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비약의 나래 제24회 > 통일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통일게시판

장편소설 비약의 나래 제24회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1,925회 작성일 21-04-16 20:02

본문

20210324165530_2ce3cb6f0e35973d34b07aae3052648b_o4u8.jpg


제 3 장

1

 

보통교육부 최부부장실은 랭풍기를 돌리지 않았지만 북쪽방이여서 불볕이 쏟아지는 이즈막에도 서늘했다.

《내가 오늘 여기에 나온것은 다름이 아닙니다. 우리 학생들을 국제수학올림픽에 출전시키는 문제를 동무들과 의논하려고 왔습니다.》

고중환은 좌중을 둘러보았다. 길다란 앞상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는 최부부장과 1중학교들의 사업을 맡아보는 박국장 그리고 대외교육을 담당한 국장이 마주앉았다. 그들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심중한 표정들이였다. 모임의 취지를 이미 짐작하고있었던것이다. 고중환은 10여일전에 그들에게 정식 경연에 참가할것인가 아니면 방청으로 참가할것인가를 깊이 생각해보라고 했었다. 박국장에게는 지방의 1중학교들에 나가 시험을 쳐보라는 과업을 주었었다.

《그동안 생각들이 많았겠는데 기탄없이 견해들을 말씀하십시오.》

고중환이 이렇게 말했으나 누구도 선뜻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박국장동무, 지방의 1중학교들에 나가 시험을 쳐본 결과는 어떻습니까?》

《말이 아니였습니다. 국제수학올림픽에 출제되였던 문제들은 수준이 높아서 문제가 무엇을 요구하고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학생들까지 있었습니다.》

힘겹게 대답하는 박국장의 표정은 시험지를 들고 나타났던 정금화의 실망어린 기색을 련상시켰다. 박국장 역시 자기가 지도하는 학교들에서 나타난 그러한 실태에 실망을 느끼는것 같았다.

한동안의 침묵끝에 최부부장이 이마에 드리운 머리칼을 쓸어올리며 말했다.

《처음 당하는 일이고 조국의 명예와 관련되는 문제인것만큼 그동안 저도 심중히 생각했습니다. 여기 앉은 두 국장동무들뿐아니라 다른 사람들과도 널리 의논해봤습니다. 저자신도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도 정식 경연에 참가해서는 승산이 없다는 의견들이였습니다.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학생들을 경연에 준비시킬 시간이 없습니다. 체육올림픽에도 선수들을 출전시키자면 여러해씩 준비를 시킵니다. 수학올림픽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알아보니 교육이 매우 발전되였다고 하는 나라들에서도 이미 여러번 참가한 경험이 있지만 매번 수학올림픽출전을 위해서 선발된 학생들로 여러해씩 준비를 시킨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무런 경험도 없는 우리가 그나마 준비도 없이 당장 참가한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최부부장은 그 결과를 생각만 해도 눈앞이 아뜩해오는듯 눈시울을 내리깔았다.

고중환은 대외교육을 담당한 국장에게 시선을 주었다. 국제수학올림픽과 관련해서는 누구보다도 그가 깊은 리해를 가지고있었다.

《동무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저 역시 최부부장동지와 같은 의견입니다.》

《그러니까 방청으로밖에 참가할수 없다는겁니까?》

《그렇습니다.》

건성 대답을 하는 국장은 명백한것을 가지고 더 론의할 필요도 없다는듯 한 표정이였다. 깊이 생각지도 않고 상급의 의견을 따르는듯 한 그 태도가 불쾌했다.

고중환은 힘주어 말했다.

《문제는 국장동무를 비롯해서 이 자리에 모인 교육일군들이 이미전부터 국제수학올림픽에 참가할 생각을 하지 못한데 있습니다. 여러해전부터 여기에 응당한 관심을 돌려야 했습니다. 그랬더라면 올해쯤은 정식 경연에 당당히 참가해서 우수한 결과를 가져올수도 있을것입니다. 올해에도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직접 말씀이 계셔서야 비로소 이 문제를 론의하게 되였습니다. 우리는 응당 자기들이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고있습니다! 나를 비롯해서…》

국장이 붉어진 얼굴을 들었다.

