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계승자 1 - 총서 <불멸의 향도> > 통일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통일게시판

장편소설 계승자 1 - 총서 <불멸의 향도>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4,619회 작성일 20-07-10 11:06

본문

01.jpg

1

 

무리등이 환히 비치는 금수산의사당 집무실에는 정적이 깃들었다.

탁상시계는 밤 11시를 가까이 하고있었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는 방안을 조용히 거닐다가 창문가에 멈춰서시였다.

정원에서 차소리가 들리지 않나 하고 귀를 기울이시였지만 어둠에 싸인 창밖에서는 가을비소리만이 그칠줄 모른다. 이따금 궂은 바람에 날린 시누런 나무잎사귀가 비물에 젖은 유리창에 붙었다 떨어지군 하였다.

수령님께서는 량강도와 함경남도를 실무지도하고 돌아오시는 김정일동지를 기다리고계시였다. 지도자동지께서 이 밤에 꼭 도착하신다는 전달이 없으셨지만 수령님께서는 줄곧 기다리시였다. 초저녁부터 문건을 보시다가는 책임부관에게 물어보기도 하시고 전화종이 울리지 않나 해서 집무실을 떠나지 않으시였다.

9월 21일… 해마다 이날이면 김정일동지께서는 아무리 일이 바빠도 잊지 않고 수령님을 찾아뵙군 하시였다. 그러나 오늘밤은 실무지도의 머나먼 로정에 있으니 오지 못할수 있지 않을가.

그런데도 류달리 어머니를 많이 닮은 김정일동지를 보고싶고 함께 이 가슴 저리는 가을밤을 지내고싶으시였다. 산천이 비분에 젖고 하늘이 슬픔에 울며 빛을 잃던 그때로부터 스물네해… 세월은 멀리 흘러갔으나 김정숙녀사는 수령님의 심장속에 아름다운 젊은 모습으로 살아계시는것이였다.

수령님께서는 집무탁과 지구의가 있는 방 저쪽에 걸음을 옮기였다가 다시금 창문가에서 멈춰서시였다.

가을밤의 비소리와 나무가지를 흔드는 바람소리는 여전히 그이의 마음을 아프게 울리였고 그리운 추억을 불러일으키였다.

수령님의 뇌리에는 항일의 불구름 몰아치던 40년대 초 아름드리나무들이 혹한에 얼어터지던 겨울, 백두산밀영지의 귀틀집이 떠오르시였다.

마른이끼를 촘촘히 끼운 귀틀집 통나무벽에서는 송진내가 풍긴다.

광솔불 타는 내가 떠돌고 뙤창밖에서는 눈보라가 울부짖던 그밤.

수령님께서는 어리신 아드님이 쪽무이포단을 덮고 강냉이죽으로 끼니를 잇게 하여 가슴아파하는 김정숙녀사와 대원들에게 말씀하시였다.

우리 정일이는 항일대전의 총포성이 울리는 백두산에서 태여났소, 정일이는 조국을 찾는 판가리혈전장에 나선 부모의 슬하에서 태여났기에 애당초 편안히 자랄 운명을 지니지 않았소, 하지만 설한풍 몰아치는 이 백두의 폭풍속에서 자라기에 정일이는 혁명과 조국과 인민을 위해 헌신할거요, 우리가 백두산에서 높이 추켜든 혁명의 붉은 기발을 후대들이 대를 이어 들고 나가도록 하는것이 우리 조선혁명가들의 뜻인것이요.…

그래. 그렇게 되였다!

김정일동지는 일찌기 유년기에 백두의 폭풍을 헤치였고 소년기에는 준엄한 전쟁의 불구름속을 뚫고나갔으며 애젊은 청년기에는 인민과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고 재더미우에서 복구하고 밤 패워 인류의 지성을 탐구하였고 사회개조와 건설과 창조의 세련을 쌓았다. 젊은 지도자로서는 세상에 보기 드문 경력과 업적을 지녔다.

바로 그런것으로 해서 아까도 정치위원들이 빨리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고 전당과 인민의 의사에 따라 김정일동지를 주체혁명위업의 유일한 후계자로 공식추대해야 한다고 절절히 말하였다. 후계자를 옳바로 선정하지 못해서 당과 혁명을 망쳐먹고있는 사회주의나라 당들의 엄중한 실태 그리고 조선혁명이 수령이 제시한 궤도를 따라 변함없이 계속 힘차게 전진해야 할 중대한 사명감으로부터 령도위업계승의 필연성이 제기되는것이다.

