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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계승자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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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6,592회 작성일 20-07-18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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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석태진이 시내의 무직건달뱅이청년들에 대해 우려하고 교양하기 위한 사전조치를 취하려 했으나 일은 그보다 먼저 터졌다.

그날밤, 밤거리를 흥얼거리며 돌아치던 한창범의 패는 강안거리맥주집에서 작업반송별회를 하는 목재가구공장 청년들과 지부렁거리다가 싸움이 붙었다. 맥주조끼들이 날아가고 의자를 집어던졌으며 유리창이 박산났다. 란투끝에 여러명이 심하게 부상당했으며 창범이한테 얻어맞고 구두발에 채인 청년은 갈비뼈를 상하고 병원에 실려갔다.

강안지구분주소에서 안전원들이 달려와 창범이네 패거리와 목재가구공장 청년들을 단속했을 때는 싸움이 거의 끝났을무렵이였다.

아침에 통보를 받은 도안전국장 한경택은 차를 타고 강안분주소로 달려가 다짜고짜 창범이를 조사실로 끌어냈다.

중년나이 날파람있는 강안분주소장과 시안전부에서 나온 예심원이 급히 제지시키고 막아나서지 않았더라면 도안전국장 한경택은 권총으로 아들을 쏴죽였을것이다.…

석태진은 그날로 도사로청위원장과 시사로청위원장을 불러다 눈물이 쑥 나게 호된 추궁을 하고 당장 불량청소년들에 대한 장악통제와 교양대책을 세울것을 지시하였다.

그리고 시행정위원회에서는 불량청소년들이 활개치는 거처지로, 온상으로 되고있는 시내맥주집들을 당분간 페쇄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하였다.

며칠후 강안거리맥주집 패싸움사건이 결속되고 서기가 그에게 문건을 가져왔다.

석태진은 사업일정으로 되였던 령산군당 전원회의에 자기대신 선전비서를 내려보내고 도안전국장을 사무실에 불렀다. 서기더러는 강안분주소에서 창범이를 데려오도록 했다.

그리고나서 석태진책임비서는 도안전국장 한경택이 수표한 문건을 다시금 펼쳤다.

패싸움에 가담했던 청년들은 경중을 따져서 교양과 수일간의 구류처분을 주었으나 주모자인 한창범이만은 6개월간의 로동교양처분을 주고있었다.

석태진은 《한경택》이라고 갈겨쓴 수표를 들여다보았다.

한경택은 이번 사건을 자신이 거의나 맡다싶이해서 털끝만 한 용서와 융화가 없이 처리하였다.

국장자신이 아들이 범한 엄중사건을 다루고 형을 주는 서류에 수표하자니 얼마나 가슴아팠겠는가. 얼마나 모진 마음을 먹었으면 그렇게 랭혹한 처벌을 했겠는가.

두터운 참나무출입문이 열리고 도안전국장 한경택이 들어왔다.

석태진은 사무탁에서 일어나 한경택을 반갑게 맞아들이고 길다란 앞상에 마주앉았다.

석태진은 담배갑을 밀어놓았으나 한경택은 채양우에 누런 줄을 띠운 장령모자를 벗어놓고 흰서리가 그득히 앉은 숱많은 머리를 습관적으로 한번 어루쓰다듬었을뿐이였다.

《책임비서동지… 날 꾸짖어주시오. 당앞에 면목이… 없습니다.》

한경택의 거쉰 목소리는 번민에 찬 가슴속 심연의 깊은 나락에서 띠염띠염 흘러나오고있었다.

석태진은 옛 보안서출신인 오랜 일군을 깊은 아량과 동정심을 가지고 건너다보았다.

부임한 날 만났을 때보다는 확연히 늙어보이고 로인반점이 내돋은 길쑴한 얼굴엔 시름이 꽉 껴서인지 짙은 병색이 떠돌았다.

그러나 장미수북한 눈섭밑의 부리부리한 눈은 진할줄 모르는 열정과 의지를 엿보게 하였다.

