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푸른산악 28 > 통일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통일게시판

장편소설 푸른산악 28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4,505회 작성일 20-05-16 20:10

본문

01.jpg

28 

 

1211고지일대에 고요가 찾아들고 브랫들리가 도꾜에 왔다갔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부터 최고사령부와 총참모부는 또다시 팽팽한 긴장속에 있게 되였다.

적들은 무엇을 꾀하며 어디를 노리는가, 공세의 전반적인 포기인가, 아니면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것인가.

김일성동지께서는 전날밤 베이징의 주은래총리로부터 뜻밖의 전화를 받게 되였다. 장시간에 걸친 그 전화에서 주은래는 베이징주재 인디아대사로부터 정전담판을 실효성있게 계속할데 대한 미국측의 희망을 들었다고 하면서 브랫들리의 행각과 전선의 고요에 대한 김일성동지의 견해를 물은 끝에 팽덕회사령부로부터 제기된 몇가지 불안과 우려를 알려주었다. 그 《불안》과 《우려》는 오늘 아침 날아든 팽덕회의 편지에 더욱 상세히 밝혀있었다.

팽덕회는 편지에 이렇게 썼다.

《…브랫들리의 도꾜행각에서 시사된 <릿지웨이공세>에 대한 부정은 백악관과 펜타곤의 일치한 견해라는것이 중남해에서도 확인되였는바 적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것으로 예측됩니다. 현재 전선형편을 놓고 볼 때 적의 다음번공격은 백석산 아니면 시변리-삭녕방향으로 집중되리라는것이 일치한 주장으로 되고있습니다. …

이 경우 우리는 지금까지 해왔던것처럼 마지막 피 한방울까지 바쳐 전선을 고수할것입니다. 그렇지만 천험의 요새와 같은 동부산악과 달리 대부분 구릉성평원인 이곳 지대에서의 우리의 고착방어는 어려운 혈전으로 되리라는것을 말씀드리지 않을수 없습니다.

가급적인 결론을 바랍니다.》

김일성동지께서 이 편지와 종합된 정보들과 전선상황을 놓고 최용건, 남일과 마주앉으시였을 때 쏘련대사 라주바예브가 긴급접견을 요청해왔다.

라주바예브는 그 요청을 알려온지 한시간도 채 되기 전에 그이의 방에 찾아들었다. 통역도 수원도 없었다.

1924년부터 군대복무를 시작한 라주바예브는 핀란드와의 전쟁시기에는 사단장을, 쏘도전쟁시기에는 자깝까즈군관구 부총참모장으로부터 제4우크라이나전선 부사령관, 제1타격집단 군사령관을 거쳐 전후에는 총참모부에서 대외전략군사업을 맡아보다가 외교부문으로 돌아앉은 4성퇴역장령이였다.

1900년생인 그는 전형적인 로씨야사람의 용모를 가졌는데 그 나이치고는 몸이 부하지 않은데다가 약간 벗어질사 한 이마와 예민한 눈길로 하여 전체적으로 날카로운 인상을 주었다.

주머니에서 얄팍한 수첩을 꺼낸 그는 수첩을 펼치지도 않은채 입을 열었다.

《제가 김일성동지를 만나뵙게 된것은 방금전, 정확히 말씀드리면 한시간 반전에 받은 쓰딸린동지의 긴급지시에 따른것입니다.》

긴장된 눈길로 김일성동지를 바라보던 그는 남일이 통역을 채 끝내기도 전에 계속해 말씀드렸다.

김일성동지께서도 미합동참모본부 의장인 브랫들리가 도꾜에 왔다간 사실을 잘 알고계시겠지요?》

《알고있습니다.》

그이께서 로어로 대답하시자 라주바예브의 긴장된 기색이 한결 풀렸다.

《쓰딸린동지께서는 바로 그자의 도꾜방문과 관련된 비밀내용을 김일성동지께 통보해드릴것을 저에게 위임했습니다.》

《어떤 내용입니까. 앉아서 말씀하십시오.》

김일성동지께서는 이번에도 남일의 신세를 지지 않으시였다. 통역으로 허비될 시간이 아까우셨던것이다.

라주바예브는 여전히 선 자세로 말씀 드렸다.

