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계승자 16
페이지 정보
본문
16
새벽 네시가 가까와오고있었다.
집무실에는 김정일동지께서 종이장을 번지는 가벼운 소리와 이따금 손에서 원주필을 달리는 소리뿐 한껏 고요가 깃들었다.
그이께서는 집무탁에 더미로 쌓인 문건들과 서류의 태반을 처리하고 피곤한 몸을 팔걸이걸상에서 일으키시였다.
창가림을 번져놓았는데도 어쩐지 답답한 느낌이 드시여 아예 창문을 여시였다.
랭기를 머금어 초겨울맛이 나는 찬 공기가 그이의 가슴을 시원하게 적시였다.
려명이 틀가말가 하는 검푸른 하늘에는 여문 새벽별들이 널려 숨박곡질하고있었다.
만수대언덕너머로 어둠속에 끝없이 펼쳐간 지평선우에 희끄무레하니 바랜 명주필같은 은하수가 드리웠다.
어찌보면 어둠속 골짜기를 흐르는 시내물같기도 한 은하수의 중간쯤되는 여울목에서 백조별무리가 날개를 아름답게 흔들어 날아오르는듯싶었다.
웅장한 하늘은 곳곳에서 심술스레 갈개는 별찌들을 아랑곳않고 자기의 검푸른 자락으로 감싸서 품에 안은채 잠든 대지를 굽어보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언젠가 차성규가 올린 문건에서 보았던 림원국이란 청년이 생각나시였다. 중앙사로청위원장앞에서 《령감동맹》회의를 한다고 비난한 젊은 공장사로청위원장… 한번도 만나본적이 없는 청년일군인데도 좀처럼 잊을수가 없으시였다.
그이께서는 송수화기를 들고 강원도당책임비서를 찾으시였다.
《내 김정일입니다.… 밤이 깊은데 안됐습니다.… 책임비서동무는 항구기계공장에 더러 나가보았습니까?》
《저… 지난해 봄에 한번 가보고는…》
《그러니 실정을 잘 모르겠구만.》
김정일동지께서는 생각에 감겼다가 다시 물으시였다.
《그 공장에 림원국이라고 스물입곱살난 공장사로청위원장이 있었지요?》
《예, 제가 공장에 갔을 때 그 동무이야기를 좀 들은 기억이 납니다. 사로청위원장이 젊은 동문데 손탁이 세고 패기가 있다고 했습니다. 공장청년들이 공장대학이랑 기술혁신과제수행에 몰두하면서 노라리를 부리거나 잡념에 뜨지 않도록 교양사업을 참신하게 잘한다고 칭찬이 있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저으기 기쁘시였다.
《만나보지는 못했습니까?》
《예.…》
《그 공장사로청위원장이 떨어진건 압니까?》
《모르고… 있습니다.》
도당책임비서의 당황한 목소리였다.
《하긴… 책임비서동무는 다른 일도 많은데… 모를수 있지요.》
그이께서는 리해가 담긴 너그러운 어조로 뇌이고 송수화기를 놓으시였다. 차성규에게 림원국청년을 잘 알아보라고 과업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하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가슴에 량팔을 결은채 캄캄한 지평선너머에 드리운 하늘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시였다. 이번에는 그이의 상념이 산발과 협곡을 넘어 얼마전에 다녀오신 그 지방도시로 향하시였다.
창범이… 계급의 총대를 틀어잡고 당과 혁명을 위해 헌신한 일군의 아들… 그 청년은 틀림없이 젊은 시절의 아버지를 닮았을것이다. 외형만이 아니라 기필코 잘못을 뼈저리게 깨닫고 아버지세대의 정신을 이어나가는 진실한 청년으로 성장할수 있을것이다.
인간을 사랑하는것이 우리 당의 정치철학이고 자연을 개조하기에 앞서 인간을 개조하는것이 당사업의 리념이고 정수인데 이 나라의 어느 못된 자식, 어떤 불량청년이라고 당의 이 근본적인 철리와 자애의 손길에서 벗어나 정신적불구로 떨어질수 있단말인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썰렁한 방안공기도 감촉하지 못하고 거니시였다.
창가에 가시니 이제껏 창문을 열어놓은대로였다. 그래도 그이께서는 닫을념을 안하시고 답답한 가슴이 조금이라도 열릴듯싶어 새벽의 찬 공기를 그냥 맞으시였다.