《어데 아픈덴 없습니까?》

《없습니다.》

깨치기 어려운 침묵속에 석태진은 패싸움문건을 당겨놓았다.

《창범인 전쟁전해에 태여났구만요.》

《내가 마흔살이 돼서… 뒤늦게 본 자식입니다.》

한경택은 씁쓸히 웃음을 지었다.

《국장동무, 창범이를 꼭 로동교양소에 보내야 하겠습니까?》

《예.》

《다른… 보다 적절하면서도 온건한 대책을 세울수 없을가요?》

《일없습니다. 그 녀석한테는 로동교양처벌도 온건한 조칩니다.》

서기가 들어와 창범이 온것을 알렸다.

석태진은 창범이를 다시 만나보고 한경택이와 같이 아들문제를 의논해서 가능하면 교양대책을 세워볼 생각이였다.

《국장동무, 내 창범이를 불렀는데 데려올가요?》

《그 녀석을 책임비서동지방에 말입니까?》

《난 창범이와 어지간히 구면이 돼서 다시 만나보고싶습니다.》

《?!…》

격자무늬샤쯔에 잠바를 덧입은 꽤 멀쑥해보이는 창범이가 방안에 들어왔다.

한경택은 격분이 되살아났는지 대뜸 아들을 지릅떠보다가 창범이가 문지방어방에 어정쩡 못박혀 서있는것을 보자 어성을 높였다.

《이 녀석아, 례법도 모르느냐? 도당책임비서동지시다.》

창범이는 아버지말에 별로 꿈틀하지도 않고 느직이 허리를 굽혀 뒤늦은 인사를 했다. 고개를 들고 이쪽에 눈길을 주던 창범의 얼굴이 굳어졌다.

실수를 깨달은듯 입술을 깨물고 일그러진 어줍은 웃음을 띠웠다.

《너희들 <쇠망치패>계률로 하면 첫째형님이지. 이리 가까이 오라구.》

석태진은 너그럽게 웃으며 창범에게 손짓했다. 창범이는 어쩌는수 없이 주밋주밋 다가왔다.

《아버지취조는 실컷 당했을테니까 나하구 좀 말해보자.》

석태진은 잡도리를 하고 모로 돌아앉았다.

《더 가까이 오너라.》

창범이가 무슨 생각이 났는지 황급히 주머니를 뒤지더니 손에 잡힌 마그네트라이타를 분주스레 꺼냈다. 그는 한경택쪽에 불안스런 눈길을 던지고는 두어걸음 다가와 앞상에 라이타를 놓았다.

《그때… 맥주집에서… 미안하게 됐습니다.》

한경택이 저으기 놀래고 긴장해서 책임비서와 창범이를 번갈아보았다.

사연을 나름으로 짐작했는지 대뜸 그의 이마전에 퍼런 피줄이 살아올랐다.

《뺏았댔니?!》

《아니요. 국장동무, 내가 준겁니다. 우린 맥주를 같이 마셨지요.》

석태진은 라이타를 창범의 잠바주머니에 도로 밀어넣어주었다.

《대범한줄 알았더니 쪼물짝한데가 있어. 첫째형님, 그래 로동교양소에 가기 전에 뭐 할말이라도 없나? <쇠망치패>사업은 당분간 내게 인계해라. 내가 맡아보겠다.》

창범의 얼굴이 꺼멓게 죽었다.

그는 반롱조를 거두고 엄하게 물었다.

《창범이, 넌 이번에 네가 저지른 행위에서 무엇이 엄중했다고 생각하느냐?》

《사람을 때린겁니다.》

《그래, 사람을 때린것이 엄중하지. 형사범죄에 속하니까. 그래서 처벌을 받는거다. 하지만 너한텐 법률로 처벌받지 않는 엄중한것이 있다.》

석태진은 담배갑을 집어 여전히 부동의 자세로 침통스레 앉아있는 한경택에게 권하고 자기도 한가치 물었다. 성냥을 그어 사양하는 한경택의 담배가치에 불을 붙여주었다. 담배를 문 그 입술은 푸르죽죽하게 말라터져 까풀이 일었다.

