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전환 제18회 > 통일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통일게시판

장편소설 전환 제18회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강산
댓글 1건 조회 11,764회 작성일 21-02-24 20:04

본문

20210207180057_72e6827d6e5b93b2c808cc24a84fc691_gwt8.jpg

×

리형걸이 든 합숙호실은 침대가 둘 놓인 아담한 방이였다. 다른 침대의 주인은 아직 공장대학에서 들어오지 않았다. 리형걸은 탁상등만 켜놓고 책상앞에 마주앉아있었다. 로동계급을 주인공으로 하는 희곡의 장면표를 만들어보는중이였다. 연출가인 그는 작가의 로동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새삼스레 느껴본다. 연출가로서 작가의 작품을 나무람하기는 쉬워도 정작 창작을 하노라 고심해보니 작가의 로동을 존중해줘야겠다는 생각이 절절해지기도 하였다.

때로 그는 제철소에서 《혁명화》를 위한 로동단련이나 착실히 하고말자 하는 생각도 해보았으나 현실에서 받는 충격으로 하여 이미부터 《야심》을 품었던 로동계급물 연극창조에 대한 열망이 더더욱 불타는것이였다. 바로 이것으로 《일편단심》에 반발하고싶은것도 속일수 없는 마음의 진실이다.

리형걸은 의자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듯 두팔을 쭉 펴고 몸을 이리저리 굽혀보았다. 그러다가 원고지를 꺼내려고 침대밑에서 평양에서 들고온 려행용트렁크를 끌어냈다. 원고지 한책을 꺼내 책상우에 던진 리형걸은 얼핏 트렁크안에서 실장갑을 보고 그것을 꺼내들었다.

당시로서는 아직 흔치 않은 비날론실장갑, 영심이가 평양역에서 자기한테 준것이였다.

《이게 필요할지 몰라서…》

종이에 싼 장갑을 보이며 하는 영심이의 말. 《그런걸 뭘 다…》

《비날론실장갑인데 질기다고 해서…》

손바닥에 물집이 생길가봐 걱정하는 처녀의 애틋한 심정이 가슴에 미쳐왔으나 형걸은 일부러 헌헌한 태도를 취했었다.

《걱정마오… 난 이번 일이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하오. 몇달동안 현실체험도 하는겸…》

영심의 눈에 어린 착잡한 마음을 엿본 리형걸은 오히려 영심이를 위안하고 동정해주고싶었으나 이런 순간에 거기에 적당한 말을 쉽게 찾아낼수 없었다. 처녀의 예민한 심정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수 있으랴.

헤여지는 순간에 영심이 애써 격한 마음을 누르고 말하였다.

《멀지 않으니 일요일같은 때 짬을 보아 내려가겠어요.》

《아니 그러지 마오. 동문 일요일에 더 바쁘지 않소. 학생들의 가정방문도 해야 하고…》

바로 이 순간에 그들은 자기들이 운명적으로 깊이 얽혀져있다는것을 똑같이 느끼지 않을수 없었다.

그들은 서로 알게 된지 그리 오래지 않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대수랴! 그렇다. 사랑의 약속에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다. 물론 뢰봉전별이라는 말이 있다. 우뢰처럼 만났다가 번개처럼 헤여진다는 그 말을 생활을 통한 깊은 인연이 없이 가다오다 우연히 손목을 잡고 그것을 사랑이라고 했다가 급기야 헤여지는 그런 속된 사랑 아닌 사랑을 경계하는 말이다. 리형걸은 영심의 따뜻한 손길이 슴배인듯한 실장갑을 량손에 끼여보며 손가락을 굽혔다폈다 해보았다. 실상 평로앞에서 곽삽이나 쇠장대를 휘두를 때 필요한것은 손가락장갑이 아니라 벙어리장갑이였던것이다.

처녀가 밤새워 떴을 실장갑을 고스란히 보관해둬두고싶은 심정으로 다시 그것을 트렁크속에 넣었다.

그는 탁상시계를 들여다보았다. 공장대학생인 동숙생이 나타날 시간인데 여느때보다 퍼그나 늦는것 같다.

책상에 다시 마주앉자 피곤에 몰려 눈시울이 자꾸 처져내렸다. 그는 펜을 놓고 의자에 앉은채 뒤로 몸을 제끼였다.

《용광로이든지 평로든지 아무데나 택하시오.》

이렇게 권하던 로동지도원에게 《제일 힘든데가 평로라는데 거길 가겠습니다.》 하고 대답했던 리형걸이다.

