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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전환의 년대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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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1건 조회 5,678회 작성일 20-11-0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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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김정일동지께서는 여느날과 다름없이 분망한 시간을 보내시다가 송수화기를 드시고 시당비서 김광성을 집무실로 부르시였다.

이해 년초에 그이께서는 최종적으로 완성된 학습당형성안을 어버이수령님께 보고드리고 확정하도록 하신후에도 미흡한 점이 있을가 늘 마음을 써오시였다. 그러시고도 래일아침 이미 기틀골조작업이 거의다 진척된 대학습당을 공중에서 부감해보시고 이제라도 고쳐야 할것이 있으면 고쳐 완벽을 기할 생각이시였다. 들어선지 얼마 안되여 그이의 집무실에 들어선 김광성은 정중히 인사를 드리고나서는 눈길을 바로 들지 못했다.

《비서동무, 왜 그렇게 얼굴이 밝지 못합니까? 요새 탑건설장의 일이 잘 안되는 모양이구만.》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말해보시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김광성은 잠시 주저하는 기색이다가 말씀드렸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탑건설장에서 일이 좀 생겼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상대방에게 마음의 여유를 주시려는듯 방안을 거닐다가 멈춰서며 물으시였다.

《무슨 일입니까?》

《탑기초를 설계한 동무가 현장에서 쓰러졌습니다.》

《강문혁동무말이요?》

김정일동지께서는 놀라시며 김광성을 마주보시였다.

문혁의 아버지가 생각나시였다. 강로인은 요즘 주체사상탑건설장에 자주 찾아가서 돌격대원들의 신발을 수리해준다고 한다.

그이께서는 오늘아침 그 아름다운 소행을 보고한 일군과 로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시다가 잠시 생각에 잠기시였다. 이전에 로인과 만났을 때 금년에 환갑을 맞게 된다고 하던 말이 문득 떠오르시였다.

아들을 건설장에 내보내고 외로이 지내는 로인이 환갑을 제대로 쇠였는지 어쩐지 그런 미타한 생각이 드시여 일군을 통해 지체없이 알아보니 걱정하신바대로 로인이 애당초 환갑을 쇨 엄두조차 내지 않았다는것이였다.

그 말을 듣고 가뜩이나 마음이 무거우시였는데 아들까지 현장에서 쓰러지다니… 김광성은 어제 뜻하지 않게 탑의 기단에 균렬이 생기지 않았는가 하고 좀 떠들었던 일을 사실대로 보고드렸다.

문혁이가 자기의 탑기초설계를 확고히 믿는 젊은이이지만 일단 사건이 발생한것만큼 사소한 의심도 가지 않게 사태규명을 정확히 하고 의식을 잃은데 대해서도 자세하게 말씀올렸다.

《위탈로 몹시 허약하다보니 쓰러졌지만 불덩이처럼 뜨거운 동무였습니다. 한손에 자기가 해명한 종이장을 쥐였는데… 글쎄 너무도 주먹을 꽉 움켜잡아 도저히 펼수 없었습니다. 뜻밖의 소동으로 얼마나 가슴이 아팠으면 그렇게… 문혁동무의 그 돌덩이처럼 굳어진 손을 보며 모두들 눈물을 흘렸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음… 문혁동무의 건강상태는 어떻소?》

《실신하여 넘어지며 타박상을 입었지만… 좀 나아졌다고 합니다.》

김광성은 사태의 진상을 사실대로 보고드리면서도 될수록 걱정을 드리지 않으려고 애쓰고있었다. 땀발이 선 그의 젖은 얼굴에서 연신 안경이 미끄러져내리였다.

《그래 병원엔 가봤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시당비서가 남한테서 얻어들은 소리같은 말을 하는듯 하여 물으시였다.

《아직 못갔습니다.》

《왜?》

《현장일을 수습하느라고…》

그이께서는 말씀이 없이 쏘파에 앉으시였다. 며칠 몇달동안 휴식도 잠도 잊고 일하시면서도 언제 한번 피로를 모르시던 그이이시였지만 김광성의 말을 듣자 얼굴에 지친 기색이 어둡게 비껴드시였다.

