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전장의 행운아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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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 장
금별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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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봉지하극장은 크나큰 감격과 환희에 넘쳐있었다. 적들과의 싸움에서 이룩한 우리 인민군대의 새로운 승리를 경축하는 성대한 행사가 곧 시작되는것이였다.
대회에 참가하라는 명령을 받고 온 리학문은 자꾸만 울렁이는 마음을 겨우 다잡고 불빛이 환한 휴계실에 앉아있었다. 오라고 해서 오기는 했으나 정작 와보니 분에 넘치는 영광에 몸둘바를 몰랐다. 이처럼 큰 행사에 참가하게 될줄을 미처 몰랐고 게다가 일반좌석도 아닌 주석단에 자기의 자리가 마련되여있는줄은 더구나 몰랐었다.
《리학문동무, 오느라고 수고했소. 그리고 축하하오. 동무의 자리는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의 옆자리요.》
주석단좌석을 알려주며 민족보위성 총참모장인 남일이 함박같은 웃음을 머금고 일러준 말이였다.
《아니, 그럼 최고사령관동지께서 행사에 몸소 참석하신단 말씀입니까?》
《그렇소. 장군님께서는 동무가 도착하거들랑 꼭 자신의 곁에 앉혀주라고 하시면서 행사가 끝나면 동무를 비롯한 전투영웅들을 따로 만나주겠다고 말씀하셨소.》
《?!…》
너무도 큰 격정에 무슨 대답을 해야 할는지 알수가 없었다. 그저 숨이 가빠나며 뜨거운 그 무엇이 솟구쳐올라 헉― 하고 느끼였을뿐이였다.
행사가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끝났는지 그는 자세히 기억하지 못했다. 장군님께서 행사장에 나오시자 목이 터지도록 만세를 불렀고 그이의 다정한 손길에 이끌려 최고사령관의 옆자리, 자기의 이름을 쓴 좌석표가 탁우에 놓여있는 자리에 앉던것밖에는 생각나지 않았다.
행사가 끝나 휴계실로 나왔을 때에도 제정신이 아니였다. 꿈같은 행복감에 취해서인지 도무지 자신을 주체할수 없었다.
《리학문동무 아니요?》
무아경에 잠긴듯 긴의자에 하염없이 앉아있던 그는 머리우에서 울리는 걸걸한 목소리에 머리를 번쩍 들었다. 최고사령부의 일군이였다. 후리후리한 키에 강파른 그는 학문의 팔굽을 잡아일쿠며 속삭이듯 말했다.
《어서 가기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부르시오.》
《저를요?》
《그렇소. 동무를 부르신단 말이요. 빨리 갑시다.》
김일성동지께서 계시는 넓은 방에 들어서니 가슴에 영웅메달을 단 여러명의 군관, 병사들이 그이앞에 서있었다. 장군님께서는 전선에서 위훈을 떨친 영웅들을 만나보고싶으시여 한자리에 불러주신것이였다.
《리학문동무가 왔구만. 그새 앓지 않았습니까?》
그이께서는 마주 걸어나오시며 반기시였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
학문은 거수경례를 올리고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맑은것이 한가득 어려도는 눈으로 그이만을 경건히 우러렀다.
《자, 여기 앉소. 동무들, 모두 앉아서 이야기합시다.》
다정한 손길로 학문의 손을 잡아 자신의 옆자리에 앉혀주신 장군님께서는 대견한 눈길로 가슴에 번쩍이는 두개의 금별메달을 바라보시며 미소를 지으시였다.
《이번에 또 적후에 들어갔다 왔다지?》
《옛! 괴뢰군사단지휘부를 습격했습니다. 그 사단장놈은 제가 어려서 머슴살이할 때 못되게 굴던 지주집 아들놈이였습니다. 이번에 철천의 원쑤를 갚았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천천히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음, 참 수고하였습니다. 결국 동무는 계급적원쑤들과의 운명적인 대결에서 이겼습니다. 이것이 바로 자기 운명의 주인임을 자각한 우리 조선사람들의 모습입니다. 그렇게 우리 군대와 인민은 혁명의 원쑤들과의 대결전에서 승리할것입니다. 그래 적후에 들어가보니 요즘 적들의 상태가 어떻습니까?》
《예, 적들은 멸망을 직감하고 사기가 여지없이 떨어졌습니다.》
《그럴것입니다. 요즘 우리 전선부대들은 맹렬한 습격전으로 적들에게 된타격을 안겼습니다. 아마 적들이 혼쌀났을것입니다.