수령님께서는 집무실을 나와 걱정스러워하는 책임부관에게 손을 젓고나서 홀층계를 천천히 내리시였다.

그이께서 청사의 아래층 바깥현관에 이르시자 습기를 머금은 찬 가을바람이 불어들며 옷자락을 날렸다. 현관채양밑에까지 비방울이 뿌려쳤다. 정원등이 소연한 비소리로 가득찬 칠흑같은 어둠속을 누르스름히 비치며 돌의자와 비물에 가지가 늘어진 나무들의 륜곽을 드러냈다.

그 자리에서 떠날줄 모르고 오래도록 서계시던 수령님께서는 멀리 정문쪽에서 오는 두줄기의 전조등빛을 보고 반가와하시였다. 수령님의 반가움과 기대는 이어 기쁨으로 변하였다.

비속을 헤치고 달려온 승용차는 현관채양앞에 멎어서고 김정일동지께서 내리시였다.

《왔구만!》

《수령님!… 감기드시면 어쩔려고…》

김정일동지께서는 수령님의 밤기운에 차거워지신 손을 부여잡으시였다.

《제가 늦어서 수령님께서 이렇게…》

《괜찮소. 정원공기가 시원해서 서있었소. 그런데 또 혼자서 차를 몰았구만.》

《운전사가 너무 더디게 몰아서… 제가 좀 밟았습니다.》

수령님께서는 김정일동지와 나란히 홀층계를 오르시였다.

《량강도와 함남도동무들이 잘있습디까?》

《예, 앞으로 말씀드리겠지만 그곳 인민들과 일군들이 수령님께 기쁨을 드리겠다고 일을 많이 했습니다.》

집무실에 들어가 쏘파에 자리를 잡자 수령님께서는 전보다 퍽 축간것 같은 김정일동지의 얼굴을 유심히 건너다보시였다.

《696군부대에도 들렸다지?》

《참모장동무와 정치국장동무와 같이 군부대군인들의 전투훈련을 보았습니다.》

《내가 그 부대에 갔다온지도 십년세월이 지난것 같구만.》

《제가 중대들에도 내려가보았는데 중대지휘관들로부터 전사들에 이르기까지 사상정신상태가 대단히 좋고 싸움준비를 빈틈없이 해놓고있었습니다. 중대들의 물질문화생활수준도 괜찮은편입니다.》

《부대장이 손탁이 세구 정치위원은 당사업경험이 많은 로숙한 동무지.》

수령님께서는 진중한 어조로 뇌이고 소리없이 돌아가는 탁상시계에 눈길을 주시였다. 흰 문자판의 푸른 바늘은 11시반을 가리키고있었다. 오래지 않아 새날 22일이 다가온다.

수령님께서는 김정일동지께서 실무지도의 먼 로정에 무척 피곤하리라는것을 아시면서도 선뜻 돌아가 쉬라는 말씀을 꺼내지 못하시였다. 그것은 김정일동지께서 어머님이 돌아가신 이날의 새벽을 조상전례의 풍습대로 언제나 아버님곁에서 아픈 마음을 위로해드리며 맞이한다는것을 너무도 잘 아시는 까닭이였다.

《수령님, 이번에 군부대사령부마당에서 구분대들의 분렬행진이 있었는데… 참으로 장쾌하고 인상깊었습니다. 산발너머로 백두산이 바라보여서인지 수령님께서 조선인민혁명군대오를 사열하시던 모습이 련상되였습니다.》

《안도… 그래 내가 안도의 밀림에서 반일인민유격대를 창건하고 행군을 시작한 때부터 벌써 40년이 지났소.》

수령님께서는 감회깊은 추억에 잠겨드시였다.