김광성은 자기의 실책을 깨달은듯 고개를 들지 못했다.

《됐습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그런 진실한 동무한테는 만사를 젖혀놓고 가봐야 합니다. 이제 곧 나와 함께 병원으로 갑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후 김광성을 데리고 적십자병원으로 찾아가시였다.

날이 어둑어둑해지고있었다.

승용차는 어느덧 병원마당에 들어섰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차에서 내려 병원구내길로 발길을 옮기시다가 차소리를 듣고 돌아서시였다. 뒤따라 마당에 들어선 승용차가 눈에 익어보이였다.

이윽고 림성욱이 승용차문을 열고 급히 달려오며 인사를 드렸다.

《소장동무구만. 문혁일 찾아왔습니까?》

《예. 》

《같이 들어가봅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때마침 접수실경비원의 련락을 받고 마중나온 병원원장의 안내를 받으며 병동정문안으로 들어가시였다. 그이께서 복도를 지나 입원실에 들어서시였을 때였다. 문혁의 병문안을 왔던 미영이가 당황히 인사를 하며 돌아서려고 서둘렀다.

《음, 미영이도 왔구만.》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정한 음성으로 말씀하시고 창문옆에 놓인 문혁의 침대곁으로 다가서시였다.

문혁은 움푹 꺼진 두눈을 감고 반듯이 누워있었다. 머리에 두툼하게 붕대를 두른걸 보아 타박상이 어지간히 심한 모양이였다.

훌쭉 패인 량볼은 꺼칠하고 창백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금방 잠이 들었습니다.》

담당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설명해드리였다.

환자는 여태껏 밀렸던 잠을 자는듯 고르로운 숨을 내쉬고있었다.

《얼굴이 몹시 상했구만. 머리에 입은 타박상은 어떻소?》

그이께서는 환자의 옆에 가까이 다가앉으시였다.

《타박상보다도 위탈이 심해서 문제입니다. 이런 몸으로 몇달동안 탑건설장에서 숙식을 하며 잠도 제대로 자지 않고 일했다는데 믿어지지 않습니다. 정말 놀라운 동무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문혁의 힐끔한 얼굴을 묵묵히 지켜보시였다.

의사의 말이 옳은것 같았다. 문혁은 너무나도 자기 몸을 혹사하였고 마음고생도 많이 했다. 통판기초안을 둘러싼 여러차례의 론쟁과 의견대립, 공사도중에 벌어진 무근거한 소동을 이겨내자니 제 한몸을 돌볼 겨를이 있었을것인가. 그의 옆에 얼굴을 짓숙이고있던 림성욱이 무겁게 한숨을 쉬였다.

《빨리 회복되여야겠는데…》

림성욱은 환자를 근심스럽게 내려다보면서 혼자소리처럼 말했다. 아무도 그의 말에 대꾸하는 사람이 없었다. 간호원들옆에는 미영이가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서있었다. 방안에 서린 침울한 기분을 감촉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미영이에게 눈길을 돌리시며 조용히 말씀을 건네시였다.

《미영의 설계는 시공에 넘어간지 오래다지?》

《네, 벌써 24층까지 벽체가 올라갔습니다.》

《요즘은 뭘하나?》

김정일동지께서는 걸상등받이에 한팔을 얹으며 림성욱이와 미영을 번갈아보시였다.

림성욱이 대답을 드렸다.

《30층주택을 책임적으로 완공하려고 현장에 나가있습니다.》

그이께서는 대견하여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큰일을 제꼈으니 손이 좀 났겠구만. 문혁이가 건강을 회복할 때까지 자주 와서 돌봐주라구.》

김정일동지께서는 미영을 정겹게 바라보시였다. 그이의 입가에 떠도는 미소와 더불어 호실안의 침울한 분위기가 얼마간 가셔졌다.

그 봄빛처럼 따사로운 은정이 심장속으로 흘러든듯 환자의 눈시울이 가늘게 떨렸다. 순간 문혁의 부르튼 입술사이로 한마디 분명치 않은 말이 가늘게 슴새여나왔다. 다들 환자를 주시하며 다시 무슨 기적이 있기를 고대하였다. 문혁의 이마에 손을 짚고 묵묵히 앉아계시던 김정일동지께서 곁에 붙어선 원장에게 나직이 물으시였다.

