 체험한것만 보아도 잘 알수 있습니다. 그이께서는 보잘것 없는 나같은 인간도 귀히 여기시고 건져주시였습니다.
<> 강가를 걸어가던 광맥탐사자가 물살에 흘러내린 자그마한 돌을 하나 집어들었습니다. 거기서 약간한 유가성분을 발견한 그는 골짜기로 골짜기로 톺아올라 마침내 한 바위끝에서 로두를 발견하였고 그 줄을 따라 수천척 지하갱도를 뚫고들어가 이제 대광맥을 찾아낼것입니다. 그 노력과 인내성은 참으로 놀라운것입니다. 길가던 사람들의 발길에 함부로 채이던 돌멩이가 보는바와 같이 이 교단에 서있습니다. 오늘은 몇명 안되는 학도들이 모여앉았지만 이자리를 통해서 수천수백만의 과학자, 기술자 대군단이 서있게 될 희망찬 래일을 내다볼수 있습니다. 이것을 놓고 소인은 감히 우리 장군님이 천리혜안을 가지고계시며 위대한분이라는것을 말하게 됩니다.
<>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인간이 있어야 세상만물이 모두 의의를 가진다고 가르치고계십니다. 바로 그 인간은 위대한 령도자의 향도에 의해서만 빛을 뿌릴수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 조선민족은 김일성장군님의 령도에 의해서만 참된 자기 가치를 가지는것입니다.
<> 시대는 달라졌습니다. 이제 와서는 황금덩이가 막돌과 같은 가치를 가지는것이 아니라 그와 반대로 막돌이 황금덩이와 같은 가치를 가지게 되였습니다.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우리 나라의 자원을 평방으로가 아니라 립방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하시였습니다. 이것은 우리 조국에 대한 끝없는 사랑이며 이 땅에서 나서자란 인간들이 지니게 되는 무한한 긍지입니다. 3천리강산은 어데 가나 명승이며 보물이 가득합니다. 두만강지구에 무진장하게 매장된 철과 석탄, 개마고원지구의 연, 아연, 동, 마그네사이트, 강계지구의 흑연, 창성지구의 금, 안주와 사동지구의 석탄, 재령 지구의 갈철, 삼척지구의 석탄, 이런 식으로 남해안 마산까지, 한나산까지 펼쳐졌고 사시절 출렁이는 세면의 바다, 골짜기마다에 흐르는 수력자원, 이 모든것들이 우리 물리학도들이 눈을 돌려야 할 대상입니다. 그런데 일제침략자들에 의해 이 무진장한 자원이 불행의 화근으로 되고 민족의 지혜와 재능이 무참히 짓밟히는 근원으로 되였던것입니다.
<> 조선민족은 예로부터 슬기롭고 재능이 있으며 자기 강토를 극진히 사랑하였습니다. 김정호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먼저 조선지도를 만들었고 신라에서는 벌써 오래전에 세계최초의 천문대를 만들어 우주를 관찰하였습니다. 그러나 강도 일제는 우리 조국을 강점하고 자원을 략탈하였으며 우리 인민을 노예로 만들었습니다. 고대 로마노예나 아메리카 인디안의 처지보다 더 가혹한 억압과 착취를 강요하였습니다. 그가운데서도 민족의 두뇌라고 할수 있는 지성에 대한 억압과 말살은 형언할수 없을정도입니다. 그들에게는 조선사람의 지혜와 기개와 재능이 가장 큰 공포로 되였던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민화를 기도하는 한편 조선인에 대한 재능과 지혜를 무자비하게 말살하였습니다. 일제는 조선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거리나 마을에서 재능있는 사람을 탐문했습니다. 그리고는 1910년경부터 지질조사와 세부측량을 도우라고 하고 산비탈이나 절벽에서, 강에서 조선사람을 없애치웠습니다. 그것이 l0년가까운 기간에 무려 60여명, 다른한편 놈들은 일본에 끌어가서 기술을 뽑은 다음 비참하게 학살하였습니다. 도꾜한복판에 있는 궁성의 2중교를 석축한 조선인 석공 6명을 공사가 끝나는 날 밤에 없애버렸고 닛꼬와 나라에 있는 대불당을 건축한 설계가와 목공 21명을 같은 방법으로 처리하였습니다. 1938년 11월 룡산기관구에서는 탄수부인 조선사람이 수리중의 기관차에 올라가 차를 가게 하는 증기가감변을 만져보자 일본인기관사의 기술을 도적질한다는 구실을 대서 쇠망치로 머리를 쳐서 즉사시켰으며 1940년 4월 조선무연탄광주식회사산하 강서탄광에서는 일본감독놈이 갱도에 흘린 도면을 얻어본 탄부 2명을 비밀서류를 훔쳤다는 루명을 씌워 수직갱에 밀쳐넣고 버럭을 채웠습니다. 몇해전에 교또대학 화학실험실에서 조선인학자에 의하여 연구된 카바이드에 의한 합성섬유는 일본인으로 귀화할것을 거절했다 하여 발명권이 취소되였습니다.
