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평양은 선언한다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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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푸른 산발들의 파도에 둘러싸인 산간읍은 명절기분으로 흥성거렸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하신 말씀이 초급당과 분초급당, 부문당과 세포를 통하여 전체 당원들에게 전달되고 그 소문이 군안에 파다하게 퍼졌던것이다. 늘 세상에서 멀리 떨어진 산간벽지에서 사는 호젓한 느낌에 습관된 사람들은 친애하는 그이께서 자기 군에 관심을 돌리시였다는 그 한가지 소식만으로도 벌써 세상과의 거리감을 털어버렸다. 그들은 홀연 나라의 들끓는 생활의 복판에 옮겨선듯싶고 당중앙위원회를 몸가까이에 느껴 얼굴마다 화색이 돌았다. 낮이면 일터에서, 밤이면 집집마다에서 그이께서 하신 말씀을 외우며 자기네 고장의 앞날을 두고 온갖 공상을 다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군방송위원회는 직위별, 직업별로 사람들의 결의를 편집하여 방송하였으며 선전차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읍거리뿐아니라 리들에까지 나가 돌아다니며 인민들을 새 생활 창조에로 불러일으켰다. 선전차 처녀방송원의 챙챙한 목소리가 산골마다에 메아리쳤다.
《두메산골 송탄땅에 해가 떴다. 새날이 시작된다. 군안의 전체 근로자들이여,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말씀을 높이 받들고 우리 군을 우리 손으로, 우리 지혜로, 우리 힘으로 사회주의락원으로 꾸리자! 일터마다에서 충성의 구슬땀을 흘리자!》
어린이들의 걸음에도 활기가 넘쳤다. 사람들은 건설장마다에서 더운 땀을 흘리며 걸싸게 일하였다. 세멘트공장의 굴뚝에서도 재빛연기가 기운차게 뿜어나왔다.
차영진은 읍거리에서 떨어진 야산밑 세멘트공장으로 찾아갔다. 건설의 질과 속도는 세멘트생산과 직접 관련되여있기때문에 언제나 마음을 놓을수 없는것이였다. 그에게 있어서 세멘트공장을 며칠에 한번씩 돌아보는것은 하나의 일과처럼 되여있었다.
공장구내에 들어서니 파쇄기며 탑식소성로의 송풍기가 기세차게 돌아가는 소리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로동자들은 방금전에 들이닥친 화물자동차와 뜨락또르에서 석회석을 부리우고있었다. 영진이 그들에게 다가가니 뜨락또르의 적재함우에서 석회석먼지를 뿌옇게 뒤집어쓴 나이지숙한 소성로작업반장이 뛰여내렸다. 그는 로의 작업반장이면서 공장의 세포비서였다. 작업반장은 책임비서에게로 다가오며 모자를 벗고 인사하였다.
《동무가 로곁을 떠나면 되오?》
푸접이 좋은 반장은 벙긋이 웃어보였다.
《일손이 모자라서 쩔쩔 매는데 로만 안구있겠습니까. 로는 며칠째 체기를 받지 않고 잘 먹습니다.》
《그렇소?》
《예. 책임비서동지, 이제부터 광산에서 질이 좋은 석회석이 막 쏟아져나옵니다. 캐내는 족족 불이나케 실어와야 저 친구들이 열이 부쩍 오를게 아닙니까. 수송이 걸렸습니다.》
《알겠소. 운수기재를 더 주도록 하겠소.》
영진은 목책을 꺼내 반장의 의견을 적어넣었다.
《책임자는 왜 보이지 않소?》
《실험실에 있습니다. 세멘트질을 높이자면 탄의 연소률을 결정적으로 올려야 합니다. 무연탄에 톱밥을 섞어 때보자고 생각하고 그 실험에 빠져있습니다. 며칠째 집에도 안들어가고 현장에서 밤을 샜습니다.》
《세포에서 잘 도와주오.》
작업반장은 무엇인가 생각하다가 말을 이었다.