《원장동무, 방금 환자가 뭐라고 했습니까?》

《잠소리 같습니다.》

문혁의 머리맡 상두대우에는 빛갈 고운 사과와 자그마한 유리단지가 놓여있었다. 향기를 풍기는 해묵은 사과도 보기 드문것이고 단지에도 보약 같은것이 들어있었다.

그이께서는 유리단지를 들고 보시였다.

《이건 병원약 같지 않구만.》

《환자의 아버지가 가져온겁니다.》

담당의사가 나직이 대답하고 덧붙이였다.

《단지안의 보약도 보약이지만 늙은이의 정성이 정말 대단합니다. 하루에 두번씩 꼭꼭 찾아오군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아무 말씀없이 상두대우에 단지를 놓으시였다. 늙은 몸에 요즘도 탑건설장으로 찾아다니며 돌격대원들의 신발까지 수리해주는 로인… 문혁의 아버지가 환갑도 쇠지 못하고 지내는 일이 떠오르며 다시금 가슴속이 저릿해나시였다.

《소장동무, 난 오늘에야 강로인이 환갑을 못했다는걸 알았습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로인이 아들의 일에 지장이 될가봐 만류해서…》

림성욱이가 떠듬떠듬 말하는 모양을 여겨보시는 그이의 안색이 흐려지시였다.

한동안 방안에 무거운 침묵이 서리였다.

반나마 이지러진 달이 걸려있는 병실앞의 백양나무만이 밤바람에 흔들리며 와수수 설레이였다.

잠시후 창문앞에서 물러서신 김정일동지께서는 한마디의 말씀도 없이 문혁의 잠든 얼굴을 오래도록 어루만지듯 바라보시였다.

《문혁동무를 잘 치료해주시오. 우리 당이 키워낸 귀중한 청년과학자인데… 이번에도 그는 주체사상탑건설에서 제기된 문제를 끝까지 책임적으로 해명해냈습니다. 재능도 있고 의지도 강한 아주 량심적인 동무입니다.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극도로 쇠약해져 회복이 좀 굼뜰것 같습니다.》

《아니요.》

김정일동지께서는 담당의사의 말을 부정하시며 애정이 넘치는 음성으로 거듭 힘주어 말씀하시였다.

《온 병원집단이 달라붙어서라도 하루빨리 회복시켜야 합니다. 하루빨리… 그가 완쾌된 몸으로 다시 탑건설장에 꿋꿋이 서있다는 소식을 기다리겠습니다.》

그이께서 그처럼 뜨겁게 당부하시고 현관을 나서시자 병원직원들은 모두 눈물이 그렁해서 그이를 바래워드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들에게 손을 들어 따뜻이 답례하시고 림성욱이와 김광성을 향해 잠간 발길을 멈추시였다.

《동무들은 래일아침 9시에 비행장으로 오시오. 거기서 다시 만납시다.》

두 일군은 얼떠름히 서있다가 거의 동시에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 비행을 예정하신 이튿날은 맑고 쾌청하였다.

창문에서는 아침해살이 눈부시게 비쳐들었다.

간밤에도 여러 부문의 제의서들을 검토하시느라 집무실에서 꼬바기 지새우신 그이께서는 봄빛이 짙어가는 정원을 내다보시며 새들의 지저귐소리에 귀를 기울이시였다. 오래간만에 들어보시는듯한 자연의 음악이였다. 겹쌓였던 피로가 순식간에 가셔지고 기분이 거뜬해지시였다. 자연의 가수들이 고맙고 기특했다.

어쩌다 귀기울여보시는 새소리… 하지만 그것도 몇분간에 지나지 않았다.

그이께서는 림성욱, 김광성이와 약속한 시간이 되자 비행장으로 떠나시려고 곧 집무실을 나서시였다.

오늘은 그들과 함께 마감으로 인민대학습당건설에 대한 공중부감을 하기로 결심하시였다.