《40년이라… 그동안 우리의 혁명무력은 간고한 시련을 뚫고 강철의 대오로 성장했지. 그렇지만 아직도 갈길은 멀고 험하오.》

《그렇습니다. 수령님, 행군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정일동무, 그러기에 난 몸은 비록 백두산에서 내렸지만 마음은 순간도 백두산에서 내린적이 없었소. 잠시도 쉬지 말고 행군을 계속해야지.》

《수령님, 이번에 보니까 구분대 지휘관들과 전사들이 거의 다 20대, 30대의 젊은 나이들이였습니다.》

《우리 혁명전반에서 그렇지만 인민군대안에서도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있구만.》

《백두산에서 혁명의 1세들이 잡았던 총을 오늘은 그들의 아들과 손자들이 잡고 행군길을 이어가고있습니다. 세대는 교체되여도 항일유격대의 혈통은 변함이 없습니다. 인민군대의 혈통은 백두산에 뿌리를 둔 한줄기의 피줄입니다.》

수령님께서는 김정일동지의 산악처럼 드놀지 않는 의지와 신념이 마음에 드시였다.

그이께서는 쏘파에서 일어나 천천히 거닐다가 창문을 등지고 서서 따뜻이 말씀하시였다.

《이젠 돌아가 쉬여야지 않겠소?》

《예…》

김정일동지께서는 대답올리고나서도 선뜻 일어날념을 못하시였다.

당중앙위원회청사의 집무실에 더미로 쌓여 기다리는 문건들과 서류들이 아니라면 아침까지라도 수령님의 곁에서 새날 9월 22일을 맞고싶으신 심정이시였다.

수령님께서는 다시금 김정일동지께서 앉으신 쏘파곁으로 걸어와 멈춰서시였다.

《안경을 좀 벗어보오.》

《?!…》

김정일동지께서 잠시 주저하다가 연한 색안경을 벗으시였다.

《눈에 피발이 섰구만. 건강이 좋지 않아. 내가 걱정할가봐 안경을 꼈겠지.》

《저는 일없습니다.》

수령님께서는 밝은 낯색으로 례사롭게 대답올리는 김정일동지에게서 자애깊은 눈길을 떼지 못하시였다.

《당중앙위원회에서 사업을 시작한지도 십년이 되여오지…》

수령님께서는 김정일동지가 자신의 부담을 덜어주느라 정력을 바치고 당과 혁명의 기관차를 쉬임없이 끌고간다고 생각하니 눈시울이 뜨거워오르시였다.

《너무 무리하지 말라구. 저번때보다 얼굴이 퍽 축갔소. 건강을 돌보야지.》

《수령님…》

김정일동지께서는 어쩐지 목이 메여 뒤말을 인츰 잇지 못하시였다.

《저는 30대 젊은 나이이니 한두시간만 자고나도 피곤이 싹 풀립니다. 수령님께서는 년세도 많으신데 정말이지 건강에 주의하십시오.》

《알겠소. 걱정마오.》

수령님께서는 머리를 끄덕이며 너그럽게 웃으시였으나 김정일동지께서는 수령님의 환한 얼굴에서 겹쌓인 피곤의 그늘을 알아보시였다.

함북도당전원회의 확대회의와 함경남도 현지지도, 황해남도당전원회의, 희천지구와 구성지구에 대한 현지지도… 한달 남짓한 사이에 대외사업을 내놓고도 수령님께서 6개년계획의 기본과업들을 수행하기 위해 지도하신 큼직큼직한 단위들만 해도 이러니 얼마나 머나먼 길을 다니시였고 무엇으로 바치신 그 정력을 헤아릴수 있겠는가.

《수령님, 오늘은 좀 쉬시고 평안남도 현지지도는 래일 23일에 하시는게 어떻습니까?》

《일없소. 힘들지 않소. 현지지도가 내겐 휴식이요. 김정일동무가 당사업을 맡은 다음부터 퍽 수월해졌소. 지방당조직들의 역할과 전투력이 비상히 높아졌거든. 그전에는 내가 경제건설지도에서 당조직들의 도움을 크게 받지 못했는데 인제는 당조직들이 앞장에서 나의 지시와 당경제정책을 무조건 접수하고 당원들을 발동하여 기어이 관철하는 혁명적기풍을 세우고있소.》

수령님께서는 다시금 천천히 걸음을 옮겨 창문곁에 서시였다.

《이제는 당사업이 쑥대밭에서 벗어나고있소. 정일동무가 지난날의 낡은 형식주의틀과 재래식사업방법에 투쟁의 불을 단것은 정말 잘한 일이요. 당사업방법이 항일유격대식사업방법으로 전환된것은 우리 당사업에서 일대 혁명이지. 격식과 틀을 마스고 당사업을 사람과의 사업으로 되게 하는것은 내가 오래전부터 바라던 일이요.》

수령님께서는 뒤짐졌던 팔을 가슴에 엇걸고 한동안 창밖에 눈길을 주시였다.