《이전에는… 자기는 창의고안을 하면 사고를 치고 사고를 치면 모진 오해를 받았다면서 겁을 먹던 사람이 군당에서랑 믿어주고 내세우니 달라졌습니다.》
《그렇소?》
《예, 완전히 투신합니다…. 그런데… 책임비서동지, 지방산업공장들중에 지배인이라는 직제가 없는건 우리 세멘트뿐입니다. 주상민기사를 그저 책임자라고 부르니 어떤 땐 별랗습니다. 사업에서 날이 안서는건 아니지만 결재한 문건이랑 은행에서 소홀히 취급하는 때도 있는것 같습니다.》
영진은 가슴이 갑갑해나고 슬그머니 울기가 올라 담배를 꺼냈다.
《알겠소. 그 문제는 더 말하지 마오. 깊이 고려할 문제가 있어 그러는데…》
그는 더 말을 잇지 않고 반장을 데리고 실험실쪽으로 갔다. 실험실이란 사무실곁에 있는 공구창고로 쓰던 자그마한 널판자집이였다. 그들이 실험실가까이로 갔을 때 널문이 열리며 작업복차림의 주상민이 무슨 나무통을 안고 나왔다. 나무통안에 시꺼먼 알탄이 가득 들어있었다.
그는 책임비서를 보자 나무통을 얼른 내려놓고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작업복앞자락이며 팔소매와 손에 무연탄가루가 거멓게 묻어있었다.
《수고하오!》
영진은 그의 모색을 보고 놀랐다. 주상민은 이 며칠사이에 얼굴이 몹시 깎이였는데 눈에는 피가 지고 한쪽 입술언저리에 물퉁기까지 생겼다.
《시험용알탄인가?》
《예…》
《톱밥을 섞으니 어떻소?》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톱밥들중에는 이깔나무톱밥이 좀 낫습니다. 열을 약간 높여줍니다. 우연이 아닌지… 아직은 더 실험해봐야 알겠습니다.》
곁에 서있는 반장이 제재소에 이깔나무톱밥은 산더미처럼 쌓여 썩고있다고 말하였다.
《아직은 모릅니다. 그 톱밥의 화학적조성을 봐도 리론적으로는 가능한데 무연탄과 배합하면 어떤 효과를 나타내겠는지… 더 시험해봐야 배합비률도 정할수 있겠습니다. 아직은 멀었습니다….》
성과를 과장할줄 모르는 그 말에서 주상민의 사람됨됨이 느껴졌다.
《너무 무리하지 마오.》
책임비서는 애정어린 눈매로 그의 얼굴을 여겨보았다.
《저녁이면 집에 꼭꼭 들어가야 하오. 어디 아픈데는 없소?》
《없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자신없는 대답이였다.
《그런데 얼굴이 왜 그렇소?》
《소화가 좀 안돼서… 읍진료소에 가서 소화제랑 타먹습니다.》
《건강에 주의해야 되겠소.》
그는 널문을 당겨열고 실험실로 들어갔다. 책상우의 참고서적들과 실험도구들이며 방구석에 널려있는 무연탄과 톱밥무지들에 애쓴 흔적이 력연했다.
떠나올 때 그는 주상민의 꽛꽛해진 손을 잡아쥐고 성공을 바란다고 뜨겁게 말하였다. 주상민은 알탄이 든 나무통을 안고 소성로쪽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석회석을 석회석으로 인정해주는데 감동되여 번민을 털어버리고 일어선 사람…
그는 지배인이 아니라 책임자로 내세우는데도 무등 기뻐 철야분투한다. 허리를 구부정하고 걸어가는 그의 뒤모습을 지켜보는 차영진은 련민의 정에 가슴이 저려나 한동안 걸음을 떼지 못하였다.
그날 영진은 몇개 단위를 더 돌아보고 군당으로 돌아오다가 가구공장 울타리곁에서 안해와 마주쳤다. 안해는 읍진료소에서 사업하고있었다. 그는 평소에 길에서 안해를 만나도 뭇사람들의 눈길을 꺼려 별반 말도 건네지 않고 지나쳤는데 그날만은 걸음을 멈추게 되였다.
성미가 서글서글한 안해의 얼굴에 웬일인지 그늘이 비껴있었다. 하지만 그 녀자는 상냥스럽게 웃으려고 애쓰며 롱조로 말을 건네였다.
