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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전환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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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4,609회 작성일 21-02-12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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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해빛이 눈부시게 비쳐도는 창가에 앉아 전상환은 지방에서 올라온 통보자료를 읽고있었다.

처음 집어든것이 평북도 선천군에서 향토건설을 잘하고있다는 자료였다. 다음에는 황해남도에서 올라온 그러루한것들인데 부피가 커서 다 읽는데 무척 시간이 걸리였다.

팔목시계를 보니 9시가 되여온다.

전상환은 하루일과를 가늠하기 위해 탁상일력을 끌어당기였다.

오전- 문예총 연극 《일편단심》 합평회 참가

오후- 소설가들과 집체 담화, 새로운 혁명문학 건설!

여기까지 시선이 미친 그는 일력장을 또하나 번지였다.

첫시간- 제철소로 출발

(그렇지, 영천의 계속으로 로동계급속에 들어가보자고 하시였지.)

명심해두었다가 밤시간에 제철소에 가기 위한 사전준비를 하여야 하였다.

전상환은 가방을 열고 책상에 놓았던 연극대본과 수첩을 집어넣었다.

영천에서 돌아온 전상환은 그 이튿날부터 드바삐 뛰여다니지 않으면 안되였다. 그는 거의 매일이다싶이 작가동맹에 나가 개별담화도 하고 또는 협의회도 조직하였다. 그런데 오늘은 문예총에 나가 협의회를 하나 치르어야 하였다. 함흥연극단에서 창작공연하고있는 연극 《일편단심》때문이다.

공연을 시작한지 한달남짓한데 작품이 좋다 나쁘다 하는 시비가 일어나고 관중이 들어오지 않아 공연을 중단해야 할 형편이라고 한다.

전상환은 우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것부터 꺼야 한다는 응변책을 세운다는 점도 있었지만 침체상태에 빠졌있다고 보는 무대부문 사업을 들어일굴 결심이였다. 그리하여 그는 《일편단심》 창작단성원모두를 평양에 불러올려다가 들끓는 평양바람으로 눈을 번쩍 뜨게 하는 한편 전문가들과 지혜를 모아보자는 작전을 하였다.

서둘러서 문예총에 이르니 청사의 맨 아래층에 있는 회의실에 《일편단심》 창작단성원들전원과 평양시안의 연극부문 작가, 연출가를 비롯한 관계자들 약 백여명이 모여있었다.

협의회가 시작되자마자 연극대본에 대한 의견이 쏟아져나왔다.

한시간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 키가 작고 몸이 다부진 연극인동맹서기장이 대본도 대본이지만 연출, 연기형상, 무대미술 등 폭을 넓혀 토론하자고 제기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나는 사람마다 작품의 이야기거리, 극조직, 인물의 행동선 같은것들을 계속 제기하였다. 론의되는것을 그대로 종합해놓으면 공연을 계속하는것은 도저히 불가능한것으로 되며 결국 원점으로 되돌아가 새롭게 작품을 만들자는것으로 되였다. 토론자들가운데서도 연출가들의 의견이 그중 흥미를 끌었다.

《일편단심》이라는 제목에서부터 흥분이 시작되였다는 담당연출가는 번들거리는 이마를 연방 수건으로 문대면서 토론을 하였다. 장내에서는 지루한것을 참다못해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났다.

《자기작품에 대한 변론이군.》, 《자화자찬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등등. 그러나 그는 한시간가까이 토론하고나서 나중에 간단히 자기의 의견을 내놓았다.

《며느리가 미워난 시어머니의 타발이 너의 발뒤축은 왜 그렇게 닭알모양으로 둥글둥글하게 생겼느냐 했다는 식으로 이건 작품을 토론하기만 하면 주인공의 역할이요, 성격이요 하는데 난 이런 론의는 그만두고 계속 공연을 하면서 수정보충하자는 의견입니다.》

이에 대해서 즉시 반발이 일어났다. 세사람이 동시에 일어났는데 사회자에 의해 순서가 정해졌다. 두번째 토론자는 연극영화대학을 갓 졸업했다는 국립연극극장 연출가 리형걸이였다. 리형걸은 올해 28살로서 그의 리론수준이나 작품을 보는 견해에서 앞날이 기대되는 신진연출가로 알려져있었다. 돌아가는 말을 들으면 요새 로동계급물로서 《야심작》을 하나 준비하고있다고 하였다.