《쓰딸린동지께서는 브랫들리의 도꾜방문을 전후하여 워싱톤행정부와 군부가 지금까지의 조선전선상태를 다시 료해하고 일련의 변화가 있다는데 주목을 돌리고있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우선 이번에 벌린 <릿지웨이공세>가 은을 내지 못한것으로 그 <공세>작전을 취소시키기로 했다는것입니다.》

《정보입니까, 추리입니까?》

《정보로 확인된 사실이라고 합니다. 미국가안전보장회의와 미합동참모본부 비상회의에서는 워싱톤으로 돌아간 브랫들리의 보고를 청취한 끝에 릿지웨이의 <공세>가 잘못된것으로 최종결론을 지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공세>를 포기하던가 어디 다른데를 치겠다 그런 결론이 내렸습니까?》

《녜, 적들은 지금까지의 조선전선동부가 아니라 전선중서부를 공격할 작전안을 세우고있다고 합니다. 이것 역시 우리측 대외정탐부가 확인한 정확한 사실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또 하나 주목되는것은 미행정부와 군부내에서 정전담판을 시급히 재개하며 장군님께서 주장하신 현 전선을 기본으로 한 분계선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높아지고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분계선에 대한 우리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는것도 정보로 확인된것입니까?》

《네. 그에 대해서는 미국주재 인디아대사가 우리 대사관일군에게 통보해왔다고 합니다.》

《미국주재 인디아대사는 네루수상의 녀동생이지요?》

《그렇습니다. 그 판디아녀사는 비록 친미적이라지만 네루수상과 마찬가지로 이번 전쟁과 관련한 립장에서는 철저한 객관성을 지킨다고 합니다.》

《그럴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일개 대사가 어떻게 되여 그런 중대정보를 알게 되고 설사 안다 해도 객관중립을 지키는 형편에서 당신들한테까지 통보해올수 있습니까?》

《그에 대해선 쓰딸린동지도 두고봐야 할 일이라고 하며 정세분석의 참고로 될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쓰딸린동지께서 중시하시는것은 놈들의 공격방향이 달라진다는것과 그에 따른 대비책을 강구하는 문제일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쓰딸린동지도 놈들의 공격방향이 달라진다고 믿습니까?》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쓰딸린동지께서는 이 모든 사실을 알려주시면서 트루맨행정부가 정전담판에 적극 림한다 해도 본래의 야망은 변함없을것이고 싸움이 더 치렬해질수 있다는것을 강조하셨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금 명백한것은 치렬할것이라는 그 하나뿐입니다.》

《실례지만 그에 대한 무슨 정보자료 같은것이 있습니까?》

이때의 라주바예브의 눈에는 순수한 호기심만이 차있었다.

그이께서는 올해 와씰리예브대사와 교대하여나온 그가 쥬꼬브를 만났다고 하며 하던 말이 떠올랐다. 라주바예브의 이전 상관이였던 쥬꼬브는 조선전쟁에 대한 몇가지 소감을 말한 끝에 도이췰란드군과 일본군한테도 지지 않은 미군이 김일성동지의 청소한 군대앞에서 여름철 빠다처럼 녹아나는것이 이상스러울 정도라고 하며 그 비결을 배워오라고 했다는것이였다. 그때 김일성동지께서는 우리 군대와 인민이 특별하기때문에 이긴다고 하셨는데 라주바예브는 자못 놀랍다는 태도로 자기는 이제부터 김일성동지의 제자가 되겠다고 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이러한 라주바예브의 물음앞에서 한두마디 대답만 한다는것이 실례라고 생각되셨다.

《나에게는 지금 그 무슨 특별히 정보라고 할만 한것은 없습니다. 동무도 잘 알겠지만 한번 미군의 전개상태를 놓고 생각해봅시다.

그들에겐 지금 크게 두개의 전구가 있습니다. 하나는 극동전구이고 다른 하나는 유럽입니다. 그런데 유럽전선은 쉬고있는것이고… 2차대전시기 두개 전선에서 싸운 미군이 그래 조선하나를 상대하는 싸움에서 인차 손을 들자고 하겠습니까? 지금 미국본토에는 별반 무력이 없지만 극동전구에는 상당한 력량이 있습니다. 일본은 제하고라도 하와이, 괌도를 비롯한 곳곳에 전투경험이 있는 병력이 있고 비행대와 함선, 대포와 땅크는 몇십년 싸워도 충분할 정도입니다.

