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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계승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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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3,553회 작성일 20-07-19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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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김정일동지께서 타신 승용차는 날이 저물어서야 도소재지에서 50여리 떨어진 산협길에 접어들었다.

석비레를 깐 길에는 황이 든 나무잎사귀들이 수북이 깔려 가을의 정취가 진하게 풍겼다.

바위들이 많은 가파로운 산비탈에 뿌리박은 나무들은 잎이 거의나 떨어지고 가끔 가다 뒤늦은 단풍이 엉성한 저녁숲에서 불길처럼 얼른거렸다.

날이 아주 어두워지니 산풍경도 내다볼수 없었다.

전조등빛에 이끼덮이고 오랜 세월 비바람에 고삭아 거뭇해진 큰 바위들이 무슨 큰 산짐승처럼 길옆에 나앉은것이 보인다.

승용차가 벼랑굽이를 돌아서자 길에 사람이 보였다. 두사람이였다. 모자를 쓴 사람은 한쪽다리를 저는것 같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들옆에서 차를 멈추게 하시였다.

《시내에 갑니까?》

그이께서는 차문을 열고 길섶에 물러선 두사람에게 물으시였다.

《그렇습니다.》

모자쓴 사람이 대답하였다.

그의 곁에는 나이 어려보이는 청년이 고개를 짓수굿한채 반나마 돌아서있었다. 애당초 무엇이 불만이였던지 찌뿌둥한 기색인데 차불빛을 피해 어서 가던 길을 가려는 자세였다.

분명 아버지와 아들같은데 둘사이가 어쩐지 좋아보이지 않았다.

《차에 타십시오. 시내에 함께 갑시다.》

김정일동지께서 따뜻이 권하시자 그 사람은 어줍은 낯빛을 지었다.

《고맙습니다. 헌데 난 애와 걸어가겠습니다.》

《다리도 편안치 않은것 같은데 오십리길을 어떻게 걷겠습니까.》

《일없습니다. 아침에 이 녀석을 붙잡으러갈 때도 걸었는데요. 그쯤돼야 짚신맛이 어떤지 알지요.》

김정일동지께서는 그 사람의 례사로운 말에 저으기 놀래시여 어린 청년의 짚신 신은 발을 살펴보시였다.

가랭이좁은 바지에 짚신을 신으니 가관이였다.

《아들입니까?》

《그렇습니다.》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이런 벌을 줍니까?》

길손한테 창피를 당한다고 수치감을 느꼈는지 청년은 잔뜩 우거지상을 해가지고 결이 나서 입술을 깨물며 서있더니 제풀에 훌쩍 뛰쳐가 승용차 뒤좌석에 들어가앉았다.

《허! 저런 렴치돌이라구야.》

아버지는 어쩔수 없이 혀를 찼으나 곧 성을 냈다.

《순봉아, 썩 내리지 못하겠니?》

《놔두십시오. 차가 있는데야 굳이 걸리우겠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너그러이 웃으시였다.

《한번 고생시켜볼랬드니 허참, 녀석이 운이 좋다는건… 이거 미안합니다. 차를 보니 평양손님같은데.》

《예, 저는 도당위원회에 일보러옵니다.》

《채혁이라구 합니다. 종합기계공장 수리공입지요.》

정일동지께서는 채혁을 아들과 같이 뒤좌석에 태우고 자신은 앞자리에 앉으시였다.

승용차는 떠났다.

차안에는 고르로운 발동소리뿐 한동안 정적이 깃들었다.

《아들이 처녀처럼 얌전하게 생겼는데 아버지속을 태웁니까?》

그이께서 몸을 반쯤 돌리고 물으시자 채혁은 긴 한숨을 톺았다.

《이 녀석이 세아들중에 막낸데 집안에서 시라소니지요. 중학교땐 공부를 못해서 하마트면 졸업을 못하구 묵을번 했습니다.》

《아버지, 사람망신 좀 시키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순봉이가 울뚝해서 내쏘았지만 채혁은 눈섭오리 하나 까딱 안했다.

《너도 사람이라구 망신을 다 알구… 입다물구 잠자코 있어. 바로 이렇습니다. 원체 약골인데 망나니패에 끼여들어가지고 속만 퍼렇지요. 공장에 집어넣었더니 사람질을 합니까. 일하기는 싫어하구 에미한테 졸라서 돈만 꺼내다가는 담배질하구, 맥주 마시구, 싸움질하구… 하는짓이 그거지요. 그러다 끝내 패싸움판이 크게 번졌습니다. 안전부에 잡혀들어갔지요. 이 녀석은 피동이라구 놓여나왔지만 어디 참을수 있어야지요. 락동강전투때의 낡은 가죽혁띠로 사정보지 않구 후렸더니 제 삼촌네 집으로 도망쳤단말입니다.》

《난 비겁하게 도망치지 않았어요. 삼촌이 언제부터 날 놀러오라구 했거든요.》

순봉이 웅얼거렸다.