《연출가선생, 거기서 꽤 견디여내겠습니까?》

《힘든 일을 하자고 온건데 그렇게 해주시오.》

리형걸은 세멘트몰탈 비슷하면서 물기가 적은 《보수재료》를 곽삽에 떠서 맞은편 로벽에 명중되게 던지는 일이 보기와는 영 다르다는것을 체험하였다. 여러 사람이 꼬리를 물듯이 뒤따라가며 던지는 륜무와 같은 동작에 맞출수 있게 되기까지는 거의 한달이나 걸렸다. 마침내 이제는 곽삽이나 쇠장대를 퍼그나 헐겁게 다룰 수가 있었다.

리형걸은 새로운 환경에 익숙되였을뿐아니라 이런 속에서도 이제는 어지간히 하루하루 생활이 아주 단순하면서도 흥겨운것으로 되였다. 연극때문에 옥신각신하던 일이 어떤 다른 세상에서 벌어지는, 아니면 먼 과거에 있었던 일로 느껴지기까지 하는것이였다. 한참 땀을 흘리고난뒤 선풍기앞에서 빙수나 사이다를 마실 때 느끼는 그 쾌감이야말로 로동의 진미에서 빼놓을수 없는것이 아닌가.

사실 리형걸은 처음에 천리마운동시기의 로동계급을 취급한 연극을 만들려고 했으나 여기 와서 취재하는 과정에 전후 용광로복구시기의 생활을 꼭 그리고싶었다. 그는 합작할 희곡작가와 전화로 의견합의는 대체로 보았었다. 희곡작가가 빨리 내려와야겠는데 그는 그 무슨 고전각색에서 아직 손을 떼지 못했다면서 미안해하였다.

용광로복구시기를 취급한다는데 대해서는 한호실에 있는 용광로직장 로체공 한창수도 대찬성이였다.

한창수는 리형걸을 처음 만났을 때 자꾸 《연출가선생, 연출가선생.》 하고 불렀다.

그래서 리형걸은 《창수동무, 그러지 마오. 우리 나이도 동갑이겠다, 이젠 사귄지도 달포나 지났는데.》 하고 나무람하자 《까짓거 그렇게 합시다. 공식석상에서는 존대하구.》 하고 새로 사귀듯 손까지 다시 잡는것이였다.

《아니 공식석상에서두 그럴 필요가 없소… 그렇게 약속합시다.》

한창수는 리형걸이 새 연극을 위한 취재에 큰 도움을 주었다. 평로에서 일하는 리형걸은 용광로직장이야기는 한창수를 통해 듣거나 직접 당사자들을 만났다. 유상철이와 그 당시에 위훈을 떨친 몇몇 사람들을 알게 되였다. 금속공장건설사업소의 이름있는 연공들을 만나기 위해 한창수의 도움을 받아 그 집에까지 찾아갔었다.

때로는 《일편단심》문제가 상기되면서 불시에 마음이 우울해지는 때도 있었다. 그문제가 영영 자기와는 상관이 없어졌다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그것이 결코 단순하게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것으로 해서 불안이 들기도 했으나 숫제 그것을 잊으려고 애쓸뿐이다.

이름있는 한 소설가가 제철소생활을 그린 장편소설을 내여 크게 파문을 던졌는데 그 작품을 각색하려는 생각도 해보았으나 주인공이 로동계급이 아니여서 그만두고말았다.

한창수가 그 장편소설을 다 읽고는 무릎을 쳤다.

《야금기사인 주인공이 정말 마음에 드오. 나도 야금기사로서 이제 우리 제철소의 자동화에서 한몫 단단히 할 결심이요… 한데 이 소설을 쓴 작가를 한번 만나고싶구만. 그 작가가 여기 와서 현실체험을 했다는데 지금은 평양에 있겠지요?》

《그렇소… 진정한 예술은 항상 현실속에서 나오는 법이요. 그 선생이 여기서 생활하던 얘기들도 참 흥미가 있소.》

한창수는 리형걸에게 있어서 여기 제철소에서 만난 더없는 길동무이고 방조자이며 고무자였다.

한데 이틀전에 리형걸은 구내길을 걸어가다가 뜻밖에도 사회과학원에서 내려온 엄한정을 만났다. 피차에 어색한 심정이였으나 지성인들이라 인사를 나눈뒤 이렇다할 감정의 로출은 피하려고 애썼다.

엄한정은 론문때문에 내려왔노라고 하면서 외래자려관호실을 대주었고 리형걸의 합숙호실을 물었다. 그들은 하루이틀안으로 만나자는 약속을 남기고 서로 바쁜 일이나 있는듯이 급히 헤여졌다.

리형걸은 래일저녁 어김없이 엄한정을 찾아가리라 마음먹었다.

그는 거기 가서 무슨 말을 하겠는지는 아직 생각하고싶지 않았다.

책상앞에서 일어난 그는 작품을 두고 사색의 실머리를 이으려고 방안을 오락가락하였다.

