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평양은 선언한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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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영진은 군당에 들어와 군당일군들과 군급책임일군들을 모여놓고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말씀을 전달한 다음 구영세를 데리고 살림집건설장으로 나갔다. 두사람은 선참으로 농장원세대들이 들 3층살림집부터 찾았다. 살림집은 축조가 기본적으로 끝나고 내부미장작업이 한창이였다.
현관에 들어서니 층층의 칸칸마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부르고 찾는 소리며 노래소리, 휘파람소리가 떠들썩했다. 복도와 층계벽에 붙어있는 전투속보들은 로동안전을 강조하고 미장작업을 번개같이 하면서도 질을 높이자고 호소하고있었다. 한 전투속보에는 조명숙이라는 처녀가 미장솜씨가 날래면서도 알뜰하여 하루 미장계획의 180%를 해제꼈다는것이 힘있는 글발로 적혀있었다.
싸리로 엮은 안전모를 삐딱하게 눌러쓴 감때사납게 생긴 청년과 빨간 수건으로 머리를 가뜬하게 동인 귀염성스러운 처녀가 층계로 걸어내려오다가 책임비서에게 머리를 숙여 인사하였다. 청년은 낯익은 친구인데 처녀는 처음보는 얼굴이였다.
영진은 전투속보를 가리키며 물었다.
《하루 180%라, 대단하구만. 질이 보장되오? 문제는 질이요.》
《미장솜씨가 얼마나 알뜰한지 모릅니다. 판유리같습니다.》 하고 청년은 벙글거렸다.
《모르겠다?…》
《검열해보십시오.》
《조명숙이라고 누구요?》
《이 동무입니다.》
《아, 그렇소?》
처녀는 얼굴이 앵두빛이 되여 고개를 외로 틀었다.
《제가 살 집인데 솜씨가 알뜰하지 않을수 있습니까. 읍농장 농산기수하고 절컥 백년가약을 맺었지요. 관리위원장이 이 집이 다 되면 두칸짜리를 주겠다고 했습니다.》
《오- 그런가!》
처녀는 더 참지 못하고 한손으로 청년을 와락 밀쳐버리고는 밖으로 내뛰였다. 그바람에 청년은 어깨를 벽에 찧고는 《아이쿠!》 하고 얼굴을 익살스럽게 찡그렸다. 차영진은 그에게 눈을 흘기였다.
《이 친구, 그렇게 망신을 주면 되나?》
그러자 도리여 청년쪽에서 눈을 부라렸다.
《쳇, 모르는구만요, 놀려주면 더 좋아합니다. 하하…》
차영진은 그 소리에 껄껄 웃었다. 구영세도 벙긋이 웃으며 처녀가 사라진 바깥쪽을 내다보았다.
《책임비서동지, 이건 정말 비밀인데… 속으로 호박씨를 깐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그는 흥미가 당겨 허리를 굽힐사하고 청년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래서?…》
《저 처녀 얌전한것 같지만 묘합니다. 며칠전 어슬녘인데… 저 2층 두칸짜리에서 일하다가 라이타를 떨구고 가서 찾으러 오니까 글쎄 저 처녀가 혼자 남아서 방을 쓸고있지 않겠습니까. 가만히 들여다보니까 방바닥에서 흙모래를 살살 쓸어모으면서 누구하구인지 입속말로 소곤소곤 속삭이다가 조용히 노래를 부르는데 히야, 그렇게 꿀처럼 단 노래소리는 첨 들어봤습니다. 신혼생활을 공상하는지 어찌나 깊이 빠졌는지 우정 기척소리를 내봤는데도 듣지 못했습니다. 꽥 소리칠가 하다가 돌아서고말았지요.》
《무슨 노래던가?》
《하늘은 푸르고 내 마음 즐겁다… 이 노랜데 히야 책임비서동지 그 두칸짜리를 저 처녀네 한쌍한테 주는게 어떻습니까?》
《동무가 관리위원장한테 제기해보지?》
《나요?》 청년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나한테야 주택을 배정하는 권한이 없지 않나.》
《이러지 마십시오. 책임비서동지야 군인민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고있지 않습니까?》
《이 친구 못하는 소리 없구만. 허허…》
차영진은 그의 어깨를 툭 치고는 어디 올라가보자고 하였다. 청년은 입이 헤써해서 따라섰다. 2층으로 올라간 그들은 청년의 뒤를 따라 처녀가 공상에 잠겨 거두었다는 방으로 들어가 돌아보았다. 그 방은 미장이 다 끝났는데 어찌나 정성스레 미장하였는지 천반이나 벽에 흙칼이 지나간 자리 하나 느껴지지 않고 미끈하였다. 창문틀안으로 흘러드는 해빛이 가로비낀 벽면에서는 보일듯말듯 김이 서려돌았는데 벽에 슴배인 사람들의 입김이 피여나는것인듯 하였다.
