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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빛나는 아침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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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1건 조회 5,631회 작성일 20-07-0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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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jpg

제 10 장
 

1

 

최준걸은 썰렁한 자기 방에 앉아서 통계표를 들여다보고있었다. 안경을 끼고 시선을 집중하고있는데도 수자들은 명료하게 안겨오지 않았다. 행정10국가운데서 산업국이 중요위치에 있다고 하지만 좁다란 국장방이 하나 있고 그다음에는 장방형 기다란 칸에 부문을 담당한 일군들이 한 20명 비좁게 들어있었다. 한쪽에서는 벽걸이전화통에 대고 《여보시오. 여보시오.》하고 고함을 지르며 장거리통화를 하고있고 또 이쪽에서는 여러명의 상공인들이 책상 하나에 둘러앉아서 허가증 수속을 하고있다. 나들문쪽으로 청년 하나가 장작을 한아름 안고 들어와 화독에 불을 일굴 차비를 하고있다. 더워서 헐헐하던것이 엊그제같은데 벌써 화독에 장작을 때야 사무를 볼수 있을만큼 방안에 랭기가 스며들었다.

최준걸은 쪽걸상을 바투 당겨놓고 허리를 꼿꼿이 세운채로 수자들의 호상 련관을 따져보고있었다. 품명과 수량, 금액과 인원 등이 각자 제나름의 의의를 띠고 사슬처럼 지면우에 련달려있었다. 그 하나하나의 명사나 수자들은 모두 북조선주민의 의식주상태를 표현하고있기때문에 어느 하나도 소홀히 보아넘길것이 못되였다.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건지 모르겠소.》

옆방에서 귀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런두런 울리던 목소리가 갑자기 한음계 뛰여올랐다.

《이러다간 우리 공장, 기업소들을 몽땅 <조선족일본인>에게 넘겨주게 될거요. 아니 뭐, 현재로서는 불가피한 현상이다? 그건 도대체 누구의 목소리요. 한동무, 동무요 아니면 최준걸의 목소리요?》

순간 최준걸은 손끝이 파르르 떨리면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다음에도 계속 뭐라뭐라 하는데 알아들을수 없었다. 거치른 말투와 굴곡이 심한 억양으로 보아 오기섭이 틀림없었다. 며칠에 한번씩은 나타나 분위기를 뒤흔들어놓는 오기섭이였다. 어떤 때는 국제국내정세를 풀면서 열을 올리는가 하면 또 어떤 때는 맑스나 엥겔스의 공산주의리론이 어떤것이며 우리 조선은 력사발전에서 어느 단계에 놓여있는가를 늘어놓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일제때 공부한 과학자, 기술자, 교육자들을 함부로 우리 대오에 끌어들여서는 안된다는것을 자주 력설하군 하였다. 화제야 무엇이든간에 그 놀랄만한 기억력에 의해서 거침없이 인용되는 고전적명제들, 적절한 비유 그리고 류창한 언어구사로 사람들의 정신을 뗑하게 만들었다.

손기척이 있어서 고개를 드니 문가에는 경공업을 담당한 한동무가 죽지가 처져서 《최준걸동지, 부릅니다.》하였다.

《누군데?》

《누군 누구겠어요. 오씨지요.》

최준걸은 알겠노라고 하고 한동무를 돌려보낸 다음 잠간 마음의 준비를 하였다. 언제 한번 좋게 만났다가 좋게 헤여진적이 없었다. 오기섭은 언제나 고자세로써 위압하였으며 일단 머리를 숙이는 기미가 보이면 숨돌릴새없이 추격해오군 하였다. 더구나 흥남에 있는 강병철사건을 두고 완전히 서로 상극이라는것이 드러났다. 《친일적요소》, 《일제잔재》 또는 《프로레타리아의 혁명대상》 등등 그런 표현만 들어도 다른 누가 아니라 바로 최준걸 자기자신을 지명해서 공격하는것 같고 그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끼치군 하였다. 그러나 최준걸은 이를 사려물고 참았다. 말그대로 일제에게 복무한 죄악에 대한 타매는 응당 감수되여야 할것으로 보기때문이다.

최준걸은 책상우에 놓였던 안경을 끼고 조심스럽게 복도를 지나 오기섭이 있는 방에 들어섰다.

《요새 산업국사업이 어떻습니까? 앉으시오. 왜 그렇게 낯선 집에 온것처럼 그럽니까.》

오기섭은 안락의자에서 일어나 쪽걸상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최준걸의 팔을 잡아 제가 앉았던 자리에 앉히였다.

《공장이 몇개나 더 돌아가게 되였습니까?》

《그저 그렇습니다. 돌아가는것은 돌아가고 서있는것은 서고.》

최준걸은 정확한 사업실태를 요구하는것이 아니라고 보기때문에 건성으로 대답해 넘기였다.

