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빛나는 아침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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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 장 1
세면장에서 손수 면도를 하시던 김일성동지께서는 수건으로 턱과 볼을 문대시면서 집무실로 나오시였다. 전화기를 당겨놓고 두세번 송수화기를 들어올리시였건만 평양철도국장과 통화를 해내실수 없었다. 교환이 잘 나오지 않는데다가 어찌다 한번 걸린것마저 국장실이 비여있는것 같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김책은 어데로 갔는가?) 시간이 넘은지 오랜데 소식이 없는것이다. 그이께서는 집무실에서 나오시여 좌현의 방문을 열어보시였다. 좌현이도 없었다. 책상우에 모자가 있는것을 보면 금방 자리를 비운것이 분명하였다. 그이께서는 아래층 식당칸으로 내려가시였다. 역시 식당도 텅 비여있었다. 그이께서는 현관을 거쳐서 마당으로 나오시였다. 그때마침 좌현이가 급히 대문안에 들어서는중인데 그의 손에는 물바께쯔가 들려있었다. 뒤이어 운전수 방동무도 량쪽에 하나씩 물그릇을 들고 들어왔다. 뽐프가 고장나서 자동차방열통에 넣을 물을 옆집에 가서 길어오는중이라고 하였다. 《역으로 갑시다.》 그이께서 서두르시자 좌현이 바께쯔를 놓고 돌아서며 물었다. 《김책동지를 만나자는것이 아니십니까?》 《그렇소.》 《저기 옵니다. 막 달리다싶이 급히 옵니다. 차가 고장난것 같습니다.》 그때 김책이 대문안으로 들어섰다. 온 얼굴에 땀이 흠뻑 내배였다. 《시간이 좀 늦었습니다.》 김책은 중절모를 벗어들며 《사정이 있어서.》하고 뒤말을 이으려고 하였다. 《올라갑시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김책을 앞세우고 현관안으로 들어가시였다. 집무실에 이르신 그이께서는 김책을 의자에 앉힌 다음 자신께서는 그옆 쪽걸상에 나란히 앉으시였다. 김책은 서둘러 평양철도공장에 나갔던 보고를 하려고 하였다. 그렇게 되자 그이께서는 담배갑을 밀어주시면서 박원식을 불러 함께 마주앉는것이 어떤가고 물으시였다. 처음에는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인차 김책은 그렇게 하는것이 좋겠다고 동의하였다. 그이께서는 예정했던 시간보다 실태료해가 1시간이나 늦어졌다는 그자체가 벌써 사태의 복잡성과 긴장성을 말해주는것이기때문에 여러 단계를 걸칠 필요가 없이 박원식으로부터 직접 들어보아야겠다고 결심하신것이였다. 김책은 앞방으로 건너가 좌현에게 철도공장에 갔다오도록 지시를 주고 돌아들어왔다. 《그럼 먼저 김책동무가 료해한것부터 들읍시다.》하고 김일성동지께서는 약간 초조해하는듯한 김책의 얼굴을 쳐다보시며 말씀하시였다. 《그러니까 박원식동무는 부상을 당하지 않았습니까?》 《그 점에서는 별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사태가 매우 어렵게 되였습니다. 시작은 철도공장이였는데 이제는 그 범위를 벗어나서 철도기관구에까지 파급되였고 그것이 이제는 보선구, 전기구, 역종업원에게까지 미쳐갔습니다.》 《역시 그렇구만.》 그이께서는 김책에게 나가보라고 하셨을 때 철도는 모든 공정이 련쇄되여있기때문에 사건이 인차 련관된 단위에 파급될것이며 동시에 산하 각 역들에까지 영향이 미쳐갈것이라고 예견하시였던것이다. 《사건은 점차 더 확대될것 같습니다. 벌써 오늘 오전에 떠나야 했던 3개의 렬차가 다 떠나지 못했습니다.》 《3개의 렬차가 떠나지 못했다면 그건 철도에서 하나의 혼란입니다. 징조가 매우 좋지 않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침울한 안색으로 창밖을 내다보시였다. 진회색하늘이 낮게 드리워 당장 눈이라도 내릴것 같았다. 언제나 락관적이신 그이께서 이런 정도의 우려를 표신하신다는것은 매우 드문 일이였다. 김책은 자기 판단으로 사태의 진전이 매우 심상치 않다고 보았지만 그이께서 안색을 달리 하시는것을 보게 되자 한결 더 신경이 팽팽해졌다. 철도사건 그자체도 그렇지만 며칠전에 흥남에서 로가 폭파되였고 뒤이어 련달아 그러루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대단히 좋지 못했다. 박원식에게서 급히 전화를 받고 긴급히 현장으로 달려나가야 했던 평양철도 공장사건이란 대체로 다음과 같은것이다. 