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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약의 나래 제2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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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4,106회 작성일 21-04-13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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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장

7

 

당위원회 부서책임자들의 아침모임을 끝낸 황석태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루사업을 포치한 다음에는 생산현장을 돌아보는것이 굳어진 생활의 일과였다. 그는 사무실구석에 서있는 옷걸이에서 작업복을 벗겨들었다. 워낙은 회색이던 작업복이 연기와 기름에 절어서 본색을 잃었다. 알뜰한 안해가 하루가 멀다하게 빨아주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한껏 덞어진 작업복소매에 팔을 꿰는데 금속공학연구소 소장 손관식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밖에서 아침모임이 끝나기를 기다렸던 모양이다. 황석태는 작업복단추를 채우며 훤칠한 키에 비해 몸이 실하지 못한 그에게로 돌아섰다. 언제 떨어져나갔는지 작업복단추는 두개밖에 남지 않았다.

《어떻게 왔습니까?》

《새살림동에 새로 지은 아빠트배정문제때문에 왔습니다. 알아보니 우리 연구소에 배정된 다섯세대는 워낙 제련소 책임일군들이 들기로 배정되였던것이랍니다. 제가 배정받은 집은 비서동지의것으로 후방부에서 지목한것이였는데…》

《그만, 됐습니다!》

황석태는 이마를 찌프리며 상대의 말허리를 잘랐다. 그리고는 그가 더 구구하게 터놓지 못하게 명령조로 말했다.

《그 문제때문이라면 돌아가십시오. 난 시간이 없습니다.》

그러나 손관식은 늘씬한 허리를 약간 굽힐사 하고 한걸음 다가서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의 얼굴에는 난처한 기색이 떠올랐다.

《비서동지에게 배정되였던 새집에 제가 입사를 할수는 없습니다. 현재 사는 집도 불편이 없습니다.》

《책임일군들에게 배정된 집을 당비서가 학자들에게 돌렸다고 누가 뒤소리를 하는게 아닙니까?》

《…》

《시비군들이 있다는걸 난 모르지 않습니다.》

황석태는 그런 시비군들을 노려보듯 책상 한귀를 쏘아보았다. 세개의 전화기가 주런이 놓인 그옆에 며칠전에 후방부에서 올려보낸 살림집배정안이 있었다. 살림집배정이 당위원회가 직접 간참을 해야 할 일이 아니라는것을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대로 해당 일군들에게 맡겨두면 이러저러하게 롱간질이 있거나 부당하게 처리될수 있었다. 후방부에서 작성한 배정안에는 절대다수의 새집이 간부들의 몫으로 되여있었다. 채광이 그중 좋고 칸수가 많은 집은 당비서의것으로 배정되였다. 황석태는 배정안의 첫 순서에 자기 이름이 올라있는것을 보자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면서 그 누구에게서 참을수 없는 모욕을 당한듯 한 의분이 치밀었다.

그는 당장 후방부지배인을 자기 방으로 불러들였다.

《왜 살림집배정안을 이 모양으로 작성했습니까? 우리가 간부들용으로 새 아빠트를 지은건 아니지 않습니까?》

황석태는 살림집배정안을 후방부지배인의 코앞에 내흔들며 따지였다.

《그 집을 짓는데 실상 부직장장이상 간부들이 누구보다 많은 기여를 하였습니다. 건설장에 나온 날자도 많고 지원물자도 많이 냈습니다. 그걸 고려하다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그들은 제 주머니를 털어서 지원한것이 아니라 직권을 리용해서 직장의 자재를 살림집건설장에 가져갔습니다. 다는 아니지만 적지 않은 일군들은 주택이 차례질것을 내다보면서 로동자들보다 로력동원에 더 많이 참가했습니다. 약삭바른 타산이 있었거던. 다른 사회동원에는 뒤를 내밀다가도 살림집건설장에는 빠지지 않고 나오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나는 그걸 진작 알면서도 집을 빨리 지어야 하겠기에 모르는척 했습니다. 이번에 지은 살림집은 한세대도 옆으로 새는 일이 없이 오랜 로동자들과 공로있는 학자들에게 주어야 하겠습니다.》

후방부지배인은 말을 못했다. 턱을 번쩍 들며 난색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그를 보자 황석태는 버럭 화가 치밀었다.

《뭐 그렇게 하는데 의견이 있습니까?》

《간부들이 의견을 가질수 있습니다.》

《나는 내앞으로 배정된 집을 연구소소장동무에게 주겠습니다. 동무는 새집을 티탄합금직장 공훈로장아바이한테 양보하시오. 우리 두사람이 그렇게 하면 다른 사람들이 의견이 있어도 속으로 삭일수밖에 없을겁니다!》

이리하여 황석태의 집이 손관식에게 돌려지게 되였던것이다.

