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전장의 행운아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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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장
명 령
5
날이 밝기까지는 아직도 한시간쯤 시간이 있다. 아침이 되면 산밑의 큰길로 적들의 기동이 활발해질것이다. 오늘은 적정을 감시하고 가장 효과적인 차후행동방향을 확정해야 했다.
정찰병들은 안침진 수림속에 감시호를 정하고 휴식에 들어갔다.
사위는 고요했다. 스스로 경계를 맡고 대원들이 잠들기를 기다려 궁싯거리던 학문은 새벽녘에야 잠시 눈을 붙였다. 깜빡 잠들었다가 비몽사몽간에 눈이 시그러워 눈을 떠보니 벌써 날이 희붐히 밝았다. 먼길을 달려온 정찰병들은 풀숲에 쪼그리고 누워서 아직 굳잠에 들어있었다.
습관대로 주변을 한번 휘둘러보고난 그는 기지개를 한껏 켰다.
한여름철인데도 이른아침 산속의 공기는 서늘했다. 간밤의 강도높은 행군이 아득한 먼 옛적에 있은 일인듯 아슴푸레하게 생각되였다. 팔다리가 몽둥이에 맞은듯 뻐근했다. 타박상을 받았던 허리는 끊어지는듯 아팠다. 그런 몸으로 어떻게 장밤 줄곧 달려왔는지 스스로도 놀라왔다.
(란시에는 앉은뱅이도 삼십리를 뛴다더니… 역시 사람에겐 정신력이 중요한거야.)
좀 운동을 해야 몸이 풀릴것 같았다.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조심하며 움쭉 몸을 일으켰다. 너무 이른아침이여서인지 도로상에는 아무런 인적도 없고 다니는 자동차도 없었다.
적후에서의 첫아침은 류다른 정서를 안고있었다. 긴장으로 팽배한 감정을 숙부드럽게 해주려고 애쓰는듯 한 자연풍경에서도 풀숲의 독사처럼 도사린 무서운 위험이 느껴지는것이다. 순간이라도 마음의 탕개를 푼다면 예측할수 없는 위험이 닥쳐들수 있는 곳이 바로 적구이다.
잠든 대원들을 다시한번 휘둘러보고난 학문은 지형을 익히고 몸도 좀 놀려볼 심산으로 스적스적 산아래로 내려갔다.
드문드문 눈에 뜨이는 취잎이며 도라지 같은것들이 평온한 산촌의 정서를 읊조리는듯싶었다. 전쟁만 아니라면 소리치며 실컷 산기슭을 내달려보고도싶었다.
《뎅가당!》
갑자기 산천의 고요를 깨뜨리는 철붙이소리에 깜짝 놀라 본능적으로 나무뒤에 몸을 숨겼다. 살며시 내다보니 바로 코앞의 길가에 허술한 괴뢰군사병 한놈이 서성거리고있었다.
(저건 웬놈이야?! 혼자서 뭘 할가?!)
말대가리처럼 길죽한 얼굴에 넝마같은 수건을 목에 걸친 그놈은 앞코숭이가 터진 미국제군화발로 길섶에 널려있는 통졸임통을 툭툭 차면서 무엇을 찾고있었다. 길가에는 미군이 뜯어먹고 내버린 통졸임통들이 너저분하게 널려있는데 그것들을 발로 차보고 쇠소리가 나면 내버리고 퉁 소리가 나면 주어먹는것이였다. 배가 고팠던 모양이였다.
(한심한 녀석! 변변히 얻어먹지도 못하면서 미국놈의 개노릇을 하다니. 헌데 저놈이 왜 이런데 혼자 나타났을가?!)
주변을 살펴보았어도 별다른 징후는 없었다.
(탈주병인가?! 가만있자, 저놈을 잡으면 큰 정보는 아니래도 이곳에서의 차후행동에 필요한 적정만이라도 뽑아낼수 있지 않겠는가.)
사로잡기에는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그래도 정찰병들중 누구를 깨울가 하다가 그까짓 볼것없는 사병 한놈때문에 곤한 잠을 밑지게 하고싶지 않아서 그만두었다.
(식전에 마수거리나 해볼가.)
혼자서도 세놈쯤은 능히 제낄수 있다는 자신심이 든든한 그여서 앞뒤를 재여볼새없이 사병놈에게로 유유히 걸어내려갔다. 괴뢰군복장을 했기때문에 의심받을 념려는 없었다. 바로 곁에 다가설 때까지도 그놈은 여전히 낌새채지 못하고 그 짓거리였다.
학문은 웃으며 그놈의 어깨를 가볍게 툭 쳤다.
《야, 임마! 너절하게 먹다버린 깡통이나 뒤지고있어? 세살에 도리질 했나?!》
퍼들짝 놀란 그놈은 낯선 장교를 보고 범 본 토끼처럼 껑충 뛰였다. 황겁해서 학문의 아래우를 훑어보는 눈동자는 겁에 질려 파들파들 떨었다.