록펠리, 모르간, 듀폰, 포드의 재벌들한테서는 그러루한 물건짝들이 계속 쏟아져나오는것이고… 때문에 놈들은 뭔가 <승리>를 얻기 전에는 물러서지 않을것인데 우리 역시 승리하기전에는 총대를 놓지 않을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정전담판에 대한 적들의 실효성운운은 일종의 연극이니만치 우리도 그에 맞게 대할것입니다.》

《장군님, 죄송스럽습니다.》

《그건 무슨 소립니까?》

《그저 두루… 저흰 조선의 38°선을 규정한 사람들을 원망합니다. 쓰딸린동지도 루차 말씀하셨습니다.》

《지나간 일을 말해 뭘 하겠습니까. 그때야 미국놈들이 이처럼 나오리라고야 생각했겠습니까? 또 함께 싸운 련합군이였으니…》

김일성동지께서 쓸쓸한 미소를 보이시자 라주바예브는 괜한 말로 그이의 심중을 아프게 했다고 생각했는지 본래의 실무적인 태도를 취했다.

《저… 김일성동지께서는 우리측 일군들의 정보내용을 전적으로 부정하는것은 아닙니까? 쓰딸린동지께서는 장군님께 보고드린 결과를 알려줄것을 요구했습니다.》

《쓰딸린동지께 사의를 표한다고 전해주십시오. 정보내용에 대하여 말한다면… 믿는다는것과 그 정보가 사실로 된다는것과는 차이가 있지요.》

《알겠습니다. 정말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라주바예브는 점심식사를 하고 떠나라는 그이의 말씀에 고맙다는 인사만 하고 총총히 물러갔다. 그이께서 더없이 긴장된 시간속에 계신다는것을 알아차린것이다.

라주바예브가 떠나간지 30분 조금 지났을 때 직일부관이 들어섰다. 습관적으로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서던 그는 최용건과 남일의 얼굴이 먹장처럼 질린것을 보고 주춤하였다. 그이께서 멈춰세우시였다.

《무슨 일이요?》

《총정치국 부국장동지가 장군님을 뵈올수 없겠는가고 전화로 물어왔습니다.》

《어느 부국장인데?》

《작은 김일입니다.》

작은 김일이란 허가이가 쏘련에서 나올 때 데리고온 사람이였다.

《무슨 용건인지 모르겠소?》

《이번 탐오랑비현상검열과 관련된-》

《그걸 여기까지 들고 온단 말이요?》

최용건이 엄한 소리로 힐책했다. 탐오랑비현상에 대한 검열사업은 허가이가 맡아보게 된것이다.

《무슨 제기된것이 있는것 같은데… 알아보지 못했소?》

김일성동지의 말씀에 부관은 송구스러운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2군단에서 제기된 문제라고 합니다. 허가이동지한테 보고했는데 장군님께 보고드리라고 해서.》

《2군단문제라는건 뭐요?》

《저… 식량초과지급과 관련된 조서를 찢어버렸다고 합니다.》

《알겠소. 내가 이제 찾을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오.》

그이께서는 뒤돌아나가는 부관을 보시다가 《잠간.》하고 부르시였다.

《이제 곧 황영숙동무를 찾아 사업인계를 하라고 하시오. 사품들도 정리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내가 다시 알려준다고 하오.》

김일성동지께서는 좀해 태우시지 않던 담배를 꺼내드셨다.

부관이 나가는것을 지켜보던 남일이 어두운 얼굴로 일어섰다.

《장군님, 정말 꼭 떠나시려고 합니까?》

《어쩌겠소. 이것저것 다 그리로 가볼걸 요구하는데…》

그이께서는 1211고지로 나가보시려는것이였다. 지금껏 그 문제를 토로하셨다. 그에 대해 최용건과 남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반대이지만 결심을 되돌이킬순 없으시였다. 라주바예브의 출현이 더욱 그 길을 재촉하였다.

그이께서는 무거운 걸음으로 문밖을 나서는 최용건과 남일을 바래우시고 집무탁을 마주하셨다.