이때 한창수가 들어왔다.

《왜 이렇게 늦었소?》

《아, 거 미분적분이 좀 애를 먹여 지체됐는데 또 마침 정치경제학강좌에 왔던 박사선생이 좀 만나자구 해서.》

《그 선생이름이 엄한정이 아니요?》

《엄선생이라구 하더구만. 청년들이 기업관리에서 어떻게 앞장서고있는가 하는것두 묻구, 또 <가화페>를 받아들일번한 기업소실태에 대해서두 묻더군. 그래서 말이 난김에 난 리베르만리론의 본질을 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고 했지. 듣고보니 수정주의란게 명백하거든. 돈만 알게 만드니까말이요. 돈만 알다나면 사람을 모르게 되거든. 그러느라면 날라리풍도 생기는게지, 안그렇소?》

《그렇소, 말이 났으니 말이지 문학예술부문에서는 더 경각성을 높여야 하오. 쏘련같은데서는 문학예술분야에 수정주의가 제일 선참으로 대두했지. 미술에서는 추상파가 나오구…》

《그러니 한가지 묻기요. 그 <일편단심>이란 연극은 어떤 연극이요? 듣자니 말썽이 많다고 하더군. 수정주의적작품?》

《아니 이 문제는 좀 복잡하오. 뭐랄가, 혁명적작품의 기준이라든가 어떤 사람을 혁명가의 안해로 보아야 하는가 하는 근본문제도 있고… 또 연극자체의 얘기거리도 신통치 않구… 됐소, 됐소. 골치아픈 얘기는 그만하기요… 식사는 했소?… 그럼 빨리 먼저 쉬오.》

《세면장에 갔다와서…》

한창수는 나갔다가 얼마후에 들어왔다. 그새 그는 신었던 양말까지 빨아가지고 왔다. 군대식생활방식이 몸에 배여있어 그는 무척 절도있고 규칙적이였다. 리형걸은 속으로 은근히 경탄해마지 않았다.

더펄더펄하면서도 문화적이고 섬세한 측면은 놀라울만한것이였다.

리형걸은 여느때처럼 탁상등갓우에 크게 만든 종이등갓을 더 씌웠다. 다른 침대에 불빛이 미쳐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리형걸은 한창수를 돌아보며 말하였다.

《빨리 자오. 난 래일 전야근에 나가니 좀 늦게 앉아있겠소.》

《그러지 말고 여기에 좀 오오.》

한창수는 일어나 방안의 전등까지 켰다.

그는 들고온 가방에서 무엇인가 뒤적거리더니 종이에 싼 군고구마 몇개를 내놓았다.

《자, 요전번에 보니 군고구마를 아주 좋아하던데 아직 따끈따끈하오. 얼른 맛보라니까요.》

《아, 거 잘됐군.》

두사람은 동그란 탁자를 가운데 두고 각기 량쪽침대에 앉았다.

리형걸은 껍질을 벗겨 고구마를 먹으면서 말이 없었다.

한창수가 책상우에 널린 종이장들을 얼핏 보고나서 물었다.

《그래 유상철아바이 형상이 잘돼가오?》

리형걸이 입에 문 고구마를 꿀꺽 삼키고는 약간 난색을 지었다.

《주인공이 연공이여서 말이요, 그의 친구로 유상철아바이를 원형인물로 삼았는데 유상철아바이는 연공이 아니라 로체공이 아니요?》

《챠 이런, 용광로복구때는 연공, 로체공 따로 없었다는데두 그러누만. 유상철아바인 전쟁때 상한 팔을 가지고도 제관이면 제관, 용접이면 용접, 하지 않은 일이 없구 연공처럼 높은곳에서 바줄을 잡고 제관작업도 했소.》

리형걸은 고구마껍질을 벗기면서 말하였다.

《그렇다면 됐소. 이름은 유상철이라고 그대로 달가 하다가 아무래두 전형화해야 하니 윤장철이 아니면 한상준이라고 하든지… 아무튼 미더운 로동계급이요… 창수동무도 말했지. 페허로 된 제철소… 미국놈들은 100년이 걸려도 다시 일어서지 못한다고… 하지만 어버이수령님께서 정전이 된지 며칠만에 찾아오시여 크나큰 믿음과 고무를 주시고… 그 현지교시를 받들고 일떠선 로동계급… 그러니 이 사람들을 연극무대에 올리지 않고 누구를 올리겠소?》

《수령님께선 천리마현실을 반영한 작품을 많이 내놓으라고 교시하셨다면서요? 그러니 그 작품을 다하고 용해공들의 천리마작업반쟁취운동을 반영한 연극도 해야지 않겠소.》

《옳소, 앞으로 해야지. 어쨌든 들끓는 우리 시대를 반영해야지.》

이렇게 장담하듯 말하는 리형걸이 불안이 없는것은 아니였다. 길은 명백하나 탐구의 과정은 복잡하다. 인물성격들, 인간관계, 장면구성… 신진연출가인 리형걸은 이것이 자기 힘에 부친다는것을 통감했으나 결코 물러서지는 않을것이다. 마치 여기서 물러나면 《일편단심》이라는 《구렁텅이》에 다시 빠질것만 같이 생각되였다.