수만개 별들을 품은 근심과 걱정으로 하여 검푸른 하늘은 피곤을 이겨내며 잠들지 못하고있는것 같았다.
김정일동지의 상념은 하늘깃이 닿은 북방의 그 도시에서 조금도 떠나지 못하시였다.
깊은 밤, 산협길로 아들에게 짚신을 신기워 데리고가던 아버지, 짚신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지 못하고 고생이란 꼬물도 모르고 호강스레 자라 일하기 싫어하고 패를 지어 맥주집에나 찾아다니는 애어린 청년, 코밑에 소년시절의 보슴털이 그대로인 순봉이같은 청년이 나라에 한둘도, 수백수천도 아니고 옹근 한 세대로 태여나 민족의 대를 잇기 위하여 자라고있다.
혁명의 래일을 생각하면 얼마나 기쁘고 자랑스러운 일인가. 그리고 또 얼마나 청년교양의 산악같은 무거운 짐이 자신의 어깨우에 놓여있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집무탁으로 돌아오시여 잠시 망설이다가 장거리 송수화기를 집어드시였다.
얼마 안있어 도당책임비서 석태진이 나왔다. 잠기가 밴 목소리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자는걸 깨워 안됐습니다.… 책임비서동무, 시행정위원장 서정환동무의 아들을 찾지 못했습니까?》
《예… 재영이를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원래 살던 고모네집이랑 해서 갈만한 곳은 다 알아보았는데 종적이 없습니다. 멀리 다른 도에 갔을것 같아 해당 안전부를 통해 계속 찾고있습니다.》
《재영이가 집에서 쫓겨나 절망에 빠져 어떤 극단한 행동을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희들도 그게 몹시 우려되였는데 지금껏 흔적이 나타난것은 없습니다.》
《그랬으면 재영이가 어데든 살아있다는것인데 꼭 찾아야 하겠습니다. 서정환동무가 당한 그런 정치적풍파가 아들한테까지 루가 미쳤으니 참 가슴아픈 일입니다. 당조직이 사람문제를 정말 신중히 취급해야 하겠습니다. 본인 한사람이 당한 피해도 그렇지만 화목하게 살던 가정이 분렬되고 더구나 자식들의 정신과 도덕이 이지러지는것은 참을수 없는 일입니다. 서정환동무는 과거에도 당에 충실했고 당을 믿고 당의 사상으로 살아온 사람이기에 경난을 이겨내고 재생되였지만 아들은 그렇지 못할것입니다. 부모를 잃고 고립무원해서 슬픔에 잠긴 재영이가 편협한자들의 소행과 우리 당의 옳바른 정치를 명확히 갈라 리해하겠습니까. 머리속에 정치적혼란이 없지 않을것이고 그로 해서 빚어진 자기의 도덕상태를 반성하기도 어려울것입니다. 그것은 재영이가 부모를 찾아왔다가 문을 박차고 도로 뛰쳐나간것만 봐도 알수 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송수화기를 바꿔잡고 다른 손으로 이마를 쓸어만지시였다.
《서정환동무네 가정문제는 단순히 피줄이 다른 부모와 자식간의 도덕륜리문제가 아니라 우리 당의 정치방식에 대한 청년들의 믿음과 신뢰문제입니다. 청년들이 어떻게 당과 한피줄을 잇고 심장을 끓이며 살아가는가 하는 심각한 사회정치적문제인것입니다. 도당책임비서동무는 그 점에 깊이 류의해서, 그런 정치적시각에서 도의 청년사업을 이끌어주어야 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책임비서동무, 그래 석탄문제는 어떻게 하고있습니까?》
수화기에서는 석태진의 약간 흥분하면서도 조리있는 목소리가 울렸다.