《책임비서동지, 왜 서요? 아이, 남들이 보겠는데…》
그는 여느때없이 뚝한 얼굴로 말했다.
《세멘트공장 주상민동무가 건강이 좋지 못하군.》
《진료소에 와서 소화제를 타갔어요.》
《그런가?》
《촉진해보면 위장에 굳은 감이 있는데 군병원에 보내 실험검사를 해봐야겠어요.》
《음…》
《맏이한테서 또 편지가 왔어요. 아마 인차 제대되여오는것 같아요. 숙희가 너무 기뻐 군당 연비서한테 말하니 군사로청이나 제일 좋은 자리에 배치하겠더라지 않아요.》
《그애는 저 기암리농장이나 제일 어려운 부문에 보내야 하오. 당일군의 아들이 아니요?》
《당신은 그저…》 안해는 눈을 곱게 흘기였다.
《참 여보, 미안해요. 별난 일이 생겼어요.》
《?…》
《아까 가구공장 한 아주머니가 글쎄 나한테 몰래 귀뜀하지 않겠나요. 구영세부위원장이 말해서 우리 집에 놓을 옷장을 만들었다고… 가보니 사실이예요. 내가 옷장을 새걸로 갖추어놓지 않아 이런 일이 생겼어요…》
차영진은 얼음쪼각같은것이 날아들어 가슴에 선뜩 박히는것 같았다. 온몸이 서늘하게 식어드는듯 하였다. 그는 안해와 어떻게 헤여졌는지 몰랐다. 뛰노는 가슴을 애써 누르며 가구공장으로 들어갔다.
한 작업장 창문곁에 라크칠을 진하게 하여 밤색으로 번쩍거리는 옷장이 덩실하게 놓여있었다. 옷장문에 옆으로 다가오는 지배인의 얼굴이 어른거렸다. 그는 흔연한 얼굴로 늙수레한 지배인의 안경낀 얼굴을 돌아보았다.
《옷장이 좋습니다.》
《예… 뭘 좀…》
지배인은 무엇을 느꼈는지 대답을 얼버무렸다.
《재목도 아주 좋은것 같은데 어디서 났습니까?》
《새로 짓는 살림집에 넣을 벽장감으로 원목을 백여립방 받았는데 남을것 같아 거기서 좀… 시제품으로 만들어봤습니다.》
《구영세부위원장이 시켰다는게 이게 아닙니까?》
지배인은 갑자기 활기를 띠며 주눅이 좋게 나왔다.
《헛, 책임비서동지. 이러면 아래사람들이 숨이 막혀 살겠시꺄. 인간생활인데 어떤건 모르는체하시라요. 이래봐도 나도 옛날에는 도당에도 있어봤시다. 경리에서 주판을 튕겼지만…》 그리고는 제사 억울한듯 담배를 꺼내 입귀에 물고는 구식 휘발유라이타를 절컥 하고 켰다. 그 뻔뻔스러운 주눅에 가슴이 떨려 몇순간 고개를 수굿하고 분기를 누르다가 돌아섰다.
그는 정신없이 군당으로 향하였다. 길을 가는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돌아보는것도 느끼지 못하였다. 마주오던 송아지만 한 검정개가 끙끙 앓음소리를 내며 뒤걸음치는것을 보고서야 걸음을 멈추었다.
(구영세… 그 사람이 우리 집 옷장이 낡은것이란걸 어떻게 알았는가? 이사올 때?… 어느 설명절에 집에 와서 술을 마신적이 있었지. 그건 밤이였어… 그 빌어먹을 옷장은 아래방에 있는데 어느틈에 봤을가… 얼마나 민감한 사람인가…)
분김에 내달리는 생각이 여기까지 미쳤을 때 하나의 생각, 차거운 의혹, 무서운 의심이 뇌리에 번개쳤다. 그는 홱 돌아섰다.
하늘에서 검은 구름이 뭉개쳤다. 거리에 일떠서는 살림집들의 들쑹날쑹한 벽체들이 숨을 죽이고 그를 지켜보는듯 하였다.