어느새 밤이 퍼그나 깊어 리형걸이와 한창수는 각기 자기 침대에 누웠다. 리형걸은 갑자기 한창수가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는 두손을 깍지껴 머리를 받치고 천정을 쳐다보았다.

《창수동무, 이제 야금기사가 되겠지. 이 제철소의 주인으로 되구.》

시대의 주인, 생활의 주인으로 억세게 전진할것이라는 말은 어쩐지 지내 요란스러운것 같아 그만두었다.

한창수는 자못 신중히 말하였다.

《그러기말이요. 어깨가 무거워지오… 그때 당중앙위원회에서 오신 김정일동지께서 우리 젊은 세대에 크나큰 신임을 주시였을 때 정말 감격도 하고… 그보다도 어깨가 무겁더란 말이요.》

(창수동무, 동무들은 행복하오… 한데 난 지금 어떤 처지에 있는가?… 나는 지금 시련을 겪고있소… 한데 나를 누르는 권력이 과연 어디서 오는가? 내가 무엇을 잘못했단 말인가? <일편단심>의 주인공이 박부위원장의 안해가 원형이라고 하니 연극단단장은 바로 그 권력의 힘에 눌리워 나를 리용해보려는것인가?… 한데 원형이 한 일이란 고작해서 남편의 옥바라지나 하는건데… 일제시기에 반일운동을 하다가 감옥살이를 했다는 나의 5촌숙부를 위해 숙모가 한것보다 오히려 못하면 못했지 나은게 뭐가 있어? 그래 그 부위원장이란 사람은 자기 안해를 내세워 어떻게 하자는건가? 에이, 더러운 야심… 안돼, 절대로! 나는 그런 야심에 침을 뱉는다.)

마치나 쉑스피어의 《햄리트》에서 나오는 주인공의 내면독백처럼 끝없이 계속되는 번민이였다.

문득 자기자신이 바로 어떤 모진 정황에 처한 연극의 주인공처럼 생각되였다.

한창수가 불을 껐다. 하지만 두사람은 저마끔 이내 잠들지 못하였다.

한창수가 리형걸을 향해 모로 돌아누우며 느닷없이 물었다.

《형걸동무, 애인이 있소?》

제 생각에 파묻혔던 리형걸은 고개를 돌린채 잠간 말뜻을 몰라 하다가 《있소. 약속한 사이라 할가.》 하고 얼버무렸다.

《그런데 대답이 어째 그리 씨원하지 못하오?》

《왜? 허허 있다는데, 엄영심이라구. 교원…》

리형걸은 엄한정이 바로 영심의 아버지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그런지 한창수가 번듯하게 누운채 짐짓 한숨을 지었다.

리형걸이 넌지시 물었다.

《창수동무한테는 어릴적부터 같이 자란 애인이 있다면서?》

잠시 말이 없던 한창수가 벌떡 일어나 침대머리에 앉았다.

《젠장, 난 생각지도 않았는데 글쎄 내가 군대나간 사이 배우가 됐단 말이요. 민족예술극장… 음악대학을 나오구.》

《가수로서 재능이 있는 모양이구만. 한데 배우가 어드래서 그러오?》

《챠 이런, 연출가선생, 그래 큰 극장에서 노래부르는 배우가 여길 오겠다고 하겠소?》

그러자 리형걸이도 상반신을 일으켜 침대에 앉았다.

《창수동무, 동문 우리 예술인들을 어떻게 보구 그러오? 옛날 배우들과는 다르단말이요.》

《하지만 그더러 자기 리상을 꺾으라고 할수 없지 않소?》

《리상이란 뭐요?》

《큰 무대에서 노래를 불러 인민의 사랑을 받는거지… 그러니 내가 물러나는수밖에.》

《뭐라구? 그것두 말이라구 하오?… 창수동문 그를 절대로 잊을수도 없구 또 물러나지도 못할거요.》

격정에 넘쳐 부르짖는 리형걸의 눈앞에는 어째선지 문득 영심의 얼굴이 떠올랐다. 자기가 영심이 그더러 물러나라고 말할 때가 있게 될것 같은 그런 예감이 느닷없이 들었던것이다. 한창수가 벌렁 침대에 누우며 말을 던지였다.