《담당연출가인 구선생은 지금 분명히 착오를 범하고있습니다.

발뒤축이 닭알같다는 시어머니의 격언보다도 어머니는 병신자식한테 더 사랑이 간다는 격언을 참고해야 할것입니다.

저는 간단히 한마디 제기하겠습니다. 군중은 항상 현명합니다.

지금 론의가 분분하지만 군중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품을 들여 잘 고치면 걸작이 될수 있습니다. 잘 고치면 말입니다.》

선동적으로 끝을 맺는 리형걸의 토론은 장내를 술렁거리게 만들었다. 어느정도 비꼬인투가 있기는 하지만 분명히 《타도식》은 아니였다.

집행부에 앉아있던 전상환이 흐뭇해서 장내를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연탁에서 물러나는 리형걸에게 손짓을 하였다.

《그렇게 왈칵 흔들어놓고 그냥 내려가면 어떻게 하자는거요. 하나라도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아야지.》

리형걸은 꼼짝못하고 붙잡히고말았다. 그는 작품형상과 관련된 연출상문제를 하나하나 들어가면서 대안을 내놓게 되였다. 녀성주인공의 걸음새가 팔자걸음이여서 미감에 거슬린다, 갑삭갑삭하게 옮겨짚으면서 지혜롭고 근면한 농촌근로녀성의 체취가 풍기게 해야 한다, 의상이 너무 현대화되였다, 주인공이라고 해서 좋은것만 다 가져다붙이면 개성이 살지 않고 오히려 역겨워진다. 이런 식으로 십여가지를 제기하고 연탁에서 물러났다.

토론이 심화될수록 암담하게만 느껴지던 전상환은 그 어떤 출로라도 발견하게 된것처럼 가슴이 열리는것 같았다. 전면부정으로부터 《구원》의 길로 돌아서게 된 그후 토론들에서는 수정대안이 많이 제기되였다. 확실히 군중이 현명하다는것과 협의회를 조직한것이 론의할 여지없이 옳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협의회가 거의 끝나갈무렵 전상환은 자리에서 일어나 오늘 모임에 참가한 자기 소감을 간단히 말하겠노라고 하였다. 근시경안에서 빛을 뿜고있는 눈은 분명히 자기 사업에 대하여 어떤 신심에 넘쳐있다는것과 또한 단호한 결심을 가지였다는것을 말해주고있었다.

《동무들이 본바와 같이 오늘 우리는 모임을 시작해서 얼마동안까지만 해도 한편의 장막희곡이 금방 무너질 형편에 처해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나 둘 대안을 내놓은것이 받침이 되여 이제는 연극 한편을 구원해낼수 있다는 신심을 일정하게 가지게 되였습니다. 물론 앞으로 기둥을 갈아대고 대들보의 사개를 다시 물리고 서까래를 대자면 품이 많이 들고 곡절도 있을것입니다.》

전상환은 고개를 번쩍 들고 한쪽손을 높이 들어올리였다.

《지금 당에서는 문학예술부문을 결정적으로 추켜세울데 대한 결심을 하였습니다. 사상사업부문에서 이 부문이 맨먼저 혁명적기치를 들게 해보자는것입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것인가. 우선 첫 공정인 문학에서 새로운 전환을 일으키고 그것을 모두 따라서게 하자는것입니다. 좋은 노래를 만들자고 해도 좋은 가사가 있어야 하고 좋은 영화를 만들자고 해도 좋은 소설, 좋은 영화문학이 있어야 하는것입니다.

연극이나 가극도 마찬가지라는것을 동무들도 잘 알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문득 《일편단심》이란 연극 한편이 왜 이렇게도 곡절이 많은가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협의회를 대강 결속해치우고나서 그는 옆방에 있는 휴계실의자에 앉아 담배를 붙여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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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좀 세우시오.》

차창밖을 내다보고있던 김정일동지께서는 급히 손짓을 하시였다.

차가 급정거하는 바람에 바퀴지치는 소리가 나면서 온몸이 앞으로 쏠리였다가 되돌아왔다.