《배가 고파? 내가 고기통졸임 줄터이니 저리 가자. 한턱 잘 대접해주지.》
사병놈은 비실비실 뒤걸음치며 조용하라는 뜻으로 어깨너머에 대고 뒤손질을 해댔다. 그제서야 학문은 울창한 참대숲에 가리워져있는 두채의 천막을 알아보았다. 정찰병들이 도착하기 전부터 바로 코앞에 놈들이 숙영하고있은것이였다. 주변경계를 조직했어도 울창한 참대숲속에 묻혀있는데다가 놈들이 모두 잠들어서인지 아무런 기척도 없었기에 놓쳐버린것이였다.
(아차, 실수했구나. 하마트면 큰일날번 했군.)
이제는 어쩔수 없었다. 이놈을 처리해버리지 않으면 천막안의 놈들이 깨여나 덤벼들수 있었다. 선손을 써야만 했다.
학문은 태연한 표정으로 빈정거렸다.
《왜 그래? 날 믿지 못하겠어? 졸장부같으니, 따라오라니까!》
《나, 난 보초병입니더.》
여전히 뒤걸음치며 눈치만 슬슬 살피는 꼴이 순순히 말을 들을 태도가 아니였다.
《자식! 보초라는게 근무위치를 리탈하구선 무슨 잔말이야!》
놈의 면상을 한손으로 후려치고 입을 틀어막는 동시에 사타구니를 힘껏 걷어차 넘어뜨린 후 제꺽 결박했다. 사병놈은 찍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나가넘어져 버둥거렸다. 그런데 버드럭거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천막안에서 꽥소리가 울려나왔다.
《무슨 일인가?》
새벽에는 작은 소리도 크게 들리는 법이다. 천막안의 직일병이 인기척을 느끼고 소리친것이였다.
학문은 지체없이 권총으로 그놈을 쏴죽이고 천막에 수류탄을 던졌다. 쾅! 하는 소리를 등뒤에 남기고는 냅다 뛰였다. 바로 그때 공교롭게도 도로의 앞뒤로 자동차편대들이 마주오고있었다. 우연이라고 해도 믿을수 없을만큼 일은 글러져버리고말았다. 차에 탔던 놈들이 욱 몰려오면서 덮어놓고 총질하기 시작했다.
(실수도 류만부득이지 아, 그처럼 중대한 임무를 지닌 내가 이런 실수를 저지르다니.)
뼈저린 후회감이 뇌리를 쳤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우선 놈들을 따돌리고 봐야 했다. 그는 정찰병들이 있는 곳과 반대쪽인 수수밭에 뛰여들었다. 총소리가 더욱 자지러지게 울렸다. 얼핏 뒤돌아보니 놈들의 수가 엄청나게 많았다.
고느적하던 새벽의 산천이 언제 그랬더냐싶게 총소리와 고함소리로 벅작 끓었다. 앙칼진 소리를 지르며 비발쳐날아온 총탄들이 키높은 수수대들을 와드득와드득 잘라던졌다. 길가로 행군해오던 적들과 아근에서 숙영하던 놈들까지 총소리를 듣고 합세하여 포위망을 치며 덤벼들었다. 무사히 빠져나가기가 조련치 않으리라는것을 직감했다. 무작정 뛰였다. 걸음을 내짚을 때마다 다친 허리가 아파났다. 이를 사려물고 죽기내기로 수수밭을 헤쳐나갔다. 예리한 수수잎이 목과 얼굴을 아프게 슬치였다.
드디여 수수밭이 끝났다. 밭머리에 나서니 호수다. 희푸른 물결이 찰랑거리는 그리 넓지 않은 호수였다. 한쪽변두리에는 큰 버드나무들이 듬성듬성 서있고 물우에는 시퍼런 물풀이 한벌 덮여있었다. 호수의 다른쪽에는 갈대와 줄대풀이 키높이 자라 우거져있었다. 여러 생각할 사이가 없었다. 달려가던 속도로 첨벙 호수물에 뛰여들었다. 남해가에서 자란 그는 자맥질에서는 해녀들과도 겨룰 자신이 있었다.
악이 치받친 적들이 즉시 호수가에 달려왔다. 호수물에 화풀이나 하듯이 총탄을 한바탕 들부어대고는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야, 인민군대! 투항하면 살려주겠다. 나오라!》
《넌 독안에 든 쥐다. 어리석게 버티지 말고 제 발로 걸어나오라!》
학문은 자맥질하여 호수기슭을 따라 이동했기때문에 몰부어지는 총탄을 피할수 있었다. 총탄은 전부 호수가운데로 쏟아졌다. 그는 갈대가 무성한데서 머리를 살짝 내밀었다가 속이 빈 갈대를 입에 물고 반대편기슭을 향해 살금살금 전진해갔다. 물우에 끝을 내민 갈대가 놈들의 눈에 걸려들지 않게 하자면 인내성을 내여 천천히 움직여야 했다. 기슭에 다달으자 물풀을 들쓰고 살그머니 머리만 내밀었다.
