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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약의 나래 제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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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2,104회 작성일 21-03-24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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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장

2

 

집무실에는 정숙이 흘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문건들을 보고계시였다. 넓다란 책상 한귀에는 여러 부문에서 올려보낸 문건들이 쌓여있었다. 년초의 이즈막에는 제기되는 문건들이 특별히 많았다. 당과 국가, 군대의 모든 부문사업이 년간의 계획과 방향에 대한 그이의 가르치심을 기다렸다. 새해벽두부터 국제적으로 정치파동이 심하였던 대외정세의 복잡한 흐름이 또한 그이의 결론을 기다렸다.

빠른 시선으로 문건들을 읽으신 그이께서는 활달한 필치로 수표를 하시고 여백에 자신의 견해를 쓰기도 하시였다. 긴장한 사색속에 시간은 얼마나 흘렀는지…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준비와 관련한 문건까지 보시고나서는 잠시 휴식을 하시려고 고개를 드시였다.

이때 전화종이 울리였다. 고중환부부장이 걸어온 전화였다.

《일본에 갔던 양영복선생일행이 돌아왔습니다.》

《그래 티탄합금가공설비를 사왔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송수화기를 바꾸어잡으며 물으시였다.

《사오지 못했습니다.》

수화기를 통하여 울리여오는 고중환의 목소리는 실망감에 젖어있었다.

《어떻게 된겁니까?》

《일본당국이 코콤에 저촉된다면서…》

고중환은 뒤를 잇지 못했다. 마음을 다잡으며 숨을 몰아쉬는듯 하더니 사연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마지막까지 주의깊게 들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벽의 한곳을 응시하시였다. 그이의 시선에는 우리 민족의 존엄을 건드리는 그 어떤자도 용서치 않을상싶은 서리찬 광채가 빛발쳤다. 우리의 재능있는 로학자가 인생의 청춘기와 말년기에 일본에서 당한 두차례의 모욕은 서로 다른 력사적시기에 일본이 우리 인민을 대하는 태도를 그대로 말해주고있었다. 지난날의 일제는 조선사람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았다. 식민지노예에게는 사람으로서의 슬기와 지식이 아니라 마소와 같은 육신의 로동력만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저주로운 그 시기는 력사의 과거로 멀리 흘러가버렸다.

그러나 최신기술을 저들의 독점물로 여기는 거만스러운 태도는 그대로 남아있다. 식민지통치를 실시하던 어제날의 총칼대신 우세한 과학기술을 무기로 오늘은 다른 나라들에 대한 착취를 꾀하고있다. 이것은 일제만이 아니다. 오늘에 이른 제국주의자들 일반이 추구하는 하나의 전략이다. 놈들은 저들만이 《두뇌국가》로 군림하고 사회주의나라들과 발전도상나라들은 영원히 《몸체국가》로 남아있기를 원하고있다. 이른바 코콤이라는것도 그러한 의도에서 꾸며진것이다.

《코콤!》

김정일동지께서는 격분에 떨리는 음성으로 조용히 뇌이시였다. 저주와 규탄의 감정으로만 외울수 있는 단어이다. 코콤의 규정은 사회주의나라 일반에 적용되여왔다.

그러나 최근년간에 다른 사회주의나라들에 대한 코콤의 장벽은 점차 낮아지고있다. 사회주의리념을 배신하는 대가였다. 제국주의자들은 다른 사회주의나라들의 기술봉쇄에 기울이던 힘을 깡그리 모아 우리에게 겨누고있다. 우리가 사회주의위업의 보루이기때문이다. 오늘에 이르러 코콤은 우리에 대한 놈들의 《봉쇄》와 《압살》의 대명사로 되고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격분을 자아내는 또 하나의 다른 사실을 상기하시였다. 며칠전 미국무성은 우리에 대한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무성의 《제재》선언과 일본당국의 이번 처사는 하나로 련결되였을것이다. 일본당국은 코콤을 걸고 우리에게 티탄합금가공설비를 팔아주지 않았지만 미제의 강력한 《제재》선언에 걸음을 맞추려는 속심도 있었을것이다. 력사적으로 일제는 우리에 대한 적대시정책에서 언제나 미제의 립장을 따랐다.