《롱담이면 몰라라 사실이 그렇다면 그건 자연생장성이라는 난치의 병인데요. 산업은 그렇고 최동무 건강은 어떻습니까. 돌아가는 말을 들으면 전혀 식사를 못한다는데.》

《궤양이다보니 환절기에는 고통을 좀 겪습니다.》

《뭐니뭐니해도 건강해야 하는데 그것 참 야단이군요. 그런데 최동무.》하고나서 오기섭은 미소를 거두었다. 《난 오늘 외교를 하지 않고 솔직하게 의견을 나누자고 합니다. 그것은 한마디로 말해서 친일적요소가 우리 산업부문에 지나치게 류입되고있는데 그 책임이 바로 최동무에게 있다고 보게 됩니다. 철도의 한명구 문제도 그러했지만 그건 지난일로 칩시다. 그러나 강병철이 문제야 당신이 모른다고 할수 없지 않습니까. 당신이 거기에 파견했고 로복구도 당신이 승인했다는거요. 그러고도 본인에게는 별일 없을것이라고 말했다면서? 로를 폭파한것은 강병철이 책임이지만 강병철을 그렇게 하도록 만든것은 동무가 책임져야 합니다. 우리에게 참을성도 한도가 있습니다. 더이상 모험을 한다는것은 혁명앞에 죄악입니다. 이제는 그만합시다.》

오기섭은 숨돌릴새없이 연방 공격을 들이대였다.

철도에 있는 한명구는 생때같은 항일유격대원 한명을 희생시켰다, 또 강선에 있다는 양춘만이도 불발탄과 같은 존재이다, 이제 만났던 한동무도 평양곡산공장 화재사건과 관련이 있을수 있다, 이런 등등 사건을 두고 생각되는바가 없는가고 하였다.

고개를 숙인채 장시간의 설명을 듣고야 《이제는 그만합시다.》라는 오기섭의 결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수 있었다.

《이것은 나 개인의 의사가 아니라는것을 말해둡니다.》

오기섭은 의자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처음으로 최준걸을 찬찬히 쳐다보았다. 최준걸의 눈굽에는 피빛이 어리고 가뜩이나 창백한 얼굴이 백지장처럼 되였다. 그는 입술을 감씹으면서 북받치는 감정을 눌렀다. 강병철의 사건이든 그 누구의 문제든 그로서는 책임질것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였다. 물론 그들을 동정하였다. 자기와 같은 처지에 있기때문에 그들을 사업에 인입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였을뿐이지 개개의 사건은 자기와 별개의 문제였다. 하지만 그는 자기를 정당화할만한 용기가 없었다. 다만 그는 최준걸이 조선의 산업을 위해 필요한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것이 유일한 기준이였고 자기 무게를 가늠하는 저울이기도 하였다. 그것이 부정된다면 이여의 론리는 완전히 공담으로 될것이였다.

오래동안 방안에 침묵이 흘렀다.

이윽해서 오기섭이 자리를 뜨면서 《최동무! 뭐 별로 심각해질건 없습니다.》하고 옷걸개에서 캡을 벗겨들면서 뒤를 이었다. 《사업도 사업이지만 그런 몸으로는 복잡다단한 산업국사업을 감당해내지 못하지요. 잘 생각해보시오. 그리구 저 한가지 참고로 말해둘것이 있습니다. 며칠후에 우리 당보에 인테리문제에 대한 론설이 하나 나가게 될겁니다. 필명은 오. 케. 에스로 했습니다. 당신네한테 참고로 될수 있습니다.》

최준걸이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화독에서 타던 장작불은 다 스러지고 방안공기는 이마전이 선뜩할만치 식어있었다. 그는 의자에 앉아 또다시 통계표를 들여다보았다. 공장, 기업소의 실태조사표였다. 전력, 채취, 금속, 화학 그런 순으로 일제가 경영하다가 버리고 간 기업소 실태가 적혀있었다. 눈은 수자들을 더듬고있었지만 그의 뇌리에는 오기섭이 남긴 말마디들이 계속 갈마들었다. 《이제는 그만합시다》, 《나 개인의 의사가 아니라》 서로 다르면서도 뜻이 잘 통하는 두개의 표현이 꼬리잡이를 하며 뱅뱅 돌아갔다. 그럴수록 눈알이 꼿꼿해진 최준걸은 한참동안이나 통계표를 계속 들여다보고있다가 책상서랍을 당기였다. 백지를 한장 내놓고 펜을 집어든 그는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띠고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사직서》하고 써놓고 다시 생각에 잠기였다. 그렇다. 합금로가 그 누군가의 고의적인 행동에 의해 폭파되였다는것은 나자신이 인정하는것이다. 그렇다면 오기섭이 말하는것처럼 그 책임에서 강병철이 벗어날수 없다. 하지만 강병철은 장군님에 의해서 용서를 받고 다시 사업에 착수하였다. 그러나 나는… 나는 강병철에 대해서 책임이 없다고 말할수 없지 않은가.