《서정환동무와 제가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말씀하신 그 령산군에 있는 탄광에 갔습니다. 골짜기 탕수물과 사태에 산길이 다 끊어져서 30리는 차에서 내려 걸어갔습니다. 회분이 많은 저질탄이라고 페갱된지 오래서 갱입구가 거의 메워졌지만 들어가볼수는 있었습니다.》
《페갱안에 직접 들어갔단말입니까? 그러다 굴천정이 무너지면 어쩔려구요?!》
《동발이 썩어 위험하긴 했지만 일없었습니다. 깊이 들어가 전지로 비쳐보니 석탄벽이 두꺼운게 무진장했습니다.》
《그렇습니까!》
《우린 두어배낭 담아가지고 나왔습니다.》
《땔수 있겠습니까?》
《산에 나무가 많은 그 령산군에서는 그걸 <돌탄>이라면서 때지 않고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석탄배낭을 가져다가 열공학전문가들에게 분석해보게 했더니 공업적으로 회분을 제거해서 잘만 하면 발열량은 낮지만 좋은 연료로 될수 있다는것을 확증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송화기에 대고 큰소리로 말씀하시였다.
《꿩대신 닭이라고 고열탄이 아니면 뭐랍니까! 보시오. 도당책임비서동무와 행정위원장동무가 항일유격대식으로 배낭을 메고 현실에 들어가니 대바람에 성과를 거두지 않습니까. 당조직이 그렇게 경제건설에 낯을 돌리고 팔을 걷고나서야 합니다. 그게 새로운 당사업방법입니다. 그래 이젠 어떻게 하겠습니까?》
《한편으로는 령산탄을 캐서 보이라와 부엌에서 땔 연구를 선행시키겠습니다. 그리고 온 도시의 사람들이 탄광개발에 떨쳐나서도록 당조직들을 발동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하시오. 탄문제가 해결될수 있어 서정환동무가 좋아하겠습니다. 책임비서동무는 정환동무가 위축되지 않고 마음껏 일하도록 행정위원회사업을 뒤에서 잘 밀어주시오.》
《알겠습니다.》
《내 생각에는 페갱도 복구하고 수십리 산협길도 닦고… 탄광을 개발하자면 여간 힘들고 어렵지 않겠는데 도사로청에서 청년들로 돌격대를 무어 보내는것이 어떻습니까?》
《저도 그런 생각을 하던중입니다. 청년돌격대를 파견해서 탄광개발을 와닥닥 끝내겠습니다.》
《창범이 소식은 뭐 없습니까?》
《예, 별로…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래…》
김정일동지께서는 무겁게 숨을 내긋고 말씀을 이으시였다.
《창범이를 잘 교양하도록 책임비서동무가 관심을 돌리시오. 한경택국장동무는 그렇게 하지 못할테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송수화기를 놓고 다른 문건을 당겨놓으시였다. 전화를 하고나니 마음속걱정이 한결 덜어진듯싶어 문건에 정신을 집중하실수가 있으시였다.
일군이 몇번 들어와 한두시간이라도 주무실것을 말씀드렸으나 그이께서는 손을 내저으시였다. 그리고 따끈한 차 한잔으로 피곤을 가시고 완강한 정력으로 새날의 사업에 착수하시였다.
그이께서는 문건들을 보시고 긍정과 부정, 동의나 고려의 짤막한 글줄을 쓰기도 하시고 혹은 이 새벽에 해당 일군을 전화로 찾거나 부를수 없으시여 문건 여백과 타자친 글자들우에 길다랗게 의견을 써넣군 하시였다.
그이께서 집무탁 한켠에 쌓인 문건을 거의다 보시였는데 전화기가 가볍게 울렸다.
수령님께서 걸어오신 전화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팔걸이걸상에서 일어나 몸가짐을 바로하고 전화를 받으시였다.
수령님의 음성은 언제나와 같이 웅장한 선률처럼 나직하나 묵직한 깊은 정을 지니고 그이의 귀가에 울려왔다.
《집무실에 있을것 같아 전화를 했소. 벌써 일을 시작했소? 아니면 밤을 샜소?》
《새날 일을 한창 하던중입니다.》
《피곤에 갈린 목소리만 들어봐도 밤을 새웠다는게 알리누만.… 날이 밝자면 시간이 있는데 이제라도 눈을 좀 붙이지.》
《수령님, 저는 지난밤에 쪽밤을 자서 몸이 거뜬합니다. 수령님께서 주무시지 못한것 같으신데…》
《그래 못잤소. 자정이 넘어 시간이 있기에 소설책을 읽다가 빨찌산시절에 고생하던 일이 생각나 눈물이 나서 잠들지 못했소. 그래 이것저것 일을 구상하고 통신자료들을 좀 보고나니 날이 새는구만.》
《수령님, 얼마간이라도 주무십시오. 제가 청년사업문제랑 해서 몇가지 사업토론을 할게 있어 오전 9시경에 찾아뵙겠습니다.》
《나도 의논할 일이 있소. 9시까지 언제 기다리겠소. 내 원래 새벽잠이 없는걸 알지 않소. 기왕 밀린 잠은 후날 보충하구 오늘은 사업토론으로 휴식하기요.》
《수령님. 그럼 이제 곧 가겠습니다.》
《날이 찬데 반코트라도 입고 오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승용차에 앉으시여서도 정에 넘친 수령님의 부드럽고 굵직한 목소리를 되새겨보시였다.
