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빛나는 아침 17 > 통일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통일게시판

장편소설 빛나는 아침 17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강산
댓글 1건 조회 4,946회 작성일 20-06-16 20:17

본문

01.jpg

제 5 장
 

1

 

자동차가 급정거하는바람에 김일성동지께서는 흠칫 놀라시였다. 앞을 꽉 막아선것은 장작을 높이 올린 달구지였는데 자동차를 만나게 된 황소란놈이 엉겁결에 길한복판으로 들어섰던것이다. 차창으로 내다보니 팔동교어구이다. 그이께서는 앞으로 숙여진 중절모를 바로잡고나서 옷소매를 들어보시였다. 팔목시계는 8시를 가리키고있었다. 어느새 30분이 지나갔다. 집무실에서 밤을 새고 조반전에 대동군 농촌마을을 몇개 돌아보신것이다. 농민들은 한결같이 3. 7제가 좋다고 하였다. 그러면 이제 전반적인 농민운동의 구호로서 3. 7제를 제기해도 무방할것이였다. 그러나 역시 문제는 공업형편이며 당면하게는 철도운수를 푸는것이다. 그렇기때문에 박원식을 파견하시였고 최근에는 김책이도 당분간 거기에 붙어있게 하시였다.

우선 오늘 첫 시간에는 김책을 만나 철도형편을 들어보아야 하시였다. 그이께서는 며칠전 공업전문학교마당에서 기관구에 다닌다는 로동자가 들려준 이야기를 김책에게 알려주시였던것이다. 역시 평양철도는 복잡하였고 지어 불순한 공기마저 떠돌고있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어데까지나 일시적대책이고 궁극에는 인재문제를 해결하는 그때에 가서야 정상상태에 들어서게 될것이다.

자동차는 급히 달려 잠시동안에 보통벌을 지나 창광산언덕을 끼고돌았다. 한반쯤 열어놓은 차창으로는 가을날 선기를 한껏 머금은 쌀쌀한 아침바람이 불어오면서 기분을 상쾌하게 하였다. 거리에는 벌써 사람들이 많이 나와있었다. 아카시아가 우거진 고개를 넘어서니 인차 조직위원회청사가 나졌다.

차가 정문안에 들어서자

《좀 세우시오.》하고 그이께서는 운전수쪽으로 손을 들어보이시였다. 차가 멎자 그이께서는 금방 앞서 걸어가고있는 오기섭을 부르시였다. 함흥, 흥남-지구에 파견하였던 오기섭이 돌아온것이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신 그이께서는 건강이 어떤가부터 물으시였다. 벌써 감기에 자주 걸린다는것을 아신 그이께서는 헐치 않은 기차려행에 대해서 걱정하시였다. 하지만 오기섭은 명랑한 기분으로 무사히 다녀왔다는것과 정작 가고보니 매우 필요한, 그러면서도 적절한 시기의 려행이였다고 하였다. 그이께서는 인차 집무실에 들어가시여 오기섭이와 마주앉으시였다.

오기섭은 전에없이 약간 긴장하고 정색한 낯을 지었다. 적절한 비유와 경구가 어렵지 않게 나오고 언제나 해학이 있고 명랑하던 그는 탁자우에 문건을 펼쳐놓으며 될수록 정중해지려고 애쓰고있었다. 그러나 꺼슬꺼슬하니 자란 턱수염이나 항상 열어제껴놓은 앞섶 그리고 구두약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코등이 허옇게 된 가죽장화, 여하튼 전체적으로 보아 몸치장에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고있다는 점에서는 전이나 아무런 다름이 없었다. 다만 변화가 있다면 더웠을 때는 노타이샤쯔를 입었던것이 선기가 난 지금에는 검은색 잠바로 바뀌였다는것뿐이다.

《기일이 박해서 잘되지는 못했습니다만 중요대상은 대체로 알수 있게 종합되였습니다. 인테리라고 할만한 대상이 10명정도 있고 최대한으로 폭을 넓혀서 열다섯을 넘지 못합니다.》

이렇게 서두를 떼고나서 매개인당으로 설명하였다. 일단 명단에 실린 대상을 다 더듬고나서 의자에 앉으며 실망할수밖에 없다는 난처한 기색을 보이였다.

《그러니까 오기섭동무 생각에는 여기있는 10명이 모두 믿음성이 덜하다는것입니까?》

김일성동지께서는 하나하나 표시해나가던 연필을 놓으시며 오기섭이쪽으로 고개를 돌리시였다.