그는 자리를 떠서 복도까지 따라나갔다. 다시 오기섭을 만나 진의도를 밝힐것이며 오해가 있다면 납득시켜야 할것이였다. 그가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이르렀을 때 오기섭이 앉은 풍차는 벌써 저쯤으로 멀어져가고있었다.

자기 방으로 되돌아온 최준걸은 안절부절 못하고 왔다갔다하였다. 창가에 다가섰다가는 출입문께로 나가고 그랬다가는 다시 의자에 앉아보기도 하였다.

(왜정때 기술자를 정도이상 내가 끌어들인다고? 천만에. 그것은 내가 끌어들인것이 아니라 공산당의 정책이다. 또 그랬다고 한들 그것이 무슨 죄로 되며 그것으로 해서 최준걸이 이렇게 배척을 당해야 할 리유는 무엇인가? 그러나 강병철의 사건만은 변명할 길이 없지 않은가. 장군님께 솔직한 심정을 말씀드리고 용서를 빌자.) 최준걸은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눈을 감았다. 언제나 만날적마다 웃으시며 손을 잡아주시던 인자한 장군님의 영상이 삼삼히 떠올랐다. 등나무덩굴밑 장의자에서 밤을 새며 말씀하실 때 담배가 더 없는가 물으시던 그 모습도 보이였다. 최준걸은 후두두 몸을 떨었다.

(자신의 문제를 가지고 천만가지 시름을 안고계시는 그이께 심려를 끼쳐드리다니. 그래서는 안된다.)

이렇게 생각이 미친 그는 이를 사려물고 의자에 다시 앉았다. 펜을 집어들어 《신병상 관계로》라고 쓴데 잇대서 《사직을 청원합니다.》라고 적었다.

(그래 이렇게 하는것이 옳아. 오기섭은 자기 혼자의 생각만이 아니라고 했었지.)

《최준걸동지!》 손기척도 없이 키가 꺽둑한 한동무가 들어섰다. 《오기섭동지가 뭐라고 했습니까?》

《뭐 별말이 없었소.》

《그래요. 나한테는 가슴이 섬찍섬찍한 소리를 하던데요. 그래 난 각오했습니다. 왜정때 괜치 않게 살았으면 공산치하에서야 고생을 좀 해야지요. 그래야 합해서 두등분하면 평균치라는것이 나오니까요.》

《여러말 말고 강냉이에서 배아기름을 뽑는 기술공정이나 짜시오.》

단호한 말이였지만 어째 그런지 그의 음성에는 맥이 없었다.


2

 

창밖에서는 눈이 내리고있었다. 큼직큼직한 눈송이들이 진회색 장막을 내리드리우는것 같은 하늘에서 뱅글뱅글 돌면서 엇비슷이 날아내리고있다. 2층추녀우에 드리운 버드나무가지에 앉았다가 다시 미끄러져 하늘하늘 춤을 추면서 마당 맨땅에 내리기도 하고 또 어떤것은 끝없이 재롱을 부리다가 자취없이 어데론가 사라지기도 하였다.

아늑한 정서에 취한 김일성동지께서는 창밖을 내다보시면서 함흥지구에서 있었던 일들을 상기하시였다. 그러나 그것은 잠간동안의 일이고 당장에 겹겹이 쌓인 사업을 한눈으로 일별해보신 다음 개개의 문제들을 순차대로 하나하나 배렬해보시였다.