헤아릴수 없는 기쁨과 행복감이 그이의 가슴속에 차오르시였다. 당중앙위원회 정치위원회나 큰 협의회때를 내놓고도 수령님과 자주 만나 당과 국가의 중요문제들을 의논하시지만 수령님을 만나실 때마다 강렬히 느끼시는 감정이였다.
그것은 그이의 심장에 자리잡은 특유한 뉴대의 정서세계였다. 그것은 눈보라와 총포탄이 울부짖는 백두산에서 싹텄고 어머님슬하에서, 전쟁의 불구름속에서 억세게 자란 감정이였다. 그리고 사회주의혁명과 건설의 나날들에 세련된 감정이였다.
승용차는 찬서리에 젖은 황금빛 은행나무잎사귀들이 들판의 꽃송이들마냥 무수히 널린 종로거리를 지나 만수대언덕길을 조용히 달렸다.
희푸름하니 동터오는 새벽하늘은 밤새 달콤하게 잠재운 도시의 지붕들에서 부드러운 나래를 털어 어둠을 가셔내고있었다.
수령님께서는 전나무와 가문비나무, 봇나무와 잣나무들이 수림마냥 늘어선 넓다란 정원의 소로길에 서계시였다.
승용차가 정원마당에 멎고 김정일동지께서 내리시자 수령님께서는 어깨에 걸친 회색코트의 긴 자락을 날리시며 마주 걸어오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서류가방을 든채 수령님을 향해 바삐 걸어가시였다.
고요한 정원에 두분의 발자국소리만이 울렸다.
《수령님…》
《빨리 왔구만.》
오래동안 만나지 못하신듯 두분께서는 다정히 인사말을 나누시였다.
수령님께서는 그사이 얼굴이 더 축가지 않았는가 하고 정원등에 비친 김정일동지의 얼굴을 유심히 보시였다.
정원숲 어디선가 새벽잠을 깬 새 한마리가 조심스레 몇번 울어보고는 그쳤다.
《방에 들어가지 말고 여기서 이야기를 나눌가?》
《수령님, 코트를 입으십시오.》
《그러지.》
수령님께서는 코트의 팔소매를 꿰고 앞자락의 단추를 채우시였다.
《금년에 추위가 빨리 오는구만. 인민경제 여러 부문에서 겨울나이준비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소. 우리 나라는 겨울이 길어 손해가 크거든.》
《농촌부문에서는 벼단들을 다 꺼들이고 탈곡이 한창입니다. 석탄공업부문에서 작년보다 석탄생산이 1. 5배 높아져 금년 겨울은 그렇게 긴장할것 같지 않습니다.》
수령님께서는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그래 석탄부문이 일을 잘해. 개천과 안주지구탄전들이랑 해서 석탄공업부문의 당조직들이 관료주의와 형식주의 낡은 틀을 깨고 새로운 당사업체계로 빨리 전환했거든. 어저께 신문을 보니 안주지구탄광 당일군들이 작업복을 입고 갱막장에 들어가 채탄공들한테 동발을 날라다주고 착암기를 잡아주면서 정치사업을 걸싸게 해대거든. 당일군의 안해들은 떡과 고기국함지를 이고 막장에 찾아오고… 석탄이 많이 나오문 사람이 좋은 음식을 배불리 먹구 기운을 쓰는것처럼 나라의 모든 련관공업부문들이 번창하구 힘이 세지는게 아니겠소.》
수령님께서는 뒤짐을 지신채 석비레를 탄탄히 깐 오솔길을 천천히 걸으시고 김정일동지께서는 반걸음쯤 뒤져서 걸음을 옮기시였다.