《결국 결론이 그렇게 됩니다만 저는 이렇다저렇다 평가를 앞세우기전에 먼저 실태를 그대로 반영하고싶었습니다.》

《알만합니다. 우선 먼저 동무의 의견부터 충분히 들어보도록 합시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 어떤 미묘한 감정선이 흐르고있다는것을 예민하게 감촉하시고 자연스럽게 담화를 심화시켜나가시였다. 오기섭이 낯을 찌프릴만치 혐오를 느끼고있는 문제는 10명의 대상이 모두 일제의 식민지정책에 너무 깊이 빠져들어간 대상이라는 점이다.

《주지하는바와 같이》하고 오기섭은 침착하게 설명을 첨부하였다. 종주국은 식민지의 《머리》를 없애치우기 위해 우민화정책을 쓰는 한편 상류층의 재능있는 《머리》를 선발해서 동화시키는 방법을 쓰게 되는데 바로 그 10명이 그 대상으로 되였다는것이다. 10명, 그들은 일반적으로 모두 뛰여난 두뇌를 가지고있으며 부유한 중류급 이상의 자산계층으로서 완전히 종주국자산층과 리해관계가 일치하다. 그와 동시에 이들은 조선이라는것을 낚기 위한 일제의 미끼를 너무 깊이 삼켰기때문에 그 민지에서 벗어날수 없게 되였다. 현재 우리를 따라오겠다는 동향을 보이고있는것은 인테리들이 가지고있는 본성에 의한것으로서 자기들의 생존에 유리한 편으로 가담하려는 의도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이와 같은 일반적론리를 피력하고나서 오기섭은 하얀 수건을 꺼내 입에 대고 밭은 기침을 하였다.

《양춘만은 할빈대학 공과 최우등생입니다. 그의 집은 룡강에 있는데 약 10정보에 달하는 토지를 소유하고있습니다. 해방이 되자 그는 자신이 자기를 일제의 운명과 유착된것으로 인정하고 행처를 감추었는데 필연코 그는 서울에 갔을것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기대할것이 없었습니다. 다음은 평양곡산공장에 있던 오한민인데 그는 교또대학출신으로서 뛰여난 재능이 있다고 합니다. 미국인이 하바드대학에 추천해서 1달후에 떠난다고 하다가 전쟁이 발발하여 눌러있었습니다. 집은 서울 종로 대포목상인데 이도 행방을 알 길이 없습니다. 여기서도 우리는 기대할수 있는 근거를 찾을수 없었습니다.》

오기섭은 이런 식으로 9명을 하나하나 설명하였는데 판에 박은듯이 똑같은 결구로 《여기서 우리가 무엇을 기대할수 있겠는가?》하고 수사학적의문을 붙이는 방법으로 자기 의견에 력점을 찍어두군 하였다. 맨나중에 약간 어색한 낯을 짓고 그러면서도 거침없이 《김책동무가 크게 믿고있는》하고 전제한 다음 다른것보다 좀더 상세히 최준걸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경성제국대학 하면 조선에 유일한 관제대학입니다. 때문에 저들에 의해 그 관문이 극히 좁혀진것인데 거기에 최준걸이 들어갔다는 그 자체만으로서도 우리는 그의 친일경향을 충분히 엿볼수 있습니다.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그를 일제는 충실한 수족으로 만들기 위해 만주 장춘근교 모 광업연구소에 파견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중국의 경제적명맥을 장악하기 위한 연구사업에 참가시켰습니다. 그후 관동군을 무장시키고 일본에 투입할 철광석이 다량 요구되여 무산에 보냈고 또 다음에는 병기공업에 쓰이는 중석광생산에 밀어넣었습니다.》

오기섭은 초조한 빛을 보이면서 계속하였다.

《그러나 이 하나하나의 자료가 아무리 불쾌한것이라 해도 그자체에 대해서는 우리가 탓할것이 못된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 의사와 관계없이 이루어진 실태이기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사실대로 알고있으면 됩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을 둘러싸고 세우게 되는 우리들의 견해이며 동시에 그들에 대한 우리의 립장문제입니다.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나는 김일성동지를 믿는외에 아무데도 의존할데가 없습니다. 다시말해서 한생을 역경에서 보내다보니 친지도 동지도 없고 오직 맑스-레닌주의에 의탁할뿐입니다. 그런데 요새 나는 맑스와 엥겔스가 창건한 브류쎌민주주의협회에서 부르죠아급진주의대표와 사회주의적로동자대표들이 만나군 하던 그런 장면을 련상하게 됩니다.》하고 그는 랭랭한 표정을 짓고 구체적인 실례를 들었다.