《모르겠소. 모르겠어. 생활은 연극과는 다르거든. 생활이란 단순치 않단 말이요. 자, 이젠 잡시다.》

그는 이불을 머리꼭뒤까지 뒤집어썼다.

리형걸은 자리에 반듯이 누웠으나 이내 잠이 오지 않았다. 생활이란 단순치 않다는 한창수의 말에 그도 할 말이 없는것이다. 또다시 영심의 매력있는 눈매와 부드러운 입모습이 떠오르면서 이상하게도 영심이와 자기의 운명이 순탄치 않을것이라는 불안이 커지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피곤이 몰려 어느새 깊은 잠에 빠지고말았다.

×

엄한정이 제철소에 온지도 며칠이 지났다. 자기가 집필하고있는 론문과 관련하여 기업관리정형을 현지에서 료해하는것이였다.

우선 그의 눈을 번쩍 띄게 한것은 당대표자회결정 관철에 떨쳐나선 이곳 로동계급의 불같은 열의와 기상이였다. 첫눈에 안겨온것은 《모두다 당대표자회결정 관철에 떨쳐나서자!》라는 구호였다. 공장정문과 구내요소요소에 세워놓은 그림판들… 선전화에는 《한손에는 총을 다른 손에는 낫과 마치를!》라고 표제를 달았고 억센 로동자가 총대를 머리우에 번쩍 쳐든것을 보기만 해도 가슴이 들먹이고 팔이 우둘우둘 떨리였다.

엄한정은 그것을 볼 때마다 생각에 잠기군하였다. 그의 기억에 의하면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만 스무살이 되는 1932년봄에 조선청년들이여! 총을 들자! 는 구호를 제기하시고 안도현 소사하등판에서 항일유격대의 조직을 선포하시였던것이다.

기존상식으로 본다면 어느 나라에서나 당을 먼저 창건하고 그의 투쟁전략에 의해 전인민적봉기나 혹은 무장투쟁을 하게 되여있었던것이다. 그러나 김일성동지께서는 총! 총을 들라고 먼저 온 겨레에 대고 웨치시였던것이다.

무장에 대해서 레닌도 이렇게 제기한것이 있었다. 적의 수중에서 무기를 탈취해서 그 사용법을 익히지 못하는 민족은 제국주의노예가 되여 마땅하다. 이렇게…

공장구내는 물론 로동자들의 주택거리를 걸으면서도 엄한정은 이런 생각에 잠기였다. 이미 대안전기공장에 보름나마 가있던 그는 평양에 올라갔다가 닷새후에 다시 제철소에 온것이다. 사실상 100년사상사총화의 견지에서 볼 때에도 이번 출장이 매우 유익하다는것을 깨닫게 되였다.

그는 대안전기공장에서 그 공장을 《모델》로 창시된 《대안의 사업체계》를 다시금 연구하면서 생산지도체계, 자재공급체계, 참모회의 운영방식 등 자료들을 부문별로 종합하였다. 그러면서 《사회주의경제건설에서 당의 령도적역할》이라는 자기의 론문에 가장 필요하다고 보는 《당위원회의 집체적지도》 령역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파고들었다.

엄한정은 이 제철소에 한번 와본적이 있었으나 대안의 사업체계가 도입된 이후에는 오지 못했었다. 그러니 경제학자의 눈으로 볼 때 그는 전혀 새로운 기업소를 보는것만 같았다. 론문집필에 고심하던 그한테는 현지침투가 새로운 활력을 준셈이다. 김정일동지께서 권고하신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 갈수록 커갔다. 100년사상사총화의 어느 모임때인가 그이께서 이곳 제철소에 왔다가신 소감을 피력하시면서 유상철로장과 같은 로세대앞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하시였는데 엄한정은 그 유상철을 적어도 허우데가 크고 몸집이 우람한 거인같이 상상했었는데 정작 만나고보니 그는 외형상 별다른 특징이 없는 평범한 상고머리의 장년기로동자였다. 아마 그 사상정신적인 풍모가 엄한정의 머리에 그런 생각을 불러일으켰던것같다.

엄한정은 유상철을 세번이나 만났고 오랜 로동자들을 여러명 만났다.

이 과정에 엄한정은 자기 론문에서 《생산자대중》이라는 요소가 허약하며 그중에서도 특히 생산자대중의 혁명적열의, 다시말해서 정치사상의식의 역할을 깊이 해명하지 못했음을 찾아보게 되였다. 《당위원회의 집체적지도》가 론문에서 중핵을 이룬다고는 생각하면서도 《당위원회》와 《생산자대중》이라는 두 요인의 호상관계를 옳게 밝히지 못한것은 단순히 리론상 착오가 아니라 자신이 이 론문의 지향점을 옳게 찾지 못하고있는 관점과 관련된다고 랭철하게 돌이켜보게 되였다.