그이께서는 차유리를 내리우면서 《저기서 학생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있소?》 하고 운전수에게 물으시였다.

날파람있고 령리하게 생긴 운전수는 고개를 돌리며 대답하였다.

《조개잡이를 하는것 같습니다.》

《조개잡이? 지금 철이 어느때기에.》

《글쎄요. 그게 아니면…》

《좀 기다리오.》

《가만계십시오. 제가 가서 알아오겠습니다.》

더 말할새도 없이 그이께서는 문을 열고 나서더니 급경사를 이룬 강뚝으로 내려가시였다.

강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학생들이 까맣게 뒤덮여 무엇인가를 줏고있었는데 그들속에 있던 녀선생이 우연히 강뚝켠을 바라보게 되였다. 길가에 세운 승용차, 바삐 다가오는 어떤 젊은분… 녀교원은 학생들속에서 빠져나와 민틋하게 언덕이 진데로 마주올라갔다.

그이께서는 머리를 가볍게 숙여보이는 녀교원에게 물으시였다.

《학생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있습니까?》

《지금 저…》

녀교원은 치마허리를 동이였던 띠를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대답하였다.

《조약돌을 줏고있습니다.》

《조약돌? 그걸 어데다 쓰는가요. 아직 물이 차겠는데.》

《하얗고 닭알처럼 생긴것들을 고르느라고 그럽니다. 보천보전투승리를 기념해서 세우는 탑건설장에 보내려고요. 기초콩크리트 치는데 넣어도 좋고 화단을 꾸리는데도 쓸모가 있을것 같아서…》

《아, 그렇군요. 그런걸 난… 정성이 지극합니다. 참 좋은 일을 하고있습니다.》

《마음뿐이지요 뭐. 학생들이다보니까 이런것밖에…》

《대단합니다, 대단해. 그런데 그걸 누가 생각해냈습니까? 아니면 어데서 지시라도 내려왔는가요?》

그이께서는 팔소매를 걷어올리고 수세미로 돌을 닦고있는 학생들곁으로 다가가시였다. 신통히도 닭알 비슷하게 생긴 돌을 집어들어 해빛에 비쳐보시였다. 보석처럼 은백색빛을 뿌리고있다. 스무살을 갓 넘긴것 같은 녀교원은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몇마디 주고받은 말투에서 그리고 기품이 한껏 돋보이는 분에게서 치하를 받는것이 무척 송구스러웠던것이다. 잠간 망설이다가 대답하였다.

《소년단모임에서 보천보전투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어느 학생이 제기해서…》

《아, 그렇군요. 훌륭합니다. 선생님!》

그이께서는 손에 들었던 돌을 한번 추스려보고나서 흥분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이 보석처럼 귀한것을 제가 하나 가져가도 일없겠습니까?》

《보석이라니요? 강바닥에 맨천인데 어서 가져가십시오.》

《아, 그래요.》

그이께서는 돌 하나를 두손으로 움켜잡고 만면에 웃음을 그리시였다.

《수고하겠습니다. 학생동무들 안녕히…》

녀교원은 강뚝에 서서 손을 흔들어보이였다.

승용차는 봄빛이 한껏 무르녹는 논벌을 끼고 쏜살같이 내달리였다.

(얼마나 기특한 소행인가!) 하고 그이께서는 못내 탄복하시였다.

보천보전투라고 하면 조선사람은 그 누구나 다 잘 알고있다. 30년대 일제강점의 암흑시기에 조선인민혁명군이 조선의 넋이 살아있다는것을 온 세상에 과시한 전투였다. 하여 30년이란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 그 의의를 더욱 빛내이기 위해 인민들이 기념탑을 세우고있는것이다. 그런데 아직 열살전후인 어린것들 가슴에 그렇듯 아름다운 생각이 싹트고있었던것이다. 기초를 치는속에 파묻혀 밑돌이 되여도 좋고 꽃을 가꾸는데 가장자리를 장식하는 둘레가 되여도 좋다는것이다. 혁명전통을 그토록 귀중히 여기는 비옥한 이 땅에서 지금 무수한 꽃들이 움터나고있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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