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비약의 나래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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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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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 2반의 다음시간이 수학입니다.》
손목시계를 본 정금화가 교장에게 귀띔하였다. 자기가 들어가야 할 그 학급의 수업을 다른 교원이 대신하도록 조직해주었으면 하는뜻이였다. 김정일동지의 접견을 받고있는 이 영광스러운 좌석을 뜨고싶지 않았다. 교장은 못 들은듯이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모처럼 마련된 이 뜻깊은 좌석에서 대수롭지 않은 일을 상기시키는 정금화를 내심 못마땅하게 여기였다.
《수업시간이 되였으면 가봐야지요. 렬차시간처럼 절대로 어길수 없는것이 학교의 수업시간이 아닙니까?》
김정일동지께서 말씀하시였다.
《수업을 오후에 보충하면 됩니다.》
교장이 황황히 말씀드리며 정금화에게 힐책의 눈길을 보냈다.
그들을 번갈아 바라보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고중환에게 말씀하시였다.
《그럼 다른 수학선생들을 만나기 전에 저 선생의 수학수업을 참관합시다. 우리 학생들이 수학공부를 어떻게 하는지 보잔 말입니다.》
고중환이 어리둥절해하는 정금화에게 깨우쳤다.
《어서 수업에 들어갈 준비를 하시오.》
자리에서 일어선 정금화는 교수준비를 하려고 강좌실로 갔다.
이윽하여 김정일동지께서는 고중환과 함께 4층에 있는 교실로 가시였다.
한걸음 먼저 도착한 정금화가 교수안과 교편물을 들고 복도에서 기다리고있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교실 앞문으로 들어가십시오.》
《아니, 우리는 조용히 뒤문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저는 이미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교실에 오신다는것을 학생들에게 알렸습니다. 그들이 올리는 인사를 받아주십시오.》
정금화는 간절히 애원했다.
《수업이 시작되면서 학생들이 올리는 인사는 교원이 교단에 서서 받아야 합니다. 수업을 구경하러 온 내가 왜 선생 먼저 인사를 받겠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조용히 뒤문을 열고 교실에 들어서시였다.
교탁을 마주하고 선 정금화를 향하여 학생들이 일제히 일어서서 인사를 표했다.
수업의 시작과 함께 교원과 학생들사이에 오가는 이 례절은 교육의 신성함을 말해주고있었다. 학교의 수업을 내놓고는 그 어디에서도 일이 시작되거나 끝날 때마다 이러한 례절을 갖추는데가 없는것이다. 학생들이 자리에 앉자 김정일동지께서도 빈 학생용걸상에 앉으시였다. 량옆에 놓인 걸상에 고중환과 교장이 앉았다.
교실안은 흥분되고 긴장된 분위기였다. 조심히 책장들을 번지는 소리와 학생들의 높아진 숨결소리가 들리였다. 그들을 둘러보는 정금화의 상기된 얼굴은 전에없이 빛나고있었다.
《이번 시간에는 행렬과 련립1차방정식을 취급하는 장에서 세번째 절에 속하는 1차변환을 학습하겠습니다.》
흥분으로 목소리가 더듬어졌다. 그는 칠판을 향해 돌아서더니 마지크로 장, 절제목을 썼다.
칠판에서 돌아선 정금화의 얼굴에는 수업이 시작될 때 떠올랐던 흥분이 어느새 가셔졌다. 그는 벌써 주위상황에는 개의치 않고 교단에 오른 교원의 자감상태에 빠져버린듯 열띤 어조로 설명을 했다.
《우리는 이미 전 시간들에서 축대칭변환, 정대칭변환, 회전변환, 평행이동, 중심닮음변환과 같은 공간변환형식들을 학습하였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이러한 변환들을 수의 행렬로써 어떻게 표시할수 있겠는가를 학습하게 됩니다.》
그는 교탁우에 놓인 종이 한장을 집어들어 학생들에게 보이며 계속했다.
