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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계승자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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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1건 조회 8,157회 작성일 20-08-08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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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김정일동지의 집무실에서는 당중앙위원회 책임일군들과 도당책임비서들의 협의회가 밤늦게까지 계속되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사회주의대건설전투를 힘있게 벌리기 위한 당사업방향과 관련한 예정된 문제토의가 끝난 다음 농촌당조직들의 사업에 대해 덧붙여 강조하시였다. 군당위원회와 리당위원회들이 당원들과 농업근로자들을 다음해 농사차비를 빈틈없이 갖추는데 떨쳐나서도록 조직동원하는 문제, 뜨락또르를 비롯한 농기계들의 리용률을 높여 농촌기술혁명을 다그치는데서 나타나는 일련의 편향적문제를 예리하게 지적하시였다.

《도당책임비서동무들은 농촌당조직들의 사업을 전화나 문건상으로 일반적인 료해와 장악을 할것이 아니라 협동농장에 직접 내려가 농촌당원들, 실농군들과 무릎을 마주하고 실태를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걸린 문제를 풀어나가야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도당책임비서들에게서 줄곧 시선을 떼지 않으시였다.

《내가 료해한데 의하면 관료주의와 형식주의, 전횡과 같은 낡은 사업작풍은 공업지대 도시지구의 당조직들과 일군들에 못지 않게 농촌당조직들과 일군들속에서 우심하게 나타나고있습니다. 이것은 도시와 농촌간의 차이, 로동계급과 농민간의 차이가 남아있는 력사적 시대적환경에 그 원인의 뿌리가 있다고 보아야 할것입니다. 농민들은 아직 로동계급보다 조직성과 혁명성이 약하며 사상의식적으로 뒤떨어진데다가 보수성이 강한것으로 해서 낡은 사업작풍을 소유한 일부 농촌당일군들이 여전히 거접하고 배겨낼수 있는 곳입니다. 앞에서는 당의 농업정책을 해설하고 뒤에서는 리해관계를 내세우고 적당히 넘기는것을 별로 가책스러워하지 않는 농촌당일군들에 대해 도당책임비서동무들이 날카롭게 투쟁을 벌려야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옥천협동농장의 리당비서를 상기하시였지만 평안남도 당책임비서에게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였다. 옥천협동농장 리당비서의 사업과 생활, 그 일군의 정신적, 인간도덕적풍모를 통해 농촌당일군들의 일반적실태를 가늠하고 농촌당사업에서 진실로 전환을 일으키는것이 보다 중요한것이였다.

《오늘날 농촌당사업에서 중시해야 할 문제는 계급진지를 튼튼히 꾸리는것입니다. 지난날 수령님을 받들어 토지개혁과 전시알곡증산운동, 농업협동화운동을 비롯해서 농촌혁명을 앞장에서 수행해온 농민들이 인제는 50, 60고개를 넘어섰습니다. 그대신 오랜 농민들의 자녀들인 새 세대 청년들이 농촌로력구성에서 기본력량을 차지하게 되였습니다. 이런 환경은 농촌에서도 대를 이어 혁명을 계속해나갈데 대한 위대한 수령님의 사상을 관철하기 위한 투쟁을 힘있게 벌려야 한다는것을 말해줍니다. 농민자녀들이 부모들의 뒤를 이어 농업근로자대렬에 들어섰다고 해서 농촌에서 혁명의 대가 저절로 이어지고 계급진지가 꾸려진다는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적지 않은 시간에 걸쳐 새 세대 농촌청년들에 대한 사상교양문제, 수령님께서 내놓으신 사회주의농촌테제관철에로 청년들을 조직동원하는데서 농촌당조직들이 시급히 전개해야 할 문제들에 대해 힘주어 말씀하시였다.

협의회가 끝나고 일군들이 돌아갈 때 그이께서는 석태진을 남으라고 하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집무탁에서 담배갑과 성냥을 집어드시고 긴 쏘파에 나와 앉으시였다. 그리고 서류가방을 든채 무슨 일인가 하고 머뭇거리며 서있는 석태진의 팔소매를 잡아당겨 자신의 곁에 앉히시였다.

《회의가 지루했지요?》

《아닙니다. 당사업에서 해결해야 할 너무도 절박한 문제들이고… 도당책임비서인 저로서 가책되는게 커서… 시간이 이렇게 간걸 몰랐습니다.》

석태진은 서류가방을 안은채 옹색하게 앉아 팔목의 시계를 매만졌다.