한동안 자리를 떴었는데 당분간 내부사업을 보셔야 하였다. 가장 급하고 중요한 사업으로서는 중앙조직위원회 제3차 확대집행위원회를 소집하는것이였다. 내외정세가 급격히 변하기 시작한데 따라 당조직의 기능을 높이고 전투력을 일층 강화해야 하였다. 10월에 중앙조직위원회를 내왔고 그후 2개월간 사업하였다. 당세포가 급격히 확장되였으며 공장, 기업소와 농촌에 세포가 조직되여 활동하게 되였다. 그리하여 모든 분야에서 일제잔재를 숙청하는 투쟁이 줄기차게 벌어지고있으며 점차 질서가 잡혀가고있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타성에 의하여 당내에는 깨끗치 못한 공기가 얼마간 감돌고있었다. 그간 당안에서의 주되는 문제는 이른바 《서울중앙》을 쳐다보는것으로 해서 서로 다른 립장이 로출되였으며 얼마간의 론쟁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점차 리해가 깊어지기 시작하였으며 인식과 리해부족에서 오는 이러저러한 편향이 해소되게 되였다. 현재에 와서 문제로 되는것은 앞서것과 류사하면서도 어느 정도 특색을 보이는 보다 은페된것이다. 이번 확대집행위원회에서 토의하자는 문제가 바로 그것인데 당내 사상적 조직적순결성을 보장하지 못하고있는것이다. 기층조직의 경우에는 갑자기 불어난 당원들가운데 혁명적단련이 부족한 로동자, 농민, 사무원이 적지 않으며 개중에는 일부 기본성분으로 가장하고 《건달군》이 들어온것도 있다. 또 중앙과 도, 시, 군들의 지도기관에는 조직생활에 단련되지 못하고 자유주의적이고 지어 지방주의, 종파주의적요소를 그대로 가지고있는 일군들도 있었다. 때문에 당내 순결성을 보장하지 않고서는 첨예화되는 계급투쟁을 옳게 령도할수 없는것이다. 이제 인차 모스크바의 련합국 외상회의에서 조선문제가 토의될것이다. 남조선에서는 미제의 침략책동으로 해서 부르죠아반동적정권이 서게 될것이다. 그리하여 북과 남의 색조는 더욱더 판이해질것이며 38°선은 더욱더 키높은 장벽으로 자라오를것이다.

끝없이 번져가는 내외정세분석에 한참동안 골몰하고계시던 김일성동지께서는 의자를 당겨놓고 확대집행위원회에 제기할 보고서집필에 착수하시였다.

《북조선공산당 각급 당단체들의 사업에 대하여》

이렇게 제목을 적으신 다음 책상 오른쪽 손가까이에 내놓았던 《당의 성분구성표》를 펼치시였다. 《총 당원수 4530명 그중 로동자… 30% 농민… 34% 인테리, 상인 기타… 36%》

그이께서는 지면에 시선을 집중하고 수자에서 표시된 내용과 그 호상련관에 대하여 잠간 생각해보시였다. 이러저러한 표상들이 련달아 떠올랐다. 평양에 돌아와서 수없이 대면한 로동자, 농민, 인테리, 상인들의 얼굴이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로동자들과 만난것이 매우 인상적이였다.

그이께서는 잠시 만년필을 놓고 한옆에 무져있는 신문과 통신자료들을 집어드시였다. 처음의것은 김책에게서 보고된것인데 방금 나온 공업전문학교 교육강령이였다. 다음에는 평양을 비롯한 각지의 시장물가시세표가 있었다. 그다음에 집어들게 된것이 오늘아침에 배포된 《정로》였다. l면 웃단에는 사설이 났는데 《학생들은 민주조국건설에 적극 참가해야 한다.》라는 제목을 강조하고 내용도 풍부히 전개하였다. 사설은 김일성동지께서 12월 7일에 평양시안의 중학생들앞에서 하신 연설내용을 자세히 해설한것이였다. 시사문제로서는 모스크바외상회의에 참가할 미, 영 대표들이 출발한 소식을 전하고 유럽 동남쪽에 위치한 유고슬라비아에 민주주의정권이 수립되였다는것이 보도되였다. 2, 3면을 펼치였을 때 2면 하단에 반면을 차지한 론설이 나있었다. 제자는 동판부식으로 강조되였고 필자는 《오. 케. 에스》라는 익명을 썼다. 대번에 시선이 끌린 그이께서는 《식민지조선에서의 인테리의 특성》이라는 제목을 읽으신 후에 곧 본문으로 넘어갔다. 원래 그의 글에서는 좀 지나칠 정도로 수식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고 랭철한 론리로 빈틈없이 째여있었다. 간단한 문제제기가 있은 뒤에 첫째로, 조선의 인테리는 일제의 우민화정책의 여독에 의해 그 량에 있어서나 질에 있어서 매우 저급한 수준에 있다는것 따라서 둘째로, 사회혁명과 사회적변혁이 전면에 나선 현단계에 있어서는 사회적간층으로서의 인테리문제가 계급적문제와 동일시할수 없는 차요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는것 셋째로, 조선인테리는 공산주의운동권밖에 놓여있었기때문에 혁명적영향이 심히 결여되여있으며 넷째로, 특히 북조선지역에는 여러가지 현실적조건에 의해서 남조선에 비해 인테리가 크게 문제시할만한 비중에 있지 못하다 등등이 제기되였다.

김일성동지의 얼굴에는 침울한 그늘이 순식간에 휙 번져갔다. 그러나 기분을 누르시고 다시한번 론설을 꼼꼼히 읽으시였다.

그이께서는 손바닥으로 책상을 《텅!》 울리고나서 자리에서 일어나시여 오기섭을 부르시였다. 오기섭은 10분도 못되여 나타났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책상 한옆에 놓았던 신문을 집어드시면서 나직이 말씀을 시작하시였다.