두개의 사건이 안고있는 의미를 새겨보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번쩍 고개를 드시였다. 가슴속깊이에서 결연한 부르짖음이 터져오르시였다.

(놈들은 알아야 할것이다! 그 어떤 《제재》와 《봉쇄》에도 우리는 굴하지 않을것이다. 원쑤들이 발악할수록 우리 인민의 신념과 의지는 더욱 굳세여질것이다. 그 신념과 의지의 힘으로 그 어떤 시련도 헤쳐나갈것이다. 우리는 보란듯이 자체의 힘으로 첨단과학의 요새도 점령해갈것이다. 놈들은 《제재》의 장벽으로 앞선 기술을 받아들이는 통로를 막을수는 있어도 우리 인민자체의 창조적지혜는 막을수 없을것이다. 우리는 반드시 과학기술분야에서 제국주의자들의 거만한 코대를 꺾어버릴것이다!)

 

×

 

금수산의사당 후원에 잇달린 숲속은 고요한 정적에 잠겼다. 아침안개가 갖가지 나무들을 가려볼수 없게 뿌유스름한 하나의 빛으로 싸고돌았다. 안개의 부드러운 자락에 포근히 덮인 숲은 아직 꿈속에 잠긴듯 하였다.

숲속의 도로에서 발자국소리가 무겁게 울리였다. 고요한 정적속에 울리는 발자국소리는 유난히 뚜렷했다.

《…미국이 〈제재〉선언으로 우리를 어째보려고 하는데 참으로 어리석은 망상이지. 놈들은 반세기 가까운 우리와의 대결에서 교훈도 찾으리만큼 찾았겠는데 여전히 그런 잔꾀를 부리거던.》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음성이 울리였다.

《외교부성명을 발표해서 놈들에게 우리의 강경한 립장을 보여주어야 할것 같습니다.》

나란히 걸으시는 김정일동지의 말씀이였다.

《옳소. 이번 기회를 빌어 미제가 우리 인민앞에 저지른 죄악을 세계면전에 폭로하고 단죄합시다!》

력사의 선언처럼 엄숙히 울리는 두분의 음성에 길가의 나무들도 숨을 죽인듯 숙연히 서있었다. 그 나무들은 이러한 순간들을 수없이 목격하여왔다. 두분께서는 지금처럼 중요한 국사를 의논하시며 종종 이 숲속길을 거니셨던것이다. 잠시 침묵속에 걸음을 옮기시던 김정일동지께서 화제를 돌리시였다.

《미국의 반공화국소동에 장단을 맞추면서 일본도 우리에게 더욱 못되게 나오고있습니다. 이번에 일본에 갔던 양영복선생이 빈손으로 돌아왔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말씀없이 뒤를 재촉하는 시선으로 김정일동지를 바라보시였다. 양영복박사는 수령님께서 해방직후부터 잘 아시는 학자였다. 그가 티탄합금가공설비때문에 일본에 간 사실도 알고계시였다.

《지금까지 민간급거래에서는 일본이 별로 그래본 일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코콤을 코에 걸고 우리와 맺았던 사전계약을 파기해버렸습니다.》

이같이 서두를 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양영복이 일본에서 당했던 일을 말씀하시였다.

이야기가 깊어갈수록 수령님의 얼굴에 분노의 빛이 짙어가시였다.

《왜놈들이 과학기술적우세를 등대고 오늘까지도 감히 우리 인민을 모독하다니!》

다 듣고나신 김일성동지께서는 이렇게 뇌이시며 안개덮인 공간에 서리찬 시선을 날리시였다.