그이께서는 석태진에게 담배를 권하고 성냥을 그어 불을 붙여주시였다.

《저녁식사는 했습니까?》

《예, 저희들은 협의회전에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친애하는 지도자동지를 기다리댔습니다.》

《내가 현지에서 늦게 오다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동문 도당책임비서들의 숙소에 가서 자야지요?》

《도에 그냥 갈가 합니다. 할 일이 많아서… 운전사한테도 그렇게 일러두었습니다.》

《이 밤중에?!… 안됩니다. 눈이 많이 와서 령길이 위험합니다. 책임비서동문 기왕 밤을 밝힐 생각인것 같은데 차라리 나하고 여기서 이야기나 나눕시다.》

중키의 미끈한 체격을 가진 일군이 들어와 조용히 말씀올렸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저녁식사를… 너무 늦었습니다.》

《생각이 없소. 차나 갖다주오. 난 옥천마을에서 돌배랑 대접받으면서… 요기를 했소.》

그이께서는 팔짱을 끼고 석태진이쪽에 반쯤 돌아앉으시였다.

석태진은 한모금 빤 담배가치를 오그린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쥐고서 초조하고 미안쩍은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식사도 하시고… 쉬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동무까지 그러는구만. 내 얼굴이 피로해보입니까?》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함경남도와 강원도에서 여러날 밝혔더니 그러는 모양이구만.》

김정일동지께서는 손으로 얼굴을 쓸어만지고 석태진을 안심시키려는듯 밝은 웃음을 지어보이시였다.

《어쩌다 동무를 만났는데… 쉬는거야 뒤로 미뤄야지요. 이제 보니 책임비서동무 얼굴이 많이 축갔습니다. 원래 약한 체질인데… 너무 무리한게 아닙니까? 도당위원회사업이 조련치 않지요?》

《이래뵈도 저는 건강합니다. 인제는 도에 뿌리를 내리고… 사업이 펴나갑니다.》

《그새 석태진동무가 도당위원회를 책임지고 일을 많이 했습니다. 도당위원회와 산하 당조직들이 당의 유일사상체계와 유일적지도체제를 세우는 사업은 물론이고 종전의 재래식 낡은 당사업방법을 버리고 새로운 항일유격대식사업방법으로 전환하는데서도 큰 걸음을 내짚었다고 볼수 있습니다.》

그이의 과분한 치하에 석태진은 열적어하면서도 긍지와 자부심으로 하여 가슴이 뿌듯해졌다.

《남의 손을 빌지 않고 도자체의 힘으로 령산탄광을 개발하고 석탄을 꽝꽝 실어다 때게 된것만 봐도 도의 일군들의 일본새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것을 여실히 말해줍니다.》

《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가르쳐주신대로 했을뿐입니다.》

석태진은 흥분을 누르고 겸손히 대답올렸다. 그의 머리속에는 지난 초가을에 북방의 도에 오시여 겨울용석탄걱정만 하고 앉아있는 일군들의 구태의연한 사업관점을 바로잡아주시고 페갱된 탄광현지에 내려가 혁명적인 일본새로 탄광을 개발해내도록 이끌어주신 지도자동지에 대한 감사의 정이 무둑히 고여올랐다. 참으로 이번 령산탄광개발과정에 석태진은 당사업에서 많은것을 배웠다.

《책임비서동무가 사로청조직을 발동해서 청년돌격대를 무어 탄광개발에 보낸건 참 잘한 일입니다. 청년돌격대가 페갱복구와 령길닦기공사를 맡았댔지요?》

《그렇습니다.》

《청년들이 어려운 모퉁이를 맡아 해제끼며 끓으니 도가 끓고 그래서 탄광개발도 빠른 시일에 끝낸게 아닙니까?》

《그… 렇습니다…》

속마음의 분식을 모르는 석태진은 어정쩡히 대답올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미소를 거두고 그의 얼굴을 유심히 건너다보시였다.

