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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평양은 선언한다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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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7,169회 작성일 21-07-22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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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어버이수령님께서는 평양교외의 크지 않은 온실에서 남새가 푸르싱싱하게 자란 실험포전을 가꾸고계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 온실안에 들어서시였을 때 수령님께서는 나무걸상에 걸터앉아 꺼먼 흙덩이를 들고 들여다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계시였다.

그이께서 인사를 올리시자 수령님께서는 흙덩이를 놓고 손을 툭툭 털며 일어나시였다.

《보라구, 지난 가을에 흙깔이를 했더니 남새가 이렇게 잘되였소. 온 나라의 모든 농경지들에서 흙깔이를 더 실속있게 해야 되겠소. 아직 형식주의가 많아… 지력… 지력을 결정적으로 높이지 않고는 풍작을 기대할수 없소.》

김정일동지께서는 80고령에 이른 오늘까지도 여가만 생기면 포전에 나와 근면한 농민처럼 땅을 만지시는 수령님의 모습에 다시한번 감동되여 빛나는 안광으로 그이를 우러러 보시였다.

《좀 쉬염쉬염 하십시오.》

《나는 땅을 만질 때가 제일 기분이 좋아. 사람은 땅김을 쐬며 살아야 건강해지거든…》

어버이수령님께서는 혈색이 좋은 불깃한 얼굴에 흡족한 미소를 지으시며 부관이 드리는 젖은 수건으로 손을 닦으시였다.

《이자 무슨 생각이 났는과니… 옛날에 읽어본 쏘련공산당력사 마감구절이 생각났소.… 제일 마지막 맺는말에 희랍신화를 인용했거든. 안테우스신에 대한… 안테우스신은 대지에 발을 붙이고있으면 적과 싸워 항상 이겼고 대지에서 발을 떼고 허공중에 떠있으면 졌다는거요. 얼마나 의미심장한가.

볼쉐비크당도 안테우스신이 대지에 발을 붙인것처럼 근로인민대중이라는 대지에 항상 발을 튼튼히 붙이고 당활동을 해야 백전백승한다는것이 자기 당력사의 총결론이며 교훈이라고 강조했거든.… 한데 저 사람들은 선렬들의 그 유훈을 망각했어. 그래서 망했지, 저 꼴이 됐지. 안테우스신처럼 안했거든… 안했어…》

수령님께서는 젖은 수건을 부관에게 넘겨주고는 출입문쪽으로 나가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하시는 말씀의 단순명백한 진리성과 함께 그 비상한 기억력에 놀라 미소를 머금고 뒤따라 나가시였다.

이윽고 두분께서는 초대소의 소휴계실로 들어가 나란히 앉으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어제 박윤식도당책임비서와 함께 돌아본 도로에 대하여 말씀드리다가 도중에 만났던 로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시였다.

수령님께서는 담배를 피우며 주의깊이 듣고 잠시 생각에 잠기시더니 조용히 한숨을 내쉬시였다.

《그래… 그 지방에 나간 일이 있었지. 토지개혁직후였소… 그 세포위원장은 새파랗게 젊은 친구였는데… 성미가 좀 급하고… 벌써 령감이 됐다… 허허, 세월이 흘렀소. 정말 류수같다니까…》

《그 아바이도 매사에 침착해야 한다고 일러주신 말씀을 기억하고있었습니다.》

《허… 정정한게로구만… 이제 한번 그쪽에 나가면 만나보겠소.》

《저는 어제 그길을 돌아보면서도 수령님에 대한 우리 인민들의 심정을 두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였습니다. 박윤식책임비서의 말을 들어봐도 지금 우리 인민들속에서는 수령님의 탄생 80돐을 크게 경축하자는 목소리들이 높아지고있습니다. 전국의 모든 당단체들에서도…》

《아니 그건 안되오. 고마운 마음들이지만 나는 동의할수 없소. 인민대중의 의사가 그렇다고 해도 해설하고 설복해야 되오. 내 생일이 무슨 큰 문제인가. 나라의 통일이 못되였는데…》

수령님의 어조는 단호하시였다.

《나는 통일된 조국을 후대들에게 넘겨주자고 했는데 그 성업을 이룩하지 못한채 80고개를 넘어서게 되였소. 정말 통분한 일이요. 생일이 다 뭔가…》

《수령님, 국내에서뿐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크게 경축하자는 기운이 날을 따라 높아가고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세계 여러 나라들에서 경축준비위원회들이 속속 조직되여 활동을 벌리고있는데 대하여 조용히 말씀드리였다.

수령님께서는 생각깊은 안색으로 듣고 계시였다.