《아다싶이 수학올림픽은 교육과 과학이 발전된 나라들의 경연무대입니다.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들이 참가하는 체육올림픽과는 다릅니다. 체육올림픽은 수많은 종목을 가지고 겨루기때문에 그중 한두개 종목에만 신심이 있어도 참가할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학올림픽은 한 과목의 경연이기때문에 그렇게 할수가 없습니다. 수치스러운 결과를 뻔히 내다보면서 누가 거기에 참가하자고 제기하겠습니까?》

《그래, 동무는 우리가 여러해전부터 관심을 돌려왔다 하더라도 승산이 없다는겁니까?》

《경험을 쌓아왔다면 꼴찌는 면할수 있겠지만 우승메달을 따기는 어려울겁니다.》

《그건 지나친 허무주의입니다. 우리 학생들의 실력이 그렇게 뒤떨어진것은 아닙니다!》

《…》

고중환은 세사람을 일별하며 명백한 어조로 강조했다.

《우리는 때늦게, 그나마 방청으로나 국제수학올림픽에 참가하게 된 사실을 두고 심각한 교훈을 찾아야 합니다. 세계적인 무대를 내다볼줄 모르는 비좁은 시야를 가지고 지금껏 일해왔습니다. 앞으로는 우리 학생들이 세계적인 실력경쟁에 과감히 나서야 합니다!》

목소리가 저도 모르게 높아졌다. 마주앉은 세 일군을 지적하고있었지만 실상 자신에 대한 불만이기도 하여서 누구에게라없이 화가 치밀었다. 국제수학올림픽이 열리기 시작한지도 수십년이 되여온다. 그런데 자신을 포함한 우리 일군들은 여적 거기에 참가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있었다. 만일 경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 발기하지 않으셨다면 언제까지나 그럴것이다. 생각할수록 한심한 일이였다. 고중환은 가슴속에 넘치는 의분을 교육일군들에게 숨김없이 헤쳐보이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는 승산이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기다리실 경애하는 김정일동지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그이께서는 기왕이면 우리 학생들을 정식 경연에 참가시켰으면 좋겠다는 의향을 품고계시였다. 그것은 물론 좋은 결과를 전제로 하신것이다. 그이께 하는수없이 방청으로 참가시켜야 한다고 말씀드려야 할 자신을 생각하니 한없이 괴롭고 안타까왔다. 하지만 달리 말씀드릴수 없었다. 언제나 그이께는 진정과 진실만을 말씀드려야 했다. 고중환은 다른 사람들의 견해를 따라서가 아니라 자신의 판단으로 정식 경연에 참가한다면 부끄러운 결과가 빚어지리라고 생각하고있었다. 그러한 생각은 오늘의 모임을 통해 확신으로 굳어졌다. 무거운 마음을 안고 돌아온 그가 방금 사무실에 들어서는데 책상우에 놓인 전화종이 울리였다. 들고온 서류가방을 놓지도 못한채 송수화기를 들었다.

《접수실입니다. 평양1중학교 정금화교원이 찾아왔습니다.》

《정금화?…》

고중환은 그제서야 생각났다. 엊그제 그 학교의 당비서가 전화를 걸어왔다. 정금화교원이 직접 만나서 제기할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보내여도 좋겠는가고 하였다. 그래서 아무때고 보내라고 하였더니 찾아온 모양이다.

《오늘 기어이 부부장동지를 만나야 한다면서 오래전부터 기다리고있습니다.》

잠시 기억을 되새기며 인차 응답을 하지 않았더니 접수원은 정금화의 심정을 대변하며 다시 말했다.

《들여보내시오.》

얼마후에 출입문이 열리면서 정금화가 방안에 들어섰다. 자리에서 일어선 고중환은 그를 향해 걸어갔다. 찾아온 손님이 누구이건 그는 앉은 자리에서 맞이하는 법이 없었다.