《인민군정찰병이 호수에 뛰여드는걸 정말 봤는가?》
호수가에 나선 장교 하나가 권총끝으로 군모채양을 밀어올리며 사병들에게 따졌다.
《참모장님, 이 눈으로 똑똑히 봤십니더.》
《나두 봤십니더.》
《장교복을 입었는데 키가 큰 놈이였십니더.》
《기렇다면 귀신이 곡할 노릇 아닌가. 호수는 우리한테 사발처럼 둘러싸였고 물은 잔잔한데 기놈이 대체 어디로 갔을텐가. 물고기가 아닌담에야 물속에서 숨을 쉴수는 없는노릇 아닌가 말야?》
《분명 호수안에 숨어있는것이 틀림없십니더.》
《하긴 인민군대 정찰병놈들은 보통놈들이 아니야. 야, 너희들 끝까지 버티고있다가 기어코 잡아야 한다. 정 바쁘면 제 발로 기여나오겠지. 우선 아침밥부터 먹고보자. 배가죽이 척추에 붙었다.》
자동차에 싣고가던 마대며 가마따위를 가져오는것을 보니 인차 물러갈 잡도리가 아니였다.
《야, 〈빨갱이〉놈아! 투항하라! 늬는 죽은 목숨이야.》
《투항하면 살려준대두!》
사병놈들은 호수에 대고 몇번 더 소래기를 질러보다가 배가 고파났던지 불을 피워 아침먹을 차비를 했다.
물러갈 생각이 없는 놈들과 숨박곡질하며 장기전을 벌리자면 믿음직한 은페지가 있어야 했다.
학문은 놈들이 몰켜있는 호수기슭을 세세히 살펴보았다. 그곳에는 밑둥이 한아름이나 되는 버드나무들이 무성한 가지를 늘어뜨리고 서있었다. 그중 제일 굵은 버드나무밑그루에 눈길이 미쳤다. 구새먹은 그 버드나무는 밑둥절반이 호수물에 잠겼는데 소뼈다귀처럼 울퉁불퉁 드러난 뿌리가 호수물면과 한뽐쯤 사이를 두고 들떠있었다.
(등잔불밑이 어둡다는데 저기에 가 숨어야지.)
아침밥 먹는 놈들의 쩝쩝소리까지 들렸다. 보급창에서 타왔다는 미국제고기통졸임을 불에 데워서 람술까지 마시고난 장교놈이 이발새를 쑤시며 일어섰다.
《야, 밥을 다 먹었으문 다음동작으로 넘어가라! 물속에 들어가서 기놈의 목덜미를 끌어내란 말야.》
《홍참모장님, 밥알이나 눕히고 봅시다요.》
《임마, 물속에 들어가문 소화두 잘돼. 부산 동래해수욕장에서 기생년 끼구 논담 하구 홀딱 벗고 들어가란 말야. 죽이지 말고 사로잡아야 돼!》
《힝, 기생년맛은커녕 그놈한테 룡궁으루 끌려갈가봐 겁난당게로!》
《이 새끼가? 룡궁에 가문 심청이가 있지 않으리. 명령이다! 몽땅 들어가라! 빨랑빨랑!》
그놈이 권총을 뽑아들고 다몰아대는 바람에 신발과 웃옷을 벗어내친 사병놈들이 쩜벙쩜벙 물속에 뛰여들어왔다. 인민군정찰병이 제 발밑에 숨었을줄은 꿈에도 생각 못한 장교놈은 권총을 든채 거드름을 피우며 제방우에서 오락가락하고있었다.
학문은 구새먹은 버드나무밑에 몸을 더 깊이 들이밀었다. 나무밑둥과 물면사이가 낮아서 코를 물밖에 내밀수 있었다. 막혔던 숨을 내불자 한결 마음이 놓였다.
사병놈들은 물오리처럼 헤염치며 돌아치기 시작했다. 그중의 한놈은 컴컴한 버드나무밑이 수상쩍은듯 바로 코앞까지 개헤염을 쳐서 접근해오더니 멈춰섰다.
(나를 보았는가?!)
가슴이 섬찟했다. 사병놈이 거의 다가왔을 때 숨을 한껏 들이키고 물밑에 잠겨들어 호수바닥의 돌을 그러잡았다. 그리고는 하나, 둘, 셋… 속으로 셈을 세였다.
아흔다섯, 아흔여섯… 아흔아홉…
드디여 백을 세였다.
