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빛나는 아침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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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사이 있었던 일을 차츰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정작 그렇게 안되는군요. 몇마디 말로는 전하지 못할 벅차고 큰 이야기거든요.》 안해 미숙은 치마자락을 무릎밑으르 당겨놓고나서 성급히 뒤말을 기다리는 남편을 잠간 쳐다보며 침착하게 계속하였다. 《당신이 강가에 숨던 날이 그게 아마 8월 17일이였지요. 해방됐다는 그날은 전기로가 폭발됐고 그다음날은 로동자들이 일본사람들 사택마을을 습격하구요. 그날 뒤산에 있던 신사당에 불도 질렀지요. 그날밤에 두명의 로동자가 <양기사도 왜놈 앞잡인데 어데 갔느냐>고 몽둥이를 들고 찾아왔었다는걸 내가 밥을 가지고 갈밭에 찾아가서 말하지 않았나요. 그때 생각이 나시죠? 그렇게 한 열흘, 지나는데 일웅이가 갑자기 열이 나고 설사를 하기 시작했지요. 당신은 그때 아이가 할딱거리며 죽어가는것을 보면서도 어쩌는수 없어 <내 이제 서울로 가는데 찾아올 때까지 죽지 말고 살아있으라.>하고는 저쪽 대동강방천길로 사라졌지요.》 《어서 말하오. 다 생각나. 내가 왜 그걸 잊겠소.》 《그담엔 아이가 눈을 뒤솟구면서 자주 경풍을 일궜어요. 옆집할아버지가 숨구멍에 뜸을 떠주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한 1주일 그러고있는데 아이는 맥이 없어 물도 못받아넘기는거죠. 이제는 글렀다하고 아이를 부둥켜안고 누워있는데 밖에서 주인 찾는 소리가 났어요. 나는 얼결에 당신이 어데서 붙잡힌것으로 알고 대답도 안하고 누워있었어요. 왜놈들한테 붙어서 밥술이나 먹던것이 죄로 된다면 그 밥을 먹은 녀편네나 그 자식이 모두가 다같이 죽는것이 뭐가 그리 원통하겠나요. 차라리 그대로 총으로 쏘든지 창으로 찌르든지 맘대로 하라고 누워서 일어나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계속 찾더군요. 죽이러 온 사람이라면 벌써 무슨 요정을 냈겠는데 그렇지는 않고 온화한 말로 <아주머니, 일어나시오. 손님이 찾아왔습니다.>하지 않겠어요. 손님이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린가 하고 방문짬으로 내다보았지요. 나는 놀랐어요. 온몸이 바스러지는것 같았어요. 마당에 선 사람들은 군복을 입고있었어요. 난 또 이불을 가리며 <맘대로 하세요. 죽이든 살리든.>하고 울음을 터뜨렸어요. <아이고- 일웅아, 우린 죽는다.>하고 소리를 쳤어요. 얼마동안 그러고있는데 또 밖에서 말소리가 들리더군요. <아주머니, 우린 조선군대입니다. 우리는 누구를 해치려고 온것이 아니라 무얼 좀 물어보자고 그럽니다.>라고 하지 않겠나요. 아무래도 이상해서 나는 숨을 죽이고 바깥동정을 살피였어요. 마당 한가운데는 풍채가 좋고 얼굴이 환한분이 서있는데 그분이 제일 직급이 높은것 같더군요. 그분이 말하기를 <절대로 놀래우지 마시오. 양춘만기사도 그렇고 저 애기어머니도 그렇고 저들에게는 죄가 없습니다. 이렇게 사람들한테 상처를 만든것은 일제놈들입니다. 강철로가 폭파된것도 가슴이 아프고 강철이 못나오는것도 가슴이 아픕니다. 