《오기섭동무가 여기에 쓴 글을 읽었습니다.》

하시자 벌써 온몸으로 긴장감을 느낀 오기섭은 《거 뭐 별로 볼만한것이 못되는것인데요.》하고 꺼슬꺼슬한 턱을 만지면서 어색하게 웃어보이였다.

《이에 대한 독자들의 반영을 들은것이 있습니까?》

《아직 반영이라고 할만한것이…》하고 약간 주저주저하다가 계속하였다. 《편집국동무들은 인테리문제에 대해서 단독론설이 필요하겠는가고 하였지만 그에 대해서는 제가 우겼습니다. 지도부에서는 이 문제를 중시하고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이께서는 신문을 다시 책상우에 밀어놓고 《그렇다면 내가 첫 독자의 반영으로 되겠습니다.》

오기섭은 언제나 편안히 자유로운 자세를 취하고 의자에 몸을 맡기는 습관이 있었는데 갑자기 몸을 꼿꼿이 일으켜세웠다.

《우선 나는 이 론설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것은 이 론설이 무엇을 제기하고 무엇을 해결하자는것인지 그 의도를 잘 알수 없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첫머리에 상세히 제기했다고 봅니다.》

《첫머리에 제기한것이 있기는 합니다. 조선인테리 다시말해서 식민지였던 조선인테리문제를 한번 고찰해보자는 순수 객관적인것이지 우리들이 무엇때문에 그 문제를 제기하게 되는지 그 립장과 관점이 밝혀져있지 않습니다. 그건 또 그렇다 칩시다. 이 글을 보면 인테리문제는 론의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빈약한 문제이고 차요적인것으로 되여있는데 실지 우리 생활이 그런가 하는것입니다. 우리는 전략적으로 력량을 편성하는데서 이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데 대해서 한두번만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또 이러저러한 기회때 우리가 한두번만 의견일치를 본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 문제 제기자체가 무모한것이며 현실에 맞지도 않고 보잘것없다는 속심이 로골적으로 울려나오고있습니다.》

《그렇게 되면》하고 황급히 오기섭은 우선 먼저 자기의 설명을 들어주기를 바란다고 하고 말을 계속하였다. 《저는 어디까지나 객관적현실태를 분석함으로써 문제에 대한 호상리해를 깊이 할 필요에 의해서 그렇게 한것이지 딴 의도는 없었습니다.》

《알만합니다. 오기섭동무에게 그 무슨 딴 의도가 있겠습니까. 나는 다만 이 글에 표현된것이 곧 오기섭동무의 견해라고 보기때문에 몇가지 의문나는 점을 알아보자고 합니다.》

오기섭은 미간을 좁히는데 입언저리가 파르르 떨었다. 어떤 좌석에서나 그 누구와 대상해서나 항상 여유작작하게 리론이면 리론으로 지식이면 지식으로 또는 기지나 정열이면 또 그것대로 상대를 하고 언제나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보았던 그였지만 왜그런지 김일성동지를 상대하게 되는 경우에는 매번 별것이 아닌 문제인데도 주눅이 들고 어느덧 금선이 풀려서 제 음계를 똑똑히 짚지 못하게 되는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때문에 그는 우정 태연해져서 본연의 자기자세에 서려고 애쓰면서 자기 의도를 설명하였다.

《저는 거기에 특별한 견해를 보이려고 한것도 없고 따라서 제가 보기에도 그 글이 신통한것 같지 않습니다. 거기에 그 어떤 오유라든가 착오가 있다면 저의 본의가 아니라는것만 알아주기 바랍니다.》

《그렇습니까?》하고 또다시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그러나 이때 그이의 시선은 번개불같이 날이 서있었고 그 어떤 사물이라도 밑창까지 꿰뚫어볼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그이께서는 천천히 그러면서도 무게있게 뒤를 이으시였다. 《그런데 오기섭동무, 동무도 오래동안 혁명을 하지 않았습니까. 감옥에도 장기간 갇혀있었고 지하투쟁도 했습니다. 우리는 목적도 리념도 같습니다. 우리가 서로 만난것은 비록 두석달이지만 결국 한길을 여직 걸어오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외교를 하지 말고 솔직하게 의견을 교환하고 말그대로 일심단결하자는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가지 묻겠습니다. 오기섭동무는 지금 우리가 제기하는 정치로선이나 조직로선에서 의견을 달리하는것이 없습니까?》

《없습니다. 전적으로 중앙위원회 결정에 찬성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도 알고계시지만 우리에게 가장 첨예한 문제인 <서울중앙>에 대해서도 나는 그 어떤 의견이나 미련을 보인것이 없잖습니까.》