《김책동무는 나와 만나기만 하면 언제나 의견이 상반되는데 그것이 호상 충분한 납득이 없이 헤여지게 됩니다. 그러나 김책동무는 자기 주관에 의해 사람문제를 처리하고있습니다. 처음에 시작된것은 최준걸인데 나는 앞서 말한 그런 근거에 의해 그를 경제정책작성에 참가시키거나 그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고 거듭 주장하였습니다. 그런데 현재까지 최준걸은 경제문제에서 중요한 의견을 내고있는 사람입니다. 또 김책은 그의 의견에 자주 동의하고있습니다. 이것을 저는 묵인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몇개의 기간부문 공장에 파견한 기술자를 보면 그 실태를 잘 알수 있습니다. 최준걸이 신통히도 자기자신과 어슷비슷한 대상들을 추천하였는데 가령 흥남비료공장에 나간 강병철이나 본궁화학의 원시범이 그렇습니다. 평양철도국에 있는 한명구도 그런 류형이라고 보아야 할것입니다. 또 요새 보면 공업전문학교를 내온다고 하면서 여기저기서 그러루한 인물을 분별없이 끌어들이고있습니다. 특히 그와 융합되기 어려울만치 서로 견해가 다르다는것은 얼마전에 있은 중요공장기업소 책임자들과의 협의회석상에서 나타났습니다. 나는 공장기업소를 복구하고 하루빨리 정상조업으로 넘어가게 하는데 있어서도 반드시 견지해야 할것은 경제, 거기에 우리의 계급성을 똑똑히 세우는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경제라고 해서 일제가 만든 공장에 그때의 기술자나 관리일군을 이전 그대로 들여앉힌다면 그것은 결국 정치령역에서 돌이킬수 없는 우경적후과를 남기게 될것입니다. 때문에 나는 기술자들이나 관리인원가운데서 일제에게 복무한자들을 철저히 제거해야 한다는것입니다. 그런데 김책동무는 그것을 전면적으로 반대하고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친일적인 요소가 없어질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우리의 경제도 없어질것이라고 주장하고있습니다.》

오기섭의 검실검실하던 얼굴이 불그스레해졌다. 그렇게 될수록 더욱더 침착해지고 률동적인 억양은 그의 심리적파동을 타고나가면서 정연한 론리에 최대의 효과를 부여하였다.

《이렇게 계속 나간다면》하고 오기섭은 붉어진 얼굴을 천천히 들고 여직까지 펼쳐놓은 자기 견해를 한점에다 결속짓는데로 끌고갔다.

《우리 공장기업소를 통털어 일제를 대신한 친일분자들의 손에 넘겨주는것으로 될것이며 필경 우리 당은 그들이 조성한 경제적난관으로 해서 커다란 암초에 봉착하게 될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우리는 계급적선에서 우경적편향으로 나가는것으로 됩니다.》

매우 리지적으로 빛나던 오기섭의 시선은 차츰 더 랭철해져서 자기 의견에 확신성을 나타내였다. 무엇인가 더 미홉한점이 있어 잠간 망설이는것 같았는데 인차 평온한 기분으로 돌아왔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담배를 한껏 빨았다가 길게 내부시였다. 정적이 깃든 방안에 주항라같은 투명한 연기가 천천히 감돌아 석양이 비낀 창가로 흘러가고있었다. 잠간 생각에 잠기시였던 그이께서 드디여 말씀을 시작하시였다.

《그동안 수고했습니다. 오기섭동무의 의견을 들어보면 이 문제를 놓고 많이 사색했다는것을 알수 있습니다. 또 문제제기가 적극적이고 솔직해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견을 말하지 않고 속에 꿍지고 계속 가지고있었다면 사업에 큰 지장을 줄수 있을것입니다.》

오기섭은 대바람에 온몸이 싸늘해질만치 긴장해짐을 느끼였다.