그쯤 했으면 되였겠는데…
더 참아낼수 없었다. 물우에 떠오른 그때는 다행히도 그놈이 물러간 뒤였다.
《야, 없어?》
한시간쯤 지나자 장교놈이 지루해났던지 화가 나서 왜가리소리를 질렀다.
《아무리 돌아쳐봐도 없십니다요.》
《기럼 기놈이 어디로 갔단 말인가? 우리레 이렇게 지키고있었는데… 할수 없지. 모두 물속에서 나오라!》
(그러면 그럴테지, 이 우둔한 놈들아, 이쯤 소동을 일으키고도 허탕쳤으면 물러갈줄도 알아야지.)
학문이 쾌재를 부를 때 장교놈은 아무래도 의문이 사라지지 않는지 벅적거리며 떠들었다.
《정말 이상한 일이로군, 절대 새여나가지는 못했겠는데… 야 임마! 저 버드나무밑을 샅샅이 뒤져봤어?》
《예. 뒤져봤습니더. 몇번이나 뒤져봤는데 없십니더.》
사병들이 옷을 주어입자 장교놈은 다시 일제사격을 퍼부으라고 명령했다.
《탄알을 애끼지 말구 몽땅 쏟아부어라. 사격! 사격!》
또다시 총탄의 비발이 좌르르― 좌르륵― 쏟아졌다.
(그러다 싫증나면 이번에는 물러가겠지. 전선형편이 어려워 쩔쩔매면서 나 하나를 상대로 한가하게 호수가에 퍼더버리고앉아있을 팔자가 되겠나.)
허나 형세는 다르게 번져갔다.
장교놈이 권총을 쑤셔넣으며 소리쳤다.
《야, 내레 가겠는데 너희 1소대는 그냥 지키고있다가 인민군대정찰병을 꼭 붙잡아야 한다. 기놈은 틀림없이 이 물속에 있으니 해이하지 말구 올빼미처럼 눈들을 부릅뜨고 지켜라. 알겠는가?》
(과연 끈질긴 놈들이로군.)
점심때가 되였다.
호수옆에 가마를 걸어놓은 놈들은 점심을 끓이고있었다.
《인민군대정찰병덕분에 오늘 점심엔 깡보리밥신세를 면했능기요.》
《홍성구참모장님 먹다남긴 통졸임 어떡했는지로? 마조 먹세.》
밥통을 덜그럭거리는 소리, 첩첩거리는 소리…
지난밤 꼬바기 강행군한데다가 아침을 건늰 상태에서 한나절을 물속에 있었으니 배가 몹시 고파왔다. 여느때도 그 정도로 굶은 때가 없지는 않았으나 물속에서 버티는것은 몇배나 더 힘들었다. 게다가 아픈 허리는 감각을 잃었다.
여섯시간이 지나자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내장까지 모두 마비되는것 같았다.
(참자, 저녁때까지만… 어두울 때까지만 참자!)
오후에는 보슬비가 내렸다. 비방울이 떨어지는 물속은 으쓸하기 그지없었다.
어슬어슬해지는 저녁무렵에 참모장이라는 놈이 다시 왔는데 혼자가 아니였다. 키가 작달막한 안경쟁이를 앞세우고왔다. 그놈이 거드름을 피우며 물었다.
《어떻게 됐는가?》
물속에서 얼굴을 유심히 볼수 없었지만 목소리가 무척 귀에 익었다.
《사령관님, 여깁니다. 인민군정찰병이 분명한데 물속에 들어간 다음 여직까지 시종 기척이 없습니다.》
학문은 물풀을 헤집고 밖을 내다보았다. 검은 가죽잠바앞섶을 터쳐놓고 흰 목수건을 날리며 말없이 서있는 안경쟁이가 면바로 보였다. 순간 학문은 앗소리를 지를번 했다.
배달환! 그놈의 모색이였다. 검은색안경을 끼여서 얼굴모습을 정확히 확인할수는 없었지만 틀림없이 그놈이였다. 그러자 정향나무꽃이 피여웃던 그 언덕에서 놓쳐버린 장교놈의 모습이 눈앞에 겹쳐보이면서 이발을 사려물게 되였다.
(저놈이였구나! 저 원쑤놈을 놓쳤댔구나. 이놈!)
권총집을 더듬던 그의 손이 불시에 굳어졌다. 아니다, 지금 당장 몸을 드러내면 안된다. 최고사령부의 명령을 수행하기 전에는 죽을 권리가 없어! 참아야 한다.
물밖에서 횡설수설하는 소리들이 계속 들려왔다.
《어떡할갑쇼? 철수할가요?》
참모장을 사납게 흘겨보며 배달환이 호령했다.