《가령 이 종이를 알루미늄박판이라고 여기고 이것으로 어떤 모양의 접시를 만든다고 가상합시다. 프레스에 눌리우며 모양을 바꾸게 될 때 이 종이우에 있는 임의의 점들은 변환을 가져오게 됩니다. 그 매개 점들의 변환을 수의 행렬로 표시할수 있다면 아무리 모양이 복잡한 접시를 만든다 하더라도 수식으로 도해할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창조품들을 이렇게 수식으로 도해하고 모형화할 때 가장 좋은 방안을 찾을수 있습니다. 이 시간에는 이런 원리를 배우게 됩니다.》
학생들에게 이같이 표상을 그려준 정금화는 수업의 기본내용을 배워주기 시작했다. 간단한 도형이나 수식은 칠판에 직접 그리기도 하고 쓰기도 했지만 복잡한것은 텔레비죤화면으로 보여주며 설명을 하였다. 그는 학생들의 사고를 계발시키면서 능숙하게 수업을 이끌어갔다. 수학의 세계에 다같이 심취되여버린 교원과 학생들은 호흡이 일치하고 감정과 정서까지도 하나로 통하는듯싶었다. 알고보면 수학은 추상적인 사유만을 동반하는 메마른 학문이 아니였다. 수식과 도형으로 증명되는 진리가 특이한 정서적흥분을 야기시켰다.
이 시간에 취급해야 할 내용을 다 배워준 정금화는 두개의 련습문제를 제시하고 학생들을 불러냈다. 몸이 다부지고 얼굴이 둥실한 녀학생과 때이르게 안경을 낀 남학생이 지명되였다. 칠판에 나간 그들은 주어진 문제에 따라 도형을 그리고 수식을 전개했다. 먼저 풀이를 끝낸 녀학생은 지시봉으로 수식을 짚어가며 설명을 했다. 자신심에 넘치는 명랑한 목소리였다. 정금화는 만족해하였다.
《문제풀이의 실머리도 새롭게 착상했고 수식도 정확히 전개했습니다.》
녀학생이 자기 자리로 돌아가자 남학생이 칠판에서 돌아섰다. 체소한탓인지 다른 학생들보다도 나이가 한두살 더 어려보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이 남학생도 문제를 솜씨있게 풀었으리라고 기대하며 미소어린 안색으로 바라보시였다. 그런데 마주보는 그 학생의 얼굴이 붉어지면서 입귀가 떨리였다. 하더니만 허턱 고개를 접었다.
《박상수학생, 어서 설명을 하세요.》
정금화가 알수 없는 흥분으로 자신을 걷잡지 못하는 학생을 깨우쳤다. 그랬으나 학생은 굳어진채 움직일줄 몰랐다.
《학생, 왜 그래요?》
정금화는 가까이 다가가서 안타까이 귀속말로 물었다. 여전히 입을 열지 못하는 학생의 두눈에서 소리없이 눈물이 흐르고있었다.
《들어가세요.》
박상수학생은 두손으로 얼굴을 싸쥐고 교탁앞에 있는 자기 자리로 들어갔다. 교실안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다른 학생들의 원망어린 시선들이 그에게 쏠리였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더없는 행복과 환희에 넘치던 수업시간의 마감을 그 학생이 흐려놓은것이다. 마침 종이 울리였다. 수업이 끝났다.
교실을 나와 복도를 걸으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총총히 따라서는 정금화에게 물으시였다.
《아까 그 학생이 왜 울었습니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 학생을 두고 생각이 깊어지시였다. 다른 때도 아닌 수업시간에 흐느낄 때에는 도저히 억제할수 없는 어떤 감정에 사로잡혔기때문일것이다. 사무치는듯 한 눈빛으로 마주보며 그 무엇을 절절히 호소하고싶어하던 학생의 얼굴이 눈앞에 떠올랐다. 그가 눈물로 호소하고싶은 마음은 어떤것일가? 혹시 가정적으로 그 어떤 불행한 일이 있었던것은 아닌지…
《그 학생을 좀 만나보고싶습니다.》
《그럼 제가 데려오겠습니다.》
《교장실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정금화가 교실로 되돌아갔다.
고중환과 함께 교장실로 되돌아오신 김정일동지께서는 그 학생이 나타나기를 기다리시였다. 정금화가 곧 학생을 데리고왔다. 학생은 눈물을 보였던 자신이 부끄러워서인지 얼굴을 들지 못했다.
《학생, 왜 울었나?》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마음을 진정시켜주시려고 부드러운 어조로 물으시였다.