영진은 가슴이 뭉클해져 아직 눅눅한 벽을 쓸어만져보고는 부엌과 창고를 돌아보았다. 거기도 흠잡을데가 없이 미장되여있었다. 그는 창고안으로 들어가 눈어림으로 폭과 길이를 가늠해보고는 청년에게 물었다.
《동무 보기에는 어떻소. 이 창고가 좁아보이지 않소? 이 집에는 농장원세대들이 들겠는데…》
청년은 손등으로 툭 쳐서 안전모를 올리고는 타산밝은 눈으로 창고안을 둘러보았다.
《이게 좁아요? 아니… 저 낡은 아빠트창고에 비하면 얼싸합니다.》
《이전것하구 비교할건 없소. 더 살기좋게 새롭게 꾸려보자는거니까.》
옆방들에서 일하던 5∼6명의 청년들이 우르르 밀려들어와 기웃거리며 창고안을 들여다보았다.
차영진은 그들에게도 물었다.
《동무들 보기에는 어떻소? 이 창고가 농장원세대들의 창고치고는 좁지 않소?》
그들속에서 누런 비닐안전모를 쓴 몸매 다부진 친구가 한마디 하였다.
《좀 좁습니다.》
그러자 감때사납게 생긴 청년이 승벽심이라도 살아오르는듯 손세까지 써가며 소리쳤다.
《좁지 안습니다. 이 폭과 길이를 보십시오. 창고나 넓어서 뭘합니까.》
《이 친구야, 뭘 안다구 그래?》 하고 비닐안전모가 면박을 주기 시작하였다.
《농장원들한테는 창고에 넣어둘게 많단 말이여. 농쟁기, 가마니, 독, 공구함, 톱, 도끼… 새끼퉁구리… 저 낡은 집에선 창고가 좁아 모두 밖에다 저마끔 가게방같은 창고들을 다닥다닥 짓지 않았는가, 그게 보기 좋던가?》
《쳇, 락후한 소리… 이 현대적인 집에까지 시시부레한 잡동사니들을 다 끌어들이겠는가. 낡은 시대의 유물로 청산해버려야지.》
《뭐, 청산이라구? 여, 여 김치독을 청산해버리면 어떻게 살아?》
그바람에 웃음판이 벌어졌다.
《핫하하-》
《헛-허-허…》
책임비서도 껄껄 웃었다. 감때사납게 생긴 청년은 무안을 당한듯 얼굴이 벌개졌다.
《누가 김치독 소린가…》
언제 나타났는지 청년들의 뒤쪽에 선 중년의 아주머니가 끼여들었다.
《책임비서동지, 이 동무말이 옳습니다. 김치독도 그렇지만… 분배받은 알곡이랑 넣어두자면 창고가 너를수록 좋습니다.》
차영진은 그 녀인을 건너다보며 아주머니는 누구냐고 부드럽게 물었다.
《읍농장 백보옥이라고 합니다.》
《예- 여기서 일합니까?》
《아닙니다. 우리가 살 집을 지어주는데 어떻게 보구만 있겠나요. 쉴참에 시원하게 땀을 들이라고 뭘 좀 가져왔습니다.》
《거 좋은 일입니다. 그래 뭘 가져왔습니까?》
《별거 아닙니다. 오이랭국이랑 실과랑…》
그 소리에 청년들은 벙글거리며 설레였다.
《아주머니 의견을 참작하겠습니다. 우리 같이 부엌에 좀 가봅시다.》
녀인은 책임비서가 자기한테 관심을 돌리자 좀 당황해진듯 주춤 물러섰다. 수수하게 생긴 얼굴이였다. 흰저고리에 검정치마를 받쳐입었고 무슨 노끈같은것으로 허리를 질끈 동여맨 그 아주머니는 차영진이 부엌칸으로 들어가자 조심스럽게 따라들어왔다. 다른 청년들도 문지방에까지 우르르 밀려와 부엌안을 둘러보았다. 영진은 부엌바닥이며 부뚜막, 조리대, 찬장을 놓을 자리 등을 돌아보며 녀인에게 조용히 물었다.
