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전환의 년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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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득히 높은 대극장의 처마끝에서 비둘기들이 유난스럽게 구구 울고있었다.
평양시예술인들이 준비한 대공연을 지도하고 밖으로 나서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승용차의 손잡이를 잡으신채 잠시 극장을 바라보시였다.
평양대극장을 지은 때로부터 20여년세월이 흘렀지만 이 웅장하고 우아한 건물은 예전의 모습 그대로 국보적인 가치를 고스란히 보존하고있었다. 민족적건축양식의 경쾌한 합각지붕들과 하늘을 향해 활짝 깃을 펼친 추녀들에서는 우리 인민의 혁명적이며 락천적인 기상이 나래치는듯싶었다. 극장 정면의 량가장자리에 세운 두개의 정각도 우리 나라의 옛 풍속을 따른것으로서 높은 예술성과 정교한 조형미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며칠전에도 극장으로 나오신 수령님께서는 대극장은 보면볼수록 조선인민의 민족적감정과 정서에 맞게 아주 잘 지은 건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만족해하시면서 극장을 설계한 건축가가 지금 어디에서 뭘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시였다. 그러지 않아도 심운호가 대극장을 설계한후 건축계에서 소리없이 사라져버린 일을 의문스럽게 여기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날로 당중앙위원회 해당부서에 과업을 주어 자세한 내막을 알아보도록 하시였다. 그 어떤 반가운 소식이 날아오려는지 대극장지붕에서 비둘기들이 별로 야단스레 울어댄다 했는데 이날 집무실로 돌아가니 해당부서를 통해 심운호의 지난 생활을 상세하게 료해한 자료가 올라와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기다리던 문건을 한장한장 심중히 번져보시였다. 평양도시설계연구소(이후에 설계사업소로 개칭되였음)와 시당, 그밖의 여러 설계가들이 확인한 자료에는 심운호가 당시 건설부문의 지도적지위에 있던 반당종파분자들의 작간으로 건축계를 떠난 사실이 명백히 밝혀져있었다. 륜환선거리가 위대한 수령님께 거듭 심려를 드리게 되자 급해맞은 놈들은 설계가에게 그 잘못을 뒤집어씌우는것으로써 저들의 죄행을 회피했던것이다.
황주에 내려간후 심운호의 생활에 대한 평정도 대단히 긍정적이여서 그이를 얼마간 기쁘게 하였다. 심운호는 한때 똑바른 주견과 신념이 없었던 자신을 타매하며 병상에서도 설계도면을 놓지 않고 재생의 날을 꿈꾸었다는것이였다. 농장의 오랜 당원이 그를 보증해나선 자료는 심운호의 근실하고 청백한 인간면모를 너무나도 눈굽이 뜨겁게 펼쳐보이고있었다. 역시 설계가는 설계가였다. 그가 설계가로서의 재능도 있고 사람됨됨도 괜찮은 사람이였다는 생각이 드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문건을 다 보시고 뚜껑에 활달하신 필체로 《심운호동무의 명예회복을 위한 대책을 속히 취할것》이라고 큼직하게 쓰시였다. 그리고는 즉시에 전화로 림성욱을 찾으시였다. 심운호일가가 당한 쓰라린 과거사를 깨끗이 청산해주기 위해서도 하루빨리 륜환선거리를 보란듯이 일떠세우실 결심이였다. 그런데 소장실에서 전화를 받은 상대는 림성욱이 아니라 김광성이였다. 림성욱은 잠시 자리를 떴다는것이였다. 김광성은 륜환선거리형성안때문에 아침 첫시간부터 거기에 나와 붙어있다고 하였다.
《그럼 마침 잘됐습니다. 내가 바로 그 륜환선거리가 어떻게 되여가고있는지 알고싶어 전화를 했습니다. 어느정도 진척되고있습니까?》
그이의 물으심에 김광성은 평소의 그답지 않게 좀 당황해하는 기색이더니 인차 순탄한 어조로 대답하였다.