《아니다. 무조건 잡아내야 돼. 인민군정찰이 분명하다면 이건 중대사건이야. 그놈을 붙잡아야만 이곳에 침투한 목적을 알아낼수 있다. 끝장을 볼 때까지 지키고있어.》
《알았습니다. 기러자면 사병들한테 뭘 좀…》
《좋다. 일선봉급에다 량식도 우대부류에 넣어주라.》
사병놈들이 환성을 질렀다.
《내 늬들을 믿고 가겠다. 새벽까지라두 졸지 말구 지켜서 꼭 잡아야 해. 제임스고문관님이 희소식을 기다리고계신다.》
(젠장, 저놈들이 밤을 밝힐 잡도리구나.)
눈앞이 아뜩했다.
사병놈들은 어지간히 지쳐나서 짜증이 났는지 손을 입가에 오그려붙이고 악에 받쳐 소리를 질렀다.
《이놈아, 이제라도 기여나오라! 살려준다!》
《배고프지 않은가? 흰쌀밥 주겠다. 우리 수색대사령관님이 특별히 공급해준기야.》
날이 캄캄해지자 적들은 모닥불을 피우고 둘러앉았다. 먹고 마시며 떠들어대는 놈들의 모습이 빤히 바라보였다.
학문은 두팔을 놀려보았다.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가까스로 두손을 마주쥐였다. 손가락이 물에 불어서 곱절이나 굵어진것 같았다. 손바닥도 퉁퉁 부풀어올라 자기 살가죽같지 않고 터실터실했다. 두다리에 손을 가져갔다. 장딴지와 허벅지가 물에 불어서 울퉁불퉁했다. 꼬집어도 아픈감이 나지 않았다. 살이 문적문적 떨어질것 같았다. 그러다가 온몸이 그대로 마비되지 않겠는지…
살가죽이 벗겨질것 같아 더 건드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물속에서라도 마음대로 움직일수 있었으면 좋겠건만…
조금후부터는 살거죽이 어디라없이 쑤셔나고 다친 허리뿐이 아니라 무릎도 쏘아나기 시작했다. 칼로 사정없이 허비고 도려내는것 같았다. 수천길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것 같은 환각에 의식이 몽롱해졌다.
깜빡 의식을 잃었다. 그러자 기다렸던듯 어른어른한 환영들이 두겹세겹 겹치여 다가들었다.
《부과장동지!》
달려와 매달리는 복남이!
《살아서 돌아오셨군요!》
투박한 손으로 눈굽을 훔치는 격술가 안창항이!
저건 누군가? 아, 김동호! 늘 입이 함지박만 해서 싱글벙글하는 비위데기를 몰라봤다니…
저건 또 누구야?! 라동수중대장이 아닌가?
…
갑자기 물이 출렁이는 바람에 화닥닥 몸을 떨었다. 졸지에 모든 얼굴군상들이 사라졌다. 환각이였다.
(이러다간 죽는다! 정신을 차리자. 정신을 차려! 배달환이 그놈이 눈앞에 살아있는데 그냥은 죽을수 없어!)
손가락으로 허벅지를 꼬집었다. 손가락 하나를 움직이는데도 초인간적인 의지가 요구되였다. 감각잃은 손이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러나 무의식중에도 애쓴 보람이 있어 간신히 의식을 차릴수 있었다.
별안간 호수주변을 어룽어룽 비치던 불빛이 사그라지고 조용해졌다. 적들이 졸수 있는 새벽이 온것이다.
(인제는 행동해야 한다. 기어이 살아서 이곳을 벗어나 임무를 끝까지 수행해야 한다. 장군님께서 주신 임무인데… 동무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살아서 가야 해, 살아서!)
모지름쓰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자면 먼저 준비운동을 해야 했다.
팔다리를 놀리기 시작했다. 팔다리가 꺾쇠를 박아 단단히 고정시킨것처럼 움쩍도 하지 않았다.
하나, 둘! 하나, 둘!
아픔을 참으면서 팔다리를 몇번 굽혔다가 폈다. 팔다리가 좀 노긋해지자 버드나무그루밑에서 살그머니 몸을 뺐다.
물면우에 머리를 내밀고 살펴보니 날이 밝아올무렵이였다.
사방을 둘러보며 조용한 호수가로 살금살금 헤염쳐갔다. 배고픔과 추위에 굳어진 손발이 마음대로 놀지 않아 헤염치기가 무척 힘들었다.
호수가의 제방뚝우에 마주앉은 사병 두놈이 까투리처럼 대가리를 두다리짬에 틀어박은채 졸고있었다. 등뒤로 삐여져나온 총신이 막대기처럼 하늘을 겨누고 곧추 섰다. 교대제로 호수를 지키던 놈들까지 지쳐 잠들어버린것이였다.
숨을 딱 멈추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젖은 옷자락에서 물면으로 물이 좌르륵좌르륵 떨어지는 소리… 그것은 수십척 바위벼랑에서 억만구슬을 날리며 떨어지는 폭포소리마냥 엄청날만큼 크게 들렸다.