《청년돌격대의 성과에 대한 책임비서동무의 평가가 그닥 시원치 않습니다. 혹시 자신의 외동딸이 그 청년돌격대에서 일했다고 겸손을 피우는게 아닙니까?》

《뭐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실 이번에 도사로청이 조직한 청년돌격대가 일을 많이 하긴 했습니다.》

《어떻게 마지 못해 인정하는것 같구만. 난 책임비서동무가 새로 임명된 도사로청위원장이랑 데리고 청년돌격대원들이 일하는 탄광개발공사장에 나갔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도당위원회가 그렇게 사로청조직을 틀어쥐고 청년사업에 깊은 관심을 돌리니 성과가 있지 않습니까. 내 얼마전에 당중앙위원회 청년사업을 담당한 동무한테 알아보니 이 몇달어간에 도내 청년들속에서 불량행위가 한건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좋은일하기와 아름다운 소행도 다른 도의 청소년들보다 훨씬 많습니다. 도내 청년들의 정신도덕상태가 좋아지고 성장한다는것이 눈에 띄게 알립니다.》

《나이많은 사로청일군들대신 패기있는 젊은 청년일군들로 교체했더니 도내 사로청사업이 당조직이 별로 간참하지 않아도 저절로 잘돼나갑니다.》

석태진의 웃음어린 말에 김정일동지께서도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반가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젊은 사로청일군들은 사업경험도 적고 수준도 낮을것입니다. 일본새에서도 그렇고 품성에서도 부족되는 측면들이 적지 않을것입니다. 늘 깊은 관심을 돌려야 합니다. 젊은 청년일군들이 사로청사업을 대담하고 패기있게 참신하게 벌려나가도록 내세워주고 밀어준다는것이 결코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적지 않은 당일군들은 청년사업을 지도한다고 하면서 열정과 방법론이 없이 사무실에서 전화로 지시나 하고 지도서를 작성해 내려보내는데 그치고있습니다. 사로청사업이 잘 안되면 청년일군이 양기가 죽게 욕설로 대치하거나 아예 사업을 가로타고앉아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일군들도 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밤의 장막이 드리운 창문쪽에 눈길을 던지시였다.

한동안 침묵이 흘러서야 그이께서는 저력있는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우리 당일군들은 청년문제가 혁명위업의 계승과 당의 장래운명을 좌우하는 사활적인 문제라는것을 명심하고 청년사업을 중시해야 합니다. 자기 단위의 실정에 맞게 청년사업을 연구하고 항일유격대식으로 참신하게 일해나가는것이 중요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석태진에게 김이 나는 차를 권하시였다.

《식기전에 드시오. 나는 무엇보다도 우리 당일군들이 청년들속에 깊이 들어가 생활하면서 그들을 고무하고 사업수준이 어린 젊은 청년일군들을 이끌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석태진동무가 좋은 모범을 보였다고 할수 있습니다.》

그이께서는 미소를 머금고 몸둘바를 몰라하는 석태진을 쳐다보시였다.

《도당책임비서동무는 청년돌격대를 조직해서 탄광개발을 하는 과정에 청년사업에 관한 좋은 체험을 하였습니다. 딸까지 청년돌격대에 넣으면서 그 사업에 팔을 걷고 나섰으니까. 난 책임비서동무한테서 도사로청위원장을 데리고 현지 공사장에 갔던 이야기를 듣고싶습니다. 청년돌격대원들과 같이 여러날 침식을 하면서 일하는 과정에 느낀 점들이랑 있겠지요?》

석태진은 차물을 조금 마시고 잔을 내려놓았다. 그는 도사로청조직을 이끌어준 성과와 청년돌격대사업에 대한 자기의 긍지도 별로 의미가 없음을 깨달았다. 그런 감정은 해야 할 이야기에 대한 겉치레와 과장과 분식을 낳을수 있는것이였다. 그는 긴장하고 랭정해져서 지나온 일들을 더듬어보았다. 그는 청년돌격대사업에 대한 지도와 체험을 터놓는 이 자리에서 오직 진실만을 솔직하게 말해야 함을 느끼고있었다.

무언가 나라의 청년사업에 변화를 가져올 새로운 구상을 하시는것 같은 그이의 정신적탐구와 예지의 불길에 한점의 불꽃이라도 보태드리려면 자기 사업의 허점을 감추지 않고 죄다 말씀드릴 때만이 현지에 발을 붙이고있는 도당책임비서로서 자기 지도자에 대한 자세와 관점이 바로선것이다. 그뿐아니라 석태진은 이전에 당중앙위원회 한 부서를 책임지고있을 때부터 지도자동지께서 일군들의 사업실태보고에서 오직 진실을 요구하며 고지식함과 순진성을 가지고 어두운 구석을 숨김없이 낱낱이 터놓는 일군을 신뢰하며 믿고 사랑한다는것을 체득하고있었다.

