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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전환의 년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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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3,991회 작성일 20-10-15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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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는 새벽빛이 사라져가는 수도의 거리를 조용히 달리였다. 소리없이 스치는 미풍이 가로수잎새를 흔들며 가벼이 설레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차창밖을 유심히 내다보시였다.

새벽에 지나다니실 때면 늘 보게 되는 낯익은 구두수리소가 눈에 띄였다. 구두수리소는 경림동의 여느 아빠트밑에 있었다. 살림방 한칸너비밖에 안되는 구두수리소, 어쩌면 그 자그마한 구두수리소가 그이의 시선을 끌게 되였던것인가. 아마도 류달리 늘 아침 일찌기 불을 켜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그런지 모르신다. 거기서는 오늘아침에도 벌써 불빛이 흘러나왔다. 언제 보나 이른 아침에 문을 여는 집이였다. 출근길에 오른 사람들의 편의를 봐주려는 다심한 마음이 깃들어있는 곳이였다. 거기서 일하는 구두수리공은 누구인가?…

김정일동지께서는 구두수리소앞에서 승용차를 세우시려다가 림성욱이가 도착할 시간이 되여 그냥 스쳐지나시였다.

이윽고 승용차는 김일성광장앞의 강안도로에 이르렀다. 아침고요속에 대동강은 연분홍빛노을을 비껴담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밤이슬에 축축히 젖은 강뚝우에 올라 남산재를 바라보시였다. 이제 머지않아 인민대학습당이 솟아날 언덕이였다. 이어 뒤로 돌아서신 그이께서는 동평양쪽 대안에 눈길을 주시였다. 그이의 시선이 가닿은 곳은 주체사상탑을 앉히기로 내정하신 자리였다. 김일성광장과 일직선이 되는 곳이였다. 이제 그곳에 뿌리를 박고 탑이 창공높이 솟아 년년 세기를 밝히며 휘황하게 빛을 뿌릴것이였다. 보면 볼수록 동평양대안은 주체사상탑을 세워도 손색이 없을 명당자리라는 생각이 더욱 굳어지시였다. 그러나 실지 강기슭에 탑을 세우면 주위의 자연풍치와 어울려 어떤 효과를 내겠는지… 그이께서는 강뚝을 내려서서 강안유보도로 향하시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시였다.

한대의 승용차가 질풍같이 광장으로 달려와 멀찌감치에서 급정거하는 소리가 강변의 정적을 흔들었던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림성욱이 도착했음을 직감하시였다. 아닌게 아니라 차문이 열리더니 제낀 양복차림의 위풍있는 소장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는 이날의 행복한 아침산보를 놓쳐버릴가봐 저어하기라도 한듯 두팔을 힘차게 휘저으며 김정일동지께서 계시는 곳으로 급히 다가왔다.

《소장동무, 천천히 오십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몸이 육중한 림성욱이 금시 넘어지기라도 할것만 같아서 마주 걸어가시였다. 성욱은 그이의 앞에 멈춰서더니 헐떡거리며 숨가삐 말씀드렸다.

《사실은 제가 먼저 오려고 사업소에 나왔었는데… 대동교를 건너오며 보니까 벌써 승용차가 보이지 않겠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소장이 설계사업소에 나와있었다는 말에 의아쩍은 표정을 지으시였다. 이어 림성욱이 지난밤에도 고지식하게 사무실에서 꼬박 새우며 대기하다가 부랴부랴 달려왔음을 직감하신 그이께서는 《소장동무가 또 집엔 안들어갔댔구만.… 내 다시는 소장동물 아침산보에 부르지 않겠습니다.》 하고 가볍게 나무라시였다. 림성욱은 난처한 빛을 띠우고 쭈밋거리였다.

잠시후 그이께서는 시계를 보시고나서 말씀하셨다.

《소장동무, 아직 시간이 좀 있는데 우리 저기 구두방에나 가보지 않겠습니까?》

림성욱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아니… 구두방엘 말입니까?》

《왜, 난 구두방에 가면 안됩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놀라는 성욱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으시였다.