그는 김일성동지께서 즉석에서 《동무의 의견이 옳소.》한다든지 《동무의 의견은 부당하다고 생각되는데》하시는것이 아니라 그 리치를 엄정하게 따져보실것으로 짐작되였기때문이다. 1달 되나마나한 사이에 접촉해본데 의하더래도 그렇고 또 문제자체가 당의 전략적계선에서 넘나드는것이기때문에 그러하였다 《그런데 오기섭동무!》하고 그이께서는 나직한 음성으로 그러나 매우 친근하면서도 존엄이 느껴지게 부르시였다.

《이 10명, 폭을 넓혀서 15명미만인 이들을 동무가 직접 다 만나보았습니까?》

그것은 뜻밖이였다. 순간에 입이 딱 얼어붙는것 같았다. 계급선상에 놓고 인간의 처지와 사상적지향같은것을 론의하게 된다면 고전가들의 임의의 견해나 저술까지도 자유롭게 인용 분석할수 있었는데 이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그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하고 오기섭은 침착해지려고 애쓰면서 그이의 안색을 살피였다.

그이께서는 별치 않은 물음에 정도이상 긴장하고있는데 대해 감촉하시였던지 상체를 뒤로 제끼며 부드럽고 너그러운 웃음을 지으시였다.

《오기섭동무, 자연스럽게 의견을 나눕시다. 일문일답식이니까 자연 서로 딱딱해지는것 같은데…》

기분을 전환시킬 여유를 주기 위해 그러시는지 그이께서는 자리를 떠서 창문을 약간 틔워놓고 란초꽃이 피기 시작한 화분을 해가 잘 드는쪽으로 옮겨놓으신 다음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앉으시였다.

《명단에 있는 대상을 다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전형적인 인물을 하나 만났습니다. 이 명단 네번째에 적힌 안동권이라는 경성제국대학 교수입니다.》

오기섭은 한결 기분이 완화되여 손과 몸으로 형용까지 해보이면서 명쾌한 어조로 말하였다.

《물리학에 권위가 있다는데 환갑이 넘었고 몸이 매우 허약합니다. 교수는 우리 공업전문학교에 자기가 가지고있던 도서를 약 2 000권 기증해왔습니다. 그러나 직접 교단에 나설것을 권고하니 재차 더 권고하지 못하도록 딱 자릅니다. 령리하고 명석한데 성격은 칼날입니다. 자기 입으로도 아니 하고 한번 결심하면 그것이 다라고 하는 정도입니다. 짐작컨데 그는 공산주의리념에 극도의 반감을 가지고있는것 같습니다. 김책동무가 여러번 찾아갔는데 매번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계급적토대로 보면 여기 미림벌에 20정보이상 토지를 가진 지주의 장남인데 80객의 부친이 아직 거기에 살아있다고 합니다.》

잠간 중단하였을 때 그이께서 물으시였다.

《그한테 우리와 함께 건국사업에 나서도록 권고하고 설복해보았습니까?》

《그것이 바로 문제입니다. 안동권자신이 하는 말이 자기한테 어떤 리념이나 정치에 대해서 권고하거나 해설하지 말아달라고 합니다.》

《그렇다?》

《그래 다시는 만날 생각이 없었고 그를 미루어보아 조선의 인테리라는것에 대해서 크게 기대할것이 못된다고 보았습니다.》

잠시 침묵이 계속되였을 때 그이께서는 오기섭의 조급하고 실무적이며 겸해 부문과 전체를 가려보려고 하지 않는 이그러진 심리가 리해되지 않아 고개를 가로 저으시다가 또 물으시였다.

《그것은 그렇다치고 이 명단을 보면 남조선에 있는 대상은 제외되였는데 그것은 무엇때문입니까?》

이에 대해서도 즉석에서 원만한 대답을 할수 없었다. 그래 그는 잠간 주저하다가 대답하였다.

《남조선의 대상인원은 우선 깊이 료해할 방도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하자면 누가 가야 하고 상당한정도 시간이 걸려야 할것입니다. 또 다른 리유는 그렇게 해봤대야 우리가 사업할만한 신통한 대상이 없다는것입니다.》

《신통한 대상이 없다구요?》

그이께서는 눈섭을 치켜올리고 의아쩍은 시선으로 오기섭을 잠간 쳐다보시더니 명단용지를 앞으로 밀어내놓으시였다.

