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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전환의 년대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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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6,595회 작성일 20-11-10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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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동지께서 이제 얼마 남지않은 10월의 당대회를 대정치축전으로 빛내이시기 위하여 끊임없는 사색과 정력적인 지도를 바치고계시는 가운데 마침내 창광거리에 첫 초고층건물인 30층주택을 완공하였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그날 승용차에 오르시여 30층주택으로 떠나는 그이께서는 자신께서 입사를 하시는듯 자꾸만 마음이 부풀어오르시였다. 하물며 창광거리의 호화주택으로 이사하게 될 시민들의 심정이야 오죽하겠는가. 하루라도 앞당겨 창광거리의 모든 살림집들의 공사를 결속짓고 새집들이를 크게 벌리고싶으시였다. 30층주택의 완공에 뒤이어 수많은 발대목이 해체되고 창유리들이 해빛에 번쩍거리였다. 완공을 앞둔 창광거리는 흠잡을데 없이 황홀한 거리였다.

건물들의 숲속에 우뚝 솟아난 30층주택의 마당에 림성욱, 김광성, 곽운필을 비롯한 건설부문의 낯익은 일군들과 건설자들까지 포함하여 사오십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명절옷차림을 하고 모여서있다가 그이를 맞이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당중앙위원회청사를 나서면서 여느 때처럼 조용히 30층주택을 돌아보려고 했던 일이 다소 요란해진감이 들었으나 그런대로 승용차에서 내려 그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으시였다. 이날의 주인이나 다름없는 미영이가 산뜻한 치마저고리에 향기로운 꽃다발을 들고 가볍게 달려왔다. 량볼이 붉게 상기된 미영이의 인사를 받고난 그이께서 김광성을 돌아보시였다.

《시당비서동무가 굉장한 행사를 벌려놨구만.》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오늘이야 창광거리의 작은 준공식이나 다름 없잖습니까.》

새 안경을 끼고 의젓하게 대답하는 김광성의 뒤에서는 늘쌍 땀에 후줄근해진 작업복을 입고 뛰여다니던 《중땅크》가 말쑥한 양복차림을 하고 찬동이라는듯 느물느물 웃으며 서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부녀간처럼 다정하게 나란히 서서 물기에 젖은 눈을 슴벅이고있는(그것은 필연코 격정의 눈물일것이였다.) 림성욱이와 미영이를 바라보며 무슨 말씀을 하시려다 저쯤 마당가에서 수선거리는 말소리가 들리여 고개를 돌리시였다. 웬 로인이 부관과 만나 무슨 이야기를 나누다 돌아가는참이였다. 늙은이의 구부정한 뒤모습이 별로 눈에 익어보이시였다. 경림구두방의 수리공로인인것 같았다. 분명 문혁의 아버지 강로인이였다.

《부관동무, 로인이 여기를 왔을 땐 나를 만나고싶어 왔겠는데 왜 그냥 돌려보냅니까? 어서 모셔오시오.》

김정일동지께서 말씀하시자 부관이 얼른 달려가서 로인을 멈춰세웠다. 강로인은 잠시 흰머리를 쳐들고 그이를 우러러보다가 부관의 말을 듣고 금시 어푸러질듯이 다급히 달려오며 인사를 올렸다. 그이께서는 몇발자욱 마주 걸어가 구두수리공로인의 투박한 손을 뜨겁게 잡아주시였다.

《로인님, 오래간만입니다. 그런데 왜 왔다가 그냥 돌아갑니까?》

그이의 따뜻한 물으심에 로인의 목소리는 떨리고있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이 보잘것 없는 늙은이가 뭐라고 매번 이렇게… 전 일전에 지도자동지께서 우리 문혁이 녀석의 병문안을 해주셨다는 말을 듣고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 바쁜 시간에 그애한테로 글쎄… 그러시고도 이 늙은 구두수리공의 환갑까지 차려주신 일을 생각하면 정말… 어떻게 말씀드렸으면 좋을지… 그저 자다가도 일어나 앉으면 눈물이 납니다. 우리네 인민을 위해 언제나 험한 길을 걸으시는 지도자동지… 제 그래서 오늘 제 재간은 없지만 마음만은 그렇지 않아서 새 구두를 한컬레 지어가지구 와서 부관동무에게 맡기고 돌아가는 길이였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일군들을 돌아다보며 환하게 웃으시였다. 일군들과 설계가들도 늙은 구두수리공의 진심에 감복하여 술렁거리였다. 로인은 주위에 둘러선 사람들속에 비로소 림성욱이와 미영이가 끼여있는것을 알아보고 밝은 웃음을 지었다.

로인과 눈길이 마주친 림성욱의 너부죽한 얼굴에도 느슨한 미소가 어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로인의 한손을 다시 쥐시며 말씀하시였다.

《로인님, 정말 고맙습니다. 로인님이 손수 지어준 구두인데 잘 신겠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도 로인님이 손수 동자질을 하십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강로인의 투박한 손을 내려다보며 따뜻이 물으시였다.

