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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총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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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5,820회 작성일 20-11-29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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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서《불멸의 향도》

 

                    장 편 소 설

 

2009-05-04-U01.jpg

 

                                박    윤

 

 

( 제 13 회 )

 

 

제 3 장

 

2

 

전방지휘소로 가는 비탈길은 가파롭고 몹시 미끄러웠다. 

눈석임물이 흐르는 골짜기에서 한참 톺아오르다 산허리부분에 한개 부대지휘부가 자리잡고있는데 멀리 산턱까지 거의 일직선에 가까운 대각선방향으로 급한 도로가 뻗어있었다.

경사가 어찌나 심했던지 성능좋은 야전승용차발동기도 부르릉 소리를 가쁘게 내며 힘겹게 전진했고 온몸이 등받이쪽으로 세괃게 밀리여 금시 차가 뒤집혀 굴러날것같은 위구심이 순간순간 커가는것이였다.

(이 동무들이 이런 위험천만한 길에 최고사령관동지를 모시다니. 아니, 그이를 몸가까이에서 보좌하는 우리가 문제다. 왜 첫눈에 험한 길을 가늠해보고 막아서지 못했는가…. 왜 사전에 이 길을 밟아보지 못했는가….)

유진성은 뒤로 여지없이 밀리는 몸을 바로 잡으며 안전띠를 틀어쥔채 땀이 바질바질 돋는 불안한 얼굴로 앞자리에 앉으신 김정일동지를 긴장해서 바라보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좀 불편스러운 몸자세로 차창밖의 험한 산세와 물기오른 땅을 살피시였다.

그이께서는 손잡이를 잡고 뒤를 돌아보시였다.

《지그자그로 길을 내지 않고 좀 경사가 급하더라도 곧추 올리내니 시간을 단축할것 같소. 이곳 부대동무들이 모든 사색의 첫 머리에 싸움준비를 놓은것이 알립니다.

진성동무, 그런데 얼굴색이 말이 아니구만. 몸이 불편합니까?》

김정일동지의 안색에는 걱정의 빛이 넘쳐흘렀다.

유진성은 몸가짐을 바로 하려고 애썼으나 이미 중력중심이 밑으로 쏠린 뒤였다.

《아닙니다. 최고사령관동지, 이건 꼭 유희장관성렬차를 탄 기분입니다.》

락천가인 유진성은 창황중에도 우스개소리로 따분한 처지를 모면하려는듯 벌씬 미소를 지었다.

《하하하. 관성렬차라! 아주 마음에 드는 비유요. 이곳 부대장에게 값을 단단히 치르어야겠소.

로영진동무가 아주 배짱이 있거든.》

야전승용차는 가파로운 비탈길을 힘겹게 톺아올라 전방지휘소앞공지에 도착하였다.

온화한 눈매에 키가 후리후리한 젊은 장령이 절도있게 다가와 김정일동지께 영접보고를 드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몹시 반가와하시며 로영진의 손을 잡으시였다.

《부대장동무, 그새 잘 있었소? 동무네 전방지휘소에 오르기가 헐치 않구만. 아주 전투적인 분위기여서 마음에 드오.》

《최고사령관동지, 길이 험해서 정말 죄송스럽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여기까지 오시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성격이 곧은목이고 진중한 로영진의 볼이 패인 길쑴한 얼굴은 저으기 긴장되여있는듯 싶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팔을 다정히 잡으시였다.

《허허허. 그러니 우리가 또 기습공격을 들이댄셈입니다. 부대장동무, 이 최고사령관이 가지 못할 곳이란 없소. 병사들이 있고 부대장이 작전을 지휘하는 곳에 우리가 왜 오르지 못하겠소. 그런데 동문 전보다 몸이 축간것 같구만.》

《최고사령관동지, 이 동무가 겉보기는 회초리같아도 이번 훈련때 보니 아예 쇠소리나는 강팀입니다.》

리평해의 말에 김정일동지께서는 한걸음 물러서시여 로영진의 모습을 바라보시였다.

《모르겠소. 어쩐지 전에 볼 때보다 약해진것같애. 로영진동무, 이젠 일만 일이라구 음악도 다 줴버린게 아니요?》

로영진의 굳어진 얼굴표정이 풀리고 눈가에 당황해하는 기색이 지나갔다.

《최고사령관동지, 정말 요즘은 음악을 들어볼새가 없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미소를 지으신채 머리를 저으시였다.

《좋지 않아. 그건 좋지 않아! 그래서 동무네 부대일군들의 얼굴에 생기가 없고 다들 뚝하댔구만. 그래 군가가 없는 군대를 생각할수 있는가? 노래가 없다는건 랑만이 없다는거요. 랑만이 없는 군인집단을 생각할수 있겠는가.》 

유진성은 가슴이 뭉클하였다. 

