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비약의 나래 제3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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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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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홍범은 이튿날 아침 처가를 나와 김책공업종합대학을 찾아갔다.
대학에 이른 그는 걸음을 멈추고 잠시 청사정면을 바라보았다. 과학과 기술을 배워주고 청춘의 푸른 꿈을 키워준 정다운 모교였다. 유정한 감회가 가슴에 서리였다. 그는 접수실로 갔다. 접수실은 도로쪽에 바투 나앉은 본청사의 왼쪽울타리와 잇닿아있었다. 접수실에는 낯모를 젊은 교원이 앉아있었다. 그는 류체력학강좌에 전화를 걸어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류체력학강좌장선생은 방금 첫 강의에 들어갔습니다. 오전중에 강의가 다 물려있어서 그 선생을 만나자면 오후에 다시 와야 할것 같습니다.》
초조한 기대를 안고 모처럼 찾아왔던 석홍범은 허전한 마음을 누를길 없었다. 처가로 가려다가 생각을 달리했다.
《그렇다면 오전에 대학구내도 돌아보고 다른 선생님들도 만나보겠습니다. 저는 8년전에 이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석홍범은 대학구내에 들어섰다. 구내길 초입에 가로지른 커다란 구호판들이 눈에 뜨이자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조선을 위하여 배우자!》
붉은색바탕에 흰색으로 씌여진 커다란 글자들이 가슴에 안겨왔다. 동시에 경애하는 김정일동지로부터 준절하신 깨우침을 받던 그 순간이 머리속에 떠올랐다.
석홍범은 평성시 여러 학교들의 정문에서도 그 구호를 보았다. 그 앞을 무심히 지날수가 없었었다. 그러나 지금 모교에서 그 구호를 보게 되니 더욱 생각이 깊었다.
《조선을 위하여 배우자!》
입속으로 조용히 다시 외워보았다. 그럴수만 있다면 멀리 과거로 되돌아가 그 구호를 아침저녁으로 되새겨보며 이 교정에서 처음부터 다시 배우고싶었다.
등뒤에서 갑자기 자동차경적소리가 울리였다. 그제서야 구내길복판에 서있다는것을 깨달았다. 황황히 옆으로 비껴섰다. 적재함우에 책을 가득 싣고 그물을 씌운 화물자동차가 바람을 끼얹으며 휙 지나갔다.
석홍범은 대형구호앞을 떠나 걸음을 옮겼다. 정문에서 뻗어오던 구내길이 교정의 복판에 이르자 여러갈래로 갈라졌다. 본청사의 후면에 솟아있는 크고작은 건물들로 통하는 길이였다. 대동강쪽으로는 여러동의 새로운 건물들이 일떠서고있었다. 대학의 규모가 커지면서 한창 건설이 진행되고있었다. 건설장을 제외한 교정의 전경은 낯익은것이였다. 추억깊은 교정의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학창시절과 다시 상봉을 하는듯 했다. 그는 류체력학강좌장실에 들리였다. 낯모를 몇명의 신임교원들을 내여놓고는 모두가 옛 스승들이였다. 그들에게 인사를 하고 추억깊은 회고담들을 나누었다.
그는 오후에 강좌장과 마주앉았다. 강좌장은 체소하고 강말라보이던 로인이여서 그사이 별로 늙은것 같지 않았다. 꼬리가 약간 들릴사 한 작은 눈에는 예전과 다름없이 정기가 흘렀다. 다만 머리카락이 더 희여졌을뿐이였다.
《어서 앉게. 참 오래간만일세.》
반겨맞는 스승의 미소어린 얼굴을 바라보면서 종종 찾아보지 못했던 자신을 후회했다. 그가 첫 강의에서 첨단유압기술의 점령에로 학생들을 호소하던 일이며 졸업론문변론장에서 초고압유압프레스에 대한 석홍범학생의 론문이 매우 훌륭하다고 치하를 하던 일들이 떠올랐다. 그가 아니였다면 오늘의 자기도 없었을것이다.
《선생님, 때늦게 찾아뵙는 저를 용서하십시오.》
《다 제일이 바쁘니까 모교에 찾아오기가 쉽지 않지. 그래 어떻게 왔나?》
《선생님의 학술적지도를 받아야 할것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석홍범은 어줍게 웃으며 얼굴을 붉히였다. 평소에는 들리지 않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야 찾아온것이 죄스러웠던것이다. 그러나 강좌장은 그 솔직한 말이 더없이 반가운듯 눈을 쪼프리며 대견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학술적문제를 가지고 찾아주는건 고마운 일이지.》
그는 역시 교육자였다. 학술적문제를 가지고 찾아준것을 진정으로 고맙게 여기며 교육자의 긍지를 느끼고있었다.