그러나 아무 죄도 없는 양춘만기사나 그 가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은것이 더 가슴이 아픕니다. 보시오. 저 애기어머니는 지금 죽일라면 죽이라고 하며 울고있습니다. 양춘만기사가 무슨 죄가 있습니까. 왜놈들에게 멸시와 차별대우를 받으며 공장을 세우고 강철을 뽑았습니다. 양기사를 찾아오시오. 어데든지 가서 데려오시오. 그래서 강철을 뽑읍시다. 이제는 내 나라의 강철을 만듭시다.> 이러지 않겠나요.》 안해는 잠간 말을 중단하였다. 입술이 마르고 가슴이 들먹이여 더 말을 해내지 못한다. 양춘만은 숨을 죽이고 듣고있다가 불길같이 뜨거운 숨을 내쉬였다. 그러고나서 의아한 눈길로 안해를 잠간동안 쳐다보다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그것은 거짓말이다. 누가 꾸민 소리다.》라고 웨치면서 모지름을 썼다. 믿을래야 믿을수 없는것이다. 왜놈한테 붙어먹던 인테리에게 죄가 없다고? 그건 말이 안된다. 그건 우리를 회유하자는 술책이며 그 사탕안에 독이 있을수 있다. 《거짓말이라구요?》 안해가 깔끔한 눈으로 반문하는데 양춘만은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공산당은 인테리를 가만두지 않아. 모두다 청산해버려.》 《성급하게 그러지 말고 좀더 들어보세요.》 안해는 다시 말을 계속하였다. 《마당에 서서 같이 온 사람들에게 말을 하고있던 그분이 우리 이 토방에 올라서더니 이렇게 물었어요. <그래 주인님이 어데 갔는지 정말 모릅니까?> 그래 나는 숨길것도 별로 없기에 서울에 가보고 오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했어요. 그러니 그분은 리만식아저씨에게 꼭 찾아오도록 하라고 이르더군요. 그다음 그분은 또 물었어요. <아주머니는 건강이 어떻습니까?>하고 묻기에 나는 별일없는데 아이가 앓는다고 하니 그분은 신을 벗고 방안에 들어서서 일웅이의 머리를 짚어보는것이였어요. <아니 이거 머리가 불덩이같습니다.>하며 놀라는것이 아니겠어요. 이렇게 되자 나는 무서운것도 두려운것도 모르게 되여 약이 없으니 고칠 가망이 없다고 말했었지요. <아! 이거 안되겠소.>하더니 공장로동조합장으로 있던 최아바이한테 어떤 일이 있어도 아이를 고치도록 하라고 몇번이나 당부를 하더니 자동차에 올라 평양가는쪽으로 멀어져가더군요.》 《여보!》 양춘만이 안해의 팔을 와락 붙잡으며 말을 중단시켰다. 《내 말을 듣소. 당신 지금 하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것을 증명하오. 난 암만 들어도 믿을수가 없소.》 《좀더 들어보세요. 그건 이제 일웅이가 다 말할거예요.》 미숙이는 적의에 차서 퍼렇게 멍이 들었던 남편의 안색이 차차 맑아지는것을 분명히 감촉할수 있었다. 그래 그는 어떻게 하든 자기가 체험한 사실을 그냥 그대로 형상하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있었다. 《그래 우리 일웅이가 당신 말을 증명할수 있단말이지. 참말 동화같은 소리.》 《그래요. 이제 갸가 말하지 않나 두고보세요. 나는 자동차가 사라진 후에도 한동안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어요. 금방 함정에서 꺼내놓은 토끼새끼처럼 사리를 분간할수 없었거든요. 말은 고마운데 설마 그렇게 되지는 않을것이다, 이렇게 반신반의하며 나는 할딱거리는 아이만 지켜보고있었어요. 리만석아저씨와 로동조합장은 샘골에 가면 우황을 좀 구할수 있을것이라고 하면서 그곳으로 달려갔어요.