머리우에서 색이 바랜 단풍잎사귀들이 이따금 떨어져내렸다.
등깃이 붉고 검은점이 알락달락한 딱따구리 한마리가 새벽빛이 눈에 익었는지 흰껍질이 터진 봇나무줄기에 날아내려 부리로 딱딱 쪼았다.
오솔길 량켠에 빼곡이 늘어선 나무숲에서는 아직도 물러가기 힘들어하는 가을의 풍만한 정취와 초겨울의 차고 싸늘한 기운이 어울려 류다른 정서를 자아내고있었다.
수령님께서는 오솔길옆의 걸상에 수북이 떨어진 자작나무잎사귀를 집어드시였다.
《요전에 경제건설문제는 내가 맡겠다고 했는데… 왜서 그런지 경제문제부터 의논하고싶구만.》
김정일동지께서는 미소를 지으시고 확언하듯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저는 당사업의 중심을 수령님의 경제정책을 관철하는데 놓고있습니다.》
《그래. 고맙소… 난 요즘 어떻게 하면 우리가 당 제5차대회에서 내놓은 6개년계획의 기본과업을 두해쯤 앞당겨 끝낼수 없을가 하고 생각하는중이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도 방대한 경제건설과제를 제시한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없지 않소. 김책제철소와 무산광산확장공사와 같은 흑색야금기지건설, 북창화력발전소 2계단공사와 서두수발전소 2계단공사, 대동강발전소, 청천강화력발전소… 동력기지건설만 해도 아름차오. 거기다 청년화학공장 같은 현대적인 대규모화학기지건설이 있지. 평양-사리원철도전기화를 끝내고 이어서 희천-고인철도를 비롯해서 중요간선들을 전기화하고 구장-팔원사이, 북청-덕성사이, 강계-무산사이에 새 철길을 놓아야 하오. 기본건설전선은 말할것도 없고 공업, 수송, 농업, 수산부문… 어느 전선에서나 일감이 산이요.》
《수령님, 사실 아름찬 과업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당과 인민이 모든 힘을 총동원하여 사회주의건설에서 새로운 앙양을 일으킨다면 능히 수행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옳소. 나도 그런 거창한 대건설투쟁이 없이는 안된다고 생각하오. 미국과 일본은 갈수록 격화되는 정치경제적위기에서의 출로를 침략과 전쟁에서 찾고있소. 남조선반동들도 여기에 껴묻어가지구 우리를 먹으려구 하오. 이에 대응해서 우리의 사회의주의진지를 정치적으로, 군사적으로 더 억척같이 다지자면 경제건설을 본때있게 내밀어야 하오.》
김정일동지께서는 푸르스레 밝아오는 새벽하늘빛을 받으신채 조용히 미소짓고계시는 수령님의 확신에 찬 얼굴에서 앞으로 벌어질 사회주의대건설전투가 우리 당 력사에서 전례없는 사변으로 되리라는것을 예감하시였다.
《수령님, 금년도전투를 잘 마무리한 다음 래년에 들어가서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고 이 문제를 토론하는게 어떻습니까?》
《그렇게 하기요. 전원회의안건은 뭘로 하는가… 복잡할게 없지. 김정일동무가 말한대로 <모든 힘을 사회주의대건설사업에 총동원할데 대하여> 이렇게 하기요.》
《좋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수령님을 따라 정원숲길을 천천히 걸으시였다.
새벽의 차고 청신한 대기속에서 송진내가 진하게 풍겼다.
오솔길은 소나무와 잣나무들이 빼곡이 들어찬 속으로 뻗었다.
나무밑에는 아직 새벽의 음영이 가셔지지 않았지만 머리우 륜곽이 선명한 나무우듬지들에는 동트는 새날의 빛이 완연했다. 그 우듬지들에서는 벌써 새들이 분주스레 울기 시작했다. 날개로 나무잎사귀를 슬치는 소리마저 들린다.
수령님께서는 걸음을 멈추시고 한손으로 안경귀를 잡으신채 밤휴식에서 벗어난 숲속 자연의 생기와 활력을 가늠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오래동안 말씀이 없으시였다. 그것은 단순한 자연의 감상이 아니였다. 수령님의 얼굴에는 혁명과 건설의 중하를 걸머지신데서 오는 무거운 책임감과 또다시 혁명의 엄청난 난국을 헤쳐나가야 할 짙은 고뇌의 빛이 력력히 어리였다.