석홍범은 간밤에 다시 검토해본 학습장과 도면을 꺼내놓았다. 그는 자기의 연구사업과정을 간단히 이야기하고나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기본작업시린다의 기밀방법을 새롭게 시도해봤습니다. 작업압력에 추종하여 바킹에 기밀압을 조성해주는 새로운 기밀구조를 생각해보았습니다.》
강좌장은 어정쩡해하는 낯빛이였다. 류체공학의 권위자이지만 유압기구에서 그런 기밀구조를 생각해본 일이 없었던것이다. 지금까지 알고있는 모든 유압기구들의 기밀은 전적으로 바킹에 의존하는 방법으로 공인되여왔다.
석홍범은 도면을 짚어가며 설명했다.
《이게 바로 제가 구상해본 유압뽐프의 단면도입니다. 선생님도 아시다싶이 련속식초고압증압뽐프가 동작할 때 내부의 기름압력은 2 000기압에 이릅니다. 이때 뽐프의 기밀부에 그 압력으로 바킹에 기밀압을 조성해주면 어떤 조건에서도 기름이 슴새지 못할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강좌장은 여전히 침묵했다. 돋보기를 끼고 도면을 유심히 살필뿐이였다. 최고전문가인 그의 눈으로 볼 때 리해하지 못할것은 없을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도 나타내지 않았다. 잠시후에는 도면에서 시선을 들고 석홍범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마치 낯선 사람을 처음 대하는듯 한 의혹짙은 눈빛이였다. 한껏 가슴을 조이던 석홍범은 그 눈빛을 감당할수가 없어서 고개를 숙이였다.
《제가 엉터리없는 엉뚱한 생각을 했나봅니다.》
맥풀린 어조로 중얼거리던 그는 툭 어깨를 치는 충격에 놀라 번쩍 머리를 들었다. 강좌장이 어깨를 두드린것이였다.
《이 사람, 놀랍네, 놀라워! 엉뚱한 생각이 아니라 대담하고 기발한 착상일세.》
석홍범은 북받치는 기쁨으로 숨이 막혀오면서 가슴이 터질듯 했다.
《선생님, 실지로 가능할가요?》
《십분 가능하다고 생각되네. 물론 필요한 공기압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뽐프의 피스톤이나 본체의 구조를 특수하게 설계해야 하고 내압과 외압의 자동조절을 위한 기술공학적문제들을 해결해야 하겠지만 그것은 큰것이 아니네. 중요한것은 내압에 비한 외압의 증폭으로 기밀을 보장하려는 자네의 그 독창적인 시도이네. 부차적인것들은 이제 연구를 거듭하면 해결될걸세.》
《그렇다면 그런 방향에서 연구를 계속하겠습니다!》
석홍범은 환희에 넘쳐 응대했다. 강좌장은 일순 석홍범을 똑바로 마주보았다. 그는 이쪽의 얼굴에서 새삼스레 그 무엇을 찾기라도 하려는것 같았다.
《자네가 대학시절에 공부를 잘한것은 이미 아는 사실이네. 그러나 그처럼 놀라운 과학적구상을 해내리라고는 생각질 못했네. 오늘의 세계가 도달한 유압기술을 초월한다는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네. 솔직히 말해보게, 어떻게 그런 구상을 하게 되였나?》
의혹과 경탄이 엇갈리는 표정으로 물었다. 석홍범은 얼른 대답을 못했다. 그런 질문을 받고보니 자랑스러운 대답에 앞서 부끄러운 과거를 옛 스승앞에 실토해야 했다.
《선생님, 저도 한때 기밀방법은 전적으로 바킹에 의존하는것외 다른 방법이 있을수 없는것으로 알고있었습니다.》하고 그는 말하기 시작했다. 앞선 나라들의 방법대로 초고압유압프레스를 만들어보려다가 보장되지 않는 특수재료때문에 연구사업이 장벽에 부닥쳤던 일이며 그때문에 절망감에 사로잡혀서 뒤떨어진 조국의 공업기술을 통탄하던 나머지 다른 나라 과학자들을 부러워했던 일들을 숨김없이 고백했다. 그리고 과학원을 찾아주신 경애하는 김정일동지로부터 준절하신 깨우침을 받던 그 잊을수 없는 사연을 이야기했다.
강좌장은 가슴속에 차오르는 감격을 터치듯 빠른 어조로 말했다.