《주체사상탑을 세운 다음에도 쉬이 며느리의 얼굴을 보지 못할것 같습니다. 봐둔 처녀가 있어야 잔치를 하겠는데 우리 집 녀석은 늘 건설장에 나가살다싶이 하면서 집에는 통 들어오지 않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로인을 의아히 마주보시였다.

《며느리감이 없다니요? 나도 알고있는 일인데 한 아빠트에 살면서 아직 그것도 모르십니까… 문혁동무가 저 미영동무를 마음에 두고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예?!》

로인도 놀라고 곁에 서있는 사람들도 눈이 커졌다. 림성욱의 등뒤에 한절반 얼굴을 감춘 미영의 얼굴은 새빨갛게 물들었다.

미영의 그 사랑스런 모습을 바라보시던 그이께서는 어리둥절해하는 김광성을 돌아보시며 다정하신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비서동무, 이제 창광거리주택을 배정할 때 나한테도 집을 하나 주시오. 미영이가 신혼생활을 할수 있게 말이요. 로인님에게 계속 동자질을 시킬수야 없잖습니까. 방이 네댓칸 되여야겠소. 미영이네 동생들도 갈이 살아야 할테니까. 창광거리의 이 고급주택에서는 바로 로인님과 같은분들이 사셔야 합니다. 그래서 힘들여 집을 짓는게 아닙니까.》

《알겠습니다. 말씀하신대로 꼭 로인님에게 맨 선참으로 집을 드리겠습니다.》

김광성이 몹시 감동된 목소리로 힘있게 대답하고 강로인을 돌아다보았다.

꿈꾸듯이 서있던 늙은이가 갑자기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하며 무슨 말인가 하려고 하였으나 목이 메여 한참만에야 겨우 이렇게 말씀드리였다.

《이 보잘것 없는 구두수리공에게 또 이렇게 집까지… 이 은혜를 무엇으로 다 갚겠습니까.》

《로인님, 이래서 인민의 세상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인민의 세상이라는 말에 힘을 주시며 환하게 웃으시였다.

《로인님이 여기로 이사해오는 날엔 집들이랑 크게 합시다. 자, 그럼 30층주택을 함께 구경합시다. 앞으로 며느리가 될 미영이가 설계했는데 로인님도 집이 어떤지 같이 돌아봅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강로인을 데리고 곧 활달한 걸음으로 대리석계단을 오르시였다. 수원들과 일군들, 설계가들이 뒤를 따랐다. 고속승강기가 신호판의 빨간 불빛을 깜박이며 잠간사이 20층에서 멎어서자 그이께서는 승강기에서 내리며 밝은 미소를 지으셨다. 새하얗게 미장한 건물의 내벽들이 눈부시게 안겨오고 발밑에서는 인조대리석이 아롱거렸다. 집들의 출입문손잡이도 금빛으로 번쩍거렸다. 복도가 이쯤 화려하니 집안을 어느만큼 꾸렸겠는지 가히 짐작할수 있으시였다. 파르스름한 비닐벽지를 바른 전실에는 고급팔걸이 걸상이며 옆차대가 놓여있어 응접실로써도 손색이 없을것 같았다. 네귀가 번듯한 장판방은 거울처럼 알른거렸다. 그이께서는 잠시 말없이 장판바닥을 굽어보시다 방안으로 들어서시였다. 늄창에 아름다운 꽃무늬가 새겨진 벽이며 이불장, 옷장, 책장, 천연색텔레비죤수상기, 랭동기, 재봉기… 모든것이 무척 마음에 드셨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따스한 해살이 비쳐드는 창가에 가벼이 뒤짐을 지고 서시여 환히 웃으시였다.

《정말 훌륭한 주택이요… 이게 세대주방이구만 꼭 신혼부부방 같소.》

김정일동지께서는 한참이나 세대주방에서 지체하시고 나서 로인방, 아이들의 방도 깐깐히 돌아보시였다. 부엌은 부엌대로 아담하고 여간 쓸모있게 현대적으로 꾸려져있지 않았다. 더없이 흡족하신 마음으로 그이께서는 색갈고운 타일을 산뜻하게 붙인 목욕실과 창고까지 세심히 돌아보고 강로인과 소탈하게 이야기를 나누시였다.

《로인님, 집이 어떻습니까?》

《세상에 이렇게 희한한 집은 첨 봅니다. 밖에서 볼 때도 눈부신데 안에 들어와보니 더 희한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로인의 얼굴에서 인민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듯 하여 더더욱 마음이 밝아지셨다. 미영은 가슴속에 차오르는 감격과 흥분을 진정시킬수가 없어 림성욱의 한손을 꼭 잡고있었다.

그이께서는 다시금 림성욱이를 돌아보시였다.