쓰시다만 편지를 내려다보시였다. 자제분께 쓰시다가 채 끝내지 못한 편지였다. 떠나기에 앞서 김정숙동지께서 서거하신 날인 9월 22일이라는것으로 쓰시게 된것이다.

그이께서 만년필을 잡으셨을 때 문기척소리와 함께 황영숙이 들어섰다. 한바탕 울고난듯 한 얼굴이였다.

《아니 어찌된거냐?》

《장군님, 제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습니까?》

《허허. 그때문에?》

《…》

《섭섭해 말아라. 당분간 나하고 떨어져있어야겠다.》

그이께서는 영숙의 눈에 또다시 눈물이 괴여오르는것을 보시자 다급히 손을 저으시였다.

《이건 중대한 일때문이다. 이제부터 영숙인 2군단 변신참모로 일하게 된다. 영숙이도 알지만 우리의 암호표가 달라지지 않았니. 그걸 거기 보내고 익숙되게 하자면 시간도 걸리고… 그래서 난 내 생각과 뜻을 잘 알아맞추는 사람을 골라봤다. 그리고…》

그이께서는 황영학이가 입원해있는 그때문에 더욱 그를 보내려 한 생각을 말씀하시려다가 방향을 돌리셨다.

《갈 때는 나랑 함께 가게 된다.》

《장군님께서!》

《왜 좋지 않니?》

그이의 말씀에 영숙은 고개를 떨구었다.

《장군님, 전 이틀후이면 모란봉으로 가게 되는것으로 알고있었습니다.》

《그래, 그랬지.》

모란봉에는 김정숙동지의 묘소가 있다. 올해에는 어떤 일이 있던지 그리로 한번 찾아가보실 예정이시였다. 그래서 언젠가 영숙이와도 그런 약속을 하시였던것이다.

그이께서는 영숙이의 말이 3년제때문만이 아니라는것을 알았으나 다른 말씀은 할수 없으셨다.

《지금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선 정숙동무도… 반대없을것이다.》

 

하루밤 하루낮이 흘러갔다.

소소리 높은 나무우듬지사이로 이름모를 산새들이 분주스럽게 날아다니고 이따금 선들바람이 불어올 때면 향긋한 꽃향기와 들크무레한 풀냄새가 시원히 안겨든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팽덕회와 함께 숲속길로 걸으시였다. 그이의 손에는 구리대가, 팽덕회의 손에는 자그마한 수첩이 들려있었다.

저녁녘에 건지리를 떠나 지난 밤 성천군 자라리도하장아근에 있는 한 공병중대를 돌아보신 뒤 성흥광산을 거쳐 이곳 회창에 있는 지원군사령부에 들리신 김일성동지께서는 여러 지휘일군들과 인사를 나누시고 팽덕회와 함께 이 길에 나서신것이였다.

그이를 처음 뵈올 때만도 뜻밖의 반가움과 기쁨속에 얼굴이 활짝 밝아져있던 팽덕회는 지금 본래의 거머무투름한 철색의 얼굴로 되돌아갔다.

그의 짙은 눈섭은 미간에 모아붙어있었고 어떤 위험속에서도 겁기를 모르는 크고 검은 두눈에는 번민의 빛이 진하게 어려있었다.

오래간만의 상봉이여서 의당 기쁘고 즐거운 이야기들만 나누셔야 했으나 그렇게 되지 못했다. 전쟁의 운명과 관련된 문제앞에서 거짓위안과 웃음을 보일수 없는데서 생겨난 결과라고도 할수 있었다.

발단은 팽덕회가 보낸 편지내용에 대한 보충적설명으로부터 시작되였다.

팽덕회는 《운동전》에 대한 미련을 채 버리지 못했다. 자기들의 담당전선에 전선동부와 같은 공격이 개시되면 여러가지 방식의 분산유인으로 적을 사방에 널어놓은 다음 각개격파 혹은 기동포위로 소멸하겠다는것이 그의 전술이고 주장이였다. 지난 기간의 주장과 다른것이 있다면 그러한 기동시 적의 기계화부대의 추격과 비행대의 타격을 피하기 위해 산악과 수림을 리용한 야간기동이라는 점뿐이였다.