《리해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지금 떠오르는것만 해도 무시할 정도는 아닌데 이상합니다. <림꺽정>을 쓴 작가 홍명희라든지 합성섬유를 처음 발명한 리영기, 그리고 <조선경제사>를 쓴 백남운이 또 동경제대출신 조선전문가도 있습니다. 일본사람들이 처음으로 박사칭호를 준 공학자도 있고 수학전문가도 있습니다. 이밖에도 의학부문, 교육부문에도 더 있고 문학, 예술, 체육 부문에도 유능한 사람들이 있을것입니다.》

《저는 그런것을 잘 알지 못했습니다.》

《몰랐다면 이제부터라도 더 알아보아야 할것입니다. 그런데 벌써부터 우리가 남조선을 무시하거나 제외해서는 안됩니다. 어데까지나 우리는 모든점에서 북과 남 전체를 차별없이 대상해야 합니다.》

《물론 저도 그것을 생각안한것은 아니지만…》

《오기섭동무!》

하고 그이께서는 근엄한 음성으로 저편의 말을 중단시키시였다. 건마다 해당한 리유가 있기는 하나 거기서 인간을 감화시킬만한 추호의 온기도 느끼실수 없었다.

《동무생각엔 어떻습니까? 이것은 정말 눈물이 날만치 서글프고 처량한 이야기가 아닙니까. 그래도 한개 나라, 한개의 민족인데 과학자, 기술자가 천이나 만으로 세지는 못한다 해도 다문 몇백은 되여야 할것이 아닙니까. 그런데 10명이라니 이건 너무하지 않소. 참말 복통이 터질노릇입니다. 아무리 제국주의통치가 가혹하다 해도 이건 너무하오. 그런데 동무는 그 10명마저도 다 만나보지 않았습니다. 또 남조선은 셈에 넣지도 않았고.》

어떻게나 그이의 말씀이 사리에 맞고 그러면서도 뜨겁고 절절하였던지 랭철하였던 오기섭이의 시선은 멎을데를 못찾고 방황하기 시작하였다.

그이께서는 단호하게 결심을 내리시였다. 먼저번 이 문제를 놓고 협의를 할 때도 그는 미묘한 감정을 내비친적이 있었고 또 그 이후에도 인테리문제에서 매우 편협하고 좌경적인것을 자주 보였기때문에 그이께서는 기왕 이야기를 시작한 기회에 낱낱이 털어놓아야겠다고 다짐하시였다.

《참말 이것은 언어도단입니다. 단 10명밖에 없다는 이것은 사실상 전혀 없는 0보다 더 슬픈 수자라고 봅니다. 그런데 동무는 그것마저도 만나지 않았다니 어떻게 그렇게 할수 있습니까. 산 사람을 만나지도 않고 어떻게 그들의 운명을 여기서 론의할수 있는가말입니다. 그들은 이국만리에 있는것도 아니고 또 그 어떤 건드릴수 없는 위험계선안에 들어있는것도 아닙니다. 우리곁에 있고 우리를 붙잡고 따라오겠다는 사람들입니다.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고 우리가 그런 얼음장같은 랭랭한 가슴을 가지고있으면 사람들이 따라오지도 않을것이며 설사 따라오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따뜻이 안아줄수 없는것입니다. 또 동무가 말하는 인테리에 대한 리론적 계급적견해를 따져봅시다. 저번날도 우리가 말했지만 인테리를 어떻게 대하는가 하는 문제는 우리 혁명의 생명선을 어떻게 장악하는가 하는데 관한 문제입니다. 당도 있고 정권도 있다, 그러나 인테리는 다 청산해치워서 경제는 마비되고 따라서 먹을것, 입을것이 없다, 문화도 없고 예술도 없다, 태반이 문맹자이고 질병에 허덕인다, 이런 혁명을 도대체 누가 찬성하며 이렇게 만드는 당을 누가 따라오겠습니까.》

김일성동지께서는 단도직입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표명하시였다.