머리가 핑 돌았다. 당장 쓰러질듯 비청거리는 몸을 가까스로 지탱하며 성벽처럼 높아보이는 호수뚝우로 한걸음 또 한걸음 걸어올라갔다. 발밑에서 갈대들이 아우성치며 쓰러졌다.
몇발자국앞에 아직 불땀이 시뻘건 모닥불무지가 있었다. 사병놈들은 그옆에 되는대로 자빠져 정신없이 자고있다. 드렁드렁 코까지 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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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위에서 계속)
갈대단을 베고 모로 누운 놈은 푸푸 입풀무질을 하고있다.
학문의 눈길은 모닥불옆에 놓여있는 가마에서 멎었다. 뚜껑이 열려있는 가마에는 흰쌀밥이 있었다. 초기에 직면한 배속에서 텅빈 위주머니가 무섭게 요동쳤다. 먹지 않고서는 몸을 지탱하기 어려웠다.
무슨 배짱에 그럴수 있었는지, 모닥불가에 엉깃엉깃 다가간 그는 부풀어오른 손부터 세괃게 문대고는 가마속의 흰쌀밥을 한웅큼 쥐여 입에 넣었다. 우물우물 씹으려니 아래턱이 잘 놀지 않았다. 손으로 턱을 올려밀며 씹었다. 달았다. 그러나 단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현훈증을 만날수 있기에 두어숟가락정도 되게 삼키고는 그만두었다. 그 정도만으로도 기운이 돌았다.
(이젠 됐다. 이놈들! 이제는 결산을 하자!)
잠든 놈들의 머리맡을 돌아다니며 총을 한자루한자루 걷어모았다. 한아름되는 그것들을 호수물에 몽땅 쓸어넣고 카빈총 한자루와 수류탄 세개만 손에 쥐였다. 그다음엔 제방뚝우에서 아직도 그 꼴로 졸고있는 두놈의 보초병에게 접근해갔다.
무릎에 대가리를 틀어박은 두놈의 뒤덜미를 량손으로 잡아일으키면서 힘껏 맞찧어주었다. 뇌수가 터진 그놈들은 찍소리도 없이 목매달린 개처럼 축 늘어졌다.
수류탄 두발을 모닥불가에 내던지고나서 수수밭속으로 뛰여들어갔다.
폭발소리, 아우성소리를 들으며 밭고랑을 지르밟고 힘껏 달렸다. 하늘땅이 빙빙 돌아갔다. 와스슥와스슥 수수대들이 흔들거렸다. 꼬박 온 하루 낮과 밤을 물속에서 보낸 육체는 인간능력의 한계를 초월하고있었다. 그래도 가야 했다. 전우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가야 했고 그들과 함께 최고사령부의 명령을 수행해야 했다.
사처에 널려있던 적들이 허둥지둥 달려와 총질해댔으나 어디로 쫓아가야 할지 몰라 헤덤벼칠뿐 추격해오는 놈들은 없었다.
(배달환, 그놈을 요정내야 하는건데… 내 네놈과 꼭 결산을 하고야말테다.)
명치끝이 알찌근했다.
눈에 익은 산기슭이 보였다.
수수밭에 몸을 숨기고 도로를 살폈다. 어제 새벽에 보았던 놈들의 천막은 그루채 없어지고 소동을 겪은때문인지 도로에 오가는 적들도 보이지 않았다.
좌우를 살피고 도로를 넘어선 그는 수림속에 들어갔다.
속을 새까맣게 태우면서 지휘관을 기다리던 정찰병들은 비척거리며 돌아오는 리학문을 발견하였다.
《부과장동지!》
모두가 한꺼번에 달려나왔다. 막 매달렸다. 휘청거리던 학문이가 풀숲에 쓰러지자 모두가 달라붙어 안아들고 수림속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마음속에 재가 무져졌던 정찰병들의 기쁨과 원망이 한데 어울려 뜨거운 눈물과 울분으로 솟구쳤다. 맨 먼저 가슴을 두드린것은 룡조였다.
《어떻게 우릴 버리구 간단 말입니꺼? 예?》
그 다음엔 차용대도, 김동호도 주먹으로 눈굽을 훔치며 설분을 터뜨렸다.
《너무합니다, 너무해요. 우리한텐 알리지도 않구.》
《명령없인 한자국도 옮기지 말라고 늘 엄하게 말씀하더니 도대체 오늘은 뭡니까?》
제일 가슴에 서려든것은 라동수중대장의 부르짖음이였다.
《지휘관이 잘못되면 우린 어떻게 최고사령부의 명령을 수행하겠습니까? 부과장동지!》
보통때는 도저히 체험해볼수 없는 감정이 리학문의 가슴을 불로 지지듯 달구는것이였다.
