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전장의 행운아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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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 장
용감성은 타고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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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환이 참모부에 나타나자 방안은 삽시에 부산스러워졌다. 작전탁앞에 서있던 참모장이 뭐라고 꽥 소래기를 지르자 참모장교들이 허리를 꼿꼿이 펴고 두줄로 늘어섰다.
좌중을 한바퀴 빙 둘러보고난 달환은 거드름스럽게 뚜벅뚜벅 작전탁앞으로 다가섰다.
《그래 별다른 정황은 없는가?》
《사단장님!》 기다렸던듯이 참모장이 한걸음 나섰다. 《그렇잖아두 보고드리려던 참이였습니다.》
《뭔데?》
휴가차로 미국에 갔다온 제임스가 선물한 행운의 호신부라는 황금십자가를 줌안에 쥐고 만지작거리던 달환은 지나가던 유람객이 구경거리를 만난듯 사뭇 즐겁게 눈알을 굴렸다.
《크리스마스총공세》가 무참하게 실패하는것을 보고 화려한 귀향의 꿈이 언제 가도 실현될수 없는 개꿈인것을 깨달았는지 휴가를 서둘러 떠났다가 얼마전에 본국에서 돌아온 제임스는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 남해도에 있는 달환의 애비 배덕구한테서 한트렁크나 되는 돈과 금품을 얻어가지고간 대가이기는 했지만 자기의 호신부와 크기도 생김새도 꼭같은 금십자가를 그에게 선사해주었던것이다. 진품은 아니고 도금한것이였어도 미국의 이름있는 세공업자가 만들었다는 그것은 배달환을 감지덕지하게 만들었다.
행운의 그 호신부덕분인지는 딱히 모르겠으나 이즈음에는 적아가 고착된 전선에서 대치상태에 있고 적후에 나타난 인민군대부대들이 철원이나 이천쪽에서 갈개기는 해도 사단구역내에서는 적들의 활동이 즘즛해져서 별로 골탕먹는 일이 없었다. 확실히 그에게는 좋은 일들만 거퍼 생겼다. 미군의 새로운 공세가 준비되고있는 현황에서 앞으로의 작전전망도 락관적인데다가 사흘전에는 서울에서 위문단이 찾아와 사병들의 저락되였던 사기를 한껏 돋궈주었다. 이런 때 참모부에 무슨 일이 생겼다면 그것은 분명히 좋은 일일것이다. 다시 또 오겠다던 위문단이 정말 오는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에 마음이 흐물흐물해졌다.
하지만 참모장의 낯색은 눈사람처럼 하얗게 질려있었다.
《지난밤 태기산의 3련대구역으로 정체불명의 인원들이 통과한것 같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맞은편 고지에서 사람의 소리가 들려서 사격을 가했고 날이 밝아서 현지를 확인했는데 소대가량의 인원이 움직인 자취가 우리쪽으로 나있더랍니다. 그게 인민군정찰병들이 아닌지?》
《그렇다?!》
배달환은 오른손으로 턱을 슬슬 문지르며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참모장은 사단장의 속을 대중할수 없어 줄곧 눈길을 떼지 않은채 말을 이어갔다.
《참모부는 분명 인민군정찰병들이 우리 배후에 침투했다고 보고있습니다. 그자들이 무엇을 노리고 침투했는지는 딱히 모르겠지만… 이번에도 분명한것은 우리가 제일 아파하는 곳을 노린다는것입니다. 정확하게는 원주비행장을 말입니다.》
삐뚜름히 서서 듣던 배달환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리해가 가는 일이였다. 촉감이 예민한 인민군지휘부가 미군이 새로운 공세를 위한 준비의 한 고리로 끌어들이는 비행대들의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했을리 없을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몸이 으스스해나서 목을 움츠렸다.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비행대의 존재를 그들이 확인했다면 그것을 미연에 없애치우기 위한 행동을 할것이다.
인민군정찰병들의 맛을 볼대로 본 그였다.