두사람의 담배연기가 앞상우에 구름처럼 감돌았다.

석태진은 목소리가 갈렸다.

《어머니는 울며 먹을걸 싸가지구 구류장에 세번이나 왔댔다지?! 네 문제를 처리한 아버지는 인젠 속에 까맣게 재가 앉았다. 부모를 괴롭히구 고통스럽게 한 죄가 무엇보다 엄중하다. 어째서? 넌 아버지세대가 피로 지킨 땅에서, 그들이 땀흘려 이룩해놓은 재부를 가지고 배불리 먹고 살면서두 그들을 우습게 여겼다. 사회를 위해 벽돌 한장 똑바로 얹어놓지 않고서도 저 잘났다구 주인행세를 하면서 아버지세대를 모욕했단말이다.》

한경택의 손에 든 담배가치에서 길다란 재가 앞상에 떨어졌다. 담배재를 주어 재털이에 담는 그의 손가락이 가늘게 떨렸다.

석태진은 저도모르게 리성과 감정이 동하고 흥분으로 말이 길어졌다.

사무탁에 놓인 여러개 전화기들이 저마끔 울어서야 그는 시간과 사업의 촉박성을 느끼고 한숨을 쉬였다.

《처벌을 받든 무슨 일을 하든 이번 기회에 한번 뼈아프게 자기를 돌이켜봐라. 어떤 집안에서 태여났구 어떻게 공부를 하며 자랐는지. 그리고 자기가 이처럼 좋은 사회에서 과연 버젓이 살 도덕적권리가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봐라. 부모의 덕과 그늘속에 팔자늘어지는 자식은 나중에 기필코 부모한테 수치를 주게 된다. 가봐라.》

한창범은 힘겨운 시험을 치르고난 학생마냥 어딘가 안도감이 비낀 불안스런 얼굴로 청동으로 부어낸 사람같은 아버지를 힐끔 쳐다보고는 게걸음을 쳐나갔다.

두사람의 손에서 꽁초도 없어지고 담배연기는 열어놓은 환기창으로 떠밀려갔으나 얼어붙은 공기는 녹지 않았다.

한경택이 번민의 깊디깊은 구뎅이에서 온기 띤 말마디를 퍼올려 침묵을 깨뜨렸다.

《책임비서동지, 고맙습니다. 사람구실이 끝난 아들녀석을 관심해주셔서…》

《국장동무, 한 청년의 운명문젠데 무슨 고마움이 필요하겠습니까. 난 국장동무앞에서 어떤 도의심을 가지고 당적인 면목을 세우자고 창범이를 데려온게 아닙니다.》

석태진의 목소리는 랭담했지만 진정을 가지고 울렸다.

《창범이를 내가 맡아 교양해보려고 합니다.》

《책임비서동무가요?!》

한경택의 짙은 눈섭이 꿈틀거렸다.

《국장동무, 그날밤 창범이네 패싸움사건은 개인적으로 내 잘못이 큽니다. 내가 그 녀석들을 일찌감치 집으로 쫓아보냈더라면 일없었을겁니다. 직분을 로출하기 싫어 손님자격으로 점잖게 훈계를 했더랬지요. 료해에 그치고 뒤일을 전혀 예견 못했습니다.》

한경택은 쓸쓸히 웃었다.

《저를 생각해주는 마음을 왜 모르겠습니까.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는 책임비서동지가 도의 다망한 사업을 미루고 이렇게 시간을 내준것만도 난 속이 뜨거워집니다. 내 아들녀석은 그날밤에 싸움판을 벌리지 않았다 해도 어느날엔가는 또 그 비슷한 불집을 터치고야말지요. 우연적인 계기루 패싸움이 일어났다면 얼마나 다행스럽겠습니까. 내 아들녀석의 사람됨이 그렇게 몹쓸 지경에 이르렀기때문에 기필코 터진 일이지요. 바루 내가 애녀석을 사람 만들지 못해서…》

후회와 비애의 크나큰 슬픔덩이를 삼키느라 한경택의 울대에서 이상스런 소리가 났다.