《소장동무, 미영이가 창광거리주택중에서 제일 멋쟁이건물인 30층살림집을 아주 잘 설계했습니다. 미영이도 이젠 큰 설계가로 자랐습니다. 창광거리건설을 통해 우리 건축을 완전히 때뻣이하게 하려는 당의 의도가 훌륭히 실현된것 같습니다. 30층살림집이 대단합니다. 바로 이런 현대적인 집에서 우리 인민모두를 살게 하자는것이 수령님과 당의 의도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일행과 함께 옥상에 오르시였다. 8월의 맑고 푸른 하늘을 떠이고 우줄우줄 솟아난 거리의 정경은 바라볼수록 장쾌하고 아름다왔다. 제가끔 생김새를 뽐내며 날씬하게 일떠선 고층주택들… 탑신형, 전원형, 계단형, 톱날형의 변화무쌍한 건물들이 꽉 들어찬 거리는 마치 건설의 리듬, 창조의 맥박으로 숨쉬며 춤을 추고있는듯 했다. 살아움직이는 생명체에서만 감촉할수 있는 박동감, 률동감이 철근콩크리트의 대구조물에서 뜨겁게 안겨왔다. 건축이 들려주는 음악… 말없는 침묵속에 굳어진 천태만상의 덩어리를 예술의 산 세계로 감수하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깊은 사색에서 깨여나시여 힘있는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창광거리는 세상에 자랑할만 한 거리입니다. 주체조선의 수도에 일떠선 우리 식 거리입니다.》

《참말로 놀라운 일입니다. 정전이 되였을 때는 온통 재더미뿐이였는데… 불과 스무해 남짓한 사이에 이런 거대한 변혁이 일어날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림성욱은 감회의 뜨거운 물결이 가슴 그들먹이 차올랐다. 평양시건설의 비약적인 발전을 두고 긍지를 느낄 때면 그는 1917년 빠리에서 열린 만국박람회를 자주 생각하군 한다. 그때 쏘련사람들은 전시장에 흘레브를 뎅그렇게 내놓았다. 10월혁명직후의 제일 어렵고 락후했던 시기다보니 그들이 세상에 내놓을만 한 것이라고는 빵밖에 없었던것이다. 물론 흘레브를 전시한 쏘련사람들에겐 내놓고 말하지 않은 속심이 있었겠지만 여하튼 세상사람들의 웃음을 산것만은 사실이였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1957년에 역시 빠리에서 만국박람회가 열렸다. 그때 쏘련사람들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쏴올린 인공위성을 가져다놓아 온 세상을 깜짝 놀래왔다.

지금 세상사람들은 령에서 시작된 우리 평양건설이 도달한 높이를 두고 흘레브로부터 인공위성에로의 도약보다 더 놀라운 기적이 조선땅에서 일어났다고 경탄해마지 않는다. 그것도 40년이 아니라 20년 남짓한 기간에 달성된 성과라면서… 조금도 과장이 없는 비유였다.

《그래…》

김정일동지께서는 고개를 끄떡이시고 아직도 눈물을 걷잡지 못하고있는 미영을 향해 천천히 돌아서시였다.

《오늘은 저 미영동무의 아버지 심운호동무도 이 창광거리와 함께 환생했다고 말할수 있습니다. 건축가의 명예와 정치적생명을 되찾은셈입니다. 우리 당의 품속에서 자란 미영이가 아버지를 대신해 창광거리 한복판에 맨 선참으로 초고층주택을 일떠세우지 않았습니까. 대극장을 설계한 재능있는 건축가의 영예가 회복되였습니다. 이게 다 수령님의 덕분입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림성욱의 두눈에 뜨거운 물기가 어려 번들거리였다.

《제 이전에 미영이를 데려올 과업을 받고 찾아갔다가 우연히 미영의 일기장을 펼쳐보게 되였습니다. 미영은 거기에 아무리 불러도 다시 살아날수 없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애타게 썼댔습니다. 눈물이 쏟아져 차마 읽을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심운호동무는 우리의 곁을 떠난 사람이 아닙니다.》

격정을 참을길 없어 목멘 소리로 부르짖는 림성욱의 옆에서는 남정기가 연신 눈을 슴벅거리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이 뜻깊은 날 저희들과 기념사진을 찍어주셨으면 합니다.》

《사진말입니까?… 동무들, 조급해 마시오. 사진은 창광거리가 준공된 날 위대한 수령님을 모시고 찍읍시다.…》

멀지 않아 수령님께 기쁨을 드리게 될 날을 그려보시던 그이께서 다시금 열정에 넘친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정말 큰일을 했습니다. 걸음을 크게 내디디였단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거둔 성과는 아직 시작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더 통이 크게, 더 큰 담력으로, 대담한 작전을 벌리며 건설혁명을 계속해야 하겠습니다. 살림집들을 대대적으로 건설하여 평양을 꽉 메웁시다. 이제부터 모든 거리를 이런 식으로, 이런 방향에서 발전시켜야 합니다. 난 바로 그 현대적건축의 절정우에 우리 인민을 더 높이 올려세울 결심입니다.》

그이의 말씀은 뜻깊은 당대회를 앞두고 또다시 격조높이 선포하신 우리 인민과의 뜨거운 약속,  위대한 선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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