《그것은 사실입니다.》

《그것이 바로 나의 견해이며 립장의 전부입니다.》

《알만합니다. 다음 하나는 인테리문제입니다. 경제기술일군에 대한 등용배치에 대하여 다른 의견이 없습니까.》

《없습니다. 일부 의견들은 정확여부에 관계없이 그때그때 표현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이야기를 더 계속합시다. 우리는 호상간 리해의 부족이 있기때문에 더 자주 접촉하여야 할것 같습니다. 기탄없이 말해서…》하고 그이께서는 차잔과 담배갑이 놓인 탁자우에 손끝으로 동그라미를 두번세번 그리다가 동정과 련민의 정이 어린 얼굴을 들어 한껏 의혹에 잠겨있는 오기섭을 쳐다보시였다. 《오기섭동무는 인테리문제에 대해서 의견이 없다고 하였는데 그것은 사실과 맞지 않습니다. 우리가 기억하고있건대 오기섭동무는 일제시기 인테리를 아량있게 포섭하는데 대해 달가와하지 않고있습니다.》

《그것은 오해입니다. 저는 찬성입니다. 그러나 개별적인 대상에 따라 반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강선제강소 양춘만은 어떻습니까.》

《반대했습니다.》

《서울대학 교수 안동권은 어떻습니까?》

《말을 걸어볼수 없을만치 저쪽에서 우리를 배척했습니다.》

《흥남에 간 강병철은 어떻습니까?》

《직접 현장에 가서 보셨겠지만 우리는 응당한 교훈을 받아안았습니다.》

《철도국장 한명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한명구에 대한 몸값을 우리는 너무 과남하게 치르었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모두 다 반대가 아닙니까? 이렇게 되면 무엇이 남습니까. 인테리를 포섭한다는 결정서종이장뿐이 아닙니까?》

김일성동지께서는 두손을 쩍 벌리시며 오기섭이앞에 내보이시였다. 아무것도 없는 0이 아닌가라는 뜻이 온몸에서 풍기였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분노하거나 혐오하는것이 아니라 다시한번 너그럽게 웃으시였다.

《이렇게 되지 말아야 합니다. 오기섭동무, 이것이 우리 호상간의 차이입니다. 이것은 무서운 일입니다.》

오기섭은 줄곧 그이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였다. 책상을 치고 분격을 터뜨려야 할 내용을 말씀하시면서도 온건하게 그러면서 가슴속을 갈피갈피 헤쳐보는 식으로 의사표시를 하신다.

방안에 침묵이 흘렀다. 한결 더 거칠어진 오기섭의 숨소리만이 방안의 고요를 흔들고있다. 이윽해서 오기섭이 팔걸이에 손을 올려놓으며 그이쪽으로 몸을 기울이더니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저의 의견을 들어봐주십시오. 저도 김일성동지의 뜻을 받들자고 하고 또 그점에서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것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우에서 인용한 하나하나의 대상에게 우리는 너무나 의의를 크게 부여하고있고 너무나 많은 대가를 치르고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우리 의도대로 순순히 따라온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한명구나 양춘만을 위해서 우리는 박원식동무를 희생시켰습니다. 강병철을 위해서는 함금로를 바쳤습니다. 이것은 결코 신기한 일도 아니며 처음 듣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로씨야에서 누가 레닌을 사격했습니까? 짜리에 붙었던 인테리입니다. 의심할바없이 박원식동무도 인테리가 그렇게 했을것입니다. 오늘은 박원식이지만 래일은 누구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어떻게 압니까. 김일성동지! 저는 진심입니다. 저의 의도를 리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일단 발언을 중단한 오기섭은 김일성동지를 경건하게 쳐다보면서 자기 말이 틀리는가고 묻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잠간 사이를 두었다가 김일성동지께서는 도리머리를 저으시였다.