석태진은 그의 실주름잡힌 눈굽의 안쪽에 물기가 번뜩이는것을 보았다.

《창범의 지난날이 그렇다 하지만… 난 여기에 새로온 사람이니 한번 교양해봅시다. 열번 찍어 안넘어가는 나무가 없다지 않습니까.》

한경택은 추연한 낯빛을 지었다.

《그 녀석은 백번두 더 찍어봤습니다. 설사 넘어갔다 해도 구부러든 나무에 온통 옹이투성이가 돼서 재목으로 쓰지 못합니다. 종합기계공장에서두 사로청조직에서두 그 녀석을 단념한지 오랬지요.》

《어쨌든 로동교양소에 보내는건 다시 생각해봅시다. 오래동안 당에 충실해온 국장동무네 집안에 이런 불미스러운 일로 오점이 찍히는것을 난 동의할수 없습니다.》

《책임비서동지, 난 수치와 망신은 이미 당할대로 당했습니다. 우리 창범이녀석은 이번에 제가 범한 죄를 조금도 융화받거나 덜수 없습니다. 응당 법대로 처리해야 합니다. 사회질서를 문란시키고 사람을 때려눕힌 그 녀석을 융화하거나 죄를 삭감이라도 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도안전국장의 아들이니 빠져나왔다고 시민들이 비난을 할겁니다. 그리고 다른 불량청년들을 징계할수 없게 됩니다. 법이 무르고 공정치 못하게 안면관계로 사건을 처리한다는 여론을 막을수 없을겁니다.》

석태진은 자기의 진심으로 되는 아량에 한경택이 조금도 의지하지 않는데 놀랐다.

한경택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군복 웃주머니에 손을 넣어 네겹으로 접은 종이를 천천히 꺼내 석태진앞에 놓았다.

《뭡니까?》

《사직서입니다.》

《?!》

《자식하나 똑바로 건사하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도의 사회안전사업을 책임질수 있겠습니까. 이제껏 눌러앉아있은게 부끄럽습니다. 물러나겠습니다.》

《아니, 국장동무! 이건 무리한 처삽니다. 이래서는 안됩니다.》

석태진은 황급히 마주일어나며 사직서를 한경택앞에 밀어놓았다.

《창범이가 처벌을 받은것만도 가슴아픈데… 생각을 고쳐하십시오. 국장동무야 지난날 당앞에 쌓은 공적이 있지 않습니까.》

《책임비서동지…》

한경택은 추연한 낯빛을 짓고 말하기 힘들어했다.

《사람의 공적은 어디까지나 과거에 해당되는거지요. 그렇지만 자식은… 사람이 제 앞날을 위해 만들어놓은겁니다. 창범이가 내 피줄과 내 인생을 이어가지구 당을 받들어야겠는데… 그렇게 할수 없게 됐으니… 참 슬픈 일이지요. 난 사람에게서 자식교양을 바로하는것만큼 큰 공적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경택이 젖어드는 눈굽에 손을 미처 가져가기 전에 매달렸던 눈물방울이 사직서에 떨어졌다. 그는 눈물이 잦아들어 잉크가 조금 퍼진 글자를 손으로 애꿎게 쓸어만지고는 사직서가 마치 깨지기 쉬운 물건인듯 조심히 들어 석태진이쪽에 옮겨놓았다.

《이 사람의 진심을 받아주십시오.》

석태진은 충격이 커서 한경택이 다리에 힘이 빠진 사람처럼 출입문쪽으로 지척지척 걸어나가는것을 지켜볼뿐 바래워줄념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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