《가을비가 세차구만.》

《날씨가 차질것 같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수령님의 곁에 이르시여 소연한 비소리로 가득찬 창밖을 내다보시였다.

《벌써 나무잎이 떨어지는구만.》

수령님께서는 비에 젖은 나무우듬지가 불빛에 록황색으로 번쩍거리며 바람에 시달리는것을 바라보시였다.

《사람이 예순이 지나니 날이 산골물처럼 빨리 흐르는구만. 할 일은 산같은데… 난 빨찌산투쟁을 할 때 정숙동무랑 유격대원들과 같이 조국을 광복하면 평양에 가서 메밀국수랑, 대동강숭어탕이랑 먹으면서 푹 쉴수 있을거라구 말했소.

그런데 그러지 못했거든. 민주건설이나 끝나면 될줄 알았는데 전쟁이 터졌소. 재더미된 나라를 복구하고나니 사회주의혁명을 해야 했소. 5개년인민경제계획에 잇달아 7개년계획을 수행했소. 지금은 또 6개년계획수행을 위한 힘겨운 전투를 벌리고있소.》

수령님께서는 긴 쏘파에 앉으시면서 김정일동지를 자신의 옆에 앉도록 하시였다.

《지난번 연회때 장길부어머니가 두손으로 내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빨찌산시절에는 새파란 청년장군이던게 언제 이렇게 환갑이 됐는가고… 나라와 백성을 위해 나만은 주름살이 지지 말고 머리도 세지 말았으면 얼마나 좋겠는가고 울먹이며 말하는게 아니겠소. 장길부어머니의 소박한 념원인데도 그 말을 들으니 가슴이 선뜩해졌소. 사람도 늙고 세월도 많이는 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소. 둘러보니 백두산에서 나하고 혁명을 같이하던 사람들은 얼마되지 않는게 아니겠소.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많고 늙어 집에 들어가거나 병석에 있는 사람들을 내놓으면 혁명의 1세대는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적소. 사회주의건설은 점점 더 어렵고 방대해지는데 야속한것은 세월이 가고 사람이 늙는것이요. 혁명이 한두해에 끝나는게 아니라 장기성과 간고성을 띤다는 말을 하고서도 정작 이 70년대에 들어서니 마음이 조급해지는구만.》

《수령님, 저희들, 혁명의 2세를 믿고 마음을 놓으십시오. 수령님께서 키워놓지 않았습니까.》

《그래, 정일동무가 있으니 마음을 놓을수 있지. 동무네 세대는 고생이 컸고 혁명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알거든. 인제는 당을 정일동무에게 전적으로 맡기구 난 경제와 대외사업을 하겠소. 당사업에서 어디에 중심을 두겠소?》

《수령님, 저는 당중앙위원회의 많은 사업중에서도 청년사업을 중시하려고 합니다. 청년운동을 잘 지도해나가는것은 우리 혁명과 당의 장래운명과 관련되는 관건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로청은 당의 후비대이고 저수지인것만큼 청년사업이 잘돼나가면 당을 강화하는 기본고리가 풀려나갈거요. 그래, 옳소. 청년사업이 중요하지. 이제는 광복직후에 태여난 세대가 사회의 주인으로 등장했지. 그들을 옳바로 이끄는 문제가 사활적인것이요.》

《지난날 수령님께서 혁명의 1세와 2세들을 키워 두차례의 혁명전쟁에서 승리하고 사회주의를 건설해오셨는데 3세와 4세들은 제가 맡겠습니다.》

수령님께서는 머리를 끄덕이고 나직하나 힘있는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3세, 4세들은 정일동무가 데리고 혁명할 세대지. 그런데 요즘 사로청사업이 어떤지 모르겠소.》

《구체적인 실태는 료해하지 못했지만 사로청이 일을 많이 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에 이천-세포철길공사를 완공했고 지금은 청년돌격대원들이 2월에 당중앙위원회 정치위원회에서 수령님께서 주신 발전소건설과업을 끝내기 위해 투쟁하고있습니다.》

《대동강발전소… 그래 청년건설자들이 좌안과 우안가물막이공사를 끝내고 언제를 다 쌓았다지. 어렵고 힘든 부문에 어깨를 들이미는것을 보면 우리 청년들이 장하거든.》

얼마후 김정일동지께서는 수령님과 함께 청사의 아래층 바깥현관에 이르시였다.