《결국 희생을 피해서 우리 립장을 달리해야겠다는데 그렇게 할수 없습니다. 우리는 군중들을 혁명의 편에 세우는데 있어서도 희생을 각오했고 사실에 있어서 큰 희생을 치르었습니다. 가슴아픈 일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인테리의 경우에도 그런 각오가 없이 스스로 그저 따라오라고만 생각할수 없습니다. 레닌을 해친것은 인테리입니다. 그러나 레닌은 그전이나 그후나 인테리를 적대시한적이 없습니다. 박원식동무에 대해서는 더 말하지 맙시다. 그에 대해서는 이제 한명구나 양춘만이 말할 기회가 있을것입니다. 중요한것은 무엇인가? 희생이 얼마나 큰가 하는것이 아니라 우리 호상간에 차이가 무엇이며 그것이 얼마나 큰가 하는것입니다. 그것이 구경에는 희생의 정도도 결정하게 될것입니다. 현재 내가 우려하고있는것은 사소한 견해상 차이가 차츰 자라서 서로 합치기 곤난한 간격을 형성할것 같은 느낌때문입니다. 나에게는 이전에 리종락이라는 친구가 하나 있었습니다. 리론도 좋고 정열도 있었습니다. 고유수에서 지하공작을 할 때였는데 어느 한 마을을 혁명화하기 위해 그를 파견하게 되였는데 적들의 경계가 심하기때문에 다른 한 동무와 같이 가서 서로 도우며 공작하라고 권고하였습니다. 리종락은 혼자 가면 갔지 둘이는 못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때 우리는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는 자기 동지를 믿지 못해 혼자 가겠다고 했던것입니다. 그 당시는 별일이 없었는데 그후에 리종락은 적들에게 체포되여 변절하였습니다. 그로부터 세월이 흘러 우리가 밀영에 있을 때 찾아와 우리에게 투항하라고 권고하였습니다. 사태는 이 지경으로까지 되였습니다. 그는 말하기를 일본사람들이 귀순하면 표창으로 평안도를 하나 떼주겠다는데 그것이 좋지 않은가고 하였습니다. 그래 나는 평안도가 아니라 조선 13도를 다 달라고 했습니다. 그것도 조선사람이기때문에 거저 돌려보내라고 하였는데 너무 악질적으로 놀기때문에 우리 동무들이 처단해버렸습니다. 보시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약간한 차이도 결국 다시 합쳐낼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차이를 가져오는것입니다. 나는 지금 그런것을 우려하고있습니다.》

오기섭은 단적으로 말해서 《변절할수 있다》는 극한점에까지 끌고가신 날카롭고 투철한 말씀의 뜻을 충분히 알수 있었지만 전혀 그에 대해서 반박하거나 부정하지 못하였다.

그이께서는 다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우리 조선공산주의자들은 이전에 얼마나 쓰라린 교훈을 남기였습니까. 1925년에 나온 당이 3년만에 해산되였습니다. 순전히 파쟁과 종파때문입니다. 이러한 실례가 국제공산주의운동에서 어디에 또 있습니까. 때문에 나는 이번 3차확대집행위원회에서도 이것을 문제시하려고 합니다. 대오의 순결성, 사상의지의 순결성을 첫자리에 놓아야 합니다. 나는 바로 이런 견해에 서있기때문에 오기섭동무가 제기한 인테리에 대한 견해, 조선에서 인테리는 보잘것없는 존재라는것, 간층이기때문에 계급선권외에 있다는것, 남에 비해 북은 더 한심하다는것 등이 사상의지적순결성에 맑지 못한 공기를 던쳐준다고 보았던것입니다. 오동무도 잘 생각해보시오. 동무가 말하는것처럼 인테리를 보잘것없는 존재로 만든것은 일제통치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그에 추종할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서 보잘것이 있는 중요문제로 만들어야 합니다. 작고 보잘것없는것이라면 바로 그런것을 집어들고 문제시해야 하는것입니다.》

시작한바에는 며칠을 두고라도 뿌리를 뽑을 결심이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보잘것없는것 같은 사소한 차이가 전혀 합쳐낼수 없는 간격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것을 거듭 강조하시고나서 뒤를 이으시였다.

《지금 우리는 총포탄이 작렬되지 않는 하나의 전쟁을 치르고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누가 군중을 더 많이 쟁취하는가 하는 전쟁입니다. 38°선 이남에는 사상과 리념과 정치체제가 우리와 정반대되는 미국군대가 강점하였습니다. 그들은 지금 자기네들과 꼭같은 체제를 남조선에 만들어놓고있습니다. 며칠전에는 서울에 <군사영어학교>라는것이 공개적으로 나왔습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미군의 통수에 드는 군대를 편성하기 위한 골간을 꾸린것입니다. 뒤이어 미군은 남조선정계에서 발의한 <인민공화국>을 강압적으로 해산시켰고 38°선 이남지역에는 오직 미군정이 있을뿐이라고 성명하였습니다. 그들은 북조선지역에 파괴암해분자들을 침투시키고있습니다. 신의주학생사건도 그렇고 평양철도공장사건도 그렇고 모두 미군과 련계된 반동분자들의 책동이였습니다. 그들은 총포는 울리지 않으면서도 맹렬한 파괴공작을 하고있습니다. 이런 마당에서 우리가 단 1명의 군중이라도 잃게 된다면 얼마나 큰 손실로 되겠습니까, 강선제강소에 있는 양춘만기사는 서울에 갔다 돌아와서 강철로를 복구했다고 합니다. 오래지 않아 강이 나올것이라고 합니다. 평양철도에 있는 한명구는 지난달 11월 17일부터 자기들이 결의한대로 몇개의 렬차를 정시운행하고있습니다. 흥남인민공장에서도 이제 곧 비료가 나올수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복구사업에 달라붙었습니다. 강병철이 로를 복구하여 특수합금강을 만들수 있습니다. 동무도 아다싶이 일제는 패망하면서 우리 산업의 거의 전부를 파괴하였습니다. 형편이 이런데 우리가 어떤 인테리는 이래서 나쁘오 어떤 인테리는 저래서 못쓰겠소 하면서 우경이요 뭐요 하고 공뜬 이야기판만 벌리면 되겠습니까. 가령 강병철을 놓고 이야기해봅시다. 그는 손끝에서 피가 흐르는것을 참아가며 로의 벽돌을 쌓았습니다. 식량이 곤난해서 대두박을 군대밥통에다 끓여먹으며 일을 했습니다. 그러나 공장장은 전혀 도와주지 않았고 로를 시험할 때 폭파됐다고 해서 그를 구금했습니다. 공장장은 오기섭동무의 지시를 받고 진작 로복구에서 제거해버릴가 하다가 어느 정도 양보해서 두고보자는 식으로 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그를 의심했습니다.