수령님께서는 자신에게 묻기라도 하듯 나직이 말씀하시였다.
- 이전글짐승화된 인간들로 가득찬 이 세상을 어찌해야 하는가? (김웅진) 20.07.26
- 다음글장편소설 계승자 15 20.07.24
댓글목록
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위에서 계속)
《우리에게 사회주의대건설의 방대한 과업을 수행할 실제적인 담보가 있는가?… 자원도 있구 기술도 경험도 밑천도 있지. 그러나 그것만 가지고 되는가?》
수령님께서는 신중한 기색으로 김정일동지를 바라보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신의 믿음과 지지가 정신적의지로서뿐아니라 그 거창한 과업을 실행할 웅략과 방도를 안받침하는것으로써 수령님을 받들어드려야 한다는것을 절감하시였다.
《수령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수령님께서 사회주의경제건설을 설계하고 진두에서 이끄신다는것만으로도 벌써 승리의 담보를 안고있는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주체적혁명력량이라는 막강한 힘이 있지 않습니까. 저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전체 당원들에게 모든 힘을 사회주의대건설사업에 총동원할것을 호소하는 당중앙위원회 편지를 보내려고 합니다.》
《당중앙위원회 편지를! 찬성이요. 그래 당원들을 궐기시켜야 하오. 사회주의대건설투쟁은 단순한 경제투쟁이 아니라 우리 당이 평화적건설에서 미제와 그 추종자들을 이기는가 못 이기는가 하는 당의 사활적인 운명을 건 치렬한 정치투쟁이고 계급투쟁으로 될것이요.》
수령님께서는 흥분하시여 코트주머니에서 손을 뽑아 허공을 비껴 가르시였다.
《그렇습니다, 수령님. 우리 당원들은 지난날 혁명의 어려운 고비들에서 당과 운명을 같이 한것처럼 이번에도 수령님의 사상과 로선을 받들어 대건설전투를 힘있게 벌릴것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서류가방을 다른 손에 옮겨잡고 확신에 넘쳐 말씀을 이으시였다.
《그 다음에는 당원들의 뒤를 따라 우리 청년들이 산악같이 일떠설것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서류가방을 꽉 틀어쥐시였다. 가방안에는 수령님께 보여드릴 최근 사로청실태와 협의회문건들이 있었지만 그이께서는 청년사업을 락관하시였고 청년들에 대한 믿음으로 하여 희망과 신심에 넘쳐 말씀올리시였다.
《수령님, 저는 우리 사로청과 청년들이 당의 부름을 받들고 사회주의대건설전투에서 선봉대, 돌격대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리라고 확신합니다.》
수령님께서는 만족한 기색으로 김정일동지를 한참이나 바라보시고는 오솔길가녁에 놓은 긴 나무걸상에 앉으시였다. 그리고 김정일동지를 자신의 곁에 앉도록 하시였다.
《청년들의 힘을 그렇게 믿는단말이지… 기쁘오. 당의 지도자가 청년들을 믿고 내세우면 무슨 일이나 못할게 없소. 청년중시의 정치를 하면 혁명도 자연개조도 다 해낼수 있소.》
수령님께서는 의자등받이에 기대시였다.