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아까 떠난 그 자동차가 되돌아오는것이 아니겠어요. 얼마간 있노라니까 앞서 그 군대가 <아주머니, 우리와 같이 평양으로 갑시다. 아이를 살려야겠습니다. 어서 여기 타시오.>하지 않겠어요. 또다시 나는 얼떨떨해졌어요. 그 군대는 내가 어쩔사이도 없이 포대기에 싼 아이를 벗어안더니 차에 오르더군요. 같이 온 운전수가 나를 도와 옷가지를 꾸리고 문짝에 못을 쳤어요. 나는 차에 앉아 <과연 이렇게 고맙고 인정이 있는분이 과연 누구일가.>하고 생각했어요. 눈물에 가려 앞이 뽀얗게 흐려져 아무것도 분간할수 없는데 그저 당신의 얼굴만이 삼삼히 떠오르더군요. <어떻게 하든 살아있으라.>하고 갈숲으로 멀어지던 당신의 그 무정한 얼굴이말이예요.》 《그래서 어떻게 됐소. 그다음엔?》 《그 길로 나는 평양역전에서 멀지 않은곳 2층집으로 갔어요. 거기는 모두 푸른 군복을 입은 군대들이 있었는데 일웅이를 받아안은 그분께 모두 경례를 하더군요. 그분이 아마 거기서 제일 높은분이였던것이 틀림없어요.》 《그래 그분이 도대체 이름이 뭐요? 그것부터 말하오.》 《말하겠어요. 그때는 모두 그분을 정치위원동지라고 부르더군요.》 《정치위원? 그래 아직 그 집에 있는지 모르겠소?》 《말씀드리겠어요. 이제는 그렇게 부르지 않아요. 그분은 나한테 병원으로 가자고 했어요. 그래 그 집에 있는 목욕탕에서 대수간 얼굴을 닦고 머리를 빗었어요. 그런데 내가 나와보니 그분은 아래목에 아이를 눕혀놓고 숟가락으로 미음을 떠넣어주고있는것이 아니겠어요. 나는 울컥 설음이 북받쳐 방바닥에 엎드려 울음을 터치였어요. 그때 내가 왜 그렇게 흐득흐득 느껴울었는지 지금도 알수 없어요. 고마움에 대한 감격같기도 하고 어느 누구에 대한 원망같은것이 가슴을 자꾸 때렸어요. <아주머니, 이제는 병원으로 갑시다.>하고 들어일구더군요. 병원에 갔어요. 구급치료가 시작됐어요. 사흘만에는 다 죽었던 아이가 일어나앉았어요. 그날이 분명 10월 14일아침이였어요. 나는 매일아침마다 아이 병세가 어떻다는것을 그 2층집에 찾아가 박원식동무라는 군대한테 알려야 했어요. 그러면 그분이 아시게 된다는거예요. 이날도 아침에 그 집을 찾아갔더니 글쎄 그분께서 군복을 벗으시고 넥타이를 매는 제낀옷을 입고 마당에 나서시는것이 아니겠어요. 그래 나는 놀랍게 쳐다보기만 하고있는데 먼저 <그래 일웅이 오늘은 어떻습니까?>하고 물으시더군요. <이제는 다 나았습니다.>하고 인사를 올리니 <그러면 됐소. 이제는 마음이 놓이오.>하시며 무척 기뻐하시였어요. <참말 기쁩니다. 이제는 내가 일웅이 아버지를 만나도 체면이 서게 되였습니다.> 참말! 육친인들 어떻게 이럴수가 있겠나요. 나는 손가락을 깨물면서 울지 말자, 울어서는 안된다고 다짐했지만 끝내 울고말았던거예요.》 《여보, 당신 말이 진정이겠지?》 《내 말보다는 일웅이 말을 들어보세요. 일웅아!》 미숙이는 아버지 가슴에 파묻혀있는 아이를 일궈세우고나서 물었다. 《일웅이 앓는거 누가 고쳐주었나요?》 이제 3살잡히는 일웅이는 거침없이 《김일성장군님입니다.》하며 벽에 모셔진 초상화를 가리키였다. 《김일성장군!》 양춘만의 굳어졌던 입에서 한껏 근엄한 감정이 담긴 외마디소리가 튀여나왔다. 뒤이어 그는 아무말없이 그이의 영상을 쳐다보았다. 《저 사진은 나를 만났던 그날 그길로 나가시여 개선연설을 하신 사진입니다. 바로 그분이 김일성장군이였어요. 그래 이제는 내 말을 믿으시겠나요? 나는 옹근 보름만에 집에 돌아왔어요. 그런데 그후에도 박원식이라는 그 군대가 며칠에 한번씩은 꼭 찾아와서 아이몸은 어떤가, 아버지소식은 없는가, 먹을것은 떨어지지 않았는가 하고 문안을 합디다. 