그로부터 얼마후 김정일동지께서는 아무런 영문도 알지 못하고 비행장에서 대기하고있는 김광성이와 림성욱, 남정기의 얼굴을 다정히 일별해보시였다.

《내가 오늘 동무들을 부른것은 이제 함께 직승기를 타고 공중에서 평양시전경을 부감하기 위해서입니다.》

그이께서 그렇게 다정히 말씀하시자 모두들 눈이 휘둥그래서 쳐다보았다.

《자, 다들 직승기에 오릅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대기하고있는 직승기쪽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일군들은 그이를 따라 직승기에 올랐다.

《시당비서동무나 소장동무는 비행기를 많이 타봤겠지만 남정기동무는 비행기로 평양시를 부감하는것이 처음이 아닙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남정기를 자신의 곁자리에 앉히고 다심히 물으시였다.

《예, 처음입니다.》

《건축가는 기초를 파고 땅우에 집을 세우면서도 이따금 건축물들을 공중에서 부감하는것이 좋습니다.… 내가 보건대는 공중에서 내려다봐도 역시 우리 평양처럼 훌륭한 건물들과 그 조화로 해서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운 도시는 세상에 없을것 같습니다.》

김정일동지의 말씀을 들으면서 김광성이나 림성욱은 차츰 가슴속에 서렸던 모든 걱정과 불안이 저절로 가셔짐을 느꼈다. 직승기는 세찬 동음을 울리며 부르르 떨더니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땅우에 있는 모든것이 점차 멀어져갔다. 밑에서 흘러가는 전야와 마을들… 이랑진 밭들과 배미마다 물이 찬 논들이 흘러갔다. 비행장에서 평양까지사이에 펼쳐진 전경… 교외의 농촌문화주택의 지붕들과 흰 벽들이 해빛에 눈부시다. 벌써 직승기는 시내상공에 들어서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좌석등받이에 한팔을 얹으신채 이따금 시창밖을 내려다보시며 말씀하시였다.

《소장동무는 전쟁시기에 외국에 류학을 가있었지만 시당비서동무는 평양시복구건설계획도를 만드느라고 고생을 많이 하였습니다. 그때는 새파랗게 젊어보였는데…》

김정일동지께서는 감회에 잠기신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그게 몇살때였습니까?》

김광성은 스물일곱살때였다고 답변을 드렸다.

《결혼전이 아닙니까?》

《네, 그때는 아직 총각이였습니다.》

《수령님께서 <남산총각>, <남산총각>하고 부르시던 일도 생각납니다.》

《저의 집이 남산재에 있다고 해서 그렇게 불러주시였습니다.》

《수령님께서 시당비서동무에게 붙인 정식칭호야  <평양애국자>였지.》

김광성은 송구해서 두손을 맞비비며 변명처럼 말씀드렸다.

《전 수령님의 교시를 집행했을뿐입니다. 수령님께서는 제가 1952년 와르샤와에서 열린 국제건축가회의에 평양시복구건설계획도를 가지고 참가한 후에는 늘 그렇게 불러주시였습니다. 저야 별로 한 일이 있습니까. 사실 그때 전 한팔을 부상당하여 회의에 선발될수도 없는 형편이였습니다. 명색이 그래도 국제회의인데 붕대를 감은 팔을 메고 어떻게 대표로 참가하겠습니까. 한데 수령님께서는 그게 오히려 더 자랑스럽다고 하셨습니다. 다른 나라사람들이 동무를 보면 싸우는 조선에서 온 건축가임을 알아볼것인데 얼마나 좋은가며 저를 친히 파견해주시였습니다.》

어느새 남산을 날아넘은 직승기는 수도의 도시상공을 선회하기 시작했다. 눈부신 해살을 떠이고 화려하게 일떠선 건물들의 숲이 시야에 가득히 안겨들었다. 그가운데서도 유별나게 두드러져보이는것은 문수벌에 새로 솟아난 산원의 아름다운 모습이였다.