《내가 사로청6차대회에서도 좀 이야기했지만 난 원래 청년사업으로 혁명활동을 시작했고 청년운동으로 조선혁명의 진로를 개척했소. 낡은 사조에 물젖지 않은 새 세대 청년공산주의자들을 묶어세워 항일혁명대오의 골간을 이루게 하고 조국광복을 위한 성전에서 전위적역할을 수행하게 하였소. 청년들을 혁명과 건설의 전위투사로, 당과 혁명위업의 후비대, 계승자로 키워내서 승리해온 나의 청년운동사상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함이 없소. 청년운동에 관한 선행로동계급의 혁명리론에서는 청년학생들의 역할을 대중을 계몽하여 혁명운동에 안내하는 교양자적역할에 국한시키고 청년들을 혁명의 보조적력량으로 보았소. 그러나 나는 주체사상의 원리에서 출발하여 청년들을 혁명의 주체를 이루는 참신하고 전투적인 부대로, 사회발전을 추동하는 위력한 력량으로 보고 청년운동을 전개했소. 사회주의혁명이 승리한 대다수 나라들에서는 미래의 운명으로 되는 청년세대를 중시했지만 그들을 자유주의가 농후한 세력으로 두려워했으며 그래서 청년조직을 크게 뭇지도 못했소. 그러나 우리는 광복후 대중적청년조직건설로선을 내놓고 청년운동의 분렬을 막고 각계각층 청년들을 하나의 청년조직에 묶어세워 새 사회건설에 떨쳐나서게 하였소. 당이 청년들을 교양해서 전위투사로 내세웠기때문에 우리는 조국해방전쟁에서 승리했고 복구건설도 빨리하고 천리마를 타고 내달릴수 있었소.》
날은 활짝 밝았다. 새벽 어스름이 물러간 숲은 잎떨어진 나무가지들과 바늘잎나무들의 검푸른 모습을 완연히 드러냈다.
우듬지가 들쑹날쑹 키돋움을 한 혼성림의 선명한 륜곽우로 장미빛과 연한 등황빛의 아침노을이 퍼져오르기 시작하였다.
수령님께서는 숲머리너머로 펼쳐지는 노을빛의 변화를 이윽히 바라보시다가 김정일동지께로 얼굴을 돌리시였다.
《앞으로 청년들을 일떠세워 사회주의대건설을 승리에로 이끌겠다는 결심에 난 공감이요. 하지만 난관이 없지 않을거요. 내 요즘 공장기업소들을 찾아 지방에 많이 나가보면 청년들이 별로 끓어대지 않더구만. 청년조직이 있는지 없는지 잠잠하거든. 어떻소? 근래에 와서 사로청이 사업을 썩 시원히 못하는게 아니요?》
《그렇습니다. 수령님의 지적이 정확하십니다. 지금 사로청사업은 낡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있습니다. 그래서 어제밤 당중앙위원회 책임일군협의회에서 청년사업문제를 토론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서류가방에서 문건을 꺼내시였다.
《방에 들어가보시지 않겠습니까?》
《일없소. 새벽산보를 하고나니 머리가 거뜬하오. 어디 봅시다.》
수령님께서는 안경을 닦아 끼시고 김정일동지께서 드리는 문건을 받아 한장한장 번져가시였다.
새벽의 연푸른 재빛하늘을 물들이던 노을이 하얗게 밝아지더니 숲우로 불덩이같이 이글거리는 아침해가 솟아올랐다.
무지개빛갈의 찬연한 해살이 촘촘히 얽힌 나무가지들속으로 스며들어 숲의 구석구석을 비쳤다.
자작나무가지들에서 서리가 녹은 물방울이 수정처럼 매달려 반짝거리고 전나무우듬지에 붙은 늦은 여름의 거미줄에 뽀야니 수분이 꼈다.
해묵은 이끼들과 황이 진 나무잎이 떨어져 두텁게 쌓인 숲바닥에서 시루가마처럼 엷은 김이 서려오르기 시작했다.
배가 희고 등깃이 가무스레한 조그만 새무리가 오솔길가녁의 마른 풀덤불에 날아내렸다.
수령님께서는 다 보신 서류를 긴 걸상 한켠에 놓고 안경을 벗으시였다.
그이께서는 아무 말씀이 없이 풀씨를 찾아 쪼아먹는 새들을 깊은 생각에 잠겨 바라보시였다.
긴 걸상의 서류우에서 해빛에 나무가지들의 무늬그림자가 어룽거리였다.
수령님께서는 김정일동지쪽으로 반쯤 돌아앉으시였다.