그는 되도록 용해공들, 전로공들, 기대운전공들, 자재공급원들을 많이 만나려고 하였다. 용광로직장에서 만난 한창수라는 청년은 제대군인답게 솔직하고 대발랐고 공장대학생답게 문제를 리성적으로 파악하려고 하였다.

엄한정이 어째서 《가화페》라는걸 받아물지 않았는가고 묻자 한창수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글쎄… 금속공업성의 어느 일군이 내려와 독립채산제를 강화하자면<가화페>를 시범도입해봐야겠다는거지요. <가화페>라니? 정말 귀에 선 말이여서 잘 리해도 되지 않았습니다. 한데 결국 돈을 대신하는 쪽지놀음이더란 말입니다. 친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 제때에 일깨워주셨으니 망정이지… 우린 그때야 리베르만리론의 수정주의적본질을 똑똑히 알게 되였습니다.》

엄한정은 고개를 끄덕이였다.

《그렇소. 그러니 창수동무, 로동계급이, 특히 새 세대로동계급으로서 동무들이 어버이수령님께서 내놓으신 사회주의경제관리리론을 주인답게 관철해나가는데서 앞장서야 하지 않겠소.》

엄한정은 《바로 동무들이 주인다운 립장에서.》 하고 덧붙이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주인들… 주인들… 이들은 벌써 주인으로 되였고 주인다운 립장에서 스스로 경제관리를 하는거나 마찬가지이다.… 하다면 이들의 가슴속에 깃든것은 과연 무엇인가?…

천리마운동에서 발휘되는 그것, 즉 남이 한걸음 걸을 때 백걸음, 천걸음 내달리려는 그 기백, 그 열정이다.

어버이수령님께서 이미 그렇게 말씀하셨지. 조국과 인민의 미래를 향하여… 그 미래에서 앞당겨올수 있는것은 다 앞당겨오라… 불굴의 의지로 전진하는 우리 인민이다.… 이것은 당의 향도적역할을 떠나서는 생각할수 없다.… 생산자의 혁명적열의와 당의 향도력…)

엄한정은 점점 더 흥분하기 시작하였다. 생산자대중의 사상의식을 떠난 당의 령도란 있을수 없다.

해방후 우리 당만이 경제건설에서 이 문제를 옳게 풀어나가고있다. 쏘련의 쓰따하노브운동도 우리의 천리마운동처럼 그렇게 집단적인 혁신운동으로, 사상의식의 개조과정으로 되지 못했다. 그들이 처한 사회력사적환경이 다르고 우리 인민이 처한 그것이 다르지 않는가. 그렇다.… 당의 향도적역할을 떠나서는 우리의 천리마현실을 생각할수 없듯이 사회주의경제관리도 생각할수 없는것이다.…

댓글목록

profile_image

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위에서 계속)

엄한정은 오늘 벌써 네번째로 유상철이와 만날 약속을 하였다.

그는 지금 구내길로 걸음을 옮겨 용광로직장으로 가고있었다. 밤이지만 사위는 별로 어둡지 않았다. 푸르스름한 둥근 가로등은 그저 희슥하게 둥근 공처럼 보이였다.

용광로휴계실은 세면이 다 유리로 되여있었다. 때마침 종소리가 울리고 장쾌한 출선이 시작되는 참이였다. 온 천지가 화염으로 환히 밝아졌다. 유리너머에서 얼찐거리는 흰 방열복들이 붉은색옷으로 보였다.

그 불광으로 하여 저절로 마음이 격동되고 신심이 앙양되는것 같았다. 시인과도 같은 격정이 솟구치는것이였다. 우리의 대오앞에는 붉은기가 휘날린다. 100여년의 공산주의운동에서 온갖 좌우경기회주의가 날뛰였지만 우리의 앞에는 언제나 투쟁의 기치, 붉은기가 나붓겨왔다. 엄한정은 때아닌 때에 이런 사색의 격동을 체험하며 유리너머로 용암의 분출과도 같은 쇠물의 흐름을 내다보고있었다.

엄한정은 유상철이 휴계실에 들어서는줄도 몰랐다.

《학자선생, 오래 기다렸습니까?》

그제야 엄한정은 뒤돌아섰다.

《아, 로장아바이시군요. 회의가 끝난 모양이지요.》

《네, 예견보다 좀 늦어졌습니다.》

《수고많았겠습니다.》

《대안의 사업체계가 나오면서부터 아무것도 아는게 없지만 당원들의 의사로 저도…》

엄한정은 고개를 끄덕이였다. 당위원회 위원이여서 생산자대중의 대표라고도 할수 있는 이 아바이는 또한 해방전부터 오늘까지의 제철소의 산 력사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새삼스러워졌다.