《가봅시다. 그러지 않아도 오래전부터 들려보고싶었는데… 성실한 구두수리공과 만나게 될것 같습니다. 부관동문 여기에 있어야겠소. 이제 여기로 간부동무들이 올거요. 아침공기를 마시며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해주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부관을 강변에 남겨두고 림성욱이와 함께 승용차가 있는 곳으로 향하시였다.

구두방은 아빠트틈새에 끼워있었다. 시간이 일러서인지 구두방에는 아직 손님이 없었다. 고무앞치마를 두른 늙은 구두수리공이 허리를 굽히고 앉아 앙증스러운 녀자구두를 작업대우에 올려놓고 수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수고합니다, 로인님.》

그이께서는 문안에 들어서시며 인사를 하시였다.

《예-》

늙은이는 일감에서 눈길을 떼지 않은채 늘어진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여전히 일손을 놀리였다. 그이께서는 한동안 늙은이의 일솜씨를 미소어린 눈길로 지켜보시다가 옆에서 옹색하여 안달아하는 성욱이한테 가만히 있으라고 눈짓을 하시였다. 밤알처럼 마디가 툭툭 불거진 큼직한 손으로 녀자구두를 재간스레 손질하는 모습은 볼수록 신기하게 여겨지시였다. 늙은이의 등뒤에는 낡은 고무바퀴와 크고 작은 가죽쪼박지들, 각종 못통들과 구두약을 넣은 병들이 주런이 놓여있었다. 이 자그마한 구두방을 운영하기가 조련치 않겠다는 생각이 드시면서 사람들에게 봉사하는것을 보람으로 여기며 여생을 바치고있는 좋은 늙은이라고 여겨지시였다. 한켠벽에 반듯이 걸린 벽시계의 동그란 추가 늙은이의 일손에 장단을 맞추듯 흥겹게 흔들리고있었다.

《어서 오시라. 어서 오시라.》

시계추는 끝없이 똑딱거리며 이렇게 속삭이는듯싶었다. 늙은이는 신발수리에 열중하여 손님들이 서있다는걸 감감 잊어버린것 같았다. 벽시계가 이젠 좀 쉬라는듯 경쾌하게 종을 여섯점 쳤다.

그제서야 늙은이는 일손을 멈추고 머리를 들었다. 코언저리에 걸린 돋보기속의 두눈에 미안해하는 빛이 어리였다.

《이거 기다리게 해서 안됐수다.》

석쉼한 목소리로 량해를 구했다.

《아닙니다. 어서 하던 일을 마저 끝내십시오.》

김정일동지께서 미소를 지으시며 말씀하시였다. 늙은이의 눈망울이 차츰 커졌다. 손에 들렸던 신발이 털렁 떨어졌다. 그는 황황히 일어나 솥뚜껑같은 손으로 고무앞치마를 움켜잡았다.

《원 이런…》

늙은이의 주름잡힌 얼굴이 금시 환해졌다.

《아니, 왜 이러십니까. 어서 앉아 일을 보십시오.》

김정일동지께서 어쩔줄 물라하며 허둥거리는 늙은이의 작업복팔소매를 가볍게 잡아 쪽걸상에 앉혀주시였다.

《자주 저 앞길을 다니며 새벽부터 밤까지 불이 켜져있는 이 집을 언제든 한번 찾아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을 위해서 이렇게 부지런히 봉사하시는 로인님을 만나뵈워 정말 기쁨니다.》

그이의 진정에 넘치는 치하의 말씀에 늙은이는 감격을 금치 못하며 두눈을 슴벅이였다. 가슴속에서 뜨거운 격정이 솟구쳐올라 아무런 말도 못하는 모양이였다. 그는 입술을 떨며 가까스로 말을 시작했다.