《제가 설계측과 시공측의 애로들을 제때에 풀어주지 못하고 앉아뭉개다나니 설계가 좀 늦어지고있습니다. 아직도 형성안이 되지 못한것은 어떤 집들을 허물고 어떤 집들을 살려두겠는가 하는것을 확정하지 못했기때문입니다. 공사규모와 철거세대처리에 대한 타산이 서지 않아서 애를 먹고있습니다.》
《그러니 철거주택문제에 걸려 형성안을 만들지 못한다는것입니까?》
《네, 하지만 지금 형성안초안을 만드는중입니다. 시공준비는 어제부터 착수하였습니다. 산원건설과 목욕탕건설이 외부공사들을 끝냈기때문에 곽운필동무가 어제부터 륜환선거리에 달라붙었습니다,》
《그 <중땅크>가 벌써 륜환선거리에서 발동을 걸었단말입니까? 형성안도 안됐는데 발동을 걸어서 어떻게 한다는겁니까?》
《밀어없애치울것이 확실한 건물들과 철거해간 단층집들부터 밀기 시작했습니다.》
《곽운필동무가 몹시 서두르는구만, 서둘러…》
김정일동지께서는 소리내여 웃으시였다. 곽운필의 내밀성이 대견스럽게 생각되시였다. 언제나 설계자들의 뒤에 불을 다는 곽운필의 일본새가 마음에 드시였다.
《그래, 새 륜환선거리형성시안은 언제까지 될수 있을것 같습니까?》
그이의 물으심에 김광성은 2∼3일안으로 만들겠다고 대답하였다.
《나는 륜환선거리 1계단공사는 당 제6차대회전에 끝내자고 마음먹고있는데 형성안을 너무 끌고있습니다. 좀더 빨리 내놓을수 있지 않습니까? 당대회기념건설중에서 지금 제일 급한것이 륜환선거리입니다.》
《초안은 오늘중으로 될수 있습니다. 모형도까지 예견하여 2∼3일로 잡았는데 조립식모형들을 쓰면 모형도를 더 빨리 끝낼수 있습니다.》
《현재야 모형사판까지 만들 필요가 있습니까? 형성시안을 놓고 토론하면 되지.》
《형성시안은 오늘밤중으로 다 될수 있습니다.》
《설계가들에게 무리한 철야작업을 시키지 말고 래일 오전까지 만들도록 하시오. 래일 오후나 모레 형성안을 놓고 토론해봅시다. 시간과 장소는 내가 알려주겠으니 형성안을 준비해놓으시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다음날 오후 첫시간에 만수대예술극장에 나가시여 새로운 음악무용서사시극 《락원의 노래》창작정형을 료해하시고 미흡한 부분을 바로잡아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거기서 곧장 철거작업이 진행되였다는 륜환선거리의 주택구간으로 향하시였다.
그곳은 온통 먼지로 뒤덮여있었다. 뽀얀 흙먼지속에서 돌격대의 붉은 기발들이 나붓기고 불도젤의 동음이 요란하게 울리였다. 처녀방송원의 야무진 웨침소리가 쨍쨍 울려왔다. 돌격대원들이 여기저기 널려 자기들의 살림살이를 펴고있었다. 이미 무궤도전차의 통행이 차단되고 정류소들은 텅 비여있었다. 전차선을 거두는 전공들의 모습도 보였다. 대통로쪽으로 면한 2층아빠트들은 이미 허물기 시작하여 불도젤에 채 밀려나가지 않은 잔해들만이 여기저기에 볼꼴없이 서있었다.
아직 헐리지 않은 뒤줄쪽에 선 2층아빠트들에서는 돌격대원들이 문짝도 손질하고 모기장을 치기도 하였다. 자기들의 숙소를 다 꾸릴 때까지 림시로 거기서 살 잡도리를 하는것 같았다. 그들의 진짜 숙소는 대통로와 초간히 떨어진 둔덕쪽에 전개되여있었다.
뻘건 토벽으로 지은 집들은 하나같이 방습지지붕을 떠이고 연통들에선 구들을 말리는 설핏한 연기가 피여오르고있었다.
어느새 김정일동지께서 오셨다는것을 알아차린 곽운필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그의 눈섭과 어깨, 모자채양우에 흙먼지가 뽀얗게 앉았다. 본때있게 내밀어볼 새 일감을 받아안은것이 퍼그나 만족스러운지 거멓게 탄 얼굴에는 희색이 완연하였다.
그는 김정일동지께 인사를 올리고나서 제흥에 겨워 싱글거렸다. 검은 얼굴과 대조되여 선명하게 드러나는 하얀이로 하여 마치 아프리카사람이 웃는것 같아 그를 보느라니 김정일동지께서는 저절로 웃음이 나오시였다.