엄한정은 이미 그한테서 많은 얘기를 들었다.

해방직후, 전쟁시기 그리고 전후복구시기에 있었던 가지가지 일들을…

유상철은 탁자우에 올려놓은 갈퀴같은 두손을 주무르면서 입을 열었다.

《학자선생이 대안의 사업체계에 대해 잘 말씀해주셨지만 사실 로동자가 당위원회 위원으로 되니 로동자들의 목소리가 당에 직접 반영되고 여러모로 좋습니다. 우리가 이 제철소의 주인이라는 자각이 더욱 커지구요.》

《그렇습니까? 참 좋은 일이지요.》

《당정책을 어떻게 집행하겠는가. 특히 어버이수령님의 현지교시들을 하나하나 조항별로 집행대책을 세우고 총화를 하니… 당위원회가 선을 똑바로 세울수가 있지요.》

엄한정은 고개를 끄덕이군하였다.

(주인들… 생산자대중의 사상의식의 역할… 당의 향도력은 이것을 떠날수 없다.)

사색의 토막들은 하나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파도처럼 자꾸만 흉벽을 두드린다.

유상철이 말하였다.

《사실 오늘회의는 저때문에 좀 늦어졌습니다.… 아, 거 생산부기사장이란 량반이 아직두 분기말까지 시간이 있는데 이달 계획을 조월시켜 다음달에 해야 한다 어쩐다 하기에 일어나서 좀 얘기를 했지요.

벌써부터 앉아서 우는 소리를 할게 아니라 여기 모인 지도일군들이 래일부터 각 직장에 나가 예비를 탐구해보자구말입니다… 그렇게 하는게 옳은 일이 아니겠수다?》

《거야 그렇지요. 예비는 대중의 심장속에 있다는건 생활에서 증명된 진리이지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엄한정이 말머리를 돌렸다.

《수령님의 그 <교시터>에 대형유화를 세우는 일도 이젠 잘 돼가더군요.》

《참 그렇습니다.… 당중앙에서 다 그렇게 하도록… 한데 말입니다.저번때 친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 여기에 오셨을 때 난 글쎄 평생에 없는 실수를 했습지요. 얼마나 겸허하신지 그분인줄 모르고 <교시터>때문에 떴다고아댔으니…》

유상철은 아직도 면구스러운듯 자기의 상고머리를 한손으로 쓰다듬었다.

《로장아바이, 그분은 솔직하고 소탈한 사람을 좋아하십니다. 그래서 로장아바이에 대해 저한테두 일러주시는거겠지요. 워낙 격식과 틀차림을 제일 싫어하시는분이니까요.》

《그런것 같습니다.》

유상철은 감심한 표정으로 연신 머리를 끄덕이였다.

이윽고 엄한정은 생산자들이 기업관리에 주인답게 참가하는 정형이며 생산을 추동하는 상금형태의 물질적자극에 대해서도 들었다. 아직은 하나의 명백한 방향을 세울수 없으나 머리속에서 이렇게 저렇게 굽이치는 사색의 갈피들이 차츰 하나의 선에 복종되는것 같았다. 그는 려관에 들어가 생각을 더 정리하려고 마음먹었다.

유상철이와 헤여질 때 엄한정은 평로에 와서 일하는 리형걸이라는 평양에서 온 연출가를 아는가고 물어보려다가 그만두었다. 사위라고 말해야겠는가, 아니면 친구의 아들이라고? 이것도 저것도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오늘저녁은 이만하자는 인사를 나누었고 때마침 방열복차림의 한 용해공이 문을 열고 유상철로장을 찾는 바람에 더 계속할수도 없었다.

엄한정은 합숙에 나가 리형걸을 만나기로 하였다. 낮교대라니 아마 지금쯤은 거기에 있을것이다.

엄한정은 용광로직장을 나서서 정문가까이로 걸어나오고있었다. 리형걸을 만나면 동정과 위안을 할수도 없고 그렇다고 모른체할수도 없었다. 하지만 어쨌든 만나야 한다. 그를 만나지 않고 간다는것은 안될 말이다. 아무리 젊은 혈기라도 주눅이 들고 번민도 할수 있지 않을가. 그렇지는 않을것이다. 외동딸의 배우자로 될만한 재목이 된다고 믿은지는 오래다. 비록 그의 사람됨을 파악할 기회가 아직 많지 못했지만… 그러나 그를 함부로 동정하는 기색은 보이지 말자. 그의 자존심을 건드릴수 있으니까.

하지만 한창수네 호실문을 열었을 때 엄한정은 자못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침대에 걸터앉은 한창수가 손풍금을 타고 그와 마주하여 의자에 앉은 리형걸이 기타를 치고있었던것이다. 흥겨운 경음악선률같았다. 일순 엄한정은 놀랐다가 이내 얼굴에 미소를 그리였다.