일리는 있었다. 어떻게 보면 현 상황에서 매우 효률적인 방책이라고도 볼수 있었다. 적을 이리저리 끌고다니다가 유리한 지점에서 매복, 포위하여 섬멸하는 방법은 항일무장투쟁시기 그이께서 즐겨쓰시던 전법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러한 기동이 어데서부터 어데까지로 끝나는가. 그 상태에서도 적을 죽음의 올가미에 몰아넣는다 하자. 그러나 장진호반의 전투에서 보여준것처럼 적은 항공대의 집중공습으로 포위환을 깨뜨리고 직승기로 남은 력량을 구출해낼것이다.

그에 대해서는 팽덕회도 대답을 못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계속하여 신천의 참화를 놓고 말씀하시였다.

3만 5천여명의 죄없는 생명이 희생되였다고 할 때 그들모두를 제 피줄, 제 겨레로 생각한다면 과연 또다시 수많은 지역을 내놓고 그와 같은 참상이 되풀이되는것을 외면할수 있겠는가.

땅은 언제 가도 다시 찾을수 있지만 가버린 인민들은 다시 찾을수 없다고…

길이 구부러져 들었다. 금빛잔디가 소복한 등판에 여러개의 폭탄구뎅이가 나타났다.

《장군님, 이젠 되돌아서야겠습니다. 저앞은 죄다 폭탄자리들입니다.》

《그렇구만.》

팽덕회는 물개핀 폭탄구뎅이들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그이를 향해 돌아섰다.

《장군님! 장군님께서는 여전히 동부이지요?》

《그걸 확인하자는것입니다.》

팽덕회의 눈섭귀가 들리였다.

《전 잘 리해되지 않습니다. 가서 산고지들을 보고 사람들을 만난다고 해서 동쪽이다 서쪽이다 하는 결론이 나올수야 없지 않겠습니까.》

《그 말은 옳습니다. 하지만 집안에서보다 가서 보는것이 득이 되지 실이 되진 않을것입니다. 그리고 적들이 동무네쪽으로 덤벼들려 한다고 할 때 우리쪽으로 끌어당길 방안도 수립해야 할것이고.》

《그… 그건 무슨 말씀입니까?》

팽덕회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가볍게 웃으시였다.

《주인이 주인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자는것입니다.》

팽덕회의 눈빛이 흐려들었다.

《장군님, 저희들도 주인들과 같이 되려고 합니다.》

《노여워마시오. 나는 동지들의 진심을 의심해본적이 없습니다. 우리야 피로써 맺어진 전우들이 아닙니까.》

첨벙.

가까운 폭탄구뎅이에서 물고기가 뛰여올랐다. 저녁먹이사냥이 시작된것 같았다. 얼마 깊어보이지 않는 물우에는 하루살이들이 먼지처럼 떠돌았다.

《사령원동무.》

김일성동지께서는 진중한 기색으로 말씀을 떼시였다.

《동무들속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는것 같은데 련합사령부는 반드시 성흥광산골로 옮겨가야겠습니다. 그곳 일군들은 래일까지 페갱들을 전부 병실화하겠다고 했으니 지체할 생각은 더는 마십시오.

이곳 폭탄구뎅이가 어림짐작으로도 쉬나문개 넘는데 이건 벌써 뭔가 속내를 알아차렸음을 의미하는것입니다. 동무들의 사령부가 광산굴에 자리잡으면 좀 불편스러운 점은 있겠지만 안전보장은 원만할것입니다. 난 지금도 모안영의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걸립니다.》

《장군님!》

팽덕회의 두눈이 부옇게 흐려들었다.

이로부터 반시간후, 그이께서 타신 차는 양덕고개로 오르고있었다.

멀리서 비행기폭음과 함께 고사포의 맹렬한 사격음이 들려왔다.

빵빵.

선발차가 속력을 늦추며 물음신호를 보내왔다.

《그냥 달리게 하오.》

김일성동지께서는 이제 가서 하실 일을 곰곰히 더듬어보시였다.

최현은 지금 적의 주타격방향이 달라질가봐 속을 썩인다고 했다. 그때문에 적을 끌어당기기 위한 기습전투를 벌리고…

(어느쪽인가?)

사색은 다시 그리로 돌아갔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서비스이용약관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 상단으로


Copyright © 2010 - 2023 www.hanseattle1.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