제기된 문제자체도 그렇고 에둘지 않고 투철하고 솔직하게 대화를 끌고나가야 하시였다. 오기섭이 인용한 실례들가운데서 그중 중시해야 할것은 방금 성대교수 안동권과 같은 대상에 대한 태도였다. 시간이 갈수록 더욱더 열정에 북받치신 김일성동지께서는 오기섭을 그윽한 눈길로 쳐다보면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어디 대답해보시오. 오기섭동무가 공장을 직접 돌릴수 있습니까? 물론 불가능합니다. 또한 우리가 인테리를 귀중히 여기는것은 그들이 물질적부를 생산하는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는 사정도 있지만 그보다는 사회성원의 중요부분인 그들을 온갖 낡은 처지의 영향에서 종국적으로 해방시키자는데 있습니다. 그들은 현재 일제에게 얽매였던 처지에서는 해방되였지만 그들이 가지고있던 부르죠아적이며 개인리기주의적인 사상은 그대로 가지고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이끌어서 애국적이고 혁명적인 길에 들어서도록 해야지 그들을 배척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이른바 그 리론이나 계급투쟁을 위해서 인테리를 모두다 청산해치우고 맨주먹으로 앉아 공담만 하는데 빠지지 말아야 합니다.》

무게있게 내대시는 이 한마디 한마디의 말씀은 저편의 페부를 사정없이 찌르는듯 하였다. 드디여 오기섭은 고개를 떨구었다. 하지만 그이께서는 더욱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시였다.

《동무가 료해했다는 자료자체에 대해서 말한다면 그것은 정확하고 구체적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완전히 일면에 치우쳤습니다. 다시말해서 나쁜 측면만 긁어모았습니다. 그들은 모두 일제에게 복무했지만 일제의 차별대우와 민족적멸시를 몸서리칠만치 당했습니다. 때문에 일제에 대한 반감이 강합니다. 그리고 인간은 과거가 중요한것이 아니라 결정적인것은 오늘 현재이고 그들의 각오가 아니겠습니까. 부유한 가정출신, 그것이 본인의 죄로 될수는 없잖습니까. 왜 그런가 하면 인간은 자기가 세상에 태여났다는 그자체를 책임질수 없습니다. 그리고 부유한 가정이 있었기에 그들은 일제통치하에서 과학과 기술을 소유할수 있었고 인테리가 되였던것입니다. 문제는 거기에 있는것이 아니라 그들이 오늘 누구를 위해 복무하는가 하는데 있는것입니다. 설사 과거에 일제에게 복무했다 해도 과거를 뉘우치고 우리와 함께 나가겠다면 되였지 거기에 무슨 우려나 의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까. 그와 반대로 저쪽으로 달아나겠다고 해도 우리는 그를 붙잡아 돌려세워야 하는것입니다. 먼저 정치공작원들과의 협의회때도 말했지만 그것이 곧 정치입니다. 동무가 말한 강선제강소 양춘만이와 같은 사람도 그렇습니다. 그는 스스로 겁을 먹고 도망쳤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를 찾아다 우리 사람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성대 교수라는 안동권에 대해서도 그렇게 말할수 있습니다. 그는 우리의 권고와 초청을 거절합니다. 그러나 그는 수천권의 책을 자발적으로 기증했습니다. 또 흥남에 간 2명의 기술자들도 자진해서 공장에 들어갔습니다. 로동자나 농민은 그들의 처지에 의해 우리를 따라오기마련이지만 인테리는 그들의 처지에 의해 어간에서 눈치를 보다가 그냥 내버려두면 다 적측으로 넘어갑니다. 짐작키 어렵지 않습니다. 적들은 우리를 따라오는 인테리들까지 온갖 회유와 기만 공갈로써 뒤덜미를 잡아끌어가려고 할것입니다. 재삼 강조하지만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인테리문제가 적들과의 치렬한 계급투쟁선상에 놓여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현재 우리앞에 막아선 애로와 난관이 천만가지로 셀수 있는데 그 원인의 원인은 인재에 대한 난관에서 찾아야 한다고 일치하게 합의하지 않았습니까. 우리는 이 하나의 목표를 과감하게 돌파해야 합니다. 첫째도 인재, 둘째도 인재, 셋째도 인재입니다.》

온 얼굴에 땀이 한벌 내돋힌 그이께서는 팔을 벌려 부쩍 포옹하는 시늉을 하시는가 하면 또 어떤 때는 한쪽 손을 엇가로 쳐드시면서 적측으로 내뺀다는것을 표현하기도 하시였다. 그러신후에 그이께서는 주먹으로 책상을 울리시면서 단호하게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는 결의도 표명하시였다.

이런 식으로 그이께서는 자신의 립장을 밝히거나 상대방의 결함을 지적하는데 그치는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충분히 납득이 가게 절절하게 해석을 가하시였다. 때문에 이미부터 서로 알고있는것도 반복하게 되고 또 어떤 중요한 문제점에서는 날카롭게 지적하는 식으로 대화가 진행되였다.