《전…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늘 오는… 손님들인줄 알았습니다. 이 루추한 구두방에서
친애하는 지도자동지를… 뵈올줄은… 이런 행운이… 내 평생에 있을줄은… 몰랐습니다. 저같은… 구두수리공을… 정말 죄송합니다!》

늙은이는 젖어드는 눈굽을 손등으로 닦으며 어깨를 떨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늙은이를 무슨 말로 진정시켰으면 좋을지 알수 없으시였다. 그이께서는 로인을 억지로 눌러앉히시고 자신께서도 손님들이 앉게 되여있는 작은 쪽걸상에 걸터앉으시였다.

《로인님께 권할수 있는건 담배밖에 없군요. 한대 태우십시오.》

그이께서는 늙은이에게 담배를 권하시였다. 로인은 얼결에 담배를 받아들긴 했으나 황송해서 어쩔줄 몰라하였다.

《그래 이 일을 하시는지 오랩니까?》

《이젠 20년을 훨씬 넘습니다.》

《그러니까 전후시기부터였군요. 본래는 어데서 일했습니까?》

《본시는 평양고무공장에서 일했는데… 당에서 상업편의부문에 사람들을 보내는 사업이 있어서…》

그러자 김정일동지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아, 그러니 전후에 사회주의개조를 끝낸 상업봉사부문에 로동계급을 파견할 때… 그때부터였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못내 대견하신듯 다시금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그동안 정말 남모르게 수고가 많았겠습니다.》

《별로 하는 일 없습니다.… 당의 기대에 보답 못하구… 》

《아닙니다. 당이 파견한 초소에서 변함없이 오늘까지 일하는 그것이 곧 당의 기대에 보답하는겁니다.》

이런 치하의 말씀에 더욱 몸둘바를 몰라하는 로인의 마음을 눅잦혀주시려는듯 김정일동지께서는 이렇게 물으시였다.

《로인님은 평양에서 언제부터 사십니까?》

《저의 집은 대대로 평양에서 삽니다. 증조부와 조부는 대동강나루의 배사공이였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아버지는 고무공장에서 일했구 저두 거기서 소년로동을 시작했는데 왜정말년에 <보국대>로 끌려 북해도까지 갔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왔습니다.… 광복이 돼서 거기서 사귄 친구가 제 고향이 살기 좋다면서 다도해에 가서 고기잡이나 하자는걸… 저는 고향인 평양으로 돌아왔습니다.》

《정말 잘하셨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대견해하시는 시선으로 로인을 바라보시였다.

《그러니 로인님의 집안래력은 평양의 산 력사와도 같겠습니다.》

《황송합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김정일동지께서는 미소를 지으시며 다정히 물으시였다.

《지금은 집에 식솔이 몇이나 됩니까?》

《뭐 식솔이랄게 별반 없습니다. 며칠전에 막내녀석을 군대에 보낸후에는 맏이와 둘이 삽니다.》

《아니?… 남정네들끼리 살면서 늘 이렇게 일찍 나오군 하십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저으기 놀라시며 늙은이에게 담배불을 켜드리시였다. 그이께서는 늙은이의 주름잡힌 입가에 느슨히 피여나는 미소를 측은하게 바라보시였다.

《집안에 주부가 없이 때식을 어떻게 끓여자십니까?》

《재작년에 로친네를 잃고나서 그 일이 좀 성가시긴 합디다만, 이젠 습관이 돼서 괜찮습니다.》

《그러니 로인님도 더러 저자랑 보러 다니시겠습니다.》

《늙은게 뭐랍니까. 이젠 식료상점아주머니들과 친숙해져서 저한테 우선적으로 봉사해줍니다. 조금도 불편한것 없이 삽니다. 이제 며느리만 생기면 아무 일 없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만 《며느리》란 말에 어둡던 얼굴표정이 환해지시였다.

《참 맏아들은 어디서 무슨 일을 합니까?》

《도시설계사업소에서 구조설계라는걸 하는 모양입니다. 요즘엔 주체사상탑설계에 뽑히였다고 으쓱해서 노상 건설장에 붙어있다싶이 합니다. 한 1년동안은 장가갈 사이도 없다고 합니다.》

《맏아들이 설계가란 말이지요? 막내는 군사복무를 하고… 로인님은 정말 끌끌한 자식들을 두셨습니다.》

로인은 그이의 말씀에 금시 낯빛이 밝아졌다.