《아주머니 짐작에는 어떻습니까. 부엌이 좁아보이지 않습니까. 구조는 마음에 듭니까?》
녀인은 검스름하게 탄 손으로 입을 가리웠다.
《제가 뭐 아나요…》
《부엌에서 때식을 짓는 아주머니들이 모르면 누가 알겠습니까. 우리 남자들은 부엌일의 힘든 부담에서 녀성들을 해방하자고 소리는 치지만 아주머니들의 수고와 애로에 대해 깊이 모른단 말입니다. 나부터도 그렇습니다. 좀 의견을 말해주십시오. 부엌이 이만하면 좁지 않겠습니까?》
녀인은 선뜻 대답을 못하고 망설이다가 어줍은 눈길로 부엌바닥을 다시 둘러보고는 한숨을 조용히 내쉬였다.
《괜찮아요…》
청년들속에서 누구인가 아까는 시원시원하게 말하더니 움츠러들었다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났다. 또 누구인가는 녀성들을 대표해서 말하는것만큼 책임적인 발언을 하라고 오금을 박았다. 그 소리에 모두 가볍게 웃었다. 차영진은 청년들쪽을 돌아보며 짐짓 엄한 표정을 지었다.
《책임비서동지…》 하고 녀인이 입을 열기 시작하였다.
《부엌칸에도 저렇게 베란다를 붙인것이 정말 좋아요. 무얼 내놓아도 그렇고 해빛에 행주를 말리워도 그렇고 정말…》
《예.》 하고 영진이 머리를 끄떡였다.
《지금 집 부엌은 이보다 좀 좁은데 처음에 새로 들어서는 좁은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한해가 지나고 두해가 지나고 분배를 타서 버치랑, 바께쯔랑, 꽃단지랑 부엌세간을 자꾸 사들이니까 좁아졌습니다… 가시장도 둘이 되고…》
《부엌세간이 늘어나… 좁아졌다,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책임비서의 이런 호응에 녀인의 눈에 생기가 빛났다.
《좋기는 좋은데… 좁아서 속상할 때가 있었습니다. 명절때나 잔치때면 친척들이 모여오고 부엌에서도 혼자 아니라 시누이, 올케랑 셋이서 돌아치게 되니…》
《아 그렇겠습니다.…》
《책임비서동지, 제 우둔한 생각에는 이왕이면 좀…》
《넓혔으면 좋겠다는거지요?》
《예… 네댓뽐만 넓혀두…》
청년들속에서 누구인가 미장까지 다 했는데 이제와서 그런 제기를 한다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넓혀야 한다느니 이만하면 된다느니 하고 중구난방으로 떠들었다. 영진은 빙그레 웃으며 그런 소리를 듣다가 엄포를 놓았다.
《그만들 하오. 좁지 않다는게 누구요? 그런 동무한테 시집오겠다는 처녀가 있으면 내 기어코 따라다니며 말리겠어. 엉, 말리겠단말이요. 생활을 모르는 멍청이라구!…》
감때사납게 생긴 청년이 두주먹으로 머리를 치며 《아이쿠!》 하고 목을 움츠러뜨렸다. 그바람에 웃음보가 터졌다. 집안에 화기가 돌았다. 영진은 구영세를 돌아보며 실무적인 어조로 부엌칸도 더 넓히자고 하였다. 그러자 녀인은 얼굴빛이 확 붉어졌다.
《고맙습니다!》
《이건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뜻입니다. 우리 도당책임비서동지가 당중앙위원회에 올라가서 농촌건설에 대한 가르치심을 받았는데 지도자동지께서는 농장원들의 살림집을 어떻게 지어줄것인가 구체적으로 가르쳐주시며 창고와 부엌 문제도 말씀하셨습니다.》
녀인은 망연자실한 사람의 눈으로 책임비서를 지켜보다가 넋없이 속삭이였다.
《아니… 당중앙위원회에서… 부엌문제가요? …》
《아주머니, 그래서 인민을 위한 당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산골사람들도 자기가 사는 고장에서 사회주의제도의 우월성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하시며 집을 한채 지어도 인민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보고 쓸모있게 지으라고 간곡히 말씀하시였습니다.》
녀인의 눈에 물기가 핑 돌았다. 책임비서와 함께 밖으로 나왔을 때 집안에서는 맑은 목청으로 부르는 노래소리가 울려나왔다.
하늘은 푸르고 내 마음 즐겁다…
《부위원장동무, 창고와 부엌을 결정적으로 좀 넓혀야 하겠소.》
《예, 토론하겠습니다.》
웬일인지 그의 얼굴은 밝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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