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에서 줄을 잘못선 서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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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에서 줄을 잘못선 서울사람들
(한미동맹에 목을 매면서 되레 동맹에 재를 뿌리다니!)
이흥노 미주동포
미국 대선이 무난하게 예정되로 11월 3일 끝났다. 예상했던 데로 바이든 후보가 선거 나흘만인 11월 7일, 마침내 선거인단 확보에 성공함으로서 사실상 대통령 당선자가 됐다. 그리고 저녁에는 자신의 고향 델라웨어에서 대국민 승리 연설을 했다. 한편, 패배를 인정하고 승자에게 축하를 해야할 순간임에도 트럼프는 선거 결과를 부정하고 되레 법적 대응으로 맞서는 참 희한하고 얄궂은 일을 벌이고 있다. 이기고도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수 없는 기막힌 형국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식 민주주의는 끝장났다는 증거다.
선거가 끝난지 엿세, 바이든의 당선이 확인된지 이틀이 지났건만, 트럼프는 여전히 골프만 치면서 법의 심판으로 자신이 승리자가 될 것이라고 객기를 부리고 있다. 그런데 공화당 내부에서도 승복이냐 법적대응이냐를 놓고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체로 지구촌은 바이든 당선이 굳어진 것으로 보고 대통령 당선자라는 말을 쓴다. 문 대통령도 축하문을 보내고 당선자라는 말을 썼다.
트럼프가 부정선거 시비를 벌이고 승복을 완강하게 거부해도 트럼프 지지 세력의 호응이 별로 보이질 않느다. 몇 접전지역 개표장 앞에서 개표중단 소동 외에는 별다른 사고가 없었다. 특기할 사항을 지적하라면, 트럼프의 고정 지지자로 분류되는 백인복음주의자들이 떼거지로 개표장 앞에 몰려와 그의 성공을 비는 모습이다. 신통하게도 이런 모습이 서울에서도 기독교 신자들에 의해 재연되는 건 우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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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위에서 계속)
우연의 일치일까? 하기야 이명박 장노 대통령 만들기에 결정적 공헌을 한 게 기독교 신도다. 지구상 유일하게 서울에서만 트럼프의 패배를 승리라며 측하하는 행사가 벌어졌다.
기독교인이 주최한 것으로 보이는 대형 현수막이 서울 대법원 앞에 붙었다. 자유민주주의연합과 백만크리스찬연합 명의로 된 현수막 맨위에는 “트럼프 재선 축하, 하나님 함께”라는 구절과 “경축, 트럼프 대통령 재선 승리”라는 글발이 쓰여져 있었다. 그 현수막 아래에는 “한국 모든 국민은 미 대통령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하나님,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라고 돼있다. 누구를 지지 반대하는 걸 시비하자는 게 아니라 개표 진행도중인 데, 벌써 트럼프 재선 승리 축하라니 문제라는 말이다.
선거가 치뤄지는 미국에서도 이런 몰상식한 짓거리는 찾아 볼 수 없다.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트럼프나 할 소리다. 그는 개표 초반 지지자들 앞에서 “이미 크게 이겼다”고 말했다. 그래서 여론의 못매를 크게 맞았다. 모든 한국민이 트럼프를 지지 응원한다는 현수막은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망언이다. 제국민을 깔보고 얕보는 아주 건방진 작태다. 옛날 일제때 일제 부역자들이 천황에게 충성을 과시하기 위해 백성들을 들먹이던 걸 연상케 한다.
또 다른 트럼프 승리 자축 행사가 광화문 미대사관 앞에서 벌어졌다. 바이든 우세라는 발표가 나왔음에도 여전히 트럼프가 승리했다고 외처댔다.이들 펫말에는 영어로 된 “Trump Wins!!”라는 것도 있고 “Keep America Great”라는 구호도 보였다. 행사장 뒤에서는 미국애국가가 확성기를 통해 요란스럽게 울려퍼지는 가운데 대형 성조기가 휘날리고 트럼프가 승리했다고 외처댔다. 하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이 관심을 전혀 보이는 것 같질 않았다. 지금 미국의 민주주의가 거덜났는 데 미국이 위대하다니 기가 막힐 다름이다.
이때 미대사관저에서 까만 세단차가 빠저나가자 일제히 성조기를 흔들면서 환호했다. 이들은 대사관을 향해 영어로 “I Love USA”를 목청껏 외처댔다. 차에 탄 미국인은 이런 기이한 트럼프 지지 굿판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웬지 나는 이게 너무 궁금했다. 선거를 치루는 곳도 아닌 서울에서, 말하자면 남의 일인 데, 왜들 미국 사람 이상으로 극성스런 미국인 행세를 할까? 그나마도 패자편에 섰으니 줄을 잘못선 게 분명한데…엄밀하게 말해, 이건 외교적 실례다. 나라와 민족의 체면을 완전히 구기는 짓꺼리다.
조만간 새 미국 지도자와 정상대화가 있게 마련이다. 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아니라 입지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한미동맹에 목을 매는 이들이 되레 동맹에도 재를 뿌리는 꼴이다. 세단차를 타고 미대사관을 빠저나간 미국인은 아마 “이게 바로 미국에 충성하는 한국민의 모습이고, 그건 전적으로 우리의 덕택”이라는 생각을 하며 만면의 미소를 짓었을 것 같다. 만약 지구촌 사람들이 성조기를 흔들며 서울에서 벌이는 트럼프 승리 굿판을 봤다면 어떤 평가를 할까?
아마도 대사관에서 세단차를 타고 떠난 미국인과는 정반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저렇게 지독한 친미를 해대니 여태 전쟁도 끝내지 못한 분단국일 수 밖에 없지”라고 씁쓸한 입맛을 다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