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전환 제3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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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10시가 되여서야 예정했던 군부대에 도착할수 있었다. 이곳 부대에서는 사전에 련락을 받았기때문에 일체 준비가 다 갖추어져있었다. 군단장 한기주도 관하 사단, 려단의 장령들이 대기하고있었다. 한기주는 그이의 손을 잡고 놓지 못하였다. 그는 김정일동지께서 군부대지도를 시작한 초기, 60년대초부터 알게 되였고 평양에 올라오는 기회가 있는 때면 꼭꼭 들려서 군부대실정을 말씀드리고 사업상 조언을 요구하군하였던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언뜻 그가 장기를 매우 좋아한다는 생각이 떠오르시였다. 언젠가 그가 주장하기를 《명장에게는 약졸이 없다.》고 하는 수령님의 말씀을 생활에 적용해보기 위해 장기를 시작했는데 그게 매우 유익한 오락이라고 롱말을 했던것이다.
한기주는 인차 관하 군부대 실정을 설명하게 되였고 지도를 펴놓고 하나하나 대상을 짚어가면서 적들의 동향에 대하여 한시간정도 보고를 하였다.
일단 자기 의무가 끝났다고 보아질무렵 한기주는 《말씀해주십시오.》 하고 무턱대고 청을 드리였다.
어느때건 만나기만 하면 군사와 세계정치는 물론 흔히 들을수 없었던 일화들이 그이의 말씀속에서 거침없이 흘러나오군했던것이다. 그리고 여러모로 인차 잊혀지지 않는 인상적인 말씀을 많이 해주시였다.
오진우부상의 귀띔에 의하면 이번 걸음은 순수 《일당백》때문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김정일동지께서는 몇가지 질문을 하시였다. 관하 군부대에서 진행하고있는 정치사업에 대하여 그리고 전사들의 사상동향에서 주목할만한것들을 알아보시였다.
한기주는 이에 대하여 거침없이 말씀드리였다. 그이께서는 매우 만족해하시였다. 일단 대화가 끝나자 얼마간 동안이 생기였다. 그때 한주기는 좀 어색한 낯을 지으며 다시 말씀올리였다.
《어서 말씀해주십시오. <일당백>에 대하여서도 좋고…》
아닌게아니라 한기주의 제기는 그이께서 말씀하실 적절한 계기를 이어놓게 되였다. 그러지 않아도 그것에 대하여 말씀하시려던 참이였다.
《일당백》에 대하여 그 의의를 설명하란다면 누구나 막힐것이 없었다. 그것은 앞서 들린 하나의 중대실정을 보아도 잘 알수있었다. 하지만 그 의의를 확대시키고 그것을 군건설의 전략적견지에서 보게 되면 문제가 간단치 않았다.
그이께서는 탁자우에 놓은 담배갑을 한쪽으로 밀어놓으면서 옆으로 돌아앉으시였다.
《오진우동지! 이렇게 지휘관들이 모인 기회에 꼭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지 않겠습니까. 먼저 말씀하십시오.》
《어서 말씀해주십시오. 제가 이자리에서 얼마간 첨부하고싶은것이 있다면 <일당백>이 어제오늘 제기된것이 아니고 항일무장투쟁시기부터 뿌리내린 깊은 연원이 있다는 정도입니다.》
오진우의 말이 끝나자 장내에서는 곧 반응이 일어났다. 몇명의 고급군관들이 일제히 일어나 《어서 말씀해주십시오.》라고 제의하였고 일어나지 않은 사람들은 간절한 소청이라는듯 몸을 들썩거렸다. 기왕 이렇게 된바에는 이미부터 생각해오던것을 기탄없이 털어놓으리라 결심하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시였다.
《사실은 제가 조용한 기회에 여기 앉은 오진우부상이나 또 그밖의 지휘관들에게 수령님의 군건설사상의 알맹이를 말하려고 하던것입니다…》
그이의 시선은 오른쪽으로부터 방안을 쭉 훑어나가면서 모임에 참가한 사람들을 둘러보시였다.
《<일당백>, 글자로 세서 단 석자밖에 안되는 이 구호에는 두툼한 저서에나 담을수 있는 심오한 뜻이 담겨져있습니다. 동무들이 알고있는것처럼 우리 군대 하나가 적병 백이나 천을 감당할수 있게 되여야 한다는것인데 물론 그것이 옳습니다. 동시에 <일당백>에는 우리 당이 군건설분야에서 들고나가야 할 기본 사상과 원칙이 명시되여있습니다. 전쟁에는 사람과 그들이 지닌 무기가 참가하게 됩니다. 여기서 결정적인것은 전쟁을 직접 수행하는 사람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전쟁의 운명은 원자탄이 결정한다고 하면서 핵시대에 있어서 사람이라는 존재는 순수 고기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고있습니다. 이것은 미제가 휘두르고있는 <힘의 정책>, 몽둥이에 겁을 먹은 미치광이들의 비명소리에 지나지 않는것입니다.
위대한 수령님의 주체사상은 이와 정반대로 말하고있습니다. 결국 무기도 사람이 만들며 사람이 그것을 다룬다고말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고개를 돌려 오진우에게 그렇지 않는가고 물으시였다.
오진우는 간결하면서도 명철한 그이의 말씀에 감동되여 두손을 맞잡으며 고개를 끄덕여보이였다.