《친애하는 지도자선생님, 정말 억울합니다.》
학생은 번쩍 고개를 들더니 물으시는 말씀에는 대답하지 않고 아무런 전제도 없이 불쑥 이렇게 부르짖었다. 그이를 우러르는 학생의 두눈에 다시 눈물이 어리였다. 사고가 혼란되리만큼 학생은 뜻모를 격렬한 감정에 휩싸여있었다. 그 감정이 어떤것인가를 알아보자면 생활적인 이야기로 그의 마음을 진정시켜야 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학생의 손목을 잡고 이끌어서 옆자리에 앉히시였다.
《너 지금 몇살이냐?》
다른 학생들보다 나이가 어려보여서 그렇게 물으시였다.
《열네살입니다.》
아직은 철부지소년시절이라고 할수 있었다.
《소년단원인가?》
《한달전에 사로청에 가맹했습니다.》
《나이가 어려서 한달전까지 아래학년 학생들과 같이 소년단생활을 했습니다. 다른 학생들은 이미전에 사로청에 가맹했는데 이 학생만이 소년단원으로 남아있었습니다.》
정금화가 웃으며 하는 말이였다.
《열네살인데 어떻게 벌써 6학년생이 되였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의혹을 느끼며 정금화에게 물으시였다. 보통이면 열여섯이나 열일곱살이 되여야 중학교 6학년에 진급할수 있었다.
《박상수학생은 머리가 비상해서 소학교에서 한해 월반을 했고 중학교에 와서도 3학년에서 대뜸 5학년에 진급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대견스러움을 금치 못하며 학생의 잔등을 두드려주시였다. 박상수는 소녀처럼 수집어하면서도 물기가 채 마르지 않은 눈에 자랑스러운 웃음을 담았다.
《고향은 어데냐?》
《평성입니다.》
《과학도시에서 자랐구나. 부모들이 과학자냐?》
《아닙니다. 교외의 협동농장에서 농사를 짓습니다.》
《농장원의 아들이 수재학교에서 미래의 과학자로 자라고있구나. 참 좋은 일이다.… 그런데 무엇이 억울해서 울었니?》
《우린 국제수학올림픽에 방청으로밖에 참가하지 못한답니다.》
《그것이 억울해서 울었니?》
《그것도 그렇지만 저같은 학생은 참가할수도 없답니다.》
《어째서?》
《다른 학생들보다 키도 작고 나이가 어리기때문이랍니다.》
《누가 그랬니?》
《수학소조의 다른 동무들이 다 그렇게 말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다른 학생들의 말이나 듣고 이처럼 억울해 하는것이 이상스러워서 사실을 알아보시였다. 요사이 학교에서는 학생들속에서도 수학올림픽참가문제가 커다란 관심사로 되고있었다. 어데서나 모여서면 그 이야기였다. 국제수학올림픽에는 매개 나라에서 여섯명의 학생들이 참가하게 되여있었다. 어떤 학생들이 선발될것인가? 한번도 나가본 일이 없는 학생들은 어데서 얻어들은 소리를 번지기도 하였고 제나름대로 기준을 말하기도 하였다. 전국적으로 그렇게 적은 인원을 뽑아야 하는것만큼 그 기준이 이만저만 아닐것이라고 학생들은 생각했다. 우선 수학공부를 잘해야 하는것은 말할것도 없고 외국에 나가는것만큼 인물도 멀끔하고 체격도 름름해야 할것이라고들 했다. 한 학생은 어데서 들은소리인지 나이도 16살이나 17살로 제한되여있다고 하였다. 박상수는 워낙 순진한데다가 나이가 두살이나 어리다보니 일상생활에서는 다른 학생들의 의견을 따르는데 습관되여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는 단지 수학공부를 잘한달뿐이지 다른 기준에는 축에 빠진다고 인정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정금화선생은 수업시간에 수학공부를 잘하는 자기를 친애하는 지도자선생님앞에 내세우려고 지명을 했지만 수학올림픽에는 나갈수 없다고 생각하니 설음이 북받쳤던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 순진한 감정이 리해되기도 하셨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습기도 하시였다. 입가에 따뜻한 미소를 그리시며 고중환에게 물으시였다.