그때 나한테 장군님의 말씀을 전해주었어요. <실망하지 말고 기다리시오. 양춘만기사는 꼭 돌아옵니다. 여기는 처자가 있고 제가 땀흘려 만들어놓은 강철로가 있습니다. 꼭 옵니다.> 이렇게 말씀하셨다는거예요. 난 그 말씀을 믿고 오늘까지 기다렸어요. 당신이 3달이 아니라 3년, 30년을 지체한대도 나는 기다렸을겁니다.》 미숙이는 소매자락으로 눈굽을 찍어내였다. 여태 참고참았던 격정이 가슴을 채우고 넘쳐나는것이다. 비록 3달이긴 하지만 수십년에 맞먹는 곡절을 겪었고 너무나 극단한 감정체험을 하였기때문에 그것을 상기하는것만으로도 온몸이 통채로 흔들리였다. 한편 양춘만은 빚어세운듯이 꼿꼿이 앉아서 장군님의 초상을 이윽토록 쳐다보고있다가 방바닥에 털썩 쓰러지였다. 그는 몸을 비틀어짜면서 머리를 방바닥에 사정없이 굴리였다. 두손으로 머리를 싸쥐고 이발을 굳게 다물었다. 무어라고 연방 중얼거렸지만 옆에서도 알아들을수가 없었다. 다만 이따금씩 《장군님!》하기도 하고 《못난 인테리》 또는 《용서》 이런 토막난 말마디들이 방바닥에 흩어질뿐이였다. 양춘만은 자기가 지금 어떤 몸가짐을 하고있으며 무엇을 생각하고있는지 알지 못하였다. 다만 그가 의식한것은 그의 시야를 꽉 채우는 장군님의 영상앞에 엎드려 사죄하고싶은 생각뿐이였다. 너무나도 갑자기 거꾸로 서는것이다. 모든 잠재의식이 졸지에 뒤집히고만것이였다. 인생관이라고도 할수 있고 생존방식이라고도 할수 있으며 처세술이라고도 할수 있는 그 분야에서 양춘만은 결코 미련하지 않았고 어리석지 않았으며 치졸하지도 않았다. 다만 그의 약점이라면 약점일수 있는 우유부단성과 타산의 다면성이 얼마간 있을뿐 그는 명석한 판단과 랭철한 리성을 가지고 결코 덤비는 일이 없이 침착하게 앞날을 내다보았으며 자기 방위를 항상 정확하게 판정하고 행동했었다. 때문에 그의 결심은 생의 단 한걸음을 내떼는 경우에 있어서도 언제나 면밀하게 타산된것이였기때문에 그 각도나 방법을 얼마만이라도 수정하게 되는 경우에는 자기의 온 리성을 흔들어놓지 않으면 안되였다. 하물며 그것이 반대의 경우, 우가 아래로 되여야 하고 결합과 분리가 순서바꿈을 해야 하는것과 같은 경우에는 참으로 생명을 내댈만한 용감성이 필요하였으며 그의 재생이거나 새 출발과 같은 과단성이 요구되였다. 이것은 한생이 걸리거나 아니면 적어도 몇해는 걸리는 축적과정이 있어야 하였다. 그러나 지금 그는 이 론리에서 완전히 벗어나 주저함이 없이 계산도 필요없이 체면과 처지에 대한 고려도 없이 장군님앞에 머리를 숙이였다. 《아! 장군님!》 그는 고개를 번쩍 들고 다시 그이의 영상을 우러르고있다. 《이 죄많은 인간을 용서해주십시오. 저를 옳은 길로 이끌어주기 위해 박원식이 서울까지 찾아왔는데 저는 그를 속였고 배신하였습니다.》 그는 방바닥을 두드리며 이러루한 푸념을 거듭하였다. 날이 밝아 방안이 환해졌다. 장군님의 영상이 더욱더 뚜렷이 안겨왔다. 그이께서는 손을 높이 쳐드시고 《어서! 여기로 오라!》하고 부르고계시는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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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위에서 계속)
그러나 그는 입술을 씹으면서 참고 견딘다. 다리는 불덩이처럼 달아오르고 온몸으로 찌륵찌륵 아픔이 뻗어나간다. 물초롱을 든 팔이 떨리더니 그다음에는 성한 다리가 뻣뻣해지면서 하늘이 빙그르르 돌았다. 박원식은 통나무 자빠지듯 맨땅에 쓰러졌다. 얼굴을 땅에 박은채 인차 쳐들지 못하는데 물이 온몸을 적시였다. 어느 한 청년이 달려와 그를 부축해 일으켰다.