《옳습니다, 옳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열정에 넘친 어조로 뒤를 이어나가시였다. 힘을 주고 못을 쳐야 할 대목에서는 주먹을 휘두르기도 하고 또 때로는 온몸으로 형용을 하기도 하면서 표현하려는 뜻을 능란하게 보충해나가시였다.
어떤 사람은 전쟁은 인간의 본능이며 문명의 어머니라고 하였다. 또 어떤 사람은 전쟁을 다른 수단으로 수행하는 정치의 연장이라고 하였다. 또 다른 사람은 전쟁은 전쟁자체를 없애기 위한 최후수단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 어느 누구도 전쟁에서 인간이 노는 역할에 대하여 완벽하게 해명할수 없었다.
오직 위대한 수령님께서만이 전쟁승리의 결정적요인은 거기에 참가하는 인간의 사상정신상태에 있다는것을 밝힐수 있으시였다.
때문에 제국주의가 존재하는 한 전쟁자체를 반대해서는 아무런 의의가 없다.
문제는 전쟁을 회피할것이 아니라 맞받아나가 물리쳐야 한다. 이 승리의 열쇠가 바로 《일당백》에 있는것이다. 우리 나라는 령토가 넓지 못하고 인구도 많지 못한 상태에서 강대한 적과 맞다들게 될수 있다. 그러니 《일당백》이 아니고는 어느때나 승산을 세울수 없다. 항일혁명투쟁시기 100만 관동군과 맞선것도 그렇고 조국해방전쟁시기 미제를 위시한 16개 나라 침략자들과 싸울 때도 역시 그러하였다. 《일당백》만이 승리하는 길이며 우리가 살아나갈 길이다…
한참동안 숨을 죽이고 듣고있던 장내에서는 연방 감탄의 소리가 울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종횡무진으로 동서고금의 전쟁론과 군건설리론 그리고 그에 관한 학설에 대하여 언급하고 수령님의 군사사상을 풀어나가시였다.
그이께서는 맨마지막에 《일당백》, 이것은 지구상에 제국주의가 존재하는 한, 우리 나라에 군대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들고나가야 할 우리의 백전백승의 무기라고 강조하시였다.
《동무들! 군대는 적을 치기 위한것이고 전쟁은 승리하기 위한것입니다. 전쟁에서 승리의 대용품은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것입니다. 승리하자면 <일당백>외에 다른것이 없습니다.… 현대수정주의자들은 심지어 군대를 비정치화, 비사상화해야 한다고 떠들고있습니다. 그것은 곧 당도 국가도 사회주의제도도 다 적들에게 넘겨주자는 말과 같은것입니다. 그런 현대수정주의자들이 당과 군대를 쥐고있는 한 그 앞날은 멸망이라는것외에 그 어떤 다른것이 결코 될수 없다는것은 불을 보듯 명백합니다.
현대수정주의자들의 책동을 단호히 저지시키지 않으면 피흘려 쟁취한 우리의 모든것을 다 잃게 될것입니다. 이런 점으로 볼때 이 김정일은 사상론의 주장자입니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수령님의 혁명사상을 높이 추켜들고 끝까지 나가야 합니다. 혁명적군대가 없으면 당도 국가도 사회주의도 없습니다. 때문에 당건설과 함께 군건설을 병진시키자는것이 우리의 확고한 의지입니다. 이런 사상을 지닌 군대는 김일성동지께서 창건하시고 이끄시는 우리 군대, 조선인민군뿐입니다. 때문에 우리 군대는 말그대로 수령의 군대입니다! 수령의 군대!》
그이께서는 주먹을 높이 들어올리였다가 힘있게 내리후리시였다. 방안은 감격에 넘쳐있었다. 한참동안 침묵을 지키고있던 김정일동지께서 미소를 지으시며 다시 말씀을 이어나가시였다.
《너무 딱딱한 말만 해서 모두 긴장해진것 같은데 여담을 한가지 말해보겠습니다. 본인이 있는데 이런 말을 해서 안됐습니다만 사실이 그러니까 별일 없을것 같습니다. 여기 앉아있는 오진우부상은 얼마전에 대덕산에 올라가 질통으로 흙짐을 져서 <일당백>터를 닦았고 그후 비돌을 든든히 세웠습니다. 앉아서 지시만 해도 되겠는데 무엇때문에 등짐을 졌겠습니까. 부상동무는 등짐을 지고 눈에 덮힌 가파로운 길을 톺아오르면서 우리 인민군장병들의 가슴속에 <일당백>을 심어주기 위해 한걸음한걸음 들어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후에 제가 물었습니다. 등짐을 지면서 무엇을 생각했는가고 말입니다. 그러니 대답이 정말 걸작입니다.
눈이 온 비탈진 언덕, 길 아닌 길을 걸으면서 이 길에 <일당백>이 펼쳐져있고 이 길에 사회주의 내 나라를 지키는 의무가 깔려있다 이렇게 생각했답니다.》
이렇게 이야기가 번져지자 오진우는 점직해서 고개를 떨구고 어쩔줄을 몰라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 방안을 둘러보시고나서 계속하시였다.
《그렇게 합시다. 이제부터 여기 모인 지휘관동무들도 모두 <일당백>을 둘러메고 전사들의 가슴속으로 깊이 들어갑시다. 그러면 바위돌에 새긴것보다 더 큰 은을 낼수 있을것입니다. 전사들의 심장으로 들어가잔 말입니다… 그만하지요.》
그이께서는 옆에 앉은 오진우의 등을 흔들며 끝을 맺으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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