《곽운필동무, 륜환선거리에 <땅크>가 너무 일찌기 진출한게 아닙니까. 여기서 살던 주민들은 어디로 갔습니까?》
《친척집으로 간 사람들도 있고 직장사람들의 집에 동거로 들어간 사람들도 있습니다. 백여세대가 먼저 떠났습니다.》
《친척집이나 한직장사람들의 집에 동거할수 없는 주민들은 어떻게 합니까?》
《그들은 시행정위원회에 찾아가서 왜 동거집을 선정해주지 않는가고 제기한다고 합니다. 시행정위원회 일군들이 좀더 기다리라고 사정하여 모두 짐을 싸놓고 기다리고들 있습니다. 어제 도시경영담당 부위원장동무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 여기서 철거시키는 주민들을 시내각지의 세칸이상되는 살림집들에 의무적으로 동거시키는수밖에 없을것 같다고 합니다. 부위원장동무의 의견대로 해야 할것 같습니다. 그 많은 빈 살림집이 당장 나올데가 없다고 합니다. 동평양에 새로 지은 아빠트가 둬채 있긴 하지만 그걸 가지구는 어림도 없습니다.》
곽운필은 그이께 딱한 사정을 힘겹게 말씀드리고나서 손등으로 이마에 내밴 땀방울을 씻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거리쪽으로 돌아서시여 불도젤이 작업하는 광경을 묵묵히 지켜보시다가 1계단건설구간을 깨끗이 밀어버리자면 얼마만 한 시일이 걸릴것 같은가고 물으시였다. 열흘이면 문제 없을것 같다는 대답을 들으신 그이께서는 이 큰 거리를 밀어제끼는데 열흘동안에 되겠는가고 물으시였다.
그러자 곽운필은 자신만만 한 태도로 대답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철거세대처리가 어렵지 이쯤한건 열흘이면 넉근히 밀어제낄수 있습니다. 주로 소층아빠트들과 단층집들만 허물고 그밖의 좀 크다는 건물들은 그대로 둔다니까 문제없습니다. 열흘이면 충분합니다.》
《좀 크다는 건물들은 그대로 둔다는건 어디에서 나온 말입니까?》
《형성시안에 그렇게 되여있다고 했습니다.》
그의 대답을 들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형성시안은 보나마나 거기에 심중한 문제가 있으리라는것을 직감하시였다.
《곽운필동무, 설계사업소에 전화를 걸어 림성욱동무가 떠났는지 알아보시오. 시당비서동무에게도 알리라고 하고 떠났는데 그들에게 련락이 닿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륜환선거리형성시안을 가지고 오게 돼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곽운필이 건설지휘부로 달려간후 담배를 피우시며 다시금 거리쪽으로 시선을 돌리시였다.
이제 며칠만 지나면 낡은 거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는것은 두말할것도 없이 통쾌한 일이다. 하지만 그집을 버리고 나간 사람들이 새 륜환선거리가 일떠설 때까지 일시적이나마 불편스러운 동거살이를 하게 될것을 생각하시니 한편으로는 가슴속이 알찌근해지기도 하시였다. 소슬한 저녁바람이 불어오며 그이의 옷자락을 날리였다.
건설지휘부로 달려갔던 곽운필은 담배 한대가 다 타기도전에 돌아왔다.
《전화를 걸었습니다. 떠난지 한 10분 지났다고 합니다.》
그가 미처 말을 채 맺기도전에 먼발치에서 회색승용차가 저물어가는 석양빛에 차창유리를 번쩍이며 달려오더니 건설지휘부옆에서 급정거를 했다. 소장의 손에는 도면말이가 들려있었다.
《형성시안이 된 모양이구만. 수고들 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미소를 짓고 그들을 바라보시며 손을 내미시였다.
《어디 좀 봅시다.》
《예.》
림성욱은 설계도면을 펴놓을 자리가 마땅치 않아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리 주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도면을 받아 두손에 펼쳐드시였다. 첫눈에도 대뜸 륜환선거리를 일신시키려는 시도가 확연히 느껴지는 형성안이였다. 시원하게 트인 대통로 량옆에 현대감이 나는 층고높은 살림집들을 조형미가 나게 배치하였다. 그것만으로도 70년대초에 세운 천리마거리나 70년대중엽에 세운 락원거리에 짝지지 않을 새거리로 될수 있었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독창성이 부족해보였다. 우선 건물들이 일직선으로 배렬되여있는것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였다. 변화도 없고 단조로왔다.