신형땅크에 신형포… 《킨작전》때 얼마나 쓰디쓴 참패를 겪었던가. 뭘 좀 해볼라치면 귀신같은 그자들이 불쑥불쑥 나타나서 즉살탕을 내군 했었다. 그래서 인민군정찰병이라면 이제는 이발에서 신물이 났다.
(이번엔 어떤 놈들이 기여들었나?! 이러나저러나 제발 모든것이 무사했으면… 그놈들이 우리 사단관하에만 나타나지 말았으면…)
맞서면 늘 된탕을 먹군 하는것이 영 재미가 없어서 그들과 더 겨루어보고싶은 용기가 조금도 없었다. 사단장한테는 재미가 있고없고 하는 문제여도 관하부대들에 있어서는 죽음과 괴멸의 처참한 운명이였다. 아예 인민군정찰병들과 맞서게 되지 않을수 있게만 된다면 매일이라도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고싶은것이 배달환의 솔직한 심정이였다.
지금 킨사단장과 제임스는 새로 부임되여온 미8군사령관 릿지웨이의 흥미를 돋구어줄 큼직한 전과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있다.
미8군사령관으로 임명된 릿지웨이는 미군장성들이 이름만 들어도 겁에 질려 떨만큼 무서운 인물이라고 했다.
이미전에 배달환이 제임스에게서 들은것은 릿지웨이가 웨스트포인트시절에 럭비팀주장을 하고 빙상호케이를 즐겨했다는 체육광, 완력가라는 정도였다. 그런데 윌리암 킨을 만나고온 제임스는 무시무시한 새로운 정보를 그에게 제공해주었다. 그 릿지웨이가 미8군사령관이 되여 태평양을 건너오기 바로 직전에 옛 동창생인 미륙군참모총장 콜린즈와 작별연회를 가진 자리에서 조선전쟁에 참가한 장교들이 군무수행에 태공하면 그가 누구든 무자비하게 징벌하겠다는것을 다짐했다는것이다.
대양 저편에서 출발하기도 전부터 이발을 갈며 으르릉거리는 그런 폭군의 눈밖에 나게 되면 어떤 운명이 차례지리란것은 너무도 뻔한것이였다.
이런 판국에서 사소한 불상사라도 발생하는 경우 윌리암 킨이나 제임스의 운명에는 만회할수 없는 후과가 초래될수 있었다. 또 그들의 운명이 칼질당하는 때 배달환의 운명은 릉지처참을 당하고도 남을것이다.
신산리에서 신형땅크와 신형포들을 습격당했던 그때를 되새겨보니 온몸에 닭의 살이 올랐다. 하느님덕분에 그시그시 위험을 다행히도 무난히 넘겨왔어도 운명의 신이 늘쌍 자비로우리라는 담보는 없는것이다.
(원주비행장, 원주비행장이라?! 그놈들이 그걸 노릴수 있단 말이지? 옳은 생각이다. 그것은 미군의 세균전을 위한 거점이다. 그것마저 습격당하면 난 끝장이야.)
이런 생각이 들자 방금전까지의 흥흥락락하던 기분이 싹 사라져버리고 악이 치받쳤다. 운명의 호신부를 주머니안에 쑤셔넣은 그는 결패있게 작전탁우에 허리를 굽혔다.
《참모장, 수색대를 총동원하고 사단의 총력을 다 기울여 그자들을 린접사단들로 쫓아버리라. 제임스고문관님도 말했지만 우리한테 필요한건 그놈들을 붙잡는것보다도 사단의 안전을 보장받는것이거덩. 특히 원주비행장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구 위장물을 많이 만들어놔서 그놈들이 속아넘어가게 해야 돼. 원주비행장에만이 아니구 문막과 간현쪽에서두 허위비행기를 움직여야 한다. 원주비행장에는 미군이 세균전을 위한 특별목적을 가지고 비행대들을 배치한것만큼 사소한 실수도 없도록 해야 하겠다. 알겠는가?》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참모장교들은 갑자기 표표해진 사단장의 변덕에 머리를 기웃거리면서도 큰소리로 합창하는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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