《한창수동무의 손풍금솜씨가 여간 아니라더니.》

그리고는 의자에서 일어난 리형걸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을 잡는 순간에 엄한정은 리형걸의 눈빛을 얼핏 보았다. 리형걸이 일부러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보이려는듯 티없이 밝게 웃으며 말하였다.

《오셨다는 얘길 듣고 려관에 찾아갔더랬는데.》

《응, 바삐 돌아치다나니.》

한창수가 일어나 나가려는것을 엄한정이 제지시켰다.

《앉소. 우린 크게 비밀얘기가 없소.》

엄한정은 앉아서 일이 힘들지 않는가, 육체적로동은 사람의 정신을 앙양시킨다 …등 인사삼아 말을 건네였다. 하지만 결코 이러루한 말만 하려는것은 아니였다.

그는 리형걸이 새로 창작하겠다는 로동계급물주제창작정형을 물었다. 제법 전문가처럼 등장인물의 원형이 누구인가, 제가 보건대도 여기서 전후에 용광로를 복구하던 때의 얘기가 퍽 감동적이던데 어느 얘기를 기본으로 하려고 하는가 등을 물었다. 그의 대답을 들으면서는 《음… 그렇지… 그렇구만.》 하고 긍정해주는것이였다.

이때 한창수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내 식당에 내려가서 따끈한 우유를 가져오겠어요. 밤참으로 공급하는 영양제입니다.》 하면서 밖으로 나가는것이였다. 두사람이 남자 좀 어색했으나 이런 순간을 바라기라도 했던것처럼 이상하게도 마음이 더 편해지고 솔직한 담화를 할수 있을것 같았다.

엄한정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내 여기로 내려올 때 자네 아버님을 만났소.》

그러다가 좀 빠른 어조로 계속하였다.

《한데 <일편단심>인가 하는 그 연극말이요. 연극대본을 출판부터 해놓고보자는 말도 있고 어쨌든 다른 연출가가 없어서가 아니라 리형걸이라는 연출가를 굴복시키려는것 같다는거요.

…어떻소? 그 <일편단심>이란게 그리두 마음에 안드오? 아니면 연극단단장이 자꾸 압력을 가하니까 거기에 더 반발하는것인지. 젊은 시절엔 충분이 그럴수 있다는걸 난 전제하고서 말하는게요.》

《두가지가 다 원인으로 될수 있지요. 그 <일편단심>의 줄거리를 아십니까?》

《어느정도…》

《리광수의 <혁명가의 안해>는 해방전에 보셨겠지요?》

《봤지. 거야 반동작품이 아닌가. 혁명가의 안해를 모독했지.》

《그렇지요… 한데 말입니다. <일편단심>은 한마디로 작품이 저조합니다.… 그 녀성주인공자체를 혁명가라고 말할수 없으며 따라서 그걸 혁명적작품으로 보는것도 무리하다고 봅니다. 조선녀성이면 누구나 다 남편의 옥바라지는 합니다. 그게 무슨 희한한 일입니까. 물론 작은 얘기속에도 시대의 본질을 체현할수 있지만 이런 경우는 그게 아닙니다. 내려먹이는 어떤 야심이… 예술가로서 제 량심이 허락치 않습니다.》

《됐소, 됐소…》

엄한정은 상대방을 너무 흥분시키는것 같아 일단 이렇게 제지시켰다. 그는 할 말이 없었다. 리형걸이를 긍정하고 지지하고픈 마음이 불같이 솟구쳤다. 정의를 지키려는 젊은이의 행동을 용감하다고 칭찬해야겠으나 그는 부지중 한숨을 내쉬였다.

자기의 딸 영심의 운명에 어떤 알지 못할 그늘이 비끼는것 같은 불안과 위구를 막을수 없었던것이다.

이때 한창수가 김이 오르는 우유를 부은 유리고뿌를 쟁반에 담아들고 들어온것을 다행으로 생각한 엄한정은 한창수가 권하는대로 고뿌를 잡았다. 세사람은 후후 불며 각기 고뿌를 들고 우유를 마시였다. 그리고나서 엄한정은 두 젊은이와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였다.

엄한정은 려관호실에 돌아와서 책상에 마주앉아 기업관리자료들을 카트화하여 자기 론문의 어느 장이나 절 속에 넣을것인가를 가늠하며 분류해놓았다. 그러다가 때없이 앞벽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리형걸이와 영심의 얼굴이 번갈아 눈앞에 떠오르는것이였다.


서비스이용약관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 상단으로


Copyright © 2010 - 2023 www.hanseattle1.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