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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전장의 행운아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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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7,314회 작성일 20-09-02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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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장

우리를 당할자 없다

2

 

윌리암 킨은 대노했다. 사단작전장교가 원인모르게 행불되여 신경이 날카로와진데다가 워커에게 기껏 아부재기를 쳐가면서 받아냈던 신형땅크들이 귀신에게 홀리웠는지 바위산협곡에 끌려가 포탄 한발 온전히 날려보지 못하고 인민군대의 집중포사격에 몽땅 녹아나고말았다는 바람에 정신이 핑 돌것만 같았다. 그것만도 부아통이 터지는 노릇인데 이번에는 미군부대들의 배비정형이 기입된 지형도까지 탈취당했다는것이다. 신형포들의 위치도 기입되여있는 그것이 인민군정찰병들의 손에 들어갔다면 그 후과는 몸서리쳐지는것이다.

조선땅을 짚은 첫날부터 평온한 기분으로 보낸 날이 거의나 없으나 이즈음에 겪는 일들은 겨우 유지해오던 감정의 방파제를 장마철의 취약한 동뚝처럼 무너뜨려버렸다.

이것은 분명 인민군대의 인원들이 배후에 침투하여 마음대로 날뛰고있다는 증거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그에 대한 단서 하나 잡아쥔것이 없었다. 이럴줄 미리 알고 이곳 지형에 익숙한 《한국》인들로 수색대사령부를 설립하고 중력을 기울여왔건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오히려 극비에 속하는 문건을 분실당하여 미군부대들에 무서운 위험을 몰아온 화근이 되였다.

때아닌 때에 술에 취해있었다는 《국군》참모장이란자가 칼을 맞고 죽었기에망정이지 만약 살아있다면 당장 붙잡아다 총살형에 처했을 킨이였다.

《도대체 수색대는 뭘하는가 말이요?》

그는 후줄근해서 서있는 배달환과 제임스를 씹어먹을 기상으로 노려보았다. 그래도 제임스는 정 막부득하면 올리받을 송아지처럼 허연 눈자위를 희번득거렸지만 배달환은 푸주간에 매달린 죽은 송아지 같았다.

킨은 꼴기없는 《한국》인의 그 자태가 더욱 증오스러웠다. 저런것을 믿고 《킨지대》의 안전을 요망했던 자신이 혐오스럽기까지 했다.

《당신은 이 남해안의 지형을 손금보듯 한다면서 왜 아무런 대책도 못 세우는가 말이요, 왜? 왜?》

녀서기 겸 통역관 포치엔이 신경질적인 킨의 말뜻을 어떻게 통역했으면 좋을지 몰라 갑자르는 사이에 달환은 손수건을 꺼내여 목덜미를 닦았다.

《저, 최선을 다하느라고 했건만… 죄송합니다, 각하.》

《뭣이? 최선을 다했다?! 노!》

어성을 높이던 킨은 갑자기 이발을 사려물고 말을 뚝 끊었다. 그러자 건드리면 쟁그렁 깨여질듯 팽팽한 분위기속에 지리한 침묵이 흘렀다. 마음속에 날뛰는 흥분을 걷잡기 어려운듯 뒤짐을 진 킨은 길다란 다리를 분주히 놀리며 미친 놈처럼 오락가락하다가 갑자기 뚝 멈춰섰다.

《최선을 한것은 아무것도 없소. 당신들은 건달만 부렸단 말이요. 이러니저러니 할것이 없소. 잃어진 지형도를 당장 찾아내시오. 그리구 이번에 전개한 신형포들이 무사하도록 총력을 다하여 백사불구하고 우리 지대의 안전을 보장하시오. 사소한 일이라도 생겨난다면 그가 누구든…》

《각하, 신임에 보답하겠습니다. 이번의 실책을 교훈으로 삼고 결초보은하겠습니다.》

배달환은 머리를 조아리며 곱씹었다. 번번이 랑패를 보는데도 매번 도량을 보여주는 양키사나이에게 진정 감사를 드리고싶었다.

그러나 킨은 흥 코바람을 내불었다.

《결초보은?! 그런 허황한 말공부질에는 이미 싫증이 난지 오래오. 빈말만 하지 말고 내앞에 인민군정찰병을 붙잡아다 놓으시오. 이제 분명 그놈들은 우리의 신형포를 노릴것이요. 그래 이 전쟁에서 이겨서 남해도에 있는 집과 재산을 지키겠는가 아니면 인민군대한테 패하여 집과 재산을 다 빼앗기고 이 반도에서 쫓겨나겠는가? 죽음을 무릅쓰고 맹투격전을 벌려야 하지 않겠는가!》

말을 길게 하지 않는 성미인 킨이였건만 너무도 억한 심정이여서 침이 마를 때까지 열변을 토했다. 그러다가 잠시 말을 끊은 그는 제임스에게 돌아서며 천연덕스러운 그의 얼굴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 눈빛에는 이제 더 태만하는 경우 아무리 조카라 해도 용서치 않겠다는 로골적인 위협이 무섭게 서려있었다.

제임스는 흠칫 놀라 뒤걸음질쳤다.

아무말없이 삑 몸을 되돌린 윌리암 킨은 뚜거덕뚜거덕 작전탁앞으로 다가가 절반 접혀있던 지도를 신경질적으로 활 펼쳤다.

《이 시각부터 수색대는 총력을 다하여 바로 여기 함안과 여기 봉암, 진동리일대 특히 이 화계산지구를 철저히 수색하시오. 개미 한마리도 놓쳐서는 안되오. 인민군정찰병들은 바로 여기 어디인가에 있을것이요. 수색대의 력량이 몽땅 소모되는 한이 있더라도 그놈들을 모주리 붙잡아야 하오. 알겠는가?》

《알아들었습니다, 각하.》

《목숨을 걸고 집행하겠습니다.》

《나는 실적을 놓고 결산하겠소.》 킨은 얄팍한 입술을 종그렸다가 감쳐물고 무슨 말로 더 단단히 엄포를 놓을가 궁리하던 끝에 이발을 사려물며 씹어뱉았다. 《군법앞에선 그가 누구든 용서가 없다는걸 나는 언명하는바요.》

그의 볼편에 돋은 검은 김이 불안스럽게 실룩거렸다.

제임스와 배달환을 돌려보낸 다음 그는 팔짱을 끼고서서 생각에 잠겼다.

왜 이렇게 골탕을 먹게 되는것인가?

무력이 모자랐는가?

아니다. 청소한 인민군대에 비하면 미군은 비행기와 대포, 땅크를 비롯한 현대적인 무장장비들을 갖춘 대병력을 전선에 투입했다.

전쟁경험이 미숙한것인가?

아니다. 맥아더와 워커는 물론 나 윌리암 킨만 보아도 제2차 세계대전에서 혁혁한 무훈을 떨친 전적을 가지고있는것은 물론 세계일류의 작전적안목과 지략을 자랑할만 한 능력을 지니였다.

그런데…

윌리암 킨은 쓴입을 다시면서 머리를 흔들었다. 수세를 만회할수 있는 출로를 찾아내지 못하고서는 밤잠을 잘것 같지 못했다.

그는 작전탁앞으로 다가가 펼쳐진채로 놓여있는 지도우에 머리를 숙였다. 이발을 사려물고 지형을 더듬어가는 그의 눈에서 흡사 살기띤 맹수가 발산하는 불꽃과 같은것이 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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