《소장동무, 우리 살림집들은 왜 매번 길옆에 단조롭게 늘여세우기만 합니까?》
림성욱은 얼굴이 벌개지며 답변을 드리지 못하였다.
《곽운필동무, 동무생각엔 어떻습니까? 살림집들이 매번 제식훈련을 앞둔것처럼 대렬을 짓고 서있어야 합니까?》
《예… 정말 딱딱해보입니다.》
곽운필이 주저없이 자기 소감을 이야기하였다.
《곽운필동무가 옳게 말했습니다. 살림집들의 배치가 도식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있습니다. 건물배치에서 변화가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건물형식도 덩어리만 요란했지 천리마거리나 비파거리, 락원거리에 세운 다층주택들과 별로 달라져보이지 않습니다. 건물배치에서는 도식성을 범했고 건물형식에서는 류사성을 범했습니다. 이전의 거리를 그대로 확대시키기만 하였습니다.… 나는 륜환선거리를 완전히 때벗이를 한 김일성시대의 본보기거리로 만들 결심을 하고있습니다. 21세기에 가서도 80년대 우리 인민이 어떤 자랑을 안고 어떤 거리에서 살았는지 알수 있는 새형의 거리를 만들자는것입니다. 그러자면 낡은 틀에서 벗어나 대담하게 새것을 창조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건축혁명이라고 할수 있지 않습니까.… 건축은 예술이고 설계는 창작입니다. 창작은 비반복적일 때 비로소 창작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건축예술의 견지에서는 새로 지은 집이 새 집으로 되는것이 아니라 비반복적이고 독창적인 새로운 건물이라야 새 집으로 된다는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형성안에는 건물배치에서나 건물형식에서나 새롭다고 할만 한것이 별로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이께서 말씀하시는동안 곽운필은 얼른 지휘부에 뛰여가서 원탁 하나를 들고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곽운필이 가져다놓은 원탁우에 도면을 내려놓으시고 도면상의 두개 지점을 손으로 가리켜보이시였다.
《그리고 이것 좀 보시오. 여기 창광산둔덕과 저기 보통문주변에 있는 낡은 건물들은 왜 본래대로 둬두었습니까?》
옹색하게 서있는 림성욱을 대신하여 김광성이 두손을 맞쥐고 침착히 대답을 올리였다.
《당대회전까지 끝내야 할 공사량과 철거자문제를 고려하여 일부 괜찮아보이는 건물들은 증축해서 그냥 쓰자고 타산하였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가슴이 답답하시여 반소매잠바의 쟈크를 끌러 절반쯤 아래로 내려놓으시였다.
《그 건물들이 대동강기슭에 있는 로동자아빠트만큼 잘된 건물이라면 둬둘 가치가 있겠지만 내 보기에는 살릴만 한 가치가 없습니다. 로동자아빠트는 확실히 잘된 건물입니다. 전후에 그 집을 지었는데 오늘도 거기서 사는 사람들은 다른데로 이사갈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이께서는 생각에 잠기시여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그때 평양에서는 제일 좋은 집을 로동자들에게 지어준다고 소문이 났습니다. 나도 그 아빠트를 지을 때 동무들과 함께 건설장에 가서 블로크를 찍었습니다. 그때 수많은 시민들이 로동자아빠트를 짓는데 떨쳐나섰습니다. 그 집을 지은지도 어느덧 20여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로동자아빠트를 보면 잘 지은 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설계도 잘했고 시공도 잘했습니다. 그쯤 돼야 살려둘 가치가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륜환선거리에 있는 집들은 하나도 잘된 집이 없습니다. 륜환선거리를 일신시키자고 마음먹은바에는 낡은 주택들은 단 한채도 남기지 말고 모조리 헐어버리고 최신식주택거리의 본보기로 될 새 거리를 일떠세워야 합니다.… 동무들! 낡은 륜환선거리를 몰밀어 깨끗이 폭파해 없애치우고 몇십년후에도 오늘의 건축가들에게 경의를 표시할 새 거리를 건설합시다. 그렇게 하는것이 어떻습니까?》
《시원히 그렇게 하는것이 좋겠습니다! 저는 대찬성입니다.》
누구보다 먼저 곽운필이 젊은이처럼 기운이 솟구쳐 주먹을 부르쥐며 대답했다. 림성욱이는 두손을 맞잡은채 엄숙한 자세로 서있다가 《알았습니다.》하고 떨리는 음성으로 대답했다. 김광성이는 할말을 잊었는지 안경알을 번뜩이며 흥분된 낯빛으로 김정일동지를 우러를뿐이였다.