오기섭은 드놀지 않는 확고한 론거를 세워서 주장해오던 당초의 견해를 완전히 무너뜨리고말았다. 그렇게 되자 그는 홀연 허무한 감정에 잠겨들어갔다. 단 한마디도 론박할것이 없었고 수긍되지 않는것이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하나의 근본적의문은 지워지지 않았을뿐만아니라 차츰 더 가슴을 꽉 채울만치 확대되여나갔다.

《한가지 묻겠습니다. 딴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라 저의 리해를 깊이 하기 위해서입니다. 바로 그와 같은 모든것이 무엇에 의해 담보되는가 하는것입니다.》

《옳습니다. 그것이 중요합니다.》하고 그이께서는 더한층 신중한 안색을 지으시며 의자를 한걸음 당겨놓고 나앉으시였다. 이때 그이의 안색에는 <옳소, 당신은 요진통을 찔렀소. 그것을 간파했더라면 여직까지의 론의는 완전히 공담으로 될번하였소.>라는 내심이 력력히 어려있었다. 그이께서는 고도로 긴장된 오기섭의 얼굴을 쳐다보시면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동무가 그것을 모르고 지난다면 인테리일방에 대한것은 알수 있지만 그들을 상대로 하는 우리의 립장에 대해서는 전혀 리해할수 없습니다. 우리는 식민지인테리인 그들이 혁명의 편에 서서 잘 나갈수 있다고 보는 담보가 오직 하나 있는데 그것은 우리가 그들을 믿고 그들을 아끼고 사랑하는것입니다.》

《믿는단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믿습니다.》

오기섭의 얼떠름해진 얼굴에는 너무나 자주 들을수 있었고 또 너무나 평범한 대답으로 해서 놀라는 기색이 완연하였다. 정도이상 일반적이고 범박한것이여서 거기에 어떤 심각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사색에 응용할만한 여지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이께서는 (그렇다. 단순하고 평범한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은 근본적인것이며 기탄없는것이며 솔직하고 변함이 없는것이다.)라는 내심을 오직 자신만만한 미소를 띤 얼굴로만 표현하고계시였다. 이윽해서 그이께서는 어성을 좀 낮추어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우리는 총을 들고 오래동안 일제와 싸웠습니다. 그것을 통해서 우리는 하나의 리치를 터득한것이 있습니다.》

그이께서는 오기섭이 앞으로 또 한걸음 의자를 당겨앉으시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우리는 그때 일제와 싸우겠다고 하는 사람은 그것이 누구이든 관계없이 손잡고 함께 싸웠습니다. 첫날부터 한가마밥을 먹고 막안에서 잠을 자고 똑같은 총과 탄약을 들려주었습니다. 정권도 없고 법령도 없고 감옥도 없었습니다. 권력으로 강박할수도 없었고 향락을 가지고 유혹시킬만한것도 없었습니다. 단 몇걸음만 나서면 적진입니다. 아무때고 혁명이 싫으면 넘어갈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한결같이 모두 잘 싸웠습니다. 그가운데 일부는 우리와 함께 돌아오고 많은 사람들은 숨지는 순간까지 자기 지조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무슨 힘이 이렇게 할수 있었는가. 그 견인력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들 호상간에 서로 믿은 동지적관계입니다. 오직 이것이 우리를 단합시켰고 초인간적힘을 발휘하게 했던것입니다. 우리는 혁명의 정황은 달라졌어도 이 리치는 오늘에도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당신네 인테리를 믿는다, 당신들도 우리를 믿으라. 이것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말씀을 중단하시고 오기섭을 쳐다보시였다. 사색이 함뿍 담긴 그이의 시선에서는 더이상 설명이 필요한가고 물으시는듯 하였다.

역시 감각이 예민했던 오기섭은 그이의 팔을 붙잡고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하고 연방 같은 말을 반복하였다.

《그렇습니까. 우리의 견해가 리해되였다니 대단히 좋습니다. 하긴 우리가 벌써 이것을 론의했어야 합니다. 그건 그렇고 한가지 이야기할것이 있습니다. 동무는 아까 부르죠아급진주의대표요 사회주의로동자대표요 하고 표현하였는데 다시는 그렇게 표현해도 안되겠고 또 그런 방식으로 사고해서는 안되겠다는것입니다. 그것은 식을 나타내는데서는 필요할지 모르나 백해무익합니다. 지어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의도를 알만합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 이야기를 이만합시다. 내 생각에는 그 10명을 이제라도 모두 만나보는것이 좋겠습니다. 일을 잘하면 고무도 해주고 잘못 생각하는것이 있으면 리해도 시키고…》

그때 문기척소리가 났다.