이윽고 김정일동지를 모신 일행은 교통호를 따라 전방지휘소에 들어섰다. 바람이 세게 불어쳤다. 유진성은 주변을 살펴보았다. 해발고가 높아서인지 음달진데는 아직도 잔설이 흰곰마냥 웅크리고있고 주변에도 잎떨어진 낮은 잡관목들만 무성할뿐이다. 맞바람이 어찌나 세찬지 전방지휘소의 위장망이 금시 벗겨져나갈듯 위태롭게 펄럭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쌍안경을 드시고 최전연전방을 쭉 살펴보시였다. 산세가 험한 산악들이 우줄우줄 솟아있고 적방어선을 따라 각종 차단물들과 군사시설물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적진이 어찌나 가까왔던지 전방의 드러난 산등성이에 자리잡은 적초소의 철조망이며 콩크리트장벽이며 무선안테나들이 손에 잡힐듯이 선명하게 안겨든다. 사위는 고요하였지만 최전선특유의 무겁고 팽팽한 공기가 삽시에 윙 하는 정적음으로 가슴속에 흘러든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쌍안경을 내리시고 펴놓은 작전지도를 유심히 들여다보시였다.

위장망을 거쳐 흘러내린 이른 봄의 해빛이 작전지도우에 얼기설기한 그늘을 던졌다.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그 그늘이 흔들흔들 춤을 춘다.

한참 작전지도를 들여다보시던 김정일동지께서 눈길을 드시였다. 그이의 안광에는 의아한 빛이 실려있었다.

《그런데 부대장동무, 이건 뭡니까? 이번 훈련계획에서 〈적〉의 공격을 제압하기 위한 작전안이 왜 두가지로 되여있소? 지도가 두장이구만.》

로영진장령이 머뭇거리며 주저하자 리평해사령관이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최고사령관동지, 두개의 작전안이 만들어진데는 그럴만한 리유가 있습니다. 제1안은 〈적〉이 선제타격을 해오는경우 제압공격할 군부대참모부의 훈련구상안이고 제2안은 이 로영진동무가 제기한 타격안입니다. 지휘참모훈련시 론쟁이 심했던만큼 우리들은 심중히 토의한끝에 두 안을 다 내놓아 최고사령관동지의 가르치심을 받기로 결심했습니다. 이 로영진동무의 고집이 보통이 아닙니다.》

리평해는 다소 못마땅한듯 이마살을 찌프린채 로영진의 과묵해보이는 얼굴을 흘깃 쏘아보았다.

로영진은 꼿꼿한 자세로 덤덤히 서서 작전지도를 응시할뿐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두 지도를 세심히 들여다보시였다.

《음, 아주 흥미있소. 그러니 지휘관들의 머리싸움이구만. 군사예술은 하나의 과학인만큼 사색과 탐구가 없이 창조가 있을수 없지. 유진성대장동무. 가까이 오시오. 어디 이번 훈련에 대한 두 전술안을 들어봅시다.》

유진성이 작전지도앞으로 다가오자 리평해가 지시봉을 쳐들었다.

《군부대참모부는 주어진 정황에서 차지한 계선의 전반적실태와 조성될 정황을 고려하여 〈적〉의 도발경우 이 발달된 도로가 있는 산악지대를 주타격방향으로 정하고 예비대도 이 지역에 집중하였습니다.

그리고 비교적 방어선이 설핀 이 구릉지대를 보조타격방향으로 선정하고 주타격방향에서 돌파가 형성된후 이곳을 견제하면서 공격성과를 확대하자는것입니다.》

유진성은 리평해의 침착한 어조에 따라 작전안이 정황과 지형을 엄격히 따지고 형성한 째인 구상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지시봉을 넘겨받은 로영진이 꼿꼿한 자세로 지도를 응시했다.

《저희들은 작전1안이 군부대적인 작전진행의 견지에서나 가상한 전투정황을 고려할 때 원만하다는것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부대가 차지한 지대가 상대적으로 지형상 낮아 불의의 정황이 발생하면 인차 주도권을 잡을수 있겠는가 하는 우려로부터 새 안을 제기하였습니다. 우리는 기동로와 떨어져있고 〈적〉의 방어선도 비교적 산만하고 종심이 얕은 이 구릉지대에서 돌파를 진행하고 이 주요도로가 있는 산악지대에서 〈적〉의 공격을 제압견제하면서 기동로를 차단하자는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쉽게 돌파를 진행할수 있는 이 구릉지대를 시작점으로 하여 공격성과를 속도감있게 확대할수 있다고 결심했습니다.》

로영진은 힘들게 작전기도를 설명하고 눈길을 내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두 장령의 설명을 들으시며 가볍게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허. 서로 상반되는 작전안인데 유진성동무, 어떻소?》

《최고사령관동지, 두 안이 다 작전적으로 째인감이 듭니다. 1안은 빈틈이 없고 2안은 기발합니다.》

유진성의 말에 김정일동지께서는 미소를 지으시고 재빠르게 손을 내저으시였다.