《수학올림픽에 년령제한이 있습니까?》
《대학에 입학하기 전 학생들의 실력경쟁이기때문에 우로는 제한되여있지만 아래로는 제한되여있지 않습니다. 대체로 16살과 17살나이의 학생들이 참가하는것은 사실입니다. 14살짜리가 참가한다면 례외적일것입니다.》
《그러니 이 학생이 참가할수 없다고 한 다른 학생들의 말이 노상 허망한 소리는 아니였구만.》 하고 김정일동지께서는 박상수에게 머리를 돌리시였다.
《걱정말아라. 네가 진짜로 공부를 잘한다면 14살이지만 참가할수 있단다.》
《박상수학생은 첫 시험때부터 매번 성적이 제일 좋았습니다. 그 풀이방법이 기발했습니다.》
정금화가 말씀올렸다.
《그사이 세번이나 시험을 쳐봤는데 그 시험지들을 보여줄수 있겠습니까?》
《보여드리겠습니다.》
정금화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서둘러 강좌에서 시험지들을 가져왔다.
《자, 부부장동무도 함께 봅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고중환을 자신의 옆으로 부르시였다. 자리를 옮겨앉은 고중환은 그이께서 번지시는 시험지에 시선을 주었다. 박상수학생의 시험지가 나타나자 정금화가 설명을 했다.
《저도 채점을 하면서 놀랐습니다. 박상수학생은 첫 시험때부터 배워준 일이 없는 새로운 풀이방법을 적용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시선을 들어 옆에 서있는 박상수학생에게 대견스러운 미소를 보내시고 다음장을 펼치시였다. 고중환은 그이를 따라 한장한장 유심히 보면서 시험을 칠 때마다 성적이 높아진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는 몸소 학생들의 시험지까지 구체적으로 료해하시는 그이를 두고 생각했다. 지금 그이의 모습은 자식의 숙제를 검열하는 다심한 아버지를 방불케 했다. 틀린 곳을 발견하고는 무척 아쉬워하시였고 기발하게 문제를 푼것을 보시고는 《우리 학생들이 참 머리가 좋습니다!》 하고 경탄하시였다. 어느 시험지한장 소홀히 번지지 않으면서 시간가는줄 모르시였다. 정녕 자신의 미래를 의탁할 자식들의 학습정형을 두고 마음을 쓰는 친부모의 심정그대로이시였다. 흔히 사람들은 비범한 안목으로 온 우주를 내다보시며 통이 큰 용단과 결단을 내리시는데 위대한 정치가로서의 그이의 특징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일면적인 리해이다. 때로는 지금과 같이 생활의 세부까지를 미세하게 투시해보시며 깊은 사려와 섬세한 감정에 사로잡히시기도 하는것이다. 고중환은 그러한 그이의 풍모를 새삼스레 확인하는듯 한 매혹감에 사로잡혔다. 동시에 여러번 다시 친 시험지를 나와보지도 않고 며칠사이에 그렇게 성적이 높아질수 있느냐고 의심을 가졌던 자신을 두고 심한 자책을 느끼였다.
이날 김정일동지께서는 다른 수학교원들과도 자리를 같이하시고 그들의 의견도 들으시였다. 그들은 한결같이 정식경연에 참가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정금화와 함께 여러번 시험을 쳐보는 과정에 그들도 신심을 얻었던것이다.
《부부장동무, 어떻습니까? 이 선생들과 학생들의 신심을 믿어봅시다.》
《그게 좋겠습니다.》
고중환은 마침내 흔연히 대답올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학교를 떠나시기에 앞서 박상수학생의 어깨에 손을 얹고 다정히 말씀하시였다.
《나는 네가 좋은 성적으로 나라와 민족의 영예를 떨치고 돌아오리라고 믿는다. 나이가 어리다고 주눅이 들 필요가 없다. 오히려 조선사람은 너처럼 조숙하다는것을 세상에 보여줄수 있기때문에 더욱 좋다. 세계적으로 과학과 교육이 앞선 나라 학생들과 겨루는것만큼 무엇보다도 민족적자부심을 가지는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아직 경제기술적으로는 남들보다 앞섰다고 할수 없지만 두뇌경쟁에서는 우리를 당할 적수가 없을것이다. 나는 네가 이런 배심을 가지고 경연에 참가하기를 바란다!》
박상수학생은 빛나는 눈으로 그이를 우러르며 마음속의 다짐을 말해주듯 아래입술을 감쳐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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