리학문동무가 적후에서 활동한 정형에 대해 보고받았습니다. 동무는 공화국영웅칭호를 수여받은 후에도 적후에서 용감하고 대담한 정찰활동으로 부대의 전투승리에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그래서 동무에게 공화국2중영웅칭호를 수여한것입니다.》
미더운 자식을 굽어보시듯 정찬 시선으로 리학문의 얼굴을 살펴보시던 그이의 안색이 일순 흐리였다. 근심의 빛이 안광에 짙게 비끼였다.
《그간 적구에서 고생을 많이 한것 같구만. 지난해 만났을 때보다 더 수척해졌소.》
학문은 그이께 걱정을 끼쳐드릴것만 같아 어깨를 한껏 펴면서 큰소리로 말씀올렸다.
《괜찮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의 배려로 저는 건강합니다. 우리 정찰병들은 최고사령관동지께서 명령을 주시면 언제나 적후로 들어갈 준비가 되여있습니다.》
김일성동지의 만면에 다시 흐뭇한 웃음이 피여났다.
《아주 좋습니다. 동무는 그동안 정찰임무를 잘 수행하고 끌끌한 정찰병들도 많이 키웠습니다. 정말 수고가 많았습니다. 그것이 바로 대중적영웅주의입니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지만 전승의 날은 멀지 않습니다. 동무들과 같은 충실하고 용감한 영웅들이 있기에 우리는 미제침략자들을 물리치고 조국해방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할것입니다.
동무들! 전승의 그날 승리를 경축하는 성대한 열병식도 하고 전투영웅들의 대회도 크게 엽시다.》
그이께서 한손을 높이 드시며 말씀하시자 모두가 일어서서 열광적으로 박수를 치며 만세를 불렀다. 그것은 심장속에 끓는 환희의 분출이였고 승리에 대한 확신의 메아리였다.
그날 평양의 푸른 하늘에는 목화송이같은 흰구름이 두둥실 떴다. 도시는 미국놈들의 폭격에 페허가 되여버렸어도 웅건하고 영웅적인 기상은 곳곳에 넘쳐나고있었다. 무너진 벽체밑에서 벽돌장들을 주어모으는 아이들의 얼굴에도, 반토굴집에서 전선에 보낼 솜옷을 누벼가는 할머니들의 마음에도 또 삽과 곡괭이를 메고 노래를 부르며 씩씩하게 대렬지어가는 복구대의 발구름소리에도 영웅조선의 굽힐수 없는 기개와 신심이 어려있는것이였다.
아직은 전쟁이다.
전쟁! 전쟁에는 나라와 민족과 개인들모두의 운명이 걸려있다. 다시말하면 전쟁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판가리싸움이다. 이 전쟁에서 리학문은 공화국2중영웅으로 자라났다. 그것은 그자신이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영광이고 행운이였다. 실지 그자신이 김동호나 김룡조, 안창항이나 한중일이처럼 가렬한 전투에서 전사할수도 있었다. 얼마나 많은 전투와 전투를 치르었던가. 전투마다에서 그는 죽음을 겁내지 않았다. 오히려 죽음을 맞받아 한몸을 서슴없이 내대군 하였다. 때에 따라서는 모험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래도 죽음은 그를 이기지 못했다. 아니, 룡조를 비롯한 전우들이 자기들의 목숨까지 바쳐 지휘관인 그를 위험에서 구원해주었다. 그것이 그를 행운아로 만들어주었는가?
언제인가 김룡조는 말했었다. 김일성장군님의 정찰병이 된것이 자기의 특출한 행운이라고.
그렇다, 위대한 령수의 슬하에서 싸우는 전사들에게는 죽음이란 있을수 없다. 설사 격전장에 쓰러진대도 당과 조국을 위해 바친 영웅전사들의 피와 목숨은 조국의 위대한 승리를 담보하는 별로 빛난다. 그것은 위대한 최고사령관이 이끄는 위대한 조국이 있기에 담보되는것이다. 그러하기에 전사한 영웅이건 살아있는 영웅이건 조국과 민족을 위해 피와 량심을 바친 전사들은 그모두가 행운아의 운명을 누리게 되는것이다.