그래 석태진은 탄광개발지에 보낼 청년돌격대를 조직하는 사업을 나이많은 이전 도사로청위원장이 굼뜨게 진척시킨것을 보고 모질게 닦아세우고 당조직들, 당비서들이 나서서 초급사로청조직들을 제쳐놓고 부랴부랴 청년돌격대를 무어보낸 일을 말씀드리였다. 딸이 스스로 청년돌격대에 자원해서야 자책과 떳떳함을 가지고 도내 일군들부터 자식들을 어려운 곳에 보내야 한다고 내놓고 말할수 있게 된것을 덧붙였다. 청년돌격대를 보내놓고는 그들이 페갱복구와 령길닦기공사를 어느만큼 해나가는지 이따금 전화로 도사로청위원장에게 물어나보았다. 북방의 추운 겨울이 닥쳐서 청년돌격대원들이 언 땅을 정대로 뜯어내고 배고파하고 물자들이 부족하다는것을 생각지 않고있다가 공사장에 가보고야 크게 가책받은 일, 청년돌격대장이 대원들에게 술을 사오게 해서 과음하고 추태를 부려 떼버린 사연, 웃물이 흐린데다가 청년들이 림시적인 관념으로 모이다보니 더구나 규률이 없고 방자하고 란잡한 일들을 빚어냈다는것을 기탄없이 말씀드렸다. 청년돌격대장을 교체하고 대렬을 정비하고 규률을 세웠지만 도대체 청년돌격대의 힘으로 공사를 기한전에 할수 없어서 도내 큰 공장, 기업소들에 분담시켜서야 끝낼수 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도당책임비서가 자기 반성의 각도에서 펼쳐놓은 사업이야기를 주의깊게 들으시였다.

앞차대의 차물은 식은지 오랬다.

그이께서는 쏘파에서 일어나 집무실의 넓다란 공간을 조용히 거니시였다.

그이의 눈앞에는 도당위원회가 진행한 청년사업의 구체적내용의 전모가 펼쳐지고 마치 자신께서 탄광개발공사장에 내려가보신것처럼 청년돌격대의 실태가 방불히 안겨오는것이였다. 길닦기공사도 끝내고 탄광을 살려서 석탄을 실어오는것은 기쁜 일이였지만 청년돌격대가 그것을 원만히 끝내지 못한것이 아쉬우시였다. 그랬더라면 청년돌격대원들의 긍지와 자부심이 얼마나 높았겠는가.

《그래, 공사가 끝나자 청년돌격대는 해산해버렸겠습니다?》

《예, 본직장들에 돌려보냈습니다.》

《총화사업이 있었겠지요?》

《저는… 그 문제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도사로청에서 그동안 청년돌격대원들속에 있었던 긍부정자료를 묶어 해당 공장, 기업소 초급사로청조직들에 통보해준것 같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방가운데서 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서계시였다.

《긍정자료가 통보된 사로청원들은 별문제겠지만 직장에 부정자료가 통보된 청년들은 얼마나 불명예스러워 하겠습니까. 춥고 외진 산골에 가서 두석달동안이나 배곯으며 힘들게 일하고서도 표창이나 수훈은 고사하고 그런 부정적평가의 딱지를 잔등에 붙이고 온것으로 되니 심사가 편안하겠습니까. 잘못에 대한 반성보다도 차라리 돌격대에 나가지 않았을걸 그랬다고 울화를 터칠것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직장에 돌아가서도 침울하고 의기소침해있을 청년들의 모습을 괴롭게 새겨보시였다.

《청년돌격대원들의 결함이란것들이… 사상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수양과 단련이 부족한 어린 청년들이 로동생활에서 저지를수 있는것들인데 돌격대내의 총화사업에서 비판하고 고치는것으로 끝냈을걸 그랬습니다.》

그이께서 속이 내려가지 않아 재삼 말씀하시자 석태진은 바늘방석에 앉은것만 같아 몸을 일으켰다.

《아니, 동문 앉아있소. 난 이렇게 서있는게 좋습니다.》

그이께서는 석태진의 어깨에 손을 얹어 그를 쏘파에 도로 앉히시였다.