《그 사람들이 하는거야 어떻게 하겠소. 하라 말라 지시할수도 없으니까. 하면 여기서는 감사전문이나 보내주면 될것이고…》

《지금 세계도처에서 국제적인 대정치축제로 하자는 목소리들이 높아지고있습니다.》

《대…축제로?!》

《예… 이건 어느 개별적 인사들이나 단체들의 발기가 아니라 시대의 필연적인 요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쏘련과 동유럽에서 사회주의가 좌절된 다음 서방의 공격의 화살도, 공산주의자들의 관심과 이목도 다 사회주의가 전복되지 않은 나라들 특히 우리 나라에 집중되고있습니다. 우리 나라는 어느덧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 하는 세계적인 론쟁의 초점에 놓이게 되였습니다. 사회주의가 뒤집혀진 나라 공산주의자들의 관심은 더 큽니다. 우리 나라의 현실을 직접 와서 제 눈으로 보고 사회주의가 허물어지지 않고 건재해있는 그 비결이 무엇인가 알고싶어합니다.》

《비결이라구?! 헛허허…》 하고 수령님께서는 갑자기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뭐, 그 간단한 비결을 알기 위해 비싼 로자를 들여 여기까지 날아올 필요가 있나. 그 친구들한테 말해주라구. 그 코대들이 리해하기 쉬운 신화를 가지고… 안테우스신!… 안테우스신처럼 했다고!》

수령님께서는 자부심에 넘쳐 손을 쳐들어 하늘을 가리키며 크게 웨치시였다.

《그 사람들한테는 <이민위천>이라는 말이 리해하기 어려울테니까…》

《수령님, 시대의 필연적요구를 외면해서는 안될것 같습니다. 우리 인민들과 세계 진보적인류의 희망대로 경축행사를 국제적인 대정치축제로 하고싶습니다. 이 축제를 계기로 세계 모든 혁명적당들의 대표단을 초청하고 사회주의가 좌절된 나라 공산주의운동지도자들도 초청하여 그들이 우리 나라 현실을 보고 사회주의건설에 대한 신심을 가지도록 하고… 이 대정치축제가 수령님의 탄생 80돐을 경축하는 동시에 사회주의재생을 위한 투쟁의 시발점으로 되게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또한 지난날 좌우경기회주의자들의 책동으로 지리멸렬이 된 세계공산주의자들의 친선적인 뉴대를 회복하는 계기로도 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흐루쑈브수정주의가 대두한 이후 수십년동안 공산당, 로동당사이, 사회주의나라와 사회주의나라사이에 어떤 수치스러운 분쟁들이 있었습니까…》

수령님께서는 한없는 기대와 신뢰, 자랑이 실린 눈길로 김정일동지를 눈여겨보시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뒤짐을 지고 방안을 왔다갔다 거니시였다.

《기회주의사조들때문에 론쟁도 많더니 끝내 이 지경에 이르렀거든. 집안에 말이 많으면 망하기 마련이라더니… 재생운동의 계기로 되게 한단 말이지… 그런 계기가 필요하기는 하오. 이것은 시대의 요구고 력사의 요구요… 하지만 내 생일에 그런 큰 의의를 부여하겠는가 하는건 더 생각해봐야겠소. 내 개인적인 심정은 반대요…》

김정일동지께서도 일어나시였다.

《수령님, 지금 세계 혁명적인민들은 수령님을 국제공산주의운동의 원로로, 사회주의위업의 상징으로 우러르고있습니다!》

《남들은 그래도… 더… 더 생각해봐야 되겠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위대한 혁명가의 겸허성에 감동되면서도 그이의 마음이 좀처럼 움직여지지 않으리라는 예감에 난감한 안색으로 서계시였다…

이튿날, 그 이튿날도 수령님을 찾아가시였다.

사흘째 되는 날 이른새벽 그이께서 수령님의 전화를 받으시였다.

《…나는 생각하고 또 생각한 끝에 결심했소… 경축행사를 사회주의재건을 위한 사업에 중점을 두고 진행한다면 당중앙의 구상에 복종하겠소.》

《수령님!》

《나는 자기 생일날도 사회주의를 재건하는 일에 다 바치고싶소. 당수들과 당대표들도 다 만나 좌절된 사회주의를 재건하기 위한 문제를 의논하고싶소… 한평생 사회주의를 위해 일해온 나로서는 자기 생일도 사회주의를 위해 바치는것이 무상의 영광이요.》

김정일동지께서는 통화가 끝난 다음에도 송수화기를 든채 그냥 서계시였다. 수령님께서 당중앙의 구상을 지지해주시자 이번에는 다른 시름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어서였다. 쏘련붕괴후 제국주의자들이 우리를 압살하려고 더욱 발광하는 엄혹한 정세, 적지 않은 공산주의정당들이 와해되고 사상적혼란에 빠져있는 형편에서 과연 경축행사를 뜻대로 조직하고 진행할수 있겠는가… 그이께서는 가슴에 실리는 짐의 무게를 느끼며 조용히 송수화기를 내려놓으시였다.

그것은 2월 26일 새벽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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