가을비는 끊치지 않고 내렸다.

찬기운을 띤 바람이 두분의 옷자락을 날리고 승용차가 머무른 넓다란 현관채양밑에까지 비방울을 뿌려쳤다.

《수령님, 날씨가 차지는데 북부지구는 며칠후에 제가 나가보겠습니다.》

《정일동무가 자리를 뜨면 당중앙위원회사업이… 또 밀리지. 그만큼 피로하구.》

수령님께서는 념려하면서도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가봐주오. 석태진동무가 도당위원회사업을 갓 시작했는데 도와줘야지. 서정환동무는 올라왔다지?》

《예, 시행정위원회사업을 인계받았다고 합니다.》

《고생을 많이 한 좋은 일군들인데 잘 이끌어주오. 그곳에 가면 당사업이랑 행정경제문제랑 지도하면서도 인민생활에 걸린 문제를 꼭 알아보고 풀어주시오. 수도로부터 멀고 땅이 척박한데다 자원마저 부족하니 다른 도보다 인민생활이 굼뜨게 올라간단말이요.》

수령님께서는 비내리는 정원에 걱정짙은 눈길을 주신채 물으시였다.

《유성칠관리위원장의 병세가… 인제는 아주 나쁘다지?》

《수령님, 저의 노력이 부족한가봅니다.… 적십자병원 순환기계통의 권위있는 박사, 의사들이 수차 협의를 벌리고 직접 담당해서 림상치료를 했는데 보람이 없습니다. 의사들은 그가 지금까지 살아있는것이 기적이라고 합니다.》

《혈액암이라는 불치의 병이니 그들도 어떻게 손을 쓸수 없었겠지… 그래도 의학계가 버린 사람을 정일동무가 여태 살게 했구만. 정말 아까운 사람이요. 그저 농사일밖에 몰랐지.》

수령님께서는 불어치는 비발을 맞으며 무겁게 한숨 지으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이 깊은 밤중에 일신의 괴로움은 미루고 평범한 농촌일군의 신상을 걱정하시는 수령님을 어떻게 위로해드릴수 없으시여 산처럼 무거운 심정을 안고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며칠전에 군병원에서 뜨락에 있는 버드나무가 입원실창문을 너무 가리워서 아지를 전정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유성칠관리위원장이 새벽녘에 의사들의 눈을 피해 아픈 몸을 무릅쓰고 나가 버드나무아지들을 모아 정성스레 단을 묶었습니다.

그러다 의식을 잃고 쓰러지고말았습니다. 정신을 차린 다음에 그걸 어데 쓰려는가고 물으니 벌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길에 심겠다는것이였습니다. 수령님께서 늘 차를 멈추시고 마을로 오시는 그 길에 뙤약볕이 쬐지 않고 시원한 그늘이 지게 하겠다는것이였습니다.》

수령님께서는 감동에 겨워하시였다.

《그래, 유성칠은 그런 사람이지…》

그이께서는 저으기 갈린 음성으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이번에 평남도에 나갈 때는… 옥천리쪽길로 가지 않겠소. 여름에 그쪽길로 오다가 옥천리 논벌옆에 차를 세웠댔소. 논벌은 예전이나 다름없이 학이 날아다니지만 논흙물에 젖은 맨발로 뛰여와 나를 반갑게 맞아주군 하던 유성칠관리위원장은 없었소. 광복돼서부터 수십년을 사귀여오던 오랜 농촌친구를 만나지 못하니 마음이 쓸쓸하기 그지없었소. 내 자꾸 이런 이야기를 해서 안됐소. 어서 가보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차에 오르시였다.

어둠과 비속을 희미하게 비치는 정원등 저쪽으로 승용차는 사라졌지만 수령님께서는 현관채양아래 화강석기둥곁에서 움직일줄 모르시였다.

비방울이 그이의 옷자락에 떨어지고 젖은 나무잎사귀들이 발밑에서 흩날려갔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서비스이용약관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 상단으로


Copyright © 2010 - 2023 www.hanseattle1.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