《수령님.》

김정일동지의 조용한 부름소리에 수령님께서는 고개를 돌리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결연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저는 어제 양영복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잠을 이룰수가 없었습니다. 민족의 존엄을 걸고 과학기술대결장에서도 제국주의자들을 반드시 압도해야 한다는 결심을 다시금 다지였습니다. 이미 수령님께서 구상하신대로 과학기술발전에서 근본적인 전환을 가져오기 위한 당적인 조치를 하루빨리 취하려고 합니다. 과학기술발전문제를 토론하게 될 6기 13차전원회의를 앞당겼으면 합니다.》

《그런데 전원회의를 준비하자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가?》

《수령님께서 지난해 과학원을 다녀오신 다음부터 그 준비사업을 내적으로 추진시켜왔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확신있게 대답하시였다.

지난해 11월에 전국적으로 도, 시, 군인민회의 대의원선거가 있었다. 중앙선거위원회에서는 위대한 수령님께서 선거하실 장소로 평양시의 어느 선거구를 예견했다. 그런데 수령님께서는 과학지구에서 과학자립후보자에게 투표를 하겠다고 하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위대한 수령님의 그 뜻을 진작 알고계시였다.

이무렵에 두분께서는 과학기술발전에서 결정적전환을 가져오실 구상을 품으시고 자주 의견을 나누셨던것이다. 종래와 구별되는 결정적전환은 80년대 후반기에 이르러 절박한 문제로 나섰다.

우리 시대는 과학기술의 시대로 불리우리만큼 그 발전속도가 눈부시였고 사회생활의 전반에서 과학기술의 역할이 비상히 높아졌다. 세계과학기술은 미소전자공학과 생물공학, 핵공학으로 대표되는 제3차 산업혁명시대를 바야흐로 펼치면서 다음세기 정보산업시대에로의 도약을 준비하고있었다. 이 거세찬 흐름에 뒤짐이 없이 우리도 걸음을 맞추어야 했다. 거기에 우리로서는 또 하나의 남다른 사정이 있었다. 제국주의자들의 고립압살책동과 자본주의복귀에로 굴러떨어지기 시작한 일부 사회주의나라들의 배신행위가 날을 따라 로골화되였다. 그리하여 이전에 체결하였던 계약에 따라 수입하던 일부 자재와 연료가 들어오지 않았다. 이러한 사정은 수입자재와 연료를 쓰던 공장, 기업소들에만 영향을 미치는것이 아니였다. 생산규모가 커지면서 부문간의 련관이 깊어진 우리 경제의 전반에 련쇄반응을 일으켰다. 조성된 정세는 우리에게 자력갱생의 기치를 더욱 높이 추켜들것을 요구했다. 우리가 선택할 다른 길은 없었다. 그런데 오늘의 자력갱생은 과학기술로 안받침되여야 했다. 경제의 기술장비도가 낮았던 과거에는 근로자들의 혁명적열의만으로도 생산을 높일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사정이 달라졌다. 선진과학기술이 없이는 생산에서 부딪치는 난관의 어느 한 고리도 풀어나갈수 없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사회주의운명과 직접 련결되여있었다. 일부 사회주의나라들이 뒤흔들리게 된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만 그중의 하나는 서방과의 과학기술경쟁에서 뒤떨어졌기때문이였다.

시대와 현실의 이러한 요구를 깊이 분석하신 두분께서는 과학기술발전에서 새로운 전환을 일으킬 결심을 품으셨던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선거당일 위대한 수령님보다 한시간 먼저 이른아침에 과학원으로 나가시였다.

과학지구는 명절기분으로 들끓었다.

위대한 수령님을 모시고 선거를 한다는 소식에 접한 과학자들과 그의 가족들은 더없이 감격했다.

그이를 모시게 된 영광과 행복도 이를데 없지만 그 사실이 시사하는 정치적의의가 컸던것이다.