《바쁘실텐데 찾아와서 미안합니다.》

가볍게 머리숙여 인사를 하고 고개를 드는 정금화의 얼굴에는 알수 없는 간절한 기대가 흘렀다. 절박한 사정을 안고 찾아온것이 분명했다.

《자, 어서 앉으시오.》

고중환은 앞상옆에 놓인 의자를 권하고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

《국제수학올림픽참가문제때문에 왔습니다.》

정금화는 단정한 자세로 앉아서 정중히 말했다.

《그렇습니까?》

고중환은 의혹을 가지고 반문했다. 정금화에게도 그것은 이미 명백해진 문제가 아닌가? 그자신이 직접 학생들의 시험을 쳐보지 않았는가? 그를 유심히 지켜보며 말없이 뒤를 재촉했다. 정금화는 그 무슨 반가운 일이라도 있었는지 활기를 띠고 말했다.

《저는 부부장동지가 다녀가신 다음에 국제수학올림픽에서 제출되였던 다른 문제들을 가지고 세번이나 시험을 다시 쳐봤습니다. 그런데 매번 성적이 올라갔습니다. 마지막시험에서는 네명의 학생이 세 문제를 모두 풀었습니다.》

《그런가요?》

느릿한 어조로 말꼬리를 길게 끌며 반문했다. 두주일사이에 학생들의 실력이 그렇게 높아졌다는것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두 문제를 푼 학생은 열명이나 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에 방청이 아니라 정식으로 참가했으면 합니다. 여러번 시험을 쳐보는 과정에 저는 신심을 얻었습니다. 저뿐아니라 우리 수학강좌의 모든 교원들은 정식 경연에 참가했으면 합니다. 그래서 제가…》

《그러니 수학교원들의 일치한 견해를 대표해서 왔단 말이지요.》

고중환은 빙긋이 웃었으나 내심으로는 정금화를 두고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그사이 학교에서는 론의가 많았을것이다. 자기가 배워준 학생들의 실력을 사실보다 높이 인정하는것은 교원들의 어쩔수 없는 감정이다. 수학교원들이 일치하게 정식 경연에 참가하자고 주장했다는것은 어느 정도 리해할만 한 일이다. 그러나 교육자적량심이 없지 않다고 보았던 정금화가 그들의 장단에 춤을 추면서 견해를 달리하는것은 서운한 일이였다.

《부부장동지, 어떻게 하나 정식 경연에 참가하도록 해주십시오. 수학소조의 학생들도 모두 신심을 가지고있습니다.》

《교장선생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교장선생은 여전히 방청으로 참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정금화선생, 우리 학생들이 세계적인 실력경쟁에 나서는것은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국제수학올림픽에 참가하는것은 우리 나라 교육사에서 하나의 커다란 사변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그런것만큼 이 문제를 심중하게 대해야 합니다. 정식 경연에 참가한다면 우리는 주체조선의 명예를 걸고 반드시 우수한 성적을 쟁취해야 합니다. 그래서 나는 보통교육부의 책임일군들과도 의논해봤습니다. 그들은 한결같이 방청으로 참가하자고 했습니다.》

《그들은 응당 그렇게 나올겁니다. 뜻밖의 일이 아닙니다.》

정금화의 눈에 의분의 빛이 떠올랐다. 방금전과는 달리 가슴속에서 참을수 없는 불만이 끓고있는듯 한 낯빛이였다. 고중환은 그의 표정의 변화에 놀라며 반문했다.

《선생도 이미 그 문제를 가지고 여기 오기 전에 보통교육부 일군들에게 제기해봤습니까?》

《저는 3년전에 보통교육부의 한 책임일군에게 우리도 수학올림픽에 참가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기했댔습니다. 그런데 그 일군은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면서 한마디로 거절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댔는가? 정금화의 의견대로 3년전부터 방청으로 참가해서 경험을 쌓았다면 올해는 당당히 정식 성원으로 참가할것이다. 듣고보니 절호의 기회를 놓쳐버린듯이 아쉬웠다.