손관식은 후방부지배인이 입사증을 들고와서 그런 사연을 말했을 때 고맙다는 생각보다 난감하기가 이를데 없었다. 다른 책임일군들의 집이라면 몰라도 황석태의 집은 차마 자기것으로 받아들일수가 없었다. 그의 직급을 생각해서가 아니였다. 새 아빠트로 말하면 황석태가 발기를 하고 그가 앞장에 서서 지은 집이였다. 지금 황석태가 살고있는 집은 울타리를 둘러친 독립가옥이기는 하지만 전후에 지은것이여서 새로 지은 살림집보다 못하였다. 그런것만큼 황석태가 새집에 드는것은 어느모로 보나 너무도 응당했다.

《비서동지, 제 립장도 좀 생각해주십시오. 비서동지가 만일 제 립장에 섰다면 이 입사증을 받을수 있겠습니까?》

손관식은 남방샤쯔주머니에서 입사증을 꺼내들고 간청하듯 말했다.

《내가 소장동무의 립장이라면 응당한것으로 여기겠습니다. 양영복선생에게도 이번에 새집을 주려고 했는데 지금 사는 집이 더 좋기때문에 그만두기로 하였습니다. 제련소 책임일군들에게 배정되였던 집을 연구소 학자들에게 돌려주었다고 해서 누가 뒤시비질을 한다면 용서치 않겠습니다. 우리 당의 과학중시정책을 진심으로 받들줄 모르는 사람들이니까.》

황석태는 참말로 그런 사람들을 용서치 않을 생각으로 엄엄한 표정이였다. 그는 이러저러한 의견이 제기된다 하여도 일단 자기가 결심한 문제는 끝까지 내밀었으며 지금의 손관식과 같이 선량한 의도를 가지고 그 결심을 달리하여주기를 바라는 경우에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손관식은 딱한 낯빛으로 그냥 서있었다. 자기의 심정을 구구히 더 펼치다가는 황석태의 성을 터뜨릴것 같았다. 손에 들고있는 입사증을 슬며시 책상우에 놓고 물러서려는데 작업복차림새를 다 갖추고 난 황석태가 돌아섰다.

《소장동무를 만난김에 내 한가지 할말이 있습니다. 양영복선생과 소장동무가 박치영동무의 발기를 앞장에서 반대를 해왔는데 이제 공업적으로 성공하면 모든것이 명백해질겁니다. 나는 동무들이 따로 연구하는 초소성방법도 성공하기를 바라고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먼 후날의 일이 아닙니까? 지금 당장 우리는 티탄합금가공품을 생산해야 합니다. 그런것만큼 동무도 옳은 견해를 가져야 할것입니다.》

화제가 바뀌여지자 손관식은 번쩍 고개를 들고 명백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지 않아도 그 문제에 대한 저의 견해를 말씀드리려고 일전에도 찾아왔댔습니다. 비서동지가 평양에 갔댔기때문에 만나지 못하고 돌아갔습니다. 저로서는 아무래도 박치영동무의 방법이 공업적으로 불가능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양선생도 저와 같은 견해입니다.》

황석태는 그를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아직까지도 자기의 견해를 굽히지 않는 그의 태도가 뜻밖이였다. 황석태의 머리속에는 박치영의 방법이 반드시 성공한다는 확신이 굳어져있었다. 자기가 커다란 기대를 걸고 뒤받침을 해오던 연구사업이기때문만은 아니였다. 과학적내용을 모르는 자기로서는 그 어떤 견해도 가질수 없었다. 되도록이면 공정한 립장에 서려고 하였다. 그러나 많은 기술자들이 박치영의 방법을 적극 지지하고있지 않는가. 반대하는것은 몇사람뿐이다. 그는 광범한 대중의 의사에 따라 자기의 립장을 명백히 하는것이 백번 옳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반대를 하던 사람들도 이제 와서는 모두 지지를 합니다. 끝까지 반기를 드는 동무들을 리해할수 없습니다. 이제 과학원에서 내려와 최종합평을 하는데 문제를 복잡하게 끌고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대중의 공정한 눈이 동무들의 태도를 주시한다는것을 명심하시오.》

황석태의 세찬 눈빛에 손관식은 가슴이 서늘했다. 눈시울을 내려깔고 더는 아무 말도 못했다.

할말을 다한 황석태는 얼핏 손목시계를 보고나서 사무실을 나서려고 했다. 그런데 부원이 비준받을 문건을 들고 들어왔다. 그때까지 난처한 기색으로 서있던 손관식은 하는수 없이 물러갔다.

《부원동무는 왜 시도 때도 없이 이렇게 문건을 들고다니오?》

황석태는 부원에게 머리를 돌리며 꾸짖었다.