그이의 안광에는 눈부신 미소가 어리였다.
《낡은 거리의 집들을 몽땅 없애면 철거세대가 너무 많아져 골치아파하는데 해결합시다.… 철거세대처리문제때문에 할 일을 못해서야 되겠습니까. 그건 혁명하는 시대에 사는 일군들의 일본새가 아닙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뒤이어 거리건설에 동원될 설계력량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타산해보시다가 림성욱이를 향해 돌아서시였다.
《소장동무, 평양에 많은 건설을 벌려놓아 설계력량이 딸리겠는데 각도 소재지에 있는 도시설계사업소 설계가들을 비롯하여 전국각지의 설계기관에서 필요한 사람들을 다 동원시킵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생각에 잠기시였다.
《이럴 때 설계가 심운호가 살아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성욱동무도 알고있지만 그는 대극장을 설계한 재능있는 설계가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60년대초에 억울하게도 건축계에서 사라졌습니다. 며칠전에 해당부서를 통해 알아보니 반당종파분자들이 저들이 저지른 죄행이 드러나는것이 두려워 그를 지방에 내려보냈습니다. 그는 지방에 내려가서도 당을 믿고 건축가의 본분대로 살려고 애썼습니다.…
60년대초의 걸작인 대극장을 설계한것만으로도 그는 우리 나라의 건축사에 남을만 한 사람입니다. … 》
김정일동지께서는 침통한 빛을 띠우시고 먼 하늘가를 바다보다가 말씀을 이으시였다.
《참, 심운호의 딸이 사리원에서 도시설계사업소에 있다던데…》
림성욱이 눈길을 떨구며 대답올렸다.
《네, 거기에 있습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남정기동무의 말에 의하면 그 딸이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은것 같습니다. 얼마전에 첫 설계를 의견받으러 왔다갔는데 뛰여난 재간이 엿보이더라구 합니다.》
김광성이 말씀드렸다.
《그렇습니까? 그것 참 다행한 일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못내 기쁘시여 환히 미소를 지으시였다.
《그렇다면… 이렇게 합시다. 그 딸을 륜환선거리설계집단에 망라시키는게 어떻겠습니까?… 가만, 딸의 이름은?》
북받치는 감격에 목메여하던 림성욱이 머리를 들며 나직이 말씀올리였다.
《심미영… 심미영이라구 합니다.》
《그래, 미영이라구 했지. 그의 가슴속아픔도 풀어줍시다. 아버지가 잘못 해놓은 거리를 딸이 바로잡는셈이니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김정일동지의 안면에는 여전히 대견스럽고 만족해하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비서동무, 소장동무… 우리 심운호동무의 가족들을 래일이라도 평양으로 데려오도록 합시다.… 괜히 시간을 끌것 없습니다. 래일이라도 설계사업소에서 이사짐 실을 자동차와 사람을 내려보내는게 좋겠습니다.》
그때 림성욱이 한발 앞에 나서며 청을 드렸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제가… 제가 가겠습니다.》
《소장동무가 직접 가겠단말이지요?》
김정일동지께서는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잘 생각했습니다.… 소장동무의 승용차가 가면 식솔이 셋이라니 모두 승용차에 탈수 있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
(심운호! 심운호!) 그는 터져오르는 오열을 가까스로 참으며 마음속으로 친우의 이름을 부르고 또 불렀다.
《대극장설계가의 딸을 데려옵시다.… 그 딸이 륜환선거리설계에 참가해서 대극장설계가의 명예가 회복되게 합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한시름 놓이신듯 부드러운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림성욱이 어깨를 떨며 나직이 부르짖었다.
《예, 제가 래일… 제가 가서 데려오겠습니다.》
림성욱은 고개를 숙이였다. 걷잡을수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는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제야 승용차가 서있는곳으로 발걸음을 옮겨가시다가 곽운필을 돌아다보시였다.
그이를 바래워드리려고 뒤따라오던 곽운필이 긴장한 자세로 멈춰섰다.
《참모장동문 나와 함께 갑시다. 내 차에 타시오.》
《알겠습니다.》
곽운필이 평시의 시원시원한 성격대로 기운차게 대답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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