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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서울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인가, 할말을 하는 주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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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흥노
댓글 0건 조회 1,821회 작성일 20-09-0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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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문제나 조미 관계를 논하려면 꼭 염두에 두고 참고해야 할 역사적 두 사건이 있다. 하나는 평양이 "핵무력 완성, 힘의 균형"을 선언하고 핵보유국 대열에 진입한 2017년 11월 29일이다. 또 다른 하나는 미국이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을 무산시킨 2019년 2월 28일이다.

전자는 트럼프를 북미 대화로 떠밀어 넣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사실, 워싱턴은 평양이 그렇게 빠른 속도로 핵무력을 완성하리라곤 상상을 못했다. 그러니 오금이 저리도록 기절초풍하는 게 이상할 건 없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힘의 균형' 선언 2 주일만에 노련한 미국 외교관 출신 펠트먼 유엔 정무담당 사무차장을 평양에 급파했다. 펠트먼 일행은 예상을 뒤엎고 닷세를 평양에 머물었다. 그는 시치미를 뚝떼도 유엔의 일상 업무차 방북했다고 둘러댔지만, 북미 대화를 이끌어 내는 임무를 수행했다는 게 중론이다. 

굳이 여기서 반기문 당시 유엔사무총장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그가 같은 동포로서 유엔의 수장으로 막강한 힘과 영햘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반 총장은 15년 5월 방북차 서울에 잠시 둘렀다. 서울에서 기자들을 모아놓고 북핵미사일은 안보리 위반이라는 가 하면 인권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발언 때문에 평양이 예정됐던 방북 허가를 취소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 보다도 그동안 반 총장의 유엔을 통한 반북 반통일 자세 뿐 아니라 대북 제재에 가장 큰 역할을 했기에 미운털이 잔뜩 박힌 증오의 대상이었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할 것 같다.

유엔의 수장으로서 우리 민족 문제와 북핵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충견으로 미국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고 반북활동에만 전념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사실, 과거 유엔은 두 번이나 서울의 유엔군이라는 게 불법이고 유엔과 무관한 것이라고 해체를 명령했으나 아직도 멀쩡하게 작동하는 건 불법이 맞다. 민족의 성원이라면 더구나 유엔 총장이라면 당연 이걸 해체했어야 옳다. 지금도 바로 이 유엔군사렴부라는 불법 기구가 비무장지대의 주인으로 남북 래왕을 방해하고 통제하고 있다. 

후자는 미국의 정체를 정학하게 판단 이해는 데 결정적 공헌을 했다고 봐야 한다. 사실, 남북은 하노이 회담 결렬로 값진 교훈을 터득했다는 점에서 실망만 할 일이 아니다. 트럼프의 핵타결 의지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결과적으로 호전네오콘 반대세력의 높은 장벽을 트럼프가 넘지 못하고 주저앉은 것이 하노이 회담 결렬인 것이다. 재회의 약속도 없이 월남당국이 마련한 만찬도 거부하고 귀국길에 트럼프가 나선 것은 남북 두 정상과 우리 겨레에게 지독한 모욕과 배신이라고 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을 향해서는 19년 말까지 "새로운 계산법"을 마련하고 남측을 향해서는 "오지랖 넓은 중재자 노릇 그만하고 할말을 하는 주인행세를 해야 한다"는 최후 통첩을 날렸다. 

다시 말하자면, 김 위원장은 미국을 철저하게 꿰뚫어보고 고가의 교훈을 찾았다고 보이나 문 대통령은 교훈을 아직 완전히 터득한 것 같질 않다. 최근 청와대 주변의 외교안보통일 보좌관이 교체되고 <한미실무구룹>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이 있어 주인 행세를 하려는 걸로 보이긴 한다. 그래선지 '중재자' 소리와 '선순환' 타령이 별로 들리질 않고 있다. 트럼프가 볼턴을 쫓아낸 건 다행이나, 실제로는 그와 별반 차이가 없는 호전보수우익 참모들이 그의 주변을 애워싸고 있는 게 북핵타결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주변에 진을 치고 있던 보좌관들이 벌써 교체됐어야 했다. 사실, 그들은 치나친 친미로 미국의 주장에 무조건 따라가는 말하자면 예스맨 (Yes Men)들이라는 게 화근이었다.

지금이야 말로 우리의 이익, 민족의 이익을 챙기고 겨레의 소원을 성취할 절호의 기회가 찾아들었다. 일본의 지도자 교체가 시작됐고, 트럼프는 난파선에 매달려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신세에 놓여있다. 세상이 요동치고 있다. 우리 민족문제는 민족 내부의 문제라는 확고한 입장에 서서 우리 스스로 문제를 풀어내겠다고 해야 한다. 유엔 제재를 피하는 재간을 부릴 게 아니라, 이제는 북핵과 무관하게 남북 문제에 관한 한 어떤 난과도 정면으로 뚫고 나가는 지혜를 발취해야 한다. 중재자 노릇 그만하고 주인 행세를 하면 된다. 자주와 주권은 양보나 타협을 해선 안된다. 흥정물이 아니다. 가장 절박하고 시급한 게 <한미실무구룹>을 해체하는 일이다. 바로 여기서 부터 출발하는 게 자주와 주권을 쟁취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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