《저걸 보시요. 현대적인 산원을 건설해놓으니 얼마나 멋있습니까. 이제 저기 창광거리에서 공사를 벌리고있는 새로운 고층살립집들과 빙상관, 천석식당 그리고 대동강량안에 솟아오른 인민대학습당과 주체사상탑만 완공돼도 평양은 주체조선의 수도로서 손색이 없을것입니다. 지금 이만해도 꽤 볼맛이 있지 않습니까?… 남정기동무, 땅우에서 보기보다 어떻소?》

시창에서 내내 눈길을 떼지 못하고있던 남정기는 도회지에 와서 전차를 처음 타보는 심심산골의 소년과 같은 기색이였다.

《직승기에서 내려다보니 평양은 훨씬 더 아름다와보입니다.》

《그럼 어디 대학습당이 다 완공된 때의 평양을 공중에서 자세히 가늠해봅시다.》

잠시후 직승기가 대동강상공으로 접근하자 골조만 솟아오른 인민대학습당의 정면모양이 시야에 사선으로 비껴들었다. 아직은 지붕도 씌우지 못했고 문들의 형태도 가려보기 어려우며 무수한 발대들과 발판들, 기중기들이 에워싸고있어 어설프기 짝이 없었지만 남산재우에 덩실하게 올라앉은 미완성의 건물은 자기의 장엄한 모습을 충분히 드러내보이고있었다. 주변의 건물들과도 훌륭한 조화를 이루고있다.

《여기서 보니 어떻습니까?》

《보기 좋고 아주 잘 조화되는것 같습니다.》

《설계를 한 당사자의 눈으로 보지 말고 비평가의 눈으로 보고 말해보시오. 아직 완공전이니 얼마든지 뜯어고칠수 있습니다.》

《기막히게 좋아보입니다. 훌륭합니다.》

남정기는 자기의 창조물인 건설중의 대학습당을 부감하며 현혹된 나머지 감탄사만 련발하였다.

《감탄은 그만하고 고칠점이 없는가 말입니다.》

《예?!… 예, 없습니다. 제가 처음에 내놓았던 형성안대로 했더라면 주변건물들이 다 짓눌려 학습당은 난쟁이를 거느린 장신자처럼 보기 흉해지고 말았을것입니다.》

《본래대로 했더라면 광장도 바가지처럼 움푹해져서 광장다운 품위를 잃어버렸을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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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위에서 계속)

《네… 그때 정말 제때에 바로잡아주시지 않았으면…》

김정일동지께서는 남정기의 어깨를 가벼이 떠미시였다.
  《내가 그런 말이나 듣자고 동무를 직승기에 태운건 아니요. 오늘은 흠잡을만 한 자그마한 결함이라도 없는가를 찾아보자는거요.》

그이께서는 다정히 미소를 띠우신채 남정기를 나무람하시고 김광성과 림성욱이쪽을 돌아보시였다.

《동무들은 어떻소?》

《만점입니다.》

김광성의 대답이였다. 림성욱이 뒤를 이었다.

《저도 동감입니다. 나무랄데 없습니다.》

《지붕을 씌우게 되면 좀 높아질것 같지 않습니까? 지금은 조화를 이룬것 같지만…》

그이께서는 미안해하시였다. 다들 재삼 눈여겨보았다.

《일없을것 같습니다.》

《지금 딱 됐습니다.》

《일없습니다.》

세 설계가는 거의 동시에 말했다.

《세 전문가가 일없다니 일없는것으로 치고 이제는 측면들과 후면들을 봅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직승기를 대학습당을 중심으로 하여 천천히 돌리라고 비행사에게 지시하시였다.

직승기가 다시 선회를 시작하였으나 이번 관찰에서도 미흡한 점을 찾아내지 못하였다. 완전무결한 합격인 셈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 무슨 일을 하시건 완벽을 기하시기 위하여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시며 사색에 사색을 거듭하시는가를 재삼 느끼고 마음속깊이 탄복해마지 않으면서도 김광성은 탑건설장의 일로 하여 마음 한구석이 께름한게 불안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 다시금 의미심장히 말씀하실 때 김광성은 몸가짐을 바로가지였다.