우리의 과학기술발전에서 획기적인 전변이 도래하고있음을 누구나 예감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선거장을 돌아보신 후 여러 연구소의 학자들과 자리를 함께 하시였다. 그들에게 당의 결심을 알려주고 과학발전의 현실태를 구체적으로 료해하시였다. 현실에 대한 깊은 리해에 토대해서만 정확한 대책을 세우실수 있었기때문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오전 10시에 당과 국가의 지도간부들과 함께 선거장에 도착하시였다.

과학지구는 터져오르는 만세의 환호성으로 떠나갈듯 하였다. 대의원 립후보자인 열공학연구소의 연구사가 그이께 꽃다발을 드리였다. 곁에 서계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그 연구사가 이룩한 과학적공적을 수령님께 말씀드리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만족하신 표정으로 연구사를 축하해주시고 그에게 찬성투표를 하시였다. 그러신 다음 과학원회의실에서 동행한 일군들과 협의회를 가지시였다.

《여기 모인 동무들은 방금전에 나와 함께 과학자립후보자에게 찬성투표를 하였습니다. 선거장에서 동무들도 생각이 깊었을것입니다. 누구나 우리 과학의 발전을 위해 더 깊은 관심을 가질 결심을 다지며 투표를 하였다고 생각합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일군들을 둘러보시며 과학기술발전에 큰 힘을 넣어야 할 까닭을 설명하시고 전자공학, 열공학, 생물공학을 비롯한 주요과학분야의 발전방향을 밝혀주시였다.

《우리 과학자들은 열의도 높고 재능도 있습니다. 조건을 잘 보장해주면 못해낼것이 없습니다. 과학연구사업에 대한 투자를 결정적으로 늘이고 필요한 자재와 설비를 최우선적으로 보장해주어야 하겠습니다. 지금 일부 경제부문 일군들은 현행생산만 생각하면서 과학연구사업에 관심을 적게 돌리고있습니다. 연구성과를 제때에 생산에 받아들이지도 않고있습니다. 과학기술을 홀시하는 사상을 반대하여 결정적으로 투쟁해야 하겠습니다. 전당, 전국이 과학기술발전에 큰 힘을 넣어야 하겠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날 저녁 전화로 김정일동지를 찾으시였다.

《오늘 책임일군협의회를 가졌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소.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과학기술발전문제를 구체적으로 토론하고 해당한 결정을 채택해야 할것 같소.》

깊은 생각끝에 하시는 말씀이였다. 과학원에서 돌아오신 후에도 수령님께서는 하루종일 과학기술발전문제를 두고 줄곧 심려하신게 분명했다.

그때부터 지난 석달동안 김정일동지께서는 위대한 수령님의 뜻대로 과학기술발전의 총적인 전략과 방도를 구상하시면서 전원회의 준비를 하여오셨던것이다.

《그동안 김정일동무가 준비를 하여왔다니 지체없이 정치국회의를 열고 전원회의에 내놓을 과학기술방침을 토론합시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김정일동지를 돌아보며 만족한 표정을 지으시였다. 언제나 자신의 의도를 충성으로 받들어 실천에 옮기시는 김정일동지에 대한 신뢰감이 새삼스레 가슴에 차오르시였다.

《전원회의에서는 과학기술문제와 더불어 교육문제도 토론하는것이 좋겠습니다. 교육문제는 지난 시기 전원회의들에서 토론된바가 있지만 과학기술발전의 새로운 전환을 마련하는 현시점에서 다시 토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옳은 말이요. 과학과 교육은 뗄수없이 련관되여있소. 과학기술발전에서 전환을 일으키자면 교육사업을 결정적으로 개선해야 하오!》

점점 엷어지던 안개는 어느새 가뭇없이 사라져버렸다. 그러자 서리꽃으로 아름답게 단장한 수림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공간에 날리는 성에가루는 쏟아지는 해빛에 눈부시게 반짝였다.

우뚝 걸음을 멈추고 눈앞에 펼쳐진 황홀한 설경을 잠시 바라보시던 두분께서는 의사당쪽을 향해 돌아서시였다. 의사당의 지붕에도 하얗게 서리꽃이 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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