<> 학생들! 먼 실례를 들 필요없이 내가 교단에 섰던 경성제국대학에는 학생수의 30%가 조선사람이였는데 그것은 모두 수재로 인정되는 우수한 학생들이였습니다. 그들은 례외없이 졸업한후 일본에 끌려가 저들의 조수노릇을 하게 하였고 그 과정에 10년도 못가서 실험사고로 또는 질병으로, 불온사상으로 다 없어지군 하였습니다. 근 20년동안에 내가 알게 된 공과생 총 192명중 지금 14명이 살아있을뿐입니다. 이상에 언급한것만으로도 우리 조선의 재능과 지혜가 얼마나 처참한 처지에 있었는가를 알수 있으며 우리가 어떤 각오로 과학을 대해야 하겠는가를 알수 있을것입니다.》
<> 안동권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너무 흥분해서 어데다 시선을 보내야 할지 몸가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하였다. 지어 그는 이미부터 치밀하게 준비하고 충분히 익혀두었던 강의안에서 어떻게 탈선되는지 알지 못하였다. 당초에 그는 기껏해서 한 5분동안 서론을 말하고 인차 기본내용으로 돌입하려고 하였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는 잠간 숨을 돌리고 장내를 한번 훑어보고나서 물잔으로 손을 가져갔다. 목이 말랐지만 잔을 앞으로 당겨놓은채 얼마간 좀 참기로 하였다. 강의의 호흡이 흩어질것 같았던것이다.
<> 그는 기운을 내서 다음단락으로 넘어갔다.
<> 《바로 이러한 처지에 놓인 우리 민족의 머리우에 찬란한 빛이 흘러들었습니다. 전설적영웅이신 김일성장군님께서 도탄에 빠진 우리 인민을 구원하시였으며 건국도상에 있는 우리 인민을 이끌고계십니다.
<> 학생여러분!
<> 다른 모든 사회적현상이 다 그런것처럼 과학도 숭고한 목적과 리념에 의하여 령도되여야 합니다. 며칠전에 김일성장군님께서는 거리를 같이 걸어가시면서 저에게 이렇게 물으신적이 있습니다.
<> <안동권선생도 우리 조선의 공산주의자들이 인테리를 낡은 처지와 의식에서 해방한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습니까?>
<> 나는 있다고 대답하였습니다.
<> 그러니까 그이께서는 <그 주장에 대해서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과학은 마치 총과 같은것이여서 그것을 누가 쥐였는가에 관계없이 방아쇠만 당기면 총알이 나갑니다. 그 총을 강도가 쥘수도 있고 주인이 쥘수도 있습니다. 일제시기 과학은 강도가 쥐였습니다. 그것을 우리는 이 나라의 주인인 인민에게 쥐여주자는것입니다.>라고 하시였습니다.
<> 참으로 그렇습니다. 인류가 불을 발견한것이나 만유인력을 알아낸것이 인류자체에 얼마나 큰 공헌을 했습니까. 그렇지만 과학은 오늘에 와서 인류에게 눈을 똑바로 뜨고 자신을 쳐다보라고 호소합니다. 과거에는 원시인 한사람이 던진 곤봉(부메랑)이 1마리의 산양을 꺼꾸러뜨렸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현대인 한사람이 누른 하나의 단추에 의해 수십만수백만의 인간이 순간에 전멸될수 있다는것을 보여주고있습니다. 일반물리, 고전물리, 량자물리, 소립자물리 등 모든 물리 그리고 생물학, 천문학, 기계학, 지리학, 의학, 화학 등등 모든 과학은 오늘 례외없이 그것을 누가 쥐는가 무엇에 의해 향도되는가 하는 날카롭고 근본적인 문제앞에 놓이게 되였습니다.