적후에서 서로 헤여졌다가 다시 상봉할 때의 감정, 그것은 죽었던 혈육을 다시 만난것보다도 더한것이다. 하물며 종적조차 없던 지휘관을 찾게 된 그들의 심정은 류다른것이 아닐수 없는것이였다.
《동무들! 내 잘못했소.》
학문은 복남이의 손을 꾹 잡고 모두에게 잘못을 빌었다. 그것은 진심의 사죄였다. 혀도 잡지 못하고 적정을 알아내지도 못하면서 귀중한 시간만 허비한것이 부끄러웠다. 최고사령부의 명령을 받고 적후에 들어와서 첫걸음부터 랑패를 보았으니 말로써는 이루 다 표현할수 없는 죄책감이 가슴을 허볐다.
그는 눈물이 개펴도는 정찰병들의 얼굴을 말없이 하나하나 둘러보았다. 입을 꾹 다문 차용대, 반고수머리 김룡조, 늘 싱글벙글하던 동호조차 눈굽이 푹 젖어서 정이 그윽한 시선으로 마주본다.
마지막 한사람까지 일일이 돌아보던 학문은 정영모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것을 알아차렸다.
《정영모동무는 어디 갔소?》
제일먼저 라동수가 머리를 푹 수그렸다. 이번에는 모두가 죄책감에 잠기여 할말을 못 찾고 학문의 시선을 피했다.
라동수의 설명에 의하면 일은 이렇게 번져진것이였다.
…
휴식하던 정찰병들은 총소리에 놀라 깨여났다. 사방에서 법석거리며 모여든 적들이 총을 쏘아대며 와―와― 호수쪽으로 밀려가는데 그것이 대체 무슨 영문인지 도무지 알수가 없었다. 정황은 핍박한데 지휘관인 리학문이 어디 갔는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그 누구도 행처를 몰랐다.
《분명 부과장동지가 불의에 습격해온 적들을 끌고간것 같소. 부과장동지를 구원해야겠소.》
제잡담 판단을 내린 라동수의 지휘에 따라 정찰병들은 조별로 분산하여 떠났다. 안창항의 1조는 놈들을 우회하고 김윤도의 2조는 수수밭을 수색하기로 했다. 정영모의 3조는 과수원쪽으로 에돌아 적들의 배후에서 형편을 알아보고 만약 부과장이 적들의 추격을 받는다면 놈들을 따돌리고 구출할 임무를 맡았다.
하지만 적들이 왜 법석판을 벌려놨는지도 딱히 모르는데다가 어디에서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전투를 벌려야겠는지조차 예상할수 없는 조건에서 정확한 전투조직을 못한 까닭에 모두들 하루종일 헛되이 돌아치다가 이리저리 흩어지게 되였다.
날이 어두운 저녁에야 집결지로 돌아왔으나 누구도 리학문의 행처를 알아내지 못했다. 호수가에 몰켜든 적들을 발견했지만 그놈들이 제멋대로 떠들어대는것만 보고는 사유를 알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정영모네 조에서 사달이 생겼다. 그들은 과수원쪽에서 적들과 불의에 조우했는데 얼마간의 격전끝에 모두가 뿔뿔이 헤여진것이였다. 3조성원들은 다 돌아왔어도 조장인 정영모만은 밤늦도록 돌아오지 못했다.
사연의 자초지종을 듣고난 학문은 부지중 근심이 겹쳐들었다.
《희생된건 아니요?》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다.
부과장이 없는 때 사달이 생겨 사색이 되여버린 라동수가 안창항이네 조를 이끌고 전투현장에 다시 가서 샅샅이 훑어보았어도 정영모의 행처를 끝끝내 찾을수 없었다.
사연을 실토한 라동수는 억지로 웃음을 지어보였다.
《부과장동지가 돌아왔으니 됐습니다. 이제는 근거지를 옮깁시다. 적들이 냄새를 맡고 여기로 몰려올수 있지 않습니까.》
아, 지휘관의 실수가 어떤 결과를 빚어냈는가!
리학문은 이발이 으스러지게 윽물었다.
개별적인 성원의 행처를 잃은 경우 근거지를 옮기는것은 적후정찰활동의 초보적인 규범이다. 그러나 지휘관인 나를 믿고 이들은 지금껏 여기서 기다렸다. 그런데 정영모의 행처를 잃게 된 지금 근거지를 옮긴다?!
그는 완고하게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요! 믿읍시다! 영모는 절대로 죽거나 쉽게 사로잡힐 사람이 아니요. 동무들은 여기서 감시를 강화하면서 쉬시오. 련락병! 나와 함께 가자구.》
《아니, 그 몸으로 어딜 가려구 그럽니까?》
《영모동무를 찾아봐야지.》
이번에는 라동수가 콱 잠긴 소리를 내며 학문의 팔소매를 붙잡았다.