《그래두 체면은 지키겠다구…》

채혁은 눈을 흘겼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웃음을 지으시였다.

《아들이 체면을 차릴줄 알고 망신한다고 결을 내는걸 보니 자존심도 여간 아닙니다. 자기 존엄을 지킬줄 아는 청년은 잘못을 범했다 해도 고칠수 있습니다.》

《그랬으면 오죽 좋겠습니까. 허지만 이 녀석한테는 너무 과분한 평가입니다. 애비인 내가 그런 기대를 한두번 가진줄 압니까. 죄다 모래탑처럼 무너졌습니다. 조상대대루 헐벗구 못살았구 제 머리를 쓰구 제 팔다리를 가지구 성근하게 살아가는것이 우리 채씨 집안피줄이구 가풍인데 어데서 이런 메뚜기같은 건달뱅이가 삐여져나왔는지 알수 없단말입니다.》

채혁은 긴 한숨을 뿜어내였다.

길이 나쁜지 승용차는 어지간히 들추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기계기름냄새가 푹 밴 채혁의 속썩이는 이야기를 듣고 생각이 많으시였다.

아버지로서 오죽 속이 탔으면 낯선 길손에게 아들허물을 터놓겠는가. 그렇다고 멍이 진 괴로움을 덜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대신 아들의 자존심만 상하게 하고 잘못이 더 삐뚜로 나갈수 있는것이다.

《다리는 전쟁때 다쳤습니까?》

《예, 락동강도하전투에서…》

분명 무슨 공로가 없지 않겠는데 자기에 대해선 말하는걸 흥심 없어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아들문제로 골머리를 앓고있는 이 전쟁로병이 마음에 드시였다.

빗나가는 아들을 방임해두지 않고 교양하겠다고 밤길을 짚신신겨 걸리우고… 얼마나 애쓰고있는가. 부모의 사회적, 가정적사명감을 깊이 인식하고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전쟁로병의 아들이 나이도 어린데 벌써 《말썽군》의 생활경로를 가지게 되였는가? 집안에서 막내라고 응석을 받아주면서도 교양을 소홀히 한것 같지는 않은데…

어느덧 승용차는 교외거리에 접어들었다.

단층사택마을입구에서 승용차가 멎어서고 채혁이와 아들이 내리였다.

《이거 정말 잘 타고왔습니다.》

채혁은 자기들을 바래주려 우정 차에서 내리신 그이께 존경심을 담아 인사를 드렸다.

잇달아 순봉이도 허리를 굽석했다.

《시내에 왔는데 아들한테 짚신을 갈아신겨야지 않겠습니까.》

김정일동지의 너그러운 말씀에 감동된 채혁은 아들을 흘겨보고는 보퉁이에 손을 넣어 주무럭거리더니 운동화를 꺼내였다.

《넌 운이 틔였다. 로상에서 좋은분을 만난덕에 내 성이 다 가라앉았구나.》

채혁은 운동화를 꺼내고 아들이 벗어놓은 짚신을 도로 보퉁이에 밀어넣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면구해서 자라목뽑이를 하고 반쯤 돌아서있는 순봉의 어깨를 따뜻이 잡아 돌려세우시였다.

처녀처럼 연약해보이면서도 고집스럽고 행복에 습관된 청년, 의지가 물러 더 쉽게 탈선한 이 청년의 앞날이 걱정되시였다. 무언가 당부라도 하지 않고서는 떠날수 없으시였다.

《순봉인 몇살인가?》

《열여덟입니다.》

《어리지 않구만. 전쟁때 가슴으로 화구를 막은 리수복영웅도 열여덟살이였다. 일을 하지 않고 불량청년들패에 끼여 논다는건 유감스러운 일이다. 나라를 위해 청춘을 바치진 못해도 자식으로서 아버지속은 태우지 말아야 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순봉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차에 오르시였다. 그러나 차문을 닫지 못하시고 고마움에 반쯤 허리를 굽히고 서있는 채혁을 향해 나직이 말씀하시였다.

《너무 맘을 쓰지 마십시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 될겁니다.》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저… 뉘신지?》

채혁이 어줍게 물었다.

《당중앙위원회에 있습니다. 앞으로 순봉이문제는 저도 아버지와 같이 노력하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승용차가 떠난 다음에도 뒤창으로 멀어지는 두사람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하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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