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비약의 나래 제5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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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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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황석태는 운수직장의 상하차장으로 나갔다. 과학원에 보내는 유색금속자재를 싣기로 되여있었다. 그가 직접 나가보지 않아도 무방한 일이지만 그곳의 낯익은 로동자들과 함께 로동의 기쁨을 나누고싶었다. 상하차장은 당비서로 있을 때 종종 나가서 땀을 흘려본 현장들중의 하나였다. 시간을 다투어 광석을 부리우거나 유색금속강괴를 실어야 하는 때가 많았다. 기업활동의 첫공정과 마감공정이 상하차장에서 교차되였다. 그런것만큼 그 공정이 걸리면 제련소의 전반적생산에 크게 영향을 미치였다. 긴장한 전투가 벌어질 때마다 황석태는 팔을 걷고나섰다. 삽질을 하거나 목고를 메는데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로동자들과 담배도 나누고 롱담도 건늬면서 자기의 걸싼 일솜씨를 보여주던 때는 지금도 가장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황석태가 현장에 나타나자 로동자들이 욱 달려와 에워쌌다. 그들도 그전날 당비서와 상하차작업을 하던 때를 회고하는지 인사를 나누는 얼굴들에 반가운 빛을 담았다. 황석태는 그전처럼 담배를 권하려고 주머니를 뒤졌다. 그러나 손에는 빈 담배갑이 잡혀 나왔다. 그것을 구겨버리며 모여선 사람들에게 허물없이 청했다.
《담배가 떨어졌구만. 누구 한대 주시오.》
서슴없이 손을 내밀었다. 여러 사람이 일시에 담배를 뽑아들었다. 누구의것을 뽑아야 할지 알수 없었다. 그중에서 마라초 한대를 받아 불을 붙여물었다. 페부에 연기가 스미도록 깊숙이 빨았다. 류달리 담배맛이 좋았다. 로동자들도 담배를 피웠다. 여럿이 날리는 연기가 서로 얽히며 그들의 머리우로 날아올랐다.
얼마후에 작업이 시작되였다.
황석태는 창고에서 자동차로 날라온 연구용금속자재를 품종별로 기중기에 걸어주는 일을 하였다.
기중기옆으로 뻗어간 도로를 따라 천천히 달리던 승용차가 멎어섰다. 차에서 틀진 체구의 한 일군이 내리였다. 무심히 바라보니 강서원부부장이였다.
《동무들, 수고합니다. 이 자재를 보관해두라고 했는데 어데로 실어갑니까?》
그가 로동자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과학원으로 실어갑니다.》
그와 제일 가까이에 서있는 로동자가 대답했다.
《누가 그런 지시를 했습니까?》
강서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로동자들은 황석태에게 눈길을 모았다.
황석태는 일손을 놓고 강서원에게로 다가갔다.
《부부장동지, 안녕하십니까?》
《아니, 동무가 어떻게?…》
이쪽을 알아본 강서원은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이 자재는 제가 지배인동무의 결재를 받아서 과학원으로 실어갑니다.》
《지금 과학원에 가있소?》
《그렇습니다.》 하고 황석태는 자기가 과학원자재를 받아가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묵묵히 듣고있던 강서원은 이렇게 말했다.
《지배인동무가 함께 일하던 옛정을 생각해서 황동무의 립장을 봐준것 같은데… 하지만 어찌겠소. 기왕 왔던김에 여기서 좀 기다리다가 다음차례로 받아가시오.》
황석태는 마치도 지배인과의 안면관계를 빌어서 자재를 가로챈것처럼 여기는 강서원의 말이 불쾌했다. 전날에 그에게 품었던 좋지 못한 인상도 되새겨졌다. 하지만 공손히 말했다.
《부부장동지, 좀 도와주십시오. 과학원사정이 절박합니다.》
《아무튼 안되오. 나는 지금 수출문제때문에 여기에 내려왔소. 실었던걸 당장 부리우시오!》
명령조로 울리는 목소리에 황석태는 마음을 다잡았다. 수출문제때문에 내려왔다면 그의 완강한 립장도 어느 정도 리해되였다. 그렇다고 순순히 물러설수는 없었다. 말마디에 힘을 주며 응대했다.
《과학부문에는 왜 계획에 예견된것조차 여적 보장해주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몇달동안 과학원에서는 계획된 유색금속자재를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동무야 건설대 돌격대원이라는데 연구용자재까지 책임질 필요야 없지 않소.》
《내가 이리로 올 때 과학원동무들이 간절히 부탁했습니다. 유색금속자재가 있어야 새로 개발하는 초고압유압프레스를 비롯한 연구성과를 실현할수 있다고 했습니다.》
《초고압유압프레스도?…》
황석태는 놀라움에 잠기는 그에게 절절히 말했다.
《과학원에 나오셨던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그 프레스를 개발하는 연구사에게 크나큰 은정을 베풀어주시였습니다. 가족휴양까지 보내주셨단 말입니다!
부부장동무, 그이께서는 우리 과학자들의 연구조건과 생활조건을 보장해주기 위해 그처럼 심려하시는데 우리도 그 뜻을 받들고 따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순간 강서원은 얼굴이 해쓱하니 질리였다. 아무 말도 못했다. 갑자기 목대가 꺾인듯 허턱 고개를 숙이였다. 관자노리에 경련과도 같은 파동이 스치였다. 하더니만 도망치듯 획 돌아서서 승용차를 향해갔다.
몸의 균형을 잃은듯 발걸음이 가끔 헛놓이는것이 헨둥하게 알렸다. 황석태는 허둥거리며 멀어져가는 그를 지켜보았다. 그것이 무엇때문인지 그때까지 다는 알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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