사흘전에 찾았던 3층살림집 2층… 그 부엌으로 들어가보았다. 부엌칸은 넓어지기는커녕 벽에 회칠이 깨끗하게 되여있었다. 차영진은 모진 배신감에 가슴이 허물어져내리는듯 하여 부뚜막에 주저앉아 두손으로 이마를 싸쥐였다. 눈앞에서 파란 불꽃이 널름거렸다.
(구영세… 구영세… 이게 어떤 사람인가?)
이전에 송규태비서는 군의 책임적인 일군들에 대하여 인계할 때 구영세에 대하여 여러모로 좋은 평가를 하였다. 겸손하여 작풍이 좋고 군중성도 있다…
(그는 무엇을 보고 그토록 좋게 평가했는가. 자기 개인에 대한 《충실성》에 속아 그렇게 평가한것이 아닌가… 도당책임비서동지는 그때 사람문제는 전 책임비서의 견해를 절대시하지 말며 일을 시켜보면서 자기 신념에 따라 평가하라고 했는데… 송규태동지의 말을 너무 믿어… 그래서 눈이 먼게 아닌가…)
구영세와 세멘트공장의 주상민, 두사람의 얼굴이 엇갈리며 떠올랐다.
(사람의 량심과 충실성은 직위에 관계가 없다…)
고민속에 살아온 주상민과 믿음만 받으며 살아온 구영세, 두 인간의 정신상태가 대조되면서 분격을 더 자아냈다.
(나한테는 선심을 써주고… 인민들한테는?… 그 선심의 대가로 무엇을 얻자는것인가? 인민생활에 대한 무관심, 적당한… 무책임한 사업에 대한 묵인… 이런것을 얻자는것이 아닌가. 헐하게 일하면서 잘살수 있는 길을 닦자는 수작이 아닌가? 송규태동지는 이런 선심을 받아들였는가. 당성에 녹을 쓸게 하는 이런 아첨을…)
그는 전임자에게까지 의혹이 가자 더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아득히 먼곳에서인듯 인기척이 났다.
얼굴을 드니 사흘전에 만났던 감때사납게 생긴 청년이 문지방에 서서 빤히 내려다보고있었다.
《어디 아픕니까?》
차영진은 목안에 재가 찬듯하여 가까스로 응대하였다.
《아니… 누가… 이렇게 회칠을 하라고 했소?》
《예? 구영세부위원장이 여기는 그냥 완성작업을 하라고 했는데요.》
《정말이요?》
《알아보십시오. 기와공장쪽으로 가던데요…》
구영세는 기와공장에 없었다. 기와공장에서는 철제일용품공장으로 갔다고 하여 거기에 알아보니 오지 않았다고 하였다. 그는 몇군데 더 알아보다가 자기 실무실로 돌아와 행정경제위원회 초급당비서를 전화로 찾았다. 초급당비서는 구영세부위원장이 도에 올라갔다고 알려주었다.
밖에서 우뢰소리와 함께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창유리에 뿌려진 비방울이 줄줄이 흘러내리여 바깥풍경이 이그러지며 어른거렸다. 이따금 번개불의 섬광에 창유리들이 파르스름하게 언뜻거렸다.
저녁어스름이 내리고 사무실에 불이 켜진 다음 구영세가 제발로 찾아들어왔다. 그는 권하는 안락의자에는 앉지 않고 응접탁옆에서 나무걸상을 들어다가 벽에 붙여놓고 거기에 앉아 머리칼이며 이마를 적신 비물을 손수건으로 훔치였다. 그리고는 묻지 않는 소리부터 하였다.
《이거야 어디 속이 번져져서 살겠습니까?》
그는 울분을 터뜨렸다.
《우리 체육관 철강재는 한㎏도 보장해줄수 없다는겁니다. 도건설일군들의 견해가 이러니 자재공급위원회가 움직이겠습니까. ㄴ형강이 없이야 체육관지붕에 올릴 트라스를 뭘로 만듭니까? 이 말썽많은 체육관건설을 그만두던지 저 옹고집쟁이 총국장을 꺽어놓든지 무슨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송부위원장이 지원포를 쏴주면 되겠는데… 책임비서동지, 송규태동지를 직접 찾아가서 만나보지 않겠습니까?》
차영진은 팔굽으로 책상가녁을 짚은채 머리를 수굿하고 듣기만 하다가 불쑥 물었다.