이틀전 아침 박원식이 국장방에 찾아가 쌀방통을 시급히 빼낼 토론을 하고있는데 현관쪽에서 왁작 떠드는 소리가 났다. 박원식이 창문으로 내다보니 수십명군중이 현관앞에서 왝왝 소리를 지르며 고아대였다. 《쌀을 내라!》 《철도국장 나오라!》 《왜놈의 앞잡이 한명구 나오라.》 얼핏 보건대 몰려온 군중은 태반이 철도공장 로동자들이였다. 그들은 현관안에 들어서지는 않고 밖에서 으르기만 하였다. 《한명구 너 일은 시키고 왜 석달이 되도록 돈 한푼, 쌀 한되 안주니.》 중년나이가 된 로동자가 자기네들이 몰려온 까닭을 밝히려들었다. 그렇게 되자 이번에는 결패사납게 생긴 청년이 군중들의 기세를 압도하며 웨쳐대였다. 《너 철도관사에 있는 왜놈 피난민들한테는 배급을 줬다는데 우린 왜 안주니. 너 일본가서 공부할 때 그놈들의 개가 됐지. 당장 쌀을 내라.》 이렇게 한마디씩 하자 쌀을 타러 가자는바람에 자루를 들고 나섰던 군중들이 한층 더 기세를 올렸다. 서로 악다구니질을 하고 된욕을 퍼부었다. 오고가던 사람들이 모여들고 역대합실에서 차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와야 몰려왔다. 박원식은 창문턱에 성큼 올라서서 군중들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여러분! 흩어지시오. 공장에 돌아가시오. 거기 가서 이야기합시다.》 두주먹을 흔들며 애타게 부르짖건만 누구도 거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국장을 내보내라!》 《쌀을 줘야 우리는 간다.》 《석달동안 쌀도 돈도 안주고 우릴 속였지. 쌀 안주면 일 안한다.》 우들우들 떨면서 방안을 왔다갔다하던 한명구가 박원식에게 애원하듯 소리쳤다. 《박동무! 이러단 큰일나겠소. 뒤문으로 먼저 빠지오.》 《국장동문 여기 가만있으시오. 내가 저 사람들을 설복하겠소.》 문짝 부서지는 소리가 나더니 방문이 쩍 열리며 네댓명의 청년이 욱 밀려들었다. 《여기 있었구나. 한명구! 어서 나와서 대답해라. 쌀을 주겠니 못주겠니.》 그들은 당장 무슨 일을 낼것처럼 을러메였다. 그러나 팔을 쩍 벌리고 막아선 박원식의 기세에 압도된 그자들은 감히 폭행은 못하고 악다구니질만 하였다. 《응! 너 공산당이지. 쌀 내놔라. 쌀을 내놓지 않으면 허리를 분질러놓겠다. 왜놈들도 쌀배급은 주고 우리를 부려먹었다. 렴치있니 이자식. 공산당 너희들이 지금 쌀장사를 하고있지. 가만 보문 뭐나 다 너희 공산당의 작간이란말이다.》 《여러분!》 박원식은 팔을 들어 흔들며 웨치였다. 《우리가 쌀이 있는것을 안주는것이 아니요. 그리구 쌀 못주는것이 철도국장이나 공산당에 책임이 있는것도 아니요. 이것은 건국도상에 있을수 있는 난관이요. 우리는 이 난관을 이겨내야 하오.》 《야 야, 건국두 먹어야 할거 아니냐. 굶어죽는 건국 우리는 싫다. 그런 건국은 공산당 너희들이나 실컷 해라.》 단야공 송순호였다. 《돌아가오. 여기는 쌀이 없소!》 박원식이 단호하게 내대였다. 《그럼 무슨 렴치루 일은 시켜, 엉? 화차방통에 있는 쌀은 누구거지? 너희만 먹겠니.》 송순호가 박원식의 목덜미를 움켜잡으며 다과대였다. 저편의 팔을 물리치려는데 한쪽옆에 서있던자가 박원식의 가슴을 내질렀다. 불의에 타격을 받은 박원식은 앞으로 푹 고꾸라졌다. 그때 한명구가 소리쳤다. 《박동무! 권총은 뒀다 뭣에 쓰자는거요. 갈기오, 갈기라구.》 그자들은 권총이야기가 나오자 흠칫 뒤로 물러서서 감히 다시 덤벼들지 못하였다. 이 사건이 철도기관구에도 알려지게 되였다. 철도공장에서 쌀을 내라고 몰려갔는데 우리도 합세해서 들이대자고 하였다. 해방바람으로 언제나 흥분되기 쉬웠던 그들의 가슴에는 단번에 확 불이 달리였다. 한두명이 가자고 선동하자 온 기관구가 삽시간에 떨쳐나섰다. 기관차를 수리하던데서도 나왔고 탄수부들도 떨쳐나섰다. 기관차대가리에 가득 올라타고 역사앞까지 몰고와서는 기적을 빽빽 울리며 소란을 피웠다. 기관구패들은 새까만 작업복앞자락을 헤치고 철도국청사쪽으로 몰려갔다. 이미 있던 군중과 합세한 그들은 기세를 올리며 층계로 달려올라갔다. 그때 총소리가 몇방 울리였다. 보안서원들이 질서를 유지하러 나왔다가 철도공장 로동자들한테 붙잡혀 매를 맞게 되자 허공에 대고 공포를 쏜것이였다. 군중들이 와- 흩어져갔다. 그 광경을 창문으로 내다본 악당들이 밖으로 내뛰였다. 박원식은 그들을 불러세워 끝까지 설복하려고 하였지만 허사였다. 쌀사건은 이것으로 일단 또 한고비 넘기였다. 이제 일이 어떻게 번져지게 되겠는지는 두고 보아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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