《자네 말을 듣고보니 그이를 스승으로 모시고있는 우리 과학자들의 신념속에 얼마나 진실한 생활적감정이 깔려있는가를 더욱 실감하게 되네.》
《그렇습니다. 그이께서는 새로운 기밀구조를 대담하게 구상할수 있도록 저의 심장속에 과학의 참된 리념과 담력을 심어주시였습니다.》
《자네는 방금전에 그 리념과 담력을 지니지 못했던탓으로 범하였던 실패와 과오를 실토하면서 면목이 없다고 했지만 그 말을 듣고 내가 오히려 더 부끄러웠네. 내가 자네들을 학창시절에 옳게 이끌어주지 못했네. 나는 대학정문에 나붙은 그 구호를 보면서 생각이 많았지만 거기에 그런 깊은 사연이 깃들어있는줄은 몰랐네. 진작 알았다면 충격이 더욱 컸을것이네.》
석홍범은 스승의 얼굴에 회오의 빛이 떠오르는것을 보았다. 오래전에 졸업한 제자의 과오에서 그가 자신을 뉘우칠줄은 몰랐다. 교육자의 심정이란 저런것이구나! 하고 생각하니 스승이 더 돋보였다. 옛 스승이 이 순간에 깊이 느끼는 자기 반성에 비해볼 때 자기는 과학자로서 아직 너무도 준비되지 못했다.
《자네가 오늘 나를 찾아주길 정말 잘했네.》
강좌장은 어느새 밝은 표정으로 되돌아갔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가르치심을 받고 조선의 과학자가 서야 할 옳바른 립각점에 튼튼히 서서 새롭게 연구를 하였다는 의미에서 자네의 독창적인 구상은 더욱 뜻이 깊다고 여겨지네. 기어이 성공을 하게. 헌데 내가 보기엔 그 기밀방법에 몇가지 고려해야 할 점들이 있네.》
《기탄없이 부족점들을 지적해주십시오.》
석홍범은 의자를 옮겨서 강좌장옆으로 바싹 다가앉았다.
《우선 고압상태에서 기름과 공기의 물성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네.》
이렇게 꼭지를 뗀 강좌장은 부족점들을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석홍범은 학습장에 요점들을 적으면서 주의깊게 들었다. 그러다가는 연구과정에 스스로 풀지 못했던 문제들을 묻기도 하였다. 학술론담이 깊어지자 그들은 다같이 거기에 심취되여버렸다.
강좌장은 전에없이 흥분하며 하나라도 더 깨우쳐주려고 했으며 석홍범은 기회를 놓칠세라 연방 질문을 했다. 활기를 띤 대화에 시간가는줄 몰랐다. 해가 저물고 밤이 왔다. 다른 교원들은 이미 퇴근한지 오랬다. 강좌실에는 그들 두사람만이 남아있었다. 끝날줄 모르는 론담이 또 하나의 단락을 지었을 때 석홍범은 무심결에 시계를 보았다. 밤 11시가 가까왔다. 년로한 강좌장을 생각지 않고 자기 욕심만 부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론담을 계속하고싶었으나 아쉬운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은 이만합시다. 저때문에 선생님의 퇴근시간이 너무 늦어졌습니다.》
《오늘과 같은 론담이라면 열밤이라도 지새우고싶네. 정말 기쁘네. 우리 집에 가서 저녁을 먹고 토론을 계속하세.》
강좌장도 따라일어섰다. 석홍범은 자기의 가방과 함께 강좌장의 가방도 들었다. 실습을 위해 지방으로 떠날 때마다 그 가방을 들어다주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석홍범은 옛 스승을 모시고 대학구내를 벗어났다. 강좌장이 자기 집으로 가자고 다시 권고했으나 사양했다. 가방을 넘겨주면서 가까운 곳에 있는 처가로 가겠다고 하였다. 강좌장과 헤여진 그는 대극장쪽을 향해 부지런히 걸었다. 날개라도 돋힌듯 걸음이 가벼웠다. 가슴은 성공의 예감으로 높뛰였다. 어느새 처가가 있는 아빠트에 이르렀다. 걸음을 멈추고 올려다보니 처가에는 불이 꺼졌다. 시내의 식당들은 이미 문을 닫았다. 처가에 들리지 않고는 저녁을 먹을데가 없었다. 하지만 어제 밤에 있은 일들이 되새겨지면서 다시 찾아가기가 서슴어졌다. 장인과 장모가 저들의 간절한 권고를 거역한 사위를 반갑게 맞아줄것 같지 않았다. 이밤으로 과학원에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마침 련못동으로 가는 전차가 가까운 정류소에 멎었다. 한달음에 달려가 차에 올랐다. 련못동에 이르러 알아보니 평성쪽으로 가는 동북리행 뻐스는 얼마전에 막차가 떠나버렸다고 하였다.