《시당비서동무가 잘 알고있는것처럼 평양시건설계획도를 작성할 때 남산재에 정부청사를 앉히자고 하는것을 수령님께서 거기에는 인민을 위한 로동궁전이 아니면 문화궁전을 앉혀야 한다고 하시면서 다치지 못하게 하시였습니다. 사실 국가적회의를 가지는 공공건물을 앉히는데는 남산재만큼 좋은 자리는 없습니다.

그런 남산재에 큰 학습당을 앉히는것만치 동무들은 인민대학습당이 얼마나 중시되는 건축물인가를 언제나 명심해야 합니다. 어느 구석에 미흡한 점이 없겠는지 찾아보고 또 찾아보면서 만점짜리 최고걸작으로 만들도록 합시다. 동무들의 생각엔 어떻습니까. 우리의 인민대학습당이 규모로 보나 설계로 보나 쏘련의 레닌도서관이나 미국에 있는 꽁그레스도서관보다도 월등하게 낫지 않습니까.》

《우리의 학습당과는 대비도 안됩니다.》

김광성이가 침착한 어조로 대답올렸다.

《전달에 외국건설자대표단 성원들이 건설장을 참관하고 자기 나라에서 대통령궁전을 짓는데 인민대학습당에 비하면 어방도 없다고 하며 부러워하였습니다.》

《그래, 인민대학습당은 참으로 훌륭합니다. 이 세상에 자기 인민을 위해 저렇게 웅장화려한 궁전을 건설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습니다. 학습당의 좌석수가 총 6천석이니 하루 1만여명을 수용할수 있을것입니다. 대단합니다. 이제 20세기 류동하는 모든 과학기술서적들과 특허기술문헌 원서들을 다 수집하여 3천만권의 장서를 마련하자고 합니다. 우린 인민이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저 으리으리한 전당안에서 세계의 선진과학기술과 문화를 연구하며 마음껏 정신문명을 향유하게 될것입니다. 얼마나 좋습니까. 멀지 않아 저 푸른지붕아래서는 과학기술인 대부대가 대하처럼 쏟아져나오게 될것입니다. 이것은 오로지 수령님의 품속에서 사는 우리 인민만이 누릴수 있는 특혜이며 행복중의 행복입니다. 인민대학습당을 우리 식 사회주의의 축소판이라고 말할수 있습니다. 여기에 인민대중중심의 우리 나라 사회주의제도의 우월성이 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 식 사회주의의 상징! 한번 본때를 보이고싶은 욕망이 나지 않습니까. 세상에 없는 일을 한다는 배짱을 가지고 잘 완성해보시오. 내 오늘 동무들에게 재삼 강조하는데 설계가는 어느 한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볼줄 알아야 합니다. 건축가들에게 가장 중요한것이 바로 예술가적인 안목과 정신의 높이라고 봅니다.》

평양시상공을 선회하는 직승기의 동음에 두터운 시창이 가볍게 떨리였다.

《남정기동무, 저 아래를 내려다보시오.》

남정기를 몸가까이 앉게 하여 그의 어깨에 손을 얹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직승기와 땅사이의 아득한 공간을 가리키면서 힘주어 말씀하시였다.

《건축의 제왕은 설계가입니다. 제왕이면 제왕구실을 해야 합니다. 적어도 그만한 위치에 자신을 높이 올려세우시오. 그쯤돼야 설계가다운 안목과 시야를 소유했다고 볼수 있습니다. 이것이 곧 세계적인 건축을 창조하는 동무들의 키로 되여야 합니다. 여기서 단 한치도 키를 낮추어서는 안됩니다. 그런 견지에서 설계를 다시 한번 검토하고 학습당의 높이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시오.》

남정기는 목이 메여 아무말도 못했다. 그가 시창에 이마를 꾹 눌러붙이고 격정에 휩싸여있을 때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시금 열정이 넘치는 음성으로 김광성에게 말씀을 건네시였다.

《시당비서동무, 사람을 보는데서도 다면적인 관찰과 평가가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인간세계야말로 천태만상이기때문입니다. 사실은 건축보다도 사람을 아름답게 가꾸어주는 일이 훨씬 어렵습니다. 하지만 보석과 사람은 닦을수록 빛이 납니다. 그런 일이야 하는 보람이 있지요.》

그이의 얼굴에 해빛같은 미소가 밝게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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