인테리도 인간입니다. 가장 정서가 예민하고 신경이 날카로운 인간입니다. 제도와 리념은 먼 뒤전에 있지만 인간으로서의 멸시를 당하고 의심을 받으면 당장 그들이 참지 못합니다. 그들이 우리를 찾아와서 강철을 만들겠다는것은 호의호식을 위해서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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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위에서 계속)

호의호식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취급을 바래서 그러는것입니다. 그런데 공장장은 로를 복구하는 강병철을 멸시했고 일제때의 흠집을 들추어 큰 범죄자로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그가 인테리든 인테리가 아니든 그렇게 대해서는 안됩니다. 인간의 존엄을 무시하면 누구도 우리를 따라오지 않을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군중을 누가 더 많이 쟁취하는가 하는 전쟁에서 우리는 패배하게 됩니다. 기왕 말이 난김에 한마디 더 하겠습니다. 우리는 인테리를 대함에 있어서 그들을 혁명에 인입하는것이 그 어느 누가 인테리에게 혜택을 베푸는것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들도 당당한 사회성원으로서 자기들의 임무가 있고 권리를 가지는것입니다. 우리가 할수 있는 일이 있다면 오직 그들을 깨우쳐주고 이끌어주고 도와주는것뿐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인테리를 멸시하는것은 종파주의이며 곧 로동계급의 당을 반대하는것과 통합니다.》

그이께서는 일단 이것으로 말씀을 끝내시였다. 잠시 침묵하고있던 오기섭이 불안한 시선으로 쳐다보면서 약간 떨리는 목소리를 내였다.

《결국 반당이란 말씀이지요? 이 오기섭이 변절자로 될 우려가 있다는것이지요?》

《그렇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거침없이 단호하게 대답하시였다. 《오기섭동무가 그런 관점에서 자신을 랭정히 검토해보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인테리정책을 론의할 때 언제 한번 의견차이가 있었거나 기탄없이 론쟁을 벌려본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뒤에서는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합니다. 이것이 곧 양봉음위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조선공산주의운동에서는 항상 이런것이 문제로 되였으며 또 그때문에 쓰라린 교훈을 남기였습니다.》

오기섭은 신음소리를 내였다. 너무나 엄청난것이 자기를 압도하고있다고 느낀것이다. 정신을 차릴수 없게 자리가 기우뚱거리였다. 그런데도 그는 용케 정신을 가다듬고 자기 속심을 털어놓았다.

《김일성동지! 잘못했습니다. 깊이 사과합니다.》

《잘못을 느꼈으면 좋습니다. 그러나 문제자체가 당정책에 대한것인것만큼 이제 열리게 되는 확대집행위원회에서 자기 검토를 잘하시오.》

이때 오기섭은 머리가 찡 울리는것을 느끼였다. 동시에 그는 자기 리성의 어느 한 균형이 몹시 흔들리는것을 의식하였다. 오기섭은 이때 한사코 그 흔들림을 억제하려고 하였으나 그렇게 되지 않아 무릎을 짚고 모지름을 쓰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겠습니다. 저의 잘못을 두고두고 씹어서 교훈으로 삼겠습니다.》

왜그런지 이 말이 끝나자 금시 온몸을 태울듯한 열감이 생기였다. 허약한 몸이여서 실지 체온이 오른것인지 아니면 환상에 의한것인지 그자신도 알수 없었다.

그로부터 이틀후에 제3차 확대집행위원회가 진행되였는데 여기서 오기섭은 당의 통일과 단결을 저애하고 당정책집행에서 양봉음위한것을 솔직하게 비판하지 않았다. 때문에 그를 제2비서의 직에서 해임하는 단호한 조치가 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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