석홍범은 주저없이 걷기 시작했다. 련못동에서 평성까지는 60여리길이다. 그렇지만 전에도 몇번 걸어본 낯익은 길이였다. 캄캄한 밤이지만 길을 헛갈릴 념려는 없었다. 빠른 걸음으로는 4시간이면 넉근히 닿을수 있었다. 하루라도 앞당겨 연구사업을 계속하고싶었다. 오늘 터득한 해답을 가지고 의혹을 가지거나 부정을 하던 사람들을 한시라도 빨리 설득시키고싶었다. 누를길 없는 욕망에 사로잡혀 부지런히 걸음을 다그쳤다. 달없는 어두운 밤이였다. 밤하늘에는 얼어붙은듯 까딱 움직이지 않는 뭇별들이 빛났다. 도로에는 인적이 끊어진지 오랬다. 호젓한 밤길은 아무런 장애도 없이 사색의 나래를 펼쳐주었다. 강좌장과 장시간 계속했던 학술토론의 여운에 아직 잠겨있는것이다. 강좌장이 깨우쳐준 하나하나의 문제들은 어두운 지평선에서 비쳐오는 불꽃처럼 눈앞에 번쩍이였다.…
새벽 3시경에 집에 이르렀다.
《여보, 깨여나오. 내가 왔소.》
출입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새벽잠에 깊이 들었던 민옥은 한참만에야 깨여났다. 잠결에 남편의 목소리를 듣고 급히 일어나 출입문을 열어주었다.
민옥은 방한모의 귀덮개언저리에 성에가 하얗게 불린 남편의 얼굴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반가움보다 불안이 앞섰다. 여간 급한 일이 아니고서는 이렇게 추위를 무릅쓰고 밤걸음을 할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것이다.
《아니, 이 밤중에 어떻게?…》
《여보, 내가 구상한 기밀구조를 적극 지지했소, 류체력학강좌장이 말이요!》
남편은 환희에 넘쳐있었다. 민옥은 어정쩡했다. 친정의 아버지가 찾아서 간줄로 알고있었는데 남편은 들뜬 기분으로 왕청같은 말을 하고있는것이다.
《먹을것이 있으면 제꺽 챙겨주오. 배가 고파 죽겠소.》
《아직 저녁도 못 잡수셨어요?》
《못 먹었소.》
남편의 얼굴에는 방금전의 흥분이 가셔지면서 여지없이 지쳐버린 기색이 떠올랐다. 민옥은 그 표정의 변화에서 저녁도 못 먹고 이 추운 밤에 먼길을 걸어온 남편의 수고를 헤아렸다. 사연은 어찌되였든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찬밥밖에 없어요. 내 인차 밥을 지을테니 기다리세요.》
《이제 언제 밥을 짓겠소. 찬밥이라도 올려오우.》
석홍범은 이렇게 말하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방한모와 솜저고리를 벗은 다음 안해가 누웠던 따스한 이불밑에 다리를 뻗고 아래목에 앉았다. 얼었던 몸이 녹으면서 물밀듯이 피로가 엄습해왔다. 낮동안의 학술토론과 여러 시간의 밤길에서 내처 흥분되였던 긴장의 탕개가 끊어져버렸다. 눈을 뜨기조차 힘겨웠다.
안해가 밥상을 올려왔다. 때아닌 때에 갑자기 차린 밥상이여서 허술하기가 이를데 없었다. 사발에 골숨히 담긴 찬밥과 김치가 전부였다. 석홍범은 더운물에 찬밥을 말아서 걸탐스레 먹었다. 여적 그 어떤 진수성찬도 지금처럼 달게 먹어본 때가 있어본것 같지 않았다.
안해가 무슨 말인가를 묻고있었으나 가려듣지도 못했고 대답할 겨를도 없었다. 한순간에 밥과 김치를 다 먹어버렸다.
《여보, 우리 아버지가 당신을 왜 찾았어요?》
밥상을 물리고나서야 안해가 아까부터 그것을 묻고있었다는것을 깨달았다.
《아버님은 무역회사 해외출장소로 가라는 권고를 했소.》
석홍범은 흥심없이 대답했다. 요기를 하고나니 눈시울이 무겁게 다리우며 못 견디게 잠이 왔다.
《내 그 일때문에 찾은줄로 짐작은 했어요. 그래 어떻게 대답했어요?》
민옥은 남편의 무릎을 흔들며 다그쳐물었다.
《그만두겠다고 했소.》
민옥은 얼굴이 해쓱해졌다.
《그래 당신은 끝내 그 자리를 거절했단 말이예요?》
원망어린 시선으로 쳐다보며 안타까이 부르짖었다. 하지만 석홍범은 응대없이 밥상머리에 쓰러졌다. 밤길에 지쳐버린 그는 곧 잠들어버렸다. 민옥은 밥상도 치우지 않고 그 자리에 앉아서 실망의 한숨속에 점도록 그를 지켜보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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