《예, 전 그저 그애들이 수령님과 당의 뜻대로 살길 바랄뿐입니다.》

《그렇군요. 참 로인님은 년세가 어떻게 되셨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로인이 노상 건설장에 나가 살다싶이 하는 아들을 대신해서 때식을 끓이지 않으면 안된 일이 마음쓰이여 측은한 빛을 띠우고 물으시였다.

《래년이 환갑입니다. 젊었을 때는 생일이라는걸 모르고 지내군 했는데 환갑이 다가오니 아들녀석이 어떻게나 극성인지… 이번에도 아들이 출장갔다가 아버지생일이라면서 부랴부랴 돌아와 성화를 먹이는 바람에 생일을 쇠였습니다.》

《아들의 효성이 지극하군요. 며느리감은 있습니까?》

《어디다 체넬 봐두고 그렇게 큰소리를 치면 좋기나 하겠는데 그런 눈치도 없습니다.》

로인이 재털이에 담배불을 비벼끄면서 어처구니 없다는듯 웃었다. 며느리감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혼례를 치르라고 로인을 부추기고 싶었던 그이이시였지만 더 말씀을 이을수 없으시였다.

《평양에 좋은 처녀들이 많은데 걱정할게 있습니까. 한데 이 구두방에선 로인님 혼자 일하시는가요?》

《아닙니다. 셋이서 일하는데 두명은 아낙네들입니다.》

《그럼 심심하지는 않겠습니다. 나이들이 얼마나 됐는가요?》

《마흔전입니다. 바깥에 차리고 나서면 구두수리공 같지 않습니다. 처음엔 구두방에서 일하는걸 창피스럽게 여겼는데 지금은 어지간히 지각들이 들었습니다. 제가 종종 욕을 좀 했습니다. 교양을 해야 하는건데…》

김정일동지께서는 유쾌하게 소리를 내여 웃으시였다. 성욱이도 웃음을 터뜨리였다. 마음이 정갈한 샘물에 씻기는듯 싶었다. 주체사상탑건설에 참가한 설계가 강문혁의 아버지였지만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담화를 하시는 가운데 끼여드는것이 무엄하게 여겨져 입을 다물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 웃음을 거두고 구두방안을 다심하게 살펴보시였다.

《로인님, 이 구두방엔 손일을 덜어줄 설비가 별로 없군요. 여기다 재봉기와 연마기같은 기계를 차려놓고 국가에서 필요한 자재들을 보장받으면 젊은 녀인들이 안착해서 일할것 같지 않습니까? 로인님도 일손이 딸려 늘쌍 새벽에 나오지 않아도 될거구요.》

그이의 말씀에 늙은이는 대뜸 허연 틀이를 드러내며 벙싯 웃었다.

《예, 그렇게 되면 우리 구두수리공들의 일은 신선놀음처럼 되구 녀인들도 다른 일자리를 건너다보지 않을겁니다. 사람들에게 발이 날개와 같은것인데 사람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우리 일이 좀 좋은 일입니까.》

늙은이는 어느새 긴장되였던 마음이 풀리여 자기의 속생각을 어려움없이 털어놓았다.

《로인님말씀이 옳습니다. 요즘 <숨은 공로자>들이 많이 나오고있는데 구두방에서 오래동안 인민을 위해 말없이 성실히 봉사해오는 구두수리공들도 <숨은 공로자>들입니다.》

늙은이는 너무도 황감하여 눈갓이 불깃해졌다. 그러다가 두눈을 슴벅이며 어망결에 그이의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로인을 의아히 지켜보며 물으시였다.

《로인님, 왜 그러십니까?》

그러나 로인은 그 말씀을 듣지 못한듯 한동안 그이의 구두만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간절한 빛이 어린 얼굴을 쳐들고 말했다.