《무슨 대답이 그렇소? 며느리도 좋고 시어머니도 좋다는건데… 그건 절충주의요. 내 보기엔 로영진동무의 작전안에 문제성이 있는것 같소. 기발할뿐아니라 〈적〉의 기도와 정황을 깊이 파악하고 구상한 창조적인 안이요. 좀 근시안적으로 느껴지는것은 작전의 목적과 규모가 어정쩡한거요. 이 지역에서 기본은 이 전략도로입니다. 〈적〉이 공격해오는 경우 이 전략도로를 빨리 차지하는것이 중심고리입니다.

그러면 이 목적을 지향해서 돌파를 도로방향에서 진행하겠는가? 그런 경우 〈적〉의 력량이 집중되여있는만큼 시간을 끌수 있소. 돌파를 구릉지대로 지향시키는것이 전반적공격속도와 균형을 보장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하지만 군부대의 작전방안을 념두에 둘 때 이 산악지대의 전략도로를 장악하기 위한 행동은 단순히 도로장악이 아닙니다. 주타격방향의 공격속도를 높이고 지원하는 의미에서, 〈적〉을 이 산악지대에 붙잡아두기 위한 방향에서 작전이 진행되여야 합니다.

그러자면 작전을 한개가 아니라 여러개의 타격집단으로 동시에 진행하여 이 전략도로를 종심깊이 장악해야 합니다. 그런 경우 주타격방향의 공격도 수월해지고 차지한 이 전략도로를 통해 전투물자와 예비대의 진출로도 생기는만큼 군부대의 전반작전이 담보될수 있을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사령관동무!》

유진성은 놀라움을 품고 리평해를 바라보았다.

한순간에 두 작전안이 가지고있는 우점과 결함을 동시에 간파하시고 그것을 창조적으로 집대성하고 발전시키시는 그 신비한 작전적구상에 어리둥절해지였다.

사실에 있어서는 그 두 안을 벗어난 새로운 작전안이 탄생한것이다. 그것은 신비의 세계였다.

리평해는 얼굴이 불깃해져가지고 큰 호흡으로 가슴을 들먹이였다.

《최고사령관동지, 로영진동무의 안을 못마땅하게 생각했었는데 이젠 마음이 놓입니다. 〈적〉의 선제공격을 완전히 제압하고 큰 공격작전을 벌릴수 있는 통쾌하고 신묘한, 전혀 새로운 방안입니다. 앞이 확 트입니다.》

《허허허. 너무 춰올릴건 없소. 그저 로영진동무의 기발한 작전구상을 좀 보충했을뿐이요. 확실히 현지를 밟으니 창조적사색이 나래치누만. 로영진동무, 앞으로도 작전문제를 두고, 싸움준비를 놓고 탐구를 많이 하시오. 아주 좋습니다. 나는 창조적인 인간을 사랑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미더운 눈길로 로영진을 바라보시며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젊은 장령은 충격과 감동에 젖은 진중한 눈길을 들어 김정일동지의 모습을 우러렀다.

유진성은 가슴이 뻐근해왔다. 이 한순간에 아직 화약내를 많이 맡아보지 못한 새 세대 젊은 지휘관은 얼마나 통이 큰 거인으로 성장하는것인가. 그러고 보면 김정일동지의 고난에 찬 전선길은 이렇게 인민군지휘관들과 병사들을 현지에서 만나시여 믿음과 과업을 주시며 키워가시고 파악해가시는 뜻깊은 사랑의 길이기도 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 전방지휘소를 나서시는 순간 비무장지대너머 적진쪽에서 방송소리가 울려왔다.

《인민군초소에 알립니다. 금일 새벽 5시 25분에 인민군관할지역에 떨어진 총탄은 야전군소속 3사단직속 3대대 1중대 한영빈사병의 오발로 인한 사고였음을 알립니다.…》

지어 정중하게까지 느껴지는 조심스러운 목소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뒤따르는 로영진을 돌아보시였다.

《저건 뭡니까?》

로영진의 얼굴에 가벼운 미소가 실리였다.

《새벽에 적탄 한발이 우리측지역에 날아왔는데 적들이 아침부터 30분에 한번씩 저렇게 방송하고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수행한 일군들을 둘러보시며 가벼운 웃음을 지으시였다.

《하하하. 우리 병사들의 대응타격이 있을가봐 무던히 겁난 모양이요!》

《그러지 않아도 중대병사들이 총탄이 날아오자마자 윽윽하며 적초소에 기관총사격을 한차례 가했는데 우리가 중지시켰습니다.》

리평해가 못마땅한 시선으로 로영진을 바라보자 젊은 장령은 눈길을 내리깔았다.

《하하하. 부대장이 아직 병사때 결기를 그대로 가지고있구만.

자, 그럼 중대병사들을 만나봅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활달한 걸음새로 교통호를 따라 걸음을 내짚으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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