《부과장동지, 내가 잘못했습니다. 분명 적들을 끌어다내치려고 멀리 간 모양인데… 무슨 일이 있더라도 새벽안으로 이곳에 꼭 나타날것입니다.》
《중대장동무!》
부지불식간에 이 한마디를 내뱉고는 뜨거운것이 속에서 치밀어올라 학문은 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대신 라동수가 머리를 짓숙이며 낮은 목소리로 뇌이였다.
《동지를 믿는 마음이야 부과장동지가 심어준게 아닙니까.》
고마왔다. 이런 미더운 전우들과 함께 있다는것이 기뻤다. 믿음이 있는데야 두려운것이 무엇이랴. 서로 굳게 믿을수 있다면 헤쳐나가지 못할 고난이 어디에 있으랴 하는 생각에 용암같은것이 가슴속에 그들먹이 차오르는것이였다.
괴괴한 수림속, 정찰병들은 돌아오지 않는 정영모를 기다리며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여느때 같으면 웃고 떠들 그들이건만 이밤에는 날이 새도록 그 누구도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뭇벌레소리를 들으며 묵묵히 밤을 새웠다.
지루한 밤이 서서히 물러가고 우거진 나무잎들사이로 푸릿푸릿 려명이 찾아드는무렵이였다.
불현듯 고요를 흔들며 짐승이 지나가는 소리인지 사람이 기여오는 소리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소리가 들려왔다. 착각인가 해서 조용히 귀를 기울여보아도 틀림없이 가랑잎을 헤치며 누가 기여오는 소리였다.
《누구요?》
리학문이 먼저 몸을 솟구며 나직이 웨쳤다. 제발 정영모였으면!…
김룡조가 먼저 달려나갔다. 그러더니 환성을 올리며 이쪽에 대고 웨쳤다.
《부과장동지! 동무들, 정영모동집니다. 영모동지가 살아서 돌아왔습니다!》
모두가 와락와락 풀숲을 걷어차며 달려갔다. 학문은 룡조에게 안긴 정영모를 받아안았다.
처절한 모습이였다. 머리를 동여맨 흰 천은 피와 땀으로 얼룩졌고 군복은 돌서덜과 가시나무에 찢겨 너덜너덜했다.
무릎은 다 해여져 살이 드러났는데 아직 엉겨붙지 않은 검붉은 피가 흐르고있었다.
《영모!》
《부과장동지!》
찢기고 피멍이 진 영모의 량볼로 두줄기 눈물이 흘러내리였다. 피진 입술이 겨우 움직거렸다.
《다신 못 보고 죽는줄 알았습니다. 죽는다 해도 동무들곁에 가서 죽고싶어서… 왔습니다, 이렇게…》
《영모! 잘했소! 우린 믿고 기다렸소! 동무가 살아서 돌아오리라고 믿었다니까.》
학문은 자기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미처 의식하지 못하면서도 부르짖었다. 영모는 무슨 말인가 더 하려다가 고개를 떨구었다. 긴장이 풀리는 순간 의식을 잃은것이였다. 다급해난 학문은 손끝으로 힘껏 인중을 눌렀다.
《빨리 응급처치!》
모두가 달라붙어 손발을 주물렀고 김기전은 미시가루를 물에 타서 한술한술 억지로 입에 떠넣어주었다. 룡조가 붕대를 다시 감았다. 이마에 파편이 지나갔고 총탄이 허벅다리를 관통했다. 그런 몸으로 근거지로 찾아올수 있었다는것이 믿어지지 않을 지경이였다.
잠시후에 간신히 의식을 차린 영모는 그간 겪은 과정을 일일이 이야기했는데 그속에는 이상한 적정자료가 있었다.
지독스럽게 쫓아오는 괴뢰군수색대를 동남쪽으로 유인해가다가 미군부대들이 주둔한 구역과 맞다들었다고 했다. 미군놈들은 마산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신산리지역에 몰켜있었는데 이상스럽게도 전부 포부대였다. 기를 쓰며 끈질기게 추격해오던 괴뢰군수색대놈들은 미군포부대가 전개된 지역 가까이에 이르자 쫓아오기를 포기하고 제풀에 물러서더라는것이였다. 미군장교들이 싸다니며 분주탕을 피우는것을 봐선 꼭 무슨 음모가 있는것 같더라고 그는 부언했다.
리학문은 아리숭한 생각이 들었다. 직접 겪어본 일이였지만 이 근방에서는 전부 괴뢰군놈들만이 눈에 띄였었다. 한놈의 미군도 맞다든 일이 없었다. 그런데 얼마 멀지도 않은 동남쪽에 수많은 미군부대들이 전개되여있다니…
정말 이상스러운 일이였다.
(대체 그것이 뭘 의미할가? 신산리, 신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