《도대체 그 일군이 누굽니까?》

《대외교육을 담당한 국장입니다.》

보통교육부 일군들과 의견을 나눌 때 자기 주견도 없이 방관적인 태도를 취하던 국장의 얼굴이 되새겨졌다. 그에 대한 불만이 치밀었지만 정금화앞에서 터놓을수는 없었다.

정금화는 안타까운 목소리로 계속했다.

《그것은 한가지 실례에 불과합니다. 우리 교육부문의 일부 일군들은 왜 그리 소극적인지 모르겠습니다.》

평소에 정금화는 일부 교육일군들에게 적지 않게 의견을 품고있은것이 분명했다.

《어서 기탄없이 말하시오. 이 방에 찾아올 기회도 쉽지 않겠는데 기왕 왔던김에 우리 교육사업의 발전을 위해서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다 하시오.》

고중환은 허심한 표정으로 부추겼다. 수학올림픽문제는 자기로서 이미 확고한 결심을 가졌으니 긴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없지만 교육일군들의 사업과 관련된 의견은 듣고싶었다.

《그렇다면 제가 늘 안타깝게 여기던 몇가지 점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급속히 발전하는 과학발전의 추세에 맞게 과정안이나 교과서들을 갱신하는 사업을 우리 교육일군들은 매우 늦잡고있습니다. 전자공학이나 생물학은 벌써 작년것이 낡은것으로 되고있는데 몇년전의 교과서들을 그대로 쓰고있습니다. 그들은 혁신적인 안목이 없이 시험방법도 도식화된 낡은것을 고집하고있습니다. 지금 학교들에 실험설비나 교구비품도 잘 보장되지 않고있습니다. 어떤 학교들에서는 늘어나는 학생수요에 책걸상수요도 따르지 못하고있습니다. 그러나 그 공급을 담당한 교육위원회 일군들은 나라사정에 빙자하면서 속수무책으로 앉아있습니다. 목재사정이 어려워지자 비생산부문이라고 교구비품생산공장들부터 계획이 잘리웠습니다. 이런 현상을 보고 누가 앞장에서 투쟁해야 하겠습니까. 당에서는 모든 사업에 교육을 앞세우는 방침을 시종일관 견지해오고있습니다. 전쟁시기에도 이 방침은 견지되여왔습니다. 그때는 교과서도 군수렬차로 나르지 않았습니까. 당의 교육선행의 방침이 있는데 무엇이 두려워서 투쟁하지 못하겠습니까?》

고중환은 그의 말마디들이 창끝처럼 날아와서 자기의 가슴에 박히는듯 했다. 정금화는 교육부문의 행정일군들에 대한 불만을 말하고있지만 그것이 자기에 대한 비판처럼 느껴졌다. 당적으로 행정일군들을 옳게 지도하지 못했다는 자책뿐아니라 그가 말하는 적지 않은 점들은 자기에게도 해당된다고 인정했다. 평범한 녀교원으로부터 이렇듯 숨김없고 신랄한 의견을 들어보기는 처음이였다. 어데서나 자기를 확고히 주장할줄 아는 녀자였다. 그 학교 교장의 말대로 홀로 사는 녀인이기때문일가? 아니, 그렇지 않을것이다. 홀로 사는 녀인들이 자존심이 높거나 성미가 이그러졌다고 보는것은 편견이다. 고독하게 사는 녀인일수록 생각이 깊고 자신을 통제하는데 습관되는 법이다. 정금화는 워낙 정의감이 강하고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것을 끝까지 지킬줄 아는 그런 녀성이다. 그의 말에서는 자기 개인을 초월하여 나라의 전반적인 과학교육사업을 두고 안타까와하는 절절한 심정이 울리고있었다.

《부부장동지.》

방금전과는 달리 녀성의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조심스레 울리였다. 정금화는 미안스러운 미소를 입가에 그리였다.