《요즘 일부 사회주의나라들에서는 정권의 상층에 올라앉은 수정주의자들이 사상교양사업을 홀시하고 청년운동을 청년들의 물질문화생활이나 개선하는 한갖 개량주의운동으로 전락시키고있소. 그러나 우리는 우리 나라 청년운동에서 나타나는 그러한 수정주의적경향에 제때에 타격을 주었고 청년들이 대를 이어 로동계급의 혁명위업을 완성해나가도록 옳바로 이끌었소. 김정일동무가 사로청사업의 현실태를 통찰하고 제때에 관심을 돌린것은 정말 잘한 일이요. 청년사업은 그 특성으로 보아 과오를 내포할수 있는 잠재적인 측면을 가지구있소. 우리의 청년운동이 수정주의길로 탈선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주체의 청년운동의 혁명적이고 건전한 발전의 견지에서 본다면 관료주의, 형식주의 낡은 틀거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거라든가 령감티를 내면서 제2당행세를 하는것 같은 결함들은 사로청사업에서 시급히 타개해야 할 문제인것이요. 그러한 결함들을 뿌리뽑기 위한 대책으로 사로청조직들의 전투적기능과 역할을 결정적으로 높이는 문제에 사업의 창끝을 박았는데 문제의 본질을 겨냥했소. 그래 어떤 해결책을 가지구 있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서류가방을 옆에 놓고 몸자세를 바로하시였다.
《수령님, 현시기 청년사업에서 침체와 령감티를 없애고 사로청을 패기와 정열에 넘쳐 생기발랄하게 움직이는 산 청년조직으로 만들자면 사로청일군들을 젊은 사람들로 대담하게 교체해야 한다고 봅니다. 사로청일군들이 조직을 이끄는것만큼 간부들자체를 참신한 력량으로 꾸리지 않고서는 사로청의 기백과 전투성을 말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현지에서 사로청일군들을 여러명 만나보았고 전반적으로 료해한데 의하면 지금 사로청일군들의 평균나이가 40살안팎입니다. 중앙사로청위원장과 일부 일군들은 48살이 넘었습니다. 그런데로부터 사로청간부들이 자기 아들이나 어린 막내동생벌이 되는 젊은 사로청원들과 휩쓸리지 못하고 자연히 틀을 차리고 이래라 저래라 하면서 마구 관료주의를 부립니다. 교양사업도 문건이나 전화포치, 요강작성으로 형식적으로 대치하고있습니다.》
수령님께서는 신중한 안색으로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그래, 사로청일군들이 가지고있는 사상적결함은 고칠수 있지만 생리적측면은 어쩔수 없는것이지. 젊은 일군들로 교체한다, 이를테면 사로청간부혁명을 하자는거구만.》
《그렇습니다. 사로청원들은 젊은 청년들로 끊임없이 보충되고 갱신되는데 간부들은 그냥 나이먹은 사람들이 눌러앉아있으니 이것은 과도적인 조직으로서의 사로청의 조직건설원칙에도 맞지 않습니다.》
《옳소. 현 청년운동실태를 객관적으로, 과학적으로 분석한데서 찾은 아주 대담한 방안이요. 대를 이어 혁명을 계속해야 한다는 우리의 주장은 사로청의 간부사업에도 적용되는 정치철학이요.》
수령님께서는 만족한 기색으로 긴 걸상에서 일어나시였다.
그이께서는 김정일동지와 나란히 오솔길을 걸으시였다.
《나는 그 결심을 지지하오. 사로청중앙위원회로부터 아래 초급사로청위원회에 이르기까지 사로청간부대렬을 20대의 젊고 패기있는 일군들로 꾸리시오. 련대장의 중책을 지니고 싸우다 륙과송에서 전사한 오중흡이도 29살 새파란 나이였소. 조선청년운동의 력사를 돌이켜보면 항일무장투쟁시기 공청사업을 한 청년들은 말할것 없고 평화적건설시기나 전쟁시기의 민청일군들 그리고 전후시기에도 청년일군들은 거의다 젊은 사람들이였소. 지난 청년운동의 력사가 명백히 증명한 일인만큼 오늘날 혁명의 3세대에 와서도 청년들은 젊은 청년일군들이 지도해야 청년조직이 기백있게 살아 혁명과 건설을 떠밀고나갈수 있소.》
서리가 녹은 숲속 오솔길은 축축히 젖었다.
나무들의 길다란 그림자가 화강석을 깐 정원마당에 드리웠다.
해빛에 금수산의사당의 흰 벽체와 맑은 유리창이 눈부시게 빛나고있었다.
《아침기분이 상쾌하구만. 김정일동무를 만나고나면 늘 마음이 기쁘오. 어깨에서 큰 짐을 덜고 앞이 시원히 열린단말이요.》
수령님께서는 온몸에 해빛을 한껏 받으시고 김정일동지를 쳐다보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