《동무는 힘이 진했소. 좀 쉬오.》
청년은 앞자락을 쥐여짜주면서 돌등에 앉아있으라고 하였다.
《아니 힘이 진한것이 아니요. 돌에 발이 걸채였소. 에익.》
박원식은 고개를 흔들며 웃었다. 그러나 얼굴에는 웃음이 아니라 고통을 참는 모지름이 그려졌다.
《아니 이거, 바지에 피가, 이게 웬거요. 다쳤구만요.》
청년은 당황해하면서 가랭이를 걷어올리였다. 우에서부터 발뒤축까지 뻘겋게 되였다.
《일없소. 거기에 그러루한 구멍이 하나 있소. 동무, 날 버려두고 빨리 물을 길으시오. 자 어서.》
박원식은 청년의 등을 떠밀었다. 사연을 알수 없었던 청년은 두세번 뒤를 돌아다보며 물초롱을 들고 철뚝으로 올라갔다. 박원식은 초롱을 집어들고 강가로 되돌아내려갔다. 한걸음 옮기재도 칼로 다리를 도려내는것 같은 통세가 났다. 그러나 자기가 주저앉고나면 군중들이 흩어질것 같아 그는 이를 사려물고 구령을 쳤다.
《앞으로! 하나, 둘.》 입술을 씹어 딸기즙같은것이 턱으로 흘러내리였다. 《또 하나, 둘.》 신바닥에 꿀쩍꿀쩍 피가 고여올랐다.
《여러분! 잠간이면 됩니다. 기운을 내시오.》
한쪽손을 머리우에 쳐들고 고함을 질렀다. 몸은 부서지는것 같았다. 그러나 기차손님을 선동해서 반동들과 맞서 싸운다는것은 매우 통쾌한 일이였다.
《자! 벌써 절반 찼습니다. 제꺽 30분만 더 하면 되겠습니다.》
군중들도 기세가 올랐다. 참으로 막연하던것이 그래도 앞이 보이게 되니 통쾌하였다. 무작정 차가 못가고보면 사실 큰 고생을 살것이였는데 요행 패기있는 한 젊은이의 발기로 급한 목을 피하게 되였다.
《그 젊은이가 인재는 인재로다. 해방이 되니 여기저기서 제갈량이 뛰쳐나오는판이야.》
《그러기다 꿀벌들도 왕벌을 중심으로 뭉친다는거요.》
《알고보면 아무것도 아닌 수수께끼요. 1 000초롱의 물이니 100명이서 10초롱씩이라는 계산이지.》
탕크에 물이 차넘칠 때 사람들은 손을 들어 만세를 소리높이 불렀다.
렬차는 이미 예정한것보다 약간 늦어서 낮 1시 30분에 기적소리를 요란하게 울리면서 구내를 벗어져나갔다. 손님대접을 받을수 없었던 승객들이 방통우에 아무렇게나 앉은채로 《해방덕에 별일을 다 당해본다.》하며 아무데나 대고 모두 손을 흔들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