《제가 지나쳤다면 용서하십시오. 처음 올 때에는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국제수학올림픽참가문제를 두고 보통교육부 일군들이 하였다는 말을 듣고 그만 평소에 생각하던바를 주제넘게 말했나봅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고중환은 서로 다른 성격의 두 녀인이 앉아있는듯이 느껴졌다. 하나는 자존심이 높은 도고한 녀인이였고 다른 하나는 례절과 도덕이 밝은 현숙한 녀인이였다.

《나는 선생의 의견을 듣고 자신을 심각히 돌이켜봅니다.》

《제 말을 그렇게 들으셨다면 정말 죄스럽습니다. 저는 부부장동지가 과학교육부문 사업을 당적으로 지도하면서 참고로 해주시기를 바랬을뿐입니다.》

정금화는 커다란 실수라도 저지른듯이 당황해했다.

고중환은 싱긋이 웃어보이였다.

《선생의 그 심정을 리해합니다. 그런데 한가지 이 자리에서 명백히 말해두어야 할것이 있나봅니다.》

《그게 뭡니까?》

정금화는 공연히 옷섶을 여미며 낯빛이 긴장해졌다.

고중환은 웃는 얼굴로 말했다.

《밑에 사람들의 정당한 비판이나 충고를 진심으로 고맙게 여길만 한 자기반성능력이 없다면 내가 이 자리에 앉아있을 자격을 이미 상실한 사람일것입니다.》

정금화는 눈을 빛내이며 긴장했던 표정을 풀었다.

《아무튼 저는 부부장동지를 념두에 두고 한 말이 아니였습니다.》

《누구를 념두에 두었던간에 선생의 의견에서 자각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좋은 일이 아닙니까. 나는 우리 부문의 모든 일군들이 선생의 안타까운 심정을 직접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소어린 눈을 깜박이던 정금화는 뜻하지 않게 화제가 빗나갔다는것을 깨닫고 말머리를 돌리였다.

《제가 여기에 온것은 국제수학올림픽에 어떤 자격으로 참가할것인가 하는 문제였는데 그만…》

고중환은 웃음을 가시고 정중한 표정을 되살렸다.

《그 문제에 대해서 나는 이미 확고한 주견을 가지고있습니다.》

《부부장동지는 정식 성원으로 참가시키자는 생각이겠지요?》

정금화는 한껏 기대를 가지고 초조히 물었다. 지금까지 이야기가 흘러온 분위기를 보아 그럴것이라고 생각하는것 같았다.

고중환은 명백한 어조로 대답했다.

《아닙니다. 올해에는 어차피 방청으로 참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부장동지까지도?…》

얼결에 그렇게 말하고는 올롱해진 눈동자로 마주보았다.

《조국의 명예와 관련된 사업에 요행수를 바라거나 줄타기를 할수는 없습니다.》 하고 고중환은 타이르듯이 말했다. 《올해에는 학생들을 데리고가서 경험을 쌓으시오. 그랬다가 명년이나 래후년에는 정식 경연에 참가합시다. 한두해 미루더라도 훌륭한 성적을 거두는것이 좋은 일입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서뿔리 정식으로 참가했다가 실패를 한다면 우리 인민들과 청소년학생들에게 커다란 실망을 주게 됩니다.》

정금화는 자기의 기대가 여지없이 허물어지는것을 느끼며 터지는 한숨을 삼켰다. 머리를 숙이는 그의 얼굴은 금시 감빛으로 물들었다.

고중환은 부드러운 어조로 계속했다.

《정금화선생, 이제부터 한두해 잘 준비를 하면 우리 학생들이 반드시 금메달을 따올것입니다. 선생은 3년전부터 국제수학올림픽에 참가하자고 제기했다는데 잃어버린 3년을 보충할수 있도록 앞으로 학생들을 잘 준비시키리라고 믿습니다.》

정금화는 얼굴을 숙인채 자리에서 일어섰다.

《안녕히 계십시오.》

고중환은 갈린 어조로 인사를 남기는 그의 얼굴에 형언 못할 실망과 원망이 짙게 뒤엉키는것을 보았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서비스이용약관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 상단으로


Copyright © 2010 - 2023 www.hanseattle1.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