미제가 강요한 가혹한 전쟁은 이 땅의 모든 운명을 무참히 말살하려 했다. 그러나 이 나라 사람들은 쓰러진것이 아니라 오히려 떨쳐일어나 원쑤를 쓸어눕혔으며 이 세상 그 어떤 강적들도 감히 숙볼수 없는 강의한 영웅들로 자라났다.
그 대오속에 리학문은 물론 김동호와 김룡조, 라동수며 김기전, 차용대며 하복남, 안창항이며 한중일이를 비롯한 위훈많은 정찰병들이 서있으며 한태설과 포병대대장, 무선전대장과 같은 유명무명의 수많은 조선인민군 장병들이 서있다.
그들모두의 이름은 서로 달라도 가장 영예롭고 긍지높이 불리우는 칭호는 하나 우리의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일성동지의 전사라는 그것이다.
학문은 머리를 높이 들고 노을이 아름답게 불타는 평양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제 노을이 지면 무수한 별들이 돋을것이다. 태양의 빛을 받아 반짝이며 영원무궁한 삶을 누리는 별들이 하늘가득 별무리를 이루고 은하를 이룰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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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날 우리의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굳게 확신하신대로 조국해방전쟁은 드디여 우리 군대와 인민의 빛나는 승리로 끝났다.
미제가 정전협정에 치욕의 도장을 찍으며 패전의 말로를 한탄하고있을 때 승리한 조국의 수도 평양의 거리거리는 희열과 랑만에 넘쳐있었다.
전승의 광장에 승리자들의 열병대오가 굽이치고 경축의 축포가 터져오른 얼마후인 8월 어느날 혁명의 수도 평양에서는 전국전투영웅대회가 성대히 진행되였다.
불타는 땅과 바다, 하늘에서 그리고 전선과 후방에서 값높은 위훈을 떨친 온 나라의 영웅들이 금별메달을 가슴에 번쩍이며 대회장으로 모여왔다.
대회가 성황리에 진행된 마감날 영웅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으시며 기념촬영장에 나오시던 김일성동지께서는 두개의 금별메달을 가슴에 번쩍이며 맨 앞렬에 서있는 리학문을 알아보시고 걸음을 멈추시였다. 그이께서는 자애에 넘치는 미소를 환하게 지으셨다.
《건강이 어떻소?》
그칠줄 모르는 환호성으로 하여 장내는 떠나갈듯 했다. 허나 우렁우렁한 그이의 말씀을 학문은 정확히 가려들었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 저는 건강합니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 계시기에 저는 참으로 행복합니다. 이 행복을 영원히 심장속깊이 간직하고 한생토록 일편단심 최고사령관동지의 전사로 살며 싸우렵니다.》
그의 대답소리는 폭풍같은 환호성속에 묻혀버렸다.
그래도 그이께서는 전사의 심정을 다 아신듯 환한 미소를 지으시며 격려해주시였다. 아니, 그이께서는 분명히 이 나라 모든 전사들의 한결같은 심장의 웨침을 듣고계시였다. 그리고 심장으로 온 세상을 향해 뜨겁게 말씀하고계셨다.
《보시오, 동무들! 우리는 승리했소. 바로 동무들과 같은 충직한 영웅전사들이 있기에 우리는 이겼소. 미국놈들이 조선사람들을 잘못 보았지. 어제날에 천대받던 사람들이 정의의 위업을 위한 혁명의 길에서 영웅으로 자라난다는 진리를 적들은 알수 없었던것이요. 바로 동무들과 같이 대중적영웅주의를 발휘하여 당에 충직하고 용감한 조국의 장한 아들딸들이 있기때문에 우리는 승리할수 있었던거요. 동무들과 같은 영웅전사들이 있는 한 우리 조국은 제국주의자들과의 결전에서 언제나 승리만을 떨칠것이요!》
《만세!》
《만세―에!》
그이와 뜻도 숨결도 같이하는 전사들의 우렁찬 만세소리가 끝없이 메아리쳤다.
그들의 가슴가슴에는 영웅의 금별메달이 눈부신 광채를 뿌렸다. 김일성동지를 우러러 환호하는 그 모습은 그대로 금별의 바다였다.
태양의 빛을 받아 번쩍이는 금별들! 그속에 리학문도 있었다.
열광적인 환호성은 승리한 조국의 푸르른 하늘가에 끝없이 메아리치며 점점 더 높아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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