《비준시간을 지키지 않는건 제가 아니라 비서동집니다. 비서동지가 사무실에 앉아있는 시간이 도대체 얼마나 됩니까.》

늘 공손해보이던 부원은 전에없이 항변조로 나왔다. 급한 문건을 비준받으려고 당비서를 찾아 제련소구내를 돌아쳐야 했던 쌓인 원망이 참을수 없이 폭발한것 같았다. 피끗 시선을 들어 부원을 쳐다보았다. 가냘프게 보이도록 몸매가 작고 두눈이 오목한 그 녀자는 외면을 한채 입술을 감쳐물었다. 들어서자바람으로 욕을 먹는것이 어지간히 속에 맺힌 모양이다.

《문건을 이리 주오.》

이번에는 부드럽게 말했다. 미안스러운 생각을 그 어조에 담았다.

문건을 받아들고 제자리로 돌아온 그는 반시간후에야 청사를 나설수 있었다.

현관앞에는 검은색 《벤즈》가 서있었다. 젊은 운전사가 차실문을 열며 황석태가 어서 오르기를 기다렸다. 황석태는 그를 띄여보고 명령조로 말했다.

《나는 지금 구내를 돌아보려고 가는 걸음이요. 차를 탈 필요가 없소. 오늘은 동무의 신세를 질 필요가 없으니 오전에는 광석하차장에 나가서 하차작업을 하시오. 오후에는 신랑과 신부를 태워야 하겠소. 압연직장에서 일하다가 얼마전에 년로보장을 받은 강아바이네가 오늘 아들결혼식을 한다오. 그 아바이가 어제 저녁 나에게 부탁을 했소, 승용차를 좀 빌려달라고. 결혼식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하겠소.》

《알겠습니다.》

황석태의 엄격한 지시에 습관된 운전사는 군말없이 부동의 자세로 서있었다.

《비서동지!》

어깨를 쭉 펴고 자신만만한 걸음으로 정문을 나서던 황석태는 느닷없는 부름소리에 걸음을 멈추었다. 귀에 익은 목소리에 머리를 돌리였다. 접수실에서 나온 박치영이 반달음으로 달려왔다.

《왜 나를 찾아왔소?》

《어제 저하고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오늘 아침 가공설비공사를 벌릴 자리를 함께 정해보자고.》

《아, 그랬었지.》

어제 저녁에 그런 약속을 했다. 실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선 걸음이였으나 연방 제기되는 뜻하지 않은 일에 신경을 쓰다보니 왕청같이 왜 찾아왔는가고 물었다.

황석태는 박치영을 바라보며 두툼한 입술에 대견스런 미소를 그리였다.

《나도 그래서 떠난 걸음이요.》

그들은 당위원회청사앞으로 뻗은 도로를 건너서 제련소구내로 들어갔다.

《치영동무, 나는 며칠전에 열렸던 국방공업부문 책임일군협의회에서 토론을 했소. 티탄합금가공기술개발이 실험적으로 성공했기때문에 이제 곧 필요한 설비를 갖추고 공업적인 생산에로 넘어가게 된다고 했소.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매우 만족해하시면서 회의가 끝난 후 나를 따로 만나주시였소. 그이께서는 큰일을 했다고 치하하시면서 앞으로 전문가들의 심의를 거쳐 설비를 갖추라고 가르치셨소.》

《그렇습니까?!》

박치영은 감격하여 부르짖었다. 갑자기 혈조가 번지는 갸름한 그의 얼굴을 얼핏 쳐다본 황석태는 앞에 보이는 제련직장에 시선을 주며 물었다.

《어떻소? 이제 전문가들이 내려와서 토론을 해도 다른것이 없겠지?》

《그렇습니다. 저는 충분한 과학기술적담보를 가지고있습니다. 저뿐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확신을 가지고있습니다.》

《나도 확신하오. 우리는 조만간에 티탄합금가공품들을 대대적으로 생산하게 될거요!》

그들은 압연직장을 에돌아서 자재창고옆에 이르렀다. 황석태는 창고를 가리키며 박치영에게 물었다.

《나는 이 창고건물을 개조해서 그안에 가공설비를 설치하자고 하는데 동무생각은 어떻소?》

《자재과에서 순순히 내여놓자고 하겠습니까?》

《자재는 다른 건물에도 보관할수 있소. 그러나 가공설비는 여러가지 조건이 보장되는 건물에만 설치할수 있다니 이 창고가 좋을것 같단 말이요. 따로 건물을 하나 지었으면 좋겠지만 그러자면 시간이 걸리오.》

티탄합금가공은 진공속에서 진행되는것만큼 건물조건도 좋아야 했다. 그러한 비생산건물로서는 자재창고만 한것이 없었다.

《제 생각에도 이 창고건물이면 될것 같습니다.》

황석태는 박치영을 이끌고 건물주변을 한바퀴 돌아보았다. 그들의 눈앞에는 미구하여 쏟아져나올 티탄합금가공품들이 방불히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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