《만나지 않았댔소?》
《저요? 저같은게 만나 소용이 있습니까?》
웬일인지 그의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가슴이 뛰는 소리가 뇌리에 쿵쿵 메아리쳤다. 무엇을 느꼈는지 구영세도 입을 다물고 초점이 흐려진 눈으로 그를 빤히 지켜보았다.
영진은 어째 창고와 부엌을 넓히지 않은채 완성작업을 시켰는가고 나직이 물었다. 간벽을 다 쌓고 미장까지 했는데 어떻게 넓히느냐고 했다. 부엌만 넓히자고 하여도 간벽을 쳐야 하는데 그러면 층막이 내려앉는다는것이였다.
《나도 알아봤소. 층막은 앞벽과 뒤벽에 걸려있어 간벽을 쳐도 내려앉지 않소. 그리고 간벽을 벽돌로 쌓았기때문에 허물고 고쳐쌓기도 쉽소.》
그제야 구영세는 눈길을 아래로 떨구며 시름겨운 한숨을 내쉬였다.
《솔직히 말하면 다 세운 집이야 어떻게 하겠는가, 새로 짓는 집을 그렇게 꾸리면 되지 않겠는가 이렇게 생각했댔습니다… 제가 기술적타산부터 잘못했습니다.》
《기술적타산? 이게 기술문제요? 동무한테는 창고와 부엌… 이게 소홀히 다루어도 되는 소소한 문제같소? 인민들을 유족하고 문화적으로 살게 하자는 사상적지향에서는 평양시의 5만세대 건설과 같단 말이요! 같지 않구!》
《예…》
《우리 군 인민에 대한 동무의 사상관점때문에 나는 분개하오. 동무네 부엌은 너렁청해서 안해가 불편을 모르고 지낼거요. 우리 군 인민들은 그런 부엌을 쓰고 살면 안되오? 동무는 인민들을 어떻게 생각하오? 자기처럼 살 자격이 모자라는 무리로 보는가? 좀 말해보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농촌살림집건설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가르치며 창고며 부엌에까지 관심을 돌려주셨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슴이 뭉클해지지 않았소? 우리 당에 대하여 생각되는바가 없었소?》
구영세는 이마에 내밴 식은땀을 손바닥으로 씻으며 몸둘바를 몰라하였다.
《심장이 있는 사람이면 기술적으로 난관이 있어도 어떻게나 해보자고 아글타글 애썼을거요.》
《책임비서동지, 고치겠습니다.》
《헐하게 고쳐질것 같지 않소. 인생관에 관한 문제이기때문이요. 동무는 인민들을 위해 복무하는데서 보람을 느끼오? 생의 보람을… 터놓고 말해보오. 우리들속에는 유감스럽게도 자기가 잘살게 될수록 인민들의 불편에 대하여 점점 둔감해지는 사람들이 있소. 동무도 그런 부류에 속하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오. 당에서는 인민의 충복이 되라고 동무를 행정경제위원회 부위원장이라는 중요한 자리에 내세웠소. 그런데 어떤가? 인민들의 불편에는 둔감하고 다른데는 매우 민감한 속물이 되였소. 동무는 인민들에게 봉사하는 사람인가 몇몇 개별적간부들에게 봉사하는 사람인가? 도대체 어디서 기쁨과 보람을 느끼오?》
구영세는 무슨 소리인지 몰라 의아한 얼굴로 책임비서를 쳐다보았다. 영진은 의분을 누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오늘 가구공장에 가봤소.》
《예?…》
《그걸 봤소.》
《아니 무슨 큰거라고 이럽니까. 생활이야 생활이지요.》
《나는 여태 보지 못했소. 개별적사람들을 헌신적으로 섬기는 사람이 아래 인민들한테 충실히 복무하는걸 보지 못했소!》
《정말 이러깁니까? 이사올 때 가장집물이 너무 없어 여론이 났습니다. 사람의 진정을 짓밟지 마시오!》
차영진은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그만두! 그걸 당장 상점에 내가오!》
방안공기가 떨었다. 구영세는 크게 뜬 눈으로 책임비서를 지켜보았다. 차거운 경계의 눈빛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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