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승 칼럼] 과거를 회고한다 14 부대를 살린 예감은 오랜 경험에서 축적된 현상의 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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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승 칼럼] 과거를 회고한다 14
부대를 살린 예감은 오랜 경험에서 축적된 현상의 발로다
[민족통신 편집실]
김영승 선생 (비전향장기수, 통일운동가)
백운산 하봉 능선 타고 800고지 가는 길에 삼각고지가 있다. 이 삼각고지에서 중허리 길을 타고 광양 진상면 진상골의 중허리를 돌고 돌아가면 서골의 환자아지트까지 갈 수 있다.
때는 1953년 초가을이다,
적들은 자수자를 중심한 차찰유격대라고도 하고 전남에서는 보아라부대로 불렀던 부대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이 보아라부대는 경찰관이 총책임을 지고 남아있는 빨찌산 부대들에 잠복 매복전이나 불의 기습전을 가하여 피해를 주고 있었다.
이 보아라부대는 빨찌산 투쟁하다 생포된 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생포된 후 자기 한 목숨 살기위하여 무언가 단 한가지라고 전과를 올려야 살아남아 감옥에 들어가지 않고 석방되어 자유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쌍불을 쓰고 우리 동지들 한사람이라도 잡아주던가 희생시키던가 해야 신임을 받을 수 있었다.
게 중에는 양심상 동지를 잡아 줄 수 없어 뒤따라만 다니는 자들도 있다.
생사를 같이했던 동지를 잡아주거나 희생시키면 앞으로 어떠한 환경이 바뀌는 세상이 되어도 살아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욱 발악하면서 진짜 반공주의자가 되어 돌이킬 수 없는 죄악을 범하는 분자들도 있다.
이자들은 밤이나 낮이나 산새를 이용하여 타는 길을 알고 있기 때문에 빨찌산 동지들은 맘 놓고 산길을 탈 수 없었다.
언제나 중허리 비탈길을 돌을 때는 경각성을 최고로 높여 길을 개척해 나가는 심정으로 산길을 타곤한다.
이날도 우리 전남부대는 백운산 골짝을 돌고 돌아 적진을 피해 삼각고지 재에서 진상골 쪽으로 두 계곡을 넘어 중허리 길 바로 밑에 여장을 풀고 잠복하면서 중초선에 필자가 책임을 지고 16세의 소년인 정우영동지와 같이 보초를 보고 있었다.
우리가 보는 보초선 봉우리는 상봉능선에서 하봉 삼각고지능선까지 한눈으로 볼 수 있는 위치에 잠복하면서 적정의 유무를 살펴보고 있었으나 해가 서산에 걸터앉을 때까지 아무이상이 없었다.
그래서 본대진지로 내려오면서 의영동지만 내려 보내고 필자는 어쩐지 그냥 내려가기가 껄끄러운 감을 느끼어 삼각고지 쪽 소 능선 골짜기를 한번 보고 내려가야 맘이 시원할 것 같아 따발을 메고 양손을 양바지 호주머니에 넣고 사분사분 걸음을 걸으면서 중허리를 막돌아가는 순간 적들도 막 도착해서 조우하게 되었다.
적도 당황했는지 m원 총을 들고 마주치자 먼저 한방을 나를 향해 갈겼으나 총신이 내몸 옆으로 향해 나가 쏘았기 때문에 맞지 않았다.
순간 급한 경사비탈이라 순간적으로 뒹굴어서 약 30-40m지점에서 정신을 차리고 바로 올라와 중허리 길에 엎드려서 따발로 갈겨 댔었다. 그 때 본 적의 인상은 후리한 키에 얼굴은 타서 까맣게 된 얼굴모습이 지금도 지워지지 않고 꿈에 나타난다.
부대는 저녁밥을 하고 있었다 적정이 없기 때문에 인심하고 불빛과 연기를 내면서 밥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총소리를 듣고 부랴부랴 불을 끄고 이동준비를 신속하게 하고 있었다. 적들은 그후 총성한번 난적 없이 고요했다.
아마도 정찰대가 우리부대 위치를 확인하려 중허리 길을 타고 돌아오다 필자와 부딪치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삼각고지 근처에서 우리 보초선을 발견하고 틀림없이 중허리 근방에 본부대가 있을 것을 예상하고 기습하기 위해서 중허리 길을 타고 돌아오다 필자와 조우하게 된 것이었다.
그리하여 실익이 없다고 보는 데서 적들도 자기 본대로 돌아간 것으로 판단했다.
우리부대는 짐을 재빨리 꾸리고 캄캄한 야밤에 중허리 길을 타고 돌고 돌아 진상골 잣나무트로 와서 여장을 풀고 밤을 새웠다. 이렇게 해서 위기에서 부대를 구한 것이었다.
그래서 오래 투쟁하다보면, 그것도 부대를 위해서 몸과 맘을 바친다는 충성심에서 다방면적으로 위기의 가능성을 자나깨나 고심하고 실천에 터득한 경험이 쌓이고 쌓이면 주위 환경을 세밀히 보살피게 되는 것이 몸에 배 있기 때문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리라.
2020. 12월 필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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