《구두방에 오셨던김에 제 지도자동지의 구두에 약칠이라도 해드리고싶어 그럽니다. 어서 구두를 벗어주십시오.》

《로인님, 괜찮습니다.》

《부디 제 청을 막지 말아주십시오.》

로인은 기어코 구두를 약칠해올리겠다고 거듭 간청했다. 더는 로인을 만류할수 없게 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만 유쾌히 웃으시였다. 아무래도 늙은이의 성의를 받아들여야 할것 같으시였다.

《로인님, 그럼 이왕 구두방에 왔던 길이니 약칠이나 좀 하고 가겠습니다.》

구두를 벗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손수 옆의 솔로 먼지를 터시고 로인에게 내미시였다. 로인은 감격에 겨워 그이를 우러러보다가 두손으로 구두를 정중히 받아안았다. 마치 귀한 보물이기라도 하듯 늙은이는 거쿨진 손으로 구두를 쓸어만졌다. 거기에서 인민을 위해 수많은 걸음을 걸으시는 김정일동지의 남모르는 로고를 가늠하는것인지 아니면 한없이 소박하신 그이의 인품을 감득하는것인지 늙은이는 신발을 가슴노리에 소중히 가져다 대였다.

《이런 영광스러운 일이 어디 또 있겠습니까.》

늙은이는 두손으로 구두를 쥔채 떠듬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시계추 흔들리는 소리만이 수리소안에 깃든 고요를 동강내며 간단없이 울리였다. 늙은이는 자세를 정중히 바로잡고나서 구두약칠을 하기 시작했다. 투박하고 억센 손이 가늘게 떨리였다. 주름잡힌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고 눈길에는 긴장한 빛이 어리였다. 아침해살이 흘러들어 늙은이의 얼굴을 구리빛으로 물들이였다. 그이께서는 늙은이를 조용히 지켜보시였다. 평범하고 소박한 인간, 구두를 수리하느라 등이 굽은 늙은이가 더없이 미더워보이시였다. 로인이 정성들여 약칠을 끝내자 구두가 새것처럼 반들거리였다. 늙은이가 알른알른하게 닦은 구두를 두손으로 받쳐들고 그이앞에 다가앉았다.

《로인님, 구두를 주십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허리를 굽히시였다.

《가만 계십시오. 우리 백성들을 위해 늘 먼길을 걸으시는데 제가 신겨드리겠습니다.》

늙은이는 그냥 꿇어앉은채 간절히 말씀드리였다.

《고맙습니다만 무슨 환자도 아닌데 다른 사람의 손을 빌어 신발을 신겠습니까. 년세가 많으신분이 이러면 안됩니다. 주십시오. 제가 신겠습니다.》

그이께서는 겨우 빼앗다싶이 하여 손수 구두를 신으시였다.

《참 잠간사이에 멋들어진 새 구두가 되였습니다.》

그이께서는 알른알른 윤기가 도는 구두코를 내려다보시며 환히 웃으시였다.

《고맙습니다! 이 늙은 구두수리공이 인생말년에 친애하는 지도자선생님의 신발을 닦아드렸으니 여한이 없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늙은이의 진심에 가슴이 뭉클하여 한평생 신발을 주무른 크고 꺼실꺼실한 손을 꼭 잡아주시였다. 그이께서는 늙은이의 보배손을 놓지 못하시였다. 이렇게 쉬이 헤여지고싶지 않으시였다.

《로인님에게 뜻밖의 페를 끼쳐드렸는데 신세를 갚을길이 없구만요.… 가만, 그대신 제가 로인님께 유람선을 태워드리겠습니다. 이제 나와 함께 대동강으로 나갑시다. 우리는 유람선을 타고 래년도 평양시건설문제를 의논하게 됩니다. 평양에서 오래동안 살아오신 로인님은 우리한테 좋은 조언을 줄수 있습니다. 어서 가십시다.》

그이께서는 늙은이의 손을 잡은채 간곡히 말씀하시였다. 늙은이는 깜짝 놀라 두눈이 휘둥그래졌다. 림성욱이도 큰 충격을 받고 놀라는 눈길로 그이를 우러러보았다. 로인은 옷을 갈아입을 생각도 미처 못한채 그이께 이끌려 수리소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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