김일성동지께서 응대를 하자 키가 꺽두룩한 김책이 《찾았습니까?》하고 들어서는데 그의 얼굴에는 침울한 그늘이 한벌 번져있었다.

《앉으시오. 갔던 일들은 모두 어떻게 됐습니까?》

하고 자리를 권하자 오기섭은 요행 숨가쁜 대목을 면했다는 기분으로 물러나앉았다.

《이것도 역시 오기섭동무의 사업과 련관이 있는것입니다.》하고 손짓을 하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갔던 일이란것은 철도에 있는 한명구의 사업정형을 알아보는것이고 그다음은 이제도 우리가 론의하던 공업전문학교 교원으로 나오게 하자는 성대 교수에 대한 문제입니다. 김책동무가 오늘까지 무려 10번이상 찾아갔었습니다. 그래 오늘은 승낙을 받았습니까?》

《거절당했습니다.》

《거절이라?》

기대가 졸지에 무너지고만것이다. 잠간동안에 침묵이 흘렀다. 이때 오기섭은 앞서 10명의 인테리명단때문에 여지없이 궁지에 빠졌던 자기 처지로부터 자연스럽게 헤여나올만한 정황이 생기지 않나하는 한가닥의 기대가 생겨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좌우를 살피고있었다.

김책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저, 한가지 급한 일이 있습니다.》 하고 제기하였다.

《박원식동무가 돌아왔습니다.》

《아니, 서울에 갔던 박원식이말입니까?》

김일성동지께서는 빛나는 시선을 날리며 반문하시였다.

《그렇습니다. 지금 문밖에서 기다리고있습니다.》

《들어오라고 하시오.》

그때 문켠에 서있던 오기섭이 나갔다가 박원식을 앞세우고 들어왔다.

박원식은 이미 서울차림을 벗어던지고 눈에 익은 그 푸른색 닫긴옷 상하와 검은색 모자를 단정히 쓴채로 군대식 경례를 하였다. 얼굴은 상당한 정도로 수척해보였지만 그의 몸거동은 변함없이 활달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의 손을 잡은채 창가에 놓인 안락의자에까지 끌고가 앉히고 자신께서도 그옆에 자리를 차지하시였다. 그이의 시선은 박원식의 진한 눈섭과 억센 턱 그리고 예리하게 번뜩이고있는 쌍까풀진 눈을 지키고있었다.

《수고했소. 정말 수고했소. 어쩐지 난 이전에 적구에 보낸 공작원들의 소식을 기다리는것처럼 그렇게 줄곧 마음이 쓰이드란말이요. 건강은 어떻소. 그러니 한 둬주일 됐지. 과연 빨리 갔다왔소.》

이렇게 단꺼번에 여러가지의 말씀을 하시는 그이의 심중에는 박원식의 이번 서울공작에 대해서 그만큼 큰 의의를 부여하고계셨다는것이 누구에게나 명백하였다.

김책이도 오기섭이도 그것을 잘 알고있었기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인차 방을 비

댓글목록

profile_image

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위에서 계속)

이런 경우에는 인차 방을 비워주어야 한다는 초보적인 례절마저 잊고 박원식에게서 어떤 대답이 나오겠는가를 기다리고있었다.

《그래 식사는 했소?》

만면에 대견한 웃음을 띠신 그이께서는 마치 몸무게를 가늠이라도 하시는것처럼 어깨를 잡아흔들며 물으시였다.

《네! 금방 먹었습니다.》

《그럼 목욕은 어떻게 됐소. 목욕을 해야 피곤이 인차 풀리는데. 기차가 복잡했겠지.》

《목욕은 밤에 하겠습니다.》 박원식은 약간 침울한 낮을 지으면서 계속하였다. 《갔던 일에 대해서 보고드리겠습니다.》

《피곤하면 차츰 합시다. 난 천천히 들어도 일없소.》

분위기가 이렇게 되자 오기섭이와 김책은 일어나 문께로 나가려고 하였다.

《나가지 말고 같이 들읍시다.》


서비스이용약관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 상단으로


Copyright © 2010 - 2023 www.hanseattle1.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