석태진은 자책감에 싸여 손을 주물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제 잘못이 큽니다. 애초에 청년돌격대를 탄광개발에 청장년로력이 필요하니 조직한다는 관점으로 도사로청에 과업을 주었고 일을 끝낸 다음에는 해산되는것을 방관시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변명이나 에누리를 하지 않는 석태진의 솔직한 자기비판을 진지하고 너그럽게 들으시였다. 그이께서는 청년돌격대사업에 대한 도당책임비서의 관조적립장이나 경시보다도 그만하면 청년사업을 우선시하고 힘있게 내밀어준 이 일군에게서 생긴 우단점의 객관적측면에 심중한 주의를 돌리시였다.

《아마도 청년돌격대의 사로청조직이 림시조직이니까… 림시관념이 크니까 돌격대원들의 결함을 비판해서 고쳐주는것이 시끄럽고 품이 드는 일이니 그저 자료를 모았다가 본래의 사로청조직에 통보해준 모양입니다.》

그이께서는 혼자 말씀처럼 나직이 뇌이시였다.

청년돌격대원들의 생활을 책임진 사로청일군이 원만하고 인정미 뜨거운 청년이였더라면 사정이 좀 달라질수도 있을것이다. 평양이나 지방들에서 자체로 제기되는 경제대상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이렇게 산발적으로 조직되는 청년돌격대는 로력적역할은 일정하게 할수 있겠으나 청년들의 정치사상생활, 도덕륜리생활에서의 성장은 목표로 하지 않으니 그리고 인차 뿔뿔이 흩어져가게 되니 본질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것 같다. 전쟁도 없고 이렇다 할 시련이 없는 이 시기에 우리의 새 세대 청년들은 오직 혁명의 실천투쟁속에서, 조국보위초소와 사회주의대건설의 투쟁속에서 단련시켜야 한다. 그런데 경제부문의 가장 어려운 과업들에 어깨를 들이미는 청년들의 집단인 돌격대의 생활이 그런 부족점을 안고 진행된다면 청년들을 어떻게 혁명의 계승자로 억세게 키워내겠는가. 사로청조직들이 보다 건전한 청년들을 돌격대에 보내고 규률을 강하게 세우고 정치사상생활을 틀어쥐고해나가면 형편은 훨씬 나아질수 있을것이다. 그렇지만 애당초 림시적인 관념은 없애지 못한다. 림시적인 관념이 정치사상생활의 요구를 무맥하게 만들수 있다. 청년돌격대사업은 사로청의 경제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지방에서 청년돌격대들이 어려운 모퉁이를 제끼면서 벅작 끓어야 도가 끓고 온 나라의 청년들이 사회주의대건설로 끓어번질수 있겠는데 그렇게 하자면 청년돌격대운동에서 어떤 새로운 변혁이 있어야 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천천히 집무탁을 에돌아 긴 쏘파에 앉으시였다.

《도당책임비서동무가 청년들과의 사업에서 얻은 경험과 교훈이 내게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딸애이름이 석화라고 하던가요?》

《예.》

《평양에서 예술학원을 다닌 앤데 청년돌격대에 자원해나간걸 보면 가정에서 자녀교양을 아주 잘했습니다.》

그이의 무랍없는 칭찬에 석태진은 얼굴이 밝아졌다. 이제까지 도당의 일군들한테조차 말하지 않던 딸애에 대한 긍지감을 지도자동지앞에서만은 어쩐지 자랑하고싶었다.

《외동딸이라고 어루만지지 않고 아들맞잡이로 엄하게 키웠더니 사람구실을 하는가 봅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선 생활체험이 없으면 예술도 음악도 할수 없다고 가르치셨다면서 아버지의 관직의 영향이 아니라 로동생활속에서 제 힘과 재능을 키워 훌륭한 음악가가 되겠다는겁니다.》

《대단합니다. 결심도 좋지만 어린 처녀음악가로서의 첫 출발이 더 좋습니다… 실천투쟁속에서 예술을 하겠다는 의지가 마음에 듭니다.》

《돌격대로 떠날 때는 얼굴이 핼쑥하고 연약했는데 공사장에 가서 보니까 남자들처럼 검붉게 탄 얼굴이 우둥퉁하게 몸이 좋아지지 않았겠습니까. 게다가 전에는 엄두도 못내던 작곡습작까지 몇건 했습니다.》

《작곡을 말입니까?》

《예, 딸애가 돌격대생활을 끝마치고 집에 와서 피아노로 쳤는데 제 엄마는 무작정 좋다고 하지만 저한테는 그저 싹이 보인다는 정도입니다.》

《싹이 어딥니까. 작곡가의 싹이! 거목도 시초는 싹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 열정적으로 말씀하시자 석태진은 저으기 쑥스러워하였다.