<> 때문에 우리는 장군님께서 향도하시는 그 길에서 정신을 가다듬고 과학과 기술을 정열적으로 탐구해야 하겠습니다. 우리 인민은 지금 1kg의 쌀과 석탄이 귀중한 때에 우리를 무료로 공부시키기 위해 여기로 불러주었습니다. 잉크단지안에 있는 걸작이 아무 소용이 없는것처럼 우리는 물질의 변화발전에 대해서 기록이나 하거나 사진의 감광판처럼 되여서는 안됩니다. 김매던 사람이 문득 금강석덩어리나 황금을 얻어보던 횡재는 앞으로 영원히 없을것입니다. 오직 과학의 힘에 의해서만 우리가 유족하게 살수 있는 모든것을 찾아내게 될것입니다. 어서 빨리 배우고 공장으로, 광산으로 들어들갑시다.
<>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이렇게 가르치시였습니다.
<> <우리는 이 땅에 3천만동포가 다 잘살수 있는 지상락원을 건설하기 위해 먼저 전민이 공부하는 배움의 나라로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모두다 배우고 배우고 또 배웁시다.>
<> 절세의 애국자이신 김일성장군님께서 우리를 향도하신다는 이 사실은 우리 조선민족의 운명을 건지시였을뿐만아니라 그 가치를 인간본연의 높이로 승화시킨 대사변이며 영광입니다. 참으로 우리는 인간으로 조선민족으로 새로 태여났습니다. 해방이란 곧 인간의 넋의 해방입니다. 일제가 패망되였다는 그자체가 해방인것이 아니라 김일성장군님께서 우리 인민에게 넋을 심어주었기때문에 해방입니다…》
<> 이때 교단이 놓인쪽 나들문이 덜컥 열리더니 《선생님!》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리였다. 강당안의 눈길이 일제히 그쪽으로 쏠리였고 안동권이도 고개를 돌리게 되였다. 문틈으로 들여다보는것은 허름한 옷차림을 한 20대의 청년인데 《급한 일이 있습니다. 나오시오.》하면서 숨이 차서 헐떡거리였다. 강의도중에 무례하기도 하거니와 언제나 어떤 일로도 강의를 중단해본적이 없는 그였다. 순간 그의 뇌리에는 불길한 생각이 번개처럼 스치였다. 혹시 민기환이란자가 마수를 뻗쳤을수도 있는것이다. 그렇다면 더욱더 이자리에 떳떳이 서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의 온몸은 사시나무떨듯 하였다. 교단을 짚은 다리가 후들거리고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 공포에 질린 눈은 초점을 잃고 방황하기 시작하였다. 장내가 술렁거리였다.
<> 바로 그때 손님들이 앉아있는 자리에서 의자 드티는 소리가 났다. 안동권이 시선을 돌리자 그쪽에서 김책의 불타는듯한 눈길이 마주 향해 날아왔다. 김책은 자리에서 일어선채 안동권을 지켜보고있었다. 그 눈길은 부실 정도로 빛났으나 얼굴에는 한가득 미소를 담고있었다. 김책은 무언의 암시로 오른손을 약간 쳐들어보이고는 옆에 앉았던 좌현이를 데리고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순간 안동권은 김책이 남기고간 그 눈길과 미소와 손짓이 무엇을 의미한것인지 똑똑히 깨달았다. 한동안 가랑잎같이 흔들리던 가슴 한가운데 무쇠기둥이 자리잡히는듯싶었다. 어떤 산같이 믿음직한 존재가 뒤에서 자기를 보호해주고있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온몸에서는 억척같은 힘이 솟구쳐올랐다. 그는 곧 흩어진 자세를 바로잡고 강의를 계속하였다.
<> 《이제 우리가 처음부터 시작해야 할 모든 과학과 기술은, 직접적으로는 내가 이제부터 강의하게 되는 물리학은 장군님의 향도에 의해 앞길이 밝혀지게 되였습니다. 따라서 바로 우리가 공부를 시작하는 이 학교를 장군님의 존함을 모셔 김일성종합대학이라고 부르는것은 응당한것이며 우리의 최대의 영예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실이 얼마나 놀랍고 큰 의의를 띠는가 하는것은 이제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더 뚜렷해지고 확대되게 될것입니다. 그러면 물리학이란 무엇인가?》
<> 안동권은 칠판을 향해 돌아서더니 큼직큼직하게 《물리학의 정의》라고 판서를 하고 다시 교탁으로 돌아왔다.
<> 그때 나들문이 가볍게 열리더니 좌현이가 물잔을 하나 들고들어왔다. 유리고뿌에는 물이 찰랑찰랑하였다. 좌현은 교탁 한켠에 고뿌를 놓고 이미 놓였던 고뿌를 들고나갔다.
<> 심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던지라 안동권은 몇모금 물을 마시고 다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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