《뭐 신통치는 않은것 같습니다.》

《요다음에 평양에 올 때 석화가 습작한걸 꼭 가지고오십시오. 내가 한번 보겠습니다. 종래로 부모는 자식의 재능까지 낳아주지는 못합니다. 그렇지만 자식한테서 나타나는 소질을… 재능의 싹을 제때에 발견해내고 소중히 여겨 자래워야 합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석태진은 감동에 겨워 말씀드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이 퍼그나 지났으니 인제는 그이의 휴식을 보장해드려야 한다는 자각에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집무탁의 시계를 보시였다. 이제부터는 새벽까지 오늘 밀린 문건과 서류들을 보셔야 하는것이다. 석태진이와 더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는것이 아쉬우시였다.

그이께서는 석태진을 바래주시다가 출입문가에서 멈춰서시였다. 그한테 뭔가 더 묻고 당부하지 못한것이 마음에 걸리시였다. 도내 청년사업의 실태, 청년돌격대의 형편에 이르기까지 다 알아보시였지만 자신께서 아시는 개별적청년들에 대해서 그대로 넘기고 보낼수 없는것이였다.

《책임비서동무… 거 종합기계공장에서 수리공을 하는 채혁동무 있잖습니까. 요새 어떻게 지냅니까? 아들 순봉이를 돌격대에 넣었다고 했지요.》

《예, 순봉이는 령길닦기공사장에서 괜찮게 일했습니다. 채혁동무는 직접 공사장에 가서 며칠동안 청년돌격대원들과 천막에서 침식을 해가면서 함마질을 하고 암석발파를 하면서 순봉이와 돌격대원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일전에도 말했지만 채혁동무는 참 훌륭한 아버지입니다. 그 동무는 전쟁시기에 조국을 위해 피흘려 싸운 그 정신을 기어이 아들에게 물려주고야말것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확신하신듯 힘주어 말씀하시고나서도 석태진을 떠나보내지 못하시였다.

《창범이 소식은 뭐 좀 없습니까?》

《지도자동지… 창범이는… 제가 전달에 로동교양소 소장한테 전화를 걸었는데 창범이가 생활을 잘하고있다고 합니다. 불량청년들을 화강석 캐는 일을 시키고있는데 창범이는 돌착암에서도 능수이고… 돌버럭을 져나르는데서도 몸을 아끼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른 청년들과 이야기하는걸 보면 상스럽거나 방종한 면이 없어지고 지난 생활을 몹시 후회하고 고통스러워한다고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석태진이 자기를 안심시키려고 과장해 말하는 점이 없다는것을 알면서도… 좋은 소식인데도 기쁘지 않고 마음이 무겁기만 하시였다.

사로청조직의 꾸준한 교양도 외면하고 가정의 통제에서도 벗어나서는 불량청년이 되고 종당에는 어찌할수 없이 그런 청년들을 로동교양소에 집어넣지 않으면 안되였다는 그 사실자체가 그이의 가슴을 아프게 긁는것이였다. 십년나마 학교교육을 받으며 소년단조직과 사로청조직생활을 하고 가정교양과 직장의 행정적통제 그리고 건전하고 혁명적인 문학예술을 비롯해서 사회도덕의 영향을 포함하면 우리 나라에서 청소년들의 정신도덕적성장에 바쳐지는 노력은 방대하다. 그런데도 뜨문히 그런 불량청년들이 생기는것을 보면 일군들이 교양망의 규모나 환경에 빙자하고 해이되여있기때문에 그리고 조직과 집단들이 청소년교양문제에서 자기의 기능과 역할을 원만히 하지 않기때문에 빚어지는 결과가 아니겠는가.

《지도자동지, 로동교양소 소장은 창범이네 조가 그로 해서 화강석을 제일 많이 캐고 생활도 모범이라고 하면서 만기되기 전에 내보낼 생각이라고 합니다.》

《도안전국장동무의 의향은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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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위에서 계속)

《한경택동무는 펄쩍 뜁니다. 도안전국장의 아들이라고 봐주는걸로 된다고 합니다. 차라리 더 연장시키겠다는겁니다. 경택동무는 아들의 정신에서 변화를 별로 믿지 않고있습니다. 그러면서 안해도 로동교양소에 면회를 자주 가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 녀석한테는 법률외의 그 어떤 융화나 구원의 지푸라기조차 던지지 말아야 버릇을 뗄수 있다는겁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팔짱을 꽉 끼시고 묵묵히 서계시였다.

《아들의 운명을 법률의 엄격성과 공정성을 가지고 객관적으로 대하는 국장동무의 립장을 난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법률의 밑바탕에 인간에 대한 사랑, 인간을 귀중히 여기는 당의 사상이 흐르고있다는것을 국장동무에게 상기시켜야 하겠습니다. 설사 자기 아들이 아니라도 의식적인 노력으로 개진의 길을 빨리 걸어 사회의 건전한 성원이 되여 구만리 같은 앞길을 개척해나가려는 청년을 전과의 경계심으로 랭대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복도에 나오시여 석태진의 팔소매를 잡고 무거운 생각에 잠겨 층계를 천천히 내려가시였다.

《책임비서동무, 로동교양소말이 나왔으니말이지… 불량청년들을 죄를 졌다고 엄하게 다루는것은 좋지만 너무 힘든 로동에 내몰아서 건강을 혹사시키지 말아야겠습니다.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먹는것도 관심을 돌려주고 교양에 좋은 영화도 자주 보여주면서 로동과 휴식과 생활조직을 교양에 알맞춤하게 해줘야 합니다. 부모와 가족이 있는 정든 집과 친척들, 조직과 동무들과 떨어져있는 그 청년들을 정신적으로나 인격적으로 하대하고 굴욕을 당하게 하면 사회를 경원시하고 성격이 아주 이지러질수 있습니다. 나는 한사람의 불량청년이라도 사로청조직과 당의 품에서 떼여놓을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도자동지, 잘 알겠습니다.》

석태진은 감동으로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그이를 우러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신의 뜻을 깊이 리해한 도당책임비서의 진지한 얼굴을 띠여보시고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층계를 거의 내려오니 둥근 대리석기둥들이 있는 아래층 홀에서 썰렁한 랭기가 풍겼다.

《지도자동지, 더 내려오시지 마십시오.》

《괜찮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석태진을 가볍게 떠미시였다.

《서정환동무는 어떻게 지냅니까?》

《령산탄을 넉넉히 실어다가 시내 살림집연료문제를 풀어서 시행정위원회사업이 활기를 띠고있습니다.》

《재영이는 아직 집에 들어오지 않았지요?》

《예, 서정환동무는 달포전부터 재영이가 있는 곡산공장 보이라직장에 나가 살다싶이 합니다. 보이라기관장과 재영이가 발열량이 낮은 령산탄을 땔수 있게 보이라를 개조하는 방도를 찾아낸 모양입니다.》

《재영이가 일을 잘하는게구만요.》

《예, 머리가 좋은 청년이여서 벌써 보이라에 정통하고 일손이 막히는것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속통이 좁구 못돼서… 젊은애가 고집은 또 여간 아닌것 같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미소를 지으시였다.

《부모한테서 선천적으로 물려받은 성격을 단번에 맘나는대로 휘여잡을수는 없습니다. 자기 신념과 자존심을 가지고 집을 나갔는데 조급하게 심리적압박감을 주면서 강요하지 말아야 합니다.

곁에서 개입해 성사될 일이 아닙니다. 결별했던 양부모와 다시 진정으로 정이 통하고 정신의 피줄을 잇는다는게 어디 간단한 일입니까.

두 세대간의 사상과 도덕의 융합이 이루어져야 하는 사변적인 일입니다. 기다려봅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밝은 웃음을 지으시고 석태진을 떠나보내시였다.

승용차의 빨간 후사등이 어둠속에서 정원길 저쪽으로 멀어지더니 눈덮인 전나무들 뒤로 사라졌으나 그이께서는 새벽의 찬바람이 부는 청사의 채양넓은 바깥현관에 오래도록 서계시였다.

도당위원회 책임일군에게 그처럼 다심하게 이르고 당부하시였는데도 한사람한사람의 청년들의 운명과 장래문제가 그이의 마음을 꽉 끌어잡고 놓지 않는것이였다.

우려와 걱정, 믿음과 보호심…

사랑에 넘치는 그이의 뜨거운 심정의 자양은 갈래에 갈래를 뻗어 온 나라 수백만청년들의 사상과 정신, 도덕성품, 운명에 대한 크나큰 사랑과 책임감으로 줄기차게 이어지는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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